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눈앞에 보이는 A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습니다. 한 친구가 위암으로 수술받은 소식을 듣고, A씨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그에게 암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아직 암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또 A씨는 생각합니다. ‘내가 아파도 되나?’
이 질문은 참 이상합니다. 아픈 것은 선택도 아니므로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아픈 것은 오히려 피하고 싶은 일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가만 떠올려보면 이전에 아팠을 때, 또는 최근에 아플 때 저 생각이 머리 한구석을 스쳐갔음이 생각날 겁니다.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아플 수 있다는 듯이 생각하는 것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처럼 병원에 가는 것이 무척 힘들다면, 예컨대 미국처럼 비용 걱정이 눈앞을 가리거나 영국처럼 병원에 가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 저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병원에 가는 일 자체는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고, 병원 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서 ‘아파도 되나’ 싶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재난적 의료비(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를 부담하게 됨 또는 그 비용을 말합니다)로 어려운 일을 겪는 분들도 계시지요. 이것은 우리의 의료 제도가 질병에 따라 비용 부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많은 병을 적은 부담으로도 치료받을 수 있는 한편, 그렇지 못한 병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산업화, 그 안에서 의료 제도가 맡아야 했던 역할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곤 합니다.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는 노동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의료는 여기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지요. 당장 아픈 곳을 싸매어 다시 일자리로 돌려보내는 것과 죽지 않게 만드는 것이 우리 의료 제도의 대전제였습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은 몇 십 년을 살았습니다. 그 제도 안에서 아픔은 빨리 지워져야 할 무엇이었을 뿐입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닌 오물이었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위한 노력에 병과 병자의 자리는 없었지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생각하게 된 지금에야 우리는 의학에 다른 것을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프지만 않으면 되는가, 죽지만 않으면 되는가. 후자의 질문에 대한 제도적 답이 연명의료결정법이지요. 말기 질환 환자가 삶을 연장하기만 하는, 많은 경우 고통스러운 치료를 계속 받을지 중단할지를 본인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제도 말입니다. 하지만 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학이 아픈 사람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를 우리는 아직 진지하게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프면 빨리 회복해서 다시 일해야지 하는 생각이 우리 마음을 채우고 있을 뿐이기에, 우리는 아픈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은 훨씬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질병이라는 혼란 속에서 돌봄과 지지가 필요한 환자가 잠깐의 지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료인을 만나 풍랑을 함께 넘어가는 경험을 주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감기를 앓는 이에게 감기약을, 근육통을 앓는 이에게 진통제를 주고, 상처 입은 이에게 붕대를 감아주는 것만 하는 것이 의학은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의학은, 의료는 환자와 의료인이 서로를 통해 위로와 힘을 얻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그것은 여전히 가능한 꿈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우리의 효율 좋은 의료 제도 속에서 이런 것은 사치스러운 꿈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아파도 될까요? 당연합니다. 그것은 권리로서 확보되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의 역사 때문에, 누군가는 심지어 아플 권리를 외쳐야 하는 상황처럼 느껴질 뿐인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아픔을 통해 다른 질문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의학이, 의료가 아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할 때가, 아픔의 가치를 생각하고 아픔을 통해 서로 무엇을 나눌지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저는 말하려 합니다. 아픈 사람이 타인에게 끼칠 폐를 걱정하며 자신의 아픔을 숨겨야 했던 시절은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픔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아픔을 그토록 무가치한 것으로, 빨리 떨쳐버려야 할 나쁜 것으로만 여겨왔습니다. 노화는 말할 것도 없지요. 물론 누구도 아프고 싶은 사람은 없고, 아픔은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픔은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느끼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철학자 니체는 아픔을 통해 숨어 있던 자신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즉 그에게 병은 자신을 일깨우는 사건이었지요. 저 또한 우리 아픔의 역사를 살피면서 우리의 삶에 대한 생각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픔을 찬양할 필요도, 깨달음을 위해 일부러 아플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픔이 숨겨져 있던 것을 우리에게 밝혀주는 통로가 된다면, 적어도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임에도 깨닫지 못했던 이들을 우리에게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병과 아픔 자체에 대한 평가절하는 다시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요.
