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그만둔 사람은 20세든 80세든 늙은 것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이다. 또 나이와 무관하게 배움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말한다. “지금 공부가 진정한 인생 공부”라고. 그러니, 백발이 성성해도 배움이 마르지 않는다면, 진정한 젊음은 언제나 ‘현재’에 머무를 것이다.
도움말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 자료 제공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지식을 쌓던 젊은 시절의 공부와는 다르게, 중년 이후의 공부는 주로 지혜를 얻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고대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는 “지혜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자만이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중장년 시기의 배움은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일상의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어진 수명으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지역마다, 기관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대학 평생교육원, 지자체 문화원 및 동사무소, 백화점 문화센터 등 곳곳에 포진한 교육장을 들여다보면 그중 핵심이 되는 연령층은 50대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및 센터, 모두의학교(평생교육기관) 등 시니어 대상 학습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기관들도 주목받고 있다.
배움으로 달래는 노년의 사춘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서울시 평생학습 플랫폼)의 경우 인문학, 사회경제학, 미래학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데, 수강생 중 70%가량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또 그중 38%는 퇴직자다. 이들은 중장년기의 질풍노도를 주로 인문학, 철학 등 심도 있는 자기 공부를 통해 성찰하며 다독인다. 아울러 젊은 세대와 함께 교류하고 학습하며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얻고 있다.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은 “모든 수업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20~30대도 함께한다. 세대 간 갈등 없이 ‘배움’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 기분 좋은 자극을 얻으며 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수업과 연관해 ‘시민연구회’도 조직하는데, 구성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른다. 이들은 하나의 공유 콘텐츠를 중심으로 세대를 초월한 배움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 시니어의 스마트 스터디
박 팀장은 “인문학, 역사학 강좌는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최근에는 미래학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자유시민대학뿐만 아니라, 타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 커리큘럼만 살펴보더라도 문해 교육이나 신체놀이활동 등에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드론이나 3D프린터 입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 등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도 괴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의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증대하고, 관련 학습에 대한 욕구도 자연스레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2019 서울시민 평생학습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55~64세 중장년층의 경우 인쇄매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하기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한다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조리·식품’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세계아동요리협회
조리 분야 자격증 하면, 대부분 국가자격인 ‘한식·양식·중식·일식’ 자격증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공신력 있고 널리 알려진 덕분에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이나 요식업계 취직을 희망하는 청년층이 주로 응시한다. 중장년의 경우엔 그 목적이 좀 더 다양하다.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고 싶은 주부, 음식점 창업을 계획하는 은퇴자, 아내 없이 끼니를 해결해보려는 남편 등 나름의 이유로 도전장을 내민다.
PART1. 국가기술자격
요리가 취미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조리사 자격증을 염두에 둬봤을 것이다. 그러나 한식·양식·중식·일식 조리기능사 전 분야의 합격률은 33% 내외로(2018년 기준), 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없으면 취득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눈에 띄는 것은 50대 응시자의 합격률이다. 전 연령대에서 합격률이 가장 높은 것은 40대이지만, 50대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2순위로 합격률이 높게 나타났다(합격자 수도 마찬가지). 오히려 평균 합격률을 깎아내린 건 10~20대였다. 업계 담당자들은 “학생들은 조리 전문학교나 학원 등을 다니며 의례적으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막연히 응시하기 때문에 그만큼 합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 연령대에게 인기 있는 분야는 ‘한식’으로, 중장년층의 경우 타 분야에 비해 압도적인 선호도를 나타냈다. 아무래도 입맛에 맞는 게 한식일 테지만, 실제 시험장에서는 위생과 숙련도를 평가하기 위해 조리 과정 중 맛보기를 금지한다. 또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더라도 시험에 제시된 요구사항에 맞게 조리해야 점수를 얻는다. 예를 들어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인 애호박을 돌려깎기하여 5cm 길이로 썰라’는 요구사항이 있는데, 마음대로 반달 모양을 낸다거나 길이를 2cm로 줄이거나 하면 감점이다. 즉, 아무리 손맛 좋은 주부라도 시험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요리 실력과 별개로 합격이 어렵다. 더불어 조리기능사 시험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은 ‘비용’ 문제다. 실습도구와 재료 등을 갖추기 어렵다면 학원이나 기관 등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보통 한 분야 수강비가 30만 원대부터 9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보통 60만 원 내외로 보는데, 금액이 부담스럽다면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로 지원을 받는 것이 좋다.
식품 관련 국가공인 자격 중 ‘식품가공기능사’가 있다.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고,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시니어의 관심이 많아졌다. 식품가공기능사는 농·축·수산물을 원료를 제조 또는 가공 처리한 후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켜 영양가와 저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귀농·귀촌·귀어 등을 계획하는 중장년 중에 자격 취득을 희망하는 이가 많다. 양평군, 임실군, 단양군, 합천군 등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는 자격취득 과정을 개설해 높은 합격률로 식품가공기능사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합격률 평균은 97%, 50대 합격률은 96%로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PART2. 민간자격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조리·식품 분야 민간자격들의 경우 음료 분야의 ‘바리스타’처럼 특별히 선호도가 높은 종목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국가공인 자격증처럼 요리나 조리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음식을 매개로 한 교육이나 서비스 관련 자격증이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민간자격으로 ‘아동요리지도사’, ‘실버인지요리지도사’, ‘사찰음식지도사’ 등이 있다.
푸드테라피 요리심리상담사를 비롯해 아동요리지도사, 실버인지요리지도사, 쿠킹아트지도사 등의 자격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세계아동요리협회 백항선 대표는 “요리 과정을 통해 오감을 활용하고 자극하게 되는데, 이러한 활동이 아동과 어르신들의 인지발달에 도움을 준다”며 최근 협회를 통해 이러한 자격증을 희망하는 중장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백 대표는 “자격증 취득 후 푸드테라피 관련 분야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적지 않다”며 마음만 먹으면 취득뿐만 아니라 수익으로도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찰음식’은 건강 요리로 각광받으며 중장년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관련 기관에서 민간자격증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발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도 2017년부터 사찰음식요리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케이터링에 적합한 사찰음식 메뉴를 조리하고 구성해보는 심화과정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김슬기 담당자는 “건강과 채식이 트렌드인 만큼 사찰음식과 연관한 경력개발이나 창업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주부 수강생들의 경우 배우는 과정에서의 성취감과, 가족에게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보람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화 과정 수강생들은 사찰도시락을 직접 판매하면서 실제 창업을 하게 되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연습해보는 기회도 가졌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사찰음식 요리 과정은 올해 9월경 만 50세 이상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디저트·음료’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사)한국커피협회
도심 곳곳 카페가 즐비한 요즘. 한때 다방을 오갔던 중장년 세대도 이제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자연스럽게 주문한다. 최근엔 매장에서 직접 구운 빵과 과자를 내놓거나 주류 메뉴를 보강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곳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제2직업이나 카페 창업을 위해 ‘바리스타’, ‘제과·제빵 기능사’ 등 관련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중장년도 늘고 있다.
