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요즘. 바이러스를 둘러싼 궁금증과 그 해답을 정리해봤다.
감수 및 도움말 이찬희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
참고 및 발췌 도서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 이야기’(대한바이러스학회)
Q1 바이러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아직 바이러스의 기원은 명백하지 않다. 먼저 자체적으로 증식하지 못하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는 특성 때문에 생명체 출현 이후 나타났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한편 가장 기본적인 생명 요소인 유전자와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에 세포보다 먼저 출현했다는 주장도 있다.
Q2 인간이 바이러스를 만들 수도 있을까?
2003년 미국 생물에너지대안연구소에서 단 14일 만에 인공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08년에는 한국 과학자들이 치료 목적의 암세포 킬러 인공 바이러스를 제조해냈다.
Q3 바이러스의 크기는 얼마나 작은 걸까?
막대 모양 바이러스는 수백 ㎚(10억 분의 1m)이며, 둥근 모양 바이러스는 수십 ㎚에 불과하다. 일반 세균은 ㎛(100만 분의 1m) 단위로, 바이러스에 비하면 1000배 정도는 큰 입자인 셈이다.
Q4 지구상의 바이러스, 얼마나 될까?
1989년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통해 바닷물 1㎖ 속에서 2억5000만 개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지구상의 바이러스 수가 1030개에 이른다고 하는데, 일렬로 죽 세우면 그 길이만 무려 2억 광년이 넘는다. 이는 태양계 너머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다다르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치다.
Q5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실제로도 둥글까?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많은 바이러스가 정20면체 구조를 가진다. 정20면체는 정다면체 중 면의 수가 가장 많고, 구에 가까운 안정된 구조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둘러싼 단백질 껍데기(capsid)가 정20면체 모양을 띠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부 충격으로부터 유전물질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다.
Q6 모든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해로울까?
바이러스 99.9%는 인간이 아닌 다른 숙주에 서식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0.1%만이 인간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셈인데, 이 또한 절대량으로 보면 무수히 많다. 그렇다고 모든 바이러스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대부분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감염돼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Q7 착한 바이러스, 나쁜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을 파괴하고 섬멸하는 바이러스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항생제 대신 전염병을 치료해 일명 ‘착한 바이러스’라 불린다. 이와 반대로 ‘나쁜 바이러스’도 있다.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이에 해당하는데, 대표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를 꼽을 수 있다. 원래는 야생 조류에게만 감염되던 바이러스였는데 돌연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도 감염을 일으킨다.
Q8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얼마나 될까?
바이러스의 생존과 관련해 흔히 ‘바이러스가 죽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감염성을 잃어버렸다’(불활화)고 설명하는 게 정확하다. 바이러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수일은 물론 수년까지도 감염성을 지닌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외선이나 열, 에탄올 함량 70% 및 염소 함유 소독제 등에 노출되면 감염성을 잃는다.
Q9 바이러스가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해양 생태계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20~40%는 매일 바이러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덕분에 수계 내 세균 개체 수가 조절된다. 이렇듯 바이러스가 특정 숙주 집단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걸 억제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Q10 간염 바이러스는 몇 종류일까?
A, B, C, D, E형 총 5가지
Q11 바이러스 감염이 암으로 진행될 수 있나?
전 세계 암 환자 중 약 12%가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 유발 바이러스는 총 7가지인데, 20여 종의 암과 연관돼 있다. 자궁경부암과 B형 간암을 제외하고는 아직 백신이 없어 감염 예방이 최선이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영향이 다르니,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12 열대 모기 전염 바이러스는 안심해도 될까?
다양한 열대 바이러스성 질병은 모기로부터 전파된다. 우리나라에서 지카 바이러스, 뎅기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확률은 극히 드물지만 지구온난화로 열대 모기를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들이 온대 지방의 모기에도 적응한다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뎅기나 지카의 경우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Q13 인간은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Q14 성인 90%는 암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인간에게서 최초로 발견된 암 유발 바이러스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다. 놀라운 건 전 세계 성인의 90% 이상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암에 걸릴까? 결론은 아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주로 유아기에 가족에 의해 타액으로 감염된다. 그러나 성장하는 동안 면역 세포에 의해 거의 제거되고, 극히 일부만이 암을 유발한다.
Q15 중장년만 지닌 바이러스 기억면역세포가 있다?
1980년 WHO가 지구상에서 박멸됐다고 선포한 천연두가 다시 출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렸을 때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았거나 약하게 감염된 적 있는 어느 정도 나이 든 성인의 일부만 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면역세포를 갖고 있어 이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예방접종 없이 지내다가 만약에라도 이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Q16 우리나라에도 ‘스페인 독감’ 영향이 있었나?
우리나라도 약 740만 명이 감염되어 14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한 1918년이 무오년이어서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됐다. 당시 인구가 1770만 명 정도였으니, 얼마나 위협적인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Q17 역사상 최초의 팬데믹 사태는?