파슨스라는 사회학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병자는 특수한 역할을 맡은 사람이며, ‘병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병을 빨리 떨쳐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병자에게 빨리 나아야 할 책임은 주어지지 않으며, 우리는 병자에게 무엇을 요구할 권리가 없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아픔도, 아픈 사람도 모두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픔의 의미가 우리 사회에서 다시 자리 잡을 때에야, A씨가 떠올렸던 ‘아파도 되나’ 하는 생각도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곰곰 생각해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50~60대 신중년들의 재취업 성공스토리를 담은 취업 지원 동영상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를 워크넷(www.work.go.kr)을 통해 서비스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총 15편의 동영상으로 구성된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는 재취업에 성공한 신중년들의 취업 준비 경험과 비경 등을 생생한 인터뷰로 담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신중년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구체적인 취업 정보도 제공한다.
신중년 재취업 사례(12편), 노동시장의 변화와 신중년 일자리 영향(1편), 새로운 형태의 신중년 일자리 소개(1편), 신중년 진출 가능 신직업(1편)으로 구성됐다.
또한, 사례 중심으로 동영상별 15분 내외로 제작된 만큼 동영상 시청에 집중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게 제작되었다고 평가된다.
새로운 분야로의 재취업형
57세 김모씨는 발로 뛰고 현장을 누빈 덕분에 재취업의 문을 열었다. 영어 학원 강사로 근무하다 코로나로 인한 학원 상황이 나빠져 퇴직한 김씨는 고용센터 위탁 교육기관에서 환경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직군의 회사에서 현장 실무를 경험하는 등의 노력으로 환경인허가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고용노동부의 정보지원을 꾸준히 찾아봤어요. 직접 일해보지는 못하지만, 현장 실무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고용센터를 통해서 관련 직군에서 일하는 분의 회사에 가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일종의 견학식으로요. 어깨너머로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게 비결일 것 같아요. ‘발로 뛰는 것!’ 가만히 있는다고 누가 제 할 일을 제 코앞에 가져다주지 않아요.”
경력을 살린 재취업형
운수회사 관리자였던 66세 박모씨는 전 직장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살려 제 2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박씨는 이전의 일자리가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경쟁력을 잃어 그만두게 됐다. 퇴사 후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과 자동차정비연합회 산하에서 교육받고 정비 능력을 발전시켜 자동차 검사원으로 재취업했다.
“퇴사하고서는 닥치는 대로 더 열심히 살았어요. 유사 업종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업용 화물차를 사서 운송도 직접하고 그랬다니까요? 그동안 평생 차와 관련한 일을 해서 자신 있었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 오다 보니 자동차 검사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개인 점포도 내 볼까 했는데 거의 다 판매나 식당 이런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언제 밥을 지어봤습니까, 뭘 팔아보길 했습니까, 그래서 잠깐 고민해보다가 자동차 분야로 굳히기를 했죠.”
우연한 기회를 살린 재취업형
57세 권모씨는 취미를 특기로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다. 권씨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다 다쳐 일자리를 그만두게 된 후 건강 관리와 취미를 위해 점핑 운동을 하다가 전문가 프로그램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점핑 클럽 강사로 일하며 건강과 수익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운동을 배우다가 점핑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씩 하다보니까 재미도 있고 몸이 회복 되는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문득 ‘내가 가르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을 하면서 몸도 지키고 일도 하는 일석이조! 그때 점핑 강사를 선택했습니다. 점핑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배우다 보면 전문가의 프로그램 자격증을 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스가 있습니다. 또 일을 할 수 있는 클럽도 서로 공유하며 지내기 때문에 수입을 만들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점핑 강사는 수입도 만들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직업이라 신중년에게 특히 더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고용센터를 적극 활용한 재취업형
전업주부 생활 중 빈둥지 증후군이 걱정돼 재취업을 결심한 56세 유모씨는 고용센터 취업컨설팅을 적극 활용해 재취업했다.
