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MZ세대(Millennial Z)는 1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세대를 말한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요즘 MZ세대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작가 김영기는 저서 ‘MZ세대와 꼰대 리더’에서 MZ세대의 특성을 6가지로 요약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수평적 소통, 빠른 보상(을 원하고), IT 원주민(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며), 모바일(에) 연결(돼 있다)”이라고 했다. MZ세대는 ‘공정’을 중시하고,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삶을 독립적으로 설계한다. 일터는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는 곳’으로 본다. 남녀 간 차이도 공정의 틀 안에서 해석한다.
MZ세대의 이런 가치관은 정부 정책과 기업 문화, 정치 문화의 변화를 몰고 왔다. 기업은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 새로운 리더십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투어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주자의 덕목 중 하나로 ‘MZ세대 인기’를 꼽았을 정도다. 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점에서 이런 대응은 당연해 보인다.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요즘 어른’들은 어떤가. “라떼는(나 때는)~” 하면 바로 ‘꼰대’라는 낙인이 찍힌다. 권위주의에 똘똘 뭉친 어른으로 몰린다. 빈곤, 무능의 평가도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 노화로 인해 상대적 무능력자가 된다”는 등의 주장이다.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의 저자 김용섭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우리는 요즘 애들뿐만 아니라 요즘 어른들도 잘 모른다”며 “4060세대 역시 변화와 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0년대 출생)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거대한 인구 집단으로 경제사회적 영향력도 여전하다”며 “MZ세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식스티’로 거듭났다. 현재 시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트렌드 연구 집단 ‘샌드박스네트워크 데이터랩’은 최근 펴낸 ‘뉴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 1964년생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전쟁 종식 11년 후에 태어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일구는 데 일조했다. 17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했고, 25세에 서울올림픽을 지켜봤다. 30대에 무선호출기를 사용했고, 35세에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45세에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다.” 정리하면 ‘60세 어른’은 전후 세대에 태어나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개최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 그 과정에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냈다.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뤄낸 주역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교를 탄탄하게 놓은 세대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수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다. 이를 보면 국내 가계 평균치는 자산 5.47억 원, 부채 0.92억 원, 소득(이하 2021년 기준) 0.64억 원이다. 누가 돈을 많이 버는지, 부자인지 살펴보니 50대가 자산 6.42억 원, 소득 0.81억 원으로 최고였다. 60세 이상은 자산 규모에서 4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5.43억 원이다. 소득은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지만, 연간 4000만 원 이상(0.46억 원) 벌었다. 50대가 가장 부자 세대이고, 60+ 세대도 살 만한 세대라는 결론은 자연스럽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늘 그래왔다.
50+ 세대의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입증하는 연구 자료는 더 있다. 5060세대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통계청). 순자산 상위 1%의 평균 연령을 살펴봤더니 63.5세다. 60대 비중도 35%나 된다(NH투자증권).
자산만 많은 게 아니다. 50+ 세대는 생각보다 젊다. ‘뉴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3’의 내용을 인용하면, 20대 여성들이 사용하는 패션 앱 광고 모델로 등장한 대한민국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윤여정 씨의 나이는 76세다. 개그맨 유재석, 배우 장동건, 문소리, 오나라, 신하균, 곽도원, 가수 서태지, 박진영 씨 모두 50대다. 생각보다 젊기만 한 것도 아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를 보면, 2023년 50세 이상 인구는 22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달한다. 5060세대로 좁혀도 31%나 된다.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나이 듦을 거부하며 과거의 삶을 다시 가꾸고, 아이처럼 놀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해를 주도할 세대는 MZ세대가 아닌 시니어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경제가 나빠지면서 MZ세대는 지갑을 닫고 있다. 50+ 세대는 자산도 많고, 소득도 괜찮고, 여전히 젊고 더 젊어지려 한다. 노동(勞動)이 아닌 노동(老動)의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경험과 높은 완성도를 앞세워 일자리 시장의 주요 공급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구매력과 노동력을 갖추고 소비력이 왕성한 50+ 세대는 한국 사회의 주류 세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 기업은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청년 정책과 더불어 젊어진 50+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말이다. 당장 시작하기 바란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당한다. 가족이 오래 병을 앓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해도 죽음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잠든 새, 간병 중, 짧은 순간에 닥친다.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그 아득한 단절감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가족이 떠난 후 우리는 장례식이라는 열차에 올라탄다. 별일 없다면 대개 3일 동안 정신없이 달려야 한다. 그동안 정신을 차려야 고인과 제대로 이별하고 충분히 애도할 수 있다. 그 방법을 알아보자.
【임종 전】 사전상담을 받아놓는 것이 좋다. 가족이 장례 전 과정을 소상히 알고 직접 실행할 것이 아니라면 전문 장례지도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생전에 상조회사를 정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고, 그동안의 이력을 볼 때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곳을 선택한다. 사전상담을 통해 매장이나 화장 여부, 봉안당이나 장지, 전국 장례식장 현황과 사용료, 조문객 식음료대, 제단 꽃장식, 제사 음식 등을 알아보고 정해야 한다.
【1일 차】 의료기관에서 임종할 경우 병원 원무과에서 사망진단서를 7부 정도 발급받는다. 자택에서 임종할 경우에는 지체 없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검사지휘서를 수령해야 한다. 장례업체 콜센터에 연락해 안내받을 수도 있다.
조치를 취한 후 장례지도사와의 상담을 통해 장례식장을 정하고 운구 차량으로 고인을 이송한다. 화장, 매장 등 장법에 따라 장지를 결정하는데, 화장 시 화장 예약을, 매장 시 장지 예약을 한다. 그 후 장례 일정(입관 및 발인 시간 등)을 정하고 견적을 확인한다. 또 빈소에 차릴 영정사진, 제단, 제사상 등을 결정하고 가족, 친지, 지인에게 부고 문자를 발송한다.