1918년 미국과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스페인 독감이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약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미군 병사 4만3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로 인한 전투력 상실로 제1차 세계대전을 앞당겨 끝낼 수밖에 없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스페인 독감을 앓았으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힌 최악의 바이러스였다.
Q18 코로나19 이전 우리를 위협했던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발병을 일으킨 여러 바이러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건 사스(2002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2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Q19 코로나19 사태 언제까지 계속될까?
코로나19 완치 후 재확진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으나 가능성 중 하나가 재발감염이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잠복해 있다가(이때는 바이러스가 없는 것처럼 보임) 특정 조건에서 다시 증상을 보이는 현상이다. 입술 포진이나 감기처럼 코로나19 역시 잠복과 재발이 일어나며 우리 일상에 만연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포근하다. 서울 날씨가 지난 1월 23일에는 영상 10도, 1월 24일 8도, 1월 25일 9도, 1월 26일 11도, 1월 27일 7도, 1월 28일 9도, 1월 29일 10도, 1월 30일 10도, 1월 31일 7도까지 올라갔다. 이로 인해 새순과 봄꽃이 옛날과 비교하면 일찍 나오고 일찍 핀다. 초봄 같은 포근함으로 인해 봄꽃들이 계절을 착각한 것이다.
꽃이 일찍 피게 되면 벌이나 나비 같은 수분 매개의 곤충 활동 시기가 어긋나 부분적으로는 식물 수분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일찍 핀 꽃은 봄철에 다시 꽃을 피우지 못한다.
꽃이 일찍 피면 보는 사람들은 즐겁고 신기하지만, 식물의 생태계에는 혼란이 온다. 식물의 정상적인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난 1월 28일과 29일에 서울의 안양천을 방문하여 고척교와 오금교 주변의 식물을 관찰했다.
봄까치꽃(또는 큰개불알꽃)이 일찍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꽃다지도 노란 꽃을 피우고 꽃봉오리를 내놓고 있었다.
봄에 가장 일찍 꽃이 피는 목련과 개나리는 벌써 꽃봉오리가 달려 있어 곧 꽃이 필 기세다. 늦은 봄에 피는 장미꽃도 꽃봉오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봄동배추, 영산홍, 수호초도 꽃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다. 더욱이 산수유는 지난해 달렸던 빨간 열매가 그대로 달려있는 나무에 새 꽃봉오리가 나오고 있었다.
소나무도 꽃을 피우려고 하고 있었고 명자나무 가지에도 꽃눈이 나온 상태다. 사철나무도 새순이 일찍 나오고 있었다. 코스모스, 망초, 맥문동, 소리쟁이, 토끼풀, 쑥 등도 새순으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지난해보다 10일 내외 정도는 일찍 싹이 트고 꽃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찍 싹이 나고 일찍 꽃이 피어서 정상적으로 자란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꽃과 싹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는 것이 매년 조금씩 증가하기 때문에 문제다.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식물의 효율적인 육종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식물학 차원에서 향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무쇠도 녹일 듯 찌는 삼복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피어나는 ‘여름 야생화’를 보면서, 미국의 한 심장 전문의가 스트레스 해소 방안의 하나로 처음 썼다는 명언을 새삼 떠올립니다. 7월호에 소개한 해오라비난초를 비롯해 남덕유산 능선의 분홍색 솔나리, 가야산 정상의 백리향, 선자령 숲속에서 피는 붉은색의 제비동자꽃, 그리고 전국 각지의 오래된 연못에서 드물게 만나는 가시연꽃 등등.
그런데 ‘피할 수 없어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염천(炎天)의 뙤약볕을 천혜의 선물인 양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햇살이 가장 강렬하게 내리쬐는 바로 그 시간대에만 꽃잎을 활짝 열고 더없이 맑고 환한 얼굴을 세상에 내비치는 꽃이 있습니다. 바로 꽃은 물론 이파리 등 전초(全草)가 깜찍하다고 할 만큼 작고 예쁜 각시수련입니다.
식물명에 수련(睡蓮)이란 한자가 들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잠자는 연꽃’의 일종인데, 그냥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잠자는 모습을 행여 남들이 볼세라 수면시간에는 어여쁜 얼굴을 닫고 아예 자취를 감춰, 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온 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합니다. 필자 또한 처음 각시수련을 만나던 날 크게 당황했습니다. 남한 내 유일한 자생지로 알려진 강원도의 오래된 못을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분명히 피어 있을 것이라고 전해 들은 각시수련이 단 한 송이도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꽃의 지름이 2~3cm에 불과할 만큼 작아, 못 한가운데 필 경우 멀리서 보면 잘 분간이 안 될 수 있다지만, 그 어떤 피부미인 못지않게 도드라진 순백의 꽃을 ‘천하의 꽃쟁이’가 못 알아보겠느냐 장담했건만 아무리 샅샅이 살펴봐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영문을 몰라 답답해하던 중 자생지를 일러준 꽃 친구의 말이 생각나 무릎을 쳤습니다.