재취업 준비를 위해 고용센터를 방문해 취업정보에서부터 자기소개서, 이력서 쓰기 등까지 다양한 취업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보험회사 총무팀으로 출근하면서 만족스러운 중년을 보내고 있다.
“몇 번의 이력서를 내고 몇 번의 거절 통보를 받고 그리고 달콤한 열매를 맛보는 것 아닐까요? 자기소개서 쓸 때 고용센터에 방문해서 교육해주시는 선생님께 이력서 쓰는 걸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3일을 매일 갔었는데 성의를 다해 도와주셨고 그 덕에 취업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나영돈 원장은 “신중년들의 재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영상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자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고자 한다”라며,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신중년들을 위한 맞춤형 경력설계 서비스를 더욱 개발하고 확대하여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 동영상은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과 유튜브 한국고용정보원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은퇴 후 제2직업이나 창업에 대해 고려해본 사람이라면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사회적기업은 일반적으로 이윤 극대화가 아닌 특정한 사회 경제적 목표 달성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정의 내리지만, 일부에선 손쉬운 창업 루트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윤기영(51) 센터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비율이에요. 2021년 기준으로 3.4%인 고용 비율을 공공기관들도 지키기 어려워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사회적기업이죠. 사회적기업이 이들을 고용하면 안전망이 갖춰지고, 지역사회 내에 많은 혜택이 직간접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우리 사회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 가운데 정부도 기업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요. 최근에 뜨거운 감자가 됐던 RE100과 같은 환경 문제나 재생에너지 등의 거대 담론에서부터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정 내 돌봄 문제나 유치원 부족, 플라스틱 배출 등 소소한 문제까지 사회적기업이 해결할 수 있어요.”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이 열쇠
사회적경제를 이루는 구성원은 사회적기업뿐만이 아니다. 자활기업이나 마을기업, 사회적협동조합도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톱니바퀴들이다.
윤 센터장은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돼 사회적경제라는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려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던 시절에는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집중했지만, 회사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지역사회의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혜택을 보는 당사자도 늘지 않는다는 것이 윤 센터장의 설명이다.
“결국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소상공인 중심의 아이템에서 탈피해 플랫폼 기업으로 나갈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해요. 소셜 프랜차이즈 형태로 규모화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눠 공동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식이죠. 사회적경제 테두리 내의 여러 사회적기업이 각자의 장기를 살려 유통이나 마케팅, 영업, 기업 운영 등을 맡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사회적경제 핵심 키워드는 ‘연대’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센터는 무엇을 하는 기관일까. 윤 센터장은 사회적경제 기업을 발굴 육성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설립 초창기에는 포괄적 기능을 담당했어요. 기업을 어떻게 만들고 생태계 안에 진입시킬 것인가부터 시작해, 진입한 기업을 어떻게 영업하고 서비스할 것인가 지원하는 역할까지 맡았어요. 지금은 사회적인 인식 개선에 힘쓰는 비중이 커요. 시장경제와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다른지, 사회적기업은 무엇을 하는지, 이러한 구조가 어떤 효과나 이익을 만들어내는지 알리는 일을 하는 것이죠. 인식이 개선되면 사회적기업의 판로가 열리니까요.”
간단히 설명하면 예전에는 기업을 키우는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 기업뿐만 아니라 연관된 지역사회 내의 자원들을 끌어모아 연대하고 잘사는 구조를 만드는 형태인 셈이다.
