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심리·상담사’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신용회복위원회
삶의 연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상담사’를 꿈꾸는 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인생 경험이 상담일에 도움이 되겠지만, 평소 친구나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는 다르게 전문적인 이론과 프로그램 등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마냥 쉽게 도전할 분야는 아니다. 무엇보다 타인의 감정과 태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자기 성숙과 성찰이 뒷받침돼야 한다.
PART1. 국가기술/전문자격
심리·상담사가 되려면 관련 학과의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거나 전문 자격증 취득은 필수다. 실제 취업 시장에서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우선시하고, 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국가공인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리·상담 분야의 국가기술 자격으로는 소비자전문상담사 1·2급, 임상심리사 1·2급, 직업상담사 1·2급으로 나뉘고, 국가전문 자격은 청소년상담사 1·2·3급 등이 있다. 관련 종사자들은 “대체로 이론 습득 기간 외에도 최소 1년 이상의 실습 수련이나 실무 경험이 요구돼 몇 년의 시간 투자는 각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8년 통계를 살펴보면 ‘직업상담사’의 50대 이상 합격자 수가 가장 높았다. 소비자전문상담사의 경우 50대 이상 합격자 수가 현저히 적고 전 연령대 대비 비율도 낮게 나타났다. 전 연령대 대비 합격자 비율로 보면 ‘임상심리사’가 다소 높은 편. 그러나 합격자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직업상담사의 수가 5배 가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중적인 관심도는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관심과 합격자 수가 많은 만큼 시험 합격률도 높을까? 지난해 50대 이상 직업상담사 자격시험 현황을 살펴보면 1·2급 필기의 경우 절반 이상의 합격자가 나왔다. 실기는 그에 못 미치지만 3명 중 1명 이상은 합격 소식을 들은 셈이다. 즉 시험이 쉽지는 않겠지만, 포기할 정도의 수준도 아니라는 얘기다. 심리·상담 분야의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이들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겠다.
PART2. 국가공인 민간자격
상담 분야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는 ‘신용상담사’(신용회복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신용상담사는 채무와 신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꼭 신용상담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복지사나 지역 다문화가족센터 종사자 등이 사회취약계층 상담을 위해 취득을 희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신용상담사 자격 취득자 현황에서 50대 이상의 비율이 45.9%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50대의 경우 전체 취득자 중 33.3%로 가장 비율이 높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용상담사 자격관리팀 홍덕진 팀장은 “신용상담사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보이는 중장년층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꼭 은행 등 금융 관련업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상담사 자격증은 신용회복위원회, 서민회사 서민금융창구 등 일반적인 신용상담 기관을 비롯해 서민금융진흥원, 한국보건복지 정보개발원 등의 교육·훈련원과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PART3. 민간자격
심리·상담 분야는 국가자격증을 기본으로 하고, 심리치료나 상담 검사지 등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 민간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분야 종사자들은 “관련 전공 박사 출신이나 국가기술자격 소지자가 이미 많기 때문에 민간 자격만으로는 취업의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고 조언한다. 민간자격증을 취득했던 A 씨는 “돈만 내면 손쉽게 자격증을 주는 곳도 많다”며 “상담 현장에서는 다양한 검사지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이 부분이 숙달되지 않으면 관련 강의를 듣거나 또 다른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사로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라면 협회나 관련 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는 상담가 활동을 원하는 중장년층을 위해 ‘동년배 상담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하반기를 염두에 두고 신청자 모집을 계획 중이다. 추후 자세한 일정은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 또는 서울시일자리포털 교육훈련 정보란 등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자격증에 관심을 두는 중장년이 늘어났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도구로 자격증을 취득하듯, 시니어 역시 재취업을 위한 발판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소를 떠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돈 낭비에 그치기도 한다. 2019년 등록된 자격증 수는 3만2000여 개. 관심 있는 자격증 정보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고민인 중장년을 위해 자격증을 분야별로 나눠 알아보려 한다. 이번 호에는 ‘교육·지도사’ 분야를 소개한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한검정회,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
은퇴 후 전문 지도사나 강사 활동을 희망하는 시니어가 많다. 회사에 취직해 매일 출퇴근하는 것보다 시간 대비 수익이 좋은 편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며 보람과 즐거움도 느끼기 때문이다. ‘OO지도사’, ‘OO교(육)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PART1. 국가전문자격
교육·지도사 국가전문자격은 자격을 인정하고 우대해주는 곳이 많아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의 활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보통 1·2·3급으로 나뉘는데, 전공과목 이수 및 실습 경력이 필수로 요구돼 학습량도 많고, 취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체로 1급을 목표로 했을 때, 최소 3년 이상(관련 전공 학사 이상 수료자의 경우), 길게는 5~10년 정도 예상해야 한다. 하위 급수인 2~3급을 노리더라도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학 진학이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과목 이수부터 해야 해 학비며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는 “교육·지도사 국가전문자격의 경우 취득 시점을 고려했을 때 너무 나이가 많다면 고심해야 한다. 취미나 자기계발로 도전할 만한 자격증이 아닌, 일자리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렇다”고 조언하며 “자격증을 땄더라도 강의 경험이 쌓여야 어느 정도 수익이 생긴다. 초반에는 무료나 소액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아닌 소규모 센터나 재능기부 등을 목표로 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취득 가능한 민간자격증을 통해 빠르게 경력을 쌓는 것이 낫다”고 알려줬다.
