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그 폭염 열기가 계절을 초월해 최고조를 달린다. 이에 상응이라도 하듯 나라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곳곳에서 터지고 그 애도의 열기도 식을 줄을 모른다. 가습기 사건, 강남 묻지마 화장실 사건 등등.
희생의 아픔보다 더한 무기력을 채우기 위해 햇살 가득한 베란다 밖으로 세상을 내다보았다. 자연은 여전히 청아하고 맑은 계절의 기운을 창출해 내고 있다. 아직은 살아있기에 성찰하며 그 애도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낭떠러지 끝에서 마지막 발버둥의 소리들이 귓전을 맴돌며 삶에 대한 허무가 눈물 범벅으로 내 몸을 전율로 뒤흔든다.
아무렇지 않은 듯 걸어 나온 가해자는 살아있고 살기 위해 허둥댔던 피해자는 너무나 우습게 죽어갔다. 삶과 죽음, 산 자와 죽은 자, 그 속에서 엇갈린 경계는 참으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위급한 상황아래, 죽어가는 자는 무엇을 생각하며 삶의 문전이 얼마나 안타깝게 그리웠을까를 상상하면서 살아서 호흡하는 사람의 가슴에는 그저 아픔으로만 다가올 뿐이다.
그 고귀한 희생 앞에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통계의 수치가 무슨 의미이며 애도의 손길조차 어쩌면 한갓 사치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 부재의 의식적 공백이 치유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반복되고 또 언젠가 내 자식들, 내 주변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외쳐대던 또 하나의 삶의 의식들이 그렇게 맥없이 사라져간 원인들은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진정 넋 나간 한 사람의 병리적 원인으로만 탓해야만 할 것인가?
어느 때 어느 지역에서든 간에 소외 당한 자의 불평등에 대한 작고 큰 보복들, 아니 가슴에 담겨있는 응어리들은 그 정신적 사고를 넘어선 돌발의 범죄덩어리로 이 땅에 언제 다시 떨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평등은 그 완전을 보장할 수 없을 만큼 늘 요원 되어야 할 것이며 다만 우리는, 산 자들은 그리고 다행히도 살아 남은 자들은 그 심리적 공백의 허점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위임 받은 공권력들은 세상을 이간질하고 시대를 대변치 못하는 양심들로 뻔뻔한 지성인들은 그 임무의 시기적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 인듯하다.
힘없는 국민은 위기의 순간에 그저 비명으로만 생을 마감한 희생자와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삶의 허덕임 앞에서, 그 인간존재의 배타성 앞에서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으며 꺼이꺼이 흐느끼는 속 눈물로 쓰린 가슴만을 적셔낼 뿐이다.
이처럼 온 세상을 슬픔의 도가니로 응분의 잿더미로 남겨놓은 그 희생의 뒤안길에는 어처구니없는 씁쓸함만이 남은 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낸다.
철저한 배신과 죽음보다 더 무거운 불신으로 기인된 거부반응과 허무감만이 팽배해 있는 세상에는 또 언제 터져 버릴지 모르는 위태로움의 위기와 가치관의 왜곡들이 고스란히 폭염의 열풍에 또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돈과 기계, 물질만능을 신봉하는 인간세계는 아니 인간을 배신하는 행위는 결코 묵과 될 수 없음을 상기하지 않으면 간단히 죽음의 참사는 반복되는 것이리라.
슬픔이 넘치고 화가 나는 국민들은 저기 사라져 가는 영정 앞에 무엇을 어떻게 보답 해야 할 것인가. 감당하기 힘들만큼 비통한 유가족 들에게 무엇으로 채워 줄 것 인가. 때마다 감당하는 애도의 물결만이 감정의 앙금들을 치유 될 수는 있는 것일까.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보이는 비상식들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몸짓만큼이라도 보여 줄 수는 없는 것 일까.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리고 파란 잎들처럼 맑고 청아한 세상, 그곳이 존재한다면 단 하루 만이라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
가왕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가요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킬리만자로를 오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조용필씨는 탄자니아 및 케냐 정부의 초청을 받아 감사장을 받기도 하였단다. 글ㆍ사진 변종경 언론인
지구 온난화로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의 만년설이 녹아 금세기 이후에는 만년설을 볼 수 없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등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6000m에 달하는 세계 고봉 가운데 특별한 장비 없이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 산악인이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해서 트레커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0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를 다녀온 뒤 더 높은 곳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6000m의 고봉임에도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킬리만자로를 버킷 리스트로 정해 등정하기로 마음먹고 9월 22일부터 13일간의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하게 됐다.