“사회적경제라고 이야기하면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쉽게 설명하기 힘들죠.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와 대치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시장경제에 상식과 공정이 반영되어 좀 더 개선된 시장경제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윤 센터장은 사회적경제의 핵심 키워드로 ‘연대’를 꼽았다. 경제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득이 사주나 특정 계층에 쏠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다른데,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연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경제 내에서는 기업의 노하우를 함부로 전수할 수 없지만 사회적경제 내에서는 달라요.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옆에 있는 기업과 노하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어요. 경쟁을 하더라도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죠. 각자의 강점을 갖고 있는 여러 기업, 단체가 모여 장점을 살리며 서로를 돕는 것 자체가 경영이 되는 구조예요.”
부천시 사회적경제 고도화되며 발전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2010년 12월 수립됐다. 윤 센터장이 근무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그 이후 부천시의 모습, 부천시 내의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윤 센터장은 “기업들이 전문화, 고도화됐다”고 평가했다.
“초창기에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생산되는 상품이 거의 없는 지역인 데 반해, 청소년 범죄나 고밀집화 등 사회적 문제는 잔뜩 안고 있었어요. 인구밀집도가 전국 1위였어요.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이나 청소년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커서 초기에는 이 분야에 집중했죠. 대부분의 기업도 그와 관련된 일을 했고요. 현재는 업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대신 고도화되고 전문화됐죠. 예를 들어 단순한 돌봄으로 끝나던 것이 지금은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부천시민의원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성장했어요. 덕분에 이곳으로 인력을 파견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들과의 연대도 가능해졌고요. 이런 상호 거래를 통한 연계 기업이 늘면 사회적경제는 더욱 탄탄해집니다. 현재는 관내에서 350여 개 기업이 센터와 연계하고 있어요.”
이러한 연대와 노력 덕분에 부천시 사회적기업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인근 도시에서도 “부천시 기업들은 연대가 잘된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부천시를 대표할 만한 스타 기업도 등장했다.
현재 부천시를 대표하는 스타 기업은 인력파견 업체 위드플러스시스템과 조명을 제조하는 EOS, 식품 등을 유통하는 행복을나누는사람들 등이 있다. 위드플러스시스템의 경우 직원 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300명가량 소속되어 있다.
윤 센터장은 “사회적기업들이 지원을 받기만 하다 2017년부터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며 “현재는 사회공헌 실적이 매년 10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이 망해보게 하는 것이 우리 일"
이번에는 다소 까다로운 부분을 물었다.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인 창업이나 창직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여러 교육기관에서 교육생들에게 ‘사회적기업’ 설립이나 ‘사회적협동조합’ 결성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설립의 용이함이나 다양한 지원 혜택도 이유겠지만, 그 이면에는 각 기관의 성과주의를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사회적기업의 양산이 문제가 되진 않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윤 센터장은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가 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창업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걸러내는 일입니다. 사회적경제 내의 창업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누구나 한 번쯤 쓰러져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있다는 점이에요. 창업 희망자가 인생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시험 삼아 창업을 해보고, 직·간접 경험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의 지원 체계예요. 대신 막대한 이득을 얻을 만한 지원은 아니죠.”
창업을 준비 중인 중장년들은 대부분 창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 오랜 기간 회사라는 울타리에 머물러 있다가 밖으로 내몰린 이들이 많다. 당연히 성공의 경험도, 교훈 삼을 실패의 기억도 없는 사람들이다. 확신이 부족한 사업 아이템에 인생을 걸 수 없는 것이다.
윤 센터장은 혼자 할 용기나 자본이 없다면 여럿이 함께 도전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자본을 조금씩 모아서 시도해보면 경험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치 있으니까요. 그냥 잃어버려도 괜찮을 정도의 자본이라도 여럿이 뭉치면 해볼 만한 규모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시도해보면 결론이 나죠. 혼자 하는 것이 낫겠다, 혹은 나 혼자선 못 하겠다라는 식으로요. 다양한 창업 형태를 고려해볼 수 있어요.”