PART1. 국가기술자격
디저트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국가공인 자격증으로는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를 꼽을 수 있다. 두 자격증 모두 연령과 학력 등 응시자격에 제한은 없지만, 근래 실기 합격률 평균은 30~40%대로 취득이 쉬운 편은 아니다.
제과·제빵 실기시험에서는 실기 예시 품목 중 한 가지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제과 품목 26가지, 제빵 품목 25가지 중 출제). 따라서 모든 품목을 적어도 한 번씩은 실습해봐야 실기 시험을 치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제과·제빵 품목에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도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오븐이 없으면 완벽한 실습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료와 도구, 오븐이 갖춰져 있고, 실습 지도까지 받을 수 있는 학원, 기관 등을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수강료가 적지 않다는 것. 대개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를 묶어 수업이 구성되는데, 일반적으로 15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든다. 직업훈련포털(HRD-Net)을 통해 교육기관을 찾아 내일배움카드(고용노동부)로 훈련비를 지원받으면 보다 저렴하게 수강할 수 있다.
지난해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김혜숙(66) 씨는 “집에 제과·제빵용 오븐이 없어 제대로 실습하기 어려워 지역 여성발전센터에서 배웠다”며 “실습할 여건이 안 될 때는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해 레시피를 익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제과·제빵기능사 수업을 함께 받았던 수강생 중 최고령자였던 김 씨는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합격자 수만 보더라도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다.
국가기술자격증 중 음료에 관련한 자격증은 ‘조주기능사’가 유일하다. 흔히 음료 관련 자격증 하면 떠올리는 ‘바리스타’, ‘와인 소믈리에’ 등은 모두 민간자격이다. 조주기능사는 주류, 비주류, 다(茶)류 등의 재료 및 제법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칵테일을 조주하고 호텔 및 외식업체의 주장 및 경영 관리, 고객서비스 등을 수행한다. 나이와 학력에 무관하게 응시 가능하고, 최근 3년간 실기 합격률도 65%를 웃돌지만 아직 50대 이상 응시자와 합격자는 많지 않다. 전 연령대 중 30대 이하의 비율이 88% 내외로 압도적이고, 50대 이상의 경우는 1% 정도로 미미하다.
PART2. 민간자격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음료 분야 민간자격들을 살펴보면 발효음료지도사, 홍차마스터, 워터소믈리에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 그중에서도 ‘바리스타’(커피) 관련 자격은 200여 개가 등록돼 있을 정도로 관심과 인기가 많다. 바리스타의 경우 전 연령대의 관심이 높은 자격증인 만큼 20~30대 취득자가 상당수다. 그러나 최근 지자체나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커리큘럼 운영하는 곳이 많아져, 시니어 바리스타 배출과 고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처음으로 (사)한국커피협회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시행한 이래 다양한 기관에서 바리스타 자격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부분 별도의 응시자격 없이 필기와 실기로 나누어 평가한다. 바리스타 실습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필수다. 실기 연습을 하려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활용할 수 있는 훈련기관이나 학교, 학원, 카페 등을 찾아야 한다. 수강료는 기관 수가 많은 만큼 30만 원 내외부터 10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제과·제빵기능사와 마찬가지로 내일배움카드(고용노동부)로 훈련비를 지원받으면 훨씬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
젊은 취득자가 많다고 해서 시니어가 도전하기 힘든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사)한국커피협회 바리스타 1·2급을 기준으로 보면 50대 이상 응시자의 자격 취득 비율이 각각 94.4%와 85.8%로 꽤 높게 나타났다. 즉 개인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2019 시니어 아지트’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50+세대가 찾는 아지트는 ‘사는 곳 인근에 위치하며, 배움과 휴식을 위해 찾는, 동년배끼리 어울리기 쉬운 공간’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의 학교나 놀이터처럼 시니어도 친구들과 공부하고 뛰어놀 곳은 어디 없을까? ‘50플러스캠퍼스’가 그 답이 되어줄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캠퍼스는 중장년 세대를 위한 교육을 비롯해 일자리 및 창업, 사회참여, 여가와 일상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대학을 의미하는 ‘캠퍼스(campus)’라는 말이 붙었듯 50세 이후 다니는 학교처럼 여길 수 있다. 현재 중부(마포), 서부(은평), 남부(구로) 등 3곳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향후 동남(강남) 캠퍼스를 비롯해 북부(도봉), 동부(광진) 캠퍼스도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수업 들으러 갑니다
학교와 다름없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학생들의 나이와 커리큘럼이다. 물론 중장년 위주의 공간이기 때문에 일단 캠퍼스에 들어서고 보면 ‘나이’에 대한 부담이나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커리큘럼 역시 교과서 위주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50플러스 세대만을 위한 실용적이고 유익한 강의로 구성된다. ‘50+인생학교’, ‘앙코르커리어’ 등 기본 과정을 비롯해 지역 캠퍼스마다 상시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습 주제가 다양한 만큼 책상이 놓인 일반 강의실부터 요리, 춤, 공예 등을 실습할 수 있는 공간까지 캠퍼스 곳곳에 배움터가 마련돼 있다.
캠퍼스의 꽃 ‘커뮤니티 공간’
50플러스캠퍼스에 등록된 커뮤니티라면 간담회, 포럼, 토론 등을 진행하는 공간을 빌릴 수 있다. ‘커뮤니티’란 캠퍼스 프로그램 참여 후 동년배들과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결성한 일종의 동호회 또는 모임을 뜻한다. 일, 학습, 문화생활, 사회공헌 관련 활동을 하는 5명 이상의 단체(대표자는 만 50~64세)를 대상으로 지원금과 활용 공간 등을 제공한다. 이밖에 방음 시설을 갖춰 음악 감상이나 합창, 악기 연주가 가능한 ‘스튜디오 흥얼’(3만 원), 연극·뮤지컬·요가 등 몸과 소리를 이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몸짓교실’(5만 원) 등 널찍한 모임 공간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대관해준다(2시간 기준). 각 캠퍼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
공유 사무실 ‘힘나’
공유 사무실 ‘힘나’는 업무 공간 겸 협업 공간으로 쓰인다. 창업, 창직을 위해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자원을 연계하는 도전과 실험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중부캠퍼스의 경우 개별 사무실 4개 공간과 개방형 공유 공간 11석이 마련돼 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프린트기, 팩스, 책장, 사물함 등 사무용 가구와 기기도 제공한다. 은퇴 후 사무 공간이 필요해도 임대료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힘나’의 사용료는 개별 사무실 월 10만 원(보증금 100만 원), 개방형 공유 공간 월 3만 원(보증금 없음)으로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하다.
