“문자와 동영상의 시대를 거쳐 가상현실(假想現實 · Virtual Reality, 이하 VR)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VR은 강력한 차세대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최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한 말이다. 삼성, LG, 소니, 애플, 구글, 페이스북, HTC 등 국내외 수많은 기업들은 2016 MWC에서 VR 전쟁에 출사표를 던지며 개발한 VR 기기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VR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성장성을 지녔다. 기기뿐만 아니라 콘텐츠 개발에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경영진에게 던진 메시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 ‘2016 콘텐츠산업 전망-10대 트렌드’에서 올해 콘텐츠 산업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현실처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의 본격화를 꼽았다.
‘VR 시장은 이제 황금알’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VR(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 선점을 위해 삼성전자, LG 등 국내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애플, HTC, 소니,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전자 및 IT 업체들도 속속 VR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의 VR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부터 교육, 스포츠, 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다양한 시·공간 자유롭게 체험
미국의 전산학자 재론 래니어가 1989년 처음 쓰기 시작한 VR은 이용자에게 원격현전(遠隔現前, telepresence)을 경험하게 해 주는 시뮬레이션 환경 즉 사용자가 컴퓨터 등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공간에서 실제 현실인 것처럼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집 안 거실에서 VR 기기를 쓰고 강원 평창 스키장에서 스키 타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다.
박대수 KT 경제경영연구 소장은 ‘ 2016 한국을 바꾸는 10가지 ICT 트렌드’에서 “VR 기술을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도 있다. 고생대로 이동하여 공룡을 마주하거나 심해에서 기이한 생물들과의 대면도 가능하다. VR은 체험 가능한 세계의 폭을 확장하는 미디어 화수분과 같다”고 분석했다.
1940년대 미국의 항공 산업에서 개발한 조종사 훈련을 위한 비행 시뮬레이터가 VR의 효시다. 이후 1950년대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 등이 VR 기술 개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VR은 몰입감과 현전감(presence) 등을 높이는 기기들의 개발 부진과 고가 장비, 그리고 콘텐츠 부족으로 대중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VR은 삼성전자, 애플 등 국내외 기업들이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디스플레이 기기인 HMD(Head Mounted Display)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혁신적인 제품을 본격 출시하고 360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등 주변 기기와 VR 영상 플랫폼이 양산되면서 VR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영화, 게임 등 일부 분야에 관련된 VR 콘텐츠만 제작됐으나 이제는 의료, 학습, 건축설계,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VR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VR 시장은 급성장하고, VR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영화·방송 등 대세가 된 VR
영국 투자은행 디지털 캐피털은 VR 기기 시장 규모가 2016년 40억 달러(4조8680억원)에서 2020년 1500억 달러(182조5500억원)로 4년 사이에 37배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대만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 세계 VR 시장(하드웨어+소프트웨어) 규모는 2016년 67억 달러(8조원)를 기록한 뒤 2020년에는 10배 이상 성장한 700억 달러(86조원)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V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전자는 VR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제휴를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VR 업체인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고 삼성전자 역시 오큘러스와 제휴했다. 구글은 수만 원대 저가 HMD 기능을 구현한 ‘카드보드’를 발매하며 VR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만 HTC, 중국 LeTV 등 중화권 기업들도 저가의 HMD제품인 ‘폭풍마경’ 등을 내놓고 VR 시장에 가세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강선도 부장은 “삼성전자는 오큘러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양질의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PC, 카메라 업체뿐만 아니라 IT 기업까지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VR 시장에 뛰어들면서 VR기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VR 콘텐츠도 속속 제작돼 이용자들에게 이전과 전혀 다른 가상현실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실용적인 VR 기기와 콘텐츠가 속속 양산됨에 따라 의료, 쇼핑, 교육, 건설, 스포츠, 항공, 공연, 미디어,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와 방송, 미디어에서의 VR의 영향과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지난해 1월 열린 미국 선댄스영화제의 뉴프론티어 부문 상영작 14편 중 10개 작품이 VR에 기반을 둔 영화였고 VR 기술을 활용한 영화만 31개가 출품됐다. 또한, 모바일 앱으로 구현하는 VR 콘텐츠도 수십 개가 선보였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VR 영화 제작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VR 콘텐츠 업체인 버추얼 리얼리티 컴퍼니, VR 영화사 스토리 스튜디오 등이 VR 영화 제작에 나섰다.
