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이제 50대는 청년과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은 그 이름대로 서울 시민 50세부터 64세까지인 50플러스 세대의 삶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이다. 2016년에 설립된 이후 재취업, 일자리, 교육, 정책 개발 등의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50플러스재단은 지난해 10월 김영대 전 국회의원을 대표이사로 임명해 향후 3년 동안의 사업 전개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최대 화두가 된 시대, 김영대 대표이사를 만나 50플러스 세대의 일과 삶에 대한 대안을 들어봤다.
새해 이슈는 일자리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그 조짐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등 단순 서비스직 업계에서는 사람을 쓰지 않는 대신 자동화 설비, 로봇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니어가 은퇴 후 직업으로 많이 선택하는 택시 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카풀 논란 또한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미래의 택시 산업과 연결되는 사전적 갈등이다. 이처럼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들면서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리라는 점은 자명하다. 50플러스 세대는 노인 세대도 청년 세대도 아니어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모든 50플러스 세대가 생산적이고 준비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각 방면에서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사실 생계형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곳은 이미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죠. 그래서 재단은 인생 후반 새로운 일의 유형으로 ‘사회공헌일자리’를 발굴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보통 ‘앙코르커리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지속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개인적 보람, 사회적 가치 모두를 만족하는 활동, 일거리, 일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일자리 해법
시니어에게 일자리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수명이 늘어나고 부양 의무가 계속되면서 현역으로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정무적 책임을 갖고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도 50플러스재단을 발족해 시대적 화두에 동참했고, 최근 김영대 대표이사가 임명되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으로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중소기업 CEO 등의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남북경제협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임명에서부터 50플러스재단의 방향성에 대한 큰 그림이 느껴졌다.
“재취업, 일자리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십니다. 이제는 많은 분이 칠십까지 노동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되는데, 그중에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런 부분에 우리가 좀 더 노력해서 저소득, 취약 계층의 50플러스 세대를 케어하는 노력을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50플러스재단이 시니어 취약 계층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빈곤율은 OECD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에 달한다.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빨라서, 높은 노인 빈곤율과 고령화의 쌍끌이 현상은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더 가중시키는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시니어의 일자리 확보가 본인 스스로에게나 사회적으로나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로운 틈새시장 공략해나갈 것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장년 일자리와 시니어를 매치시키는 것도 만만찮다. 현장에 가면 정책과 현장의 차이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50대 이후의 직업 훈련, 생계를 위한 일자리 알선 등은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노동의 가치를 살려 저소득 취약 소외 계층, 그리고 일하고 싶은 분들을 잘 안내해야겠죠. 또한 서비스직, 문화관광, 기타 영업 마케팅 쪽으로 자기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구력과 경험 많은 분을 매칭하고 관련 프로그램과 직업들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최근의 일자리 대책이 세대 융합 일자리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모범적인 사례를 찾아내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만큼 그런 사례를 만들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창업과 관련해서는 당사자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창업하는 분들 중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순식간에 돈을 까먹습니다. 조사해보니 창업자 10명 중 6~7명이 그렇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그 수를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창업을 철저히 준비하게 해야 하고, 창업자 수도 줄여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사전에 꼼꼼히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실행 전에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프로그램을 재단에서 올해 개발해볼 생각이에요.”
시니어가 대거 투자를 했다가 실패하면 엄청난 손실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잃어서 순식간에 나이 들어버린다는 얘기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들려온다. 청년 때는 아래로 떨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지만 나이 들면 어렵다. 따라서 선경험을 해보고 안 맞으면 빨리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된다. 설명을 들으며 김 대표가 말하는 “조사, 증명과 함께 새로운 길을 제안하는 방향”이라는 게 어떤 모양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 수를 보면 일본의 성장세를 우리나라가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건 관광 서비스하고도 맞물려 있어요. 관광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 중에 50플러스 세대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길들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관광 가이드, 문화관광 해설사, 외국인들을 안내할 수 있는 문화재 해설사 역할 등이 있겠죠.”