아프리카 최고봉 등정 준비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황열병 예방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 예방주사는 국립의료원이나 각 공항 검역소에서 맞을 수 있는데 잠복기 3일, 접종 부작용 3~5일 후 발현 여부를 점검한다. 10년간 효력 등을 감안할 때 출발 2~4주 전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말라리아 예방약도 처방이 필요한데 킬리만자로 등정 일정만 소화할 경우 주로 고산 지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약 복용을 강력하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발 3000m 이상에서 나타나는 고산병에 대비해 이뇨제인 다이막스와 비아그라는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트레킹할 때는 물을 많이 마시고 천천히 걸어서 고산병 관련 약이 필요 없었으나, 이번에는 3700m에 위치한 호롬보 산장에서부터 고산병 약을 복용해야 했다. 다만 낮에는 계속 걷기 때문에 비아그라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킬리만자로는 적도 지역에 위치한 고봉이기 때문에 저지대는 열대성, 고지대는 아한대성으로 등산복 등을 봄, 여름, 겨울 등 사계절에 맞도록 준비해야 한다. 트레킹 과정에서 산장이 27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해 샤워 등이 어려운 데다 숙소도 다인실로 열악해 물티슈는 요긴하게 쓰이는 필수품이다. 또한 적도 지역은 햇볕이 강렬해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블록 크림, 진한 색깔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입술 건조 때 바를 립크림, 트레킹 때 먼지에 대비한 마스크도 준비하면 좋다.
정상을 향한 긴 여정(旅程)
킬리만자로 등정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까지 9시간, 그리고 몇 시간의 환승 대기 시간을 거쳐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국제공항까지 6시간을 비행했다.
이후 탄자니아 제2의 도시 모시에서 일박한 뒤 이튿날 일행은 2시간의 버스를 타고 킬리만자로 입산 수속을 위해 마랑구 게이트(1972m)에 도착하였다. 킬리만자로 등정은 마랑구 루트, 마우아 루트, 움부웨 루트, 므웨카 루트, 쉬라 루트 등이 있는데, 독일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Hans Mayer)가 1889년 10월 9일 유럽인 최초로 현지인 가이드 라우오(Lauwo)와 함께 정상에 오른 마랑구 루트가 비교적 오르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입산 수속을 마치고 마랑구 게이트에서 등정 첫날 숙영지인 만다라 산장(2720m)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열대 우림 지역 숲길 8.2㎞를 약 4시간에 걸쳐 걷는 것으로 비교적 수월했다. 등정 둘째 날은 킬리만자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웬지봉(5249m)을 옆으로 바라보며 만다라 산장에서 호롬보 산장(3700m)까지 11.7㎞를 산행했다. 그런데 경사는 완만하지만 낮은 관목 사이의 약 50㎝ 깊이의 참호 같은 화산재 흙길을 햇볕 속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8시간을 걷는 것이 고역이었다.
호롬보 산장은 꽤 큰 편이었는데, 역시 숙소는 다인실을 사용하였고 3700m 고지대라 약간의 고산병 증세로 다이막스와 비아그라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등정 셋째 날은 고산 적응과 체력 비축을 위해 인근 지브라록(4200m)까지 왕복 4시간을 산행한 후 일찍 휴식을 취했다. 등정 넷째 날은 호롬보 산장에서 킬리만자로 등정 베이스캠프인 키보 산장(4700m)까지 10.1㎞를 트레킹했다. 이 지역은 황무지 사막지대로서 역시 완만한 경사를 오르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물(Last Water Point)이 있는 곳을 지나 8시간여 산행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키보 산장에 도착해 정상 도전을 준비했다.