이제 영화계에서는 VR 작품이 특별하고 신기한 볼거리가 아닌 하나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VR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도 VR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015년 11월 정기 구독자에게 VR로 뉴스를 볼 수 있는 구글 카드보드를 배송했다. 또한, 신문기사가 묘사하고 있는 현장을 독자가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VR 앱인 ‘NYT VR’을 개발했다. 뉴욕타임스가 처음 올린 VR 뉴스 콘텐츠는 내전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다룬 ‘난민(The Displaced)’이다.
뉴욕타임스뿐만 아니라 미국 통신사 AP와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 등도 VR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R 콘텐츠 업체인 엠블러매틱 그룹은 지난 2014년 ‘프로젝트 시리아’라는 VR 뉴스 콘텐츠를 공개해 이용자들에게 시리아 내전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성공 여부는 질 좋은 콘텐츠에 달려
언론사의 VR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독자들은 뉴스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뉴스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경험하는 방식으로 뉴스 소비패턴이 전환하고 있다.
방송사에서는 VR 방송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VR의 가장 큰 특성인 몰입감과 현장감을 방송에서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방송사에서 VR 방송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의 VR 업체인 Next VR은 미식축구 경기와 대선후보 토론회 등을 VR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국내 방송사들도 스포츠 경기 등 일부 프로그램을 VR 방송으로 제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VR 본격화로 가장 큰 변화가 일고 있는 분야가 바로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미국의 VR 업체 보이드는 올 상반기까지 VR을 활용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 테마파크 ‘보이드 센터’를 건립한다. 이곳에서는 HMD 등 VR 장비 세트를 착용하면 시선의 변화, 동작, 터치가 VR 콘텐츠에 반영돼 몰입감과 생동감을 느끼면서 게임을 할 수 있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제로 레이턴시’라는 VR 테마파크가 개장됐다. 이곳에서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개하는 게임 방식인 프리롬(Freeroam)장비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VR 게임을 즐긴다.
물론 VR을 일반인 누구나 이용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부 사람들이 VR 기기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착용하기 힘든 장비의 크기와 용량, 몰입감과 현장감의 부족, 기기의 비싼 가격 등도 개선해야 한다. VR 성공 여부는 콘텐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질 좋은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VR 시대가 성공적으로 만개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동안 영화, 게임 등 일부 분야에 관련된 VR 콘텐츠만 제작됐으나 이제는 의료, 학습, 건축설계, 관광,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VR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VR 시장은 급성장하고, VR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신중년들은 인생 2막 설계에 관한 관심이 높다. 그런 요구에 맞춰 각 대학은 발 빠르게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신중년세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전 국민의 고등교육화를 꿈꿨던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프라임칼리지를 개설해 신중년들의 미래 인생설계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젊은 은퇴로 고민에 빠진 신중년들에게 한국폴리텍대학은 펜 대신 드라이버와 망치를 손에 쥐어 주며 실전 학습을 가르치기에 나섰다. 인터넷 발달과 함께 방송대 대항마로 떠오른 사이버대학교는 이상 실현과 재교육을 토대로 시니어들의 배움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이다. 미래 설계가 아직 좀 미흡한 신중년들이 있다면 주목하라. 더욱 나은 제2의 인생으로 인도할지니.
국립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40·50세대를 위한 제2 인생설계·준비과정
원격대학의 원조,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안에는 또 하나의 대학이 있다. 바로 프라임칼리지다. 1997년부터 운영돼 온 방송대의 평생교육원이 2012년 프라임칼리지로 개명한 것.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다. 기존 평생교육원의 틀을 깨고 전 세대를 아우를 만한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습 프로그램으로 무장했다.
프라임 칼리지는 평생학습시대, 국민의 생애주기와 학습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다.
특히 40·50대 신중년들을 위한 제2 인생 설계·준비과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제2 인생 설계·준비과정은 중·장년층의 자립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더 나아가 사회공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2012년 제2 인생설계과정 32개 신규 교과목으로 총 2660명 수강에 이어, 2014년에는 총 1만284명이 프라임칼리지를 이용할 정도 관심이 뜨겁다.