은퇴자를 위한 귀촌 일자리 창출
김 대표가 생각하는 대안 중에는 귀농·귀촌도 있다. 귀농·귀촌이라고 하면 무조건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농촌에 가서 생활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걸로 하고 귀촌을 하면 생기는 일자리가 있다. 수확기에는 일당 받는 일자리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통, 택배를 도와주는 일도 있다. 그리고 지방에 가면 축제가 많은데 축제에 활용될 인력으로 50플러스 세대가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어 먹고살려고 하면 힘들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농한다고 부부가 함께 갔다가 몇 달 후 아내 혼자만 올라오는 일도 있고요. 차라리 가벼운 마음으로 일정 시간 귀촌해서 살아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일주일 중 월화수목은 도시에, 금토일은 귀촌을 하는 거죠. 경험을 쌓고 그 속에서 익숙해지면 정착하는 걸로 계획을 세우게 해 너무 부담을 갖고 가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그런 분들을 모아 집단으로 공유주택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귀농·귀촌과 일자리 문제 해결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북경제협력, 돌파구 될 수 있어
김 대표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것이 남북경제협력 부분이다. 현재 남과 북 사이에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분야가 경제협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경제협력 전문가인 김 대표가 50플러스재단 대표로 임명된 것은 남북 간의 경제, 일자리 문제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은 아닐까.
“사실 정년에 걸려 배출되는 50플러스 세대가 많잖아요. 서울만 해도 교통공단, 시설관리공단, 교사, 금융인 등등 꽤 많은데 이분들이 제2인생을 설계하는 데 나름대로 기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50플러스 세대가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습니다.”
김 대표는 남북 간 교류가 진행되면 당장 철도에 대한 시설관리 점검에 들어가야 하는데 개선, 보수 부분에서 나름대로 시장이 꽤 크게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0플러스 세대의 인력들은 기능직이 많다. 북측의 도로 보수, 여러 가지 인프라 조성 등의 기간산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는 50플러스 세대 기능직에게 참여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50플러스재단이 중추 역할을 수행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건강하다면 계속 일할 것
“저 역시 50플러스 세대로서 민주화와 산업화를 경험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대한민국 50플러스 세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책은 실제 경험해본 사람이 시민들의 피부에 느껴지도록 설계해야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0플러스재단에서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기획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50플러스보람일자리’다. 은퇴한 50플러스 세대가 학교, 마을, 복지시설 등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인생 2막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2015년 6개 사업 총 442명의 규모로 시작해 지난해는 총 31개 사업에 2236명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노동부, ㈜상상우리가 재단과 함께 풀어가는 사업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5060세대 1000명에게 전문 교육을 제공한 후 사회적기업 취업률 50%를 목표로 하는 장기 계획이다.
“저도 칠십 세까지는 일할 계획이 있고 그 이후에는 건강이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할 때까지는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일하던 사람이 집에서 쉬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엄청난 여유가 있어서 여행만 다니며 살 조건도 못 돼요. 그래서 칠십까지는 일하고 이후에는 사회봉사형 일자리, 공헌형 일자리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담백한 목소리로 불필요한 부분 없이 실제를 말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읽고, 통찰력과 정책으로 다듬어진 김 대표 자신이 무엇보다도 50플러스 세대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수명연장,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9월 27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KCERN) 제29회 정기포럼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한 각계 분야 패널들의 조언을 담아봤다.
