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착취는 선진국형 사회문제 중 하나다. 고령자가 많고 연금 제도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더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금융착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 사실을 숨기거나 자신이 금융착취를 당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노인 파산으로 이끄는 금융착취에 대해 알아봤다.
#사례1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고 있는 70대 A씨는 몸이 불편해지면서 은행 방문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아들 B씨는 통장 관리와 현금 인출을 돕겠다고 나섰다. 어느 날 자동이체 등록을 해둔 공과금이 연체됐다는 고지서가 날아왔다. 당황한 A씨는 곧장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의 기초생활수급비는 매달 아들 B씨의 통장으로 자동이체되고 있었다.
#사례2 무릎 수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진 80대 C씨는 혼자 살고 있어 간병인 서비스를 신청했다. 딸처럼 어려운 일도 마다 않고 정성껏 자신을 돌봐주는 간병인 D씨가 고맙고 신뢰감이 높아지자, C씨는 장보기, 생활비 관리, 금융기관 방문 등을 맡겼다. 자연스럽게 통장과 인감을 맡겼는데, 어느 날 C씨의 자녀는 C씨의 통장 잔고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병인 D씨가 전 재산을 가져간 것. 하지만 D씨는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쓴 돈”이라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에서는 노인 금융착취에 대해 사회적·개인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금융착취에 대한 조사나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포괄적으로 경제적 학대에 대한 조사만 이뤄지고 있다. 경제적 학대는 가까운 사람을 사칭해 재산을 빼앗는 것, 보이스피싱, 강제적인 방문판매나 텔레마케팅 등 매우 넓은 범위를 아우른다.
금융착취는 노인의 재산과 권리를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가족·지인 등 다른 사람이 당사자의 허락 없이 의도적으로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행위다. 그리고 이것이 직접적으로 당사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일컫는다.
금융착취는 신뢰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모 재산은 내 재산’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고, 부모 역시 자녀와의 경제적 독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를 책임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금융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식조차 갖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에는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849만 명 중 약 2만 5000명이 ‘경제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그중 신고를 한 사람은 431명에 불과하다. 또한 가해자는 아들(60.4%), 딸(10.8%), 배우자(9.4%), 가족이 아닌 타인(5.8%)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0대에서 가장 많은 금융착취가 발생했으며,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이뤄졌다.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고령층의 경우 질병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고 금융거래 관련 정보 습득이 어려워 가족·지인·간병인 등에 의한 금융착취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금융착취는 새로운 장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착취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본인 허락 없이 임금, 연금, 임대료, 재산 등을 가로챈 경우 △본인 허락 없이 저축, 주식 등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사용한 경우 △본인 허락 없이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사용한 경우 △본인 허락 없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않은 경우다.
오영환 사무총장은 금융착취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려면 고령자 스스로 방어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금융착취 예방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금융회사의 주체적인 보호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학대’ 중 하나로 ‘경제적 학대’를 정의하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복지 영역에서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갑작스럽거나 비정상적인 예금 출금, 이체, ATM을 통한 반복적인 예금 출금, 관계가 없는 해외 수취인과의 자금이체·송금, 가족·친인척·간병인 등의 노인 고객을 대리한 금융 거래는 전형적인 금융착취 모습”이라면서 “이를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는 곳은 금융기관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수입이 줄어들고 생활비를 절약하는 노인의 경제활동은 지출 현황이 대부분 일정한 편이다. 평소 동네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지출되던 것이 어느 날 자동차나 명품 가방 구매로 이어진다면 갑작스럽게 다른 소비 형태를 띤 셈이다. 오 사무총장은 금융기관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면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보호자에게 알릴 수 있어 금융착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착취에 관한 모니터링 시스템, 상담 혹은 신고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 사무총장은 “고령층의 금융 생활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착취에 대한 금융기관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짚으면서 고령층뿐 아니라 금융기관 직원에게도 금융착취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착취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전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착취는 주로 가족・지인 등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추후 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미리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통장이나 도장을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넘겨주면 안 된다. 만약 부득이하게 통장 관리를 타인에게 맡겨야 한다면 사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이 나빠져 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에는 각종 대금이 자동이체되도록 설정해두자.
또한 금융권에서 보이스피싱 등을 막기 위해 일정 금액을 설정하고 그 이상 인출 시 거래를 정지하는 서비스나, 사전 등록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통장 관리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돈을 빌려준다면 반드시 빌려준 금액, 빌려간 사람 이름, 빌려준 날짜를 기록해둬야 한다. 특히 가족 사이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휴대폰 요금이나 자동차 할부금을 갚아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돈을 자의로 준 것인지 타의로 빼앗긴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록을 남겨두는 게 도움이 된다.
재산에 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공증인이나 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문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뒤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금융착취가 발생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초기에 대처하도록 하자.
누구나 한 번쯤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기를 꿈꾼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 계약하고, 집을 의뢰할 회사를 찾아 건축을 완료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 있을 정도다.
홈트리오는 그 10년을 3년으로 줄여주기 위해 힘쓴다. 전원주택 전문 종합 건설회사로서 건축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꺼번에 진행하되, 하자보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30채만 시공한다. 집이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탐구하고, 집요하게 연구하는 이동혁, 임성재, 정다운 세 사람이 만나 2018년 문을 열었다. 홈페이지, 유튜브, 각종 SNS를 통해 홈트리오가 지은 주택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계약과 동시에 공사 단계는 물론이고 설계비, 인허가비, 부대비용 등을 포함한 예상 총 건축비를 온라인에 올려뒀습니다. 건축주가 현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을 함께 첨부해 뒀죠. 예비 건축주들은 각 자재의 가격이나 인건비 등을 대략 파악할 수 있습니다.”
홈트리오의 주 고객층은 3040세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원주택은 일정 수준 이상 자산을 쌓아둔 노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단독주택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었다.
“노년층은 물론이고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까지 젊은 세대들도 단독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해요. 내 생활 방식에 맞게 공간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마당이 있으니 어린 자녀를 둔 부부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지내기 좋아요. 부모님께 집을 선물하기 위해서 건축을 의뢰하는 분들도 계세요. 최근에는 도심형 전원주택이라고 해서 아파트와 거의 비슷한 생활권이지만, 탁 트인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형태도 주목받고 있어요.”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지만, 무턱대고 건설회사에 의뢰하는 것은 금물. 내 성향에 단독주택이 잘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해당 시장과 절차에 관한 공부도 필수다. 하지만 넘쳐나는 의견과 정보 중 제대로 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터. 홈트리오는 집을 짓고자 하는 예비 건축주들을 위해 관련 서적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집짓기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전 재산을 들이는 건축주들이 많기 때문에 기본적인 부분은 알고 있는 게 좋죠. 홈트리오가 홈페이지나 브런치, 유튜브를 통해 건축과 관련한 기본 지식을 전하려 하는 이유입니다. 최소한 사기를 당하거나 말도 안 되는 집을 짓는 것 정도는 방지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축업자는 사기꾼’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럴수록 정직하게 짓고 투명하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업계에서 노력하면 전원주택 시장이 여러모로 개선될 거라 믿습니다.”
은퇴 후가 걱정되긴 하는데, 노후자산 관리를 해야 한다고 듣긴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잘 왔다. 막막한 마음에 자료를 찾아봤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서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면, 역시 번지수 잘 찾았다. 당신을 노후자산 관리로 연착륙시켜줄 ‘가장 쉬운’ 가이드를 시작한다.
“재수 없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죠? 아니요. 이젠 그냥 오래 삽니다. 장수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예요.”
지난 7월 ‘Age, Age, Age 나이, 세대, 시대’ 강연자로 나선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말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다들 표정이 좋지 않으시네요? 으하하하.” 눈치 빠른 김 교수의 넉살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지만 강연장 내 수백 명의 표정은 금세 심란해졌다.
뒤숭숭한 마음을 달랠 자료를 찾기 쉽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남자 80.6세, 여자 86.6세, 평균 83.6세로 집계됐다.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을 나타내는 지표인 최빈 사망 연령은 여자 기준 90세를 넘긴 지 이미 3년이 지났다. 여기에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1위라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낮은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와, 큰일 났다!”