프라임칼리지 교육과정은 제2 인생대학, 인문교양·시민문해, 귀농·귀촌, 창업, 사회적 경제, 국제개발협력 사회봉사, 전문자격, 명장교수, 평생교육 등 10가지 대분류 아래 각각에 부합한 과목을 배치했다. 영미영작 단편선, 문해 교육 이론 등은 물론, 집짓기, 창업, 다양한 국가의 어학학습 등 프라임칼리지가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과목들을 개설해 놓았다. 방송대 학생은 프라임칼리지에서 강의를 들으면 졸업학점으로 최대 12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굳이 다른 곳에서 배울 강좌가 아니라면 꼭 한번쯤 프라임칼리지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외에 20·30세대를 위한 선취업·후진학 학위과정과 재직자 기초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Ⅰ 박찬영 블루베리-연금나무, 게으름의 농장 수강 (서울, 방송대 농학과 15학번, 54)
귀농·귀촌을 꿈꾸는 신중년들에게 좋은 길라잡이
귀농·귀촌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강좌를 기웃거리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에 작년 방송대 농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전공 교수이신 문원 교수님이 블루베리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셔서 조금 더 알려 달라고 했더니 프라임칼리지 강좌를 한번 들어보라고 권유하더군요. 사실 귀농·귀촌할 생각만 있었지 어디로 갈지 또 어떤 작물을 키울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블루베리에 관한 관심이 한창일 때 들었던 프라임칼리지 강좌는 꽤 도움이 되더군요. 적어도 블루베리가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접근하기 쉽고 수익성 좋은 작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농업에 관련한 일을 알아 가는 데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고 생각해요.
프라임칼리지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가 귀농·귀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주변에 농사짓는 사람도 없어요. 귀농·귀촌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방송대에 들어왔습니다. 만약 프라임칼리지를 먼저 알았더라면 이쪽 강의를 먼저 들었겠죠. 프라임칼리지에 귀농·귀촌 프로그램이 많다는 것을 학교 입학하고 난 후에 알았거든요(웃음). 프라임칼리지도 새로운 인생 2막의 길을 찾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우선 농학과 공부에 집중한 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프라임칼리지를 좀 더 이용할 계획입니다.
인터뷰Ⅱ 양봉선 제2 인생대학 마스터클래스- 마음 외 5과목 수강 (전주, 방송대 국문학과, 58)
프라임칼리지는 마력이다
동화를 쓰고 창작을 하면서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 방송대에 편입학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몸에 고장이 단단히 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동화 작가. 직장인, 주부, 엄마, 방송대 학생으로 숨 쉴 틈 없이 살아온 탓일까요. 1~2년 전 9개월 동안 병원과 집을 오가며 지냈어요. 그런데 병원을 오가다 우연히 프라임칼리지의 제2 인생설계 광고를 보게 됐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클릭해 보았는데 평소 관심 있던 과목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다스리는 삶을 하고 싶었는데 그런 과목도 있고요. 두 과목만 수강할까 하다 프라임칼리지에서 수업을 들으면 방송대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기에 욕심을 좀 더 냈죠(웃음). 강좌를 선택하다 보니 6개가 되더라고요. 제2 인생 설계과정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중년의 삶,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삶 등을 공부했습니다.
내 이름을 단 아동문학관을 짓는 게 꿈이라 ‘작은집-싸게 짓고 행복하게 살기’를 즐겁게 들었습니다. ‘안전, 웰빙, 스마트 여행을 위한 건강관리’ 강의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던 다른 나라 예절, 선물로 현지인들에게 주면 좋을 것 등을 배웠습니다. 듣다 보니 3개월 단위로 끊어지는 강좌를 6개월이나 들었더라고요. 지금도 듣고 싶은 과목은 한없이 많아요. 프라임칼리지 너무 좋습니다. 글을 쓰면서 부족했던 것들, 살면서 배우지 못한 처세술도 배울 수 있었어요. 고령화시대에 남다른 감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행복했어요.
펜 놓고 손에 기름 묻히길 원하는 자
한국폴리텍대학으로 가라!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대학)은 말 그대로 실사구시(實事求是) 학문을 추구한다. 이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든지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고 학습한다. 1968년 국립중앙직업훈련원으로 시작해 2006년 24개의 기능대학과 19개의 직업전문학교가 합쳐져 지금의 폴리텍대학이 됐다. 폴리텍대학은 해마다 8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 땀의 결실을 보게 해주는 알찬 대학으로 세대와 학벌 위주 사회에서도 주목받는 대학으로 성장했다. 국민 누구나 나이와 학력에 상관없이 입학할 수 있다. 학비 걱정 없이 기술을 배우고 취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평생직업교육대학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이 시니어들의 재취업과 제2 인생 설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학사과정 외 시니어들을 위한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을 2012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은 3개월 단기과정으로 만 45세 이상 만 62세 이하의 실업자, 전직 예정자,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기업 맞춤형 과정으로 진행된다. 장년층의 재취업을 돕는 이 과정은 올해 전국 31개 캠퍼스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2012년 333명의 수료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1868명이 베이비부머 훈련교육을 수료했다. 놀라운 사실! 3개월 교육과정이 전액 무료로 이뤄지며 수료생에게는 별도의 지원금도 지급된다.