고전 끝에 우후르 피크 정상 등정
키보 산장에 오후 4시경 도착해 일찍 저녁을 먹고 6시경부터 수면을 취했다. 10시 반쯤 일어나 죽으로 식사를 간단히 한 뒤 11시 반부터 등정 다섯째 날 마지막 급경사를 오르는 정상 도전이 시작됐다. 겨울 등산복으로 무장하고 헤드랜턴을 밝히며 4700m 이상 고지의 거의 직벽에 가까운 화산재 모래 자갈길을 오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현지 가이드들은 연신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힘들어 하는 우리들을 응원했다. 미끄러지는 길과 싸우고 산소 부족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로 머리 위로 멀리 보이는 앞 팀의 랜턴 빛줄기를 따라가며 5시간쯤 오르니 멀리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그러자 킬리만자로 정상 분화구 언저리인 길만스 포인트(5685m)에 다다랐다. 킬리만자로 정상은 원뿔 모양 분화구를 가진 사화산으로 분화구 폭이 2.4㎞에 이르는데 정상인 우후르 피크(5895m)까지는 분화구 둘레의 바윗길과 완만한 산길을 오르는 것으로 왼쪽 북쪽 사면으로는 수십 미터 높이의 만년설을, 오른쪽으로는 수백 미터 깊이의 분화구를 보며 스텔라 포인트(5765m) 등을 지나 천천히 2시간여를 등정했다. 아침 7시경 킬리만자로 정상인 우후르 피크에 올랐다. 우후르 피크는 비교적 평평하고 눈도 없었다.
생애 최고점인 5895m를 밟았다는 감격과 함께 정상에서 아침 햇빛을 받으며 주변 만년설과 거대한 분화구의 장엄함을 잠시 감상했다. 하지만 호롬보 산장까지 하산하는 일정 때문에 발길을 재촉해야 했다. 스와힐리어로 ‘킬리만자로’는 ‘반짝이는 산’을 의미하고 ‘우후르’는 ‘자유’를 뜻하는데, 1961년 탄자니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킬리만자로 정상을 ‘우후르’로 명명하였다 한다. 우후르 피크는 100년 전만 해도 20m 두께의 만년설이 10㎢에 걸쳐 있었다고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최근까지 85%가 녹고 북쪽 사면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만년설도 금세기 내에 녹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나중에는 흰 눈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이 사진 속 전설로만 남아 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산하는 길은 정상을 밟은 데다 고소 적응이 돼 기분도 좋고 발걸음도 빨랐다. 그런데 하산하면서 낮에 보니 길만스 포인트에서 키보 산장에 이르는 직벽은 경사도 가파른 데다 화산재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스키장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듯이 미끄러져 내려와 아마도 낮에 등정했다면 엄두를 못 낼 것 같았다. 키보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호롬보 산장까지 내려와 일박한 뒤 모시 리조트로 돌아와 수영으로 피로를 풀었다. 오랜만에 먹는 저녁 뷔페는 꿀맛이었다.
다음 날 케냐로 이동해 드넓은 암보셀리 국립공원 사파리를 구경하면서 멀리서 북쪽 사면의 눈 덮인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긍정의 삶, ‘하쿠나 마타타’
킬리만자로 등정을 위해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듣는 첫 인사는 ‘점보(Hi, welcome)’다. 안나푸르나 현지 주민 인사 ‘나마스테’와 비슷한 어감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등정하면서 ‘뽈레뽈레(Slowly)’와 ‘하쿠나 마타타(Don't worry, it will be good)’를 자주 듣게 된다. 고산에서는 산소가 희박해 빨리 걸을 수 없다. 일행이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현지 가이드들은 ‘뽈레뽈레’를 외치고, 힘들어 하면 ‘하쿠나 마타타’를 소리 높인다. 지금 힘들겠지만 잘될 것이니 걱정 말라는 의미다. 어찌 보면 이들은 참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물론 어려운 여건이 이들의 삶의 자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그들이 불쌍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시각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며 긍정적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의 원천일 것이다.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모든 일에 만족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기뻐할수록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마음이 결국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성실한 태도로 사는 사람은 이를 저절로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네만 교수도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다’며 행복은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버킷 리스트인 킬리만자로 등정의 기쁨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을 희구한다. 킬리만자로 등정을 계기로 ‘하쿠나 마타타’의 긍정적 삶의 자세를 가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것을 기약해본다.