이때 ‘큰일’이란 요컨대 먹고살 걱정이다.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시니어 보릿고개’가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40.4%로 나타났다. 노인 자살률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수년째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50대 이상 퇴직자는 대체로 노후자금 관리를 못 한 채 은퇴를 맞고 있다. 지난 7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퇴직한 50세 이상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퇴직 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응답자 가운데 37.5%가 재정 관리라고 답했다.
고령화와 저성장, 저금리라는 세 바퀴가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불확실성의 시대. ‘스피드와 효율의 민족’ 한국인에게 노후자산 관리란 우선순위에 밀린 그 어딘가에 내팽개쳐져 있다. 그리고 은근한 불안을 안기고 있다.
-STEP 1-
노후자산 점검하기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선구자로 불리는 심리학자 스키너는 노년을 ‘낯선 타국’이라 했다. “노년이 슬금슬금 찾아와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사실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노년이 찾아오는 것을 외면하기 때문일 경우도 많다”고 말이다. 여기서 ‘노년’을 ‘노후자산 관리’로 치환해도 큰 무리는 없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은 “본인의 노후자산 현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도 구체적인 방법론의 결여를 현장에서 수없이 목격한 인물이다. “보통 노후가 가시적으로 보여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고 사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퇴 전문가들은 막막할수록 점검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본 중에 기본은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확인이다. 예상 수령액을 눈으로 보는 것부터(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내 연금 조회’를 해보면 예상 수령액을 알 수 있다) 자산관리는 시작된다. 그다음은 보험이다. 80세 만기 상품에 가입해 있지는 않은지 보장 내역을 살펴야 한다. 십수 년을 납입하고도 보장 못 받는 불상사가 실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늦기 전에 체크해보고 만기 구조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부채 상환 계획도 고민해봐야 한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클수록 더더욱 사전 점검은 필수다. 부채 규모, 대출 금리, 상환 기간 등을 살피고 은퇴 전까지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노후자산 준비 현황을 전체적으로 살필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이나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노후 진단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손쉽게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김진웅 소장은 주기적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라고 조언한다. 건강관리하듯 자산도 계속해서 들여다봐야 나아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부분 노후자산을 점검하지 않고 사는데, 평소에 신경 써야 합니다. 문제가 없는지, 더 나아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자산구조가 좋아지죠. 연구소에서 조사해보면 실제 그렇습니다. 동일 소득 구간, 동일 연령대에서도 자산을 관리한 사람과 관리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척 큽니다.”
-STEP 2-
현금흐름으로 노후 설계하기
이쯤 되면 나오는 단골 멘트가 있다. “그래서 얼마면 돼?” 이어질 상황을 유추하기도 어렵지 않다. “7억? 10억? 그런 돈이 어딨어? 당장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아휴, 모르겠다.”
은퇴 전문가들은 ‘노후를 위해 얼마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런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상건 센터장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노후자산을 규모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고 현금흐름으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현금흐름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핵심은 재산이 얼마 있느냐가 아니거든요. 죽을 때까지 돈이 안 떨어지는 게 핵심이죠.”
100세시대연구소의 ‘THE100 REPORT’에서도 노후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4대 노후자산 관리 전략 중 첫 번째가 바로 ‘노후자산의 패러다임을 목돈 중심에서 소득(현금흐름) 중심으로 바꾸자’다.
노후소득의 기본은 연금이다. 노후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연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은퇴 기간에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김진웅 소장의 예시는 이렇다. “은퇴하려면 10억 원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 10억 원 중 상당 부분은 연금으로 커버됩니다. 국민연금을 예로 들겠습니다. 20년 이상 가입한 사람은 평균 수령 금액이 현재 100만 원 조금 안 되는 수준입니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100만 원으로 어림잡고, 그걸 25년 받는다고 가정하면 3억 원입니다. 10억 원 중에 3억 원은 국민연금으로 커버되는 거예요.”
남은 금액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그리고 배당, 채권,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인컴형 자산으로 추가 소득을 올려 보완해나가면 된다. 기존 자산을 재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고, 소일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이상건 센터장은 생각해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이야기한다. “적정 은퇴 생활비라는 게 추상적입니다. 그런데 이건 확실합니다. 한번 생각해보는 사람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여기, 은퇴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놓치는 맹점 하나가 있다. 바로 은퇴 후 지출 감소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소비가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띄게 감소한다고 했다.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50~60%씩 크게 감소하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설령 10억 원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7억~8억 원으로도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때 3억 원을 국민연금이 해결해주면 3억~4억 원으로 버젓이 살 수 있다. 이만하면 두 번째 단골 멘트가 나올 타이밍이다. “그러니까, 그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이를 ‘불편한 진실’이라 한다. 실제 우리나라 예비 은퇴자가 확보한 금융자산 수준이 그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진웅 소장의 말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가구별 금융자산 확보 수준이 1억 1000만~1억 2000만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돈이 그래도 3억~4억 원 있으면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계산이 나오는데, 실질적으로는 현저히 부족하다는 거죠.”
김 소장은 비교적 젊을 때부터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말한다. “결국 자산관리는 혜택을 현재 누릴 것이냐, 미래에 누릴 것이냐 하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노후자산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그때부터는 현재의 나를 위한 축 하나, 노후를 위한 축 하나. 두 축을 가져가야 합니다.”
이상건 센터장은 ‘돈의 크기’에 집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노후자산 관리에서 방점을 자산이 아닌 노후에 찍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가 금융과 재테크 분야 전문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은근한 울림이 있다. “은퇴 후를 설계하면서 하는 가장 큰 실수는 노후자금을 다다익선으로 보는 겁니다. 돈 버는 게 어디 쉽나요? 쉽지 않습니다. 큰돈이 없더라도 자기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삶의 정체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소비하고 구입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입니다. 그럴수록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합니다. 돈 없는 노후는 비참합니다. 그걸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연금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죠. 하지만 무턱대고 돈을 좇으면 위험합니다. 돈만으로 노후가 준비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case 01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힘들게 자녀들을 키운 A는 자녀들이 성장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본인을 위한 선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가지고 있던 아파트 한 채를 자녀들 모르게 매각하고 연인 B와 여행을 다녔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는 부동산 매각 대금을 현금으로 수령했기 때문에 자녀들은 A가 여행 중 매각 대금을 다 써버렸는지, 누군가에게 몰래 준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자녀들이 A로부터 받은 현금은 없었고, 상속일 현재 남아 있는 매각 대금은 확인되지 않는다.
case 02
C는 자신이 죽으면 자녀들에게 상속세 부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리 일부 재산을 자녀들에게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아파트 한a 채를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자녀들에게 모두 나눠주었다. 그런데 C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두 사례에서 A와 C는 모두 아파트를 매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리고 상속일 현재 A와 C에게 아파트 매각 대금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아파트 매각 대금이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A와 C의 사망 시점에 매각 대금이 남아 있지 않은데도 자녀들은 왜 상속세를 내야 할까.
먼저 사례 2를 보자.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상속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과 상속 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재산의 금액에 더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속세의 경우 누진세율(과세표준 금액이 증가하면 적용되는 세율도 높아진다)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망을 대비해 피상속인이 재산을 미리 조금씩 증여함으로써 사후의 상속세를 줄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1년 이내에 자녀들에게 지급한 현금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대신 가산한 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액은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어쨌든 C의 자녀들은 C의 사망 전 받은 돈이 있으니 이에 대한 상속세 납부는 우선 수긍할 만하다.