두루두루 모두 영화 보러 가자
서부캠퍼스에서는 국내외 유수 영화제와 관객들에게 호평받은 한국 독립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매주 월요일 2시 ‘두루두루강당’에서 열리며 때때로 감독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된다. 남부캠퍼스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 3시에 인기영화 및 독립영화를 ‘스튜디오 흥얼’에서 볼 수 있다. 중부캠퍼스 역시 특정일을 정해 ‘모두의강당’에서 무료 영화관람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 상영 일정은 각 캠퍼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끼리 통하는 ‘50+상담센터’
50플러스캠퍼스를 처음 방문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50세 이후의 삶을 의미 있게 설계하고 싶거나 고민이 있을 때 등등 ‘50+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공감대 형성이 수월한 동년배 컨설턴트가 일, 재무, 사회공헌, 사회적 관계, 가족, 여가, 건강 등 중장년층에게 유용한 맞춤 정보들을 1대 1로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상담 비용은 무료다.
50플러스캠퍼스 아지트 요모조모
중부캠퍼스 ‘50+의 서재’ 약 500여 권의 책을 편안하게 열람할 수 있는 곳이다. 스크린, 음향 시설, 무대도 갖추고 있어 강연회나 소규모 공연도 가능하다.
남부캠퍼스 ‘열린정원’ 혼자 사색을 즐기거나 동년배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공간이다. 지하 1층으로 이어진 ‘품은정원’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서부·중부캠퍼스 ‘모두의 부엌’ 각종 조리 시설과 식탁이 잘 마련돼 있어, 쿠킹 클래스는 물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유쾌한 파티를 열기에도 좋다.
[interview] "캠퍼스 어디든 맘 편히" 인생학교 3기 커뮤니티 ‘종횡무진 밴드’
‘종횡무진’(縱橫無盡)이라는 밴드 이름답게 50플러스캠퍼스만 오면 이곳저곳 부담 없이 다닌다는 이들은 중부캠퍼스 프로그램인 ‘인생학교’ 3기로 인연을 맺었다. 본래 배움을 위해 찾은 곳이지만 동년배들과 우정을 돈독히 할 공간이 마련된 덕분에 그 이상의 즐거움을 찾아 발걸음이 잦아졌다.
밴드 대표인 정환식(60) 씨는 “학창 시절 이루지 못한 배움에 대한 열망과 음악을 향한 로망을 실현하는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매니저를 맡고 있는 김석재(58) 씨 역시 “악기를 연주하는 모임은 방음 시설이 된 연습실을 빌리는 게 고충이다”라며 “밴드를 위한 안성맞춤 아지트가 바로 이곳(중부캠퍼스 ‘스튜디오 흥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확실히 캠퍼스 내에는 젊은 사람이 드물다. 어디를 가도 또래가 보이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덧붙였다. 밴드에서 꽃중년 드러머로 활약하고 있는 이수영(54) 씨는 “어디 가서 눈치 보지 않고, 우리끼리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마당이 생겨 좋다”며 일주일에 한 번 커뮤니티 모임을 다녀가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이야기했다.
밴드 외에도 라인댄스, 어반스케치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 캠퍼스 곳곳을 이용한다는 서동재(61) 씨는 쾌적한 공간에 대한 만족과 동시에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는 “50플러스캠퍼스가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 깨끗하고 시설도 편리하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가 많아질 텐데 자칫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우리만의 아지트를 넘어 다음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아지트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했다.
김석재 씨는 “50플러스캠퍼스를 아지트 삼아 많은 중장년이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하며 “베이비붐 세대 인구 대비 우리를 위한 아지트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유익한 공간이 있어도 접근성이 떨어지면 잘 가지 않게 된다. 지역마다 시니어를 위한 시설이 곳곳에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탁월한 기획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예언가이기도 했다. 그가 스마트폰 다음으로 스마트TV를 구상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일부에선 “컴퓨터와 모바일이 이토록 발달하고 있는데 TV라고? 사람들이 굳이 TV를 찾아보겠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의문을 비웃듯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IT 업체들이 향후 매출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스마트TV 개발 기획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IPTV가 가입자가 이미1400만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TV 포맷을 통한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IPTV,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유료방송의 대명사인 케이블TV가 가입자 수 정체를 겪는 동안 IPTV는 2015년부터 2017년 말까지 무려 300만 명의 가입자를 더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 3월 13일에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IPTV 가입자는 무려 1433만 명에 이른다. 이제 IPTV의 성공은 시대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시대가 선택한 IPTV
IP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하는 VOD(video on demand) 방식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갖고 있다. 이는 과거보다 세밀한 소비자 맞춤형을 지향하는 시대의 필요에 걸맞은 방식이었으며 비디오테이프와 DVD 등의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그리고 TV 콘텐츠의 양방향성 시대를 열었다. 이제는 사실상 케이블TV 업체들도 IPTV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서로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의 생활 패턴을 볼 때 모바일이 개인성을, PC가 업무성을 충족시킨다면 가족 모두를 한자리로 모을 수 있는 TV는 모바일과 PC가 보장할 수 없는 커뮤니티성을 만족시킨다. 이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현재에 가족의 가치를 찾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또한 IPTV는 셋톱박스를 설치해 화질 강화 및 소비자 맞춤형 편집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TV의 고기능화를 지향함으로써 TV가 가진 홈서비스의 역량을 높였다. 인구 구조의 고연령화로 늘어난 시니어 세대는 모바일과 PC보다는 TV에 친숙함을 느끼기에 IPTV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겹쳐져 IPTV의 성장은 가능했다.
IPTV ‘삼국지’
현재 국내 IPTV 시장은 크게 세 개의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Btv, LG유플러스의 유플러스tv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브랜드는 올레tv로 가입자 수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다음으로 Btv와 유플러스tv가 경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 3사가 그대로 IPTV로도 옮겨온 모양새인데, 이는 IPTV가 인터넷 서비스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시스템이기에 그렇다. 자연스럽게 모바일 무선망 서비스 연계까지 가능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모바일 업계 2위인 KT가 IPTV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해 보인다. KT의 IPTV 역사는 길게는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에는 VOD 서비스만 하다가 2008년에 3사 중 국내 최초로 IPTV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군대에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업계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단 보급률 차이와는 별개로 콘텐츠의 양이나 메뉴 구성을 볼 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곳은 없이 각 업체들이 상향평준화되어 비슷한 양태가 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현재 IPTV 업계는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맹렬한 콘텐츠 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1400만 명이 넘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매체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시장은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면 과거에 비해 긴 유통기한으로 지속적인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치열해진 콘텐츠 확보 전쟁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를 원하는 대로 창출해내는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한정된 시간과 예산이라는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공급자와 제작자의 이러한 사정은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각 업체가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잠재적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와 ‘적과의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는 막강한 콘텐츠 제작 역량, 엄청난 콘텐츠 수, 충성도 높은 유저들의 보유로 IPTV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통신망이나 하드웨어 서비스를 갖지 못해 PC로는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TV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우선 케이블TV인 딜라이브, 헬로CJ와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어 IPTV 업계를 압박하고, 이어서 IPTV 업체인 유플러스tv와도 손을 잡았다. IPTV 후발주자인 유플러스tv 입장에서는 부족한 콘텐츠를 채우고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손해 볼 게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방송 시장 장악을 우려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협력 상황에 반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IPTV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에 넷플릭스의 IPTV 진입은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과거에 넷플릭스에 자사 제작 드라마를 공급한 적이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지상파 공동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이다. IPTV 시장에서 적과 동지의 경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5G, IPTV의 도약을 꿈꾸게 하다
안방이나 거실에서 가장 오랜 시간 TV를 즐기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도 대폭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브라보라이프’, KT의 ‘룰루낭만’, SK브로드밴드의 ‘시니어클럽’은 모두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IPTV 서비스로 콘텐츠의 다변화를 통해 건강, 여행, 취미, 제2인생 등 관련 정보를 모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서비스의 저변에는 은퇴 후 적극적으로 배움과 즐김을 향유하며 제2인생을 준비하려는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공략이 숨어 있다.