2017년 취득자 현황을 살펴보면 ‘평생교육사’의 경우 50대 이상 취득자가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타 국가전문 자격증에 비해 취득자 수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중장년의 관심 대비 취득률 면에서도 우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PART2. 공가공인 민간자격
약 100개에 달하는(2019년 2월 기준) 국가공인 민간자격 중 시니어의 관심이 높은 교육·지도자 자격증으로는 ‘한자·한문전문지도사’, ‘실천예절지도사’, ‘종이접기 마스터’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른 교육·지도자 분야 국가공인 민간자격에 비해 취득률이 높은 한자·한문전문지도사의 경우,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 이상 취득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검정회 자격시험 담당자는 “유년 시절 한자·한문을 어느 정도 학습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본 지식이 밑받침되어 자격을 취득하는 데 유리하다”며 “아동지도사와 훈장 자격 역시 국가공인 민각자격으로 시니어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 관계자는 “실천예절지도사는 취득이 쉽지 않지만, 역사와 전통에 관한 내용이라 중장년의 관심이 높다”며 “시니어 취득자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 관광소 등에서의 활동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종이접기협회 관계자는 “연령 제한은 없지만 마스터 과정은 난이도가 높고 숙련자라야 가능하다. 어르신들의 경우 손 떨림이나 노안으로 도안을 보고 접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시니어에겐 협회 내 민간자격인 ‘시니어종이접기조형지도사’ 등을 추천드린다”고 조언했다.
PART3. 민간자격
민간자격은 ‘민간자격정보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할 수 있는데, 유사한 이름의 자격증이 무수히 많다. 그중 교육·지도사 관련 분야에서 최근 시니어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게 주목받는 것이 바로 ‘방과후(돌봄)교사/지도사’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온종일 돌봄 체계’를 확정하고 돌봄교실 확대를 추진한 영향이 컸다. 방과후교사 자격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 교육을 받으면 돼 비교적 취득이 용이하다.
업계 관련자들은 “중장년의 경우 ‘선생님’으로 활동한다는 데 만족도가 높다. 자격증 취득은 몇 개월 안 걸리지만, 오히려 교육 커리큘럼 작성에서 시간이 걸린다”면서 “학교나 문화원 등의 경우 해마다 가을을 전후로 다음 학기 교육 일정과 강사를 정한다. 봄~여름 자격증 취득 후, 가을~겨울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이듬해부터 활동이 가능한 셈”이라며 실제 활동까지는 적어도 1년은 잡고 계획할 것을 권했다. 아울러 “방과후교사 자격증 자체가 필수이거나 핵심 스펙이 아니다”라며 “전문 분야를 정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방과후교실에서 활동하고자 할 때 일정 부분 도움을 받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즉 토탈공예, 창의활동, 독서지도 등 세분화된 자격증이 추가로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확장 이전했다. 노사발전재단은 14일(목)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김종철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황세영 울산광역시 시의회의장 등 내외빈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전 개소식을 개최했다.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 근로자종합복지회관 2층에 자리 잡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울산지역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생애경력설계프로그램과 전직스쿨, 구인구직서비스, 재취업 교육 등 중장년층에 특화된 고용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인생 2․3모작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단계별․유형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생 후반기 계획 수립 및 경력관리․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한다.
노사발전재단 이정식 사무총장은 “울산센터가 울산의 중심지인 삼산동으로 확장 이전함으로써 고객들의 접근성 및 편리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한 울산 중장년층이 계속 우리 사회의 중요 구성원으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노사발전재단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비롯한 전국 12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및 금융특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울산지역에서 다양한 전직지원서비스를 받기 희망하는 중장년 구직자와 기업은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또는 울산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평생 현역시대다.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0월 고용동향 발표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17년 같은 달에 비해 24만3000명이 늘었다. 중장년의 ‘일자리 찾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새 일자리를 찾는 ‘베이비붐 세대’의 진입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장년은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임선화 소장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1 진짜 원하는 것이 뭘까? ‘나를 알아야’
일자리 지원 기관의 실무자들은 “상당수 구직자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하고 싶은 일의 분야를 명확히 말하는 구직자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 심지어는 “그냥 좋은 곳으로 하나 소개해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일자리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임선화 소장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 아무데나 괜찮은 자리로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직무 경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지원 가능한 일자리를 소개받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물론 원하는 일자리의 이상향을 구체화하는 것도 좋다. 업무 분야나 지역, 근무시간 등도 미리 생각해야 구직에 유리하고, 원하는 급여 수준도 어느 정도 정해놓아야 한다. 생계유지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면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 형태의 일자리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2 취업시장에 경로우대는 없다 ‘나를 가꿔라’
“면접 보는 날 등산화에 등산복 차림으로 나타나시는 분도 적지 않아요.” 일자리 지원 기관 실무자들이 꼽는 가장 난감한 경우 중 대표적 사례다. 애써 면접까지 성사시켜놨더니 최소한의 예의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구직 행위는 기업에 나를 선보이는 일이다. 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좋은 인상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중장년 구직자 중 상당수가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기업의 구직자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이 종이 몇 장에 의해 판가름난다.