첫 주자로 나선 이남식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고령화 위기 진단’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이번 포럼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디자인 분야에 있는 사람은 사용자(실제 고객)와의 공감을 중요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니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이면서 훨씬 더 폼 나고 위엄 있게 노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토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시니어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번 포럼의 주최 측인 창조경제연구회의 이민화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고령화”라고 언급하며 “속도는 빠르게, 질은 나쁘게 늙어가는 게 한국의 문제”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KSM(KCERN Silver Model)을 제시해 고령화 현상 및 정책을 분석하며, 고령화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유경제와 긱(Gig) 이코노미의 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긱은 일종의 소규모 밴드로 인력 매칭 직업의 종말과 프리에이전트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긱 플랫폼, 일본의 클라우드웍스 등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시니어 프리랜서와 사내 기업가 양성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초고령화 국가가 되기까지 10년 남았다. 만약 고령화가 선행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에너지가 없을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제도와 기술혁신 등으로 4차산업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김일섭 aSSIT 총장의 진행으로 패널 토론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운을 뗀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은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자들은 대개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창업에 도전한다. 창업 경쟁이 과열되면 성공할 확률이 낮은데, 그보다는 기술창업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이롭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시니어창업기술센터가 23곳, 여기에 투입된 기업만 430여 개다. 이곳에서 중·장년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정부 보조금과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마련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니어가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소기업의 창업지원을 돕고 있는 박광회 르호봇 대표는 “시니어 세대와 주니어 세대의 협력을 통해 청년과 고령자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업 모델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멘토 모델이다. 은퇴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청년 세대와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등 세대 간 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민간의 지혜와 집단의 지성이 존중되는 형태로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 단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은퇴자와 청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그동안 노인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연령 차별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시니어 스스로도 일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후의 경제력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유익한 삶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노호성 웰니스IT협회&협동조합 부회장은 ‘맞춤형 행복 플레이팅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 부회장은 “시니어 인력 활용에 대해 논의할 때 그들의 건강과 체력은 기본”이라며 “시니어의 체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젊은 세대와 차별화해야 한다. 가령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 등은 그들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를 찾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이투데이 대표 겸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인의 관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컨트롤타워가 분명하지 않아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오갈 뿐”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나갈 주체가 필요하다. 연구소나 언론 등 객체의 역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람찬 노후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사회의 큰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어느 언론사 기자가 문주장학재단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내가 환갑이 되기 전에 기금 200억 원 달성이 목표라고 마음대로 쓴 거야. 그래서 당신 때문에 200억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랬지. 그래서 달성해 버렸어(웃음).”
국내 디벨로퍼(부동산개발 업체) 1세대의 대표주자인 문주현(文州鉉·58) MDM 한국자산신탁 회장은 유쾌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서 비범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문 회장은 자신의 회사와 함께 문주장학재단을 세웠다. 그리고 재단은 어느새 회사 자본금보다 더 큰 규모가 됐다. 이제 남부럽지 않은 경력과 성취를 이루게 된 그가 어째서 그토록 사회 환원을 추구하는 걸까? 문 회장이 갖고 있는 돈과 사회, 그리고 시니어로서의 삶에 대한 철학을 들어본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 사진 이준호 기자 jhlee@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일만 하는 ‘노예’처럼 살았던 그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독하게 가난했다. 후배 집에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벌어 겨우겨우 필요한 돈만 메꿨던 생활. 2015년 매출액 4193억원을 기록한 MDM의 회장이자 한국자산신탁 회장을 겸하고 있는 국내 디벨로퍼 1세대 성공 신화의 주인공 문주현 회장의 20대 시절 얘기다.
가난한 사람이 돈의 소중함을 안다
“그러던 시절, 대학교 3학년 때 모 독지가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시작이었어요. 세상에 아무런 조건 없이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과 약속했습니다. 내가 돈을 벌게 되면 나도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그의 약속은 현실이 되었다. 그는 현재 200억 원가량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문주장학재단을 갖고 있다. 2014년 기금 100억 원을 달성한 후 불과 2년 만에 그 두 배를 달성한 것이다. 재단은 2002년부터 초·중·고·대학생 175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1년에 장학재단을 세우니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 일을 안 하려나 보다 하고 소문이 났어요. 그러나 사람은 자기만족이잖아요? 내가 약속한 거고 신세를 졌는데, 해야지.”
문주장학재단의 수혜 대상자는 무조건 형편이 어려운 사람으로 선정된다. 그 외 특별한 선정 기준은 없다. 요즘은 돈을 많이 가질수록 공부도 더 잘하는 세상이다. 문 회장은 가난한 이들은 돈을 소중하게 쓴다는 신념이 있다. 그것은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세상에 증명한 사실이다.