IPTV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이동통신기술 5세대에 속하는 5G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동통신기술이 0G에서부터 시작해 5G까지 오는 동안의 양상에 대해선 다양한 측면을 논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보면 ‘더 빠르게, 더 넓게, 더 다양하게 전파가 가능하게끔’ 확장적이고 고성능적으로 통신이 발전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그 최전선에 이른 5G 시대는 기존보다 다양한 통신기기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 용이해지고 사회 전방위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PTV는 셋톱박스를 더욱 고기능화, 다양화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기존의 셋톱박스는 유선 케이블 연결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무선 셋톱박스로의 이행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KT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AR쇼룸’ ‘나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IPTV 셋톱박스와 연동한 모바일 앱으로 홈쇼핑에서 방송하는 상품을 모바일과 TV 화면에 3D로 구현하는 실감형 콘텐츠다. SK는 셋톱박스에 클라우드 기술 적용을 통해 B2C(business to consumer)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PC를 클라우드 PC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는 무선으로 IPTV 서비스가 가능한 셋톱박스 일체형 단말기 ‘U+tv 프리’를 출시했으며 구글과의 기술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IPTV는 단순히 TV 기능의 향상, 콘텐츠 제공을 넘어 5G 시대를 맞아 다양한 디바이스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산업을 선도하는 경제적 툴로 발전하는 중이다. 현재 가장 실적이 확실하게 나오며 급격히 성장하는 IPTV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기업들 간의 ‘왕좌 게임’은 향후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TV가 차지할 가치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기술 헤게모니 다툼이기도 하다. 이미 1400만 명이라는, 그리고 곧 1500만 명이 될 막대한 숫자로 만들어진 도화지가 있다. 이제 여기에 5G라는 붓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할 시점이다.
‘어라! 나 어느새 이렇게 나이 들었어? 이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도다!’ 우리는 흔히 그렇게 영탄한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흘러 흩어진 세월을 아쉬워한다. 그러고서도 정작 무한정한 시간을 움켜쥔 것처럼 하루하루를 허비한다. 시간이야말로 고귀한 재산이라는 걸 까먹는다. 이 양반을 보시라. 시간 누수 없이 은퇴 이후를 산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시간을 야무지게 쓴다. 귀촌이 그걸 가능케 했다. 삼십육계 뺑소니를 치는 시간에 아랑곳없이, 한결 만족할 만한 시골살이를 누리고 있으니.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고명진(69) 관장. 그는 사진기자 출신이다. 이곳 영월의 시골로 귀촌한 건 8년 전. 애초엔 단양에 발을 들였었다. 농사를 짓고 자연사진이나 찍으며 한가하게 살자는 생각이었다지. 그러나 여의치 않아 길을 바꿨다. 스치듯 잠깐 단양에 머물다 영월로 이주, 계획에 없었던 미디어기자박물관이라는 색다른 박물관을 만들었다.
귀촌은 왜 했을까? 이보다 더 좋은 건 다시없다고 널리 소문난 ‘지존’, 바로 돈 때문이었단다. 서울에서 잘나가던 사진기자였던 그는 60줄에 접어든 자신의 정경을 바라보며 윽! 하고 놀랐던 것 같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였다. 정신만 빼고는 없는 게 없는 서울, 재화를 중심에 두고 강호의 협객들이 밤낮없이 각축하는 서울. 이 격렬하고도 머리 아픈 도시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럴싸한 재산이나 노후자금이라는 게 필요하다. 그에겐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은퇴한 그가 굴릴 수 있는 자금이라야 연금으로 나오는 월 108만 원이 전부였다지.
“제가 재혼으로 맞이한 아내와 함께 귀촌을 했어요. 전처와는 사별을 했는데, 암 투병을 오래하다 떠났지요. 긴 투병 와중에 전 재산이 날아갑디다. 남은 건 연금뿐. 그 소소한 돈, 월 108만 원으로 서울에서 버틸 자신이 도대체 서질 않더라고. 그럼 어쩌나? 고민 좀 하다가 돈 덜 드는 시골로 내려가자, 귀촌해서 그저 밥 먹는 정도에 만족하며 자연사진이나 찍자, 그런 결론을 내렸어요.”
가진 것 없이도 깡이나 무욕으로 버티며 사는 귀재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네 필부에겐 어림없다. 쥔 게 없는 사람에게 서울은 무정하고 비정하고 매정하다. 삶도 사회도 역사도 일쑤 진흙탕처럼 뒤엉킨 모순과 부조리를 축으로 윤회한다는 걸 고 관장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일 게다. 한평생 사진기자로 살며 이 요상한 세상의 명암과 요철을 깊숙이 들여다봤을 테니까. 남모를 소명감도 가슴에 품었을 테지. 정세의 격랑 속에서 그가 포착했던 ‘기록사진’들은 시대의 증빙으로 남아 있다. 6·10민주항쟁 때 한국일보 기자였던 그가 찍은 ‘최루탄을 쏘지 마라!’라는 타이틀의 사진은 사람들의 심장을 흔들었다. 미국 AP통신사는 이 통절한 컷을 ‘20세기 최고 사진 100선’에 선정했고.
돈 한 푼 안 들인 ‘사진박물관’
나는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 아마도 고 관장의 슬로건은 그런 것이었을 터. 결국 천분이자 천직이었던 사진과의 인연은 은퇴 뒤에도 이어져 사진박물관을 꾸리게 되었다. 박물관엔 그가 현역 때 썼거나 기증받은 온갖 사진 장비와 희귀한 자료가 잔뜩 전시돼 있다. 원래 사진박물관을 차릴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았다지. 귀촌을 했으니 뭔가 사진과 관련한 일로 여생을 보내야겠는데 그게 뭐지? 그렇게 다분히 막연한 궁리를 하던 차에 그의 명민한 아내가 쓰윽 귀띔을 하더란다. 오우, 저 빈 건물에 사진박물관을 만들어보소서!
