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벌가의 이혼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의 이혼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노 관장은 약 5조 원대로 알려진 최 회장의 재산 중 1조 3600억 원대에 달하는 SK 주식 50%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요구했다. 세기의 이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1심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665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어마어마한 금액이겠으나, 노 관장이 청구한 금액과는 큰 차이가 있다.
2020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간 이혼 소송에서도 임 전 고문은 이 사장 소유 재산 약 2조 5000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조 2000억 원대를 재산분할로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이 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14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혼 소송 재산분할 규모는 13억 3000만 원으로 기대(?)보다는 적은 금액이었다.
통상적으로 부부의 동거 기간이 길수록 재산분할의 비율은 높아진다. 재산분할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므로, 위와 같은 통념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위 판결들에 나온 재산분할 비율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재벌가의 이혼 소송은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재산분할의 비율
본래 재산분할은 부부가 결혼 생활 중 함께 모은 재산을 분배하고 청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분할 비율은 공동재산의 형성, 유지에 대한 기여도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결정한다. 경제적 약자에 해당하는 배우자에 대한 배려, 미성년 자녀의 양육 등 부양적 요소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판결에서는 ‘재산의 형성 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당사자의 나이·직업·경력·경제력·소득, 혼인 파탄의 경위 등’을 분할 비율 산정의 일반적인 요소로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일방 배우자(어느 한쪽)의 부모나 형제자매 등이 재산적 도움을 준 점 △일방 배우자가 혼인 전 재산을 취득한 점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낭비하거나 손실을 입힌 점 △상대방 배우자의 전혼 자녀를 양육하거나 부모를 봉양한 점 △일방 배우자가 재산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나 입증 부족 등으로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되지 못한 점 △분할 대상 재산의 규모 등이 있다. 한쪽의 사업 영위, 부동산 투자, 전문직 종사 등으로 형성된 재산이 많다면 동거 기간이 길어도 상대방의 재산분할 비율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 공동재산을 형성하는 데 한 사람의 기여가 월등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액수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특유재산
일방 배우자의 재산 규모가 너무나 큰 재벌가는 이혼 소송 때 ‘특유재산’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재벌가의 이혼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특유재산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었다. 특유재산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생활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한다. 특유재산은 결혼 생활 중 쌍방의 협력에 의해 취득한 공동재산과 달리 분할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부부의 일방이 혼인 생활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하였으나 재산 형성에 배우자의 협력이 있다면 형식적으로는 특유재산이지만 실질적 공유재산으로 여겨 분할 대상이 된다. 결혼 생활을 하며 취득한 주거용 아파트는 누구의 명의라 하더라도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식이다. 법정 다툼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혼인 생활과 관련 없이 외부적 요인(상속,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의 경우다. 재벌가 재산의 대부분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 혹은 물려받은 재산에 기초하여 취득한 주식인 경우가 많아 특유재산에 속할 때가 많다. 즉 아래 그림에서 3, 4번 재산은 당연히 분할 대상이 된다. 파탄 이후 순수하게 일방 당사자의 노력으로 취득한 5번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 쟁점이 되는 것은 1번과 2번, 특유재산이다.
최태원 회장 역시 SK 주식은 선친인 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서 증여•상속받아 형성한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소영 관장은 SK 주식이 최태원 회장의 경제활동과 그에 대한 본인의 내조를 통해 가치를 형성한 재산이기 때문에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여도는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고 재산의 취득 시기, 부부의 동거 기간, 다른 부부 공동재산이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부양적 요소가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경우에는 혼인 전에 취득한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이나 증여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도 상대방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특유재산이더라도 분할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오래 살면 반반이다’라는 말도 틀렸다고만은 볼 수 없겠다.
재산분할의 방법
재산분할은 분할 대상 재산을 구분하고 그 가액을 확정한 후 분할 비율, 액수, 방법을 정하게 된다. 이때 법원은 청구 취지에 구속받지 않고 가정의 평화와 사회정의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판하도록 한다.(가사소송규칙 제93조 제2항)
노소영 관장은 SK 주식 현물(약 548만 주)의 지급을 재산분할로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주식 자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배제하고 현금으로 줄 것을 명하였다.
최태원 회장의 SK 주식이 만약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면, 경영권의 중대한 변동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재판부의 고심이 깊었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사건 1심 판결은 ‘가사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회사나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다. 또한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칙적으로 이혼 사건에 대한 판결은 비공개이므로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구체적인 내용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근했다.)
대법원은 분할 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할 수 없다. 설사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해도 판결에서 재산별 기여도를 나누어 SK 주식은 1:9, 나머지 재산은 5:5로 비율을 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경영권 변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2019년 1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혼 사건을 참고할 만하다. 제프 베이조스는 결혼 25년 만에 이혼을 선언했고, 그해 4월 아내 매켄지가 제시한 조건에 합의하며 두 사람은 정식 이혼했다. 베이조스는 이혼 이후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지분 16.1% 중 4%(356억 달러, 당시 약 40조 7000억 원)를 매켄지에게 넘겼다. 다만 해당 지분의 의결권은 베이조스에게 그대로 귀속되고, 추후 매켄지가 이를 양도하더라도 의결권이 계속 베이조스에게 귀속된다(포괄적 의결권 위임계약)는 조건에 양수인이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베이조스가 거주하는 워싱턴주의 법에 따르면 12년 이상 결혼을 지속하면 이혼 때 무조건 5:5로 재산을 나눠야 한다. 이 경우 베이조스가 가진 아마존 주식이 반토막 나 경영권 보호에 위기가 올 수 있기에, 막대한 조건의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이라 생각된다.