“대개 점심을 먹고 찾아가서 봤다. 아침나절에 가면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아예 볼 수 없다. 보통 낮 1시는 넘어야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미인은 잠꾸러기’란 말이 있듯 오전엔 어김없이 물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수온이 오르고 수은주가 치솟는 대낮이 돼야 잠에서 부스스 깨어나 청초한 꽃송이를 하나둘 물 위에 펼치고 유유자적 여름 뙤약볕을 즐기는 것이지요. 정확하게 낮 1시 15분부터 각시수련의 깜짝 등장을 지켜보면서, 학명 중 속명 님파이아(nymphaea)가 그리스 신화 속 ‘요정(妖精)’ 님프(nymph)에서 따왔다더니 과연 ‘물의 요정’이라 할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애기수련이라고도 불리는 각시수련은 말발굽 모양의 타원형 잎을 물 위에 띄우고 사는 부엽식물(浮葉植物)의 일종입니다. 보통 6월에서 8월까지 한여름에 꽃을 피운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9월 하순에도 싱싱한 꽃을 만날 수 있으니 개화 기간이 알려진 것보다 더 길다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낮이면 꽃잎을 열고 저녁이면 다시 닫는데, 단순히 꽃잎을 여닫는 게 아니라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기를 3~4일 반복한 뒤 열매를 맺고 아예 수면 아래로 잠기면 다시 새로운 꽃이 피는 식으로 서너 달을 지속한다고 합니다.
Where is it?
각시수련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희귀한 특산식물이다. 처음 발견된 곳은 왕래가 끊긴 지 하도 오래돼서 이름도 생소한 황해도 장산곶 몽금포라는 곳인데, 이 때문에 지금도 많은 도감은 황해도 장산곶 또는 황해도 몽금포를 대표적인 자생지로 표기하고 있다. 갈 수 없는 몽금포 이외에 알려진 자생지로는 강원도 고성의 오래된 작은 연못인 천진호가 거의 유일하다. 백두산 주변 습지에도 비슷한 종이 자생하는데, 만주수련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환경부는 고성 이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전형적인 북방계 수생식물인 각시수련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멸종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2년부터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서울신문 기자로 29년 일했다. '김인철의 야생화산책(ickim.blog.seoul.co.kr)'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야생화 화첩기행' 저자.
맹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중부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졌는데,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2도에 바람까지 불어와 엄청난 체감온도를 느껴야 했다. 어제보다 기온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춥다. 이 길고 지루한 한파는 내일 낮부터 영상권을 회복하며 누그러진다고 한다.
이제 겨울 추위를 삼한사온이라고 일컫는 말도 옛말이다. 삼한사온의 온난주기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주 불규칙적으로 변하며 일정기간 지속해서 춥다가 반짝 추위가 가시고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는 이를 13한2온이라 칭하며 바뀐 날씨 주기를 설명하기도 한다.
좀처럼 입지 않고 버티어 내던 겨울 내의를 금년에는 일찌감치 꺼내 입었다. 그것도 아주 두툼한 것으로. 매일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두툼한 점퍼에 마스크와 목도리, 그리고 모자까지 갖추어 완전무장을 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오늘따라 운동하는 장소의 오픈이 1시간여 늦어진다는 연락이 왔다. 늘 아침마다 문을 오픈하는 책임자가 오늘따라 시내에 나갔다가 차가 막히는 바람에 늦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가서 시간을 보내지? 이 추위에...
망설이던 끝에 일단 밖으로 나왔다. 늘 지나다니던 모퉁이에 횟집이 있었는데, 어항속의 물고기들이 왠지 모르게 궁금해졌다. 이 추위에 차디찬 물속에서 어떻게 견디어 낼까?
멍게가 어항 속에서 흔들흔들 몸을 움직이면서 조금씩 이동을 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사실 멍게를 이렇게 관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냥 물속에 잠겨 있는 줄로만 알았던 멍게가 조금씩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거참 신기하다. 통상 멍게는 도서 연안의 10~20m의 수심에 있는 암초지대나 자갈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영하의 맹추위속에서 어항속의 멍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고 자란 암초지대를 끊임없이 그리워할 터인데, 아무리 이리저리 움직여봐도 미끈미끈한 어항의 유리벽만 나타나니 절망이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옆 어항에는 중(中 )크기의 숭어와 갯장어가 함께 있었다. 갯장어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추위와 싸우고 있나보다. 그런데, 숭어의 최적수온은 22~26℃라고 하는데, 어항속의 수온은 꽤나 차가워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숭어의 비늘에 작은 물방울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숭어는 겨울에는 연안보다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먼 바다로 나가 산란을 하고, 봄이 되면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과 함께 연안의 기수역으로 몰려온다고 한다. 하지만 채 한 평도 안 되는 수족관의 수온이 낮다보니 활동성은 떨어지고 둔감해보인다. 어쩌다 자세히 살펴보니 숭어 무리가 한 곳을 향하여 머리를 맛대고 있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햇살을 향해 머리를 모으고 있었다. 아~ 숭어들도 최악이긴 하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대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나보다.