>>변종경(65) 일요시사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1973)한 뒤 잠시 공직을 거쳐 미국 유학, UCLA 대학원에서 석사 취득(1985) 후 1987년 삼성물산(주) 조사부장, 경영기획부장, 1994년 삼성그룹 비서실 기획 담당 임원(이사,상무,전무), 2004년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부사장 등 기획 분야에 주로 종사해 '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삼부그룹 계열 ㈜신라밀레니엄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 혁신을 통해 2011년 지식경제부, 중앙일보 주관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인' 대상(혁신 경영 부문)을 수상하였고 2012년 일요시사 회장으로서 언론사 경영에 참여하는 등 경영자로서 경륜을 쌓기도 하였으며 2013년 자유인이 된 뒤 등산, 사진 등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그동안 못 다한 여가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3월 물이 오르기 시작한 봄이 4월을 거치면서 농익을 대로 농익어가자 어느덧 사람들의 발길이 물가를 향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지 갈수록 봄은 실종되고 여름이 일찍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기온이 솟구친다 해도 벌써부터 물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연한 홍자색 꽃이 천변에 한 무더기 피어나 옷깃을 잡습니다.
송이풀, 흰송이풀(사진), 한라송이풀(사진), 구름송이풀, 만주송이풀, 큰송이풀 등 10여 종의 송이풀속 식물 가운데 유독 ‘애기’란 접두어가 붙은 애기송이풀. 그 연유를 쫓다 보면 애기송이풀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애기가래에서 애기황새풀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물도감에 나오는, 40여 종의 ‘애기’ 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전초나 꽃의 크기가 작거나 여린 데서 연유할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애기송이풀은 결코 잎이나 꽃이 다른 송이풀에 비해 작지 않습니다. 쑥갓처럼 생긴 잎은 길이가 20~30cm에 이를 정도로 넓고, 5월 초순 피는 홍자색 꽃도 지름이 4~5cm에 이를 만큼 대형입니다.
게다가 꽃도 많게는 십여 송이가 뭉쳐서 피기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만큼 화려하고 화사합니다. 다만 뚜렷한 줄기가 없이 키가 크지 못하고 잎이 땅바닥으로 퍼지기 때문에 다른 송이풀에 비해 왜소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또한 클로즈업한 꽃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막 태어난 병아리나 어린 새가 부리가 달린 고개를 내밀며 세상을 살피는 듯한 윗입술, 어린 새 생명이 날갯짓을 하는 듯한 아랫입술의 모습은 애기송이풀 꽃이 가진 특유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기송이풀. 세계적으로 경기 연천과 가평, 강원 횡성, 충북 제천, 경북 경주, 경남 거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연천에서 거제도까지 비교적 넓은 지역에 분포하지만, 전체 자생지가 10개에도 못 미치는 데다 자생지 개발과 남획 등으로 훼손 가능성이 높아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보호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개성의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돼 당시엔 ‘천마송이풀’로 불렸던 데서 알 수 있듯 북한에도 자생합니다.
Where is it?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애기송이풀의 자생지는 대개 사람들의 거주 지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다. 경기 연천과 가평, 충북 제천의 경우 반경 100~200m 내에 인가가 있고 도로도 지나간다. 특히 경기 연천군 신서면 내산리 절골계곡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계곡의 애기송이풀 자생지의 경우 홍수 등으로 계곡물이 넘치면 바로 휩쓸려 갈 수 있는 저지대인 데다 인근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행락지까지 있어 각별한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으로 200km쯤 떨어진 덕동계곡과 절골계곡을 2년 전 5월 5일 하루에 둘러봤는데 양쪽 모두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년 전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봄날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가 당나라를 한반도에서 몰아낸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이 때마침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무렵이었다. 나무 심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4월5일, 식목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은 한 발짝 빨리 물러가고 봄도 일찍 찾아와 기온이 높아진 탓에 나무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고사하기 쉽기 때문이다. 나무시장이 3월 초부터 문을 여는 이유다.
산림조합은 경기지역 18곳에 나무시장을 열고 다양한 묘목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봄을 맞은 춘(春) 3월, 눈을 틔우며 누구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는 나무들을 만나러 화성에 있는 나무시장을 찾아갔다.