【2일 차】 장례지도사 및 장례관리사(도우미)와 협의해 음식을 정한 후 조문객을 맞이한다. 입관식은 고인의 몸을 깨끗이 씻겨드리고 수의를 입힌 후 관에 모시는 절차다. 입관실에서 진행되며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고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입관식이 끝나면 제사를 지낸다. 종교의식을 진행할 수도 있다. 차량, 운구 인원, 발인제 지낼 장소 등 장지로 이동하기 전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한다.
【3일 차】 발인 전 장례식장 비용을 정산한다. 미사용 물품은 반납하고 상조회사 비용도 정산한다. 개인 물품을 챙기고 빈소를 정돈하며 개인 짐을 정리한다. 발인은 장례식장에서 장지로 떠나는 과정이다. 발인 전 제사상을 차려 추모의식을 갖는다. 종교마다 발인식과 함께 종교 예식을 진행하거나, 영결식장으로 이동해 별도로 진행하기도 한다. 발인식을 마치면 관을 운구하여 장의차량에 모신다. 유족의 규모에 따라 버스와 리무진을 다 쓰거나 버스 혹은 리무진만 쓸 수도 있다. 장지에 따라 화장장 또는 묘소로 이동한다.
화장하는 경우 예약 시간 30분 전까지 화장장에 도착해 접수 절차를 마쳐야 한다.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검사지휘서, 고인의 주민등록등본을 각 1부씩 준비한다. 화장이 시작되면 유족대기실에서 대기한다.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인데, 이때 종교별 추모의식을 지내기도 한다. 화장이 끝나면 유골을 한지로 감싸 준비한 유골함에 모신다. 그 후 유골 안치를 위해 이동한다. 안치 방법은 봉안당, 봉안담, 봉안묘, 수목장, 해양장 등이 있다.
매장하는 경우 관을 장지로 운구한다. 공원묘지 등을 이용할 경우 서류 접수 후 직원의 안내를 받는다. 정해진 묘역으로 이동해 미리 파놓은 묘지 광중(구덩이)에 관을 모신다. 광중과 관 사이를 흙으로 채워 평지와 같은 높이가 되도록 한다. 그 후 흙을 쌓아 봉분을 만든다. 평토제, 성분제 같은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봉분 조성 후 종교별로 추모의식을 진행한다. 매장의 경우 봉분묘, 평장묘, 문중묘, 공원묘원 등에 고인을 모신다.
【장례 후】 자택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초우제, 재우제, 삼우제를 치른다. 사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사망자의 주소지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고한다. 개인묘를 설치할 경우 30일 이내에 사후 신고해야 한다. 가족묘, 문중묘, 법인묘는 설치 전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망자의 상속 재산은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를 신청하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문록이나 SNS 등을 확인한 후 조문이나 위로를 전한 분들에게 답례 문자를 발송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한다. 경우에 따라 전문 청소업체를 쓰기도 한다.
장례와 행정 절차를 마쳤다고 해서 고인에 대한 기억이나 흔적조차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고인은 마음속에 있다. 사랑의 기억은 남기고 나쁜 기억은 털어버린다. 슬픔을 살아갈 힘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남은 이의 몫이다.
곧 사라질 마을의 주민들이 거주 지역에 대한 기록을 스스로 남긴다면, 이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채록된 기록들은 어디에 모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한국문화원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올 한해 사업의 지역별 성과 공유와 함께 지역 아카이빙 사업의 방향과 인력양성, 수집 정책, 활용방안 등 연관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23일 마련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는 구술채록 및 아카이브 관련 전문가 7명이 함께했다.
문화원연합회는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했다. 서울 성북문화원, 인천 서구문화원, 대전 대덕문화원, 경기 김포문화원, 충남 태안문화원에서 이라는 주제로 지역민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업에서는 지역 시민이 기록가로 나서 같은 지역 주민을 직접 만났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하는 것’을 취지로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현장에 나가서 구술할 주민을 구해 그 기록을 채록했다. 일련의 과정은 영상으로 제작됐으며, 한문연은 이번에 얻은 메타 데이터를 정리해 국립중앙도서관 쪽에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자료는 한문연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N문화 포털에도 게재할 예정이다.
행사는 디지털 생활사 아카이빙 사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시작으로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발제, 이후 패널들과 자유로운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발제자로는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원종관 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 과장, 국기기록원 기록정책부 기록협력과 소속 이정연 학예연구사가 나섰다. 패널로는 설문원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이호신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인문예술대학 교수, 정보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 차장, 이동준 이천문화원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의 강점으로는 ‘면담자와 구술자가 모두 지역 주민이라는 점’을 꼽았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정연 학예연구사는 “지역 아카이빙은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역사 서술로, 지역민들은 스스로 가치없다 여겼던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며 거주하던 지역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역민들 사이 연대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말했다.
또한 수집한 기록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기록을 수집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주민은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다른 지역의 주민들로 하여금 기록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책을 출판하거나 전시를 여는 등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업 기획자 측이 꼼꼼히 신경써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오갔다.