숭어 하면 잠시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한창 젊은 시절, 여름에 인천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로 여름휴가를 떠난 적이 있었다. 당시 청소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 수련회였는데, 민박을 하시던 마을 이장님께서 청년교사 두서너 명의 협조를 요청하셨다. 덕적도 앞 바다 서포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숭어그물을 친다고 했다. 나를 포함한 젊은 청년교사 2명이 이장님을 따라 나섰는데, 일단은 그물을 들고 바닷가 쪽으로 나가자고 했다.
고기를 잡는 방법은 초 재래식 방법이었다. 길이 약 50여 미터쯤 되는 그물을 바닷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약간은 깊은 곳에 반원모양으로 그물을 펼치고 양쪽 끝과 가운데 두어 군데에서 손으로 그물 말목을 잡고 서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썰물이 점차 빠져나가면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숭어들이 그물에 갇히는 것이다. 그 때에 숭어를 건져 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물에 갇힌 숭어들이 그냥 잡힐 리는 없었다. 물이 점차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그물에 갇혔다는 것을 인지한 숭어들이 갑자기 물밖으로 튀어올랐다. 물고기가 그렇게 멋지게 튀어오르는 것을 그 때에 나는 처음 보았다. 마침 석양이 내려앉은 바닷가에 숭어떼가 이리저리 튀어 오르니 석양에 번쩍이는 비늘이 무지갯빛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 여기저기서 환호를 질러댔다. 그 날은 이장님댁 마당에 식탁을 펴고 갓잡은 숭어회와 숭어구이, 숭어찜 등으로 포식을 하던 생각이 났다.
엄동설한 어항 속에 숭어들의 꿈은 무엇일까?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운명이 되어버린 숭어들의 멋진 꿈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바다를 그리워 할 지도 모르겠다.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 자락 덮여도
매화 한 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 도종환의 ‘홍매화’에서
정초가 지나면서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접어들지만, ‘꽃쟁이’들의 마음은 벌써 춘삼월이 코앞에 다가온 듯 들뜨기 시작합니다.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시절을 착각한 복수초나 노루귀 등의 야생화들이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한 달여나 이르게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그중 엄동설한에 피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꽃이 있습니다. 바로 매화(梅花)입니다. 눈 속에 피는 꽃, 즉 설중매(雪中梅)의 그림에 익숙하고, ‘매화는 일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등의 찬사에 너무 길들어서 매화란 으레 한겨울에 피는 꽃이란 선입견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실제 ‘따듯한 남쪽 나라’ 제주도에선 1월이면 팝콘 터지듯 가볍게 터진 하얀 매화꽃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뭍에서도 최근 수년간 이상 난동으로 경남 양산 통도사의 유명한 홍매(紅梅)인 자장매(慈藏梅)가 1월부터 홍색 꽃을 피워 많은 인파를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순천에는 아예 음력 12월이면 피기 시작해, 음력 섣달의 한자 말인 납월(臘月)을 붙여 ‘납월홍매화’란 이름으로 불리는 매실나무가 있습니다. 금전산 금둔사 경내에 있는 홍매화 6그루가 그 주인공으로, 해마다 양력 1월 말부터 3월까지 개화해 남녘의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는 말을 듣습니다. 30여 년 전 인근 낙안읍성에 있는 600년 된 홍매화의 씨를 받아다 키운 것인데, 지금은 어미 납월매가 고사해 이 6그루가 마지막 남은 토종 납월매일 것이라고 합니다.
여하튼 납월매가 됐든, 수령 360여 년의 자장매, 또는 뜻밖에 핀 동네 매화이건 정월은 추위가 뼛속 깊이 스며들수록 그 향이 코를 찌를 듯 짙어진다는 매화꽃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이른바 ‘탐매(探梅)’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길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쉬 끝나는 게 아니라, 봄철 내내 이어집니다.
Where is it?
매실나무가 국내에 들어온 건 약 2000년 전. ‘정원수로 심기 위해서’라는 게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의 설명이다. 당연히 오래된 매실나무가 많고, 이른바 유명한 고매(古梅)를 찾아다니며 즐기는 탐매 순례도 오래됐다. 수령 600년을 넘었다는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仙巖梅),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 구례 화엄사의 흑매(黑梅) 등이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매실나무다. 통도사엔 자장매 외에도 이름난 매실나무가 2그루 있는데, 일주문에 들어서면 먼저 보이는 만첩홍매와 분홍매가 그것이다. 유서 깊은 고불매와 선암매는 담양 계당매(溪堂梅)와 전남대 대명매(大明梅), 고흥 수양매(水楊梅)와 더불어 ‘호남 5매’란 명성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김해의 와룡백매(臥龍白梅)와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栗谷梅), 산청의 남명매(南冥梅) 등 수령 100년 이상 된 고매가 전국에 200여 그루 넘게 산재해 탐매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최근에는 열매인 매실 수확 등을 목적으로 심은 대규모 매실나무들의 연륜이 쌓여 봄마다 농원 일대가 거대한 매화동산으로 변모하면서 수많은 인파가 찾는 매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전남 광양과 경남 양산의 매화 축제가 대표적이다.
