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에 벚꽃 필 때가 됐을 텐데...”
올해도 어김없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3년 전 현충원에 벚꽃 구경을 다녀온 후,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수양벚꽃 보러 가자고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처음 현충원에 꽃구경 가자고 했을 땐 묘지에 웬 꽃구경이냐고 손사래를 치더니 한번 와보곤 홀딱 빠지고 말았다. 전화기를 타고 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도 봄바람이 불었다.
4월이 되자 여기저기서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 중 으뜸은 벚꽃이다. 여의도 윤중로나 남산길, 석촌호수 등 벚꽃 명소에는 벚꽃나무 아래서 꽃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만큼 벚꽃이 만들어 내는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서울 최고의 벚꽃 명소로 꼽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국립현충원이다.
우리나라 벚꽃은 대부분 왕벚꽃나무인데 비해 국립현충원의 벚꽃은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수양벚꽃이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수모를 겪은 효종이 북벌 계획의 일환으로 활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수양벚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봄꽃을 즐기기에 국립현충원이 좋은 이유가 있다. 우선 현충원에 들어서면 묘역을 감싸고 있는 산 위에 형형색색의 꽃들에 눈호강이 시작된다. 벚나무 외에도 진달래, 개나리, 철쭉, 산수유, 목련 등 알록달록한 꽃들이 가득하다. 국립묘지이긴 하지만 43만 평이나 되는 넓은 곳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20km 제한 속도를 지키면 승용차를 타고 현충원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어 나이 드신 부모님도 만족해 하신다. 게다가 넓은 주차장이 곳곳에 있으니 벚꽃축제가 한창일 때도 주차 걱정이 전혀 없다.현충원을 한 바퀴 돈 후엔 수양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정문 근처 충무정을 찾아간다. 수양벚꽃이 무리지어 심어져 있는 데다 벚꽃의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어 숨막히게 아름답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서 충무정 앞은 늘 붐빈다. 필자와 부모님도 이 곳에서 인증샷은 필수다.
널리 알려진 벚꽃 명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파에 휩쓸리느라 꽃구경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국립현충원은 대지가 워낙 넓으니 사람이 많아도 인파가 분산돼 호젓하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어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산책하기 참 좋다. 이번 주말 쯤 벚꽃은 만개해 장관을 이룰 것이니 서둘러 나들이를 계획해야겠다.
봄이 기지개를 켜는 3월이다. 우리네 마음은 춘삼월(春三月)이어도 꽃봉오리들은 아직 몸을 웅크리고 있다. 봄꽃을 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아산세계꽃식물원을 찾는다면 사시사철 언제나 향기로운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아산세계꽃식물원은 3000여 종의 원예 관상식물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온실 식물원이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 18개의 실내 온실 정원과 3개의 야외 정원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2004년 개관해 2014년부터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고령자친화기업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리아프(LIAF, Life ia a Flower)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3월은 봄이라고 해도 날씨가 제법 쌀쌀한 편인데, 이곳 온실 정원에서는 3월 말부터 4월 초순까지 꽃피우는 구근식물(球根植物)을 미리 만날 수 있다(1월부터 온실에 전시). 알뿌리식물이라고도 불리는 구근식물은 땅이 얼기 전 심어 추운 겨울을 보내야만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구근에서 싹이 나고 싱싱한 꽃망울을 터뜨릴 때면 따뜻한 봄기운이 찾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봄에는 튤립, 히아신스, 수선화 등을 비롯해 네덜란드에서 지난가을 수입해 식재한 250여 종의 구근식물을 전시한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길 산책
꽃구경을 위해 온실 정원(식물원)으로 향하기 전, ‘LIAF 가든 센터’를 지나게 된다. 원예와 정원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든 센터(garden center)처럼 다양한 원예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관련 제품까지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가든 센터의 외관은 지붕이 뾰족하고 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식물원을 보는 듯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안팎이 훤히 보이는 유리벽 덕분에 햇살이 곧 조명이 된다.
가든 센터를 지나 온실 정원에 들어서면 한층 더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외투를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꽃을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햇볕이 잘 들고 실내 온도가 훈훈한 덕분에 계절에 상관없이 다양한 종의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다. 산책 동선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라가면 굳이 천천히 걷지 않아도 자주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올망졸망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고 그윽한 향을 맡으려면 느긋하게 거닐 수밖에 없다. 관람객들은 예쁜 꽃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꽃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바쁘다. 연못 정원과 새 모이 정원, 미로 정원 등은 아이들도 좋아하는 공간이다.
