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50년 뒤엔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크 코리아’ 현실화 우려
IMF는 지난달 발표한 ‘2023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고령화가 한국의 공공 부채(public debt)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207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이 20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은 50% 수준이다.
IMF의 예상은 향후 50년 이상 연금 정책에 변화가 없고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IMF가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고령화다. 1990년 8명이었던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2050년 8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100명당 80명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단 의미로, 노년부양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지는 만큼 연금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IMF는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높아졌다가, 이후로는 2.1~2.3% 범위에서 소폭 등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도별로 보면 오는 2025년 2.3%를 기록했다가, 2026년과 2027년 각 2.2%, 2028년에는 2.1%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올해와 내년 전망치에는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의 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2%대 초반의 성장세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다. 동시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안팎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2.1%, 내년과 2025년 2.2%, 2026~2028년 2.1%로 각각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이처럼 저성장과 재정 악화로 ‘피크 코리아’(Peak Korea) 전망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글로벌 경제에서 피크 코리아라는 말이 돌고 있다”며 “일본이 성장률 0에서 2%대에 머무는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듯 한국도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일만 남아 기나긴 저성장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을 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금·노동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연금‧노동 개혁 없이는 '피크 코리아'라는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헤럴드 핑거 IMF 미션 단장은 “장기적인 성장을 촉진하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 개혁이 중요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63세이며, 5년마다 한 살씩 높아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올라간다.
IMF는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연금 기여율 상향과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 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현재 42.5%) 하향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낮은 소득대체율의 경우 급여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득 하위 70% 고령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인상과 같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 등과의 통합 방안도 제시했다. 별도의 연금 제도 운영이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고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떨어뜨리며 행정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게 IMF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IMF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 확충과 지출 합리화 방안도 제안했다. 소득 공제 축소, 산업·중소기업에 대한 조세 지출 효율화, 부가가치세 면제 합리화, 부가세 인상 등이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고령자에게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0%나 낮다고 합니다.
29일 일본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고령자 1만 명이 넘는 조사에서, 개를 기르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리스크가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東京都健康長寿医療センター)는 65~84세 1만1,194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펼쳤습니다. 대상자 중 2016년부터 2020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 비율을 조사한 것입니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발병 리스크를 ‘확률비’로 산정하면,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은 사람을 1이라고 했을 때, 개를 기르는 이는 0.6, 고양이 기르는 이는 0.98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개 사육자의 발병 리스크가 40% 낮아진 반면, 고양이 사육자는 거의 변함이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산책 등 개와 함께 하는 활동이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타니구치 유 연구원의 말입니다. “개를 돌보는 일상적인 운동습관이나 사회참여 기회 유지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춥니다.”
미간에 힘을 주고, 목을 긁는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원조 록스타’ 김정민(55)의 창법이다. 유머러스하게 따라 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가수로서 가창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좋겠죠. 그런데 색깔 있는 사람도 오래 기억된다고 생각합니다. 독특함으로 오랜 시간 생존한 것 같아요.”
“저 옛날 사람 맞는걸요. 하하하.” 어느덧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 1995년 ‘슬픈 언약식’이라는 불후의 명곡을 남긴 김정민은 ‘옛날 사람’이라는 표현을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2021년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MSG워너비’ 활동 당시 그는 ‘옛날 사람’으로 불리는 동시에 많은 20·30의 MZ세대 팬을 얻었다. 김정민은 젊은 팬들이 자신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바라본다고 느낀다.
“제 노래가 요즘 스타일과는 다르니까 옛날 스타일일 수 있죠. 젊은 팬들이 클래식함, 독특함으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또 과거 노래 가사는 지금과 달리 극단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당시 홍콩 누아르 영화를 봐도 마지막에 주인공은 상대를 구해놓고 죽는 경우가 많았죠. 개인적으로 저는 그 시절의 감성을 좋아하는데, 젊은 팬들도 그런 것 같아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번 노래 들어보니까 좋다’면서 저의 다른 노래들도 찾아 들어주시더라고요.”
그렇다고 과거 감성에 취해 있고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다. 요즘 스타일은 수용하면서 자신의 독특함을 지켜나가고 있다. 무엇이 됐든 오랜 세월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숨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제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는 아니에요. 그냥 음색이 독특한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게 많아서 지금도 노래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성대도 나이가 들면 늙고 목소리가 변화하기 때문에 매일 노래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운전할 때 차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합니다. 나만의 공간이니까 내가 뭘 하더라도 아무런 제약이 없죠. 지방에 일이 있어 두 시간 운전해야 한다고 하면, 두 시간 내내 MR을 틀어놓고 노래 연습을 하는 거죠.”