그는 1년 동안 3~4번 창업해보고, 망해보고, 다시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예산을 산정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다음 창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적 네트워크, 가용 자원 등은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이런 창업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적경제 창업이라고 윤 센터장은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농촌에서 살아보기’ 참가자를 23일부터 모집한다고 밝혔다.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농촌에서 최장 6개월간 살면서 생활을 체험하고 지역민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참가자에게는 마을에서 제공하는 숙소를 포함, 마을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농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 일자리 체험, 주민교류 기회 등을 제공한다.
참가 희망자는 귀농·귀촌 누리집(www.returnfarm.com)에서 신청할 수 있다. 참가자로 확정되면 3월 14일부터 충남 부여·전북 김제 등 8곳을 시작으로 전국 110곳의 운영마을에 입주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장소가 고령층이 많은 농촌마을 내에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해 프로그램 참가자는 모두 입소 1일 전 신속항원검사나 PCR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음성 확인을 받아야 입소 가능하다. 더불어 마스크 착용, 예방접종 확인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 진행토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에 처음 시행된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전국 88개 시군의 104개 마을에서 운영돼 도시민 649가구에게 농촌 생활체험 기회가 제공됐고, 이 중 73가구(11.2%)가 농촌 마을로 이주했다.
아울러 귀농귀촌 희망 도시민은 물론 프로그램을 운영한 농촌 마을주민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농식품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사업을 확대, 개편해 도시민에게 더욱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참여 시군은 총 95개로 작년보다 7개 시군이 늘었으며, 운영마을도 약 110곳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기준 선정된 운영마을은 56개 시군에 64곳이며, 나머지 시군(39개)도 다음 달까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의 유형은 지난해와 같이 귀농형·귀촌형·프로젝트참여형으로 나뉘지만 올해는 3개 유형 내에 재배품목 장기실습형·중심지 거주형·농촌유학 연계형 등 특화마을을 도입해 도시민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현출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도시민이 희망하는 지역에 직접 살아보는 기회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의 두려움과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실제 농촌으로의 안정적인 이주와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 노인 인구가 20%가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적절한 대처 없이 맞는다면 개인적으로 노년기에 경제적 어려움, 질병, 고독, 무위 등 4고(四苦)로 인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생산성 저하는 물론 노인 부양비 증가, 복지 비용 증대 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전개 : 시작과 발전
그동안 정부는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심각한 수준으로 2011년 47.8%에서 2020년 40.4%로 개선되었으나(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1), OECD 38개국 평균(13.1%)의 3배 이상으로 최하위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OECD, 2021). 따라서 일자리는 저소득 노인들에게 생계 문제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왔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와 같이 문재인 정부에서 일자리 정책은 주요 핵심 과제로 여기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존재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2004년 2만 5000개의 일자리로 시작해 2022년 84만 5000개로 확대했고, 관련 예산은 2004년 약 213억 원에서 2022년 1조 4422억 원으로 증액했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급속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성장은 성과와 더불어 한계를 지닌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소득 보충적 특성으로 인해 공익활동 사업의 양적 확대 등 직접 일자리 창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제한적 민간 일자리 사업 성장, 수행기관 및 전문인력 부족, 과도한 사업 수행량, 사업 수행의 유연성 부족 등이 이 사업의 제약점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제취약층 노인들의 소득 개선에 도움을 주며, 노인의 심리적·정서적 건강과 사회관계 개선, 의료 이용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등 노후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기대