어느덧 5월입니다. 꽃피는 춘삼월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숲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변해갑니다. 통상 3월부터 5월까지를 봄으로 분류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인해 몇 년 전부터 종종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등 봄이란 말이 무색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나 몰라라 하겠다는 배짱인지, 5월 중순의 시기에 ‘봄맞이’란 이름이 들어가는 야생화가 여전히 피고 있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만나러 갔습니다.
“그래, 귀하다는 꽃, 나도 좀 자세히 보자.”
“뭐야? 이것 보자고 이 무더위에 서너 시간 달려왔단 말이야?”
꽃 보러 가는 길, 가끔 “바람이나 쐬러 가자. 아주 귀한 꽃 보여주겠다”며 친구들을 설득해 동행합니다. 짙푸른 바다도 보고, 시원한 바람이나 맞자며 즐겁게 떠났습니다. 다만 멀리 동해까지 가는 동안 내심 실제 보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텐데, 공연히 귀한 시간 빼앗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정말 귀한 꽃이야. 원래는 북한 땅에 가야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최근 남한에서도 동해안 서너 곳에서 자생하는 게 확인됐어. 워낙 희귀종이어서 국가에서 보호 대상 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어.”
갯봄맞이의 희귀성, 중요성 등을 애써 강조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심드렁합니다.
“그런데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했듯, 5월 중순이면 봄이라기보다 여름이라고 할 수 있잖아. 실제 폭염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날씨인데, 식물명에 ‘봄맞이’가 들어 있으니 어째 어색하지 않니? 그게 바로 이 꽃의 유별성(類別性), 즉 주로 북한 지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의 특성을 보여주는 거야. 옛날 봄이 늦은 함경도 바닷가에서 5~6월에 피는 이 꽃을 보고 갯봄맞이란 이름을 붙인 거라고….”
나름대로 설명을 이어가자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열심히 보고 사진 많이 찍어라” 하며 응원합니다. 먼 길 오느라, 찾느라 바빴던 마음을 진정하고 찬찬히 꽃을 들여다봅니다. 바다와 분리되어 있다지만 비바람이 강하게 불면 바닷물과 모래가 수시로 넘어올 성싶은 해안 호수, 이른바 석호(潟湖) 가장자리 모래밭에 핀 갯봄맞이. 키가 작은 건 5cm 안팎이고, 제법 큰 것은 20cm를 넘을 정도이지만 무리 지은 모습은 영락없이 ‘잡초’처럼 보입니다. 통통한 줄기에 잎이 좌우로 다닥다닥 달리고, 줄기와 잎 사이 겨드랑이마다 아주 옅은 붉은색이 도는 흰 꽃이 역시 다닥다닥 돋아나 있습니다. 꽃 색이 아예 흰 것도 있다고 합니다. 새끼손톱만 한 꽃은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운데 수술 다섯 개와 암술 한 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잎과 꽃 모두 자루 없이 줄기에 바싹 달라붙어 있어 개개의 꽃을 예쁘게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생지는 극히 소수이지만, 자생지에서 만나본 갯봄맞이의 개체는 수백, 수천을 넘을 만큼 풍성해 멋진 군락 사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멸종위기 야생식물 1, 2급으로 지정된 77종 가운데 광릉요강꽃과 털복주머니란 등 대부분이 자생지와 개체 수가 극히 적은 데다 빼어난 관상 가치에 따른 남획 등 인위적인 위협 요인이 더해지면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면, 갯봄맞이와 같은 일부 북방계 식물은 지구온난화 등 자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남한 땅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어, 종 다양성 유지 차원에서 각별한 보전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Where is it?
갯봄맞이는 황해도와 함경도 등 주로 북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북방계 자생식물로 알려져왔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강원도 고성과 경북 포항, 울산 등 동해안 일대 서너 곳에서 자라는 것이 확인되자 환경부가 2012년 7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남한에서 가장 북쪽인 고성에서는 해수와 담수가 섞여 있어 염담호(鹽淡湖)라고도 불리는 송지호의 가장자리 일부 모래밭에서 자생한다(사진). 밑으로 내려와서는 포항의 구룡포 인근 해안, 그리고 최남단인 울산 북구 해안에서 각각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과 수명연장,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9월 27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조경제연구회(KCERN) 제29회 정기포럼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참여한 각계 분야 패널들의 조언을 담아봤다.