팬과 함께한 ‘영원’
김정민은 11월 17일 고(故) 최진영의 ‘영원’(1999년)을 리메이크한 곡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원곡의 감성에 김정민의 색깔을 입혀 색다른 곡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김정민과 ‘영원’은 인연이 깊다. 원래 이 곡은 김정민에게 갈 예정이었는데, 데모를 들은 최진영이 너무 마음에 들어해 그의 노래가 됐다. 그리고 ‘영원’은 리메이크되어 24년 만에 세상 밖에 다시 나왔다.
“(최)진영 씨와 같은 사무실에 있었어요. 술도 자주 마셨고 여행도 다닐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어요. 진영 씨가 하늘나라로 간 뒤로는 그 충격에 ‘영원’을 못 부르겠더라고요. 한 10년이 지나니까 감정이 조금 무뎌졌는지 부를 수 있었죠. MSG워너비 하면서 블라인드 오디션 때도 ‘영원’을 불렀는데, 음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이번에 용기 내서 진영 씨를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리메이크곡을 내게 된 거예요. 원곡의 완성도가 워낙 높아서 어설플까 봐 고민이 깊었어요. 편곡도 10번 이상 갈아엎었고, 준비하는 데만 1년이 걸렸습니다.”
‘잘해도 본전’이라고 생각했지만 김정민이 ‘영원’ 발매를 용기 내 강행한 데는 이유가 있다. 팬들과 함께 작업했기 때문이다. 기념 영상의 감독, 촬영, 편집 모두 팬이 맡았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정도니, 김정민의 ‘팬 사랑’은 말 다 했다. 연예계에서도 익히 유명하다. 추억을 공유하며 나이를 먹어가는 동반자인 팬들에게 그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중·고등학생 팬들이 저를 보겠다고 방송국 앞에서 늦게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밥은 먹었나’, ‘집은 잘 들어갔나’ 걱정이 됐죠. 한번은 추운 겨울날에도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20명에게 짜장면을 사준 적이 있어요. 그랬던 친구들인데, 이제는 자녀들이 성인이 됐죠. 이제 팬들과 여동생, 남동생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서 좋아요. 팬은 ‘또 다른 김정민’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저를 만들어줬고 지켜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들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기러기 아빠의 부성애
그는 최근 친구에게 “정민아,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생각하게 되기에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다고 한다. 김정민은 ‘아직은 죽을 수 없다’는 답을 했다. 일본 아이돌 출신 타니 루미코와 2006년 결혼해, 슬하에 세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아빠로서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친구한테 그 질문을 듣고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막내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막내가 성인이 되어 뭘 하는지는 보고 죽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막내가 결혼하는 모습까지 보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의 부성애는 실로 대단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세 아들에 관한 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버킷리스트를 물었을 때도 “아이들이 운동을 계속해서 어느 팀의 선수가 된다면, 그 팀의 응원가를 헌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아빠로서 재능기부인 셈이다. 아이들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김정민은 최근 ‘기러기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큰아들은 광주FC U18 소속으로 축구를 하고 있어서 광주에 있고요. 둘째 아들, 셋째 아들은 엄마와 함께 일본으로 갔습니다. 둘째는 축구를 하다가 쉬고 있고, 셋째는 일본에서 축구를 시작했어요. 기러기 아빠를 제 인생에서 그려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두 달밖에 안 됐는데도 쉽지 않다고 느껴요. 아내와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된 후, 홀로 살고 계신 어머님을 더욱 자주 찾아뵙는다고 한다. 일주일에 2~3번은 방문한다는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도 물론 보고 싶어 하지만, 사실 아들이나 딸을 보고 싶어 하는 거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께 이에 대해 여쭤보니 ‘네 아들은 삼 형제지만, 내 아들은 너잖니’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되게 뭉클했고, 그 이후 자주 찾아뵈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자신감 충만한 중년의 내일
김정민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면 세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반면 50대 중반의 그는 연예계 대표 동안 스타답게 방부제 미모를 과시한다. 이런 반응에 김정민은 “사실 주름도 늘어나고 많이 늙었다”면서도 “젊은 시절의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관리 비결을 밝혔다. 그만의 철칙은 ‘플러스 마이너스 3kg 넘지 않기’다.