◇ 경기지역 곳곳에 나무시장, 나만의 나무 찾기
봄바람이 살랑대는 3월 중순, 화성시 반정동에 있는 나무시장에 들어서자 키 작은 숲을 찾은 걸리버가 된 느낌이다. 온갖 종류의 나무가 다 있었지만 대부분이 묘목인데다 성목이래봤자 1~2m 선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나무는 종류별로 유실수와 조경수, 관목 등으로 끼리끼리 한데 모여 이름과 가격이 적힌 푯말 옆에서 ‘나를 사가요’라며 외친다.
과일나무와 꽃나무는 이제 막 눈을 ‘뜨고’ 봄기운 속에 깨어나는 듯했고, 늘 푸른 소나무에서는 파릇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체리나무, 보리수, 살구나무, 석류나무 등 가느다란 몸을 10주씩 한데 묶은 과실수 묘목은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 보면 빛깔과 굵기가 저마다 다르다.
눈, 코, 입이 똑같이 있어도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사람들처럼, 대와 가지, 이파리를 가진 나무들도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한꺼번에 찍어내 만드는 공산품이 아닌, 살아서 숨 쉬는 식물만의 매력이다.
나무시장은 작은 수목원과도 같다. 사과나무, 소나무, 철쭉 등 친숙한 나무도 많지만 이름도 모양도 낯선 독특한 나무도 여럿이다. 버드나무처럼 늘어진 가지에 잎이 달려 붉게 쏟아져 내리는 풍성한 단풍을 자랑하는 수양단풍, 가지가 황금을 두른 듯 샛노란 빛을 띠어 돈이 들어온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황금회화 등 신기하고 또 진귀한 나무들이 저마다 맵시를 자랑한다.
4월부터는 각양각색의 꽃이 알록달록한 빛깔로 봄을 수놓으면서 꽃구경하기 이만큼 좋은 곳도 없을 정도다. 성격 급한 산수유는 이미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고 명자나무는 눈 하나에 꽃망울세 개를 담고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었다.
지난 3일 문을 연 이 나무시장은 다음 달 30일까지 600여종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나무시장을 안내해 준 화성수원오산산림조합 이정현 기술지도과장은 묘목을 두루 갖춘데다 시중보다 저렴하고 품종이 보장돼 하루에도 500명 안팎이 시장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산림조합 나무시장에서 판매되는 나무는 조합원들이 직접 키워 판매하는 믿을 수 있는 향토품종으로 시중보다 20~30% 저렴해요. 20년 동안 봄마다 나무시장을 열다 보니 손님도 꾸준히 늘어 작년에는 10만주가 팔렸고 매출도 4억원대를 기록했어요.”
나무시장에서 판매되는 묘목은 한 주당 2천원에서 4천원 수준이며 4ㆍ5년생 성목은 1만5000원부터 10만원까지 400여종을 갖췄다. 화분에 담긴 꽃 100여종도 500원에서 2000원에 판매한다.
요즘엔 ‘웰빙’이나 ‘힐링’이 유행하면서 가꾸기 편하면서도 몸에 좋은 열매를 맺거나 효과가 있는 나무가 특히 인기다. 아토피에 좋은 편백나무, 향이 천리까지 간다는 천리향을 비롯해 블루베리, 꾸지뽕나무 등 약용수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름만 알던 나무를 한가지씩 둘러보며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가족, 정원에 심을 관목을 꼼꼼히 고르는 노부부, 유모차를 끌고 와 꽃구경하는 주부 등 나무시장을 찾는 손님도 나무처럼 각양각색이다.
마당에 심을 매실나무를 사러 왔다는 유영순씨(63ㆍ여)는 “주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많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평일에 나무시장을 찾았다”며 “바람쐬는 기분도 들고 좋은 나무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매해 나무시장에서 나무와 꽃을 산다”고 말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게 아직 어색하기만 한 사람들에게 이 과장은 ‘나무는 애완동물처럼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장은 “나무는 내버려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명이 있기 때문에 무심코 방치했다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며 “애완동물이 배가 고프면 밥을 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는 것처럼, 나무도 관심을 갖고 돌보면 말 그대로 무럭무럭 자라 건강한 기운을 아낌없이 내뿜는다. 좋은 묘목이야 나무시장에 많으니 마음껏 골라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일보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2014년 새해가 밝았다. 금년 1월은 예년에 비해 큰 추위 없이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이즈음부터 남쪽 지방에서는 때 이른 붉은 동백이 한두 송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하얀 눈이 쌓인 나뭇가지 사이로 붉게 핀 동백과 푸른 잎사귀는 삭막한 겨울을 아름답게 빛내준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들이 한겨울의 세찬 눈보라를 견디고 피어나는 동백을 예찬했다.