“장학 대상자는 웬만하면 바꾸지 말라고 해요. 다만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면 바꾸라고 하죠. 돈까지 대주는데 공부를 안 하는 건 기본이 안 된 거니까.”
돈이란 내 것이 아니다
문 회장은 장학재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쑥스럽다고 말했다. 그저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할 뿐이라는 말이었다.
“장학재단을 하다 보니 나를 돈을 많이 벌었다고 소개를 안 해주고 좋은 일을 한다고 소개해줘요(웃음). 아 세상이 이렇구나 싶었죠. 물론 나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회사보다 자본금이 더 큰 장학재단을 갖고 있어서 그렇겠죠.”
문 회장의 사회를 향한 지원에는 장학재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고향인 전라남도 장흥의 모교에 씨름부를 만들고 공공버스도 운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덕분에 전국 우승도 다수 경험하는 강한 씨름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마련된 서울책방이 다시 문을 여는 데는 문 회장이 쾌척한 1억원이 있었다. 국내 최초의 여자바둑대회에는 2억원을 내놨다. 모교인 경희대학교에도 매년 1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그가 갖고 있는 돈의 철학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인가? 내 것인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사회로부터 얻은 거고, 신앙적으로 보면 하나님이 나에게 관리하라고 맡긴 겁니다. 이걸 갖고 자기 거라고 유세를 떠는 건 잘못된 거예요. 그리고 이 돈이 내게 관리하라고 온 것은 일정 부분을 사회에 내놔야 한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을 돕지 않으면 이 사회의 양극화가 해소될 방법이 없고 시장경제가 지탱할 수 없다. 문 회장의 ‘돈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그러한 진실을 우회해서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그가 유독 젊은이들에게 기부의 타깃을 맞춘 것도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잘못 만난 것은 자기 탓이 아닙니다. 대신 정신이 올바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주장학재단은 예술계 쪽 지원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아직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는 중이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보니 문화예술계 쪽이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 사람을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능력 있고 자질 있는 사람을 골라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이상문학상’처럼 공모를 통해 권위가 있도록 만들어야겠죠. 아직 밑그림을 정확하게는 안 그렸지만 오페라, 소설, 악기 쪽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시재생,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인생 목적
최근 문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도심재생 사업이다. 그에게 시기가 괜찮은지를 물어보자 확신처럼 ‘해야 할 시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시재생을 지금까지는 자기 지역, 구역 별로 민간에서 했는데 민간이 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앞으로의 세계는 도시가 국가 브랜드입니다. 싱가포르, 홍콩, 도쿄, 뉴욕 등등을 봐요. 관광할 때 그 나라를 왜 가느냐는 겁니다. 관광은 자연관광과 도시관광으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자연관광이 취약합니다. 그렇다면 도시관광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을 도시 관광 국가로 만들려면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살 거주 공간으로서의 도시의 공급이 부족했다. 그래서 신도시를 마구, 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저출산, 저성장기가 도래했다. 더 이상 신도시는 안 만들어질 것이라고 문 회장은 진단했다. 그렇다면 오래된 도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도시재생이 중요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문 회장은 발 벗고 뛰는 적극적인 ‘전도사’였다.
“공청회나 세미나를 하자, 우리나라의 발전 방향을 토론해보자. 하다못해 광화문, 테헤란로 등등으로 나눠 섹터 별로라도 하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우리는 민간과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에요. 도시 부동산은 대개 개인 소유라.”
문 회장은 우리가 아이디어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관광을 대개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로 가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가서 보는 게, 결국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이 지어 놓은 걸 보는 거예요.”
