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층은 높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고령층이 퇴사한 후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은 9.0%에 그치는 등,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중·고령층 재취업의 특징 및 요인 분석과 시사점' 연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고령층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고용률 순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40~44세, 45~49세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며, OECD 내 순위도 각각 31위, 29위를 기록했다. 50~54세 고용률은 76.4%로 OECD 평균(75.7%)을 상회했고,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OECD 내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국은 65~69세 고용률이 OECD 중 2위, 70~74세 고용률은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층은 높은 고용률에도 불구하고, 빈곤율도 OECD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2018년 기준 한국의 고령층 빈곤율은 66~75세가 34.6%, 76세 이상이 55.1%로 모두 OECD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와 같이 고령층이 높은 비율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사 후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이 한국노동패널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퇴사 시 연령이 55∼74세인 중·고령층의 1년 내 재취업 비율은 45.3%였고 5년 내 재취업하는 비율은 67.6%였다. 퇴사 시 연령이 65~74세인 경우에도 퇴사자의 절반 이상 55.4%가 5년 이내 재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퇴사 후 1년 내 재취업한 일자리를 연령대와 고용 형태 별로 분석한 결과 55∼7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은 9.0%에 그치며, 비정규직 재취업률 23.8%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25∼5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이 32.5%로 비정규직 재취업률 20.8% 보다 높은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55~74세의 퇴사 후 5년 내 재취업률은 정규직 11.5%, 비정규직 39.4%, 자영업 16.7%로 재취업자 10명 중 정규직 재취업자는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한경연이 55~74세 중·고령층의 재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 고학력일수록, ‣ 남성일 경우, ‣ 직업훈련 참여자, ‣ 퇴사 시 임금근로자로 일했을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재취업 확률은 초대졸 이상일 경우 고졸 이하보다 65.6%, 직업훈련 참여자는 비참여자보다 약 43.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정규직 재취업 확률이 약 29.4% 감소했다.
부채가 있을 경우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모든 재취업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퇴사 후에도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인 것. 또한 연령이 증가할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1세 증가 시 정규직 재취업 확률 17.9% 감소, 비정규직 11.3% 감소, 자영업자 10.6% 감소 등) 고령층으로 갈수록 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시 취업 형태는 재취업 시에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정규직, 비정규직)로의 재취업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향후 고령층의 일자리와 빈곤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임금 체계 개편, 직업훈련 강화, 연금 제도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의 유진성 연구위원은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는 등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직무급·성과급 임금 체계로 개편하고 임금피크제의 확산을 통해 중·고령층의 고용 유지 혹은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고령층의 양질의 일자리 접근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시 직업 훈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경연은 고령층 근로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대한 보장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금제도는 공적연금제도의 가입조건을 점진적으로 완화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하여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기능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초고령 사회에 대응해 고령자 고용을 적극 지원하는 2022년 정책을 지난달 31일 밝혔다.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와 '중장년 새출발 크레딧'이 신설됐다.
먼저 지난 1일 시행된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는 고령자의 적극적 노동 시장 참여를 통한 고용 안정을 위해 마련됐다. 만 60세 이상 근로자의 수가 증가한 중소 및 중견 기업에게 고용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신청 조건은 지원금을 신청하는 분기의 월 평균 고령자 수가 신청 직전 분기 이전 3년 간 월 평균 고령자 수보다 증가한 기업이다. 만 60세 이상의 근로자는 무기 계약 또는 고용 기간이 1년을 초과해야 한다.
이 제도는 1인 당 30만원을, 총 2년 간 지원한다. 기업은 월 평균 피보험자 수의 30% 이내에서 최대 30명까지 신청 가능하다. 최대 720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월 평균 피보험자 수가 10명 이하면 최대 3명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은 제외된다.
사업주는 분기별로 지원금 신청서를 작성해 해당 분기의 다음 달 관할 고용 센터에 방문 또는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고용보험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중장년 새출발 크레딧'도 신설됐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생애 주기별 일자리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평생 고용 준비를 위한 경력 진단 및 설계를 위해 마련된 제도다.
중장년 새출발 크레딧은 만 45~54세의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은 2020년 5월부터 퇴직 예정자에 대한 재취업 서비스 제공이 의무화 됐으나, 중소기업은 제외돼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경력 설계를 희망하는 중소기업 재직자의 경우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민간 컨설팅 기관에서 제공하는 경력 진단, 재취업 분야 상담, 취업 희망 업종의 현직자 그룹 컨설팅 등에 사용 가능하다.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직장에 청춘을 바친 시니어에게 은퇴는 사회생활로부터의 해방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100세 시대의 시니어들은 인생 2막을 위해서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나 여가활동을 즐긴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부담스러운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평생교육’이다. 고령화 사회 속 평생교육의 의미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을 소개한다.
평생교육은 생애를 걸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을 이른다. 평등교육법의 정의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 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 활동을 말한다. 학교교육의 대안으로서 주로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사이버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 복지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와 상대적인 고령 인구 증가로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다. 평균 은퇴 연령은 50대 전후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0대 초반으로 차이가 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격차가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은퇴 이후에도 전직과 재취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직과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계발이 요구되는데, 그래서 더욱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고학력 U턴 입학생이 많은 원격대학…중도탈락 많아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원격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사이버대, 방통대 등을 중심으로 한 원격대학은 퇴직한 고학력 중장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방통대는 고령화와 고학력화가 뚜렷이 드러났다. 원격교육연구소에서 실시한 방통대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생 평균 연령은 45.2세이며, 최근 5년간 고졸의 비중은 8%가량 줄었으나 대학교 졸업자는 5%가량 늘었다. 실제로 대졸자들이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U턴 입학 현상이 생겨났다.