문제는 사례 1이다. A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이 아파트를 매각한 사실도 몰랐고, 매각 대금을 구경하지도 못했다. A가 매각 대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왜 A의 자녀들이 아파트 매각 대금에 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걸까? 왜냐하면 상증세법에서 상속 개시일 전 처분한 재산 등을 상속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추정상속재산이란
피상속인이 사망 전 일정한 기간 내에 재산을 처분하여 받은 금액이나 계좌 등에서 인출한 금액 또는 부담한 채무의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 그 금액이 일정 금액을 넘으면 상속인들이 이를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킨다. 피상속인이 재산 등을 처분하여 과세자료의 노출이 쉽지 않은 현금으로 상속인에게 증여 또는 상속함으로써 상속세를 부당하게 경감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속 개시 전 처분한 재산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여 받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재산 종류별로 2억 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 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으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이를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더해진다. 따라서 사례 1에서 처분한 부동산 매각 대금이 2억 원 이상이고 A가 이를 현금으로 수령하여 모두 사용했다면, 그 용도를 객관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한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만약 부동산 처분으로 수령한 현금이 5억 원이고, A가 원래 통장에 보유하고 있었던 1억 원도 인출돼 총 6억 원의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6억 원 전부 추정상속재산에 포함될까? 이 경우 통장에서 인출한 1억 원은 추정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2억 원 또는 5억 원이라는 기준은 재산 종류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재산 종류는 ① 현금·예금 및 유가증권, ② 부동산 및 부동산에 관한 권리, ③ 기타 재산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예금에서 인출한 1억 원은 기준금액 미만이므로 제외된다.
상속 개시 전 부담한 채무
상속 개시 전 부담한 채무는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피상속인이 부담한 채무의 합계액이 2억 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 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으로서 그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경우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더해진다. 이는 상속 개시 전 처분한 재산과 동일하다. 빌린 돈의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불명확한 경우 상속인이 수령했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피상속인이 국가•지방자치단체•금융회사 등이 아닌 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로서 상속인이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추정되는 경우에도 사용처가 불분명하면 추정 상속재산으로 포함된다. 이 경우 채무부담 행위 자체의 진실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상속인이 변제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란 채무부담계약서, 채권자확인서, 담보설정 및 이자지급에 관한 증빙 등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에 의하여 상속인이 실제로 변제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아니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에도 2억 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1년 이내) 또는 5억 원 이상(상속 개시일 전 2년 이내)이라면 그 용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과정까지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지방자치단체•금융회사 등이 아닌 자에 대한 채무더라도 상속인이 사용처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구비하면 추정상속재산에서 제외된다. 다른 상속추정과 달리 이 규정은 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상속추정의 배제 등
과거와 달리 핵가족화되어 자녀들이 결혼한 후에는 서로 경제적 생활기반을 달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부부 사이에도 재산을 별도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 전 처분 재산 및 부담 채무의 사용처를 상속인들이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현금을 사용하면서 그에 대한 증빙을 꼼꼼히 챙기는 경우는 드물고, 특히 그 사용처가 은밀하거나 불법적이라면 상속인으로서는 더욱 사용처를 알 수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여 상증세법은 입증되지 않은 금액이 기준(처분 금액 등의 20%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상속인의 입증 책임을 완화했다. 또한 입증되지 않은 금액이 그 금액 이상이라 하더라도 입증되지 않은 금액 전체를 상속재산가액에 더하는 게 아니라, 처분 금액 등의 20%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만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다고 추정하여 상속재산가액에 더하도록 하고 있다.
상속세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상속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요구받는 자료가 바로 피상속인이 사망 전 일정 기간 내 재산 처분 대금이나 예금 인출액 등을 어디에 사용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거액의 현금 인출 또는 재산 처분을 하거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근거가 되는 계약서, 영수증, 거래 상대방의 입금 확인에 관한 증빙 자료를 꼼꼼히 챙겨둬야 한다. 물론 때마다 증빙을 갖추기란 쉽지 않고, 가끔은 어디에 돈을 썼는지 밝히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만 남겨질 자녀들을 위해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당신이 파리를 다녀간 이후 내 마음이 어쩔 수 없이 혼란스럽고 착잡하군. 당신이 날 만나기 위해 파리에 머문 두 달 동안 내게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던 것에도 마음이 불편하고 심란스럽고. 당신이 어떤 노력을 했든 간에 난 당신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당신이 내 집을 어찌어찌 알고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해도 난 안 열어주었을 거니까.
이봐요, 우린 이미 헤어진 사람들이라고. 깨진 접시를 붙인다고 붙여지나? 우리가 헤어진 지 올해로 꼭 10년째인데, 전해 듣기엔 일부러 그 시기에 맞춰서 나를 찾아왔다고? 당신은 나보다 에너지가 많고 집요하고 집착도 강한 성격이라 나와의 만남도 이벤트성으로 하고 싶었던 걸까? ‘이혼 10주년 기념 재회’라도 하고 싶었던 건가 말이지. 그러면 내가 감동할 거라 여긴 건가? 아, 오해 마. 빈정대는 투로 들렸다면 그건 오해야. 당신이 갑자기 파리에 나타난 것이 그 정도로 뜬금없었다는 뜻이니까.
당신이 날 보러 오겠다고 미리 말했다간 내가 인근의 독일이나 스위스로 도망이라도 갈 줄 알았나? 그래서 그 어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건가? 이봐요, 아까도 말했지만 내 집으로 찾아왔다 해도 난 안 만났을 거야. 그러니 알리고 왔다 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었어. 내가 어디로 도망갈 일은 절대 없었을 거란 말이지.
물론 놀라긴 했어. 아침에 출근해서 막 하루 업무를 시작하려는 순간, 저장되지 않은 번호가 뜨길래 무심코 받았는데 당신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으니. 너무 놀라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순식간에 끊고 나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지. 여하간 10년 만에 듣는 목소리니까. 게다가 지척에서 걸려왔으니. 난 서둘러 당신의 전화번호를 차단했어. 전부터 끊어뒀던 메일이나 SNS 잠금장치도 다시 점검하고. 당신의 한 점 목소리, 한 줄 문장이라도 새어 들어올세라….
예나 지금이나 당신은 참 적극적인 여자야. 나 같으면 절대 그렇게는 못 했을 것 같은데.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든 수소문해서, 전혀 생소한 곳임에도 내가 다니는 회사와 아주 가까운 장소에 숙소를 정하고, 또 바뀐 전화번호는 어찌 알고 당돌하게 연락을 취해왔으니. 물론 당신도 내 전화번호를 누르기 전 적잖이 긴장을 했겠지만…. 여하간 당신은 원하는 것은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야. 인정!
이제 와서 뭘 어쩌자고?
그래, 한국은 잘 돌아갔는지? 벌써 두 달 전 일이네. 날 못 만났다 해도 당신 성격에 시간을 헛되이, 멍하니 흘려보냈을 리는 없고, 알뜰살뜰 요모조모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했겠지. 옛날 프랑스에서 맛있게 먹던 음식도 먹고, 아마도 한국 지인들 선물까지 꼼꼼히 챙겼을걸. 원래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았으니 지난 10년간 대인관계는 또 얼마나 넓혔을지. 선물할 사람이 많을 테니 비싸지 않으면서도 요긴한 것을 찾기 위해 파리 기념품 숍을 최소 두세 번은 둘러보았을 거야. 명단을 작성하여 체크해가며. 어떤 상황에서도 할 일을 놓치지 않는 당신이니까. 20년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는 당신의 그런 면을 따라갈 수 없었지. 난 원체 에너지가 부족하고 뒷심이 달리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야. 당신 없이 그 고생스러운 시간을 헤쳐 나온 게 스스로도 놀라워.
그런데 나를 버리고 떠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뭘 어쩌자고…. 꽁꽁 단속하던 마음과는 별개로 만나서 당신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고도 싶었지만, 솔직히 난 당신을 만날 자신이 없었어. 당신은 어떤 각오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난 막상 당신을 대면했을 때 어떤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두려웠어. 그래서 한사코 피했던 거야. 물론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당신은 능숙하게 대화를 리드해나갔을 테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아. 두려움보다 노여움이 더 컸으니까. 당신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당신의 파리 출현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한 일에 비해 너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는 억울함도. 맞아, 난 억울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내 인생이 이렇게 무너져야 했냐고!
모든 것을 잃은 마당에
당신이 떠난 후 내 인생은 순차적으로 무너져 내렸지. 우선 퇴직 후 당신과 함께 차린 프랑스 식당이 망했고, 그 스트레스와 과로로 건강이 상했고, 가까스로 몸과 마음을 추스려 새로 시작한 숙박업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고, 당신과 이혼 후 내가 걱정되어 한사코 한국을 떠나 파리로 오셔서 고생만 하시다 95세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임종을 고스란히 혼자 지켜야 했고, 그 와중에 먹고는 살아야 하니 청소일을 한 3년 했고…. 내 60 평생에 겪을 암흑과 폭풍을 이혼 후 10년 사이에 다 겪은 것 같아.