이어 전문가들은 지역 기록가와 공공기관의 역할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나눴다. 이호신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인문예술대학 교수는 “‘지역주민들이 갖고 있는 자발성을, 어덯게 지원할 수 있을까’ 라는 관점에서 자발성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기관의 역할일 것” 이라고 발언했다. 또한 원종관 서울기록원 보존서비스과 과장은 3년 간 이와 비슷한 사업을 시행해온 파주 중앙도서관의 사례를 들며 “문화 행정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를 잘 이행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주민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기록 수집에 나서게끔 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올해 사업 결과를 통해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 정혜경 대표는 “모인 기록들이 전시나 책으로 출판되는 등 활용이 적극적으로 돼야, 호응도가 높아지고 사업의 본연의 의미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예산안은 수집에 주로 집중돼있는데, 실제 지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쪽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인력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 일자리) 참여자 모집이 시행됐다. 앞서 정부가 노인 일자리, 그중에서도 공공형 일자리를 축소한다고 밝혔던 바. 내년도 노인 일자리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노인 일자리의 변화와 그로 인해 미칠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공공형 일자리 축소, 개선되나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공급은 82만 2000개다. 올해 84만 5000개보다 2만 3000개 줄었다. 특히 공공형 일자리가 축소돼 노인 빈곤율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샀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2020년 기준)은 40.4%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 일자리는 세 가지 유형 공공형, 민간형, 사회서비스형으로 나뉜다. 정부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 수를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 줄인다고 밝혔다. 대신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000개 늘리기로 했다.
공공형은 정부가 돈을 직접 지원해 직접 일자리라고도 불린다. 환경정비, 교통안전 보조 등 공익형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다. 참여 노인은 월 최대 30시간 일하고 활동비 27만 원을 번다. 단순 노무에 적은 돈을 번다는 이유로 공공형은 ‘질 낮은 일자리’, ‘세금을 축내는 일자리’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공공형 일자리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가 주 대상이다. 저소득층의 저학력 노인이 많이 참여한다. 이들에게 월 27만 원을 주지 않는다면 생계가 흔들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공형 일자리를 보충 연금의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서비스형은 공공형과 하는 일은 비슷한데 돈은 두 배로 번다. 월 최대 60시간 근무하고 71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와 차이점은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는 점이다. 만약 스쿨존 교통정리, 급식 지원 등 학교 관련 일자리면 교육 업무를 한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는 뜻이다.
민간형은 민간이 주관하고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형태다. 정부 예산이 기업을 통해 근로 노인에게 지원되며 급여도 많은 편이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마련된 일자리다. 카페를 포함한 식품 제조·판매, 택배 배달, 세탁소·편의점 운영 등의 일을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저학력 노인이 참여하기 어렵다. 때문에 공공형 일자리가 축소되면 노인 빈곤율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축소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고령자 고용장려금 일자리까지 고려하면 2만 9000개가 늘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노인 일자리 예산도 올해 1조 4584억 원에서 720억 원이 늘어난 1조 5304억 원으로 편성됐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대한 개선의 여지 또한 남아 있다. 공공형 일자리 축소에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결국 입장을 바꿨다. 지난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는 “현장에서 연로하신 분들이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노인 빈곤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기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이 얼마나 늘어날지 촉각이 모인다. 정부가 줄인 6만 1000개의 일자리가 원상 복구되는 선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간·사회서비스형 확대의 명암
지난 5일부터 2023년 노인 일자리 참여자 모집이 실시됐다. 모집 공고를 보면 공공형 일자리는 확실히 줄어들었고, 정부의 입장과 방향이 보인다. 내년에 노인 일자리는 공공형 54만 7000개, 사회서비스형 8만 5000개, 민간형 19만 개 등 총 82만 2000개다. 고령자 고용장려금 대상 일자리는 올해 9000개에서 6만 1000개로 5만 2000개 늘어난다. 결국 내년 노인 일자리는 민간 연계형을 중심으로 확대 재편되는 것이다.
증가 폭이 두드러지는 고령자 고용장려금은 올해 신설된 사업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인을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과거 3년보다 노인을 많이 고용하거나 퇴직 연령대 고령자에 대한 채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한다. 노인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보건복지부 최종균 인구정책실장은 “2023년 노인일자리사업 추진 방향은 직업 경험이 풍부하고 건강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민간 및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지원하고, 저소득·고연령 어르신들에게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계속 제공하여 생계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공형 일자리는 돌봄·안전 등을 중심으로 전환하여 공익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밝혔다.
각 지자체의 노인 일자리 모집 공고를 봐도 민간 및 사회서비스형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를 보면, 총 266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 6만 9900개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년층 진입 양상을 반영해 사회 경험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2000여 개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형 일자리도 올해보다 1200개 늘어난 6049개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공공형 일자리는 현재 5만 3249개의 일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향후 정부 예산안과 서울시 예산안 심의 결과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른 지자체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올해는 모집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정부의 예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전북 남원시는 자체 예산을 투입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자체 예산 2억 5000여 만 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남원 지역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내년에 248개가 줄 전망이었으나, 올해와 비슷한 연간 3900여 개가 제공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노인 단체의 입장은 어떨까. 노동조합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총장은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 나온 모집 공고를 보면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줄어든 게 확실히 느껴진다. 지금 ‘나 이제 일 못 하는 거 아냐?’라면서 걱정하는 어르신들도 많다”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정부의 목표는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지 않아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공공형뿐만 아니라 모든 노인 일자리에 정부의 재정이 들어간다”면서 “민간형 사업도 정부의 재정을 당장 중단하면 문을 닫는다. 존속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고현종 사무총장은 공공형 일자리가 늘어나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 사무총장은 “사회서비스형 한 자리 재정으로 공공형 일자리는 세 자리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현재도 같은 세대 안에서 불평등이 심한데,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해 사회 서비스형과 민간형을 늘린다면 빈부 격차만 더 커지게 된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현종 사무총장은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한 지 20년이 되어 간다. 이제 새롭게 비전을 정리해야 할 때다. 첫 번째, 노인 일자리는 보충연금 형태로 가야 한다. 두 번째, 나이로 구분해서 일자리도 분명히 노선을 정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고 사무총장은 “현재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은 70대가 많은데 정부는 베이비부머를 타겟으로 잡으려고 하니깐 혼재되는 것이다. 노인이 되기 전 50대부터 64세까지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베이비부머를 위한 일자리 등, 나이로 구분 짓는 정리가 필요하다”라면서 노인 일자리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사별의 슬픔 속 유족들은 장례를 치러야 한다. 자칫 경황이 없고 경험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준비할 사항들에 대해 알아보자.