식물원에서의 추억, 집에서 키워나가기
온실 정원 코스를 순서대로 관람하고 나면 다시 가든 센터에 도착하게 된다. 봄을 맞이하는 꽃과 구근식물 화분, 원예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가든 센터를 나서기 전까지 입장권을 잘 챙겨야 한다. 관람을 마친 후 입장권을 매표소에 보여주면 작은 다육 화분을 선물로 주기 때문이다. 식물원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이 집에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증정하기 시작한 다육 화분은 벌써 100만 개가 넘었다고 한다. 다육식물은 원예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어 집에서도 이곳에서의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삶이 꽃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단순히 꽃을 구경하는 것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꽃잎으로 손수건에 물을 들이는 ‘꽃 손수건 천연 염색 체험’을 비롯해 화분 심기 등 다양한 원예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주말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가든 센터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들러보자. 다양한 식용 꽃과 신선한 나물로 만든 ‘꽃 비빔밥(8000원)’을 맛볼 수 있다(평일 10명 이상 예약 시 주문 가능).
>>LIAF·아산세계꽃식물원
위치 충남 아산시 도고면 아산만로 37-37
이용시간 (식물원) 09:00~18:00 (가든 센터) 09:00~19:00
관람요금 8000원(65세 이상 6000원)
2월의 막바지인 지난 주말 새봄을 기다리며 '따뜻한 콘서트'가 열렸다.
경제신문 '이투데이'가 2013년 이후 5년째 개최하고 있는 음악회라고 한다.
오전부터 하루 종일 눈보라가 흩날려 저녁 나들이가 좀 걱정스러웠지만 출연하는 어떤 가수 때문에 필자는 꼭 참석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KBS 콘서트홀에 가니 오랜만에 보는 동년 기자님들이 많이 계셨다.
글로만 대하던 동년 기자님들과의 반가운 인사가 이어졌는데 부부가 동행하신 기자님도 여러분이셔서 보기에 참 좋았다.
우리 동년 기자의 좌석은 2층으로 자리에 앉으니 벌써 무대는 화려한 조명으로 예쁘게 반짝여 신나는 공연을 기대하는 설렘으로 마음이 들떴다.
출연 가수를 보니 어린 걸그룹 '모모랜드'의 귀여운 아이들과 중견 여가수 '린' 그리고 독보적 존재를 자랑하는 '전인권' 씨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김장훈' 씨가 있다.
김장훈 씨가 출연한다고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고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는데 김장훈 씨와는 몇 년 전 작은 에피소드가 있는 사이이다.
노래도 잘하지만, 기부도 많이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는 멋진 사람이라 필자는 그의 왕 팬이 되었다.
오늘 약간 실망스러운 건 좌석이 2층이라 가수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김장훈 씨는 공연 중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하는 유명한 가수이다.
앞자리였다면 언젠가처럼 좀 더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몇 년 전 강남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김장훈 콘서트가 있었다. 제법 큰 무대를 춤과 노래로 종횡무진 휘저으며 신나는 공연을 펼치던 중 갑자기 김장훈 씨가 어시스턴트가 필요한데 누가 도와주겠느냐고 물었다.
같이 간 친구 삼총사가 내게 손들라고 부추겼고 나는 용감하게 조용한 침묵을 깨고 “저요!”하고 소리를 치고 말았다.
누가 나오시겠느냐고 했지만 점잖은 관객들이 잠시 생각하는 동안 아줌마 기질을 발휘한 필자가 큰 소리로 답을 한 것이다.
좀 더 젊었을 때라면 부끄러워서 상상도 못 했겠지만 나이가 들으니 너무 용감해지는 것 같아서 우습기도 했다.
용감하게 소리친 덕분에 무대에 올라가 김장훈씨 옆에 서게 되었다.
가까이에서 본 김장훈 씨는 매스컴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잘생기고 훤칠했다.
잠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고 필자가 도와야 하는 일을 말해 주었다.
무슨 큰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고 김장훈 씨가 하모니카를 불 때 필자는 마이크를 그 앞에 잘 대어주는 일을 맡았다.
별일이 아니었으므로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졌고 무대도 매우 화기애애해졌다.
하모니카 연주가 끝난 후 감사하다며 불었던 하모니카를 선물로 주었는데 꽤 값이 나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필자는 그 작고 앙증맞은 하모니카를 가보로 간직하겠다고 생각하며 기분 좋고 신나는 공연을 즐겼다.
그렇게 김장훈 씨는 공연 도중 관객과의 소통을 꼭 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래층의 어떤 여성관객이 전의 나처럼 큰소리로 답을 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만약 필자의 좌석이 가까웠다면 필자가 소리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난다.
어린 아이돌의 무대도 깜찍했고 ‘린’의 노래도 좋았지만, 김장훈 씨와 전인권 씨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노래에 감동적이었다.