“10kg 이상 갑자기 확 쪘다고 생각해보세요. 살을 빼도 피부가 늘어나니까 성형외과에 가야 할 테고, 돈이 더 들죠. 평소 ‘3kg 관리’를 습관화하면 돈도 안 들고 건강도 유지하고, 좋은 점이 많습니다. 저는 매일 운동을 병행해요. 오늘 아침에도 실내 자전거 40분 타고 왔습니다. 제가 하도 많이 타서 저희 집 실내 자전거는 한 다섯 번은 바꾼 것 같아요. 하하.”
이처럼 건강관리가 최고의 노후 준비라고 생각한다. 특히 막내가 대학교 갈 때까지 10년 정도 남았다면서 그때까지는 건강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이 건강해야 일하고 자산도 축적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노후에는 한 번쯤 일본 시골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사실 제가 서울 마포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이들이 제가 졸업한 학교에 다니기도 했고, 벌써 반백 년을 살았네요. 나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거기가 시골이라서 공기도 좋은데, 없는 게 없더라고요. 아이들은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대형 쇼핑센터도 인근에 있어요.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거기서 지낼 거라고 해야지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 됐네요.”
김정민은 중년이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가창 실력이 늘어서도, 외모가 멋있어져서도 아니다. 스스로 마음이 충만해지고 내실을 갖췄다고 느낀다. 그가 지금껏 쏟아부은 노력과 부단한 채찍질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는 나름 신조어 같은 것이 있어요. 바로 ‘오늘 하루도 나나 잘하자!’입니다. 톱니바퀴를 보면 한쪽이 돌아가면 반대쪽 바퀴도 돌아가잖아요. 그것처럼 다른 사람을 비방하지 않고 남 탓하지 않으면서 내가 할 일을 잘하면, 이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했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매일 그 말을 다짐처럼 했죠. 그랬더니 다른 배우들도 공연할 때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연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기억에 계속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나의 작은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환갑이 지났는데도 귀에 거슬리는 게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네요, 허 참. 나와 생각이 달라도 그렇고, 옷차림도 말투도 여전히 거슬리는 것투성입니다. 공자님은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러 간 철남 씨가 주문한 순댓국이 나오기 전에 툭 내뱉습니다.
공자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산전수전 다 겪고 70세가 넘은 공자(孔子)가 자신의 삶을 회고합니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스스로 섰고(三十而立), 40세에 미혹되지 않았으며(四十而不惑), 50세에 천명을 알았고(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귀가 순해졌고(六十而耳順), 70세에는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
나이가 육십갑자(六十甲子) 한 바퀴 돌면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 될까요? 공자 나이 60세가 되어 천지 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게 된 데서 나온 말이 ‘이순’이라고 합니다.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고, 남이 하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인다고도 해석되는 ‘이순’. 필자도 앞으로 4년이 지나면 예순이 될 텐데 ‘이순’ 경지에는 감히 이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디쯤 속하는지 떠올리면서 같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열다섯에 왜 공부해야 하는지 도통 몰랐고, 서른에 등 떠밀리듯 결혼했고, 마흔에는 유혹에 빠져 미친 듯이 방황했고, 쉰에 겨우 정신 차릴 즈음 가족이 흩어졌고, 육십엔 여차하면 시비에 휘말리는 꼰대가 되더니, 이제 칠십 바라보며 노망날까 두렵기 짝이 없네요.”
그날 저녁 자리에 함께 있던 순욱 씨가 갑자기 한숨을 푹 내쉽니다.
60·70·80대 1000만 시대
올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950만 명(전체 인구의 18.4%, 통계청 발표)에 이르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환갑을 넘어 칠순, 팔순, 구순에 이르는 인구가 불과 2년 뒤엔 1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귀도 순해져야 하고(60, 耳順), 하고픈 대로 해도 민폐가 되지 않아야 하고(70, 從心), 정말 나이별로 숙제가 태산입니다.
