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여명이 빠르게 늘어나며 이른바 ‘100세시대’ 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노후 준비가 부족한 은퇴 세대나 시니어들은 장수(長壽)가 오히려 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안락한 노후 생활을 원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막막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해도 현실적인 제약이나 부담이 적지 않다.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행복한 100세시대를 누리려면 3가지 필수 항목을 갖춰야 한다. 노후 자금과 건강, 그리고 가족이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하고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가족 관계를 잃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충분한 노후 생활 자금이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경우 대부분 노후 자산 준비가 부족하다. 상당수가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도 노후에 필요한 생활자금을 충당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전체 자산 중에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너무 높은데 반해 부동산을 활용한 노후 재테크는 놓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가계자산조사에 따르면 은퇴 시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평균 자산 규모는 3억3775만원이고 그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3%(2억5785만원)로 높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 환경은 급변했고 별다른 준비 없이 은퇴와 노후를 맞게 된 대다수 베이비부머들의 노후 생활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행복한 100세시대를 위해서는 부동산에 치중된 노후 자산을 점검한 후 적당한 비율로 부동산 자산을 줄이고 포트폴리오도 노후 생활에 맞게 재설계 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은퇴 세대와 시니어들이 노후 준비를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부동산 자산의 다이어트와 체질 개선이다.
보유한 부동산의 종류와 규모, 현재 컨디션과 처분 가격을 체크해보고 미래 가치를 따져본 후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이미 수익을 낸 상품, 보유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은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 대체로 보유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주거용 부동산은 거주할 주택과 보유 가치가 뚜렷한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매각하는 것이 좋다.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대형 주택은 소형으로 다운사이징 하거나 상대적으로 투자성이 좋은 신축 주택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올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고 2년 미만 단기 양도세율이 완화됐으며 취득세율은 항구 인하돼 주택 거래 시의 세금 부담이 줄었다.
직접 거주하는 주택 한 채는 주택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가 9억 원 이하의 1주택을 보유한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 부부라면 죽을 때까지 내 집에서 맘 편히 거주할 수 있고 매달 꼬박꼬박 연금도 나온다.
70세 어르신이 시가 3억 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주택연금에 가입한다면 매달 수령액은 100만원 정도다. 거주용 주택의 보유조차 꺼려진다면 시니어를 위한 임대 주택이나 서비스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의료 서비스와 탄탄한 커뮤니티를 갖춘 시니어 타운이나 휴양 시설도 늘어나고 있다.
불필요한 부동산을 처분한 자금으로는 부족한 노후 생활자금을 보충해 줄 금융 상품이나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소형주택이나 소규모 빌딩, 상가 등을 구매해 은퇴 이후 제 2의 월급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이미 지역별로 공급 과잉과 수익률 하락 등의 리스크가 커진 상품은 피해야 한다.
임차인을 구하기 쉽고 공급 희소성이 있는 틈새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월세 수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기대 수익률은 조금 낮추더라도 공실 위험이 낮은 안전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
지난 12월부터 시행된 준공공임대제도나 오는 2월부터 시행되는 기업형임대관리업처럼 정부가 내놓는 새로운 지원 제도나 임대 정책도 잘 살펴보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임대 경험이 부족한 은퇴자나 시니어들은 안정적인 임대 관리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 임대관리 업체나 시설 관리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최근들어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장년층들이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한 재취업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자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생애 주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은 만 53세였다. 이는 정년연장은 고사하고 55세 정년에도 못미치고 있는 수치다. 때문에 은퇴전부터 인생 2막을 위한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지자체 및 기업들간의 지원 프로그램이 점점 증가하면서 이들을 돕기위한 지원이 다양화 돼 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베이비부머 세대의 제2의 인생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열였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옛 국립보건원 건물로 1300m²(390평) 규모다. 강의실, 정보검색 공간, 커뮤니티방, 자원봉사실, 북카페 등을 갖췄다. 시는 “경제활동을 희망하는 중·장년층의 시민에겐 재취업·창업을 지원하고, 사회공헌을 원하는 시민에겐 재능기부 기회를 제공하는 등 신노년층의 다양한 사회·경제활동 욕구를 반영해 연령별, 소득·지식수준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현재 바리스타, 경로당코디네이터, 통합사례관리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직업교육을 한다. 교육은 사흘 내에 끝나는 단기 교육부터 한 달 넘게 진행되는 장기 교육, 실습, 현장 방문, 워크숍 등까지 다채롭다. 교육비는 무료지만 출석률이 90%를 넘어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지난달 초 퇴직자 혹은 퇴직예정자의 재취업을 지원할 ‘대한상의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열었다.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서는 구직자들이 직접 중소기업 현장체험 기회를 갖는 ‘기업 현장방문단’을 운영하고 즉석 면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센터는 40대 이상 중장년의 재취업을 비롯해 창업, 생애설계 지원, 교육·훈련 등의 종합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외에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구직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는 기존 노사발전재단 등 19개센터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대한상의를 비롯해 고양상의, 목포상의, 충남북부상의, 평택상의, 대한은퇴자협회 등 6개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은퇴자들을 돕기위해 기업들 역시 동참했다. SK텔레콤은 만 45세 이상 베이비붐 세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창업을 지원하는 ‘브라보! 리스타트(BRAVO! Restart)’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베이비붐 세대 경험과 지식, SK텔레콤의 ICT 역량을 결합해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성공 스토리를 발굴하고 ICT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선정된 10개 팀(또는 개인)은 2000만원의 창업준비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공간, 멘토링, 기술, 마케팅 인프라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또 기술개발자금이 최대 1억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KT는 향후 3년간 총 10만명의 은퇴자에게 정보기술(IT)활용교육을 실시하고 1000명의 전문강사 ‘드림티처’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은퇴자 재능나눔 프로그램 ‘시소’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ICT 기반 중장년층 창업지원 프로그램인‘BRAVO! Restart(브라보 리스타트)’ 성과 발표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는 브라보 리스타트 업체 대표와 직원, 벤처 창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외 멘토, SK텔레콤 프로보노 등이 참석했다. 각 업체 대표들은 지난 5개월간의 사업 성과를 발표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시연 및 전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들도 참석해 사업 모델을 살펴보고 모의 투자도 진행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발표한 ‘행복동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지난 해 7월 15일 부터 운영했다.
브라보 리스타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 정착에 이르기까지 창업전반에 걸쳐 지원했다. 브라보 리스타는 △자금 지원, △교육, △컨설팅, △전문가 멘토링, △전용 업무공간, △기술 개발 및 마케팅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브라보 리스타트 지원 기업 중 ‘스마트 짐보드(허브앤스포크)’, ‘글로벌 큐레이션 서비스(버즈비)’ 등 이미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했다. 이 밖에도 SK텔레콤과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화가 추진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SK텔레콤은 6개월간의 공식 지원 기간 이후에도 창업가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행복창업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마케팅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사외 전문가와 SK텔레콤 프로보노를 통한 정기 멘토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지난달 27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브라보 리스타트’ 2기를 모집하고 있다. 공모 대상은 만 45세 이상 예비 창업가 및 초기 창업가(창업 3년 미만)로, 온라인 행복창업지원센터 포털을 통해 접수하면 된다.
SK텔레콤 김정수 CSV 실장은 “SK텔레콤의 차별화된 지원과 창업가들의 열정적인 노력이 만나, 서로 함께 하는 동행을 통해 성공 스토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인 창업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브라보 리스타트가 베이비붐 ICT 창업의 롤모델, 나아가 ICT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