신나는 콘서트의 여운으로 돌아오는 길의 차가운 바람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투데이에서 매년 주최한다니 다음에도 초대되어 꼭 콘서트를 보러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뉴욕이나 도쿄 등 선진국 대도시에 가면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다. 전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술은 물론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겠지만 각 나라 방문 비용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싼 값으로 먼 나라의 문화를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이때 제시할 수 있는 단어가 ‘문화력(文化力·Cultural power)’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문화력을 국가와 국민이 갖는 매력이면서 한 국가의 브랜드 파워로 풀이하고 있다. ‘경제력(經濟力·Economic power)’이 경제적 능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문화력도 문화적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 싶은 문화력은 그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또는 문화적 매력 정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의 정도를 문화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만약 ‘문화력지수(Cultural power index)’를 만들어 주요 도시들을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서울은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음식과 술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도 수시로 무대에 오른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각설이처럼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와서 오리지널 공연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요즘엔 일부 대형 영화관에서 해외 유명 오페라 또는 콘서트를 녹화해서 방영하거나 생중계하기도 한다. 이태원이나 홍대 앞 거리에는 각 나라의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요르단,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다 비슷해 보이는 음식 같아도 조금씩 다르다. 중남미는 물론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아프리카 음식점도 있다.
필자는 운 좋게도 뮤지컬 , 오페라 를 워싱턴과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가끔 무대와 의상, 주연배우 등을 비교해보기도 한다. 프랑스 3대 뮤지컬인 , , 도 외국과 서울에서 번갈아 가며 관람했다. 는 하도 많이 봐서 주인공 이름은 물론 대사를 듣지 않아도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대강 알 수 있다.
무슨 큰 자랑처럼 필자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이유는 문화력지수가 높은 서울을 잘 활용해 개인별 문화력지수를 키우자고 제안하기 위해서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 같은 대도시만 활용해도 문화적 욕구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가끔 1박 2일 코스로 서울을 방문해 다양한 문화 체험과 함께 음식점 등을 순례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광화문 근처 호텔 방들이 만석이라고 한다. 지방에 사는 가족들이 촛불 집회 참가 겸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영화 에서 주인공 태식(원빈 분)이 하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오늘 놀고 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고 해석하고 싶다. 열심히 일해서 모았든, 투자와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든, 부모로부터 물려받았든 늙어 죽을 때까지 쓸 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먼저 고민할 일은 ‘돈을 어떻게 쓰다가 죽을 것인가?’ 아닐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내일 또 내일 하며 미루다 보면 어느새 다리에 힘이 빠져 돌아다닐 기력마저 없어진 뒤일 수도 있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 하는 게 아니라 가슴 떨릴 때 해야 한다.” 이 말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돈을 쓸 때도 다 때가 있다. 나이 들면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물론 자녀나 친인척들에게 주거나 사회에 기부하겠다면 말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엔 강의하러 가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자주 청중들을 부추긴다. 버킷리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다. 대단한 일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이렇게 한번 짜보자. ‘올해에는 오페라를 두 개 보고 한 달에 한 번은 반드시 영화를 보자.’ 오페라나 영화를 보러 갈 때 괜찮은 음식점에 들러 식사까지 할 수 있다면금상첨화. 이처럼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해서 실천해보자.
오페라와 영화에는 취미가 없고 여행을 더 선호한다면 목록을 바꾸면 된다. 문화력지수가 꼭 오페라와 영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신라, 백제, 고구려 등 역사 유적지를 탐방할 수도 있고 박물관이나 유배지를 찾아 나설 수도 있다. 섬이나 폐사지(廢寺地), 전적지(戰跡地), 이름난 고택(古宅), 습지(濕地), 유명 사찰, 교회(성당) 등도 좋은 선택지다. 술과 음식을 좋아한다면 지역 양조장이나 맛있는 음식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근교의 산들을 섭렵하는 것도 좋은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다. 서울만 해도 가까운 산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먹거리, 볼거리도 많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은 오페라 이름 하나, 산 이름 하나, 음식점과 양조장 이름 하나를 지울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버킷리스트는 문화력지수를 키우기 위한 일종의 계획서 역할을 해준다. 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전국 지도를 놓고 여기저기 갈 만한 곳들을 기웃거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페라와 뮤지컬도 익숙한 작품에서부터 좀 낯선 작품들까지 죽 적어보라. 다 못 보고 죽을 만큼의 목록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욕심 많다고 누구에게 야단맞을 일도 아니지 않는가. 할 수 있는 것까지 하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다가 쉬고 싶으면 쉬는 것이 인생이다.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보겠다는 다짐도 좋지만 중간에 다른 게 더 재밌어지면 지우고 새로운 리스트를 만들면 된다.