반면 유엔(UN)은 2015년에 이미 체질과 평균수명, 사회적 역할과 역량의 변화를 고려해 인간 생애주기에 따른 새로운 연령 기준을 정의했습니다. 태어나서 17세까지가 ‘미성년’(Underage), 18~65세 장장 50년 가까이 ‘청년’(Youth or Young People), 66~79세가 ‘중년’(Middle Aged)이랍니다. 80세 넘어서야 겨우 ‘노인’(Elderly or Senior) 축에 들고, 100세를 넘겨야 ‘장수 노인’(Long-lived Elderly) 대접을 받습니다.
8년 전에 나온 새로운 연령 기준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웃고 말았습니다. 당시 필자는 40대였기 때문에 5060 세대랑 한 집단으로 묶이는 게 매우 불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세월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였으니까요. 2023년 만으로 쉰다섯 살 먹은 필자는 이제야 유엔이 정한 나이 기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백세시대, 환갑에 다시 시작하는 청춘
유엔 연령 기준대로 생생히 살아내신 분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1920년 4월 23일생으로 현재 103세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입니다. 지팡이 없이 꼿꼿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청중을 만나는 김 교수는 책과 강연,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에서 75세까지이고,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65세에 정년 퇴임한 뒤 할 일이 더 많았다는 그.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내기 시작했고, 이후 정부기관, 기업체,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대학에서 강의할 때보다 훨씬 많이 강연을 했다고 합니다.
“전 누굴 만나든지 90세 전엔 늙지 마라, 늙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30, 60, 90세까지 세 단계를 살게 됐으니까요.”
30세까지는 내가 나를 키워가는 단계이고, 65세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단계이며, 90세까지는 그동안 받은 것을 나누며 사회를 위해 일하는 단계라고 구분합니다.
김 교수는 60세쯤 되니까 조금 철이 드는 것 같고, 75세쯤까지는 성장을 하는 것 같다며, 76세 즈음에 제일 좋은 책들이 나왔다고 자평합니다. 그는 99세가 되어서야 일간지 두 곳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연간 100회 넘는 강연과 글쓰기로 일상을 보내는 그는 늙지 않는 정신력으로 신체와 균형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95세쯤 되니 정신력이 쇠락한 신체를 업고 가더라며, 50대가 되면 기억력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창조하는 능력인 사고력은 오히려 그때부터 올라간다며 우리를 안심시킵니다.
나이에 주눅 들지 않기
그렇다면 필자처럼 코앞에 닥친 예순, 이순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103세 김형석 교수가 60대에게 준 말씀을 다시 새깁니다. “인생에서 열매를 맺은 기간은 60대였던 것 같다. 그래서 60대엔 제2의 출발을 해야 한다. 독서로 대변되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놀지 말고 일하라. 과거에 못 했던 취미 활동도 시작하라.”
올해 구순인 필자의 시어머니, 87세 친정아버지, 82세 친정어머니 세 분 모두 60대에도 현역이었고, 지금도 일터에서, 밭에서 일손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친정어머니 김초자 여사는 최고령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1020 손주 세대와 얘기하는 게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오늘 점심에 전화했더니 어제 노인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부석사로 졸업여행 중이라고 자랑하시네요. 친정아버지 박성옥 선생은 젊어서부터 보던 ‘명심보감’(明心寶鑑)이며 일본어 교과서를 몇 번이고 필사하며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엄살을 부리십니다. 겉절이 담근 이야기를 하다 어떤 낱말이 맴돌기만 하고 퍼뜩 떠올리지 못하는 제게 ‘우거지 아니냐’며 보란 듯이 건재함을 증명해내시는 분이 바로 시어머니 조진실 여사입니다.