가족이 직접 장례 전 과정을 직접 실행하지 않는다면 전문 장례지도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경우 생전에 상담을 통해 상조회사를 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원 또는 관할 경찰서에서 사망진단서를 7부 정도 발급받는다. 화장 시 화장 예약을, 매장 시 장지 예약을 한다. 장례 일정을 정하고 견적을 확인한다. 부고 문자를 발송한다.
장례지도사와 협의해 음식을 정한 후 조문객을 맞는다. 이날 입관식이 진행된다. 이후 제사나 종교의식을 치른다. 차량, 운구 인원 등 장지로 이동 전 필요 사항을 점검한다.
발인 전 장례식장 및 상조회사 비용을 정산한다(미사용 물품 반납). 발인 전 추모의식을 갖는다. 매장의 경우 관을 장지로 운구한다. 공원묘지 이용 시 서류 접수 후 직원의 안내를 받아 고인을 모신다.
화장하는 경우 예약 30분 전에 도착해 접수를 마친다. 사망진단서, 검사지휘서, 고인의 주민등록등본을 준비한다. 화장이 끝나면 유골을 함에 모시고 안치를 위해 봉안당, 수목장 등으로 이동한다.
자택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초우제, 재우제, 삼우제를 치른다. 사망일로부터 30일 내 고인의 주소지와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신고한다. 개인묘 설치 시 30일 이내에 알려야 한다.
사망자의 상속 재산은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로 알 수 있다. 방문록이나 SNS 등을 확인 후 조문이나 위로를 전한 주변인에게 답례 문자를 발송하고, 고인의 유품을 정리한다(필요 시 전문청소업체 요청).
서울시 동대문구의 노인 인권 의식 고취 및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노인 인권 보장 문화 만들기! 노인의 목소리 들려주기 활동 동대문 노인 인권 이음소리’(이하 동대문 노인 인권 이음소리)가 제작됐다.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한국노인인권센터에서 제작한 동대문 노인 인권 이음소리는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원기관 45개소 및 동대문구 내 사회복지시설 214개소, 총 259개소에 배포될 예정이다.
동대문 노인 인권 이음소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노인 인권 종합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보고서에 정리된 노인 인권의 6가지 영역(건강 및 돌봄 영역, 기본생활(의식주) 영역, 소득 영역, 고용 및 노동 영역, 사회참여 및 통합 영역, 존엄 및 안전 영역)을 기반으로 △노인을 위한 디지털 교육의 실효성 향상 △치매의 인권적 치유 방법 △노인 일자리 축소에 따른 노인의 소득보장 대책 강구 △기후 위기는 인권의 문제 등의 다양한 주제로 노인 인권에 대한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김윤태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한국노인인권센터 관장은 “노인 인권 활동의 특징 중의 하나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라며 “이에 한국노인인권센터에서는 노인 인권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공론화하고, 노인 인권 당사자의 목소리를 지역사회에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한국노인인권센터에서는 인권침해, 학대, 차별, 사기 피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어르신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상담은 전화, 내방, 방문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 연계 사업, 교육, 홍보사업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전화 주실 줄 알고 기다리다 다시 해요.”
“응… 손님 만나는 중이어서….”
“그랬어요? 그럼 그렇다고 문자라도 주시지… 나는 함께 점심하려고 전화했던 건데.”
“손님과 점심 약속을 했던 터라… 미리 말하지 그랬어?”
“미리 말한다고 약속 잡아주실 것도 아니면서.”
“뭐 어쨌든. 그나저나 잘 지내고?”
“네, 저는 잘 지내요. 조만간 점심 사드리고 싶네요.”
“점심은 무슨. 됐고.”
“그럴 줄 알았어요.”
앞자리에 앉아 있던 예의 그 ‘손님’이 화장실을 가는 척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주는 바람에 통화가 오히려 길어졌다. 점심 식사 중에 그 여자의 전화가 왔지만 일부러 받지 않았다. 그 손님과의 자리가 대단히 중요해서가 아니었다. 핑계 삼아 그 여자의 전화를 따돌리고 싶었을 뿐. 손님이라야 등산을 함께 다니는 동네 지인으로 별 용건 없이 그냥 점심이나 함께하자는 게 다였으니까.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전화했어?”
“보고 싶으니까 했죠. 얼굴 본 지도 오래됐고.”
“우리가 얼굴 보고 싶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사인가? 아무튼 난 지금 바빠. 그만 끊자고.”
얼굴 보고 싶다며 자유로이 만날 수 없는 사이, 만나면 부담스러운 사이, 껄끄러운 사이. 그렇다, 그녀와 나는 옛 연인 사이다. 눈 씻고 찾으려 들면야 한 자락 추억이야 없지는 않겠지만 그딴 건 찾고 싶지도 않고, 생각할수록 씁쓰레함만 남은 관계. 그런데 그녀는 그렇지 않다는 건가. 잊을 만하면 연락이 오는 걸 보면 아직도 내게 미련이 있다는 거겠지만, 나는 한마디로 노 생큐!다. 안 그러면 또 뭘 어쩔 건데? 지금 와서 내가 뭘 해줄 수 있다고. 헤어진 지 벌써 3년인데.