중요한 것은 유인(誘引)과 동력(動力)이다. 이것에 시동이 걸려야 하고 싶은 일과 목표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고 노력한다. 은퇴 후 나이 탓이나 하면서 넋 놓고 앉아 있다가는 뒷방 노인네 취급받기 십상이다. 당장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계획대로 움직여보자. 적절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은 ‘필요악(必要惡·Necessary evil)’이라는 말이 있다. 버킷리스트는 필요악을 넘어 ‘필요선(必要善·Necessary virtue)’이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 우산처럼 버킷(양동이)도 기왕이면 여러 개가 더 좋지 않을까.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1974년 개관한 한국민속촌은 저마다 한 번쯤은 가봤을 만한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오히려 오래전 한 번 가봤다는 이유로 식상하게 여기거나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동안 민속촌은 늘 새롭게 단장하고 변화하고 있었다. 사극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초가집과 기와집이 즐비하던 모습만 떠올린다면 이번 기회에 민속촌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설 연휴를 맞아 한복을 입고 나들이한다면 더 금상첨화일 것이다.
즐거운 전통과의 행복한 공존
개관 이래 40여 년 동안 꾸준히 즐거운 변화를 시도해온 한국민속촌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과거 조선시대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조선시대 촌락’이다. 남부, 중부, 북부 및 도서 지방에 이르는 지방의 서민 가옥과 양반 가옥을 이건·복원해 조성했다. 추운 겨울 촌락의 몇몇 가옥을 지나다 보면 장작 타는 냄새가 나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으면 집이 상하고 낡을 수 있어 불을 때고 온기를 더하는 것이다. 또 이맘때쯤이면 초가집의 지붕을 새로 얹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가옥들이 단순한 전시물처럼 남아 있는 게 아닌 따스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365일 연중무휴인 한국민속촌은 계절과 세시풍속에 따라 우리의 전통문화를 곁들인 체험과 놀이를 제안한다. 겨울에는 대표적으로 ‘초가집 새 지붕 얹는 날’ 행사를 하는데 오래된 이엉(짚, 억새 등을 엮은 것)에서 서식하는 굼벵이를 직접 잡고, 굼벵이 레이스 경주를 펼치는 등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설날이 있는 1월에는 ‘설맞이 복잔치’가 열리는데 한 해의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 복떡나누기, 지신밟기, 부적찍기 등을 즐길 수 있다. 손주와 함께 간다면 눈썰매·전통얼음썰매타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매력만점 조선시대 캐릭터와 만나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한국민속촌 조선캐릭터 오디션’은 한국민속촌의 마스코트로 급부상한 조선캐릭터 아르바이트생을 선발하는 대회다. 모집 분야는 거지, 무사, 기생, 포졸뿐만 아니라 연약한 망나니, 꽃거지, 유학파 백정 등 이색적인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예전 민속촌의 풍경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이러한 조선캐릭터와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며 흥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옛 지방 행정기관이었던 관아에 가면 허당사또와 포졸, 인턴포졸 캐릭터가 맞이한다. 관아 앞마당에는 곤장대가 놓여 있는데, 관광객을 눕게 하고 포졸과 사또가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조선시대 말투를 쓰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겸비한 캐릭터들과 곤장 체험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관아 앞에서는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꽃거지’를 만날 수 있는데 관광객이 건네는 간식 등을 먹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장난삼아 구걸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조선캐릭터와 대화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통예술공연은 물론 최신 놀이기구까지 즐기다
겨울철 민속촌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주요 전통예술공연으로는 ‘농악놀이’와 ‘마상무예’가 있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흥이 묻어나는 농악놀이는 수십 년간 호남우도 농악의 명맥을 지켜온 정인삼 선생이 공연을 이끌고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농악놀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바로 옆 공연장에서 마상무예가 펼쳐진다. 달리는 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옆으로 눕는 등 아슬아슬하고 박진감 넘치는 기술과 궁술·검술 등을 선보인다. 같은 공간에서는 공연이 없는 시간에 마상무예단과 함께 기예를 펼쳤던 말들을 타볼 수 있는 승마 체험도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곳곳에 마련돼 있는 윷놀이, 투호놀이 등을 즐기거나 15가지 놀이기구(어트렉션)가 있는 ‘12지아(12 ZIA)’를 방문하면 어린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2지아는 민속촌 고유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한껏 즐기다가 출출해지면 친환경 조미료로 옛 맛을 살린 전통순두부, 해물파전, 묵, 순대 등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터에 들러보자. 민속촌의 푸근한 정취가 그 맛을 더한다.
△ 한국민속촌
위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민속촌로 90
이용 시간: 연중무휴 (평일) 9:30~17:30 (주말) 9:30~18:00
이용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아동 8000원(만 65세 이상 아동요금 적용)
파란 하늘빛으로 상큼한 9월이 시작된 첫 주말에 모처럼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샤갈, 달리, 뷔페 전시회에 다녀왔다.