김영철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원격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원격대학은 디지털이 서툰 중장년층에는 원격 지원 등을 통해 원활한 교육을 지도하고, 일반대학과 차별화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맞춰서 AI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융합 전공학과를 신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원격대학의 ‘쌍두마차’다. 사이버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립 원격대학으로, 강의 수강과 시험 응시 등 모든 수업과 학사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실습이 요구되는 교육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4년제와 2년제 대학과 동등하게 졸업하면 학사 또는 전문학사를 취득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인 정규 대학교다. 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2021년 기준 21개의 사이버대학교가 있으며, 약 13만 명이 재학 중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사이버대학교와 달리 4년제 국립 원격대학교다. 국내 최초로 원격교육을 도입했으며, 졸업하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개의 단과대학(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교육과학대학) 아래 총 24개 학과가 있다.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일부 과목은 출석 수업을 운영한다. 전국에 분포한 13개 지역 대학과 학습센터 및 학습관에서 대부분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의 장점은 용이성과 가성비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일반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저렴하다. 사이버대의 등록금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업료는 1학점당 6만~8만 원으로, 수강하는 학점에 따라 등록금이 달라진다. 방송통신대는 계열에 따라 다르지만 한 학기당 약 30만 원 중후반이다.
다만 중도탈락하는 학생이 많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방통대의 중도탈락률은 22.7%이며, 사이버대는 14~23% 정도였다. 일반대학의 중도탈락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중도탈락률이 높은 편이다. 김 국장은 “1주에 평균 8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1주만 놓쳐도 타격이 크다. 한번 놓치면 따라가기 어려워서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학점은행제
한편 중장년들은 학점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학점은행제에도 관심이 많다. 학점은행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도로,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 전적 대학 학점 활용, 시간제등록제를 활용한 과목 이수 등을 통해 학점을 인정받으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140학점 이상, 전문학사는 전공 및 교양 학점을 포함해 80학점 이상(3년제는 120학점 이상)을 인정받아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보통 학점제로 운영하지만, 학위 수여가 2월과 8월이라서 교육 훈련기관에서 사이버대의 학기제와 비슷하게 학사일정을 운영한다”라며 “원격대학은 한 기관 내에서만 들을 수 있지만, 학점은행제는 400여 개 기관에서 원하는 강의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중장년들이 학점은행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격증 취득과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자 사회적 경로 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에서 학점은행제의 목적으로 자격증 취득을 꼽은 이가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은퇴를 준비하면서 학점은행제를 선택하는 이들은 이 제도의 장점으로 용이성(34.9%)과 시간 절약(32.6%)을 꼽았다.
비용 측면에서도 정규 대학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시니어들이 고려해볼 만한 제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은 경력 향상을 위한 학위 취득에 관심이 많고, 은퇴하신 분들은 사회복지사, 한국어 교원 등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기술과 취미로 인생 2막을 열다
학위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통해 재취업을 하는 중장년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한국폴리텍대학교는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종합기술전문학교로, 기술 중심의 실무 전문인을 양성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특수대학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만 40세 이상의 미취업자(학력 무관)는 이 대학의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시니어 헬스 케어 등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의 과정이다. 훈련비 전액 무료이고, 80% 이상 출석 시 훈련수당 및 교통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한편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인 삶을 성취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시니어센터는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재취업과 취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전통 민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수업을 마련했다. 햇병아리극단과 오페라싱어 및 뮤지컬배우 수업, 트로트 가수반 등은 무대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센터 관계자는 “시니어 모델, 트로트 가수 등 시니어들의 관심이 많은 과정을 운영 중인데, 인기가 좋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동시에 동년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찾아가는 평생교육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생교육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준 사례도 등장했다. 대전 대덕구는 찾아가는 배달강좌를 통해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최소 학습 인원을 5인에서 3인으로 조정했고, 특정 장소를 방문해 도시농업, 생태해설 등 다양한 강좌를 진행 중이다.
대구 수성구 평생학습관은 평생교육 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했다. ‘오오운동’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처의 일환으로 평생교육 현장에서 생활방역 실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과 공유 사업이다. 여기서 ‘오오’는 강의 5분 전, 강의 5분 후를 의미한다. ‘오오운동’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방역을 위한 실천 내용을 담은 영상 콘텐츠로, 수성구 평생학습관이 개발하여 전국에 무료로 공유됐다. 수성구 평생학습관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말과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진로와 더불어 문화활동을 위한 평생교육은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하다. 논문 ‘노년기 평생교육 참여와 삶의 질’에 따르면 평생교육에 참여한 노인집단은 인지 기능이 높고 우울감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 진로교육에 참여할수록 인지 기능이 높았고, 취미 등 문화적 교육에 참여할수록 여가 만족도나 친구 및 지역사회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이혜진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장은 “노인은 평생교육을 통해 자기계발과 더불어 성취감을 얻기도 하지만, 나아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앞으로의 평생교육은 공부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는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중년은 삶의 인터미션이자 새로운 기로에 선 시기다. 늦은 때는 없다지만 새로운 도전은 겁이 난다. 가슴 뛰는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 연극 연출가 안은영(55)도 평범한 중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연극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시련도 있었으나, 연극은 활기찬 2막을 위한 불쏘시개가 됐다. 아마추어 극단을 이끄는 연출가로서 연습실에 들어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 연극의 매력과 도전하는 중년의 삶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이후 막을 펼치지 못한 채 굳게 닫힌 극장이 수두룩하다. 시니어 배우들과 함께 극단을 이끄는 그녀도 연출가로서 고심이 깊었다.
“아마추어 극단이라 아직 연습실과 극장이 없다. 지난해에 연습실과 극장이 문 닫으면서 한동안 참 힘들었다. 대안으로 단편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찍거나 UCC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면서 단원들과 영상 분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50·60대분들이 반사판을 들거나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스태프로 임했다. 하지만 할수록 연극에 대한 갈증이 더 커졌다. 줌(ZOOM)으로도 연습을 했는데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현재는 조심스럽지만 일전에 무대에 올렸던 ‘강 여사의 선택’을 바탕으로 대본을 보고 진행하는 입체 낭독극을 준비 중이다. 대본을 보고 하는 연극이지만, 80% 이상을 암기한 상태로 진행하고 실제 연극과 유사하게 음향이나 조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찾은 현실적 대안이다. 지금도 매주 연습을 하고 있다.”