장모님은 우리 어머니보다 2년 앞서 돌아가셨으니 의지할 곳 없이 당신도 나름 고생을 했겠지만, 우리가 헤어진 후 쓰나미는 내게만 닥친 것 같은 느낌이야. 쓰나미는 말 그대로 내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지. 난 완전히, 쫄딱, 돌이킬 수 없이 망했어. 그나마 3년 전부터 직장을 다니게 된 지금이 가장 안정된 상태야. 서서히 건강도 되찾아가고 있고.
아, 이참에 짚고 넘어가지. 이혼하면서 나중에 주기로 했던 재산 분할금을 한 푼도 못 준 건 사업이 망했기 때문이지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야. 그 점에선 당신도 날 원망하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나의 무능으로 전 재산을 날린 것에 대해. 당신은 전업주부였지만 부부의 재산은 공동이니까. 그때 당신 명의의 카페라도 그냥 뒀더라면 이렇게 돈이 하나도 없진 않았을 텐데. 당신만이라도 좀 편히 살았을 테니까. 그때는 날 버린 당신이 너무 미워서 어떻게든 그 카페를 빼앗고 싶었어. 그런데 당신은 또 왜 그렇게 순순히 내어줬는지. 나로선 주면 받고 안 주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그냥 꺼내본 말이었는데, 당신 이름으로 된 가게를 왜 선뜻 내게 줬어? 내가 아무리 전체 사업체의 디렉터라 해도, 그래서 법적 처분권이 내게 있었다 해도, 당신이 기어코 안 내놓겠다면 내가 강제로야 했겠어? 내 추측이지만 나를 버리고 가는 마당에 날 배려해서가 아니었을까 싶어. 내게서 돈이라도 축내지 않으려고. 당신은 원래 돈 욕심은 없는 사람이잖아.
내가 그렇게 나쁜 짓을 한 건가?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보자. 내가 이렇게까지 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당신에게 나쁜 짓을 했나? 당신 어떻게 생각해? 정말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야? 이번에 당신을 만났다면 그걸 따져보고는 싶었어. 내가 당신을 때린 게 이렇게까지 혹독한 대가를 치를 일인가 말이야. 당신과 20년을 같이 살면서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때린 건 사실이지만 그게 그렇게 나쁜 짓이야?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사람이 화나면 그럴 수도 있지. 세상에 안 맞고 사는 여자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아, 됐고, 다 지난 이야기 또 꺼내면 뭘 하겠어? 그러게 왜 찾아와서 날 다시 화나게 하냔 말이야.
당신, 내가 얼마나 자존심 상한 줄 알아? 내가 왜 이렇게 도피하다시피 살고 있는 줄 알아? 솔직히 내가 지금 사는 게 사는 건 줄 알아? 파리 교민 사회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어야지. 우리가 왜 이혼했는지 소문이 다 나서 말이야. 차라리 대놓고 묻기라도 했다면 나도 뭐라고 해명,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당신의 행방조차 묻지 않으니. 생각해봐, 늘 붙어 다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는데 어디 갔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안부도 안 묻는다는 게 말이 돼? 내가 지금까지 그런 맹탕 같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도 화가 나. 물론 지인들로선 묻는 자체가 민망했겠지. 자기들끼리는 이미 다 알고 있었을 테니까. 어쩌면 날 배려하느라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는지도.
그럼에도 나는 주변의 시선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어. 아무도 내게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나는 숨이 막혀갔어. 불쾌했어. 모두들 짜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향해 한사코 침묵하는 그 무거운 압력이 두렵기도 했어. 모두 나를 왕따시키는 것 같았고, 경멸하는 것도 같았고, 동정하는 것도 같았고, 한심하게 여기는 것도 같았어. 당신이 떠난 후 난 그렇게 기가 죽기 시작했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볼 수가 없었어. 당신이 원망스러운데도 하늘을 향해 그 원망을 퍼부을 수 없는 내 자신이 초라했어. 솔직히 겁이 났어.
어머니 돌아가신 후 교민 사회를 떠나 프랑스 본류 사회로 스며들었어. 지금은 프랑스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한국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는 곳이지. 아예 한국말을 잊어버릴 지경이라니까. 지금 나는 결코 행복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냥 편해. 나와 당신을 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당신 날 왜 만나려고 한 거야? 나와 다시 합치고 싶어서? 아님 날 용서해주려고 온 거야? 두 가지 모두 사양하겠어. 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난 당신에게 용서받아야 할 짓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고 애매한지 모르겠어. 차라리 당신이 날 마구 때려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속이 좀 시원할 것 같아. 개운하게 뚫릴 것 같아.
어쩌면 머지않아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찾아갈지도 모르겠어.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노후에 얼마가 있으면 될까요?”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이 질문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현금흐름 세계에서 가장 불확실한 건 ‘내가 몇 살까지 살지 모른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후 대비 자산을 마련할 때는 평생 퍼 올릴 수 있는 우물형 자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산을 연금화 해야 할까? 아내와 두 자녀가 함께하는 4인 가족을 꾸려나가는 ‘김중년’씨의 가상 사례를 KB골든라이프센터에 의뢰해 현금흐름 만드는 노후 대비 자산설계를 받아봤다.
1. 국민연금 수령액이 얼마나 될까요? 아내와 국민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김중년 님은 60세까지 국민연금을 낸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 수령액은 140만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본인의 경우 군 복무 추납제(1988년 1월 1일 이후 군 복무한 경우 해당)활용해 군 복무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보험료를 내면 연금수령 금액을 늘릴 수 있습니다.
배우자분은 3년간 직장생활을 하였으나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7년간 내지 못한 연금을 추가 납부해 국민연금 소득을 만드시길 제안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김중년 님의 국민연금 수령액 조회는 NPS국민연금공단사이트에서 예상노령연금액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주부 님은 현재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됐다면 임의가입자로 가입해 10년 동안 최소 월 9만 원을 내면 평생 월 약 18만 원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박주부 님은 22세부터 24까지 직장가입자 경력이 있어 추가납입제도 활용이 가능함으로 119개월(10년 미만)분을 추가로 납입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2. 퇴직연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디폴트 옵션을 골라야 한답니다. TDF를 추천받았는데, 상품을 고를 때 퇴직년도를 예상연도로 맞춰야 하는지 더 늦춰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TDF 말고 다른 투자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퇴직연금은 어떻게 운용해서 언제부터 연금으로 받는 게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TDF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겟으로 투자 자산과 안전 자산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그러니까 투자자 생애주기를 고려한 위험관리, 펀드가 스스로 해주는 리밸런싱, 하나의 펀드로 완성하는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기본적으로 활용합니다. 바쁜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을 운용하기에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운용사마다 TDF 운용 전략이 다르므로 TDF를 여러 개 분산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때 본인 투자성향 및 은퇴 시기를 감안해 디폴트 옵션 상품에 묶음으로 운용 중인 TDF로 옵트인(Opt-in) 해 투자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중년 씨는 현재 디폴트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디폴트 옵션 상품을 직접 매수하는 ‘옵트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디폴트 옵션으로 운용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디폴트 옵션 상품을 매수하려면 기존 운용하던 상품을 매도해야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만55세 이후에 수령 가능하지만 김중년 님의 경우 재취업 후 60세 부터 연금을 받으면 좋을 듯합니다. 퇴직연금 수령방법은 기간지정, 금액지정, 자유인출방식 등 다양합니다. 김중년 님은 자유인출방식을 통해 필요할 때 인출해 사용하다가 추후 반퇴 생활 또는 국민연금 수령 등에 따라 기간을 지정하는 방식 또는 금액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수령 방법을 변경해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김중년 님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결과에 맞는 디폴트 옵션에 투자하거나 또는 본인이 미래에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는 종목 투자도 가능합니다. 원금보장을 원한다면 투자 분석 결과에 상관없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퇴직연금 수령 시점은 퇴직 후 55세부터 가능하며 소득공백기인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받거나, 필요한 시점에 자유인출방식을 활용해 수시로 인출할 수도 있습니다.