동백은 흔히 자생 동백나무의 꽃을 일컫는 말이다. 제대로 표현을 하자면 ‘동백나무 꽃’으로 표기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멀리서 보는 동백나무 꽃은 짙은 녹색 잎에 가려져 그 화려함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보면 붉은색 꽃잎과 희고 노란 꽃술이 완벽하게 조화된 궁극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다. 동백나무는 꽃만 아름다운 식물이 아니다. 동백나무 종자로부터 얻는 불휘발성의 동백기름은 잘 굳지도 않고 강한 향기가 없어 예전부터 생활에 널리 이용됐다. 질 좋은 식용유는 물론이고 약용유, 화장유, 등잔기름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특히 변변한 여성용 화장품이 많지 않았던 옛날에는 최고급 머릿기름이나 목욕 후에 바르는 향장유로 사랑받았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백기름에는 건강에 유익한 팔미트산, 스테아른산, 올레산, 리놀렌산 등의 지방산이 올리브유 이상으로 포함돼 있다고 밝혀졌다.
차나무와 동일한 차나무과에 속하는 동백나무의 어린 잎은 녹차 대용으로 마셔도 좋다고 한다. 동백나무차는 맛도 좋고 열탕으로 우려낸 차 추출물에는 다양한 종류의 항산화 물질과 항암 활성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백나무 목재는 담황색을 띠고 조직이 치밀하여 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므로 예전에는 사람 손을 많이 타는 다식판, 장기 알, 주판 알, 악기, 얼레빗 등을 비롯해 절에서 사용하는 목어, 견고한 농기구나 목공구를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또 동백나무로 구운 숯은 단단하고 그을음이 전혀 없으며 화력이 오래 가기 때문에 옛날에는 화로에 사용하거나 찻물을 달이는 데 이용됐다. 말린 동백나무 꽃봉오리는 ‘산다화’라 하여 한방에서는 귀중한 생약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 년 내내 번쩍이는 녹색 잎이 무성한 동백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기 때문에 남부지방에서는 방화수로 많이 식재했다. 지금도 오래된 사찰 주변에는 인위적으로 식재한 것으로 보이는 동백나무 숲이 잘 보존돼 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전북 고창 선운사, 전남 강진 백련사, 해남 대흥사 등의 절 주변에 울창한 동백나무 숲이 유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꽃도 아름답고 쓸모가 많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오던 동백나무가 어느 순간에 ‘일본을 상징하는 식물’ 혹은 ‘왜색(倭色)을 띠는 식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점차 우리와 멀어지게 됐다. 심지어는 1964년에 가수 이미자가 발표해 무려 35주 동안 가요 순위 1위를 차지하고 당시에 10만장의 음반이 판매됐던 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의 ‘동백아가씨’라는 대중가요는 왜색풍이라는 이류로 한동안 방송이 금지되기도 했다.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동백나무의 자생지가 일본으로 알고 있다. 식물지리학적으로 일본에는 광범위하게 넓은 지역에 동백나무가 분포하고 있다. 또 일본인들이 동백나무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포 면적은 일본에 비해 적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곳곳에는 아름다운 동백나무가 흔하게 자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동백나무는 위도상 가장 북쪽에 분포해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많은 학술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동백나무 분포 북한계선에 자생하는 한국의 동백나무는 성질이 강건해 혹독한 환경 하에서도 잘 적응하고 다양한 변이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선입관 때문인지 아직까지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동백나무는 주로 따뜻한 남부지방의 해안가에 많이 자생한다. 그러나 동쪽으로는 울산의 목도에서부터 남해안 일대 및 서쪽의 인천시 대청도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것이 자생 동백나무이다. 해안가뿐만 아니라 기후가 온화한 남부지방의 상록수림에도 널리 자라는 수종이 동백나무이기도 하다.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귀중한 우리의 자생 식물자원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절대 안된다. 각국에서 21세기의 식물유전자원은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국부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의 자생 동백나무는 세계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수한 형질을 개발하여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자생 동백나무에 대한 오해를 씻고 보전과 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나무 한 그루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나무 한 그루가 50년간 자라면 3400만원에 해당하는 산소를 생산하고, 3900만원에 해당하는 물을 재생산하며, 6700만원에 해당하는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해준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큰 느티나무 1그루가 하루에 8시간 광합성 작용을 할 경우 연간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톤의 산소를 방출하는데 이는 성인 7명의 연간 필요 산소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도시의 경우는 농산촌지역의 나무보다 5∼10배 정도 더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는 환경적 효과가 높다. 도시에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다.