사업 실패와 연이은 가정 붕괴
그녀는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한 100억 정도 가진 재산가다. 굳이 돈을 강조하는 이유는 돈밖에 가진 것이 없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나이는 나보다 몇 살 적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다. 그런 조건 좋은 여자가 내게 안달이 나 있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얼마나 조건이 좋은 남자길래 그런 잘난 여자가 죽자고 매달리는 거냐고? 나는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그렇다고 백수건달이나 제비족은 아닌, 어쨌거나 그녀에게 만만하게 보인 50대 중반 독신남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녀의 세 번째 남편감이냐고? 천만에 말씀! 누구 맘대로!
10년 전 나는 사업에 실패했다. 40대 중반이었다. 그 여파로 아내가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이던 남매를 데리고 미국으로 가버리자 가족들로부터 보기 좋게 버림을 받았다. 물론 내 잘못이 컸다. 외국 유명 브랜드 의류 수입상을 했던 나는 불황을 맞아 기울어가는 사업체를 정리할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어떻게든 살려보리라 무모한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나를 설득하며 마음 졸이다 못해 인내심이 바닥 난 아내는 반은 홧김에, 반은 살 길을 찾아 미국 친정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가정과 사업체가 박살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내는 물론 생이별한 자식들의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는, 자살할 궁리만 모색하던 처참한 나날이었다. 어떻게 하면 고통 없이 고통 많은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머릿속은 온통 자살 생각으로 가득 찼다. 1년 후 이혼 서류를 보내온 아내의 요구에 이렇다 할 대꾸나 변명 한마디 없이 응했던 것도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탓이었다.
그럼에도 늘그막에 외손주 둘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해주시는 장인 장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처가의 형편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어쨌거나 두 아이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으니 장담할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보다 장래가 밝아진 게 아닌가. 그 와중에 아내는 나에 대한 원망과 일말의 복수심으로 나와 아이들의 관계를 차단한 것이리라. 나는 나대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그때는 서로를 이해하고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일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 삶을 이어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일거리도 없고 재기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간간이 들어오는 경영 계통 강연 수입으로 그때그때 생활비를 벌며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등산과 마음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망한 나에게 다가온 거부의 여인
아, 그녀는 사업상 나의 고객이었다. 내가 쫄딱 망한 것을 알고 호감을 표해온 것이었다. 쫄딱 망한 중년의 남자에게 다가온 거부의 여인. 게다가 한 미모하는 이혼녀. 로또 대박과 맞먹는 행운이 아니냐고? 게다가 아내까지 미국으로 내뺀 상황이었으니. 글쎄, 계속 들어보시라.
나도 처음엔 그녀라는 동아줄을 붙잡고 재기를 꿈꿨다. 그녀를, 아니 그녀의 돈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을 탐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녀도 불쌍한 여자다. 그녀의 인간관계, 특히 남자관계는 늘 돈이 중심이었다. 첫 결혼도 두 집안이 서로 돈을 보고 딸과 아들을 교환했던 것이니 애정 없는 혼인 생활이 평탄할 리 없었고, 결국 남편의 외도로 3년 만에 파탄이 났다.
그녀의 두 번째 결혼은 그녀 측에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탐냄으로써 이뤄졌다. 20년 연상의 재벌급 홀아비, 그녀로서는 재력적 지위가 급상승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기쁨도 하늘을 찔렀다. 재물에 마음이 꽂힌 사람들은 더 많은 재물을, 권력을 탐하는 부류들은 더 높은 자리를, 인기몰이에 집착하는 자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무한 인기를 갈구하는 법이니. 사람은 저마다 우상을 모시고 살며, 우상 숭배란 맹목적인 것이지 않은가. 그러니 이미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돈에 집착하고 돈에 갈증이 든 그녀를 탓할 수만은 없는 게 아닌가.
그녀 부부 사이에는 자식이 없어 에너지를 쏟을 곳이라곤 오직 돈에 관계된 것이었기에, 앞뒤 재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인 것이 화근이 되어 많은 돈을 잃고 그만 이혼을 당하고 말았다. 두 번째 이혼이었다. 그러고는 나를 만난 것이다. 비록 이혼을 했어도 받은 위자료와 본인 재산 등으로 내게 대줄 수 있는 사업자금은 충분했다.
자, 이런 상황이다. 처음에야 나도 횡재한 기분이었다. 속물이라 욕해도 상관없다. 사실이니까. 거처가 마땅찮았던 나는 바로 강남에 있는 그녀의 80평대 아파트로 들어갔고, 그렇게 우리의 동거가 시작됐다. 1년이 지났을 무렵, 한마디로 나는 그녀에게서 환멸을 느꼈다. 그녀는 오직 돈, 돈, 돈만 알 뿐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돈 타령에, 아마 꿈조차 돈에 대한 것을 꿨으리라.
그녀에게서는 어떤 내면의 향기도, 내적 감수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함께 사는 동안 책은 고사하고 글 한 줄 읽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사색에 잠긴다거나 주변이나 일상에서 감동을 느끼는 일도 없었다. 심지어 자연에 대해서도 교감할 줄 모르는 여자였다. 아마도 푸른 여름은 만 원권 지폐로, 노란 가을은 오만 원권 지폐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1년 만에 그녀의 아파트를 나왔다. 들어갈 때도 맨몸, 나올 때도 맨몸. 여전히 집도 절도 없었던 나는 TV 프로그램 속 자연인처럼 어느 산자락 빈집에서 한 달가량 몸을 의지해 있었다. 그 후 낯선 소도시로 흘러들어 친구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작은 강연, 독서 모임 등을 이끌면서 내 입을 먹이며 살고 있다.