그동안 노인 일자리 사업은 양적 확대를 통해 소득 보충 및 사회참여에 이바지해왔다는 점에서 목적에 맞는 성과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온전한 성과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전히 노인 일자리는 수요보다 공급이 현격히 부족한 편이며, 단순 저임금 일자리의 질적 변화 없이 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고 질 좋은 일자리 증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향후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노인의 욕구, 경험 등을 반영한 혁신적 노인 일자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층 진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들 세대는 기존 노인층보다 높은 교육 수준, 건강 등 상이한 특성을 지니며, 경륜을 활용한 일자리에 대한 욕구가 높다. 일자리의 다양성, 질적 개선에 대한 베이비붐 세대의 욕구를 잘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노인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역 내 공공 및 민간기관 등이 협력하여 인적·물적 자원 연계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 기반 상생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성을 반영한 ‘돌봄’ 또는 ‘안전’, ‘방역’ 등의 노인 일자리 사업 연계가 적절하다.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ICT 기술혁신을 통한 서비스 개발이나 직무 발굴이 필요하다. 청장년 일자리와 상생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세대교류형 내지 세대통합형 노인 일자리도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노인 일자리 수요처의 욕구에 맞게 노인을 교육·훈련하고 인적 역량 개선을 위한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노인 일자리 소양 교육이나 안전 교육 이외에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 및 기술 습득과 훈련, 그리고 보수 교육, 역량 강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직무 경험과 욕구, 역량 등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의 설계 및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 및 담당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노인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과 전담인력의 사업 관리, 직무 전문성 강화, 일자리 상담, 고용안정성과 처우 개선 등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맞춤형 교육과 일자리 매칭, 수요처 발굴 등 역할 수행을 위해 종사자 직무역량 교육 강화 또한 중요하다.
넷째, 노인을 수동적·의존적 대상이 아닌 적극적이고 독립적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자신 역시 미래의 노인이라는 시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효과성,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장점(예를 들면 성실성, 책임감 등)을 부각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캠페인 또는 공익광고 등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 코로나 팬데믹, 4차 산업 시대의 도래 등 급변하는 사회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위기’가 아닌 도약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곧 도래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노인 일자리 확대 및 내실화는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실현을 앞당기고, 참여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인인 국민 모두에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2021).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OECD (2021). Pensions
at a Glance 2021: OECD and G20 Indicators.
글 원영희 교수
원영희 교수는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학 석사, 플로리다 주립대학(Univ. of Florida)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다.
'2022년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양·질적으로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60세 이상의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하며 고령화 사회의 명과 암을 보여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지난 1월 '고용동향' 주요 내용을 토대로 고용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695만 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만 5천명 늘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서 회복할 당시인 2000년 3월(121만1천명) 이후 2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월대비 취업자수도 6만 8천명 증가해 실질적인 고용 상황도 개선됐다.
무엇보다 지난달에는 전 연령대의 취업자가 증가했다. 이는 90개월 만이며, 고용률은 6개월 연속 상승했다. 15~64세 고용률도 67.7%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60세 이상은 전년 동월대비 52만 2000명이 늘었다. 그 뒤를 20대 27만 3000명, 50대 24만 5000명 등으로 이었다. 3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보다 2만 2000명 증가했다. 30대는 그간 인구효과에 따라 단순 취업자수가 감소했으나 1월에는 취업자수가 2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고령화의 영향에 따라 30, 40대 인구는 감소하고 60세 이상의 고령층 인구는 늘고 있다. 이는 고용 동향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60세 이상의 취업자수 증가는 당연한 결과이고, 30대와 40대의 취업자 증감은 인구 감소와 함께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고용 개선은 양적, 질적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났다. 제조업, 비대면·디지털 전환 관련 업종 등 민간부문(非공공행정·보건복지)에서 84만 5천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공공행정·보건복지)에서도 28만 9천명 늘었지만,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과 관련이 높은 임시직의 비중은 매우 작은 수준이다. 상용직의 증가했다는 뜻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 일자리의 예산 자체가 너무 적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직접 일자리에는 60대 이상 고령자를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도 포함된다. 2022년 정부 전체 일자리 예산은 31.1조원 수준이나, 이중 직접일자리 예산은 10% 수준에 불과한 3.3조원이다.