3. 노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활비에 최대한 가깝게 연금을 받으려면 어떤 연금을 더 준비해야 할까요? 연금 준비를 위해 넣어야 하는 돈은 몇 세까지 얼마를 넣어야 할까요?
[고경환 센터장]
연금저축펀드를 추가로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예상 은퇴 시기까지 3년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계약직으로 최대 5년까지 재취업 가능하므로 국민연금은 60세까지 내고 연금 계좌인 IRP와 연금저축펀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운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우리나라의 연금 3층 보장체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돼 있습니다. 김중년 님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가입이 돼 있고 개인연금은 미가입 상태입니다. 따라서 연금저축계좌로 세액공제 한도인 연간 900만 원을 추가 납입해 납부 기간에는 세제 혜택을 받고, 은퇴 후에는 연금으로 활용 가능한 개인형 IRP 계좌로 부족한 연금을 채우시길 추천합니다.
4. 노후에는 주택도 연금으로 받아야 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연금을 받는 게 좋을지가 고민입니다. 또 지금 집으로 받는 게 나은지,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서 받아야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으로 월 생활비가 충족되면 주택연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닌가도 싶고요. 그래도 연금으로 받는 게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김중년 님은 현재 상환해야 할 대출금도 있으며 자녀 학자금과 결혼자금이 1억 8500만 원이나 필요합니다. 추후 자녀들이 분가하게 되면 현재 거주 중인 부동산에서 조금 작은 부동산으로 거처를 옮겨도 좋을 듯합니다. 현재 보유 중인 아파트를 팔아 대출금을 상환하고 더 작은 주택으로 이사하는 시기는 대략 계약직으로 5년 정도 근무한 후 은퇴가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이때 이전한 주택을 활용해 주택연금을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장수리스크를 확실히 보장합니다만 국민연금으로만 노후를 담보하기에 부족한 금액입니다. 퇴직연금은 연금소득세율이나 절세를 고려한 수령을 계획하고, 주택연금은 의료비나 간병비가 필요한 시기에 종신으로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55세에 퇴직하고 계약직으로 재취업하면 연봉이 50% 삭감됩니다. 주택연금신청은 55세부터 가능하니 은퇴 후 56세부터 주택연금을 받아 계약직으로 삭감된 월급을 보완해 사용하시기를 제안합니다.
주택연금 수령 시 필요금액에 따라 정액형, 초기증액형, 정기증가형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해 받을 수 있습니다.
5. 1~4번의 연금을 준비했다면 각각의 연금 개시는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국민연금은 정상적인 수급시기인 65세에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60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는 퇴직연금을 금액지정방식으로 생활비에 필요한 만큼 받다가,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기에는 기간지정방식이나 자유인출방식으로 전환하기를 제안합니다. 이때는 국민연금을 주된 소득원으로 활용하고 추가로 필요한 생활 비용은 퇴직연금에서 조달할 수 있겠습니다. 퇴직연금이 소진되면 주택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노지원 센터장]
김중년 님은 72년생으로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55세 퇴직 후 수령이 가능하므로 바로 연금을 수령해 대출금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퇴직금에서 출금해 갚거나 그동안 모아둔 적금으로 상환할 수 있겠습니다. 주택연금은 55세부터 신청해 계약직으로 삭감된 급여에 보태서 생활비로 사용합니다.
6. 현재 적금 계좌에 있는 돈으로 수익을 더 내고 싶은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금을 잃을까 걱정도 되고요. 어떤 상품에 얼마 정도를 투자해보면 좋을까요?
[고경환 센터장]
보유 중인 적금은 가장 먼저 마이너스 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출을 상환하고 IRP 계좌에 연간 납입 가능 한도 1800만 원을 넣어 저축은행 정기예금(4.4% 복리)에 투자하기를 제안합니다. 저축은행은 기관별로 5000만 원까지만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ISA 계좌에 연간 납입 가능 한도 2000만 원을 납입하고 정기예금, 채권형 상품 등 수익을 추구하지만 크게 손실이 나지 않는 상품으로 운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IRP·ISA 계좌는 계좌 안에서 운용되는 상품의 손익이 통산되고 과세가 이연돼 실효수익이 높고, 절세를 활용한 투자이므로 위험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ISA 계좌는 3년경과 시 연금계좌로 이전해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노지원 센터장]
공격투자형, 적극투자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안정형 등 개인별 투자 성향 분석 결과에 따라 상품을 제안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기대수익률과 위험도는 비례 관계에 있음을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7. 퇴직 후 소득공백기에는 일하려고 합니다. 다니는 회사에서 연장할지 조금이라도 연봉을 높여 다른 일을 할지는 고민 중입니다. 수입이 아무래도 절반가량 줄어들 텐데, 자녀에게 필요한 자금 준비도 해야 해 걱정입니다.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때부터는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분배해야 할까요?
[고경환 센터장]
계좌 내에서 정기예금, ETF, ELS, 펀드 등을 다양하게 운용 가능한 ISA 계좌를 추천합니다. 연간 최대 2000만 원, 총한도 1억 원까지 납입 가능합니다. 한도 내에서 자유 납입 가능하고 3년 이상 경과 시 비과세 한도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 세제 혜택이 있습니다.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순이익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를 적용 가능합니다. 자금 운용 시 계좌 내에서 상품별 손익 통산이 적용되고 의무가입기간(3년) 경과 시 해지해 60일 이내에 잔액 전부 또는 일부를 IRP로 이전해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노지원 센터장]
보통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의 소득공백기에는 다시 일하셔서 현금흐름을 만드시거나 퇴직금과 근무 기간에 가입한 개인연금에서 받는 연금으로 생활비를 사용합니다.
8. 마지막으로, 더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경환 센터장]
마이너스 통장 상환 후 해지를 추천합니다. 마이너스 통장 사용은 습관이며 예금 보유 시 예금 담보대출 가능합니다. 자금 필요시 인터넷뱅킹으로 보유 중인 예금을 담보로 실시간 대출 가능하므로 신용을 활용한 대출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노지원 센터장]
먼저 재직 중에 받은 신용대출이 있다면 퇴직하기에 앞서 한도를 늘리거나 대출금 상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집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담보대출이 되는 건 아닙니다. 소득 증빙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필요자금을 계산해 미리 신규로 대출을 받거나 상환하는 등 계획적인 대출관리가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하기 위해서 신용카드는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자금을 침범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겠습니다.
은퇴 후 적당한 일은 건강, 여가, 사회적 관계, 재정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잘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준비하면 좋습니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인간관계의 중심축이 사회생활에 있었지만, 퇴직 후에는 관계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새로운 적응이 필요합니다. 부부관계(서로 존중),자녀관계(친구처럼 소통),친구관계(동네 친구 사귀기) 등 관계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은퇴 후 심한 감정 기복과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동체 참여, 자원봉사, 악기·언어 배우기, 명상, 긍정적 사고방식 기르기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건강관리도 필요합니다.
노후에는 전화사기 등 디지터렝 취약한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많습니다. 금융사기에 주의해야 하고, 치매·질병·장애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성인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로 치매가 우려된다면 미리 법원에 성년후견제도를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상기 내용은 KB국민은행의 은퇴·연금 자산관리 종합상담 채널 ‘KB골든라이프센터’의 도움으로 작성 됐습니다. 상담 내용은 개인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가까운 금융기관에서 정확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0·5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2019년 약 3400억 원에 달했다. 60대 이상의 같은 해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약 1760억 원이다. 2019년과 2020년 4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총 약 7700억 원에 이른다.
노후에 금융사기로 재산을 다 잃게 되면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심적 피해도 상당하다.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금융 사기뿐 아니라 경제적 학대도 위험 요소다. 80대 부모의 연금을 독립하지 못한 50대 자녀가 가져가는 예도 있고, 요양원 원장이나 요양보호사가 치매에 걸린 고령자의 예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은퇴 후 준비 없이 창업했다가 받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폐업하면서 자산 압류에 처하는 사례도 있다. 대출 사기에 휘말려 압류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여러 이유로 자산이 압류되면 노후 생활이 빈곤해지는 악순환에 들어설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압류방지 방법들과 금융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알아두자.