내가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자신 없다면 관련 기관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전직지원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재취업 상담을 통해 작성을 도와주기도 하고, 구직서류클리닉에선 작성된 서류를 점검한 후 모의면접을 통해 면접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3 나를 위한 ‘꿀’직장은 없다 ‘눈높이를 낮춰라’
중장년 구직자 선호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재취업 시장에서는 잘나가는 대기업 출신 퇴직자가 ‘기피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다. 의외다. 가장 체계적이고 선진화한 시스템의 첨병에 있던 인재라면 사람을 취업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가장 좋은 상품 아닐까? 하지만 전 직장보다 주먹구구식인 시스템에 불만만 쌓일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출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중장년을 받아주는 일자리는 대부분 척박하다. ‘왕년에’ 근무했던 일자리와도 대부분 거리가 멀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업한 50세 이상 취업자 고용 분야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은 농축산 숙련직이 차지했다.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이 뒤를 이었다. 이와 비슷한 통계가 있다. 바로 교육 정도별 취업자 통계다. 중졸 이하 취업자의 분야별 규모 역시 1, 2위가 농축산, 청소 및 경비 관련 순이다. 50세 이상 취업자 통계와 같다. 이는 결국 50세 이상이 얻은 일자리가 흔히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 눈높이를 낮춰 내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4 퇴직 후는 늦다 ‘경력 관리는 미리 준비하라’
정년퇴직 후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 중 상당수는 자격증을 돌파구로 삼는다. 퇴직 후 자격증 획득, 그리고 취업의 순서를 꿈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퇴직 후 준비는 늦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 후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한 구직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이력서를 받아보는 기업 입장에선 경력 공백이 길어진 이유를 의심하기 쉽다는 것. 또 자격증 취득 후 해당 분야로 취직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준비기간은 말 그대로 허송세월이 될 뿐이다. 자격증이 들이대면 구직 문제가 술술 풀리는 ‘마패’ 같은 존재는 아니기 때문. 현장 전문가들이 “자격증 장사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소장은 “퇴직 전 본인의 평판이나 경력, 인맥 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생애경력설계서비스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의 전망 등 정보가 궁금하다면 중장년 취업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같은 기관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5 선입견은 금물 ‘공공기관의 구직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라’
정부부처 산하의 기관이나 지차체 등에서 다양한 구직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직 경험자들이 꼽는 공공기관 구직지원 서비스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대부분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사설기관에선 교재나 경력설계, 자격증 취득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별된 구직정보도 장점이다. 물론 공공기관이라고 모든 일자리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진 않지만, 문제가 될 만한 다단계 등 불량 기업은 어느 정도 선별된다.
마지막으로는 기관의 네트워킹에 있다. 중장년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형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은퇴 뒤 길어진 후반생을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자 시니어 인턴에 도전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이 시대 시니어들. 시니어 인턴으로 시작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삶의 가치를 나누고 있는 ‘상상우리’ 수석 컨설턴트 박생규(66) 씨를 만났다. 그가 말해준 시니어 인턴 성공 노하우? 일단 꼰대만 아니라면 반은 성공이다.
서울시 중구 일대의 작고 큰 건물 사이.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의 아지트인 상상캔버스에서 박생규 씨를 만났다. 그가 하는 일은 ‘취업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는 일자리를, 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 업체에는 일손을 주선해주는 것’이라고 하면 쉬운 설명일 게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궈낸 젊은이들의 회사에, 경력으로 다져진 시니어가 사업에 필요한 보편적 구조를 담당한다는 취지다. 사업체를 꾸리는 데 있어 신·구 세대의 소통이 원활하면 사회공헌활동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젝트. 일자리뿐만 아니라 봉사를 바탕으로 한 기업의 재능기부 현장에서도 박생규 씨는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처음 만났던 날도 악수를 나누기가 무섭게 업무와 관련한 전화를 받느라 바빠 보였다. 쉬는 날은 외부 강의를 하고 시니어 인턴도 찾아가 상담해야 하니 개인 시간 내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하기 위해 급여를 낮추고 여유롭게 일할 수 있게 업무시간을 조율해서 쓰고 있다.
“제가 취업시켜드린 분과 전화하는 거예요. 올해 벌써 시니어 5명이 취업했네요. 취업 초기에는 자주 전화합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서서히 연락을 줄이면서 관리합니다.”
2015년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에서 인턴기간 3개월을 마치고 정직원이 된 박생규 씨. 4년이 지난 지금은 자신의 능력을 발판 삼아 일터를 취사선택하며 거듭 성장하고 있다.
“2016년까지 상상우리에서 일했고, 이후 2년 여 정도는 시니어 세대와 이들의 전문성·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주는 ‘사단법인 신나는조합’에 다녔습니다. 업무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두 곳 모두 개인 커리어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이었죠. 최근에 상상우리에서 다시 할 일이 생겨 돌아왔습니다. 2월부터 정식 출근입니다. 대표님과 제 업무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적당한 선에서 방향을 잡게 될 것입니다.”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는 박생규 씨가 컨설팅 팀에서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면 한다. 현재 박생규 씨는 2017년 성동구 성수동에 생긴 서울시 성장지원센터 ‘소셜 캠퍼스 온’에 관심이 많다. 그곳에 입주한 스타트업 회사에 적합한 시니어 인재를 찾아줄 계획이다. 이곳의 운영과 관리를 상상우리가 맡고 있기에 박생규 씨가 귀환을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시니어 개인에 맞춰 취업을 소개해왔는데, 이제부터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찾아 적합한 자리에 배치시키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그런 그림을 그리는 곳이 ‘소셜 캠퍼스 온’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상상우리’에서 시니어 인턴 첫발
지난 2년 동안 박생규 씨가 일했다는 ‘신나는조합’은 상상우리와 인연을 맺게 해준 곳이다. 2015년 ‘신나는조합’에서 진행한 ‘시니어 혁신 사회적 기업가 발굴 육성 사업’에 참여한 박생규 씨는 7주간의 교육 과정을 마친 뒤 시니어 인턴 자격으로 상상우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턴생활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건 할 일이 없는 거였어요. 누구도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할 일을 찾는 것이 제일 급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청소를 했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바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세심한 관찰도 이어갔다.