귀가 순해지기 위한 방법을 한참 궁리하던 차에 김형석 교수부터 필자의 양쪽 부모님까지 이야기하다 보니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총명’(聰明)이 그것입니다. 귀 밝을 총(聰)과 눈 밝을 명(明)이 합쳐진 총명은 남의 소리를 잘 듣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 남의 입장과 처지도 밝게 살피는 지혜를 뜻합니다. 때로는 같이 사는 강아지나 길에서 만난 고양이, 시들어 말라가는 관음죽이 내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것이 총명입니다. 비단 밖의 소리뿐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줄 줄 알아야 총명과 이순이라는 경지를 맞이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물어볼 줄 아는 마음 : 공자의 구슬
공자가 진(陳)나라를 지나갈 때 어떤 사람한테 귀한 구슬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하나뿐인 구멍에 실을 꿰려는데 구슬 구멍이 아홉 구비나 구부러져 있어 아무리 해도 꿰어지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공자는 마침 뽕잎을 따고 있는 아낙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낙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꿀을 이용하면 가능할 것이니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공자는 시키는 대로 곰곰이 생각하다 그 말뜻을 깨닫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러고는 개미 한 마리를 붙잡아 허리에 실을 잡아맨 다음 개미를 구슬 한쪽 구멍으로 밀어 넣고 다른 편 구멍에는 꿀을 발라놓고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꿀 냄새를 좇아 반대편 구멍으로 나온 개미 덕분에 실을 꿰는 데 성공했다는 이 고사는 ‘공자천주’(孔子穿珠)라고 합니다. 송(宋)나라의 목암선경(睦菴善卿)이란 선사(禪師)가 편찬한 ‘조정사원’(朝廷事苑)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것을 묻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자님 일화로 가르쳐줍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신분이 높든 낮든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든 묻고 스승으로 삼으려는 공자의 마음을 우리도 배운다면, 나이 먹는 두려움과 서러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위로해봅니다.
청춘 제대로 즐기는 법 : 여여여 인생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나이에 구애됨 없이 멋지게 청춘을 즐기려면 여백과 여유, 여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백(餘白) - 글씨나 그림이 꽉 들어차면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히고 답답해집니다. 빈자리나 행간이 적당히 있어야 숨통이 트이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 말만, 그것도 일제강점기부터 피난 시절까지 고생한 얘기 수백 번 한다고 알아주는 자식 드뭅니다. 대화에도 여백을 주어야 쌍방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여유(餘裕) -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입니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실수를 줄여서 시간을 벌 때가 많습니다. 나이 들수록 조급증이 생겨서 젊은이들이 늦다고 재촉하고, 더디다고 성화를 낼 게 아니라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를 부려봅시다.
▶여지(餘地) - 평소에 “난 한번 한다고 하면 여지없이 확실한 사람이야”라고 자부하다가 큰코다친 경험이 있다면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말의 틈이나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고 상대방을 가차 없이 몰아세우지 않았는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지가 있어야 그 사이로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오르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서로가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남이 하는 말이나 내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귀도 순해지고, 우리 삶이 순풍에 돛 단 듯 멋진 항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환갑 만세! 청춘 만만세!
대한항공이 일본 고마쓰와 아오모리 정기편 운항을 재개한다. 이번 복항으로 대한항공의 일본행 하늘길을 모두 되살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
대한항공 인천~고마쓰 노선은 올해 12월 28일부터 운항을 재개한다. 가는 편은 오전 7시 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9시 20분 고마쓰 공항에 도착한다. 오는 편은 현지에서 오전 11시 15분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1시 2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대한항공 인천~아오모리 노선은 내년 1월 20일부터 운항을 재개한다. 가는 편은 오전 10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12시 50분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한다. 오는 편은 현지에서 오후 1시 55분에 출발해 같은 날 오후 4시 5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인천~고마쓰, 인천~아오모리 노선은 각각 화·목·토 주3회 운항한다.
고마쓰 공항은 일본에서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히는 이시카와현에 위치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며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고, 겨울에는 많은 눈이 내려 스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7세기부터 이어온 도자기·칠기 기술 등 일본 전통 수공예 중심지로도 알려졌다. 고마쓰 공항은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산악관광루트 ‘알펜루트’에 보다 가깝게 접근 가능한 경로다.
아오모리는 ‘숨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일본 소도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시라카미 산지와 산리쿠 후코 국립공원에서 대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성에서 열리는 설등 축제와 자연에 둘러싸여 온천욕도 즐기기 좋다.
이번 복항으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취항했던 일본 12개 노선(인천발 기준)을 모두 회복한다. 일본 도쿄/나리타·하네다, 오사카/간사이,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니가타, 오카야마, 가고시마, 오키나와, 고마쓰, 아오모리 왕복편 노선을 운영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한 데 이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며 일본행 노선 탑승률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늘어나는 여행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여객 서비스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개방감이 느껴지는 지상 1층, 지하 1층의 목조 건물. 일본 지바현 야치요시에 있는 시니어 데이케어센터 ‘52 사이의 툇마루(52間の縁側)’입니다. 이 요양 기관이 ‘2023 굿 디자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재단법인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는 올해의 굿 디자인 대상을 발표했습니다. 굿 디자인 상은 지난 4월 모집을 시작해 5,447건이 심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상은 2차에 걸친 심사 끝에 총 1,548건이 받았습니다. 그중 최고의 상은 ‘52 사이의 툇마루’에 돌아갔습니다. 최종 다섯 후보 중 최다 득표(3,996)를 해 가장 훌륭한 디자인으로 꼽힌 것입니다.