나무는 맑은 공기, 맑은 물,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공익기능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다. 즉, 건강한 나무, 풍요로운 숲은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채 100년을 살기도 어렵지만, 나무는 1000년을 넘겨 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나무에서 생명에 필요한 공기나 신약(新藥)을 얻고 심신(心身)의 평안을 얻었다.
따라서 나무를 키우는 일은 개인적인 소득을 떠나 지구 온난화 방지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기여를 하는 의미 있는 일이다.
건강도 챙기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무투자란 직접 나무농장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것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나무경영을 하면서 좋은 나무를 사서 키운 뒤 되파는 중개업까지 포함된다.
민승기씨는 지인 5명과 함께 전라북도 김제에 2000평의 땅을 임대했다. 그리고 벚나무와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 이어 1500평을 더 임대해 산딸나무, 산수유, 목련 등을 추가로 심었다. 민홍기씨와 지인들은 점점 커가는 나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성찬씨는 경기도 인근에 전원주택과 함께 땅을 매입한 뒤 필요한 만큼만 나무를 심고 가꾸며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 수형이 좋은 벚나무, 느티나무, 주목 등 300여 주의 나무를 150여 평의 땅에 심고 가꾸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식생이 잘 이루어져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웬만한 기업의 부장급 연봉을 나무 한 두 그루를 팔아 벌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지나가던 사람들도 들러 나무를 구경할 정도다.
나무를 이용하면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나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00원짜리 묘목을 심어 10년이 되면 평균 10만 원짜리 나무가 된다. 만약 2000 원짜리 2년 내지 3년생 묘목을 심는다면 5년 후면 10만 원 정도의 나무가 된다. 1년에 10배씩 재산이 불어나는 엄청난 돈벌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인건비와 비료값 등 부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큰 돈을 벌려는 욕심에 무턱대고 나무농사를 하면 안된다. 참고 기다리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나무는 생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무와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큰 안목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나무농사 준비를 위해 최소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가져야 하고 구체적인 성과와 결실로 이어지기 까지는 3년에서 5년 정도가 걸린다. 때문에 나무농사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나무농사에 올인을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분산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상시에는 일상 업무에 열중하시고, 피곤하겠지만 주말에는 나무농장으로 마음과 발걸음을 옮겨 나무농사를 하는 투잡 형태의 접근방식이 유효하다.
모든 부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숱한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 철저한 정보수집, 운동화 바닥이 다 닳도록 발품을 들이는 자만이 과실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나만은 성공하겠지라는 요행심은 쓰라린 고통만을 안겨준다.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나무에 투자한다면, 처음에는 작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럭무럭 커지는 나무를 보며 소담스러운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땀을 흘리는 노동의 참맛을 느끼면서 어렵게 모은 재산은 결코 쉽게 새나가지 않을 것이다.
나무투자에는 여러가지 매력이 있다. 부동산 투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완만한 상승세는 지속되어도 급격한 하락세는 없다는 것이다. 나무투자란 결국 투자자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에 나무라는 아이템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건강과 정서도 챙기는 ‘일석삼조’ 재테크인 셈이다. 본인의 대(代)에서만 부귀영화를 누리는 근시안적인 투자가 아니라 내가 키우다 나중에 자식과 손자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대물림’ 투자이기도 하다.
#나무농사 성공 TIP
1. 나무농사의 가장 어려운 점은 당장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 실망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나무농사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
2. 자문을 구하되,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도움은 가급적 한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성급하게 욕심을 내지 말고 차분히 하나하나 하다보면 웬만한 부를 누릴 수 있다.