“영월엔 다양한 사립 박물관들이 있어요. 근데 말이죠, 동네 구경삼아 돌아다니다 우연히 빈 박물관 하나를 보게 됐어요. 원래 폐교였던 건물에 설립한 책박물관이 있었는데 그게 폐관됐던 거라. 그걸 본 집식구가 대뜸 아이디어를 낸 거죠.”
“그 즉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 거예요?”
“아내의 반짝이는 권유를 듣고 바로 착수했어요. 마치 귀신에 홀린 기분으로. 군청으로 달려가 기자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히자 제안서를 제출하라 합디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됐고, 결국엔 성사가 됐어요. 순항을 거듭했다 할까, 매우 좋은 조건으로 협약한 뒤 무난한 운영을 해왔어요.”
“매우 좋은 조건이란?”
“군에서 건물을 통째로 무상임대해줬거든요. 살림할 사택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학예사도 배치해줬고. 아무튼, 자리 잡기까지 부지런히 공을 들였어요. 명심한 게 뭐냐면, 박물관이되 원래 이 터가 학교자리였다는 걸 잊지 말자는 거였어요. 시골에서 학교란 마을 문화공동체의 중심이니까. 해서, 박물관을 거점으로 많은 마을 사업을 전개했어요.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도 적극 유치해 주민들과 함께 즐겼고.”
“관의 지원 승인 자체가 쉽지도 않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도 괴로운 일들이 많다고들 해요. 오라 가라, 이래라저래라, 요구가 많아서.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절대 관공서와 손잡지 말고 독립적으로 일을 추진하라 합니다.”
“우여곡절을 피할 길은 없죠. 그러나 저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건 절호의 기회이지 않겠어요?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문화사업이나 마을사업을 열렬히 하되 절대 돈벌이 목적으로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건 실패의 첩경이니까. 반드시 욕먹고 망가지니까. 나랏돈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게 상책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무슨 예산 집행의 결재 라인엔 아예 서질 않는 게 좋아요. 그저 밥 먹을 정도의 형편만 만들어지면 이게 복이거니, 하고 만족해야 하는 겁니다.”
흔히들 관청을 공감의 파트너라기보다 요령으로 구워삶을 대상으로 여긴다. 슬기와 소신에 찬 처세가 아니고선 기분 좋게 넘기 어려운 철벽일 수 있다. 고 관장은 아마도 민첩한 머리와 저돌적인 근성의 소유자. 설령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단돈 1원도 부당하게 취하지 않겠다는 결기 역시 그의 것. 진정 그렇다면, 이 난잡한 세속에서 사례가 드물 이 인물은 이미 청정(淸正)거사. 어쩌면 그는 자신이 가진 가장 긍정적인 자질과 양심과 패기를 전량 두레박으로 퍼 올려 귀촌의 나날들에다 쏟아 붓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생판 모를 타관에 내려왔으나, 고 관장은 내 집 마당인 양 양양히 활개 쳤던 것 같다. 많은 일들을 펼치거나 만들거나 띄워 올려 흐뭇한 성과를 거두었다. 어떤 일들? 그는 영월에 오자마자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주민들 가족사진을 찍어주었다. 결혼식이나 고희연을 찾아다니며 셔터를 눌렀다. 마을 농산물 마케팅 사진도 척척 찍었다. 물론 무료봉사로. 사회적 협동조합 ‘영월 라디오스타 박물관’도 만들었다. 요즘은 귀농·귀촌 교육장에 가서 강의도 한다. 은퇴 귀촌을 바라는 이들에게 득이 될 얘길 들어볼까?
“요즘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듭디다. 특히 우리 또래들, 너무 일찍 퇴사하고서 삶의 낙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오늘은 지하철 몇 호선을 탈까, 겨우 그런 생각이나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 그래요.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처갓집 돈까지 까먹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그러지들 말고 귀촌이건 귀어이건 귀산을 하시라 권하고 싶어요. 잴 것 없이, 따질 것 없이 과감하게.”
“흔히들 도시 탈출을 꿈꾸지만 도시생활의 관성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죠. 게다가 실패하거나 괴로워질 가능성이 있는 게 귀촌·귀농이라는 소식도 자주 들려오니 두려워질 수밖에.”
“시골에서 불편한 건 딱 한 가지예요. 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거. 그 외엔 도시보다 나쁠 게 없다는 거. 뭐가 문제될꼬. 게다가 시골엔 할 일이 참 많아요. 캐리어와 재능을 가진 도시인들이 시골에 내려와 피폐해진 시골문화를 북돋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원주민들과의 융화 문제도 난제라고들 하죠. 뭐 도시에서라고 심통 사나운 삐딱이들이 없으랴마는.”
“아, 텃세 문제엔 귀촌자의 잘못이 더 많아요. 시골의 독특한 문화와 풍습을 재까닥 인정해버리지 못한 잘못!”
“숲속의 자연 생태에도 폭력이 있고 상극이 있죠.”
“단적으로 말해볼까요? 마을에 정말 고약한 사람이 하나 있다 가정합시다. 그럼 그 인간이 죽으면 조용할까? 아니죠. 비슷한 사람이 또 나타납니다. 그게 시골문화예요. 제가 이곳에서 근본을 지키며 살고 있지만 다들 저를 좋아하는 건 아녜요. 열 중 셋은 딴죽을 걸어요. 그게 이상할 게 없는 현상이라 보면 끝! 귀촌자들이 몰려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선의가 시골문화를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부디 좋아하는 일을 즐기시라
시골에도 우뚝한 철부(哲夫)가 있다. 보수적이고 토속적인 마을의 불문율을 존중하며 맘 통하는 토박이들과 어울리는 건 쓸쓸한 일상을 보완해준다. 귀촌인들과의 친선도모도 촌 생활의 불편과 권태를 면제해준다. 고 관장은 귀촌 직후 영월군 농업기술센터 희망농업대학에 입학함으로써 유치원 과정에 입문했다. 이게 무슨 얘기? 귀촌·귀농 초기엔 유치원생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후 초등 6년까지를 마쳐야만 비로소 시골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 관장의 논평이 그렇다. 귀촌 8년째인 이즈음에서야 그는 비로소 안전한 정착에 이르렀다는 거다.
“바람직한 건 농업대학에 들어가는 겁니다. 시골을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귀촌인 그룹을 형성할 수 있으니까. 저의 농업대학 동기 34명 중에 90%가 귀촌·귀농을 한 사람들이에요. 이들이 현재 영월군의 문화를 이끌고 있어요. 다들 한가락씩 했던 사람들이지만, 대부분 도시에서 사업하다 망해 시골로 내려들 왔어요. 실패 경험, 그 자체가 큰 배움이겠지. 인생을 크게 배운 사람은 좋은 노후를 누릴 수 있을 것이고.”