“가만히 보니까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더군요. 어느 날 내가 도울 일이 없는지 물어보니 ‘마침 잘됐다’ 하면서 엑셀 작업 일을 넘겨주더라고요. 숫자만 기입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숫자를 집어넣다가 수식 몇 개 바꿔서 프로그램을 더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그게 훨씬 간편하고 편했나봅니다. 그다음부터 엑셀 작업은 제가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인턴 기간은 다 끝나가는데 제가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더라고요. 가령 대표가 3개월 인턴 기간 끝났으니 나가라고 할 작정인데, 직원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을 수도 있죠. 나 대표님한테 물어봐야 되겠네요. 진짜!(웃음)”
그래서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다! 박생규 씨가 상상우리를 떠나 있다 다시 들어오면서도 늘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를 멘토와 멘티로 생각할 만큼 돈독하다지만 인턴 기간이 끝났을 때 정말 고민이 없었는지 궁금했다.
Q. 인턴기간이 끝난 후 정직원으로 뽑을 때 망설임은 없었습니까?
“박생규 님 같은 경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기 때문에 저희한테 필요한 분이었습니다. 저와 직원 입장에서도 ‘시니어이기 때문에’라는 생각 별로 안 했고요.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채용한다’였습니다. 인품도 뛰어나신 분이시고요.
Q. 지나친 방송 멘트 아니신가요?
아뇨. 진심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계속 관계를 유지해왔고 또 제 롤 모델이십니다. 교육생들도, 저랑은 상담을 안 해도 박생규 님과는 해요.
Q. ‘상상우리’에 시니어 인턴십이 존재하나요?
저희 회사의 미션이 ‘경험과 지혜가 계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하자’이기 때문에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 다른 부서에서도 일곱 분 정도를 중장년층에서 채용했습니다. 저희는 인턴 채용 방식으로 시니어를 만나지 않습니다. 상상우리의 교육과정에 참여시키거나 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충분히 모니터링한 뒤 채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니어를 채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어떤 분인지 충분히 봐야 돼서 적게는 3개월, 더 길게도 만납니다.
지난 세월 잊고 미래를 설계하라
박생규 씨의 얘기를 듣고 보니 한층 파격적이고 수준이 다른 시니어 일꾼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해야만 하는 ‘가장의 무게’ 말고 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밑바탕에 깔고 있었다.
공군 중령으로 예편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생규 씨. 30년 군생활을 마치고 나니 그의 나이 49세였다. 평균 수명 백세 시대에 아직 창창한 나이였지만 재취업하기에는 쉽지 않은 나이였다.
“저는 그때 생각을 좀 달리했습니다. 이력서를 쓰되 제안서에 가깝게 썼습니다. 이력은 간단하게 쓰고 내가 당신 회사에 가면 어떤 일을 하겠다고 썼습니다. 퇴직할 때 대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 대기업 하면 생각나는 회사에 이력서를 써서 보냈습니다. 내용증명으로요. 이게 채용 담당자에게로 다 전달됐습니다.”
공군에서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던 이력을 활용해 현대정보기술을 거쳐 SK 등에서 활약했다. 박생규 씨를 만나기 전 타 매체에 소개된, ‘공군 예편하고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이력을 큰 의미 없이 읽었는데 모두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발굴해낸 자리였음에 새삼 놀랐다. 게다가 한창 일하던 시기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12번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생각했던 것이 봉사였다.
“그때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새 삶을 주신다면 남을 위해서 한 손을 쓰겠다고요. 기도를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병원에 있으면서 어떻게 남을 도와줄 것인가 고민했죠. 2012년도부터 항암치료를 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자원봉사문화 소속으로 NPO 단체 혹은 일반 기업에서 인사와 노무 관련 문제를 해결해드렸습니다. 시니어 인턴도 하게 되고 제에게 딱 맞는 기업을 만나 일하고, 연계하고요. 무엇보다 시니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잖아요. 저는 제 평생 직업을 봉사에서 찾았다고 말합니다.”
시니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오랜 시간에서 나오는 노련함이다. 한계를 모르고 도전하는 자세로 세대와 소통하고 공감해온 것이 지금의 박생규 씨를 만든 게 아닐까.
“내가 나의 경쟁력을 만들지 않으면 힘들어요. 제가 일자리를 찾아드리는 분이 별 고생 안 하고도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01 꼰대는 안 된다(꼰대 체크리스트 참조).
02 취업이 아니고 봉사라고 생각하라.
03 업무시간은 때우는 시간이 아니다. 채우는 시간이다.
04 사회 초년생, 신입의 자세로 임하라.
05 나는 회사의 주인이 될 거다’라고 생각하라.
-돈 버는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일 욕심도 내지 마라.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라.
-50대 이후 제2직업으로 사는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자기중심’으로 살아야 한다.
01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02 대체로 명령조로 말하는 습관이 있다.
03 후배의 업적에 대해 칭찬보다 약점을 언급한다.
04 “내가 너만 했을 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05 유명인이나 고위직에 있는 사람과의 인연을 자주 자랑한다.
06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유난히 민감해한다.