여성의 이름을 되찾는 일
연출가로 시작한 인생 2막. 이전에는 직장 때문에 10년 넘는 세월을 미국과 멕시코에서 보냈다.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려던 찰나, 큰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의 문턱을 잠시 밟았다가 돌아왔다. 그 교통사고 때문에 척추 쪽에 심각한 장애가 생겼다.
“정말 고통스러워서 밤마다 울었다. 살아 있다는 게 기적과도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심리적 절망에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정말 무서웠다. 타지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너무나 준비 없이 귀국했다. 중장년의 재취업을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취업도 안 되고 경제적 형편도 어려웠다.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심지어 삶을 비관하고 저버릴 마음도 품었었다. 귀국해서 심리적 바닥을 제대로 찍었다.”
연극은 고통의 나날 속에 찾아온 멋진 반전이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에 뜬 연극교실 모집 공고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공고를 보는 순간 파노라마처럼 지난날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동화 ‘의좋은 형제’로 연극 놀이를 하던 장면이 퍼뜩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학교, 직장, 행사 등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연극을 연출하고 있었더라.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금 내 삶에 등장시키고 싶었다. ‘내일 죽어도 오늘은 연극 한바탕 하고 죽자!’는 마음이었다. 물론 성치 않은 몸 탓에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후회는 없다.”
이를 계기로 연극교실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강 여사의 선택’, ‘말괄량이가 길들이기’와 같은 창작극 2편을 무대에 올렸다. 평균 나이 55세 배우들과 함께 이뤄낸 결과였다.
“몸을 생각하면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오히려 연극을 하면서 체력이 많이 길러졌다. 버티는 힘이 생긴 것이다. 연극이 정말 좋은 재활치료가 됐다. 또한 연출가로서 중년의 목소리를 연극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 우리 사회는 중년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요구할 뿐, 정작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묻지 않더라. 이름은 있으나 누구의 엄마, 누구의 딸로 불리며 무명(無名)이 된 그녀들에게 연극으로나마 다시금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하나의 꽃이 된다는 어느 시인의 시처럼 말이다.”
창작극 ‘강 여사의 선택’은 늙어가는 부모와 커가는 자녀들 사이에서 중년의 주인공이 겪는 애환과 동시에 존엄사를 둘러싼 선택에 관한 내용이다. 존엄사를 바탕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중년 여성인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묻는다. 덧붙여 ‘말괄량이가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달리 미혼의 중년 여성이 길들여지는 객체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배필을 찾는다는 얘기로, 그 과정에서 중년 여성의 주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오롯이 중년에 의한 그리고 중년을 위한 창작극이다.
문화적 게릴라를 꿈꾸며
그녀는 2019년부터 단원들과 함께 표현하는인생연구소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 협동조합의 대표이자 치유적 글쓰기와 표현력UP 훈련 강사로 활동 중이다.
“삶에서 표현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나라 중년들은 표현에 서툴다. 나 역시 그랬다. 표현이 서툴면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쌓이면 불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연극을 바탕으로 표현력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극은 표현의 예술이고, 배우는 하나의 캐릭터를 통해 삶을 배우지 않나? 이처럼 창작극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체험하면서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면서 서로의 다름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말로 힘들면 글로 써보게끔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시금 배운다.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다양한 표현을 익힐 기회다. 표현이 다채로울수록 중년의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그렇다면 연출가와 대표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그녀의 희로애락은 무엇일까?
“협동조합의 대표보다 연출가란 말이 좋다. 물론 대표로서 늘 책임감을 느낀다. 조합원인 우리 단원들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책도 쓰고, 강연도 다닌다. 아직 수익 모델이 없기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현실의 벽이란 게 참 무섭다. 연극을 위한 살림을 꾸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연습실에 올 때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구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대한 견해를 나눈다. 물론 서로 조금씩 어긋날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나의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고 또 설득한다. 완벽히 역할에 몰입한 배우를 보면 정말 아름답다.”
끝으로 중년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설명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중년에게 필요한 건 존중과 에너지다. 늙어갈수록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 쉬운데 이러한 태도는 남을 대할 때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반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아낄수록 남도 귀하게 대한다. 또한 우울감에 빠져서 혼자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오기를 추천한다. 밖에서 어울리며 창작활동을 통해 자신 안에 감춰진 에너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그랬다. 중년도 할 수 있다는 걸 꾸준하게 보여주고 싶다. 최종적으론 문화적 게릴라가 되고 싶다. 중년으로 구성된 문화집단으로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
자기다움의 아름다움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 없다고 했나? 연극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열정은 인터뷰한 소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안에는 중년을 바라보는 깊은 사유와 자신의 성찰을 바탕으로 한 내공이 존재했다. 그녀에게 연극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연극을 통해 중년‘다움’, 남성‘다움’, 여성‘다움’ 등 규격화된 이해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움을 좇고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시간을 통해 일종의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을 엿볼 수 있었다. 흔히 아마추어를 초보자로 비견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의 핵심은 가능성과 순수한 열정이다. 물론 가능성과 열정으로 해결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을 때도 있다. 하지만 삶에서 무언가를 꾸준히 좋아하는 것만큼 귀한 재능은 없다. 그녀가 가진 아마추어리즘의 아름다움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기대하며 마친다.