나와 그녀의 관계에는 환멸만 남고
혹자는 배부른 투정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내면이니 감수성이니 그딴 게 밥 먹여주냐고. 봉을 잡았으니 빌붙어서 몸이라도 편할 수 있지 않았냐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일단 한번 살아보시라. 입만 열면 돈타령에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여자, 나는 열을 준대도 덧정 없다.
만약 그 여자가 그나마 머리에 든 것이 있는 나를 흠모하여 자신에게는 없는 지성이나 교양을 취해보리라는 갸륵함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환멸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애초에 그런 코드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게서 무엇을 보고, 내가 가진 어떤 점이 그녀를 끌어당겼을까.
돌이켜보면 그녀는 나를 자기 재산 증식시켜주고 관리해주는 머슴 정도로 취급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 어디 가서 재산을 불릴지, 하나보다는 둘이 힘이 되니 속된 말로 만만한 나를 ‘꼬붕’으로 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내게 애초 애정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하긴 그녀에게 애정 같은 감정과 정서가 있기나 할까. 내가 아는 한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더불어 인간에 대한 신뢰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했으니. 설혹 내게 사업자금을 대주었다 해도 내가 원하는 일을 자유로이 할 수도 없었을 것이며, 그녀의 이해관계와 연결되는 것에 한해서 허용하는 게 고작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그녀가 지금도 내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으니 불쾌할 수밖에.
내가 만날 수 있는 여자는 지성, 외모, 상식과 자존감을 갖춘 사람이기가 어려울까? 솔직히 그럴 것 같다. 그런 여자들은 남자 또한 엇비슷한 수준에서 만나고 싶어 할 텐데,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능력 면에서 현저히 기울어져 있으니 두루 괜찮은 여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친 여자들만 꼬인다고 할지. 겨우 한 여자 만난 것을 두고 성급한 일반화를 하냐고? 내가 설마 한 여자만 두고 그러겠나. 그 사이에 두 여자가 더 내게 호감을 표해왔는데 역시 비슷한 여자들이었다. 돈밖에 없고 천박한. 돈 많고 무식한 여자, 돈밖에 모르는 여자들이 꼬이는 것이 내 운명이고 팔자일까.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2007년 전통복식 분야 1호 유희경 박사의 집에 신사임당 초상을 그리기로 한 이종상 화백과 한국조폐공사 관계자, 석주선 단국대 기념박물관장 등이 모였다. 5만 원 지폐에 넣을 신사임당을 그리기 위해서다. 이날 신사임당의 초상 모델이 바로 임수빈 한국방송고전머리전문가협회장이다. 어딘지 모르게 닮은 선한 눈매와 은은한 미소를 가진 그를 만나 고전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상에, 정말 이런 머리를 하고 살았을까?’
고전머리 미용대회를 준비하던 30대 늦깎이 학생은 머리를 올리다 말고 생각에 잠겼다. 대회에 출품된 화려하고 다양한 고전머리 스타일이 신비로워 보였다. 고전머리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다. 1999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미용실을 운영하던 임수빈 협회장은 미용을 더 알고 싶었다. 파마약을 바르면 왜 머리가 구불구불한 채로 모양이 잡히는지, 머리카락 속 단백질과 미용 약품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이 발생하는 건지 원리를 알고 싶었다. 2005년 국제대학교 피부미용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해 서경대 미용예술학과에서 불화에 표현된 고전머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궁금한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다 보니 세월 흘러가는 줄 모르고 젖어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하래도 못 할 것 같아요.(웃음) 과거에도 지금도 고전머리를 하나의 학문으로 가르치는 곳은 없어요. 한복만큼 전통 가치가 지켜지고 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K-헤어의 뿌리를 찾아서
어디에서도 고전머리를 배울 수가 없어 임 회장은 역사책을 뒤져가며 스스로 공부했다. 그는 고전머리야말로 현대 미용의 뿌리라고 했다. 고전머리는 청동기, 상고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도자기 항아리나 벽화 등에 그려진 여성을 통해 머리 모양을 추론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서민들은 쪽머리, 댕기머리, 둘레머리, 얹은머리 형태를 고수했다. 왕족이나 귀족은 시대에 따라 복식과 머리가 바뀌었다. 조선시대에는 소 한 마리 값에 맞먹어 부의 상징이 되어버린 가체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개화기에 우리 전통 고전머리가 사라졌어요. 역사적으로 쪽머리는 기생이 할 수 없는 머리예요. 용, 봉, 개구리 등으로 품계를 나타냈던 첩지머리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개화기에 나라도 잃고 신분을 나누던 품계도 사라지면서 무거운 머리를 풀어헤치고 기생들이 쪽머리와 첩지머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신여성이 등장했고, 서양에서 들어온 머리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고전머리는 유야무야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실은 1933년 화신백화점 미용부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조선인 미용사 오엽주가 시초다. 이 최초의 미용실이 우리나라 미용 역사의 시작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임수빈 회장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오다 개화기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우리 머리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5천 년이라는 우리 고유의 머리 역사와 뿌리가 있는데도, 오엽주 미용사의 신여성 머리 스타일만 남은 거예요. 그런데 미용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이 뿌리부터 배우는 게 정석 아닐까요?”
고전머리에는 우리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한복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것처럼 머리 스타일도, 장신구도 역사에 따라 달라졌다. 한복에 관해서는 연구가 활발하고 이를 전통으로 지키려는 노력도 하지만, 고전머리에는 그 관심이 이어지지 않아 못내 아쉬웠다.
미용은 ‘학문’이 될 수 없을까?
임수빈 회장은 미용을 ‘과학’이라고 말했다. 미용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이르면 중학생 때부터 미용을 배운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그는 기술을 넘어 미용의 원리와 뿌리를 알고 싶었다.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으면 더 깊이 있는 배움이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머리의 역사에 대한 연구, 미용의 과학적 부분에 대한 연구, 조금 더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서 미용의 질을 높이고 싶었어요.”