◆압류방지통장
1. 국민연금 안심 통장
국민연금은 법적으로 압류를 못 하게 되어있지만, 국민연금을 받아서 일반 통장에 넣어두면 연금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없다. 통장에 압류가 들어온다면 연금이라는 걸 소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게 국민연금 안심 통장이다. 분할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 반환일시금을 입금할 수 있고 일반 자금은 입금할 수 없다. 한 번에 이체할 수 있는 금액은 최저 생계비 수준인 185만 원까지다. 출금할 때는 일반 통장과 같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2022년 6월 기준 안심 통장 가입자는 약 32만 명이다.
2. 행복지킴이통장
행복지킴이 통장은 수급자 전용 압류방지 통장이다.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수급금 등만 입금할 수 있다. 야외 육체노동이 많아 질병이 잦은 농민을 위한 정책보험 ‘농업인NH안전보험’의 보험금도 행복지킴이 통장으로 입금 가능하다.
주민센터에서 수급자 증명서를 발급받고, 은행에 방문해 행복지킴이통장을 개설하면 된다. 이후 주민센터에 해당 통장을 수급금 입금계좌로 변경하면 된다. 농업인NH안전보험으로 행복지킴이통장을 개설하고 싶다면 보험가입내역확인서나 보험증권을 챙겨야 한다.
구직급여‧연장급여‧구직촉진수당 등의 압류를 방지하는 실업급여 지킴이통장도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해당 통장을 행복지킴이통장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3. 주택연금 지킴이통장
주택연금을 받고 있다면 주택연금 지킴이통장으로 185만 원까지 압류를 방지할 수 있다. 185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다면 185만 원은 지킴이통장으로, 초과금액은 일반계좌로 나누어 지급해준다. 가까운 주택금융공사 지사를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주택연금 전용계좌 이용 대상 확인서’를 발급한 뒤 주택연금을 받는 계좌의 은행 영업점에서 개설할 수 있다. 입금액은 한도가 있지만 잔액은 한도 없이 유지할 수 있고 출금 및 이체도 자유롭다.
4. 농지연금 지킴이통장
농민이라면 농지연금 전용 지킴이통장이 있다. 농지연금 제도는 고령 농가의 소득 안전망 확보를 위해 영농 경력이 5년 이상이고 만 65세 이상인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로 받는 연금이다. 농지연금 지킴이통장은 NH농협은행이나 지역 농·축협에서 가입할 수 있다.
농지연금 신규가입자는 압류방지통장 개설 후 농지연금에 가입하면서 해당 통장으로 연금 수급을 신청하면 되고, 기존 농지연금 가입자는 통장 개설 후 한국농어촌공사에 계좌 변경을 요청하면 된다. 안심통장과 마찬가지로 185만 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5. 기타 압류 방지 통장
위 네 가지 통장 외에도 ▲실업급여 지킴이통장(구직급여‧연장급여‧구직촉진수당 등) ▲공무원연금 평생 안심통장(공무원 연금 수급자) ▲국방부 압류방지 통장(장병급여 안심통장) ▲희망지킴이통장(산재보상 수급자) ▲노란우산공제(자영업자·소상공인) ▲임금채권 전용통장(사업주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체불임금 압류방지) 등이 있다.
또한 퇴직금도 압류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퇴직연금 통장으로 잘 알려진 IRP 계좌를 활용하면 된다. 퇴직금을 일반 통장으로 받으면 압류 위험이 있지만 IRP 통장에 넣어둔 퇴직금은 압류할 수 없다.
◆금융사기 예방 서비스
6. 지정인 알림서비스
카드 대출 금융사기가 걱정된다면 지정인 알림서비스를 신청하자. 고령자의 신용카드 대출 상품 이용 내역이 가족이나 사전 지정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안내된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자가 가입 가능하다. 대면으로 신규카드 발급할 때 가입할 수 있으며, 발급 후에 개별 가입도 가능하다. 다만 알림서비스에 가입할 때 알림을 받도록 지정한 사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지정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알림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7. 대리청구인 지정
치매로 인해 보험금 수령이 걱정될 때는 대리청구인 지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험 수익자가 치매, 의식 불명, 중대한 질병 등으로 직접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을 때를 위한 서비스다. 대리청구인이 대리로 보험금 신청을 할 수 있다. 대리청구인은 치매보험, 자동찿보험, 질병·상해보험 등 다양한 생명·손해보험에 적용된다. 치매보험의 경우 계약을 체결할 때 원칙적으로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도록 되어있다. 다만 서비스 적용 가능 상품이나 지정대리청구인의 범위는 보험회사별로 다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또 대리청구인에게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서 피보험자(보험 가입자)가 의사능력을 회복해 보험금을 다시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재지급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따라서 대리청구인은 믿을만한 사람으로 신중하게 지정하도록 하자.
8. 보이스피싱지킴이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지킴이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보이스피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보이스피싱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안내한다. 다양한 보이스피싱 사례들도 소개한다. 사전에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한편, 만약 피해가 있었다면 신고와 함께 해결 방법들을 알아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에서는 금융사기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은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고 사전에 금융사기 예방교육을 받아두는 것도 좋겠다.
73세 남현명 씨는 남다른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자신의 재산을 꼼꼼히 관리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금 납부를 깜빡하거나 중요한 계약을 놓치는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남현명 씨는 자녀로 남일명, 남이명, 남삼명 씨를 두고 있는데, 그중 미혼인 남삼명 씨와 함께 살고 있다. 한편 첫째 남일명 씨는 본인과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토지를 함께 개발하고자 남현명 씨의 토지 명의를 확인하다 땅이 매각된 상태인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일명 씨는 최근 동생 남삼명 씨가 사업을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남현명 씨의 토지 매각 대금이 남삼명 씨의 사업자금으로 쓰인 것이라고 강력히 의심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성년후견 판단 요건과 절차
남현명 씨와 자녀들의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판단 능력이 떨어진 부모의 재산을 자식이 흥청망청 써버리고 다른 자식들이 알았을 때는 이미 손쓰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필요한 법적 수단은 바로 성년후견 제도다. 우리 민법은 사무처리 능력 결여의 정도에 따라 후견의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성년후견(민법 제9조)을,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상으로는 한정후견(민법 제12조)을,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견 또는 특정 사무 후견이 필요한 성인에게는 특정후견(민법 제14조의2)이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성년후견 제도를 이용하려면 가정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결정이 필요하다. 우선 피후견인에게 후견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 판단한다. 2018년 판단 사례로는 뇌병변(외상성 뇌손상, 뇌경색, 뇌출혈, 뇌성마비, 뇌종양 등 뇌의 병변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 포함)으로 인한 경우가 41.6%로 가장 많았고, 치매(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알코올중독성 치매 포함) 26%, 발달장애 22.2%, 정신장애 7.4%, 기타 정신적 제약 2.8% 순이었다.
이러한 정신적 제약이 있는지는 법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 등에서의 감정을 원칙으로 하지만, 의사의 진단서(‘회복 가능성 없음’ 등의 문구가 들어가야 함) 등으로 정신 상태를 판단할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비용과 소요시간을 고려해 감정 절차를 생략하기도 한다. 감정이 필요한 경우, 필요에 따라 제출된 진료기록으로 진행하는 진료기록 감정과, 본인이 직접 의사를 만나 감정하는 신체 감정으로 진행된다. 신체 감정은 감정병원을 외래로 방문하여 감정을 실시하는 외래감정(의사가 직접 자택이나 요양원을 방문하는 출장감정도 있을 수 있음)과, 입원을 요하는 입원감정(보통 10~14일)으로 나뉜다.