인터넷 초창기 ‘-_-;’ ‘*^^*’ 등 기호를 이용한 감정 표현에서 시작한 이모티콘은 이제 다양한 그림체와 움직임을 통해 이용자들의 감정뿐만 아니라 취향까지 드러낼 수 있다. 카카오·라인 등 여러 메신저 플랫폼에서는 이미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에 이모티콘 관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캐릭터를 개발하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이모티콘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수익 창출도 가능해 부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연정(45) 작가는 결혼, 출산 후 직장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다. 아이 셋을 키우며 생활비가 부족해 구직 활동을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던 탓이다. 생활비가 절실했던 때,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다 발견한 현수막이 그를 이모티콘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모티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림을 전공했고 영상 공부를 한 적이 있어 이걸 살리면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생활비는 부족한데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만 이어지더군요. 일단 뭐든 해서 가정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했죠.”
그러나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면접을 통해 왜 이모티콘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목표 금액은 얼마인지 등 여러 질문에 답해야 했다.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 위축되기도 했지만 결국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교육을 받은 후 당당히 이모티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모티콘 심사 기준이 6개 정도 되는데, 꽤 까다로워요. 자꾸 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에게 이모티콘을 구성한 후 ‘이거 네 이야기야’라며 보여줬더니 ‘엄마 이거는 이런 느낌이 아니야’ 하면서 자기가 쓱쓱 다시 그려주더라고요. 그걸 다시 보충해 심사 요청을 했더니 승인이 됐어요. 그게 지금 카카오톡에 올라가 있는 ‘게임덕 장돌이의 일상’이에요. 장돌이는 제 아들의 별명인데, 덕분에 이모티콘 작가로 데뷔할 수 있게 됐죠.”
장돌이 이모티콘 이후 자신감을 얻었지만, 중년의 나이에 10대, 20대 감성의 그림을 그리기란 쉽지 않았다. “장돌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은 아무래도 공부가 더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는 게 맞겠다’ 싶었죠. 평소 아버지가 카카오톡으로 좋은 이미지나 좋은 말들을 보내주시는데, 답변으로 어떤 걸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쓸 만한 것으로 이모티콘을 구성했어요. 결과는 성공이었죠. 그게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 이모티콘이에요.”
오 작가는 인사말 이모티콘을 구성할 당시 40대 이상의 연령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확실한 메시지 전달이나 의사 표현을 목적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중장년층은 ‘메시지형 이모티콘’에 높은 수요를 보일 거라 예상했다고. 20대들이 놀이 문화로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특성과는 상반된다.
“이모티콘 작가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에요. 시간이나 장소에 매여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시간을 충분히 쪼개서 활용할 수 있죠. 제일 좋은 건 전공도, 성별도, 나이도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특히 저 같은 주부들에게 괜찮은 직업 같아요.”
이모티콘이 네이버OGQ, 라인, 밴드 등에도 입점하며 승승장구한 덕에 작가 지망생 시절 수업을 듣던 경기도 여성일자리재단 경기IT새일센터의 강사가 됐다. “저처럼 경력이 단절된 여성, 빠듯한 생활비 탓에 부업을 하려는 직장인, 그림 전공자 등 다양한 수강생들이 있어요. 특히 40대 이상인 분들은 ‘강사님 보니까 희망이 생긴다’며 용기를 얻어 가시는데, 제가 더 뿌듯하죠.”
그는 초반 목표였던 300만 원 수익을 넘어 얼마 전 1000만 원을 달성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3000만 원. 10억대의 유명 이모티콘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 일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림 실력과 상관없이 간단하게 선 몇 개만으로 그린 캐릭터로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 있는 이모티콘이 될 거라고 봐요. 망설이시는 분들도 걱정을 거두시고 힘껏 도전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에는 청년이 많지 않고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 반면 퇴직을 앞둔 중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지방 소재 7년차 중소기업에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전문가에게 주거비를 별도로 지원했다. 신사업 성장세에 따라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았다.”
9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연 '50+ 기술전문가, 중소기업에서 살아가기' 온라인 포럼에서 공태영 기술자숲 대표가 ‘50+기술 전문가와 중소중견기업 매칭 사례’ 주제 발표에서 이 같이 말했다.
공 대표는 “예상과 달리, 고 경력 전문가들은 유연근무형태나 비교적 낮은 임금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50+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해 주면서 새롭게 안 사실을 추가로 소개했다.
기술자숲은 제조산업 전문가 매칭 플랫폼 기업으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하는 ‘50+기술전문가 매칭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전문가 73명 중 68%가 유연근무형태를 선호했으며, 55%는 희망급여로 300만 원 이하를 선택했다.
또 기술자숲이 진행한 ‘2021 하드웨어 Start Up! 고 경력 전문가와 함께 Scale Up!’(SUSU) 사업에 참여한 기업 94%가 ‘조건에 적합하다면 50대 전문가와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공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고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서 전문가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 대표는 중소기업과 50+전문가 매칭에서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50+성공사례 부재와 사회적 긍정 문화 부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중장년층 전문가로 인한 성공 사례가 많아지거나 금전적 지원이 늘어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영 대표는 인턴과 유사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 경험을 쌓은 뒤 장기적인 일자리 연계를 유도하고, 추가로 신규 일자리 창출까지 이끌어내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과 전문가가 각개 전투를 하는 대신 서로 이런 매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주체들이 협력 모델을 구축해 문화를 확산하고 선도해야 한다”며 “이 자리가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새로운 협력 모델이 만들어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50+기술 전문가와 스타트업의 협업’ 발표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기업 ‘N15’ 배중구 팀장이 맡았다. N15는 서울시와 용산전자상가와 협력으로 ‘메이커스페이스’를 탄생시킨 기업이다.