나머지는 실업소득 유지·지원(12.7조원, 40.8%), 고용장려금(7.8조원, 25.0%), 창업지원(2.8조원, 9.0%), 직업훈련(2.5조원, 8.1%)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령자, 취약계층을 고려하면 예산 책정은 아쉬운 대목이다.
활기찬 노후 정착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환경 미화나 교통 지도를 하는 공익활동형 일자리를 넘어 사회 서비스형, 시장형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했다. 음식 정기 배송, 농산물 재배, 취약계층 돌봄 등 보다 다양해진 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은 두 번째 청춘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의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만 60~64세의 60%는 70세가 넘어도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000만 명이 넘는 장래 근로 희망자 중 70~74세는 79세까지, 75~79세는 평균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 은퇴 이후에도 근로 의욕을 드러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이 바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층에 제공되는 일자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형’(공공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를 참여 대상으로 하며, 주로 노노케어(건강한 노인이 병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 학교 급식 지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봉사활동을 한다. 10~12개월간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이상 활동하면 한 달에 27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형’은 만 65세 이상 참여할 수 있고 복지시설, 보육시설, 금융기관 등에서 10개월간 월 60시간 이상 활동한다. 급여는 근로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월 71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참여자 인건비를 일부 보충 지원하고 추가 사업소득으로 운영하는 ‘시장형’은 식품 제조·카페와 같은 소규모 매장, 아파트 및 지하철 택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근로 수익금에 따라 활동비를 배분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 급여 수급자나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장기요양보험 등급판정자,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인 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 서비스형’
2021년 우리나라는 2조 6000억 원의 예산으로 82만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중에서 73.8% 정도가 공공형 사업이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평균 연령은 77세 수준으로, 참여에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스쿨존 안전 지킴이 등 단순한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노인의 특성과 경력을 활용하는 사회 서비스형과 시장형 일자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삼척시니어클럽은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를 운영 중이다. 장애인,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을 방문해 대형 빨래를 수거하고 세탁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외에도 필요한 생필품이나 상비약을 주문받아 함께 전달하고, 가스·수도·전등 수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세탁이 불가한 낡거나 보온성이 떨어지는 이불은 무료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백창석 강원도 일자리국장은 “빨래방 서비스와 더불어 생필품 구매 대행과 우유 배달을 진행해 취약계층 어르신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만든 셈”이라며 “통합 생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발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16일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재택치료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재택치료자·자가격리자 증가에 따른 일선 방역 현장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업단의 주요 업무는 재택치료 키트, 자가격리 물품 점검·배달 및 지역사회 방역 등 지자체와 보건소가 수행하는 포괄적인 방역 현장 지원이다. 방역수칙과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통해 노인 일자리 참여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재택치료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다. 주철 복지부 노인지원과 과장은 “재택치료 키트 배달 등 방역 현장 지원이 절실한 지금, 노인 일자리 방역지원 사업단은 건강하고 경험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역량을 사회에 환원해 국민의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과 함께 키워나가는 ‘시장형’
구로시니어클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주택가 한복판에 꽃송이버섯 재배 농장을 마련했다. 서울도시주택공사가 매입한 임대주택을 활용해 ‘시티팜’을 운영한다. 집 전체가 버섯 생육장이다.
여기서 자라는 꽃송이버섯은 암세포를 억제하는 베타글루칸 성분을 다량 함유해 항암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생장 요건이 맞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리는 탓에 키우는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비치된 기계에 배양액을 채우고, 방 안에 고루 퍼지도록 버섯의 위치를 바꿔주는 등 생육 환경을 최적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다 자란 버섯을 수확하고 무게별로 포장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수익은 어르신들의 급여와 관리 유지비,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때문에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양임순 구로시니어클럽 관장은 “신생 사업이라 판로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대형마트 등 직접 발로 뛰며 납품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꽃송이버섯은 원래 1kg당 1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고가지만,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시중가보다 4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담아드림’ 역시 시장형 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담아드림은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자재 마트에서 직접 장을 봐 신선한 재료로 매일 아침 샐러드를 만든다. 재료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껍질을 까거나 고기를 삶는 등 하나하나 어르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포장과 배송도 다 이들의 몫이다. 샐러드 종류는 아보카도, 훈제오리, 닭가슴살, 새우, 게살, 버섯 등이 있다. 가격은 5000~6000원으로 시중의 다른 가게들보다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어르신들은 제작 및 포장팀과 배송팀으로 나뉘어 주 2~3회 근무한다.