첫 주자로 나선 이남식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은 ‘고령화 위기 진단’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이번 포럼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장은 “디자인 분야에 있는 사람은 사용자(실제 고객)와의 공감을 중요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니어가 어떤 환경에 처해 있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실질적이면서 훨씬 더 폼 나고 위엄 있게 노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토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시니어 분야의 리더십을 발휘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번 포럼의 주최 측인 창조경제연구회의 이민화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것이 고령화”라고 언급하며 “속도는 빠르게, 질은 나쁘게 늙어가는 게 한국의 문제”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KSM(KCERN Silver Model)을 제시해 고령화 현상 및 정책을 분석하며, 고령화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유경제와 긱(Gig) 이코노미의 등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긱은 일종의 소규모 밴드로 인력 매칭 직업의 종말과 프리에이전트의 등장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긱 플랫폼, 일본의 클라우드웍스 등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시니어 프리랜서와 사내 기업가 양성에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초고령화 국가가 되기까지 10년 남았다. 만약 고령화가 선행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에너지가 없을 것이다. O2O(Online to Offline)제도와 기술혁신 등으로 4차산업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두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김일섭 aSSIT 총장의 진행으로 패널 토론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운을 뗀 강시우 창업진흥원 원장은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어려운 은퇴자들은 대개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의 창업에 도전한다. 창업 경쟁이 과열되면 성공할 확률이 낮은데, 그보다는 기술창업 쪽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이롭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시니어창업기술센터가 23곳, 여기에 투입된 기업만 430여 개다. 이곳에서 중·장년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정부 보조금과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해 마련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니어가 경제활동에 기여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소기업의 창업지원을 돕고 있는 박광회 르호봇 대표는 “시니어 세대와 주니어 세대의 협력을 통해 청년과 고령자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협업 모델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멘토 모델이다. 은퇴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청년 세대와 공유하고,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등 세대 간 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민간의 지혜와 집단의 지성이 존중되는 형태로 그들을 돕기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 기획단 단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은퇴자와 청년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단장은 “그동안 노인은 부양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령자의 노동력을 저평가하는 연령 차별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시니어 스스로도 일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후의 경제력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하고 유익한 삶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노호성 웰니스IT협회&협동조합 부회장은 ‘맞춤형 행복 플레이팅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 부회장은 “시니어 인력 활용에 대해 논의할 때 그들의 건강과 체력은 기본”이라며 “시니어의 체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젊은 세대와 차별화해야 한다. 가령 윗몸일으키기나 달리기 등은 그들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없다.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를 찾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재 이투데이 대표 겸 한국SR전략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인의 관점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컨트롤타워가 분명하지 않아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오갈 뿐”이라며 “고령화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해결해나갈 주체가 필요하다. 연구소나 언론 등 객체의 역할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람찬 노후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그런 이들을 위해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사회의 큰 흐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산업화와 세계화 그리고 경제성장의 큰 물줄기가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정보산업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모르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적으로 엄청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생활의 편리함도 만끽하고 있다. 전국 곳곳마다 도로가 뚫려 있어서 어디든 반나절이면 달려갈 수도 있다.
산업화, 정보화, 세계화 그리고 경제성장이라는 명분하에 우리는 풍요함과 편리함을 얻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그에 상응하는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는 의문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행복지수에 한국은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풍요와 편리함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과연 행복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의 미국이 있기 전 인디언 추장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는 글 한 편이 생각이 났다.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855년 미국의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이 인디언 쓰와네족의 추장인 씨아틀씨에게 그들의 땅을 정부에 팔라고 요청을 했다. 그 답변으로 씨아틀 추장은 대통령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 글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워싱톤에 있는 위대한 지도자인 당신이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는 요청을 해 왔습니다.
또한, 우정과 친선의 말들을 우리에게 보내 왔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제안을 고려할 것입니다.그 까닭은 만일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백인들이 총으로서 우리의 땅을 빼앗아 갈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늘을...땅의 체온을...사고 팔 수가 있습니까?
그러한 생각은 우리 인디언들에게는 매우 생소합니다. 더욱이 우리는 공기의 신성함과 물의 거품조차도 소유하지 않습니다. 저 빛나는 솔잎들이며, 모래해변이며, 어둠침침한 숲 속의 안개며, 노래하는 벌레들...이 모두가 내 백성들의 기억과 경험 안에서 성스럽습니다.
백인들이 우리의 사는 방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
당신들.도시의 광경은 우리 인디언들의 눈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우리 인디언들이 야만인 이어서 당신네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겠지요.
내가 만일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할 경우엔 하나의 조건을 내놓겠습니다.
짐승들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무엇입니까?
만일 모든짐승이 사라진다면 인간들은 커다란 정신적인 외로움 때문에 죽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신은 바로 같은 신입니다. 당신들이 우리의 땅을 갖기를 원하는 것처럼
당신들은 그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인간들의 신입니다.그리고 그의 연민은 백인과 인디언들에게 동일합니다.
이 땅은 신 에게도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땅을 해롭게 하는 것은 창조주를 수없이 모독하는 것이 됩니다.
그리하여 백인들 또한 소멸할 것입니다.들소들이 모두 살육되고, 야생마들이 길들여지고,
숲 속의 신성한 구석구석들이 인간들의 냄새로 무거워지고 성숙한 언덕이 주는 광경이
떠들어 대는 부인들로 인해 손상될 때 덤불이 어디 있으며..독수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은 생활의 종말이며 죽어가는 것의 시작입니다. 백인의 도시는 조용한 곳이 없습니다.
봄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며, 벌레들의 날개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아마 내가 야만인이고 이해를 못 하는 탓인지 소음은 내 귀를 아프게 합니다.