그의 눈은 영리한 노루처럼 반짝인다. 목청은 탕탕 우렁차 시원한 맛을 준다. 그의 뇌에 세팅된 최상의 가치는 ‘생동하는 노년’에 있지 않나 싶다.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있는 나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으니 이제 성난 수말처럼 내달리자는 것. 그런 그가 늘 홍보하는 소리가 있다.
“사람이여, 부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죽는 날까지 즐기시라!”
그거야말로 신바람 나는 인생이며, 그렇게 사는 표본이 바로 자신이라는 투로 의기양양하다. 그렇다고 고난이 없었으랴. 황소의 뿔을 잡아 패대기치는 것과 같은 분투가 없었으랴. 비바람이야 피할 길 없더라도 내 방향대로, 내 지향대로 살고 있다는 긍지의 표명. 그의 언동엔 그런 게 비친다.
“6학년 5반쯤 되면 남은 인생을 덤으로 여기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에요. 과욕 부릴 때가 아니라는 거. 생활비 크게 들 것 없는 시골에 내려와, 그저 먹고 잘 수 있는 여건 정도만 만들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한다면 그보다 나은 삶이 다시 있을까? 돈벌이는 아예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고, 돈을 벌 경우엔 번 만큼의 가치 있는 일을 당당하게 해내고, 일로써 마을 공동체에 이바지하는, 그렇게 일과 놀이가 함께 붙은 삶이라면, 늘 타인을 고려하는 인생이라면 아무런 결함이 없을 거 아니겠어요?”
나만 좋으면 무슨 소용? 그는 그리 외치고 싶은 게다. 이웃에게 귀 기울이기, 선의의 관심 갖기, 그런 걸 박애(博愛)라 하나?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부처님도 예수님도 공자 할배님도 뜻이 같을 게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데, 그가 한마디한다.
“인생관을 들어보려오? ‘오늘 이 순간을 재미있게 살자!’ 그런데 요샌 바뀌었구만. ‘마누라를 위해 살자!’로. 하하핫!”
고명진 관장이 들려주는 귀촌준비 Tip
•귀촌해서 돈 벌 생각하지 말자. 도시의 비즈니스 마인드와 시골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 특히 돈벌이를 위한 시니어 귀농은 100% 실패한다. 저비용 고효율의 시골생활을 모색하자.
•자신이 평생 해왔던 일과 기능을 썩히지 말자. 일테면, 전기기술자였다면 마을을 돌며 고장 난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면 된다. 봉사란 행복의 원천이지 않던가.
•마을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비판을 하더라도 참여하고서 비판하자. 그런 태도가 마을의 건강한 토양을 만든다.
•인터넷은 시골생활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무한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터넷을 모르면 귀촌하지 말라. 페이스북으로 온 세계와 소통하는 세상이지 않은가.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
은퇴 후 전문 지도사나 강사 활동을 희망하는 시니어가 많다. 회사에 취직해 매일 출퇴근하는 것보다 시간 대비 수익이 좋은 편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얻는 보람과 즐거움도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매력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에 상응하는 전문성과 독창적인 강의 커리큘럼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바탕으로 자격증 취득 후 강사로서 제2인생을 맞이하고 있는 정노희(61) 씨를 만나봤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던 정노희 씨. 퇴직 후 남편의 권유로 국가기술 자격인 직업상담사(2급) 자격증을 딴 이후 올해 1월 노인두뇌훈련지도사(1급)까지, 모두 12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야말로 자격증 고수인 그녀가 가장 오래 걸려 딴 자격증은 처음 도전했던 직업상담사였다고. 국가기술 자격증인 만큼 학습량도 많고 실습 경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일 터다. 이후 직업상담사(2급), 진로상담사(2급) 등도 섭렵했지만, 손재주가 좋았던 정 씨는 창작예술 쪽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와 관련한 자격증을 알아보던 중 다양한 종목을 두루 인정받을 수 있는 ‘토탈공예지도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에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기세를 몰아 창의활동지도사(2급), 아동요리지도사(1급), 생태놀이지도사(2급), 노인여가운동지도사(2급) 등을 2년이 채 되지 않아 모두 땄다.
“제가 하는 강의는 실습 위주의 창의 활동을 통해 교감하는 방식이에요. 이론을 가르치거나 전수하는 분야보다는 그게 전공도 발휘하고 적성에 맞으리라 여겼죠. 자격증 많아 봐야 소용없다고 하지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곁가지를 뻗어 나간다면 도움이 된다고 봐요. 실제 커리큘럼을 짤 때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요. 누군가의 추천이나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자기 적성과 강점을 찾고, 거기에 알맞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좋겠죠.”
강의를 위한 전문성과 자신감 채워야
민간 자격증의 장점은 단기간에 손쉽게 취득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다른 이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줘야 하는 교육·지도사 분야의 경우 전문성은 필수인데, 속성으로 자격증만 취득해 누군가를 강의한다는 건 역부족이다. 때문에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든 취득만을 목적으로 할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성을 갖추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정 씨처럼 관련 분야의 전공을 이수했거나, 직장 생활과 사회 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경우라면 좀 더 유리하다.