07 칭찬을 들어도 그 칭찬의 양과 질에 불만이 많다.
08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해놓고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주로 말한다.
09 연애사나 자녀 계획 같은 사적인 고민에 조언해주려고 자주 안달한다.
10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 후배에게 토라진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노인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을 위해 시행 중인 ‘시니어 인턴십’ 사업. 시니어에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중장년 인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있다. 2018년 시니어 인턴십의 개요와 성과 등을 인포그래픽으로 한눈에 살펴보자.
자료 제공 및 도움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 최근 3년 시니어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은 만 60세 이상이면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및 운영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해야 지원할 수 있다.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원일자리사업 등에 이미 참여 중이거나, 당해 연도에 2개 이상 사업장에 참여 또는 동일 사업장에 재참여하는 경우엔 지원이 불가능하다. 참여 기업은 만 60세 이상 시니어를 고용할 의사가 있는 4대 보험 가입사업장 중 근로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는 기업 및 비영리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기업에는 인턴 기간(최대3개월) 중 월 급여의 50%를, 인턴 종료 뒤 6개월 이상 계속근로계약 체결시 최대 3개월을 추가 지원하여 1인당 최대 240만원('19년 기준)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 2018년 시니어 인턴십 참여자들은?
지난해 시니어 인턴십 참여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60~64세가 303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연령 참여자 수는 2012년 1259명으로 시작해 2017년 2497명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2018년 3000명을 웃돌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의 2배에 달하며, 평균 연령은 65세로 같았다. 월평균 급여는 남성이 176만3292원, 여성이 136만6405원으로, 2017년
1인당(남녀) 월평균소득 136만8793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 직군별 참여 인원
3개월 미만의 계절수요업체, 소비향락업체, 다단계판매업체, 임금체불 사업장을 비롯해 각 부처 및 지자체 예산사업으로 설립 또는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 기업은 시니어 인턴십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또 기존 참여기업 중 최근 2년간 계속고용 실적이 없는 곳은 제외하는 등 계속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기업 선발 및 직군에 중점을 두고 있다.
◇ 계속고용률 추이
‘계속고용률’이란 시니어 인턴십 참여 완료자 대비 계속고용된 비율을 뜻한다. 2018년은 ‘시니어 인턴십’ 사업 이래 계속고용률이 96.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시니어 인턴십 총괄 운영 및 성과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기업지원부 김정훈 대리는 “참여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1년 이상 장기고용의사가 있는 기업을 우선으로 선발하고 있다”며 “이전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 중에서도 성과가 좋았던 곳에서 진행하는 덕분에 계속고용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정년퇴직을 1년 남긴 시점에서 날아든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공고. 평생을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기쁨으로 알고 일해온 홍노희(洪魯憙·59) 씨는 고민에 휩싸였다. 정년을 채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후배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떠나주는 것이 사랑하는 회사를 돕는 길일까. 37년을 상용차 제조 현장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해온 그의 고뇌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결같았던 이른 새벽 출근길 떠오른 확신은 결심으로 변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2018년 2월의 일이다. 그 후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1981년.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아이콘 청계고가 위를 포니가 신나게 달리던 시절. 당시 현대자동차는 북미 수출의 꿈을 안고 포니2의 개발을 준비 중이었다. 홍노희 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갓 입사한 청년이었다. 그는 그 시절의 현대자동차를 이렇게 회고했다.
“포니가 인기를 얻으면서 공장은 활기로 넘쳤죠. 저는 특장차 조립 일을 했는데, 건설 붐을 타고 수요가 폭발했던 레미콘 같은 차량을 담당했죠. 컨베이어벨트에서 맡은 부분만 조립하는 소형차와 달리 대형 상용차들은 몇 명이 달라붙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부품을 조립해 완성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내가 만든 차’라는 자부심이 컸고, 소소한 부분까지 공을 들였죠.”
32년간 품질관리 매달려
그런 노력이 회사의 눈에 들었는지, 품질관리라는 개념이 생산현장에 도입되면서 담당자로 발탁된다. 입사 5년 차에 시작한 품질관리 업무는 그렇게 32년간 평생 직업이 됐다. 회사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실력을 발휘해 2004년과 2006년에는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우수분임조 은상을, 2010년에는 금상을 받았다.
“사실 품질관리라는 분야는 시어머니 같은 역할입니다. 협력업체에서 부품이 제대로 만들어져 왔는지, 그 부품들을 제대로 조립했는지 확인하는 일이니까요. 모든 수치를 암기하고 있어야 했죠. 검사할 때마다 자료를 찾아볼 순 없으니까요. 또 간혹 조립 담당자와 갈등도 있습니다. 조립자들은 할당된 생산량을 맞춰야 하는데, 품질관리자가 시간을 잡아먹는다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스펙에 미달하는 것을 용인할 순 없었죠.”
퇴직 후 예상과 다른 현실에 당황
그의 퇴직 스토리를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가족의 반응이었다. 만류는 없었을까?
“아내도 이제 쉴 때가 됐다며 응원해줬어요. 몇 년만 잘 버티면 연금도 나오니까 일찍 노년의 삶을 준비할 기회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회사 후배들이 말렸지만 저는 퇴직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나 덜컥 퇴직하고 나서 당황했다. 그는 “생각과는 달랐다”고 고백했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었다.
“텃밭에서 과실수를 관리하고 닭 모이를 챙기는 것이 평생 생산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일다운 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돈 걱정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끊기니 심리적 압박도 있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재취업.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관련 교육도 받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도움도 받았다.