포괄적 의결권 위임계약이 우리 상법상 가능한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내용을 판결에서 정하기도 어려운 탓에(베이조스도 이 때문에 합의 이혼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재벌가의 이혼 판결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기는 어렵다.
현재의 재산분할 실무에 따르면 재벌가의 이혼 사건은 재산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 재산 형성 기반이 선대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은 것에 기인한다는 점,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 형태를 띤다는 점 등으로 해당 주식이 특유재산인지 아닌지에 따라 ‘모 아니면 도’ 식의 재산분할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해온 만큼 여성의 지위, 가사노동의 가치, 맞벌이 가정의 증가, 고령화, 재혼과 사실혼 증가 등 이혼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점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사회 현실에 맞는 공평하고 합리적인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부별산제(각각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고, 특유재산은 부부가 각자 관리하는 제도)와 재산분할제도의 조화로운 해석 문제, 재산분할제도에서의 부양적 요소에 대한 비중, 재산분할에 관련한 일반 국민의 법의식 변화에 따라 꾸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말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제2의 인생 연구’에서 미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화’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건강, 재무, 관계,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이전보다 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연재를 통해 담아왔다. 이번 호에서는 그 마지막 순서로 ‘웰다잉’에 대해 알아본다.
AARP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대체로 감소한다.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가?’라는 물음에 ‘극도로 또는 매우 많이’라고 답한 비율은 40대가 22%로 가장 높았고, 80대 이상이 4%로 가장 적었다(50대 17%, 60대 7%, 70대 10%).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나이와 비례해 높아졌다. 80대 이상의 절반가량(47%), 70대의 약 3분의 1이 죽음을 염두에 둔 상태라고 응답했다(60대 22%, 50대 12%, 40대 8%).
오랜 기간 노인복지 현장에서 죽음 준비 교육을 펼쳐온 유경 사회복지사는 “AARP 조사처럼 죽음을 덜 두려워하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며 “각자의 인생관, 죽음관, 건강 상태, 가족관계, 배우자 유무 등에 영향을 받는다. 살면서 다양한 사별(死別)을 경험하며 죽음을 인식하고 수용했거나,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우 두려움이 적다. 반면 삶에 대한 애착이나 집착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라면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마지막 인사나 주변 정리를 하지 않은 채 죽음을 맞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죽음 준비’라고 했을 때 유서 및 재산분할 서류 작성, 상조회사 가입 등 실질적인 절차를 떠올릴 수 있다. 죽음 준비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미국의 80대 이상 응답자 중 변호사를 통해 자산 관련 문서를 정비해둔 경우는 70%였다. 장례 절차 계획서를 작성한 노인은 절반을 웃돌았다(55%). 최근 관심이 늘어난 DNR(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거부) 문서를 써두었다고 답한 이는 65%에 달했다.
데브라 휘트먼 AARP 부사장은 “최근 노인들은 죽음 자체의 두려움보다는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스스로 상황 통제가 가능할지, 연명의료 등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과거보다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며, DNR을 작성해두는 모습은 평안한 죽음,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과 욕구가 커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조사에서 이들 세대의 81%는 죽음의 순간 고통 없이 편안한 상태이길 원했으며, 84%는 영적 평화가 깃들길 소망했다. 이러한 바람을 이루기 위해 최근 ‘웰다잉’(Well-dying)을 통해 정신적·심리적 죽음 준비를 실천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유 사회복지사는 “죽음 준비는 물리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바라보면 슬프고 두렵지만,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보면 인생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렇게 죽음을 기억하며(Memento Mori)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정성껏 살아가는 것이 곧 죽음 준비”라며 웰다잉을 위한 다음 4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내가 원하는 방식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인체조직기증 의사도 미리 밝혀둔다. 둘째, 죽음을 단순히 치료의 실패가 아닌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과 상속에 대해 알아두고, 장례와 장묘에 대해 고민해둔다. 넷째, 사별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나눠야 한다. 죽음 준비는 자신에 대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이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헤아리고 위로하는 과정까지 아우른다.
도움말 유경 사회복지사(‘유경의 죽음 준비학교’ 저자)
빈곤한 노인에게 장수는 악몽과 같다. 돈이 먼저 죽고 인간이 더 오래 사는 것, 이는 곧 파산이다. 살아 있는 한 돈의 생명력을 꺼뜨리지 않는 게 100세 시대의 과제가 됐다. 빈곤 없는 삶을 위해 염두에 둘 노후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자.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은퇴 후에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전에 저축해둔 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현역 시절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부족하지 않게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막연히 돈을 모으기보다는 예상액을 계산해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노후 자금, 얼마나 있어야 빈곤 면할까?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금액으로 부부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면, 은퇴 후 20년의 경우 6억 4300만 원, 30년의 경우 9억 6500만 원이다. 여기서 변수가 있다. 은퇴 후 사망 시점까지 계속 같은 금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퇴 직후에는 생활비 수준이 비슷하지만, 점차 활동성이 감소하며 지출도 줄어든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0세 은퇴를 가정할 경우 70세까지는 기존 활동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노후 생활비를 100% 적용한다. 70~80세는 70%를, 80세 이후에는 50%를 적용하면 알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계산하면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부부 노후 생활비는 7억 800만 원까지 떨어진다. 앞서 계산한 금액보다 2억 5700만 원이 적게 드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노후 자금을 헤아려보면 현재 얼마가 부족한지, 얼마나 아껴 써야 할지 등을 점검해볼 수 있다. 만약 평균 노후 생활비 책정이 어렵다면,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를 보면 된다.