각종 불화와 문헌을 뒤져 고전머리를 연구하던 임수빈 회장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5천 년 역사 속 장황하게 흩어져 있던 고전머리 자료를 모으고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귀족·사대부·천민들이 쓰는 장신구, 비녀, 꽂이, 장신구별 의미, 상징 등을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문헌 속 고전머리를 전통 방식에 맞게 재현하고 트렌드에 맞춘 퓨전머리도 디자인했다. 이 내용을 학생들이 더 이해하기 쉽게 ‘고전머리교실 : 이론과 실습’으로 펴냈다.
머리 스타일에 빠질 수 없는 게 장신구다. 또 복장과 머리 스타일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인터뷰를 하면서 머리 장식에 대해 묻자 협회 곳곳에서 최소 100년 넘은 온갖 장신구들이 나왔다. 임 회장의 할머니가 사용했다는 청색 족두리와 담비털 모자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도 등장했다. 거실 액자 속에 늘 걸려 있었다는 담비털 모자는 구한말 할머님이 사용하시던 것이라고. 임수빈 회장이 고전머리에 매력을 느꼈던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트레머리가 없어지고 쪽머리가 정착되면서 비녀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어요. 서민들이 쓰던 비녀도 새겨진 무늬가 다 달라요. 천연 옥비녀에는 특유의 고운 빛깔과 흉내 내기 어려운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죠. 천연 옥의 종류도 이렇게나 다양해요. 여름에는 옥 소재 비녀를 많이 쓰고 겨울에는 따뜻한 소재를 썼죠. 뒤꽂이 종류도 무척 많아요. 주로 매미, 벌, 꽃, 나비 등이 소재로 쓰였죠. 조선시대에는 생콩을 빻아서 조롱박에 담아 세면대에 두었다가 세안할 때 비누 대신 콩을 비벼 사용했어요. 그러면 콩 비린내가 남거든요. 그래서 향주머니를 차고 다닌 거죠. 이 매미 모양의 향주머니는 매우 드문 거예요.”
고전머리는 머리 장식, 의복, 의복에 쓰이던 장신구까지 모두 이어져 있고, 각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렇게 역사 이야기와 임 회장이 그동안 수집한 온갖 장신구를 직접 눈앞에 펼쳐두고 강의를 하니 학생들은 그의 수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머리에 몰입한 20년이라는 시간
고전머리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 그는 2012년 한국방송고전머리전문가협회를 세웠다. 10여 년 동안 임 회장은협회비를 받지 않고 개인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협회를 운영했다. 더 많은 이들이 고전머리 관련 활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더 많은 미용사가 고전머리의 매력을 알고 자신의 가치를 높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전가체 예능사 1~3급 자격제도를 만들었다. “고전머리도 머리를 만지는 일이기 때문에 미용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미용 관련 국가자격증이 여러 가지인데 고전머리 자격증은 없거든요. 수익사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오색단장, 수빈헤어&메이크업, 한국방송협회 일을 현업에서 계속하다 보니 자격제도를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활성화시키지 못했어요. 그러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추면서 저를 재정비하게 됐죠. 미용하는 분들이 고전머리를 통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면 좋겠어요. 미용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개척해나가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고전머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고전머리 정보를 퍼트릴 때면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무리 궁금한 게 많아 공부가 즐거웠다 해도, 매일 역사서를 들여다보며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몸은 서울에 있지만 마치 과거에 사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기왕 여기까지 온 것, 조금만 더 해서 학생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하나는 만들어두고 그만두자’고 마음을 달랬다.
미용을 시작한 후 20년을 온전히 고전머리에 몰입해 살았다. 처음 수빈헤어&메이크업을 열었을 때는 손님 한 명 보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주말이면 고전머리를 하려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 임 회장이 반한 고전머리의 매력을 알아본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난 것. 이제는 ‘고전머리’ 하면 많은 이들이 임수빈 회장을 떠올린다. 그럴 때 그는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임수빈 회장은 우리나라 가체장 1호 명장이 됐으며, 2019년에는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문화예술부문 한국전통문화최우수공로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21년에는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을 받았다.
고전머리가 K-헤어 트렌드
임수빈 회장은 복장과 헤어의 어울림을 강조한다. 전통 한복이라면 전통 고전머리를, 퓨전 한복이라면 퓨전 고전머리로 꾸며야 한다는 것. 전통 고전머리를 응용하면 한국식 현대 스타일을 무궁무진하게 창작할 수 있다. 고전머리야말로 현대 미용의 뿌리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요즘 흔하게 하는 ‘당고머리’는 ‘쪽머리’가 원조다. 쪽머리는 비녀가 없던 시절부터 해오던 머리 스타일이다. 항공사 승무원들의 머리 스타일은 ‘벼머리’에서 시작됐다. ‘포니테일’이라고 불리는 묶음머리는 ‘후두부로 흩어진 머리’라는 고전머리에서 출발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머리는 5:5 가르마예요. 우리나라의 기본 스타일이죠. 과거 여인들도 모두 반머리를 했어요. 우리가 반묶음을 하는 것처럼요. 다만 그것을 장식하는 장신구가 바뀌었을 뿐이에요. 현대의 의복에 맞춰 고전머리 스타일이 현대에 맞게 바뀐 거죠.”
임 회장은 고전머리를 기반으로 한 한국 스타일의 퓨전 헤어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고전머리를 가르쳐주는 곳이 없으니 미용사들도 배워본 적이 없어 응용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 하는 실정을 무척 아쉬워했다. 더 많은 미용사가 고전머리를 배워 자신만의 한국 스타일로 응용하면 그것이야말로 K-헤어가 되는 것 아닐까?