배 팀장은 “제조업에서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아이디어의 빠른 사업화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이 명확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으로 현실화가 되지 않고 있어 이 어려움을 해결해주고자 N15가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산업은 젊은 패기로만 승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전문적이고 축적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측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제조 파트너와 소통이 어렵고, 제조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N15 측에서 떠올린 해답은 제조PM(프로젝트 관리)과 시니어 기술자, 제조공장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공장의 니즈와 스타트업의 니즈를 조율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20대 스타트업 기획자는 50대 기술자의 지혜와 경험을 원하고, 퇴직을 앞뒀거나 이미 퇴직한 50대 전문가는 구직을 원한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20대 기획자와 50대 기술자 사이에는 세대 차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배 팀장은 “30대 실무자로서 스타트업의 MZ세대와 50+기술 전문가인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한 끝에 세 가지 솔루션을 도출해냈다”고 말했다. 직급 체계를 개선해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제조워크숍을 통해 직접 만나 소통하는 등 소통 채널을 다각화하며 제조 팀에도 기업과 동일한 명함을 제공해 ‘원 팀’(one team)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는 “기술의 빠른 변화, 인구 감소, 평생 학습 등으로 조직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의 50+기술전문가가 가진 노하우, MZ세대의 창의력과 열정이 합쳐져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어 김원진 기술전문가가 ‘50+기술전문가의 내가 경험한 재취업’을 주제로 포럼의 마지막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IT 기반 마케팅 기업 ‘원트리즈뮤직’에서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고된 IT 사업의 제안서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지원 업무를 수행 중이다.
그는 퇴직 전까지 전자부품 제조기업에서 전산실을 운영했으며, 정부 및 공공기관 정보화 관련 사업기획, 시스템운영 및 보안관리 총괄을 맡았다. 개인정보보호 인증심사 등도 수행했으나 퇴직을 앞두니 실무에서 물러나 자문위원으로 역할이 축소됐다.
김 전문가는 “나 역시 퇴직 후 사회생활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며 “경력과 직위에 따라 다르지만 퇴직 직전에 맡는 업무는 관리직 성격이 강하므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 복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재난관리사 자격증 취득, 정보통신중급기술자 인증을 발급하는 등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일반 기업과 IT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판단해 정부, 공공기관 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컨설팅 지도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기술과 트렌드가 빨리 변해 회사의 기존 직업과 협력하기 어려웠다. 자료가 부족해서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일을 맡아야 했을 때는 스트레스도 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원만히 해돼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전문가는 퇴직 후 구직을 원하는 50+기술전문가에게 퇴직 후 자신의 적응력이 얼마나 되는지 서울50+ 인턴십에 참여해 판단하기를 권했다. 그는 “개인의 능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생활에서 자존감에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나 역시 50+기술전문가이기 때문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내가 맡을 수 있는 분야의 사업이 있다면 참여하겠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퇴직을 앞둔 57대 A씨는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이제 막 취업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녀들은 아직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알 수 없는 걱정과 압박감에 어깨가 무겁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막상 은퇴 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마음도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A씨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 뒤에도 일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 자격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년이나 노인이라는 나이 문제를 넘어서며 일할 수 있는 좋은 비법이다. 자격증 취득이 재취업과 노후대비, 자기계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또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관련 자격증을 따면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변화를 통해 완전한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앞으로 40년 넘게 더 살아야 한다. 오래 이어질 인생2막을 다채롭게 꾸려가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알짜배기 자격증 4개를 소개한다.
①자녀를 키워봤다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출산한 산모와 신생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산후 관리를 돕는다. 출산 전후 산모의 안정과 빠른 회복을 위해 산모에게 유방 마사지, 복부 마사지, 찜질, 산후 체조, 건강식을 제공한다. 또 목욕과 배꼽 소독, 청결, 아기 마사지 같이 신생아 위생과 건강관리를 돕는다. 이 밖에 큰 아이가 있으면 등하교 관리와 식사, 장보기, 빨래, 청소 같은 가사도 전담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되려면 보건복지부나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지역 내 여성인력개발센터, 돌봄사회서비스센터 같은 해당 교육기관에서 이론 24시간과 실습 36시간 교육을 받는 2주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같은 자격증을 소지해 경력을 인정받으면 이론 12시간과 실습 28시간으로 교육 기간이 1주 과정으로 줄어든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곳이 있으니 시험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수강료는 신규 과정 20만 원, 경력자 과정 15만 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교육비 50%를 감면받는다. 수료 뒤 바우처 제공 기관에 취업해 400시간 이상 근무한 재직자는 수강료 50%를 환급받는다.
교육 수료 뒤 군청과 구청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바우처 제공 기관에서 ‘바우처 산모관리사’로 취업할 수 있다. 근무는 주 5일, 하루 8시간이 기본으로 단축형(1주), 표준형(2주), 연장형(4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보수는 단축형 33만3750원, 표준형 66만7500원, 연장형 133만5000원이다.
근무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산후조리를 했던 방식이나 자녀 양육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 복장 제한도 있다. 면 소재 옷만 입어야 하고 액세서리는 금물이다. 향수도 피해야 한다.
취업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라도 교육 수료 뒤 1년이 지나면 반드시 연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직무와 서비스, 직업 비전, 현장 갈등과 문제 해결, 스트레스 관리 같은 직무와 직접 연관 있는 내용이다. 또 산모로부터 불만을 2번 이상 접수받은 건강관리사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공동주택 지킴이 주택관리사
주택관리사는 공인중개사 못지않게 조명되며 정년이 없어 은퇴 뒤 노후대비로 인기 높은 자격증 시험 중 하나다. 주로 아파트와 공공시설, 상가 같은 대규모 공동 주택의 각종 시설과 환경을 유지 관리한다. 또 공동시설 유지와 보수, 관련된 각종 회계 업무인 공과금 납부 대행, 관리비 징수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1년에 1회,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일정과 시험과목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된다. 서울시평생학습터, 아산시평생학습관, 천안시평생학습센터, 인천시민교육센터, 경기도평생학습관처럼 전국 지자체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3~5년 이상 근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로 되려면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관리소장으로 근무 경력이 3년 이상 또는 공동주택관리기구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 직원으로 주택관리업무 종사 경력 5년 이상과 같은 경력을 충족해야 한다.