필요 노후 자금을 다 마련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방심했다간 자금 고갈을, 심하게는 파산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 사기나 창업 실패 등 특별한 사건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예상외로 병원비나 자녀 부양 등 평범한 것들이 복병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 자녀 리스크 - ‘집 사달라’ 자녀에 허리 휘는 부모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 314만 명(7.5%)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청년실업 등으로 2030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은퇴 후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2021년 50~65세 5115명 대상) 중 ‘자녀 지원에 대한 계획’ 항목에서 ‘결혼까지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명 중 1명꼴로, 전체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주택 마련까지’(27.6%), ‘취업 전까지’(20.5%), ‘학업 마칠 때까지’(10.7%) 등이 뒤를 이었고, ‘평생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4%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1 결혼비용보고서’를 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 비용은 평균 2억 3618만 원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1억 9271만 원, 81.6%)이며, 그밖에 예식, 예물·예단, 혼수, 신혼여행 등에 4347만 원이 들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자녀의 행복을 위해 많은 부모가 결혼 비용 지원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추세를 고려할 때 부모의 지원 없이 자녀 세대가 주택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자녀의 주택을 마련해주고 싶어 한다. 다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원하다 보면 안정된 은퇴 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다시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는 상황으로 돌아온다. 자녀 지원금은 반드시 은퇴자산과 분리된 별도 자금으로 관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배우자 리스크 - 경제적·정신적 빈곤 부르는 ‘황혼이혼’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동거 기간별 이혼 건수를 보면, 3쌍 중 1쌍 이상(38.7%)이 20년 이상 살아온 중장년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황혼이혼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통계에서도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상담 비율이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은 2.8배, 남성은 3.2배 증가했다. 배우자와의 갈등 또는 개인의 욕구 실현 등을 위해 황혼이혼을 결정했더라도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꼭 따져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당장 오가는 위자료 문제만이 아니다. 이혼 시 부부가 공유했을 주택이나 노후 생활비 등을 절반으로(또는 그 이하)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1인 가구가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간병 문제나 고독사 위험 등까지 고려하면 황혼이혼은 다방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김은혜 수석연구원은 “황혼이혼을 원하는 쪽은 여성이 많은 편이다. 남편의 경우 갑작스러운 이혼과 더불어 퇴직이라는 환경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배우자와 재산을 분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분할 수령해야 한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반대할 수는 없지만, 노후 자산 배분에 대해 잘 점검해보길 바란다. 가급적 황혼이혼 상황이 오지 않도록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의료비 리스크 - 65세 이후 진료비 3배 껑충
건강하게 신체 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건강수명’이라 한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시간을 ‘유병 기간’이라 볼 수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유병 기간은 11.6년, 남성은 9년이다. 10년가량은 의료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 전에는 의료비의 중요성을 인식했더라도 그 정도를 체감하긴 어렵다. 의료비는 대개 70세 이후 본격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기존 수준으로 의료비를 책정해둔다면 예상치 못한 금액에 노후 자금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2018)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상 1인당 진료비는 연평균 448만 7000원으로, 전체 평균(152만 6000원)과 비교할 때 약 3배 더 많다.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진다. 통계청 2020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지출 중 보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대 6.2%에서 80대 17%까지 3배 가까이 올랐다.
건강보험통계(2019)에서 연간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은 질환은 만성 신장병으로 837만 4104원이다. 그 다음은 악성 신생물(암)로 동일 기준 495만 4804원이 든다. 치매의 경우 연간 관리 비용이 2072만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직접 의료비에서 건강보험 평균 보장률 64.2%를 제외해도 1362만 원이다. 이는 2019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가구주의 연간 소득(4151만 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증 치매일 경우 관리 비용은 3249만 원으로, 최경도 치매 1513만 원 대비 2배 이상 높다. 가족 내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월평균 소득이 낮은 노부부 가구에겐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간병비와 보험료 리스크 - 암·치매 오랜 간병이 파산 우려
진료비나 치료비 등 의료비 외에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항목은 ‘간병비’다. 암이나 치매는 오랜 기간 간병이 필요한데,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매일 10만~15만 원의 간병비를 내야 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직접 가족 간병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역으로 고정 수입이 사라지며 노후 자금이 고갈되는 ‘간병파산’을 겪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병할 가족이 없다면 간병보험이나 간병인 배상책임보험 등을 알아보는 게 좋다.
퇴직 후에는 급여에서 공제되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만 59세까지 내는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평생 납부한다. 직장에서는 건강보험료를 회사와 반반 나눠 냈지만, 퇴직 후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전액 본인 부담이다. 가족 중 직장가입자가 있고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면 피부양자로 등재해 면제받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직장가입자 임의 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귀농·귀촌 등으로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관련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50% 경감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 계산해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세워보자.
56세 강 씨의 아버지는 지병으로 병상 생활을 10년 가까이 지속했다. 강 씨는 아버지의 병간호와 병원비 부담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했다. 반면 8살 터울의 남동생은 직장 구조조정이나 수험생인 딸 핑계를 대며 자식의 도리를 저버리기 일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긴 재산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안 동생은 그제야 “나도 자식이니 똑같이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속재산을 요구했다.