실로 예리한 한마디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개발과 보존은 공존해야 합니다. 북촌이나 서촌 같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은 보존해야죠. 다만 재개발해야 하는 곳은 과감하게, 제대로 개발해야 합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성공하면서 흔히 강남스타일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막상 강남을 가면 갈 데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밤이 되면 거리는 죽고 뒷골목만 살아난다. 문 회장의 주장대로 도로 옆에 문화공간을 배치하여 문화 향유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함으로써 진짜 ‘강남스타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건설회사는 도면대로 짓고, 도면이 없으면 한 삽을 못 떠요.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디벨로퍼는 지휘자고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상상력을 실현하는 이들이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종합부동산 금융그룹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버타운, 도시와 함께 하는 공간이 되어야
“나이 들어 은퇴하면 인생에 낙이 없어요. 즐거움, 기쁨, 재미가 없어지죠. 젊었을 때는 뭐든 재미있었는데. 그래서 더욱 손주에게 끌리는 거겠죠. 나도 늦둥이가 있어요. 지금 제주도에 있는데 ‘네가 아빠 희망이지’라고 말하곤 해요. 손주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시니어이자 부동산 전문가로서 문 회장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의 마음도 꿰뚫고 있었다.
“실버일수록 도심으로 들어오고자 합니다. 전철, 공원, 병원 옆으로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손주들을 못 보기 때문이에요. 실버가 되면 외롭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전철역 근처에 자리를 잡게 되는 거예요. 어느 성공한 시니어가 하는 말이, 자식들이 손주를 데리고 와서 자신에게 맡기고, 장을 보러 간다든지 하면 손주와 함께 있는 게 그렇게 즐겁다는 거예요. 그런데 자신이 지방에 있으니 전화만 하고 안 와서 섭섭하다는 겁니다.”
문 회장은 실버타운을 짓는다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으로 기능적인 구분을 꼽았다. 몸이 불편하여 간병인 등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 곳과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친구들과 취미 생활 등을 할 수 있는 시니어 타운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두 영역을 합친다 해도 중간에 병원을 두어 병원을 중심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둘 다 도심에 있어야 한다는 건 공통된 조건이다.
“실버타운은 구성원의 특성상 죽음과 밀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거기에는 젊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사람들과, 도시와 섞여 살아야 해요. 구분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이 시장은 굉장히 성장할 것이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주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산다
문 회장은 올해로 환갑을 목전에 둔 나이가 됐다. 그에게도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 있을까?
“사실 후회를 좀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돈은 벌었을지 모르지만 내 청춘이 가버렸잖아요. 생각해보세요. 제가 연애를 잘 해봤겠어요? 당구도 못 치지. 그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삶 자체가 옆을 볼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죠. 아내가 저에게 ‘음악을 알아?’, ‘그림을 알아?’ 하고 물어요. 그럼 저는 ‘몰라’라고 대답할 수밖에요. 저는 솔직한 얘기로 너무 안 해본 게 많고 모르는 게 많아요. 내 업무와 내가 하는 부분만 알지. 그래서 요즘은 정말 여행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될 수 있으면 비행기로 6시간 이내로 끊어서 가려고 해요. 좀 더 많은 여행을 하는 것, 그게 제 인생을 위한 중요한 일이겠네요.”
문 회장은 아내가 자신을 보며 종종 불쌍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일밖에 모르니까. 그런데 그는 일이 없으면 공허해지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말하자면 문 회장은 자신을 돌보고 아끼는 데 익숙하지 않은, 그 부분을 일로 채우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그렇게 안 하려고 해도, 그게 쉽게 안 돼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비빔밥이에요. 비벼서 빨리 먹고 일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인 거죠. 그리고 비생산적인 데에는 투자를 안 하려고 해요. 와이프는 왜 남은 도와주면서 자기는 그렇게 안 하냐고 타박합니다. 그런데 남을 도와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는 일이죠.”