만일 인간이 쏙독새의 아름다운 울음소리와 연못가 개구리들의 논쟁을 들을 수 없다면
인생에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북미의 인디언들은 대낮의 비로 씻겨지고 소나무 향내를 실은 바람의 소리를 그러나 백인들은 그가 마시는 공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약속한 우리의 인디언부락 지정 보유지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바라던 대로 우리의 짧은 날들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인디언들이 이 땅으로부터 소멸되어 오직 광야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구름의 그림자만이 남을 때,그 때에도 이 해변과 숲들은 내 백성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을 것 입니다.그 까닭은 그들의 새로 태어난 아기가 엄마가슴의 고동소리를 사랑하듯 이 땅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신에게 우리의 땅을 판 후에 당신은 우리가 이 땅을 사랑하 듯 사랑하고, 우리가 간수하 듯 간수하고, 그것에 대한 기억을 당신들 마음속에 간직하시오.당신이 이 땅을 가져간 후 당신의 모든 힘과 능력과 마음으로써 당신네들의 자녀들을 보호하고 신이 우리를 사랑하듯 사랑하시오.
당신의 신 이 우리의 신 과 같은 신이라는 그 한가지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합니다.백인들 일지라도 공동의 운명으로부터 제외될 수는 없습니다."
인디언 추장의 이 간절한 소망이 가슴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하늘을 나는 독수리, 숲속에서 우는 작은 벌레 하나까지도 우리의 형제이며, 우리 인간들도 자연의 한 일부라는 것을 우리 인간이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무질서하고 무자비하게 파헤처 지고 파괴되는 자연을 보면서 결국은 그것이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프로온 가스가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하여 피부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는 오래전에 나왔다. 또한, 지구의 온난화로 북극의 만년설인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어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몇 해 전 노르웨이를 방문했을 때 옛날 같으면 만년설이나 빙하로 덮여있어야 할 산이 녹아내려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어 안타깝고 마음 아팠던 적이 있다.
이제라도 자연을 지키기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같다. 자연파괴는 인간의 미래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연파괴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터전을 내주어야 하는 인디언 추장의 피맺힌 절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자연의 파괴가 곧 우리 인간 미래의 파괴이므로.......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것 같다. 장마는 사라지고 연일 태양이 작열한다. 열대야로 잠을 재대로 잘 수 없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이런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뒤척일 수 있어 그런대로 길고 더운 여름밤을 버텨낼 수 있다. 낮에는 숨이 턱턱 막히지만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거실 구석에 하나 서 있고 안방 벽에 하나 걸려있지만 몇 년 째 가동한 적이 없다. 전기세가 문제가 아니라 여름엔 땀을 흘려야 된다는 논리로 가동을 못하게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하지만 워낙 필자의 고집이 강경하므로 다들 선풍기로 버티고 있다. 이제 입추도 지났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하니 모두 어이없어 한다.
어제 부모님 댁에 들어서는데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저층 연립주택에 사시는데 앞뒤 동 간격이 좁고 저층이라 집안에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 선풍기가 몇 대 돌아가긴 했지만 엄청 더웠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두 분이 더위로 고생하시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했더니 전혀 문제없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아침 드시고 나서 근처 중랑천 변 그늘로 가신다고 했다. 그곳에서 동네 할머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오전시간을 보내신 후 오후에는 복지관에 가서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저녁까지 지내시다가 들어오신다고 했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특별한 피서를 하고 계셨다. 그것은 ‘무료 전철피서’ 아주 긴 노선을 택해서 하루 종일 시원한 전철 여행을 하고 계셨다. 우선 아버지 혼자 하는 여행은 다음과 같다.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한다. 중랑역에서 전철을 타고 왕십리 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탄다. 한 시간 이상 걸려서 수원에 도착하면 인천 행으로 갈아타고 소래포구에서 내린다. 소래포구 시장 구경을 하고 인근 다리 밑 그늘에서 쉬고 도시락을 드신다. 다리 밑에는 의자를 많이 설치 해 두어서 편하고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셨다.
어머니와 같이 가실 때는 전철 1호선을 타고 온양까지 가신다고 했다. 온양 온천에는 전국에서 모여 든 노인들이 점령했다고 한다. 온천 후 점심 드시고 시장 구경도 하시고 느긋하게 전철타고 서울에 도착하면 저녁. 하루 여행으로는 제격이고 가고 오는 동안 시원한 전철에서 피서할 수 있다고 하신다.
아버지는 가끔 복지관 친구 두 분과 전철여행을 하신다고 했다. 일산에 사시는 분이 계셔서 일단 종로3가에서 모인다. 오전 열시쯤 만나서 서울 역으로 이동한다. 서울 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인천 계양까지 가서 인천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탄다. 원인재 역에서 오이도행 열차를 갈아타고 가다가 소래포구에서 내린다. 시장에서 우럭 두 마리를 구입해서 식당에 가져가면 매운탕을 끓여준다. 막걸리 한 병 놓고 식사하신 후 시장 구경하고 노선을 거꾸로 타고 집으로 돌아오신다. 1인당 회비는 이만 원인데 몇 천원이 남는다고 한다.