초대권이 있어 나서긴 했지만 어린 손녀, 손자와 그림을 감상한다는 게 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
꼭 보고 싶은 그림전시회인데 아기들이 소란을 피우거나 지루해하면 빨리 퇴장해야 할 테니 아쉬울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예술의 전당 광장에서는 시간에 맞추어 분수 쇼도 펼쳐지고 있으니 꼭 그림 감상만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나들이에 나섰다.
주말이어선지 관람객이 상당히 많았으며 미술 공부하는 학생들인 듯 단체로 온 사람도 꽤 보였다.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베르나르 뷔페. 이들은 세계 현대 미술을 이끈 거장들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유화, 판화, 드로잉, 조각 작품으로 총 128점이 전시되었는데 수채물감과 비슷한 ‘과슈’ 작품도 볼 수 있었다.
세 사람의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평생 독창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유지하며 작품 활동을 쉬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중 샤갈과 달리는 익히 들었던 이름이고 작품도 많이 보았지만, 솔직히 뷔페는 생소해서 작품을 보기 전에 미리 검색해 보았더니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생전에 상업적 성공으로 부유하게 살았지만, 말년에 파킨슨병을 앓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라 한다.
그런데 전시회 퇴장하는 문 앞에 감동한 세 거장에게 스티커 붙이는 판이 있는데 뷔페의 판에 가장 많은 사람이 스티커를 붙여서 그의 인기를 알 수 있었다.
전에 마크 로스코 전시회 때는 도슨트가 있어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했었지만 이번 전시회에 도슨트는 따로 없어 설명문을 열심히 봐야만 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은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고 말한 샤갈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등 폭풍 같은 세계사를 온몸으로 맞으며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고 고난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만은 좌절의 수렁에 빠트리지 않고 꽃과 동물, 자유로운 연인들의 모습 등으로 오늘의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냈다. “나에게 그림은 창문이다. 나는 그것을 통해 다른 세계로 날아간다.” 샤갈의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 떠오르는 말이다.미친 사람 같다는 평을 들은 광기 어린 천재 화가 달리는 ‘나는 미치지 않았다’며 세간의 편견을 일축했다. 그가 매우 독특한 인물로 비친 것은 강렬한 콧수염과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표정, 그리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예술적 성취에서 비롯되었는데 달리가 말했다. “나는 매일 내가 살바도르 달리라는 최고의 희열과 함께 눈을 뜬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 나 살바도르 달리는 어떤 놀라운 일을 할 거냐고.”
매우 자신감 넘치는 매력적인 작가로 느껴진다.베르나르 뷔페는 1950년대 당시 ‘모던아트의 모차르트’라는 평을 받으며 피카소의 대항마로 여겨졌다는데 그의 작품은 쓸쓸하고 메말랐으며 삭막하기 짝이 없다. ‘가감 없는 직시와 표현, 쓸데없는 화장으로 희망을 고문하지 말자’가 작품 속에 표현되어 있고 또한. 뷔페는 자신의 화풍에 대해 ‘즐거우려면 서커스에 가라. 미술이 세상을 즐겁게 할 필요는 없다.’ 고 한마디로 정리해 주었다고 한다.다섯 살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감상을 시작했다. 달리의 유명한 늘어진 시계 작품을 본 우리 손녀가 “할머니, 저 시계가 잠자나 봐요, 아니면 녹아내리고 있나?”라고 한다.
매우 정확하고 귀여운 표현에 놀라며 우리 어린 손녀가 벌써 미술 보는 눈이 있는 건가? 팔불출이 발동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직은 작품을 만지려 하기도 해서 통제하느라 힘들었지만 이런 전시회나 공연에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자가 지루한지 보채기 시작해 좀 일찍 퇴장했다.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멋진 음악에 맞춰 피어오르는 분수의 화려한 모습에 아이들과 함께 매우 즐거웠다.
먼 훗날 손녀가 할머니와의 미술전시회 나들이를 즐거웠다고 기억해 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추석 연휴는 바로 뒤에 주말이 있고, 그 전 주말과 연휴 사이에 낀 이틀만 휴가를 내면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쉬는 날이 많으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장기 일정을 잡기도 하지만, 여름휴가를 길게 다녀왔다면 어쩐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앉아 쉰다면 손주들은 지루해 몸이 근질근질할 테니, 그럴 땐 아이들을 위해 잠시 나들이 삼아 영화를 보러 가거나 전시장 등을 찾아가 보는 것 어떨까? 글 이지혜 jyelee@etoday.co.kr
판타스틱 뮤직 어드벤처
감독과 제작진이 참여한 애니메이션으로 추석 당일 개봉한다. 뮤지션이 되고 싶은 주인공이 아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꿈을 위해 상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음악을 주제로 한 만큼 신나고 활기 넘치는 영화 삽입곡들이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개봉 9월 14일
감독 애시 브래넌
목소리 출연 J.K. 시몬스, 루크 윌슨,
에디 이자드 등
창덕궁 속 달빛 세계의 문이 열렸다!