인터뷰 송재구 (청주, 베이비부머 전기제어과정 2015년 8월 수료, 59)
노래하는 만학도에게 새 삶을 준 베이비부머 훈련과정
지난해 8월 베이비부머 전기제어과정을 수료했습니다. 30년 이상 의류업과 요식업을 하면서 살았 습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성장했을 무렵 늦바람이 불었는지 48세에 대학수학시험을 봐서 2013년 새내기 대학생이 됐습니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다 2014년 말에 음식점 문을 닫았어요. 예전부터 전기 관련된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충주지역 폴리텍대학 광고를 보고 베이비부머 훈련과정을 알게 돼 훈련과정에 들어왔습니다. 기초부터 전기 에너지, 설비, 이론 등 다 가르쳐주더라고요. 일단 배우고 있었던 것, 모르고 있었던 것을 배워서 자신감도 생기고 삶에 활력이 됐습니다. 과정 수료하고 바로 아파트의 시설관리기사로 취업했습니다. 아무래도 폴리텍대학에서 훈련과정을 수료한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됐습니다. 내 나이에도 그런 훈련과정을 수료하고 이력서를 내니 업체에서도 좋아하더군요. 전기 설비에 관한 한 내 손으로 다 고치고 만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 나이에 기술 없으면 딱히 취업할 곳이 없어요.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기회를 저는 얻은 거죠.
지금 학교를 나온 이후에도 전기기능사 시험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격증은 꼭 하나 더 따고 싶어요. 앞으로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도 목표지만 나보다 힘들고 직업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그분들을 도와가면서 사는 게 목표 중 하나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80세, 그 이후까지도 사회에서 일하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복지부가 의료계와 합의한 38개 과제의 이행 추진에 대해 중단을 발표, 원격의료 시범사업 공동 추진 등에 제동이 걸렸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원격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위한 의·정 공동 시범사업과 관련해 의협과의 논의가 중단되고 원격모니터링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환자간 원격모니터링(지속적 관찰, 상담·교육)은 현재에도 해석상 가능하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향후 수가개발 등 건보적용 방안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복지부는 오는 24일까지 의협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 안(모델)을 내놓지 않으면, 원격의료 시범사업 뿐 아니라 3월 17일 의-정이 합의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개편 논의 등 38개 과제의 추진도 모두 잠정 중단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3월17일 의정합의(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공동 수행하고,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 이후 그간 동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수차 협의해 왔으나 지난 5월30일 원격의료 시범사업 실시방안 합의(원격의료 전반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가능한 모형을 설정해 6월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키로 복지부와 의협간 합의) 이후 대상지역이나 참여 의료기관 선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6월 중 시행 예정이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계속 지연되자,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추무진 신임 의협회장과 만나 "원격 모니터링부터 우선 시범시업을 시작하고, 의료계가 우려를 표명하는 원격 진단·처방의 경우 준비 기간을 거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개최된 의-정 합의 이행추진단 회의에서도 의협측은 원격의료와 관련, 여전히 구체적 안이나 계획을 내놓지 았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더 이상 협의가 어렵다고 판단, 의-정 공동 시범사업 논의를 사실상 중단하고 독자적으로 원격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시범사업 모형 및 시행 방안 등에 합의함에 따라 원격의료 시범 사업도 본격화된다. 도서 벽지의 응급환자 등의 초기 처치 및 응급치료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30일 이같이 밝히고 시범사업 대상자는 만성질환자로 도서와 벽지 등의 경증질환 초진과 재진환자로 스마트폰, 일반전화, PC(영상통신장비 포함) 등을 이용해 원격 모니터링, 상담·교육, 진단·처방 등이 이뤄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 만성질환의 구체적인 범위 및 시범사업 방법, 상시적 건강관리(원격모니터링, 상담·교육), 진단·처방 관리를 지역별·단계별로 분리 실시하는 방안 등은 의료계와 협의해 결정키로 했다.