상속 분쟁은 피를 나눈 가족마저 등 돌리게 만드는 지독한 분쟁 중 하나다. 특히 ‘불공평한 분배에 대한 불만’으로 가족 간 다툼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모 사망 후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가 제기된 건수는 2020년 기준 2095건에 달한다. 부모님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평생 헌신한 자녀와 본인의 편의를 위해 형제에게 부담을 지우고 선택적 효도를 한 또 다른 자녀. 두 사람이 상속재산을 똑같이 갖는 것이 과연 공평한 일일까?
특별한 부양일수록 달라지는 상속
피상속인(사망자)이 유언으로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분을 특정하지 않고 상속인들 사이에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법에 따라 분배되는 비율을 법정상속분이라고 한다. 이때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그 상속분은 동일한 것으로 한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할 때 배우자의 상속분은 5할을 가산한다.
그러나 강 씨처럼 자신이 다른 형제 자매보다 부모를 더 많이 봉양해 재산을 동등하게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기여분 제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을 동거, 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증자에 일정 수준 이상 이바지했을 경우 법원이 상속분 산정에 이를 고려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단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에 국한하므로 사실혼에 의한 배우자처럼 공동상속인이 아닌 사람은 기여분의 권리자가 되지 못한다.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특별한 부양은 법률상 부양의무 범위 내의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양의무의 성격상 1차적 부양의무자인 배우자에게는 더 높은 정도의 동거 및 부양의무를 부담시키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성년 자녀는 부모에 대해 2차적 부양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에게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혹은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했다면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사업에 무급으로 종사한 첫째 아들, 공동상속인 모두가 부양 능력이 있는데도 모든 부양료를 지출한 동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여분 결정 방법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대두되는데, 통상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와 동시에 청구하거나 반심판으로 청구하게 된다. 공동상속인 중에서 ‘특별한’ 기여(또는 부양)를 한 사람의 수고를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먼저 공동상속인들이 협의해 결정한다. 협의 시기는 피상속인 사망 후 최소한 상속재산을 분할하기 전까지다. 협의가 되지 않거나 할 수 없을 때는 기여자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기여분 청구를 하면 기여의 시기, 방법 및 정도, 부양 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범위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공동상속인들 간에 기여분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거나 법원에서 기여분이 인정되면, 전체 상속재산에서 기여자의 몫을 제한 뒤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각자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재산분할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여 상속인은 총 상속재산에서 자기 기여분을 받는 외에도 기여분이 공제된 상속재산에서 자신의 법정상속분만큼 받게 된다.
기여분 제도는 일부 상속인의 공로를 인정해 재산분할 시 공동상속인 간에 공평성을 더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런 분쟁이 생기면 가족관계에 금이 가기 쉬우니 사전 증여, 유언장 작성, 녹음,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등을 통해 미리 재산을 정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29년. 그가 돈의 흐름을 쫓아다닌 시간이다.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를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금융 시장을 분석해온 홍춘욱(53) 박사. 재정의 자유를 얻어 회사를 그만두고 집필에만 몰두하다가 최근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게 됐다는 그에게 노후 자산 관리법에 대해 물어봤다.
2019년 홍춘욱 박사는 키움증권을 마지막으로 29년간 해왔던 이코노미스트라는 직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사 이유는 재정적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그도 처음 투자를 했을 때는 유학 자금을 몽땅 날리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돈 많은 백수’를 꿈꿔봤을 것이다. 홍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와 책을 통해 각종 금융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출판한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를 포함해 그의 저서는 17권이 넘는다.
더 많은 대중을 만나기 위해
홍 박사는 2018년 유튜브도 시작했다. 그간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수많은 리포트를 통해 이미 금융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었을 텐데 왜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지 묻자, 그는 “답답해서 그렇다”고 했다. 투자나 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반면, 준비하지 않은 채 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세계에서 배당 수익률이 가장 낮아요. 또 주주들을 손님 취급하죠. 주가가 폭락하면 배당을 더 주거나 자사주를 매입해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고, 갑자기 물적 분할을 해버리거나 임상 실패를 알고 내부자가 주식을 미리 파는 등 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어요. 그래서 ‘어느 회사 투자하면 좋다는 정보가 있는데 말이야’라는 식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를 하면 안 돼요.”