전철피서의 하이라이트는 춘천 행 열차를 타는 것. 춘천 역에 내리면 인근에 닭갈비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신다. 식사 후에는 닭갈비집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승합차를 타고 박사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유명한 박사동네, 소양강 처녀동상, 소양호를 두루 구경한다. 구경 후에는 춘천 역까지 친절하게 데려다 준다는데 이 모든 서비스가 공짜란다. 단, 일행이 여섯 명 이상이라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그래서 춘천에 가실 때는 여러 명이 모여서 간다고 하셨다.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전철 무료서비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노인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교통비 부담 없이 시원한 피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노인들의 정신과 육체건강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올여름이 심상치 않다. 기상청의 장기 예보 분석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불과하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 센 북태평양 고기압, 엘니뇨 등 세 요인이 결합하면서 8월까지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무더위는 꼭 수면을 방해하는 ‘열대야’를 동반한다. 시니어 여름철 ‘건강의 적’ 열대야에 대해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이상화(李相和)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말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이상화 교수
먼저 열대야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열대야란 밤 동안의 최 저기온이 25도 이상이고 일일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한여 름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온다습한 북 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밤에 복사냉각 효과가 감소하여 발생한다.
이상화 교수는 이 열대야가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수면과 연 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들어 열대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증가하 고 있죠. 특히 고령일수록 수면의 질이 낮은, 그러니까 깊게 잠 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열대야까지 더해지면 더욱 불면증으로 시달리게 됩니다. 잠은 주위 환경, 특히 기온과 날 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열대야로 기온이 높아지면 잠 자는 동안 몸속의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 가 흥분하게 돼요. 체온을 낮추려는 것이죠. 이러다 결국 몸을 자꾸 뒤척이게 돼고, 꿈을 꾸면 깊은 수면을 취하는 단계인 렘 (REM) 수면이 줄게 되는 것입니다.”
생체 시계 얽히면 만성 불면증 불러
이렇게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밤이 계속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바로 ‘열대야 증후군’이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 날 아침은 왠지 잠을 잔 것 같지 않고 온몸이 무거운 것처럼 느끼게 되죠. 게다가 낮에는 꾸벅꾸벅 졸게 되고 심한 경우 두통이나 소화 불량까지 호소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증상을 열대야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낮에 졸립다고 낮잠을 길게 자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를 일으켜요. 사람의 몸속에 있는 ‘생체 시계’가 뒤죽박죽되면서 만성적인 불면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이렇게 한 번 뒤틀린 생체 리듬은 열대야가 끝나더라도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관련 증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요. 예를 들어 피로감이나 짜증, 무기력, 집중력 장애, 두통, 식욕부진, 소화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죠.”
실제로 육체노동이 많은 산업현장에서는 이런 사소한 증상이 재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열대야 이기는 길은 ‘규칙적인 생활’
그렇다면 열대야 속에서 숙면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이상화 교수는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저녁에도 비교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낮잠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요. 잠들기 한두 시간 전쯤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몸도 식힐 수 있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찬물은 되레 잠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약주를 드시는 분들도 많은데, 술을 마시면 쉽게 잠들 수는 있어도 잠자는 동안 자주 깰 수 있어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합니다.”
열대야일수록 기상이나 취침시간, 식사시간 등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칙적인 생활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무더운 여름에도 생체 리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라도 기상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낮잠은 1시간 넘으면 되레 ‘毒’
졸음이 몰려올 때 낮잠은 꿀맛일 텐데, 수면에 방해가 된다니 의외다. 하지만 낮잠은 밤에 자지 못한 잠을 보충해주는 효과는 적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낮에 졸음이 오고 낮잠을 자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운전할 때는 졸음이 사고율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이럴 때 낮잠을 자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밤에 숙면을 위해서는 길게 잠을 청해서는 안 됩니다. 낮에 낮잠을 너무 길게 자면 불면의 원인이 되니까요. 만약 낮잠을 자야 한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길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밖에도 커피나 홍차와 같은 카페인이 든 음료나 지나친 운동도 잠드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카페인은 특유의 각성 효과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의외로 초콜릿이나 콜라도 중추신경을 흥분시킨다. 담배도 마찬가지.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잠들기 2시간 이내에 운동을 하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여름나기, 콩으로 만든 음식 좋아
더위가 심해지면 에어컨이나 선풍기 이용이 많아진다. 하지만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선 무작정 틀어놓는 것보다 적당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이상화 교수는 이야기한다.
“덥다고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지 말고, 실내온도는 25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청결한 공기를 위해서 필터는 자주 교환하는 것이 좋아요. 선풍기의 경우에는 타이머를 활용해서 잠자리에 든 시점에서 한두 시간만 작동시키는 것이 좋아요.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쐴 경우 저체온증에 빠져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령자일수록 체온조절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이외에 이 교수는 흰 쌀밥보다는 현미나 잡곡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고, 신선한 우유나 두부 같은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이기게 해준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