“고전머리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되는 게 마지막 꿈이에요. 고전머리를 만지는 기술도 서울무형문화재로 함께 인정받으면 금상첨화겠죠. 한복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것처럼 고전머리도 우리의 것으로 역사성을 인정받고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합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주거 환경의 변화로 더 이상 가정에서 장례를 치르기 어려워지자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장례식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병원에서 사망하면 가정으로 이송해 장례를 치렀는데 이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요즘은 가정에서 사망해도 병원(전문)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이송해 장례를 치른다.
이런 변화를 눈여겨본 이들이 있다. 이들은 장례업이 사업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발 빠르게 선불식 상조사업을 시작한다. 상조업자들은 일본의 ‘호조회’를 모델로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했다. 상조회사는 한때 450여 개가 난립할 정도로 성업했지만, 지금은 부도나 폐업으로 대부분 문을 닫아 60개 정도 남았다. 업체 오너들의 방만한 경영과 과도한 영업비용 등이 그 원인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부실업체를 정리하는 데 한몫했다.
상조회사는 크게 선불제와 후불제 업체로 나뉜다. 선불제는 장례용품과 인력 서비스 제공을 약속하고 매월 일정액을 선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60만 원짜리 상품이라면 120회를 납입해야 1회의 장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선불제 상품의 가격은 360만 원에서 720만 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장례식장의 빈소, 안치실, 입관실 등 시설 사용료와 식음료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봉안당이나 묘지 같은 장묘 영역 또한 별도의 영역이다.
반면 후불제는 미리 선납하지 않고 장례를 치른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1회 장례 시 280만 원에서 350만 원 정도로 선불제에 비해 저렴하다. 광고비나 영업수당, 관리비 등이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세는 선불제였으나 최근 후불제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선불제 업체들이 대거 정리되면서 전업한 경우도 있고, 후불제의 시장성을 보고 큰 자본을 투자한 업체도 있다. 후불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80만~120만 원에 서비스한다는 업체들도 나온다. 선불제와 후불제에서 용역을 받아 의전을 수행하는 업체도 있다. 본청에서 수수료를 제하다 보니 인건비를 줄여 겨우 마진을 남긴다.
선불제와 후불제의 서비스 차이는 어떨까. 장례에서 상조회사 영역은 장례지도사와 접객관리사(도우미) 등 인력과 생화 제단, 수의, 버스와 리무진 등 장례용품 영역이 있다. 서비스 질은 장례 서비스 자체가 표준화되고 경험 많은 장례지도사들이 여러 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장례지도사는 장례 접수, 상담, 행사 진행을 3일장이 끝날 때까지 책임지고 총괄한다. 접객관리사 가격은 1인 10시간에 9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초과수당이나 심야 교통비가 추가되기도 한다.
그럼 상조 영역의 적정 가격은 얼마일까? 앞서 말한 대로 상조 상품은 80만~72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수시끈, 탈지면, 알코올 등 수시용품과 광보, 명정, 습신 등 입관용품은 30만 원 내외다.
먼저 입관용품 중 가장 비싼 것은 수의다. 비단, 대마, 저마, 인견, 면 등 재질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조합에서 치른 장례 중에 6000만 원에 구입했다는 수의를 본 적 있다. 상주가 모 대학 교수였는데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단언컨대 그는 사기를 당한 것이다. 천하의 안동포도 300만 원 내외인데 가당치도 않다. 가장 좋은 수의는 불에 잘 타거나 잘 썩는 수의다. 평소 입던 옷도 좋다고 본다.
다음으로 관이다. 오동나무나 솔송집성목이 주로 쓰인다. 매장이나 화장에 따라 달라진다. 업계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어떤 재력가의 장례를 치르는데 원가 30만 원짜리 관을 3000만 원에 팔아먹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온갖 요설을 동원해 사기를 치면 이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장례지도사는 1인으로 정해져 있는데 3일간 인건비는 50만~70만 원 정도다. 입관 시 보조 인력(10만~15만 원)이 붙는다. 접객관리사는 몇 명을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조문객 수가 많을 경우 4명 이상 붙기도 한다. 생화 제단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3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다양하다. 또 버스나 리무진은 거리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버스나 리무진 중 하나만 쓸 수도 있다. 왕복 300km 기준으로 40만~70만 원 정도이고 초과 시 킬로미터당 2000원 정도 붙는다.
상조회사가 어디든 장례용품과 인력은 대동소이하다. 서비스 질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 아무 상조회사나 정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문제는 겉으로 내세우는 가격이 아니라 실제 가격이다. 80만 원에 상조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을 미끼로 고객을 유인한 후 이런저런 명목으로 추가하고 ‘업셀링’을 하는 것이다. 상조 서비스는 대체로 300만~350만 원 정도면 적당하다.
가장 좋은 상조회사는 정직한 장례회사다. 사전에 계약한 대로 진행하는 곳이 믿을 만하다. 정해진 가격 외 업셀링이나 추가를 하지 않는 곳이 좋다. 요즘엔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사례비를 요구할 경우도 있는데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사례비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것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복잡한 장례 절차나 전문용어로 현혹하거나 ‘마지막 가시는 길’이라며 효도 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갑자기 닥쳐서 허둥대기보다 사전에 여러 상조 상품을 꼼꼼히 비교하고,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조건 싼 곳을 찾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상조 시장은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다. 현명한 소비자만이 바가지를 피할 수 있다.
김경환 채비장례(www.chaebi.life) 장례지도사
2011년 조합원 가입 후 줄곧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콘텐츠와 미디어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조합의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고 성취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저서로는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