야마자키 켄타로가 설계한 ‘52 사이의 툇마루’는 기존 요양기관과 달리 개방감을 자랑합니다. 설계부터 ‘공생’을 디자인 포인트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데이케어센터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된 곳이 많습니다. 위치도 거리에서 꽤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52 사이의 툇마루’는 다릅니다. 이 접근성 덕에 어린이를 비롯한 지역 주민 누구라도 부담 없이 들르는 지역의 복지 거점이 됐다고 합니다.
심사위원은 “제도적으론 데이케어 시설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환영하는 상황이 무엇보다 훌륭하다”면서 “노인도 언제나 도움받는 게 아니라, 아이를 지켜보기도 하고, 아이도 어른을 돕기도 하는 등 예전에는 당연했을 풍경이 일상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슈퍼 마리오,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스플래툰, 피크민. 들어보셨나요? 일본 유명 게임 기업 닌텐도의 유명 게임입니다. 국내에서도 워낙 인기가 많아 지난달 말 문을 연 ‘닌텐도 팝업 스토어 인 서울’은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닌텐도 게임을 고령자가 즐기고 있습니다. 닌텐도가 고령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각켄 홀딩스 그룹 회사인 각켄 코코팬와 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닌텐도는 각켄 코코팬이 운영하고 있는 고령자용 주택 200곳에 주력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와 소프트를 무상으로 제공합니다. 적당한 운동과 뇌 기능 활성화로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실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닌텐도 게임을 즐긴 고령자들은 “즐거웠다”, “더 하고 싶었다”, “향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큰 화면으로 가족과 하고 싶다”,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등 호평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번에 제공하는 게임은 ‘마리오 카트’, ‘닌텐도 스위치 스포츠’, ‘뇌 트레이닝’ 총 세 가지입니다. 닌텐도 홍보팀은 “적당히 머리나 몸을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을 택했다”고 전했습니다. 향후 게임 효과는 이마나카 유이치 교토대 교수가 검증할 예정입니다.
곧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UN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화 국가로 접어든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백세 시대를 모두가 평온하게 누리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0대 후반부터 명예퇴직을 걱정해야 하고, 60대부터는 정년퇴임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의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인데, 평생 인생에서 진정한 은퇴가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은퇴 후의 삶은 아름다운가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노후연금이 입금되는 날이 대목이어서 이에 맞춘 연금 비즈니스가 활황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안정된 연금으로 평온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까.
한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쉰다는 것은 일부 부유한 고령자에 한정된 이야기다. 설상가상 대부분의 고용조건은 고령자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젊고 쌩쌩한 사람보다 느리고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고용조건은 고령자를 정당하게 대우하기보다는 ‘집에서 노느니 이런 거라도 하셔야죠’라는 식으로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야말로 ‘어차피 돈 못 버는 은퇴 상황이니 적은 돈이라도 악조건에 벌어라’는 식이다.
직장이라는 안정된 울타리에서 벗어난 것도 서러운데 허허벌판에서 나 홀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두려움, 나보다 어린 사람과 근무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당혹스러움,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속편하게 공공근로를 하는 게 차라리 나을까, 그나마 일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조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할까 하는 어수선한 마음도 모두 개인의 부담이다. 과연 이게 맞는가.
고령자 채용 생태계
일본 제일의 고령자 채용 기업 가토제작소(기후현)는 2000년 초부터 적극적으로 고령자를 채용해왔다. 주말 한정 채용이긴 했지만 단지 고용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기업에도 채용 노하우를 공유하며 고령자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령자가 1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회사 대표가 마침 주말에도 가동하는 공장에 필요한 고령자들을 채용했다. 지원자는 100명이었고 그중에 15명을 채용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가토제작소의 성공적인 고령자 고용 사례를 보고 지역의 기업들도 앞다퉈 고령자를 채용하고 있다. 연금으로 파친코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인구 대비 파친코 매장 수가 일본 최고 수준이었던 지역인데, 고령자 채용으로 의료비 지출까지 줄어든 지역으로 환골탈태했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에 소개된 도쿠시마현 가미가쓰에서는 할머니들이 요리에 쓰이는 잎을 가공하는 사업으로 연 수입 1억 원을 벌기도 한다. 단지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지역 성공 사례를 보고 이주도 증가했으며, 노인들이 일하다 보니 건강해져서 지역 공공의료원이 필요 없어질 정도의 놀라운 효과까지 나타났다.