친족 등 관계인들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경우, 신상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출장조사가 필요한 경우, 후견 청구의 실질적인 동기가 된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이나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경우, 후견인 후보자가 지나치게 연로하거나 연소한 경우 등일 때는 보통 가사조사가 실시된다. 가사조사에서는 사건 본인의 정신적 제약 여부와 정도, 사건 본인 생활 내력, 현재 생활 상태, 재산 내역 및 관리 상황, 후견 개시 여부 및 후견인 선정에 대한 상속인들의 의견 등을 조사한다. 본인이 의식불명이나 사지마비 등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법정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는 심문 절차도 가진다. 후견 신청 절차는 다툼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6개월 이내부터 1년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성년후견인 선정 과정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 친족 등이 이를 청구해야 한다. 다만 성년후견인은 반드시 친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후견인 선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후견인의 의사지만, 성년후견 신청 단계에서는 피후견인의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피후견인이 예전에 작성해둔 문서나 영상, 친족들의 진술 등 정신적인 제약 상태에 이르기 전에 표시한 의사를 토대로 피후견인의 보호와 복리에 가장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참고한다.
친족후견은 대체로 피후견인과 친밀감 및 심리적 유대감이 높고 피후견인의 필요를 잘 알고 있으므로 신상 보호에 용이하지만, 후견인으로서의 의무를 망각하고 횡령이나 학대 같은 비행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친족 간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 후견인을 선정하기도 하는데, 주로 변호사, 법무사, 사회복지사, 공익법인 등이 있다. 전문가 후견인은 친족 사이의 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공정하게 사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교적 높으며 실질적인 욕구를 잘 알지 못할 우려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후견인이 복수로 선임돼 신상에 관해서는 현재 본인을 돌보고 있는 친족에게, 재산에 관해서는 전문가 후견인에게 각각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기도 한다.
재산을 마음대로 쓸까 불안하다면
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견인은 선임 후 2개월 내에 재산을 조사해 목록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기 전까지는 재산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법원은 필요한 경우 후견인을 감독할 성년후견감독인을 선임하는데, 이러한 후견감독인은 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한다. 후견인의 가족은 감독인이 될 수 없으므로 주로 전문가가 후견감독인으로 선정된다. 후견인은 정기적으로 후견감독인에게 후견사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출, 부동산 매매, 소송 등 중요한 행위는 별도로 후견감독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과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 서로 이해가 대립되는 행위를 하면 후견감독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한다. 예컨대 성년후견인이 돈을 빌리면서 피성년후견인을 연대보증인으로 하거나, 피성년후견인 소유의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고자 하는 경우다. 성년후견인이 제3자에 대한 채무에 관해 성년후견인과 피성년후견인의 공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특히 피성년후견인이 거주하는 부동산에 대해서 매도, 임대, 저당권 설정, 임대차 해지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재산뿐 아니라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혹시 멋대로 정신병원 등에 격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수 있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더라도 자신의 신상(의료 행위에 대한 동의, 사회복지 서비스 선택 또는 결정, 거주 이전에 관한 결정 등)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그럴 수 없다면 성년후견인이 본인을 대신해 동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정신병원이나 그 밖의 다른 장소에 격리하려는 경우, 의료 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을 때에 그 의료 행위를 성년후견인이 동의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의할 점은 법원이 피성년후견인(위 사례의 남현명 씨)으로 심판한 자는 원칙적으로 행위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가 한 법률 행위를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피성년후견인에게 남아 있을 능력을 고려해 일정액 이하까지 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 취소를 제한할 수 있다. 즉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 범위를 법원이 정해줄 수 있다. 법원이 따로 정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피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 더불어 법원은 후견인의 청구에 의해 피후견인의 재산 상태를 참작하여 피후견인의 재산 중에서 상당한 보수를 후견인에게 수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민법 제955조). 다만 일반적으로 친족후견인에게는 전문가 후견인과 달리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맘대로 후견인을 정할 수 있을까?
남현명 씨의 입장에서는 내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데 남은 가족들끼리 후견 신청을 하네 마네, 누가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 등 다투는 것이 보기 좋을 리 없다. 건강이 온전할 때는 집안 어른으로 호통이라도 치겠지만, 이미 판단 능력이 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것도 불편할 테다. 그렇다고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는데, 법원이 정하는 사람 말고 내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미리 후견인을 정할 수는 없는 걸까? 나를 어떻게 돌봐줄지, 내 자신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도 미리 정해두고 싶다.
민법은 임의후견이라는 제도를 두어, 당사자 간 사적인 후견계약을 통해 후견 개시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가정법원에 임의후견인을 감독할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을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임의후견인 등이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후견계약서의 내용 역시 미리 상세히 정해둘 수 있다. 이러한 후견계약은 신중한 결정과 사후 분쟁의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공정증서로 체결해야 하고, 후견계약 체결 후 정정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도 공정증서에 의하여야 한다.
후견계약에는 후견인이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비용이 필요한 경우 어떤 재산을 순서대로 처분하여 비용을 충당할지(재산 처분 순서), 후견 개시 이후 몇 년간 특정 재산은 처분 금지, 후견 개시하는 경우 요양원 입소 여부(원하는 요양원 지정), 후견 개시 이후 후견인의 피후견인 방문 횟수(월 몇 회 이상), 의료 행위가 필요한 경우 원하는 병원 지정, 연명치료 여부 등도 기재할 수 있다.
임의후견인의 자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친족이 아니라도 누구든지 임의후견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만 임의후견의 효력이 발생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면서 성년후견 제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직 성년후견 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초고령화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취지에 맞게, 성년후견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기 바란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세상 사람들, 이제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신다면 그 자체만으로 참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신 후 몇 마디 조언을 해주신다면 더욱 감사할 것 같습니다. 만약 돌을 던지신다면 제 영혼 구원에는 더없이 소중할 테니 무엇보다 감사하겠습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해서 옳은 일을 행하지 못한다는 성경 말씀으로 핑계 대고 도망치려는 저를 붙잡아 바로 세워주시려는 거니까요.
저는 올해 95세 남자입니다. 죽음이 코앞에 닥친 늙은이지요. 30년 전에 아내와 사별했습니다. 이후 30년을 혼자 살았습니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진작 재혼할걸 하는 후회가 없지 않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말처럼 지금에야 아무 소용 없는 소리지요.
아내 떠난 후 재혼을 하지 않으려던 건 아닌데, 솔직히 제가 가진 돈이 좀 있다 보니 그게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돈이 있으면 재혼에 좋은 조건 아닌가 하실 테지만 그게 꼭 그렇지가 않더란 거죠. 새사람이 들어와 평생 피땀 흘려 일군 재산 한 축이 허물어지는 건 아닌가, 나라는 사람을 보기 전에 내 돈을 먼저 보고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었더랬습니다. 돌이켜보면 재산을 지키느라 행복을 포기한 참으로 어리석은 노인네지요, 제가. 물론 지금도 ‘그깟 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이렇게 많이 들고 보니 헛것을 붙잡고 허송세월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돈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아내 사별 후 90세에 만난 여인
그런데 지금 제 곁에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5년 전에 만났습니다. 그 사이 마음이 달라졌냐고요? 아니요, 결혼한 사이는 아닙니다. 90세에 만난 사람과 법적으로 맺어지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돈이 작용했습니다. 돈이 많아서 재혼을 포기해야 했던 과거가 있었다면, 돈이 있기에 한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는 현재의 제 모습이라니….
그 사람은 50대 중반으로 저하고 나이 차는 무려 40년입니다. 이 대목에서 추하게 늙은 고약한 노인네라고 저를 비난하시겠지요. 비난하실 일은 비단 나이 차만이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는 남편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와 그 사람은 불륜 관계입니다. 저는 그 사람의 남편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솔직히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고요. 나이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한 저는 나이 많음이 무슨 해방구라도 되는 양 느껴집니다. 죽으면 공소권이 없어지는 것처럼. 저는 나이가 너무 많아 곧 죽을 거니까요. 추잡한 늙은이가 이기적이기까지 하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요?
그 사람을 만난 것은 동네 은행에서였습니다. 역시 돈과 연관이 있군요. 그 사람은 입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해당 창구로 안내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은행 출입을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날은 왠지 운동 삼아 가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그녀를 만나려고 그랬던가 봅니다. 제가 워낙 고령이라 그랬을 테지만 유난히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주는 그 사람에게 업무에 충실한 것뿐이란 생각 이상을 품게 되었으니 역시나 늙은이의 주책이었지요.