오랜 시간 모아온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투자자들을 보며 좋은 투자 방법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블로그나 책을 통해 여러 방법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글을 잘 읽지 않았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다. 직접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서 영상을 편집해줬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니 다시 찍자’며 PD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2021년 여름 15만 명이었던 구독자는 8개월 새 25만 명까지 늘었다. “유튜브를 하면서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도 됐어요. 구독자가 15만 명 넘어가니 둘이서만 관리하기가 어려워서 유튜버 소속사인 MCN 회사에 들어가게 됐죠. 언젠가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이 되면 정말 많은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도달할 거고, 그만큼 더 많은 분들이 투자를 더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퇴직 후 2년 넘는 시간 동안 집필에 집중하던 그가 리치고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를 도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면 더 손쉽게 자산 관리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442’ 자산배분법을 기억하자
노후 자산에 관해 이야기할 때 유독 연금이 많이 언급된다. 수입이 끊기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어책이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노후 준비가 잘 안 되어 있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20년 기준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그래서인지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 시기까지 연금 없이 버텨야 하는 ‘연금 크레바스’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가 많은 시니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현재 근로소득이 있는 시니어에게도, 근로소득 없이 가지고 있는 자산으로 노후를 살아가야 할 시니어에게도 노후 자산 관리는 어렵지만 꼭 해결해야 할 숙제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 관리를 위해서는 첫째, 근로소득을 최대한 오래 가져가고 둘째, 연금제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자산을 나눠서 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노후자금을 2억 원 준비했고 50세부터 70세까지 20년간 인출한다고 생각하면 연 1000만 원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2억을 20년 동안 꾸준히 운용한다면 연 1000만 원 이상 인출할 수 있겠죠?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자산 배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 투자법을 제안했다. 자산 비율을 주식 40%, 채권 40%, 리츠 등의 대체투자 20%로 구성하는 ‘442’ 자산배분법이다. 국민연금은 2021년 9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수익을 냈다. 해외 주식에서 29.5%, 대체투자에서 23.8%의 수익률을 보였다. “국민연금처럼 자산을 배분하면 10년에 한 번 정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와요. 국민연금도 2018년에 한 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는데요. 그 폭이 0.2~0.8%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을 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 1999년부터의 국민연금 수익률이 연 6.8%거든요. 이 돈을 복리로 굴린다면 안정적이죠.”
442 자산배분법을 기본으로 하되 자신의 상황에 맞춰 자산 비율을 조금씩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상되는 소득이 있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추가로 투입할 자금이 없고 보유 자산으로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면 주식 비중을 조금 낮춰볼 수 있다.
노후 자산 관리를 하는 데는 현금흐름도 중요한데, 채권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40% 채권 투자율 중 20%는 국내에, 20%는 해외에 투자한다면 일부는 단기 채권에 투자해 바로 인출 가능한 현금성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다. 만약 현금성 자산을 더 원한다면 30%는 현금성 자산인 예금 등에 두고 나머지 70% 자산을 다시 442 자산 배분 형태로 분산하면 된다.
“요즘 ETF 상품이 무척 많아서 개인도 국내외 채권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죠. 배당을 받아 재투자해주는 대표 펀드 상품으로는 ‘코스피200TR’이 있어요. 미국 대형주 주가를 반영하는 ‘S&P500TR’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투자도 가능하겠죠. 리츠의 경우 국내도 좋지만, 해외 리츠 투자 기회가 많이 열렸어요. 대체투자의 경우 금도 조금 넣어볼 수 있겠죠.” TR이 붙은 ETF는 배당금을 받았을 때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시스템이어서 15.4%의 배당세를 내지 않아도 돼 절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이 모든 게 너무 어렵다면 TDF(생애주기 펀드)를 활용하면 좋다. TDF는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비율을 조정해주는 펀드로,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여 운영하다가 후반부에는 채권 위주로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TDF는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운용사별 수수료와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 외에 ‘코덱스200미국채혼합’ ETF처럼 미국 국채 60%, 국내 주식 40%를 알아서 투자해주는 상품들도 좋은 대안이다.
홍 박사는 무엇보다 IRP나 ISA와 같은 계좌를 통해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세금을 낮추고, 이를 연금으로 수령해 또 한 번의 절세 효과를 노려볼 것을 제안했다. 연금계좌 수수료는 3.3~5.5% 수준이다. 특히 개인연금 상품은 55세부터 수령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수입이 없는 ‘연금 크레바스’ 시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연금 제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자산 관리, 무조건 맡기면 안 돼
막상 노후를 준비하며 자산 관리를 하려니 상품도 많고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니어들도 많다. 주식만 하더라도 MTS나 HTS 사용법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니어들이 부동산을 절대 자산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 자산은 부동산인 경우가 많다. 홍 박사는 노후 자산을 모두 부동산에 묶어두는 것 역시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보면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이렇게 5~6번의 상승세가 있었는데, 평균 상승 지속 기간이 5~10년이에요. 올해까지 부동산이 오른다면 8년째 상승세가 이어지는 건데 그럼 앞으로 길면 2년 정도 남은 거겠죠. 1997년 외환위기, 2013년 하우스푸어 사태 때 강남 지역 핵심 부동산조차 급매의 경우 30~40% 떨어지는 걸 우린 경험했잖아요. 자산은 반드시 나누어 관리하고 부동산을 통한 수익을 꼭 보고 싶다면 리츠를 적극 활용해보는 걸 추천합니다.”
442 배분법을 따를 때 역시 주식에만 투자하거나 채권에만 투자하는 식으로 한 자산에 100%를 투자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핵심은 위험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따라 자산 비율을 결정하면 된다는 거예요. 주식에 50%를 투자할 경우 5년에 한 번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합니다. 대신 수익률이 8~10%로 높죠. 수익률이 떨어진 시점에는 추가 매수로 손실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이 발생하는 시절에 가능한 투자법이죠. 추가 수입이 없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회복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여 원금을 잃을 확률을 낮추는 거예요. 대신 수익률은 5% 정도로 만족하는 거죠.”