③ 식물과 함께하는 삶, 조경기능사
조경기능사는 식물이나 토목, 물, 조형물 등을 통해 생활공간을 꾸미고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현장을 조사해 조경에 대한 기본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부분적으로 실시 설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현장 여건을 고려한 시공으로 조경 결과물을 도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지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본다. 조경 기초 설계부터 정원 설계, 잔디 식재 공사, 실내 조경 공사 같이 포괄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실기 시험은 3시간 30분 안에 주어진 조경 작업(도면작업·수목감별·조경실무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도면 작업은 평면도와 단면도를 모두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완성하지 못하면 실격이다. 수목감별 평가 방법은 주어진 수목 사진을 보고 수목명을 맞혀야 한다. 조경 실무 작업은 주로 조경수목 식재, 포장(벽돌쌓기), 잔디 파종 같은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조경기능사는 법적 우대사항보다 민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주로 건설회사 조경부서와 조경엔지니어링회사, 조경컨설팅회사, 조경설계용역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조경 식자재전문공사업체와 조경관리업체, 조경시설물 설치전문공사업체, 학교·아파트 단지 관리부서, 정원수·온실 재배업체로 진출할 수 있다.
실제 조경시공업계에 따르면 50~60대 중장년층에서 조경기능사 취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시공업계 관계자는 “조경기능공이 예전엔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비가 발달해서 덜 힘들다”며 “오히려 식물과 함께하면서 은퇴 뒤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 60대 중반까지도 현장에서 조경기능인으로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④웰빙시대, 우리 먹거리 안전하게! 농산물품질관리사
농산물품질관리사는 산지 생산자조직에 소속돼 농산물 품질 관리, 상품과 브랜드 개발, 물류 효율화, 판촉과 바이어 관리 같이 농산물품질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다. 주로 농산물 등급을 판정하고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품질관리기술에 대해 자문한다. 또 농산물 품질 향상과 유통 효율화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자격증 응시에 경력이나 학력, 성별 제한이 없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귀농을 생각해볼 법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자격증이다.
농산물품질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100점 만점에 모든 과목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실기시험은 단답형과 서술형으로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자세한 시험 과목과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농산물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공공기관, 지역농협,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농산물을 취급하는 공공기관과 농협에 취업하면 인사 고과와 수당, 승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업직 9급 국가공무원 채용에서 3% 가산점을 받는다.
"인구 변화가 신중년 취업의 핵심이다. 인구변화를 잘 살피면 시장 변화와 취업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16일 열린 ‘신중년 취업트렌드2021-신중년 미래 일자리 히든카드’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은퇴 후에도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려 하는 신중년이 늘고 있다. 이에 취업을 희망하는 시니어를 위한 온라인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노동부, 상상우리 4개 기관이 함께 한 신중년 커리어 프로젝트 ‘굿잡5060’의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날 신중년의 취업 전략과 방향에 대한 강의와 분야별 취업 전문가 토론, 현장 토크가 진행됐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는 ‘신중년의 미래를 정하는 앞으로의 10년’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인구 변화를 관찰하면 미지의(未知)의 미래를 기지(旣知)의 미래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변화에 따라 어떤 산업과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특정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려주기 때문에 취업시장의 지표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조 교수는 “여지껏 실버산업은 규모가 매우 작았지만 증가하는 시니어 인구에 맞춰 점점 커질 것”이라며 “요즘은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 디지털 디바이스와 시니어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합치면 (사업을 어떻게 구상하고 어떤 분야를 준비하면 좋을지)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신중년 맞춤 취업전략의 하나로 '신중년 이력서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신 대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직위에 있었어도 자동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업무를 ‘경험’, 나의 힘이 아니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일들을 ‘역량’으로 분류"하며 "이력서를 역량을 중심으로 작성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신 대표는 "입사 후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인재임을 드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전영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 주무관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신중년 일자리 지원 제도로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를 소개했다. 안선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일자리팀 팀장은 50+적합일자리 사업, 서울50플러스 인턴십, 50플러스 보람일자리 등 서울시가 진행하는 중년 일자리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마지막으로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팀장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요즘 일자리 찾기’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최영순 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취업을 원하는 시니어가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정보를 모으기보다 골라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일자리를 얻기 위한 새로운 무대로 인식하고 낯설지만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영태 교수는 “오늘 전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신중년들이 70대까지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년의 취업과 실업은 사회적 문제로 늘 언급된다. 하지만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고령자 취업과 실업 문제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은퇴가 노동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우리보다 빨리 진행된 해외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해외의 중장년 취업 지원 제도를 살펴보자.
참고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난해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 종업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올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점 ‘노지마’(Nojima)는 근로자의 고용계약 상한 시기를 65세에서 80세로 연장했다. 65세가 된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근무 태도 등을 고려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정년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정년이 연장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다. 실제로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의 중위연령은 40세 이상이며,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은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중위연령이 56.4세로 급격히 상승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고령화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도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느 국가도 고령화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0년간 OECD 평균적으로 55~64세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편차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네덜란드의 경우 18%P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아이슬란드의 경우 소폭 감소했으나 평균 80% 이상을 유지하며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종합하면 은퇴 이후에도 중장년의 취업은 세계적으로 활발한 상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퇴자의 역량을 활용한 취업 프로그램이 민간 부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 나라에서는 중장년을 위해 어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 고령화 정책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 미국
미국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역사회 고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는 이제껏 쌓은 역량을 발휘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삶의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준다.