그런 그 사람에게 저는 마치 자석처럼 끌렸습니다. 저의 은행 출입이 잦아졌지요. 혼자 살고 있으니 자식들 눈치 볼 것도 없었고, 자식들도 나 대신 은행 일을 봐주는 게 은근히 귀찮기도 했을 테니 이래저래 저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그 여자가 혼자 사는 줄 알았습니다. 뻔한 수작 부리지 말라고요? 아니요, 정말입니다. 그 여자가 제게 그렇게 말했으니까요. 그럼 꽃뱀에게 걸려든 거냐고요? 딱히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 여자는 제게 돈을 요구한 적도 없었으니까요. 그 여자는 그저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 친절을 제 쪽에서 왜곡했던 것이지요. 달리 왜곡이 아니라 제가 금전적으로 좀 여유가 있다 보니 그 여자의 친절에 작은 답례를 하고 싶었던 거고, 그 여자도 그것을 굳이 사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혼자가 아니면서 왜 혼자라고 했을까 싶지만, 그 정도로 나에 대해 그쪽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어떻게 말한다 한들 그 여자로선 무슨 상관이었겠냐는 거지요.
돈으로 맺어진 일방적 관계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습니다. ‘남녀 사이’가 된 구체적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더 이상 은행을 가지 않아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특별한 관계가 되었음을 암시하겠습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저를 먼저 찾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제가 연락하면 집으로 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지요.
그 사람은 자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가 아픈 건지, 생활력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도 모르겠고요. 그 사람이 은행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봐서 형편이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제 짐작이지요.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할 일이 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지만. 제가 아는 것은 그 정도뿐입니다. 아니, 하나도 모른다고 해야겠군요. 솔직히 더 묻고 싶지도 않았고, 굳이 묻지 않는데 답할 사람도 아니고요.
돈을 주기 때문에 나를 만나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지난 5년 동안 먼저 연락해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나를 만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주지 않는데 만나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돈 때문에 나를 만나는 건 사실인데 돈에 얽매이진 않는 여자, 저로서는 파악이 안 되는 묘한 상대인 것 같습니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겠고요.
저는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은 내게 무색무취의 존재인 것 같다는. 100세를 바라보는 늙은이를 행여 좋아할 리는 없고, 그렇다고 딱히 내 돈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나를 만나는지 세월이 지날수록 아리송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저를 향한 동정과 연민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깊은 사이라니까요.
청천벽력 같은 이별 통보
그렇게 관계를 이어가던 어느 날, 그러니까 석 달 전, 그 사람 쪽에서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묘하게 가슴이 설레면서도 마음 한편에선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예감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저로서는 그 사람이 먼저 만나자는 말에도 평소 그대로 집으로 오라고 할 수밖에 없었지요.
나쁜 예감은 적중하는 법이죠.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이 이제 그만 만나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제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지요.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언제든 각오하고 있었음에도. 본인보다 40살이나 많은 늙은 남자에게 정이 떨어졌다는데야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관계를 5년이나 이어온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그럼에도 저는 매달렸습니다.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내 만남에 응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사람이라 저는 더욱 허둥댔습니다.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아니 당연히 돈을 더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 사람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게 돈뿐이라 비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유라도 알자고, 헤어지고자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졸랐습니다. 95세 남자가 50대 여자에게 말이지요.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는 상투성을 유일한 위안 삼아.
그런데 그 이유가 어이없었습니다. 아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겁니다. 그 와중에 저는 내심 기뻤습니다. 그렇다면 나와의 관계가 보다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기에. 가까워지지는 않는다 해도 최소한 자유로울 수는 있기에. 내친김에 둘이 합쳐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돈 아까워서 어쩌냐고요? 그렇게 빈정대실 것까진 없지 않나요? 물으시니 답하자면 제가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사람 이전에 돈을 저울질했던 30년 전, 사별 초기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우쳐준 것도 바로 이 사람이었지요. 돈을 지키려는 알량한 생각을 버리고 진작에 마음을 열었다면, 저는 지금 이런 추한 모습으로 40살이나 적은 여자에게 사랑 구걸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여하간 그 사람은 남편이 죽자 저와의 관계도 청산하고 싶어 한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이 세상을 곧 떠날 사람이라고 해도 따지고 보면 불륜남이었는데, 불륜 관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신분이 자유로워진 마당에 굳이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가 뭔지 저로서는 당혹스럽습니다. 물론 그 여자가 저를 사랑해서 만난 건 아니었지만, 여하간 제약이 없어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 아닌가요? 돈을 더 줄 수도 있다는 말을 넌지시, 아니 노골적으로 해보았으나 역시 돈도 소용없어진 마당에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는 다사(多死) 사회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2022년 기준 연간 사망자 수는 140만 명. 죽음 준비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사회가 온 듯하다. 일본 정부는 웰다잉 서비스 산업을 강조하며 ‘엔딩산업전’을 개최, 비즈니스를 장려하고 있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2020년 기준 여성 87.7세, 남성 81.6세다. 수명이 늘고 있다지만,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사망자 수도 함께 늘고 있다. 2040년에는 연간 168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후쿠오카시의 인구(약 160만 명)에 준하는 수치다. 다사 사회는 ‘노인의 증가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사회 형태’를 뜻하는 하나의 명사가 됐다. 일본은 고령사회 다음으로 다사 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38년에서 2042년이 다사 사회의 정점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
다사 사회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서서히 바꾸기 시작했다. 먼저 죽음을 맞는 장소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후지 가즈히코(藤和彦) 경제산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카이 세대(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후기고령자(75세 이상)가 되는 2025년 이후 ‘다사 사회’가 온다”면서 “병원의 병상 수가 줄어들고 있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재택사는 약 10%였는데, 후생노동성은 2038년까지 재택사와 시설사 비율을 4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지역포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어디에서 죽느냐뿐 아니라 누가 죽음을 지켜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가족이 임종을 지킬 수 없는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 최근에는 죽음을 지켜보는 전문가라는 뜻의 ‘미토리시’(看取り士)라는 직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신해 죽음을 관장하는 이들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유족이나 교도관을 ‘간병 네트워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지 가즈히코 연구원은 자택에서 여생을 마무리하는 노인이 많아진다는 건 ‘사망’을 쉬쉬하던 분위기의 일본 사회로 ‘죽음’이 들어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 앞에 죽음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두드러져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뉴스에서 사체를 방영한 적이 없었던 일본”이라며 “‘바람직한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골묘 동기 ‘묘친구’ 아시나요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을 뜻하는 ‘종활’(終活)이 이미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자체에서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 ‘엔딩플랜 서포트 사업’을 한다. ‘생전계약’(生前契約) 서비스도 있다. 생전에 장례업체에 사후 절차를 위탁하는 것인데, 장례뿐 아니라 재산 관리, 간병 등의 생활 관리도 지원한다. 2022년 열린 장례 박람회 ‘엔딩산업전’은 벌써 8회를 맞이했다. 박람회에서는 개인의 삶에 맞춘 장례, 매장, 제례 서비스와 더불어 자산 운용, 재산 상속, 유품 정리 등 웰다잉과 관련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생전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등 죽음을 대하는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고인을 위한 축구공 유골함, 수의를 대신하는 ‘에필로그 드레스’ 등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끼리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같은 장소에 납골묘를 마련한 사람끼리의 교류를 ‘묘 친구’(墓友)라고 부른다. 비영리단체 엔딩센터가 마치다시와 다카쓰키시에 조성한 벚꽃장 묘지는 등록 회원끼리 반년에 한 번 모이는 생전 활동을 중요시한다. 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스 카페’ 등의 커뮤니티도 있다.
다사 사회가 다가오면 화장장이나 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체할 산업도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처럼 생긴 맨션형 납골당이 늘고 있다. 내부에 참배 부스가 있어, 평소에는 유골함을 따로 보관해두었다가 개인 카드를 찍으면 부스로 자동 이동하는 형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죽음을 준비하는 행위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있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비즈니스가 유행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