이를 통해 △원격과 대면진료의 진단의 정확성을 비교·평가함으로써 임상적 안전성 검증 △원격진료를 허용함으로써 오진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법적 책임 소재 부여 연구 △원격진료의 허용이 환자 쏠림현상 등에 미치는 영향 평가 △원격의료 체계(정보시스템·화상통신 등)에 대한 기술·물리적 취약점, 정보의 보안성 등에 대한 위험평가 수행을 통해 기술적 안전성 검증 △상시적 건강관리(원격 모니터링, 상담, 교육)를 통한 순응도 및 만족도,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는 총 5개 영역으로 구분 평가한다. 구체적 평가지표는 의사협회의 의견을 반영해 임상전문가 및 시범사업 평가단이 검토해 결정키로 했다.
이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정 시범사업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 등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위원회 산하에 공동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시범사업 관리·운영 등 실무 사항을 담당할 예정이다.
위원회의 위원장은 공동(의협은 부회장급, 복지부는 국장급), 위원은 의협과 복지부가 각각 관련 전문가를 동수로 추천해 위원장 포함 총 10인 이내로 구성키로 했다.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의·정 동수의 중립적 평가단도 구성키로 했다. 이에 의협과 복지부가 공동으로 평가 전문 인력(시스템, 임상분야) 중심으로 구성하되, 관련 협회·학회 인력 등도 포함키로 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을 통해 도서 벽지 지역의 응급환자 이송 및 응급처치에 더욱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11월말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나 지역선정과 참여 의료기관 선정, 환자모집 등 경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며 “사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및 환자에 대해서 건강보험 적용 등 적절한 보상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허용 국무회의 통과
의사-환자간의 원격의료 허용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25일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원격의료 도입을 뼈대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이 법안은 집단휴진까지 불사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국무회의 상정이 미뤄졌다가 지난 17일 정부와 의료계가 원격진료 선(先)시범사업에 합의하면서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그간 의사와 의료인간에만 허용됐던 원격의료를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허용해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교육, 진단·처방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재진(再診) 이상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일정한 경증질환자 등에 허용된다.
수술 후 신체에 부착된 의료기기의 작동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나 교정시설 수용자·군인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환자에 한해서는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이 함께 원격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단 원격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운영할 수 없다. 같은 환자에 대해 연속적으로 진단·처방을 하는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대면 진료를 병행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정 합의 결과에 따라 내달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해 결과를 입법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양측이 공동 수행한다.
개정안에는 일단 '공포 후 시행 전에 1년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의·정 합의 전에 완성된 문구로,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수정될 수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원격의료 허용 국무회의 통과와 관련해 온라인 등에는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 보완점을 찾자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난에 빠진 소규모 병원의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앞서 지난 2008년 해양경찰청은 길병원과 손잡고 해상사고 또는 섬지역 응급환자 발생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한 바있다. 위성으로 연결된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상황을 전문의가 살피고 실시간으로 진단하거나 처치하는 방법이다.
-황정임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지원과 농업연구사-
김주성씨가 있는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하월천리에 거의 온 것 같은 느낌을 들 때였다. ‘새농어촌건설운동’사업지임을 알리는 커다란 나무 기둥이 마을 어귀 양 옆으로 우뚝 솟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솟대로 장식되어 있는 이 나무 기둥들은 하월천리 주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김주성씨가 마을 이장으로 있는 동안 나타난 변화들 중 하나다. 지금 김주성씨는 ‘도시로 나간 자녀들이 돌아오는 농촌 마을’을 만들고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 꿈은 화전민이 살던 터를 귀촌지로 매입해 자연휴양·치유의 장소로 살뜰히 가꾸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농촌으로 간 디자이너 =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도시에서 광고, 기획, 생활한복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하면서 갖은 흥망을 경험했다. 그가 귀촌을 결심한 이유는 도시 생활에서 느낀 고단함이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도시보다는 농촌이 미래사회의 대안이라는 생각이었다.
20년 후에는 농촌의 가치가 더욱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속도와 경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자연치유 산림휴양마을을 만들고 싶은 꿈을 품게 됐다. 그가 구상한 것은 현재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단기성 농촌 체험이나 관광이 아닌 장기 농촌 체류 모델로 크게 두 가지 형태였다.