중장년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앙코르 이니셔티브’(Encore Initiative)을 운영한다. 50세 이상 예비 창업자를 위해 온라인 수업, 워크숍, 업무 관련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예를 들어 50세 이상 여성 10~1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경제 및 마케팅 지식, 자영업 상식과 관련된 교육을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 성과로 발생한 새로운 일자리는 삶의 의욕을 고취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 인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취업이나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량을 발달시키거나 삶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투워크 50플러스(Back to Work 50+)와 로드 스칼라(Road Scholar)다. 전자는 새로운 역량 개발에 해당하고, 후자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백투워크 50플러스는 미국의 5곳의 전문대학에서 진행되며, 중장년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워크숍, 개별 코칭 세션, 컴퓨터 교육, 노후 재정 관리 등을 가르친다. 로드 스칼라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여행 프로그램이다. 야외 모험 활동, 테마 여행, 세대 간 프로그램, 여성 특화 프로그램 등 40여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년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니어의 학습 욕구를 교실이 아닌 여행을 통해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다. 김 교수는 “로드 스칼라는 일반 여행에 학문적 깊이가 더해진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일본
‘노인들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일본이 2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8%로 44위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비율만큼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도 높았다.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동 시장 참여율은 약 25%다. OECD 평균이 약 1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렇게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3.6%의 고령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 시장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중장년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70세 이상도 건강 문제가 없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일본은 앞으로도 고령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을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민간과 지역 복지기관들이 연계해 다양한 취업과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고령 노동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보조하는 정책을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 바로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터 인재 프로그램’과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쌓아온 조정 능력, 협상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관리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쿄일자리센터에서 주관하며,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쌓은 5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직무 유형은 7가지 직종(경영, 인사노무, 재무경리, 해외영업, IT시스템 관련, 기술관리)으로 구분된다. 취직에 성공한 시니어 중 시니어의 전문성이 직종에 합치된 경우는 약 70%이며, 비전문 영역으로 취직된 경우는 30%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의 보수는 근무 시간, 주간 근무 일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 5일 기준으로 25만 엔(약 264만 원)에서 30만 엔(약 317만 원) 사이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도쿄에 소재한 민간 주식회사 ‘퀼리티오브라이프’(Quality of Life)가 2006년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업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경영 자문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조언자로서 경영지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50세 이상을 ‘생애 프로페셔널’로 임명한다. 이들은 고문 또는 어드바이저로서 기업의 여러 경영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애 프로페셔널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일단 시니어 전문가의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근무 형태로 고문 소개 서비스를 활용하면 주 1회 등 은퇴 후 유연한 방식의 근무가 가능하다. 시니어 비즈니스 관계자는 “은퇴 후 역량을 보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시니어는 기업이 탐내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국가와 더불어 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일자리 지원에 참여하면 시니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의 민간에서 적용하고 있는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와 기관을 살펴보자.
해외의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 및 기관
시니어 네트워크
50세 이상 실직한 고령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혁신 조직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단체다. 실직한 고령 근로자가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역 내 잡센터(Job Center)와 협력하여 구직을 원하는 실직 고령자와 구인처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리스타트 프로그램
50세 이상의 구직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수당을 수령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고용 보조금 정책이다. 일주일에 최소 30시간 이상 일하는 중장년 근로자 1인 고용에 2년 동안 최대 1만 달러의 급여를 보조하는데, 최초 6개월과 12개월에 각 3000달러, 그리고 18개월과 24개월에 각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3기 인생대학
전일제 고용에 속하지 않는 고령층의 학습 고취를 위해 만들어진 전국 단위 학습 조직이다. 고령층 인구가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관심사를 나누기 위한 연결망이다. 시험이나 과제 등은 없다. 대신 정규 수업과 스터디 그룹을 통해 흥미가 있거나 자신이 보유한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한다.
중장년 일자리, 재취업과 창업만이 대안일까? 최근 ‘긱 잡’(Gig Job, 정규직 대신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을 맺는 일자리)이 늘어나면서 능력을 거래하고 판매하는 ‘재능마켓’이 구직난 속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이 알아야 할 재능마켓을 소개한다.
자료 탤런트뱅크, 클래스101 제공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면서 전문직에 종사했거나 고(高)스펙·고학력을 갖춘 중장년들이 고용 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30~40년 경력과 전문성을 보유했음에도 알맞은 직장을 찾지 못해 전혀 다른 직무로 임금을 낮춰 재취업하거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중장년 일자리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자 재능마켓을 비롯해 ‘긱 잡’을 활용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특정 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 사람과 해당 능력을 보유한 개인을 징검다리처럼 이어주는 플랫폼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2025년까지 긱 잡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의 약 2%에 해당하는 2조7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프리랜서 시장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통합 금융 솔루션 기업 페이오니아 코리아가 지난해 발표한 ‘2020 글로벌 프리랜서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프리랜서 노동 인구의 70%가량이 18~3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55~64세는 3%, 65세 이상은 1%에 불과했다. 실제로 ‘크몽’, ‘숨고’ 등 재능 매칭 플랫폼 이용자도 대부분 젊은 세대다. 반면 수입은 55세 이상이 젊은 세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55~64세 프리랜서의 평균 시급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36달러로, 전 세계 프리랜서 평균 시급보다 15달러 많았다.
경력이나 스펙에 따른 임금 체계가 프리랜서 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재능마켓은 수십 년간 쌓아온 능력과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다. 나이가 들면서 1일 8시간 소위 ‘풀타임’(Full Time) 근무가 체력적으로 버거운 이들에게도 솔깃한 대안이다. 기업에 소속되어 임금을 받는 근로 형태에 익숙한 중장년층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다면 트렌드에 편승해 기회를 잡는 것도 방법이다.