“온라인에서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 많지만 깊게 배우기는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빈약한 실력으로 누군가를 가르치기 어렵다는 건 아마 스스로가 잘 알 거예요. 막상 강의에 나서더라도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고요. 시간을 투자해 역량을 기르고, 공부하고 실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부딪혀봐야 다른 이에게도 제대로 된 가르침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자격증을 땄더라도 강의 실력이 없다면 실전에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정 씨는 조언한다.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한다면 아무리 자격증이 많아도 활동하기 어렵습니다. 강사 양성 과정이나 실무 프로그램 등을 이수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 강사로서 역량을 강화하려고 6개월 동안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현장 실무 과정에 참여했어요. 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내일행복학교에서 강사양성 심화교육도 수료했고요. 그 외에도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지런히 실습 경험을 쌓다 보면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자신을 프로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 앞에서도 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 씨는 강사 관련 교육을 수료한 이들과 의기투합해 선배시민문화를 위한 늘샘아카데미 협동조합을 추진 중이다. 이렇듯 강사의 꿈을 안고 만난 인연은 서로 정보를 교류하며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유익한 활동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돈보다는 경험과 보람을 쌓고 싶어
강사로서 인생2막 포문을 연 정 씨는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한 데이케어센터, 구청 등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강사로 이름을 알린 지는 3년 남짓이라 아직 수익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있어 강사로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어요. 나중에 강사진을 보니 각 분야 베테랑들이더군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 후 저는 더 많은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학생 대상 교육기관에서는 시니어 강사 채용이 드문 편이에요. 사실 시니어 강사 입장에서도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 동년배를 교육하는 걸 선호하고요.(웃음) 제가 60대인데도 노인복지센터 같은 데 가면 젊은 사람 왔다 하시고 딸처럼 대해주시니 더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경험을 쌓다 보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겠죠. 물론 돈보다는 배움을 나누는 보람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과거엔 필요한 지식은 전수조사해 모조리 공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새로운 지식이 업데이트되는 요즘, 박형주(朴炯柱·54)아주대 총장은 지식의 시대를 넘어 통찰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방대한 정보 중에서 유의미한 결론을 끄집어내고 취사선택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것. 나아가 이러한 통찰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가 다가오리라 예측했다. 그는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닌 ‘잘 배우는 사람’이 살아남는 미래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 총장은 ‘연결의 시대’에는 각종 전문지식으로 무장했다는 자신감보다는 살아가며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는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런 점에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보편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을 통해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두고 어른 세대가 함께 고민해보길 바랐어요. 우리가 젊은 시절엔 대학만 나오면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됐고,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할 수 있었죠. 이제는 학교에서 배운 전공만으로 평생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뭐든 금세 옛 지식이 되어버리거든요. 때문에 전처럼 한 우물 파는 건 무모한 거예요. 요즘은 기업에서도 특정 부서가 필요성이 적어지면서 축소되거나 완전 새로운 분야로 대치되기도 하죠. 다양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들을 연결할 줄 알아야 자기 분야가 대세에서 물러나도 다른 분야로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우리 시대 중장년의 경우 수십 년을 한 분야에 종사하다 은퇴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박 총장의 말대로라면, 100세 시대 노후준비를 위해 재취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생 이모작, 삼모작이라는 말들 많이 하잖아요. 어떤 일을 몇십 년 해왔는데 그 분야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지거나, 파이가 적어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예전처럼 ‘내가 하던 일 평생 하다가 은퇴할 거야’라는 생각이 이젠 안 통하는 거예요. 결국 원하지 않더라도 커리어 체인지는 앞으로 많은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나겠죠. 과거보다 대학 평생교육원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기존 취미 개념의 문화교양 강좌에서 제2직업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해요. 최근 아주대학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꼰대로부터 탈피하는 대화의 프레임
소위 옛날 방식으로 젊은 사람에게 고리타분한 말을 하는 시니어를 일컬어 ‘꼰대’라고 부른다. 박 총장은 이러한 꼰대 마인드는 현시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에 따라 충고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앞두고 있을 때, 본인들의 젊은 시절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요. 가령 무작정 공부 잘하면 의대 가라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원격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예전보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겁니다. 물론 병원 방문자가 줄어든다고 의사가 사라진다는 말은 아녜요. 그만큼 연구를 하는 의사가 늘어날 거라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하루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유능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환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능력이 의사의 소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이렇게 계속 직업의 속성과 내용이 바뀌고 있죠. 아직 어린 자녀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려면 10년, 15년 뒤인데 직관만으로 조언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박 총장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대해 자녀와 의논할 때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부모 세대의 조언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사유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끊임없는 사유의 과정을 거쳐 어떠한 결론에 다다르는, 즉 합리적 사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끄집어내는 건 모든 세대에게 통하는 방식이에요. 또, 서로에게 접점이 생기는 유일한 방법이죠.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기본 데이터가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데이터를 갖고 대화를 하면 소통이 안 되는 거죠.”
박 총장은 기성세대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실수해도 괜찮다’는 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랑스 교육을 모범사례로 들었다.
“프랑스식 수능 ‘바칼로레아’는 나폴레옹 시대 때 만들어져 200년이 넘은 제도인데, 100% 서술형 평가입니다. 답이 틀리더라도 풀이 과정에서 부분 점수를 주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시험 문제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에 반해 우리는 객관식, 단답형 평가이기 때문에 모험을 했다가 실수로 답이 틀리면 손해를 봐요. 즉, 모험이 리워드를 주는 게 아니라 패널티를 주는 셈이죠. 겉으론 모험심 강한 아이들로 기른다고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거예요.”
그는 프랑스의 교육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이 한 가지 더 있다고 했다. 바로 12학년(고등학교 3학년) 때 철학 과목을 가르치는 방침이었다.
“프랑스는 대학 진학률이 낮은 편이라 대부분 학생에겐 12학년이 마지막 교육 과정이에요. 그때 철학을 가르치죠. 그렇게 중요한 과목이라면 왜 1학년 때부터 진작 가르치지 않는지 의아했는데, 그 이유를 들으니 납득이 가더군요. 12학년이 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학, 과학, 역사 등 정규 수업 과정을 거치죠. 공부하다가 어려우면 좌절도 하고, 내가 이걸 왜 배워야 하냐며 짜증도 내요. 그 고달픈 시간의 끝에 피니싱터치, 즉 화룡점정을 철학이 찍어줘요. 철학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과목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그것이 우리 세계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죠. 배움의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겁니다.”
유연성으로 키우는 문제해결력
지난 과정을 겪기 전에는 철학을 배워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끝나기 때문에 미리 가르치지 않는단다. 박 총장은 프랑스 아이들이 10여 년 동안 배운 것들을 철학 과목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한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특별한 계기나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것에도 관심을 두다 보면 언젠가 그것들이 꿰어지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는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유연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살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죠. 난제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분야의 방식을 가져오는 겁니다. 이 분야에서는 어렵지만 엉뚱한 분야에서는 쉬운 해결책이 있기도 해요. 여러 영역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재빨리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호기심을 유지하는 데서 길러져요. 분야를 편식하지 않고 잡독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터뷰 내내 “여러 우물을 파야 한다”고 강조한 박 총장. 수학자로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듯 보이는 그가 현재 파고 있는 또 다른 우물은 무엇일까?
“물론 수학에 대한 사랑은 유지하겠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 문제에 기여할 기회를 찾고 싶어요. 실제 세상의 많은 일을 해결하는 데 수학이 유용할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의사들과 함께 의료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도 하죠. 수학과 유관하면서도 다른 분야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다 보니 제가 하는 일의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연결인데,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여러 우물을 파볼 계획입니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이뤄야겠다고 다짐하는 버킷리스트. 그러나 막상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애써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도 어떻게 이뤄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매달 버킷리스트 주제 한 가지를 골라 실천 방법을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앞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버킷리스트 서베이에서 4위를 차지한 ‘외국어 배우기’에 대해 알아봤다.