첫째는 명상이나 요가 등의 프로그램과 치유음식이 있는 장기 체류 휴양·치유마을을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원격업무가 가능한 회사나 산업을 마을로 유치해 도시에서 하던 일을 하면서 농촌에서 살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이곳 양양의 깊은 산골로 자리를 정한 것이 2000년. 그로부터 4년 후인 2004년 10월 이사를 올 때까지 매주 금요일에 양양으로 내려와 월요일 새벽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생활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술을 마시다가도
이곳이 그리워지면 택시를 불러서라도 내려오고야 마는 자신을 보면서 귀촌 생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위한 보금자리를 다듬어 가면서 귀촌 후 사업 계획을 차근차근 구체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귀촌 1막, 깊은 산 중에 자리를 잡다 = 귀촌 후 3~4년 동안은 산 속 터전을 갈고 닦고, 장래 사업을 위해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했다. 빈집 세 채를 수리하여 거처할 곳을 마련하고 돌탑을 쌓고, 연못·나무다리를 만드는 등의 일을 모두 손수 감당했다. 펜션 운영을 위한 건물 한 동도 직접 지어 올렸다.
또 주변에는 고사리 300평, 취 300평, 엄나무 450주 등을 심었다. 치유음식의 식자재로, 방문객들에게 주는 선물용으로 미리 준비하는 의미였다. 실제 이 재료들은 현재 마을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농촌 현실에 대해 깨우치고 꿈을 정교하게 다지기 위해 부인과 함께 각종 교육을 받고 선진 사례들을 돌아보는 데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승용차가 못 들어가고 유무선 전화, 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한 깊은 산 중에 정갈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광랜을 설치하고, 버스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냈다. 이처럼 묵묵히 노력한 결과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그가 이장직을 맡을 수 있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됐다. 결국 2009년 12월, 김주성씨는 마을 총회에서 이장으로 선출됐다.
◇귀촌 2막, 이장이 되다 = 이장 권유를 받고 나서 그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마을을 깨워 아침을 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장이 되고 나서 먼저 주민들에게 마을기업 CEO로서의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마을에 필요한 사업들을 적극 유치해 하월천리를 잘사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동안 마을 행사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등에 참여도 했고, 사업정보를 알려주거나 사업계획서를 쓰는 데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지만,한계를 느꼈던 터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했기에 의견을 물었고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음으로 그는 마을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구성했다. 그 당시 마을 조직은 마을회, 노인회, 부녀회가 전부였다. 김주성씨는 마을을 위해 일할 젊은이들의 조직인 청년회와 마을 내 이견들을 조정할 원로회가 추가적으로 필요하
다고 판단했다. 청년 8명, 그리고 75세 이상 어르신들을 모아 각각 청년회, 원로회를 조직했다. 이장이 된 지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추진한 일이다.
이렇게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을 갖춘 후, 그가 가장 먼저 도전한 사업은 강원도 사업인‘새농어촌건설운동’사업이었다. 여기엔 상사업비 5억을 받게 되면 마을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종잣돈을 확보하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의 주도에 따라 주민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끝에 8개월 만에 우수마을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같은 결과는 강원도에서 12년 새농어촌건설운동 사업을 실시한 역사상 최단기 간의 일이라 한다. 선정하는 측에서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사업을 추진한 경력이 돼야 수상자 후보로 고려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3년은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주성씨가 목표한 대로 받게 된 상사업비로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거기에 농촌진흥청의 향토음식자원화사업을 유치해 탄생하게 된 것이‘농가맛집 달래촌’이다.
농촌진흥청이 지원하는 농가맛집은 전국적으로 64개, 강원도에 6개가 있지만, 달래촌의 가장 큰 차별성은 영농조합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마을 공동의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 창출을 꾀하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 있다.
각종 산나물, 능이버섯, 송이버섯 등을 활용한 약산채 밥상으로 특화한 달래촌은 김주성씨의 아내를 중심으로 예약 현황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배치돼 운영된다.