◇ 시니어 경력, 중소기업이 산다 ‘탤런트뱅크’
최근 MZ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을 겨냥한 인재 매칭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탤런트뱅크’가 대표적이다. 탤런트뱅크는 지식과 경험을 고루 갖춘 ‘시니어 전문가’를 기업의 요구 사항에 맞게 매칭하고 필요한 기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신상품 출시를 위해 해당 분야에 수십 년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일정 기간만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방식이다. 시니어 전문가는 전문 분야에 맞는 일자리와 경력에 따른 높은 임금을 얻고, 기업은 특정 기간만 업무를 맡겨 채용 및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1년 2월 기준 약 3000명의 시니어 전문가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모두 중소기업 임원, 대기업 팀장 이상 등 한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력을 쌓은 고스펙 인력이다. 직업은 프리랜서가 가장 많지만, 기업에 재직 중이거나 사업을 운영하며 전문가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일회성 단기 자문부터 월 단위의 중·단기 프로젝트, 아웃소싱 등의 형태로 업무를 수행한다. 가장 많이 의뢰한 분야는 △마케팅 △경영전략·신사업 △영업·구매·유통 △IT △엔지니어링 △재무·투자 △인사·총무 순이다.
시니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기업과 전문가를 중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1:1 인터뷰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해당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 능력과 인품을 겸비했는지도 확인한다.
탤런트뱅크에 따르면 현재까지 8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성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의 재의뢰율이 6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회계·재무·관리 부문에서 6개월간 자문을 수행하면서 획기적인 매출을 달성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임원으로 채용된 사례도 있다. 단기 프로젝트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개인과 기업 모두 윈윈(Win-win)하는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프로젝트 매니저는 “플랫폼 노동자라고 하면 단순노무직만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도 긱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고용을 보장하는 시대가 지난 만큼 중장년층도 새로운 고용 형태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탤런트뱅크의 시니어 전문가, 이렇게 일했다!
단기 자문 실버 사업을 준비 중인 금융 대기업 A사는 사업 진출에 필요한 전략 등 제반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자문이 필요했다. 이에 신사업 경험이 풍부한 S대 MBA 출신 전문가는 단기 자문을 통해 사업 계획, 비용, 수익 최적화 모델 등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전반적인 가이드를 제시했다.
진행 방법 보고서+1시간 설명회 비용 50만 원
프로젝트 전화 응대 과다 및 데이터 부재 등 업무 비효율이 발생한 콜센터 B사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IT 보안 업체 총괄 및 시스템 개발 등의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를 매칭했다. 전문가는 콜센터 데이터 분석, 운영 방안 제시 등을 통해 기업 내 경영 이슈를 해결했다.
기간 2개월 근무 형태 30회 방문 컨설팅 비용 총 900만 원
아웃소싱 C사 경영관리팀은 팀 내 분야별 업무 현황을 파악하는 등 조직 내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 3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경영관리를 담당한 전문가를 아웃소싱 형태로 고용했다. 전문가는 재무·인사 등 분야별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총망라하고, 직장 내 교육을 병행해 전문지식을 전수했다.
진행 방법 5개월 풀타임 비용 월 500만 원
◇ 중장년 크리에이터 도전, ‘클래스101’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 비법 등을 기업이 아닌 불특정 대상에게 전수하는 방법도 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통해서다. 대표적으로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는 ‘클래스101’은 기존 온라인 교육 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통해 크리에이터와 수강생을 연결하고 있다. 음악·미술·운동 등 취미 관련 강의부터 부업·재테크 노하우, 업무 능력 향상 등 일 잘하는 방법, 인문·사회·예술을 비롯한 교양 강의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2021년 2월 기준 1200개가 넘는 클래스가 개설되었으며, 누적 크리에이터 수는 7만5000명이 넘는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N잡러’(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사람)를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의 땅 같은 곳이다. 수강생은 평소 관심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해 부업이나 창업을 도모할 수 있고, 크리에이터는 한 분야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살려 부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의를 통해 얻는 수익은 꽤 쏠쏠하다. 클래스101에 따르면 강의 개설 첫 달 크리에이터의 평균 수익은 약 650만 원이며, 그중 가장 인기 많은 크리에이터 3인의 월 평균 수익은 무려 1억6000만 원에 달한다.
온라인을 활용한 플랫폼인 만큼 20~30대 크리에이터가 대다수지만, 중장년 크리에이터도 분야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36만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재테크 카페 운영자 송창희 대표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직접 투자 공부를 하며 자산을 불렸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부동산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년간 방송작가로 일한 이윤영 작가는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양갱 와인 디렉터, 오중석 사진가, 이양지 요리연구가 등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이들이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강의는 연령과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만들 수 있다. 강의 개설은 두 달 정도 걸린다. 먼저 제작하려는 강의가 얼마나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일주일간 수요 조사를 진행해 반응을 살핀다. 이후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일주일 동안 실제 판매 추이를 분석해 제작 여부를 결정한다. 계약 기간에 꾸준히 수익을 정산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강의를 개설하는 것이다. 해당 과정을 거쳤음에도 수익을 얻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클래스101 측에서 지불한다.
은퇴 후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이라면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강의를 수강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며느리가 만든 브이로그 영상을 보며 ‘작은 영화’ 같다고 느낀 60대 이나경 씨는 클래스101을 통해 영상 편집 강의를 수강하고 시니어 유튜버로 새 도전을 시작했다.
재능이 돈이 되는 시대, 수십 년의 관록으로 빚어낸 중장년의 전문성과 지식은 긱 잡 시장에서 탐날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그 규모와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은퇴 후에도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재능의 값어치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PLUS+] MZ세대 인기 프리랜서 마켓 ‘크몽’
2012년 문을 연 국내 최초 재능 프리랜서 마켓 ‘크몽’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MZ세대의 놀이터다. 전문가로 등록하면 디자인부터 IT·프로그래밍, 영상·사진·음향, 마케팅, 통·번역, 문서·글쓰기 등 무형의 재능을 판매할 수 있다. 또 사주와 궁합까지 사고팔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를 담은 ‘전자책’ 출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책은 전문 분야에 대한 정보를 글로 작성한 뒤 PDF 파일로 공개하는 것으로, 한 번의 출간으로 소소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대략 1000원부터 3만 원까지 다양하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 ‘안구건조 이겨내는 노하우’, ‘하루 생산성 극대화하는 방법’ 등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이야기도 전자책으로 만들 수 있으니,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도전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