그런 와중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그의 퇴직 소식을 들은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품질관리를 맡아 개선해줄 수 없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것. 그리고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의 우수 협력사로 꼽히는 중견기업 평안정공주식회사에 입사했다.
자동차 산업에 도움될 수 있어 보람
“긴 공백기 없이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특히 제가 그동안 해왔던 품질관리 일을 할 수 있어서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또 고향 같은 전 직장에도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더 즐겁습니다.”
물론 회사의 규모도 문화도 다른 조직에서의 적응이 쉬울 리는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부품을 갖고 조립만 하다가, 직접 쇠를 깎고 다듬는 과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우리 회사는 상용차 후륜의 구동부(rear axle housing assembly)를 만들고 조립해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100분의 1mm만 틀어져도 조립이 되지 않거나, 윤활유가 새어 나오기 때문에 높은 정밀도를 요구해요. 매일 생산되는 약 1000대분의 부품에 문제가 없게 하려면 품질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출근 초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불량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는 “몽롱했다”고 표현했다. 사람 손에서 나는 오류는 확인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공정에서 다시 점검하는 ‘키퍼(keeper) 제도’를 도입하는 등 품질관리 과정을 보강하고, 경영진을 설득해 장비도 새로 들였다. 2억 원이 넘는 투자는 곧 품질로 나타났다. 입사 초기보다 10분의 1 이하로 불량이 줄었다.
“새로운 회사에서 제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너무 즐겁습니다. 저를 믿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경영진을 만나게 된 것 역시 제겐 행운이죠. 평생의 보람이라 생각하는 이 일을 회사에 보탬이 되는 한 계속하고 싶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인턴’을 보고 시니어 인턴에 대한 로망을 갖는 이가 많다. 전문가들은 시니어의 경우 요즘 청년들처럼 온라인을 통해 채용 공고를 확인하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나가면 좋을지 단계별로 정리해봤다.
도움말 이희수 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재취업 교과서’ 저자)
◇ STEP 1. 시니어 인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까?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사이트나 앱 등을 통해서는 시니어 인턴 채용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한국노인인력개발원(보건복지부)에서 공모한 전국 80여 곳 운영기관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중장년 여성이라면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새일여성인턴제(여성가족부)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각 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방문). 각 운영기관에서는 개인의 경력과 역량에 맞는 기업과 일자리를 연계해주고, 관련 직무 교육 등을 진행한다. 기관 방문 전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 등을 되짚어보고, 어떤 일을 시작하면 좋을지 미리 정리하면 원활한 상담에 도움이 된다. 먼저 워크넷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등을 통해 개인의 역량이나 선호 직업을 가늠해볼 것을 권한다.
Tip 내게 맞는 직무 찾으려면? 워크넷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 & ‘중·장년 직업역량검사’
‘준·고령자 직업선호도검사’는 50대부터 80대 미만을 대상으로 흥미에 따른 고령자 적합 직업을 제시하고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장년 직업역량검사’는 만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장년 근로자의 후기 경력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 역량을 진단해 15개 직종 중 재취업에 알맞은 3개 직종을 추천한다. 워크넷 홈페이지 로그인 후 검사 가능하다.
◇ STEP2.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하기
지원할 기업마다 제출할 서류나 양식은 다르겠지만, 구직활동을 하려면 기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력서는 직무 관련 최근 경력 위주로 작성하고, 사진은 6개월 이내 찍은 것으로 포토샵이 과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성장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기재하는 글이 아니다. 소중한 인생 경험을 토대로 한 자신의 가치관을 두괄식으로 작성한 뒤 각 항목마다 2매(400자) 이내로 쓰면 된다. 작성이 끝나면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맥이 매끄러운지,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은 없는지, 연락처 등 인적 사항에 틀린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항목별 작성 요령
❶ 지원 동기 지원 동기를 쓸 때는 자기 가치관과 경력이 지원하는 직무와 연관돼 있다는 것, 즉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를 탐색해봐야 한다. 먼저 회사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연혁과 회사의 인재상 등을 분석하며 자기 가치관과 잘 맞는 회사인지 살펴본다.
❷ 경력 사항 경력 사항을 과거부터 일일이 작성하면 시각적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이력 순으로 적되 강점 위주의 경력을 최우선으로 기재한다. 만약 경력단절 기간이 있다면 그 이유를 자기소개서에서 밝힌다.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 없는 경력은 과감히 배제한다. 가령 조각 경력이 많을 경우 공통된 직종이나 직무로 묶어 정리하자.
❸ 입사 후 포부 또는 직무 수행 계획 입사 후 포부를 얘기할 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잘하겠다, 열심히 하겠다 등)은 삼가고, 그동안의 직무 성과를 수치로 정확하게 적는다. 직무 수행 계획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업무에 초점을 맞춰 작성한다.
❹ 추가 사항 국가 공인 자격증과 직종에 관련한 자격증을 빠짐없이 적는다. 이전 직장에서 받은 공로상, 우수사원상 등의 이력도 기록한다. 취업훈련센터 등에서 이수한 내용과 발령청 등도 함께 기재하면 도움이 된다.