노동에 대한 대가는 시급으로 지급되고 있다. 달래촌이 행정소재지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 꾸준히 손님이 있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예약제로만 운영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자연휴양·치유마을을 향한 구상 가운데 치유음식을 담당하는 곳으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와 주민들은 전통음식, 산채, 떡 등 다양한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약산채 밥상에 걸맞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다음 사업 아이템은 달래길이었다. 사람들이 먼 곳까지 방문할 수 있는‘거리’가 마을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총 80km, 13코스를 계획하고 있는 중에 현재 32km가 조성된 상태인데, 길이 완성되는 대로 식생자원 체험, 숲 치유 등 프로그램 운영을 병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추가로 유치한 녹색농촌체험마을 사업을 통해 아토피 치유센터를 만들고, 저수지 수변 공간을 공원으로 정비하고, 귀촌마을을 조성하는 등 자연휴양·치유를 테마로 한 그의 마을에 대한 구상은 무궁무진하다.
이렇게 주민들을 설득해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주민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천(川)을 중심으로 마을이 분열되어 단결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소수 귀농·귀촌인들과 원주민들 간에도 갈등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주성씨는 새농어촌건설운동을 계기로 사람들을 마을회관으로 자주 모이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단순히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교육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하루에 2~3개씩 교육이 진행되는 일도 있었다. 틈나는 대로 마을 사업에 대해 주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설득하기도 했다. 자주 만나서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내야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그의 지론대로 실천한 것이다.
또한 원로회장님을 비롯한 어르신들이 생일을 맞으면 아내가 떡케익을 만들어 생일잔치를 해드리는 식으로, 기회가 될 때 감동을 주고자 했다. 이렇게 70~80년 사신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고자 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용한 마을에서 공연한 일을 벌인다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고비마다 눈에 보이는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지해 주는 주민들이 늘어갔다.
◇대한민국의 농촌을 바꿔보자 = 하월천리의 브랜드 ‘달래’는 월천(月川)을 한글로 푼 것이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마을, 즉 치유하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마을이 가지고 있는 대표 자원인 산림 자원을 이용해 자연휴양·치유마을을 조성함으로써 마을의 소득원을 창출해 궁극적으로 자녀들이 돌아오고,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전문인들이 들어오는 농촌마을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의 꿈은 이렇게 마을에 머물러 있지 않고 강원도, 대한민국 농촌으로 향해 있다. 이를 위해 30여명의 마을 리더들로 구성된‘비전 양양 21 핵심리더’모임에 참여하면서 선진사례를 꾸준히 학습·토론하고 있으며, SNS 매체인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하여 전국에 있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면서 마을을 적극 알리고 있다. 아울러 마을의 미래를 위해 청년들과 일을 함께 해나가고, 마을에 필요한 외부의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마을 사업에 뛰어든 이후로는 펜션 운영도 접고, 부부가 모두 마을 일을 돌보느라 집을 돌볼 겨를이 없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품었던 꿈을 마을 전체를 통해 실현시키는 일에 몰두에 있는 그에게서는 개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에게 더 이상 귀촌인이란 지칭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가 도시에서 살았음을 인지하게 하는 것은 돋보이는 경영 감각과 다방면의 인적 네트워크 뿐, 그는 달래촌 하월천리에 열렬한 애정을 품은, 정신적인 토박이였다.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김주성씨가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조언으로 첫 번째 꼽은 것은, ‘자신을 낮춰야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어떤 화려한 생활을 했든 농촌에 오면 그 문화에 적응해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농촌에 와 처음부터 서두르기보다는 최소 2~3년 마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유 전통이 뭔지 보고, 느끼고, 많이 생각하다가 서서히 관계를 맺고 소통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처음 3년은 땅 사고 집 짓고 하면서 금세 세월을 보내지만, 이후 여유를 가지면서 오히려 갈등과 불화를 만들어 이웃과 벽을 세우거나 마을을 떠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두 번째로 그는 귀촌하기 전에 1년 정도 시골살이를 체험해볼 것을 권했다. 직접 부딪히면서 실제 살 수 있겠는지 저울질도 해보고 차근차근 준비해가면서, 어느 정도 자생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 땅을 사고 집을 짓는 수순을 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귀촌지를 선택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것처럼 신중하게 고르고 정성스럽게 구애해야 한다고도 했다. 지자체의 지원 내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을 경계하는 조언일 터이다. 그가 발을 내딛은 그 길이 아직 끝을 알 수 없는 도정이지만, 손님과 같이 잠시 머물다가는 귀촌인이기보다, 농촌의 주인으로서 다른 귀농·귀촌인들이 와서 행복할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초석을 놓는 일에 뜻을 품은, 그런 귀촌인들이 농촌에 참 소중한 존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