슈퍼 에이지, 액티브 시니어
‘더 슈퍼 에이지’ 창립자이자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저자 브래들리 셔먼은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부정한다. 고령자가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되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고 주장한다. 은퇴는 서구의 연금제도 때문에 형성된 개념으로,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왔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서 셔먼이 말하는 슈퍼 에이지는 65세 이상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인도,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는 50~74세 인구가 소비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취업률은 34.95%로 OECD 1위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령자 고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 수준과 일자리의 질을 보면 별로 행복한 수준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고령자를 사회의 짐으로 여기고 있고, 노인이라는 무기력한 말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연금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수혜자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울하고 가혹한 시나리오다.
이제는 은퇴, 노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능동적인 용어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통한 계속고용 안정화 및 복지 프레임을 벗어난 고령인구 정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동 공유(Work Sharing), 손자양육 휴가 등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부양 대상이나 일방적으로 대접만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정당하게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바다와 산에서도 고기가 나온다. 고기의 쫄깃탱글한 식감을 연상케 하는 대하와 표고버섯이다.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축제가 열릴 정도로 대하는 가을 대표 별미다. 표고버섯은 사시사철 나지만, 건조한 가을에 낮은 기온에서 재배된 것이 가장 맛있다. 두 재료로 가을을 즐겨보자.
◇가을 대하찜(4인 기준)
재료 대하 800g, 오이 1/2개, 당근 1/3개, 홍고추·청양고추 1개씩, 달걀 2개, 소금·후추 약간씩
1. 대하의 머리와 꼬리를 제외하고 껍데기를 제거한 뒤 등 쪽에 칼집을 내어 내장을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씻어 소금·후추로 밑간한다.
2. 오이·당근· 고추는 얇게 채 썰어 볶는다. 달걀노른자로 지단을 부쳐 채 썬다. 이때 소금으로 간을 한다.
3. 대하를 찜기에 넣고 센 불로 3분, 약불로 3분을 찐다. 불을 끄고 1분 뒤 그릇에 담고 볶은 채소를 대하 위에 얹는다.
◇표고버섯전(4인 기준)
재료 표고버섯 4개, 부추·쪽파 6줄씩, 양파 1/3개, 두부 1/3모, 달걀 2개, 부침가루 6큰술, 간 돼지고기 600g, 후추·소금 1작은술씩, 참깨 1큰술, 참기름 2큰술, 식용유 적당량
1. 표고버섯 밑동을 제거하고 표면에 칼집을 낸다.
2. 잘게 다진 쪽파·부추· 양파, 물기를 빼고 으깬 두부, 달걀노른자, 부침가루 3큰술, 간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버무린 뒤 후추·소금·참깨·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3. 표고버섯 뒷면에 앞서 만든 소를 적당량 넣는다. 남은 소는 동그랑땡으로 만든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침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약불에 타지 않게 굽는다. 표고버섯 소를 더 익히고 싶으면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준다.
◇대하찜과 표고버섯전에 어울리는 반찬 머위장아찌와 오이초무침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준구 오너셰프
미국 LA 유학 시절 요리를 시작했고, 알래스카에서 일본인 스승을 만나 스시에 눈을 떴다. 귀국 후 한식에 빠져 '연남동 이파리'와 '규자카야 모토'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뒤 '마곡동 이파리'를 운영 중이다.
시니어가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직접 살아본 후에는 어떤 부분에 만족감을 느낄까. 이러한 궁금증을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에 거주하는 이용승·민신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봤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이용승(81)·민신자(80) 부부는 지난 2월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이하 분당타워)에 입주했다. 함께 산 시간이 반백 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그들은 애정이 넘쳐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손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헤어질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행복하게 잘 살아왔어요.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한 사람이 먼저 떠날 테고, 그러면 남은 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된 거죠. 그래서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실버타운을 생각하게됐습니다. 준비부터 입주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실버타운 살았더니 회춘
이용승·민신자 부부는 실버타운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를 통해 ‘실버타운’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 거주하던 부부는 그때부터 서울·경기 지역의 실버타운을 가능한 한 많이 다녀보면서 공부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분당타워다.