Tip 시니어 스펙은 인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맞는 이력을 가려 쓸 용기가 필요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 지나치게 화려한 과거의 이력이 오히려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 STEP3 취업의 마지막 관문 ‘면접’
시니어의 경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보다는 대면 면접 비중이 큰 편이다. 면접은 조직에 잘 융화가 될 만한 인재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다. 예상 질문을 몇 가지 추려보고 답변 연습을 해보자. 단, 암기하듯 답변을 준비하면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쉬우니 주의한다. 면접 당일에는 외모를 단정히 한다. 면접관이 자신보다 젊고 경력이 적어 보여도 가르치는 듯한 표현을 쓰거나 장황하게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시니어 면접 시 자주 나오는 질문
• 경력단절 기간이 긴데, 그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 다른 직원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연세가 있으신데 일을 하시기에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 젊은 동료들과 의견 충돌이 나면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 필요로 하는 경력이 짧으신데 근무하시기 괜찮을까요?
• 지원하는 분야에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신데 대안이 있으신가요?
Tip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지병이 있을 경우 ‘건강상의 문제’는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까?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설명한다. 가령 몇 개월 전에 발병이 되었고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자신감과 정신적인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 통해 자신이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고, 정신적인 건강은 이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 STEP4 인턴 입사 후에는?
인턴으로 입사 후, 넘치는 의욕과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업무 매뉴얼과 상황을 숙지하기도 전에 자기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거나, 나이 어린 상사에게 이런저런 충고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종 고용이 되기까지 인턴 기간에 다음 세 가지 조언을 잘 새겨두도록 하자.
❶ ‘왕년의 나’를 잊자 과거의 직위라든가 어설픈 사회 경험을 앞세우는 것은 동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왕년에 무엇을 했든 현재가 중요하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을 직시하자. 나이를 떠나 누구에게든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❷ 먼저 앞서가지 말자 너무 왕성한 행동도 금물이다. 도움 요청도 안 했는데 자꾸 나서면 자칫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회사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자기 경험을 믿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동도 주의한다.
❸ ‘인턴’ 기간을 잘 버티자 인턴 기간은 법적인 노동 수습 기간이다. 비굴하지 않은 낮은 자세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면 된다는 자존감으로, 바다 같은 넓은 이해심으로 잘 버티자. 강해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버티다 보면 강해진다.
◇ 이희수 대표의 Tip 'Q&A로 알아본 시니어 인턴'
Q ‘시니어 인턴’이라고 하면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상과 현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로버트 드 니로의 역할은 참 매력적이죠. 미국 특유의 직장문화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비교해볼 때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삶의 연륜을 통해 나오는 행동과 조언으로 세대 간 융화를 이끌어내는 시니어의 역할은 우리 현실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Q 막상 시니어 인턴의 직무를 보면 급여가 낮거나, 기대하던 업무 수준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요?
인턴을 포함한 재취업 과정에서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자신만 더욱 초라해질 뿐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턴 직무를 선택할 때는 다른 조건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에 지원하길 권합니다.
Q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외에도 기업체에서 진행하는 인턴 채용이 있습니다. 중간 기관 없이 개인적으로 지원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니어 인턴 제도하에 정부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아닌, 근로자 5인 미만인 업체에서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혹 단기간 저임금으로 중장년 인력을 부당하게 활용하는 업체들도 있어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워크넷, 지역 일자리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을 통해 신뢰할 만한 업체인지를 꼭 알아본 뒤 지원해야 합니다.
Q 인턴 활동 중 대인관계, 직무 관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인턴 알선을 진행했던 운영기관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을 권합니다. 시니어의 ‘가르치려 드는 행동’이 종종 젊은 동료들과의 갈등을 일으키곤 합니다. 할 말이 있다면 조언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습니다.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고충의 시작입니다.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Q 인턴 종료 후 고용 연장이 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다음 계획을 준비해야 할까요?
인턴 기간이 종료된 후 고용 연장이 안 되는 이유가 본인의 능력 부족인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회사의 이러저러한 여건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개인의 역량 문제라면 그 상황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자신도 인식할 만큼 일처리의 부족함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나의 결함이나 문제 등을 분석해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별다른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회사 사정으로 인한 결과이니 낙담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가는 현재 우리는 ‘나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하지?’ 등의 주제로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 또는 고민을 하게 된다.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퇴직 평균 나이는 49.1세라 한다. 이때부터 다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이나 곧 퇴직을 앞둔 퇴직 예정자들은 노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일자리위원회·관계부처 합동)’을 보면, 신중년 대상 장기근속을 위한 개선방안, 전직 지원 및 신규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고용창출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고용안정장려금, 장년고용안정지원금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및 일자리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책들은 대부분 만 45~60세 이상의 연령을 대상으로 신규 고용과 정년 연장 또는 임금 보전 형태의 지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보다는 일자리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64세인 중장년층은 평균 49.1세에 실직을 하게 되지만 이들 중 64.1%가 생활비에 보탬(59.0%), 일하는 즐거움(33.3%) 등의 이유로 평균 72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용 유지를 위한 정책 대상의 나이와 일하기를 희망하는 나이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6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도 정책 지원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정년이 60세인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59세 김OO 씨. 정부의 고용안정 관련 지원금을 받아 정년을 62세까지 보장을 받았다. 김OO 씨는 일하고 싶어도 62세에 퇴직을 하면 실업자가 된다. 이 경우 김OO 씨는 62세 이후 정부지원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가 고용유지 기간이 짧거나, 계약직 등으로 불안하다면 김OO 씨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김OO 씨의 사례처럼 중장년, 특히 60세 이상의 시니어(여기서는 60세 이상을 시니어로 칭하겠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은 시니어가 소득 단절과 노년기 여가 및 사회활동 부족 등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2016년부터 정년 연령을 넘기 시작해, 2024년에는 정년을 초과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더 커질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55세 이상의 인구는 1389만 명, 2024년도에는 1843만 명으로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인턴 제도, 희망인가?