힘들었던 어린 시절, 서른 살이 넘어 입사한 나산에서의 승승장구, IMF 한파로 인한 퇴직, 퇴직 후 MDM 설립과 한국자산신탁 회장이 되기까지. 고난과 성공을 오가며 쉼 없이 살았던 그가 살면서 이것만은 지켜야겠다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주위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내 돈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고 뭘 하든지간에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일을 우선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 참여자들이 만족하느냐, 소비자가 만족하느냐, 사회가 만족하느냐가 기준이었죠. 그래서 저는 디벨로퍼의 도덕성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짓는다고 했을 때, 이걸 짓다가 멈춰 서버리면 사회적 악이 돼요. 금융사, 시공사, 협력업체, 분양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의 흉물이 되잖아요. 그만큼 디벨로퍼란 정> 문주현 MDM 회장
1958년 전남 장흥에서 9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났다. 1978년 대입 검정고시를 보고 군대까지 다녀온 뒤 1983년, 27세의 늦은 나이에 경희대 회계학과에 입학·졸업했다. 1987년 나산실업에 입사, 부동산개발 사업에 발을 들였고, 7번의 특진을 통해 최연소 임원이 됐다. 하지만 나산그룹은 IMF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를 맞았다. 그는 재취업을 고민하다가 1998년 분양대행 업체인 MDM을 만들었다. 2007년 첫 시행사업에 나서기 전까지 ‘분당 코오롱 트리폴리스’, ‘분당 파크뷰’,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 등 굵직한 주상복합 건물의 분양대행을 도맡았다. 2001년 재단법인 문주장학재단을 설립해 현재 출연금을 200억원까지 늘렸다. 2010년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했으며 2012년 한국자산캐피탈을 창립했다. 2013년부터 서울시탁구협회 회장, 2014년부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2015년부터는 전국검정고시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중장년층과 베이비부머세대, 퇴직자들, 즉 시니어들이 공통적으로 최대의 관심 정보는 뭘까? 바로 일자리다. 재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고 연금은 부족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55∼64세 고령자 고용률은 2012년 63.1%로 1995년 63.6%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지표상으로만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가고 있고, 여성과 중장년층의 고용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시간제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숫자만 채우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 시니어들 재취업은 정부와 기업의 전직지원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는 재취업에 절망
비자발적, 자발적이든 정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던 퇴직자들은 인생2막을 열기 위해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재취업이 필수다.
그러나 시니어 계층의 재취업과 창업에 대한 절박한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장년층 구직자들을 위한 전직 서비스가 아직 자리잡지 않았고, 기업들이 퇴직자를 바라보는 편견도 넘어야 할 벽이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 1년 전부터 50대 초반 A씨는 6개월 동안 ‘전직지원전문가’에게 심리상담, 진단과 피드백,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전직교육, 취업알선 등 전문 컨설팅을 받았고, 퇴직 후 곧바로 자신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했다.
퇴직이 배우자의 사망에 이은 가장 큰 심리적인 충격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퇴직은 개인에게 또한 매우 큰 시련이다. 게다가 고령화사회 정년퇴직 연령이 낮아지는 노동시장의 형태 속에서 퇴직은 고급 인력들의 사회 참여 폭이 작아지는 사회 해체의 문제와도 연관돼기 때문에 퇴직자들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고민은 매우 커져갔다.
따라서 그 동안 회사를 위해 기여한 근로자들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그 대안으로서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지원프로그램)가 도입되고 확대되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또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훈련제도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정년연장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고령화의 적극적인 대응책으로서 전직지원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의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며, 일자리가 행복의 조건인 상황에서 이직하는 근로자가 가급적 실업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전직지원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퇴직자에게 일시적 희망 퇴직금이나 복리후생보다는 근로능력이 있는 중·장년 근로자를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의 재취업과 창업이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재취업에 대한 비틀린 시선이다. 시니어들에게 정부가 주도하는 재취업 지원이 시니어들의 전문성이나 그간 해왔던 일들과는 상관없는 일감들을 맡기기 일쑤라는 불평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실행이 잘 안되는 이유
소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일지라도 퇴직을 앞둔 1주일 전에 단발성으로 워크샵을 가거나 온라인 상담정도에 그친다. 이력서 쓰는 방법 알려주거나 면접 보는 스킬정도. 직전 퇴사 처리된 회사에 대해 악의를 품지 않도록 잘 달래주는 일이 겨우 아웃플레이스먼트라고 시늉하는 행태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의 평판에만 신경쓰는 저비용 고효과를 기대하는 변형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흉내내고 있다는 의미다.