우연히 창덕궁 속 환상의 세계인 ‘달빛궁궐’로 들어가게 된 소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개봉에 앞서 8월 29일 국내 최초로 창덕궁에서 야외 시사회를 가져 화제를 모았다.
개봉 9월 7일
감독 김현주
목소리 출연 김서영, 이하늬, 권율,
김슬기, 신용우 등
동물들 섬에 갇힌 인간의 생존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엔웨이브 픽처스의 신작이다. 동물만이 살고 있는 무인도에 갇히게 된 로빈슨 크루소의 생존기를 그렸다. 를 모티브로 귀엽고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가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개봉 9월 8일
감독 벤 스타센, 빈센트 케스텔루트
목소리 출연 유리 로웬탈,
데이비드 호워드, 콜린 메츠거 등
위기에 빠진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장난감들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다. 이미 해외에서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뉴욕 국제 어린이 영화 축제 대상을 받은 기대작이다. 국내에서는 컬투(김태균·정찬우)가 더빙을 맡았다.
개봉 9월 8일
감독 후앙 호세 캄파넬라
목소리 출연 니콜라스 홀트,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티 홈즈 등
미술관 속 모래사장에서 발견하는 관찰 놀이
‘관찰놀이터(Seek&Find)’
기술의 발달로 직접적인 소통과 접촉에 소홀해진 시대에 ‘관찰’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새로운 관계 맺기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한 전시다. 모래사장을 콘셉트로 꾸민 전시장에서 삽으로 모래를 파내어 숨어 있는 작품 이미지를 발견하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관찰과 발견’도 함께 운영한다.
일정 9월 18일까지 장소 블루메 미술관
‘파리도서전’에 간 우리 그림책 130권을 만나다
‘7가지 마음의 모양’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파리 도서전에서 선보인 한국 대표 그림책 130권을 살펴볼 기회다. 기쁨과 즐거움, 노여움과 분노, 슬픔, 두려움, 사랑과 연민, 미움, 욕망 등 7가지 주제로 나뉜 그림책과 그림으로 표현한 마음의 모양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같은 주제의 프랑스 그림책 130권도 함께 전시해 의미를 더했다.
일정 10월 30일까지 장소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상상 속 자동차를 현실에서 체험하다
‘브릴리언트 키즈 모터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어린이들이 상상한 자동차를 실제 자동차보다 작은 크기의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했다. 펭귄을 도와 얼음집을 지어주는 이글루 자동차, 조개를 연료로 하는 수중 자동차 등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상상 자동차 그림 공모전을 통해 7300여 점 중 선발한 15개의 작품이다. 전시된 자동차는 어린이들이 직접 타고 체험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정 2017년 4월 14일까지 장소 DDP 배움터 4층 디자인놀이터
창의력과 꿈을 키우는 국내 최대 어린이 실내 놀이터
‘텔레몬스터 대모험’
MBC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꾸며진 어린이 실내 놀이터로 1만3072㎡(약 4000평) 규모의 체험전시장이다. TV, 컴퓨터 게임 등에서 벗어나 신체 발달 및 지능 발달 놀이 등 아이들의 건강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놀이 테마존 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매일 2~3회 마술, 비눗방울, 풍선 공연이 열리고, 각 체험장에서는 미션을 수행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제공한다.
일정 9월 18일까지 장소 킨텍스 제2 전시장
부산에서 만나는 신비한 동물 여행
‘판타스틱 애니멀’
쉽게 만나 볼 수 없었던 희귀 동물들의 생생한 표본 216점을 전시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체험과 놀이를 통해 동물을 이해하는 ‘사이언스 존’, 흔히 만나는 동물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동물원 존’,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사파리 존’ 등 세 가지 테마관으로 구성된다. 척추동물 해부학모형 체험, 동물 페이퍼토이 제작 등을 즐길 수 있다.
일정 9월 23일까지 장소 벡스코 제1전시장
총선투표로 공휴일이었던 날(4월 13일).