홍 박사는 자산 관리에 관한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며 스스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무엇보다 강조했다. 또 공부를 할 때는 경제 전망이나 전문가들의 전망을 맹신하기보다 경제지표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볼 때도 특정 상품 추천 영상보다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보기를 추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렵다고 은행, 증권, 자산관리사와 같은 운용사를 찾아가 돈만 맡기면 아무래도 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고 싶을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는 게 가장 위험해요. 많은 분들이 자산 배분 방식에 익숙해져서 조금 더 쉽게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홍춘욱 박사의 자산 관리 추천 도서
마법의 연금 굴리기 20대부터 50대까지 자영업자와 월급쟁이를 위한 절세와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책. 개인연금으로 연금저축펀드를, 퇴직연금으로 IRP를, 절세 계좌로 ISA를 활용하여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안내한다.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는 투자자를 위한 자산배분 로드맵. 투자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 , 의 저자 윌리엄 번스타인은 여러 사례를 통해 다양한 자산 배분법을 제시한다.
회사 일에 묻혀 살다시피 한 임 씨(여, 60세, 미혼)는 퇴직 후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노후 대비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계산해본 결과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과 금융 재산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임 씨는 치매 등으로 일상생활이나 자산 관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걱정되었다. 임 씨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성년후견제도와 신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담을 신청해왔다.
성년후견제도와 후견인의 역할
성년후견제도란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인해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존엄한 인격체로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 7월에 새롭게 도입한 제도다. 종래의 금치산·한정치산제도는 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었고,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행위 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했다. 반면 성년후견제도는 ‘본인의 의사와 잔존 능력의 존중’을 기본 이념으로 하여 후견 범위를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요양 등 신상 관리까지 가능하게 했다. 후견제도를 통해 후견을 받는 사람을 피후견인, 후견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후견인이라고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의 권한을 법원이 정하는 법정후견과 후견인의 권한을 후견인과 피후견인이 사전에 계약으로 정해놓은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법정후견은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나눈다.
만약 임 씨가 치매 등 정신적 제약의 경우에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를 위한 후견을 미리 대비하고 싶다면 후견인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자와 임의후견 계약을 체결하고 공증을 한 후 법원에 등기를 해야 한다. 향후 임 씨가 후견인이 필요한 경우가 되었을 때 법원은 후견인 등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한다.
법정후견에는 후견감독인 선임이 필수가 아니지만 임의후견은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야 비로소 후견 계약의 효럭이 발생한다. 임의후견감독인은 임의후견인의 권한남용 등을 감독하며 피후견인이 후견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정후견이든 임의후견이든 후견인은 자연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가능하며 복수도 가능하다. 후견인이 할 수 있는 신상 관리와 재산 관리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년후견제도의 재산 관리 동반자 신탁
2013년 제도 도입 후 후견(감독)에 관한 접수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2월 말에 (사)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알아보는 우리나라 후견(감독)사건의 현황’ 자료집을 보면 2013년 1883건이던 후견(감독) 접수 건수가 2019년에는 1만 4534건으로 연평균 22.6%씩 증가해왔다.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관심과 접수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후견(감독)의 유형별 비중을 보면 법정후견 중 성년후견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임의후견은 가장 낮다. 2014~2019년 접수된 후견사건 총 3만 8809건 중에 성년후견은 2만 6214건, 미성년후견은 6870건, 한정후견은 3186건, 특정후견은 2435건, 임의후견은 104건이었다. 신상과 재산에 관한 관리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재산 관리는 인간적 신뢰도 중요하지만 전문성도 필요한 영역이다. 실제 우리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함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의 경우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유용한 사건이 꽤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본은 신탁을 선택했다.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자(위탁자)가 수탁자(주로 은행 등 금융회사)와 미리 작성한 계약 내용대로 재산을 관리 및 운영하게 하여 수익자(신탁재산의 수혜를 받는 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위탁자가 곧 수익자인 신탁을 ‘자익신탁’이라고 하고 위탁자와 수익자가 다른 신탁을 ‘타익신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신탁법과 신탁업법을 꾸준히 개정하여 은행 등 금융회사가 다양한 신탁(信託)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일본에는 신탁 전문 은행들이 생겨나서 신탁의 개념을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차원을 넘어 종합적인 자산 관리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이 유언신탁, 유언대용신탁,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유언신탁은 상속인 간의 재산분쟁을 예방하기에 적합한 신탁 상품이다. 수탁자를 유언장 보관 및 집행인으로 선정하여 유언장을 미리 써두면 수탁자는 유언장 내용대로 유언을 집행하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자의 의지를 확실하게 반영할 수 있다. 유언장을 금융회사에 맡겨두면 개인보다 좀 더 지속성이 보장되고 유언 집행에서도 공신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신탁’이라고도 한다. 유언신탁이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데 반해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사후까지 재산 관리를 신탁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위탁자 본인이 신탁재산의 수익자로 효용을 누리다가 사후에는 본인이 의도하는 바대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신탁보다 역사가 짧지만 그 유용성 덕에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품이다.
마지막으로 후견제도지원신탁이다. 2000년에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피후견인의 재산을 후견인이 유용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계약 체결부터 변경 및 해지까지 가정법원이 관여하는 후견제도지원신탁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응용하여 치매 발생 시 위탁자의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미리 정해진 계약 내용에 따라 수탁자(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집행하는 신탁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쓰고 싶다면 후견제도와 신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3만8446건으로 전체 이혼 가운데 34.7%를 차지했다.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황혼이혼인 셈이다. 이혼 연령도 높아졌다. 남성의 평균 이혼 연령은 1990년 36.8세에서 지난해 48.7세로 올라갔고, 여성도 32.7세에서 45.3세로 높아졌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가 많아지는 데에 전문가들은 기대 수명이 80대가 넘는 장수 시대가 한몫했다고 말한다. 현재 50~60대에겐 ‘늙어서 이혼해 뭐하나’보다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20~30년이 있다’라는 논리가 더 통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생이라도 편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황혼이혼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 향상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 역시 황혼이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혼자 살아갈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여성 또는 이혼을 치부처럼 여겼던 사람들이 많아 불행한 결혼을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약해짐과 동시에 이혼의 이미지가 개선되어 이혼을 자연스러운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형성됐다.