도움말 박현영 수퍼맘북스·지니앤토비 대표
학생, 직장인 시절 외국어는 시험이나 취직을 위한 통과 의례였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와 취업 경쟁에서 벗어난 중장년의 경우, 취미 또는 도전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이가 많다. 외국어 교육 전문가 박현영 수퍼맘북스·지니앤토비 대표는 “시니어가 젊은 시절 외국어를 배울 때는 주로 문법 위주였다. 때문에 중년 이후에는 생활 영어를 취미 삼아 하거나, 해외여행을 위한 실용 회화를 공부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또는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준비하거나 학창 시절 배우지 못한 것에 한을 느끼시는 분들도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설명한다. 배우고 싶은 이유가 다양한 만큼, 그 실천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저마다 수준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영어 초보자들을 위한 조언을 담아봤다.
독학보다는 맨투맨 회화가 효과적
박 대표는 “시대가 바뀌면서 인터넷 강의나 스마트폰 앱 등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도 다양해졌지만, 아무래도 시니어는 아날로그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대로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외국어를 배우기 전 스마트폰 앱 사용에 능숙해져야 하고,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을 오래 보면 눈과 몸이 쉽게 피로해져 시니어에게는 무리가 있다는 것. 아울러 문법보다는 회화를 목표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 소싯적 달달 외우듯 독학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박 대표가 적극 추천하는 것은 주민센터나 복지관 등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강좌다. 일반 학원 강좌는 입시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진도도 빠르고 공부량도 버거울 뿐더러 다른 학생과 수준 차이가 나면 위축되기도 한다. 반면 주민센터나 복지관 수업 등의 경우 가격도 저렴하고, 시니어의 패턴에 맞춰 수업 스케줄과 목표를 잡아 차근차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외국어 초급 딱지 떼기 단계
[step1] 필수단어 100개 익히기
아이들이 처음 말을 배울 때 그림 카드에 적힌 이미지를 보고 단어를 말하듯,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100개를 그림과 함께 익혀보자. 이때 발음이나 스펠링 등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음식, 가족, 동물 등등 장르별 6~7개 정도 단어이면 충분하다. 먼저 100개의 단어가 친숙해졌다면 수준에 따라 200개, 300개까지 늘려간다. 너무 쉽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쉬운 것부터 즐겁게, 꾸준히 그리고 익숙해지는 것을 외국어 배움의 목표로 여겨야 한다.
step2] 필수표현 50개 익히기
박 대표는 다수의 외국어 관련 서적을 집필한 경험으로 볼 때 ‘안녕’, ‘고맙습니다’, ‘잘 가요’ 등 유용한 필수 표현은 50개 남짓으로 정리된다고 말한다. 앞서 기초 단어를 익히듯 글자나 발음보다는 표현 자체에 익숙해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공부한다. 한두 단어로 이뤄진 짧은 문장이라도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라면, 막상 써야 하는 순간에 잘 생각나지 않는다. ‘thank you’, ‘sorry’처럼 굳이 머리로 생각해내지 않고도 곧바로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올 정도로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step3] 글자 익히기
아이들이 먼저 ‘엄마’라고 말하고, 나중에 ‘엄마’라는 글자를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입에서 익숙해진 단어와 표현을 글로 배웠을 때 더 재미있고 가속도가 붙는다. 영어라면 알파벳, 일어라면 히라가나 등을 익히는 게 이번 단계의 목표다. 앞서 두 단계가 없이 바로 글자 쓰는 법을 배우면 철자와 단어의 뜻을 한꺼번에 익혀야 한다. 먼저 단어와 표현이 익숙해지면,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글자를 익힐 때도 효율적이다.
step4] 문장의 뼈대 익히기
마지막 단계는 문장의 패턴을 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I want it’(나는 그것을 원한다), ‘I want coffee’(나는 커피를 원한다), ‘I want love’(나는 사랑을 원한다) 등 ‘I want ~’(나는 ~를 원한다)라는 기본적인 패턴을 외우고 그동안 외운 단어를 접목하는 단계다. 반복해서 응용하고 그것이 익숙해지면 말로 문장을 내뱉는 힘을 키울 수 있다. 여기까지가 초보자가 목표로 할 수 있는 단계이고, 약 1년 정도 시간을 두면 좋다.
영어가 아니라면? 일본어에 도전!
대부분 외국어를 배운다 하면 1순위로 영어를 떠올린다. 이미 영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라면 또 다른 언어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것이다. 중장년의 학창 시절에 남자는 독일어, 여자는 프랑스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익히는 것도 좋겠지만, 40~50년 전 이후로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면 새로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언어는 익힌 뒤 자주 활용해야 입에 붙고 수준이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여행하거나 언어를 접할 기회가 적은 편이다. 이에 박 대표는 비교적 활용도가 높은 일본어나 중국어를 추천한다. 특히 일본어의 경우 발음이나 어순, 문법 등이 비슷해 공부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물론 일본어를 포함한 다른 외국어 역시 말부터 익히고 글로 쓰는 과정을 따를 것을 권한다.
[Tip] 소리의 바다에 빠져라
외국어에 익숙해지려면 자주 그 나라 언어를 소리로 접하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팝송을 듣거나 미국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며 공부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팝송의 경우 시적인 표현이나 슬랭(slang: 비속어, 은어)이 많고, 드라마와 영화 대사는 줄임말이나 유행어 등이 많아 초·중급 단계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그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영어 동요를 불러보면 좋다. 따라 부르기도 쉽고, 거의 직역으로 뜻이 전달돼 노래를 통해 단어와 표현을 익히기에도 효과적이다. 어린 손주와 놀아주며 함께 영어 동요를 익혀보는 건 어떨까?
지난 5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372 여의도복지관에 어린이부터 중장년층,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통합 복지시설이 완공돼 개관했다.
이 시설엔 중장년층의 제2인생을 지원하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3, 4층), 어르신들의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구립여의도어르신복지센터’(2층), 꿈을 키우며 사랑을 나누는 ‘둥근마음어린이집’이 입주해 있다. 특히, 다른 복지관과 차별화를 둔 시설은 ‘영등포50플러스센터 다. 이 센터는 인생 이모작을 창조하고, 지원하는 지역 기반 거점으로서의 ‘미션’을 가지며, 장년층의 삶의 모델을 선도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핵심가치’는 존중, 연계와 협력, 도전이다. 이를 바탕으로 설정한 ‘전략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사자들이 계획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둘째, 배움, 일, 여가, 관계를 함께하는 일상 공간을 지원한다.
셋째, 지역, 마을 기반 활동 지원을 한다.
이 모든 총체적 운영은 학교법인 원광학원이 맡고 있다.
한국의 국민 평균 수명은 1950년대에는 52.4세, 1980년대에는 65.8세, 2015년에는 83.5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조만간 한국은 백세 시대를 맞이한다. 그러나 한국 은퇴 연령은 50대부터여서 과연 은퇴 후 50년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센터는 이 문제에 답을 주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 센터는 50플러스세대(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4세의 장년층)을 대상으로 성공적 인생 후반전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지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즉 은퇴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에 있는 장년층들이 제2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고 이루어갈 수 있도록 인생 재설계, 일자리, 사회공헌, 여가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