아침에는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차츰 개이면서 화창한 날씨가 봄바람을 부채질했다. 필자는 일찍 투표를 마치고 파주 헤이리마을로 봄나들이 갔다가 쇼나 조각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합정역 1번 출구로 나와 2200번 광역버스를 타고 헤이리 1번 출구 앞에서 내린 뒤 맨처음 둘러본 곳이 '레오파드락갤러리의 쇼나 조각 갤러리 & 숍'. 건물 바깥에 전시된 조각물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갤러리 여사장님의 손짓에 따라 들어갔다가 아프리카대륙의 강한 생명력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쇼나(Shona) 조각’을 만난 것이다.
쇼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가장 큰 부족의 명칭인데,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독특한 석조 문명을 이룩한 조각의 나라로 알려졌다.
쇼나 조각가들은 스케치나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오로지 정과 망치, 끌, 불, 사포 등 전통적인 도구만으로 자연석에 깃들어 있는 형태를 쪼아내고 연마해 조각한다. 특히 이 조각은 작업할 때 들리는 돌의 내면의 소리 때문에 '혼의 예술'이라 부른다.
쇼나 조각은 짐바브웨에서 싹텄지만 현재는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양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 조각은 신비감과 생동감을 자아내며 자연스러운 질감과 정서적인 풍부함을 머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록펠러, 로스차일드가, 찰스 왕세자 등은 쇼나 조각의 대표적인 애호가이며, 피카소도 쇼나 조각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파리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대표적인 미술관들이 쇼나 조각을 전시를 하고 있으며, 비평가들로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쇼나 스톤즈(SHONA STONES)’은 짐바브웨에서 나는 사문암 종류이며,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색상이 있다. 무늬가 표범과 닮았다는 레오파르드락, 아프리카의 녹색 금으로 알려진 버다이트, 보랏빛 운모 라피도라이트,지구 최초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버터제이드, 귀한 코발트스톤과 오팔스톤 등이 있다. 돌 속에 녹색, 갈색, 보라색, 하얀색, 에메랄드색 등 저렇게 다양한 빛깔이 들어 있다는 것도 놀랍고, 돌을 깎아서 이토록 아름답고 능숙하게 조각을 하는 솜씨도 놀라웠다. 이런 희귀한 돌을 채굴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여러 가지 빛깔의 쇼나스톤을 붙인 ‘파라오 조각’도 유명하다. 너무도 실감 나게 만들어진 호박조각, 앙증맞은 부엉이들이 대표적이다.
여사장님은 궁금해하는 것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해외생활을 오래 한 연유로 우리 발음이 좀 특이했던 사장님이 아름다운 보라빛의 라피도라이트 하마를 선물로 줬다. 앙증맞은 게 장식하거나, 독서하며 책장을 넘기다 고정할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라피도라이트는 리튬이 함유되어 있어서 진정효과가 나며,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것을 산 사람이 구입하던 날로 바로 큰 계약도 체결했다며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도 생길 거라 했다.
헤이리예술인마을 초입에서 쇼나 조각을 감상한 것만으로도 그날의 나들이는 대박이었다. 헤이리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러서 작품감상 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지인들에게 쇼나 조각을 선물한다면 받는 분들에 매우 특별한 선물이 되리라 생각하며 갤러리를 나왔다.
헤이리예술인마을은 1998년 파주의 15만 평 부지에 꾸며진 복합문화예술 마을로, 다양한 창작 공간을 비롯해 전시, 공연, 축제, 교육, 교류 등 새로운 것을 계속 개발 중이다. 점포마다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서 볼거리가 많은 게 강점. 각종 매체를 통해서 알려져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연인과 가족들이 찾는 참 좋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침(Breakfast)과 점심(Lunch) 사이에 먹는다는 ‘브런치(Bruch)’. 나들이 가고 싶은 봄날엔 점심때보다 일찍 만나 아침처럼 가벼운 브런치 한 끼 어떨까?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 건강을 생각하는 유기농 브런치 ‘빙봉(Bimbom)’
보사노바의 한 곡과 이름이 같은 ‘빙봉(Bimbom)’은 그 음악처럼 묘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매장으로 들어서면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의 오픈 키친이 돋보인다. 훤히 보이는 주방만큼이나 믿음직스러운 유기농 건강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주요 식재료인 달걀은 항생제, 산란촉진제, 합성착색제가 들어가지 않은 신선한 유정란을 사용한다. 특히 브런치 메뉴 4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3단 브런치’(4만4000원, 2인분)가 인기다. 1단은 브리오쉬 프렌치토스트와 당근 팬케이크 중 한 가지, 2단은 머쉬룸 에그 베네딕트, 키쉬로렌(에그타르트), 토마토 미트볼 스튜 중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3단은 비포선라이즈 크레페가 고정으로 나온다. (음료 2잔 제공, 핫/아이스 아메리카노 또는 티(tea)나 탄산음료로 주문 가능)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51