대안이 없는 것일까? 아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사업이 진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만 45~60세 내외의 고용유지 중심 정책을 지원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도입 당시 공익참여형과 공익강사형, 인력파견형과 시장참여형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활동 유형이 세분화되고 신규 사업 유형이 개발되어 2011년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 기업 등과 같은 시장자립형 노인일자리사업, 2014년 재능나눔활동, 2017년 기업연계형 사업 등으로 나눠진 일자리 지원 사업이 작동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만 60세 이상인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 직업 능력 강화 및 재취업 기회를 촉진함과 동시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인턴십 사업은 60세 이상 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에게 인턴기간(3개월) 중 월 급여의 50%의 급여를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인턴기간 종료 후 계속근로계약(6개월 이상) 체결 시 최대 3개월간 급여의 50%를 추가 지원(전략직종형 최대 월 40만 원·일반형 최대 월 30만 원)한다.
시니어 인턴십은 인턴형과 연수형으로 나뉜다. 인턴형은 단기 근로자 신분으로 고용되어 3개월간의 정부 지원 종료 후 기업이 계속고용 여부를 결정한다. 연수형은 기업이 직접 근로자와 계약을 맺고 해당 직무 연수생으로 3개월간 교육을 시킨 후 신규 채용하는 방식이다.
인턴 채용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나 시니어 인턴십 운영기관에서 신청한 뒤 해당 운영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기업 상담을 거쳐 결정된다. 현재 전국 100곳의 사업장에서 운영 중이다.
[표1]의 노인일자리사업은 시니어 계층이 ‘일하는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표2]와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강화된 지원 사업 분야는 지속적으로 증가(단, 2017년은 기업연계형이 새롭게 진입해 실적이 하락)하고 있으며, 취업유지율과 계속고용율, 1인당 월평균 소득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시니어 계층에게 긍정적인 일자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노인일자리사업 통계에 따르면, 시니어 인턴십의 경우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 도매 및 소매업 등 단순 기능직 중심의 일자리 연계가 55.1%를 차지하고 있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시니어 인턴 일자리가 대부분 경비 아니면 운전밖에 없는 것이다. 일자리 지원 사업이 기존 일자리를 기반으로 저숙련,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로 연계되는 현실은 대체 가능한 인력이 많은 시니어에게 여전히 고용불안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니어만이 할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시니어 인턴 제도를 디딤돌로 새로운 일자리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력과 역량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17년까지 고용노동부에서 수행해왔던 중장년 인턴제는 근로조건, 직무불일치(43.7%), 고령자 고용을 꺼리는 편견(34.8%), 건강상태(20.8%) 등의 문제가 지속되어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으로 대체했다. 이는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신중년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선발해 우선지원대상기업 월 80만 원, 중견기업 월 40만 원 등의 수준으로 고용지원을 하는 제도다. 이 사업은 신중년의 적합직무 유형을 경력활용, 역량강화, 신직업 도전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지원된다. 서울시도 이와 유사한 50플러스 보람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만 50~67세까지 월 57시간 이내(월 52만5020원) 근무하는 인턴을 위한 공헌형·혼합형 중심의 일자리 지원 체제다.
[표4]에서 보듯이 시니어 계층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선택을 통해 직무와 직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 분야를 보다 전문화, 세분화해 취업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시니어 세대가 바라는 취업처를 모두 포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너무 전문적이어서 다른 세대와의 일자리 경쟁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 근력 등의 저하가 발생해 높은 노동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기능직 분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시니어는 주니어가 경험하지 못한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가졌다. 그리고 퇴직 후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직무 경험과 노하우를 유지한 채 타 직무로의 전직을 해야 하는 노동생산성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제는 일자리 지원 정책이 직업 또는 고용유지 정책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일자리 관련 정책과 연계해야 할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각 정부 및 지자체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부족한 인력이 각 분야에서 활동 경험과 역량이 출중한 산업 현장 전문가들일 것이다. 시니어는 이러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직업 중심의 일자리 지원보다 시니어가 보유한 직무 능력을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이 직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 발굴과 지원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품질, 마케팅, 경영, 인재선발, 해외진출, 생산관리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직업훈련을 받거나 예비 창업자들은 경험이 풍부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현재 중장년 또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은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시니어 계층의 노하우가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니어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유지 기능만으로는 안 된다. 일하고 싶어 하는 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지원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으로 시니어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청년창업자와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 및 대안제공 전문가, 자문 및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산업별, 직무별 전문가 직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시니어 인턴십 사업과 고용노동부의 장년 인턴제 등을 포함한 시니어 인턴 제도가 복지수혜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도 정착되어야 한다. 시니어 일자리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부처를 통합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겠다.
고령화 미래 직업을 고민해야 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가 창의융합형 인재라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의 역할이 더 증대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니어 대상 일자리 지원 방향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오늘날에 앞으로 사라질 직업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일정 교육 과정을 거치고 실무현장에서 은빛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시니어 인턴들에게 재취업 혹은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시니어 개인으로서는 앞으로 다가올 직업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시니어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업의 융합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니어 인턴 제도의 일자리 정책은 시니어가 보유한 노하우나 자원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기반 직업 마련을 위해 펼쳐나가야 한다.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