전직지원프로그램이 있다고 소문난 기업에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개념도 모르고 있는 곳이 많다. 퇴직자들이 아웃플레이스먼트제도를 요구하지 않아서 도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HR부서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정보를 아예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 기업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가 IMF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전직지원장려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국내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과 퇴직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해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할만큼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퇴직자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 시에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보다는 현금 보상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위로금을 선호하는 퇴직자들, 전직지원 서비스 요구해야
이런 이유들로 인해 도입 초기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기업은 많이 늘었지만,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만 커진 시장 규모는 역설적으로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같은 퇴직(전직)자에 대한 재취업, 창업 알선 등 지원서비스가 의무화 되면 전직지원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늘어 날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자 가운데 장년을 대상으로는 전직지원 장려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4월 무려 8300여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1조3000억원 가량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억4457만원에 이르렀다. 또 한국시티은행은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에서 5년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4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혜택도 보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회사도 최대 2억원을 넘게 퇴직위로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감원인데,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다.
경력관리체계가 자리 잡힌 일본,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재취업 지원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치룬 해외 선진국에서는 재취업-창업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들이 우리나라보다 고도화되어 있다. 일본은 정부의 ‘헬로워크’와 민간의 ‘시니어살롱’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헬로워크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고용안정 기회 확보를 위해 만든 공공직업안정소의 애칭으로 전국에 약 500개가 만들어져 있다. 취직 상담, 직업 교육, 직업 소개, 고용보험 관련 업무 등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실 일본에서도 헬로워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무 능력을 가진 중·고령자들을 위해 단순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시니어살롱’은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구인구직 및 직업 교육, 상담을 진행하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일본의 국가 공인 경력관리체계가 안착됨에 따라, 경력관리모델에 의해 노년에도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베이비붐이란 단어의 탄생지인 미국은 비영리단체(NPO)가 잘 정비돼 있어 경험과 지식이 많은 계층의 재취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NPO는 200만 개 정도 있는데 그중 절반은 의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30% 정도는 각종 교육 활동, 나머지 20%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취업 인구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미국 전체 취업 인구의 10% 가까이가 NPO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나온다. 즉 취업 알선 분야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그 분야 자체가 일자리까지 제공할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각 지역사회 내에서의 재취업 지원 활성화 시작
우리나라도 문제들에 대한 대책과 대안들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매 시기마다 열리는 다양한 일자리 박람회와 함께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이 경제단체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40대 후반 항공회사 출신 조기 퇴직자는 “간혹 일자리를 연결해 줘도 그곳에서 추천해주는 일자리들이 너무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앞으로 10년 뒤에도 폐지가 노인 일자리를 감당하는 비극적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기업은 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고용정보원 한 연구원은 전직지원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퇴직자에 대한 전직지원은 결국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선진 외국처럼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나 통계치 목표에 기준을 두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모색한다면 퇴직자들이 전직 및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퇴직 후 재취업은 이제 근로자 개인의 것으로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중장년 퇴직자의 전직과 노후설계 지원은 기업이 정부, 전문가와 손잡고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전직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기업에 따라 기본교육만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체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기본교육은 퇴직을 앞둔 대상자의 변화, 심리, 가족, 건강, 여가, 경력, 법률, 재무, 인생설계 등 퇴직후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말한다.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기업에 따라 집합교육 및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도입단계인지라 전직지원에 대한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전직지원 상담의 경우에는 개인적 상황에 따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하고 있다.
상담 및 컨설팅의 경우는 개인의 재무상태나, 경력 활용방안, 법률적 문제나 여가활용 방안 등 개인의 문제를 1:1로 전문가에 의해 심층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며 창업이나, 재취업의 경우 컨설팅을 통해 재취업 실행까지 지원 하도록 해야 한다.