문의 070-8849-6245
영업시간 (평일) 10:00~18:00 (주말 및 공휴일) 9:00~18:00
◇ 유럽풍 가구와 브런치의 조화 ‘빈티지 다락방’
주인장이 영국과 프랑스에서 하나하나 직접 들여온 50~100년이 넘은 고가구들을 볼 수 있는 브런치 카페다.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더불어 샌드위치, 파니니, 파스타, 샐러드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매장 한쪽에는 다락방처럼 아기자기한 부엌이 눈에 띈다. 온라인 사이트
(www.vintagedaracbang.com)에서는 인테리어 제품 구입도 가능하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무궁화로 141번길 8-8
문의 070-8253-7566
영업시간 10:00~23:00
◇ 싱싱한 재료의 맛을 그대로 ‘콩부인’
‘콩부인’의 메뉴에는 셰프, 소믈리에, 플로리스트, 바리스타, 파티시에의 아이디어와 손길이 담겨 있다. 매주 일요일 메뉴가 달라지는 ‘선데이 브런치 뷔페(Sunday Bruch Buffet, 2만4000원, 11~14시)’를 운영한다. 콩부인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에너지 드링크(사과, 당근, 샐러리 등 1만3200원)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그대로 장식해 신선한 느낌을 준다. 봄이면 텃밭에서 기른 제철 야채가 들어간 ‘콩부인 샐러드(1만8700원)’를 찾는 고객이 많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59길 16
문의 02-3443-2187
영업시간 10:00~23:00, (런치) 11:00~15:00 (디너) 17:30~21:30
평범한 도서관이 지루해졌다면 여행 관련 도서가 있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진선북카페’ 그리고 만화책이 가득한 편안한 쉼터 ‘놀숲’, ‘청춘문화싸롱’을 둘러보자.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 서가의 빈틈에서 발견하는 여행의 시작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일상에 영감을 주고(Inspiring),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Wide-ranging)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답해야 한다(Useful).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Thorough) 그 영향력을 인정받아(Influential) 시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며(Timeless) 아름다운 비주얼과 디자인을 갖춘(Aesthetic) 책이어야 한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도서 선정의 7원칙이다. 유명 미디어와 여행 전문 매체에서 실력을 쌓아온 글로벌 북 큐레이터들이 선정한 1만 5000여 권의 도서를 만나보자.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152길 18
운영시간 (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1:00~18:00 / 월요일, 명절 연휴 휴관
문의 02-3485-5509
◇ 두 바퀴 여행족을 위한 쉼터 '진선북카페'
자전거 관련 책자와 여행서가 주를 이루고 있는 북카페다. 인근 삼청동 거리를 둘러보고 시원한 음료와 함께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카페 주변에는 자전거를 세워 둘 수 있는 바가 설치돼 있어 바이커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다. 아늑한 실내도 좋지만 선선한 가을에는 야외 테라스석에 앉아 낙엽이 흩날리는 경복궁 돌담길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이들이 많다. 카페 2층에 위치한 진선출판사의 신간 소개를 비롯해 책과 카페 음료를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북세트’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59
운영시간 10:00~21:00/ 월요일, 명절 당일 휴무
문의 02-737-5977
◇ 남녀노소 함께 즐기는 쾌적한 카툰북카페, 노르웨이의 숲 ‘놀숲’
카툰북카페 ‘놀숲’은 그 이름처럼 마치 만화의 숲에 들어온 듯 만화책으로 둘러싸인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칙칙하고 구석진 만화방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와도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 놀이터다. 놀숲에는 3만 여권의 만화책과 베스트셀러, 여행 에세이, 자기 계발서, 소설 등이 있다. 아이들도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성인 만화책은 없다.
주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1, 2층
운영시간 (평일) 오전 9시~ 새벽2시 (주말) 금요일, 토요일, 공휴일 전날 24시간 운영
이용요금 1시간 2000원, 정액요금제 A: 2시간+음료 6500원/B: 3시간+음료 8000원/
C: 온종일+음료 1만5000원/심야 정액제: 8시간+음료 1만원
◇ 읽고 쉬고 먹고 즐기는 문화쉼터 '청춘문화싸롱'
2만 여권의 만화책과 잡지, 소설, 일반 서적을 보유한 ‘청춘문화싸롱’은 책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청춘 라듸-오’ 카운터에 듣고 싶은 음악 신청도 가능하다. 매주 수요일, 금요일 밤 9시에는 ‘밤과 음악 싸롱’이 진행돼 맥주와 함께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전화 예약 12팀만 입장)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29바길 19 삼이빌딩 3층
운영시간 11:00~23:30
이용요금 1시간 3000원, 온종일 1만5000원(휴일 사용 불가)
문의 070-4106-4223 (10세 이하 어린이 출입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