젊은 세대의 결혼율 감소, 고령화와 맞물려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황혼 이혼 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이혼 상담을 의뢰하는 황혼부부가 훨씬 많아진 추세다”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내온 만큼 서로 합의에 따른 협의이혼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이혼 여부 자체나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판상 이혼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재판상 이혼은 조정 이혼 절차와 이혼소송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유책 배우자 위자료 청구, 제소 기간 잘 따져야
재판상 이혼은 부부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이혼을 반대할 때에도 법률상 이혼 사유가 인정된다면 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유책 배우자에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유책 배우자 여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다만 설령 상대방의 잘못으로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유책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 지나치게 오래전이라면 이혼 청구가 불가능할 수 있어 이혼사유별 제소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외도를 사유로 이혼소송을 할 때에는 외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또는 외도가 있던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용서를 한 부정행위를 근거로는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 ‘기여도’ 중요해
사실 황혼이혼을 다루는 재판상 이혼에서는 유책 배우자의 위자료보다는 부부의 공동재산을 나누는 재산분할이 가장 큰 쟁점 된다. 한 변호사는 “위자료의 경우 아무리 명백한 유책 사유가 있어도 액수가 크지 않다”라며 “황혼의 재산분할은 길었던 혼인 기간만큼 함께 축적해온 재산도 많아 액수도 크고 분쟁의 소지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은 유책 사유보다는 혼인 기간 동안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증가시키는데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한데, 기여도는 외부 경제활동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즉, 전업주부라고 해도 가사 노동과 육아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므로 50%에 가까운 재산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혼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혼인 기간 가운데 공동으로 쌓은 재산에 한한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또는 혼인 전부터 갖고 있던 특유재산의 경우는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재산을 유지하고 증식하는 데 배우자가 기여한 바가 있으면 기여도만큼의 분할 요구를 할 수는 있다.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연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 다만 일반 자산 외에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채무 역시 재산분할에 포함되니 주의해야 한다.
아직 수령하기 전인 배우자의 퇴직금이나 연금에 대해서도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 있다. 분할연금은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수급연령이 됐을 때 받는 국민연금)을 나눠 받도록 한 연금제도다. 분할연금을 수령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과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산 명의가 공동명의가 아닌 일방 배우자로만 되어 있다면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처분이나 은닉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한 변호사는 “부부관계가 틀어진 후에 배우자에게 공동명의를 요구하면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부부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이혼의 조짐이 보인다면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의 가압류 또는 가처분 신청을 미리 해 두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사로잡으면서 콘텐츠가 개인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펀더풀’과 음원에 투자하는 ‘뮤직카우’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MZ세대가 이용하지만 시니어 이용자도 늘고 있다. 8일 펀더풀에 따르면 펀더풀 이용자 24.3%가 40대, 8.5%가 50대다. 전체 콘텐츠 투자자 3명 중 1명이 40대 이상 이용자인 셈이다. 콘텐츠의 경우 영화, 드라마, 뮤지컬, 전시, 웹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종류가 다양하고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은 그간 투자사들만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투자를 개인들에게까지 확장했다. 펀더풀은 투자를 원하는 콘텐츠 제작사와 접촉해 개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증권투자 상품을 만든다. 개인은 50만~5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이 끝나면 콘텐츠에서 발생한 수익을 원금과 함께 돌려받는다.
펀더풀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금융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이 구매한 증권은 한국예탹결제원에 보관되므로 콘텐츠에 관심 있는 시니어들이라면 투자해볼 만한 영역이다. 다만 다른 투자처들이 그렇듯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투자한 콘텐츠는 투자상품설명서에 제시된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수익이 발생한다. 반대로 투자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손해는 투자자들에게 귀속된다. 펀더풀 웹사이트에 게재된 ‘투자 위험 고지’에 따르면 콘텐츠들은 한국거래소 상장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상장 증권으로 발행된다. 이에 대해 펀더풀 측은 “증권의 환금성에 제약이 있다는 점과 예상 회수금액에 대해 일부 혹은 전부를 회수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원하는 시기에 수익증권을 사고, 팔 수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콘텐츠 투자 상품들은 청약기간, 투자기간, 증권 발행일, 정산 시기를 정해두고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 청약 기간 내에 투자를 철회할 수 있지만 청약기간 이후에는 정해진 투자 기간 동안 증권화된 상품을 사거나 팔 수 없다. 콘텐츠 투자 기간은 보통 6개월이다. 단기 투자할 생각하고 투자했다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지분의 일부를 사들여 이를 주식처럼 분할하고 경매에 올린다. 플랫폼 내 경매인 ‘옥션’에서 음악은 ‘주’라는 단위로 거래된다. 투자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구매해 가지고 있는 지분만큼 매월 저작권료를 정산받는다.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 배당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시스템 내 ‘마켓’에서 이용자들끼리 음원을 거래해 시세차익을 낼 수도 있다.