3. 처음에 작게 시작하라. 500평 정도의 밭을 임대해서 나무농사를 하라. 그 나무들이 어느 정도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때 자금사정을 봐가며 투자를 늘리는 것이 좋다.
4. 나무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북향을 좋아하는 나무도 있다. 나무를 많이 보고 접해야 한다. 나무 보러가는 것을 즐겁게 생각해야 한다. 눈썰미 외에 손썰미도 있어야 한다.
5.가장 흔한 나무를 심어야 한다. 고급수종을 키워 높은 부가가치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고급수종에 올인하다 판로가 막히면 한 푼도 건질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6.단기-중기-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 나무에 올인을 하지 말고 여러수종을 심어라.
7.시대적인 취향이 있다. 선호 수종이 바뀐다. 시류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마라. 인기를 타는 수종은 금방 비인기 수종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수종을 재배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새해의 첫날에 눈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하지만 미끄러운 겨울 길은 외출하기에 몹시 불편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 북반구의 지독한 한파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고들 말한다. 단순한 생각으로 온난화에 의해 우리나라의 겨울이 짧아질 것이라 판단했었다. 그러나 지구의 온난화에 의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제트기류가 약화돼 찬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서 추위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새해 벽두의 TV 뉴스에 눈 덮인 백두대간 이화령(548m)의 산등성이가 비춰졌다. 이어 한 쌍의 고라니가 여유있게 지나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고라니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이 훼손된 이화령 길을 터널로 복원한 구간에 설치한 CCTV 화면이었다. 한반도의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동쪽을 따라 남으로 이어져 태백산을 거쳐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이화령이 위치한다.
이화령을 거친 산줄기는 계속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원래 이화령은 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783m) 사이의 작은 고개였다. 일제 강점기에 넓은 신작로를 조성하면서 능선의 연결이 끊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행위는 자연환경의 심각한 파괴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산악도로를 닦는 과정에서 대규모 면적의 산림을 파괴하고 경사가 심한 비탈면이 발생해 지형의 심각한 변화를 가져온다.
자연환경에 대한 인위적인 훼손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례는 매우 많다. 특히 그 대상이 백두대간과 같이 국토의 상징인 산줄기에 가해진 경우에는 그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높은 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생태계에는 동물, 식물, 미생물을 아우르는 생물 사회로 이루어진 다양한 군집들과 주변의 무기적인 환경이 매우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
생태계의 기능은 에너지의 흐름과 물질순환으로 요약된다. 지구상의 에너지는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를 거치며 순환하게 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상호의존하며 엄격한 질서와 법칙 속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 구성 요소에 대한 미세한 변화 혹은 파괴는 마치 도미노와 같이 생태계에 연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어진 자연환경에 따라 식물이 자라고 이에 맞추어 초식동물이 번성하며 먹이인 초식동물의 규모만큼 육식동물의 개체수와 종류가 조절된다.
그러므로 생태계의 단절은 생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차단해 개체와 유전자의 고립에 의한 생물종 다양성을 줄어들게 한다. 다양한 생물종은 현재 세계적인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경제 시대의 중요한 천연자원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국토는 대륙과 해양에 접한 반도국가의 특성상 면적에 비해 다양한 생물종을 지닌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국토개발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생 생물종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TV 화면에 비친 생태계 복원 구간에서의 고라니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전까지 단절되었던 생태계가 복원돼 각종 생물종의 이동과 교배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고라니를 통해 단편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환경파괴에 의해 생물이 직접적으로 압박을 받거나 서식지가 고립돼 유전자가 자유롭게 교류되지 못한다면 생물의 도태는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앞으로 진행되는 환경개발은 생태계를 배려함이 우선적이어야 할 것이며 훼손된 생태계는 원래의 자연스런 상태로 반드시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생물종은 귀중한 천연자원이며 미래의 자손들에게 물려줄어야 할 큰 자산이기도 하다. 또한 생태계에서의 생물요소 교란은 기후, 토양, 물 등의 무기요소에도 반드시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해법도 생태계 복원이 첫걸음일 것이다. 이제 갓 시작한 생태계 복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내년에는 이번 겨울 같은 혹독한 추위가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