P&G, 수출입은행, 한전, KT에서는 이러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퇴직 예정자 뿐만 아니라 이미 퇴직한 사람들도 유용하게 접할 수 있어 향후 기업들이 전직지원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 그룹, 계열사별로 18개 경력컨설팅센터 운영 중
한편 대기업들도 자사의 직원들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를 차차 갖춰나가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처음 탄생한 개념으로 우리 말로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 또는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80% 이상이 이를 실행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IMF 이후 기업에서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정부에서는 실업률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돼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지속 적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 그룹을 들 수 있다. 삼성은 회사를 떠난 임직원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퇴직 관리를 해주는 경력컨설팅센터를 2001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각 계열사별로 18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40~50대 중장년 퇴직(예정)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임원, 정년퇴직자(또는 예정자), 퇴직자(또는 예정자)를 대상으로 자문역 전직, 정년준비, 전직 상담을 해주며 재취업 알선뿐만 아니라 재교육, 창업지원을 하면서 퇴직 후 삶을 계획할 수 있게끔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총 3천 600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이 센터측의 얘기다.
센터 관계자는 “전직지원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회사는 내부 고객으로서의 근로자와의 계속적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퇴직과 관련한 근로자 개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심리안정 후 여기서는 6단계의 교육을 실시합니다. 일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자산을 체크, 가족, 건강, 여가, 관계 등을 탐색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한다”고 말했다.
재취업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가 국내 전직지원서비스의 롤모델로 부각되면서 LG, SK 등도 벤치마킹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직지원장려금제도 부활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 재취업보다는 더 늦기 전에 생애설계부터 하지”
전문가들은 재취업 준비를 자신의 장점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척박한 재취업 환경을 갖고 있는 현재에 그를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시니어 본인은 재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실행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어찌 보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재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 취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는 아직 현실적으로 시니어들의 취업 지망과 기업이 인재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의 격차가 큼을 우회해서 알려준다. 물론 시니어들의 눈높이 낮추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기업에서 시니어들을 고용하는 일에 거부감을 갖는 풍토 또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시니어 재취업에 있어 정부에서 기업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세금 감면, 인센티브 등이 보다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중장년 대다수가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정년은 57세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기업의 장년 채용 기피 관행이 있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 재취업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보완책을 내놓아 중장년 고용률의 획기적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품격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www.BRAVO-MYLIFE.co.kr)가 2월5일 창간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는 신중년층들의 치열하고 아름다운 ‘삶의 현장’ 소식과 함께 인생2막-자기계발 성공 스토리, 애환과 고통, 기쁨 등을 낱낱이 소개할 예정입니다.
50대 이상 신중년층들은 우리 사회의 주춧돌이자 근간이며 버팀목입니다.
하지만 직장-자녀문제-부모-집안 대소사-건강-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단지 자기만을 위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에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신중년층들은 명분과 격식, 보수적인 사회적 가치에만 연연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해 온갖 혼을 불어넣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습니다.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인행 2막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신중년’ ‘Dynamic Senior’의 신나는 놀이터‘ ‘신중년층들의 애환과 고통을 나누는 사랑방’을 지향합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창간을 맞아 국내 처음으로 ‘50~60대 정체성 및 성의식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신중년층 507명(남자 256명. 여자 251명)을 대상으로 일대일면접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 그동안 가족에게 헌신적이었던 50·60대들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식이나 가족 위주의 기존 삶 형식에서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는 ‘나’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성(性)적 감정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솔직하고 과감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응답자의 50.9%가 다른 이성에도 관심이 많다고 답했고, 30.8%가 이성과의 성적관계가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67.7%가 사랑이 없으면 헤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67.7%에 달했고, 황혼이혼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도 70.4%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2월5일 창간을 맞아 온라인을 통해 자세하게 소개될 예정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창간 기획’으로 [노인복지 선진국대사로부터 듣는다]라는 코너를 마련,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뉴질랜드 미국 아이슬란드 일본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영국 호주 핀란드 등 노인복지 선진국의 노인 복지실태를 집중 조명합니다. 또 노인복시 시설현황을 파헤진 [실버타운 현주소]시리즈와 멋진 삶을 사는 인물들을 밀착취재한 [브라보 라이프 파워 인터뷰] 등을 정기적으로 게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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