음원에 투자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음원투자는 저작권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구매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가진 것이 저작권이 아니라 저작권 지분만큼 저작권료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경진 뮤직카우 마케팅 팀장은 “지적재산권인 저작권을 공유하게 되면 저작권법에 따라 권리자 전원 합의로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투자자 1명이라도 해당 음악의 유통을 반대하면 유통이 금지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며 “법령상, 실무상 제한이 도리어 회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어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 새로운 대체투자 상품이다 보니 투자상품으로서 법적 보호가 미흡하다는 우려도 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은 자본시장법상 포함되는 범주가 없어 금융제도권이 아닌 전자상거래법과 통신판매업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경진 팀장은 “투자자들의 자산 보호를 위해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플랫폼 영업과 자산관리를 분리하고, 혁신금융에 신청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힘쓰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세금부담을 해소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음원 투자가 증권화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늘고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대체수단으로서 새롭게 개척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상품과 플랫폼에 대해 잘 알아보고 안전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0세 이상 재혼 인구는 9938명으로 2010년(6349명)보다 56.5% 늘었다. 가족 상담 전문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커플의 수치까지 계산한다면 통계 수치보다 서너 배는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황혼의 사랑이 이토록 증가하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길어진 평균수명과 황혼 재혼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혼자 외로이 보낼 여생이 길어지고, 노년의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자유로워지면서 황혼 재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결혼정보업체에서는 늘어나는 중·노년층 고객 수요에 맞추어 60세 시니어 회원들을 따로 관리하는 추세다. 업계 종사자들은 “황혼재혼을 원하는 고객의 경우 가족관계, 경제력 등 현실적인 조건을 꼼꼼히 따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전했다. 인생 경험이 많은 시니어일수록 금전 문제나 자녀 반대와 같은 갈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더욱 명확한 배우자 선택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황혼 재혼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되는데, 자식과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로맨스를 응원하면서도 재혼을 반대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재산분배 때문이다. 현행 상속법에 따르면 상속인이 별도 비율을 나누지 않는 한,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각각 1씩이다. 만약 1억 원의 재산을 가진 아버지가 재혼할 경우 새어머니가 6천만 원을, 자녀가 4천만 원을 상속받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식의 반대에 못 이겨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재혼 부부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상속인의 지위를 갖지 못해, 오랜 시간을 부부로 지내며 배우자의 곁을 지키더라도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다. 따라서 사후 지금의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을 남기기 위해선 반드시 법률혼을 이루어야 한다.
황혼 재혼 부부들이 결혼 전에 상속 문제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혼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민법에 규정된 ‘부부 재산의 약정’ 조항에 따르면,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결혼 후의 재산관리 방법을 미리 정해 등기할 수 있다. 재혼 전에 자녀들에게 법정상속분 이상으로 증여하고 ‘증여받았으므로 앞으로 재산 문제로 다투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 받는 등의 방법이다.
혼전계약으로 불리는 ‘부부재산계약’은 부부의 합의를 통한 계약 사항들을 만들고 공증사무소에서 전문가의 공증을 받으면 완료된다. 안전하고 공정한 계약을 위해서는 가급적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공증을 받는 것이 좋은데, 이때 전문가는 남편이나 아내의 중립적인 위치여야 한다.
유언장을 통해 상속분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법무법인 승원의 한승미 변호사는 “사후 분쟁을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는 것이다”라며 “재혼 부부와 자식 간의 신중한 상의를 통해,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받을 몫을 각각 정해 유언장에 적으면 된다“고 전했다. 유언 내용과 작성일, 주소, 성명 등을 자필로 작성하고 도장을 찍은 자필증서도 유효하고, 공증사무소에서 유언 공증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혼전계약과 유언장을 공증 받았다고 해서 분쟁이 생긴 경우 계약서 내용대로 100%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소송 시 법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 정도로 인정된다. 법원 측은 "이혼·사망으로 인한 재산 분할이나 상속은 미리 알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 계약은 100%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노년층의 결혼생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가정을 중시해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살았다면, 최근에는 자식이 자란 후 황혼이혼을 택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 기간 20년 이상인 부부 3만9671쌍이 지난해에 이혼했다. 이는 2019년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황혼이혼 건수와 비중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10만6500쌍이었는데, 37.2%가 황혼이혼이었다. 이혼 3건 중 1건이 황혼이혼인 셈이다.
황혼이혼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로 가치관과 인식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승미 법무법인 승원 이혼 전문 변호사는 “예전에는 ‘노인이 돼서 이혼해 뭐하나’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여생을 편안히 보내고자 하는 황혼이혼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전통적 의미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불편해도 참고 살았지만,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줄어들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개인의 생활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승미 변호사는 “최근 이혼이라는 키워드로 방송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는 등 이혼을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이혼 시 재산분할을 당당히 요구하는 등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황혼이혼이 늘어남에 따라 분할연금 신청 건수도 늘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분할연금 신청자는 총 4만3229명으로 2019년 3만5004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늘어났다.
분할연금은 이혼한 배우자의 노령연금액 중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절반 나누어 지급받는 연금이다. 예컨대 혼인기간이 20년이고, 상대 배우자가 30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해 매달 120만 원의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분할연금액은 120만 원×20/30년×1/2로 계산해서 40만 원이다.
특히 경제력을 갖추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으로 진입하며 황혼이혼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편입되고 가정에 밀려 뒷전이던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니어들이 늘자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황혼이혼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