“실버타운에 입주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집을 팔고 전세로 살았어요. 그리고 입주 신청을 한 실버타운 네 군데에서 연락 오기만 기다렸죠. 만약 연락이 오지 않으면 전셋집을 2년 더 연장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분당타워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온 거죠. 분당타워에서 연락이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입주 전부터 생각한 분당타워의 장점은 자연환경이 좋고, 분당서울대병원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희 경제 수준과 제일 잘 맞는 곳이기도 했고요. 직접 살아본 후 느낀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사실 이용승 씨는 실버타운 입주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를 민신자 씨가 열심히 설득했다. 자식들의 반응도 달랐다. 딸은 부모의 뜻을 바로 존중해줬지만, 아들은 계속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모가 실버타운에서 만족스런 삶을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단다.
“실버타운에서 살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그냥 아파트에서 사시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우리 부부가 외부와 단절될 것 같고, 적응을 못 할까봐 걱정이 됐나 봐요. 그러다가 추석 때 아들이 왔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마음이 좀 달라진 것 같았어요. 여기 직원분이 추석 연휴 전에 가족이 몇 명 방문하는지 조사했어요. 그리고 명절 당일 혼자 계신 분들은 먼저 식사하도록 했고, 가족이 오는 분들은 인원수에 맞게 자리를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해놨더라고요. 가족이 10명 정도 온 팀도 있었죠. 그걸 보면서 아들이 느낀 바가 많아 보였어요.”
부부가 실버타운에 거주하면서 가장 만족한 부분은 건강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민신자 씨는 남편의 머리를 만지면서 “이것 봐, 이렇게 머리카락이 났다니까”라고 장난스레 말하다가 이내 눈물을 터뜨렸다. 남편 이용승 씨는 남들에게 허락된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터였다.
40대 때 간경화가 발병한 이용승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그는 “그때는 체중이 43kg까지 내려갔다. 지금은 60kg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나이에 퇴직한 이용승 씨는 취미를 살려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민신자 씨는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했는데, 3년 전부터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이는 부부가 실버타운에 입주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남편이 아프면서 건강관리의 첫 단계인 식사가 중요해졌어요.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제가 아프면서는 식사 준비가 힘들어진 거죠. 남편이 밥을 하고, 반찬은 아들이 온라인에서 주문해주는 걸로 먹었어요. 아무래도 건강한 식사는 힘들었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제가 실버타운에 가자고 한 거예요. 실제로 여기 와서 영양 잡힌 맛있는 식사를 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건강을 되찾았답니다. 남편은 살도 찌고 머리카락도 나고요. 저도 친구들이 얼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파트+노인복지관 장점 모여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식사뿐 아니라 취미·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이용승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외출한다. 거주지였던 죽전에서 수영을 10년간 배워온 그는 현재도 그곳을 찾는다. “수영도 하고, 사람들과 저녁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용승 씨는 외부 활동을 이어서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심에 있는 실버타운의 장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민신자 씨는 실버타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라인댄스, 오카리나, 일본어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공동체 활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기독교 자조 모임 활동을 한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함께 입주한 동기들이다.
“여기 사시는 분들이 350명 정도 된다고 해요. 만약 여기에서 트러블이 생기면 오래 살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같은 시기에 들어온 입주 동기생들과 친해졌어요. 부부 네 팀, 총 8명인데 그분들과 가끔 외식도 하고 산책도 나가요. 비슷한 삶을 살면서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용승·민신자 씨는 요즘 ‘실버타운 예찬론자’로 활약하고 있다.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노년의 시기를 보낼 수 있는 곳. 부부가 직접 살아보고 느낀 실버타운의 장점이다. 더불어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기이기에 양질의 실버타운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같은 부부에게도 물론 좋지만, 혼자 사시는 분들에게 실버타운은 천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실버타운을 ‘아파트 플러스 노인복지관’이라고 정의합니다. 이곳에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처럼 독립된 공간이 있고, 수영장・헬스장 등 복지관의 시설이 다 있어요. 집 안에서 복지관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실버타운에 들어오고 싶어도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못 오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국가에서 노인을 위한 시설, 복지주택이 늘어날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