현재 인근 관공서, 공공기관과 가산디지털단지를 판매 지역으로 정해두고 있다. 양 관장은 “시장형 일자리는 어르신들이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서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현장 근무자들의 말말말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유을자(65)
“원래 보험 설계사 일을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본사에서 영업소를 축소하는 바람에 근무 지역이 멀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죠. 구직 활동을 하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게 돼 신청했고, 참여자로 선정됐을 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어요. 지금은 한 달에 총 12일, 하루 5시간을 일해요. 수거한 이불을 빨아서 생필품과 우유를 함께 배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집을 선정해 이불을 교체해요. 혼자 사는 어르신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더 나이 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 일 같지 않죠. 그래서 진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해요. 몸은 바쁘지만 사회에 도움 되는 좋은 일이니,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담아드림 조규숙(68)
“일자리 모집 공고를 지역 소식지에서 발견했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자식들도 다 커서 집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많으면 100인분가량의 샐러드를 만들 때도 있는데, 아침부터 재료를 손질하려면 전쟁터예요. 특히 훈제오리나 닭가슴살은 기름기를 일일이 다 빼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해서 굉장히 손이 많이 가죠. 그래도 소스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의논하면서 메뉴를 발전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중간중간 이야기도 하고, 바쁘게 움직이니 운동도 되는 것 같아요. 삶의 활력소를 찾은 셈이죠.”
시티팜 최수자(80)
“꽃송이버섯에 대해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효능을 알고 나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자부심이 생겼어요. 출근하면 버섯 보며 잘 잤냐고 말도 걸어보고, 비닐이 구겨져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펴주기도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손주 보듯 사랑으로 돌보게 된달까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어떤 요리에 넣어 먹으면 맛있을지 개발해보는 등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한다거나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얼마 전에는 손주에게 시계를 선물로 사줬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시티팜 송현순(65)
“집에 있으면 겉모습에 신경 쓰기보다 편하게만 있게 되는데, 여기 나오고부터는 얼굴에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 눈썹도 그려보면서 관리를 하게 돼요. 아무래도 밖에서 사람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더라고요. 불면증이 있었는데 열심히 활동하니 잠도 잘 오고, 좋은 배양액을 덩달아 맞아서 그런지 피부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체적으로 제 삶이 윤택해졌죠. 저도 얼마 전에 손주가 입학한다고 해서 책가방을 선물로 사줬어요.”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유망 직업을 소개한다. 1월호에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에 대해 다뤘다. 반려견 천만 시대. 반려견과 관련된 직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애견 간식을 만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가 있다. 펫푸드 요리사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살림을 오래 한 여성 시니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직업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현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시대다. ‘가족’이기 때문에,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펫푸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제 펫푸드는 단순히 식사용이 아닌 헬스 케어를 위해 필요해지고 있다. 과거 사료, 통조림 위주였던 것과 달리, 현재는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애호박, 토마토, 당근, 고구마 등의 재료를 넣어 영양소를 고루 갖춘 수제 간식은 건강한 먹거리로 통한다. 방부제, 합성 감미료, 색소 등 어떠한 첨가물도 안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을 보면 펫푸드가 맞나 싶게 예쁘고 다양하다. 닭고기·오리고기·연어 등의 저키(육포)를 비롯한 건조식, 황태 오리고기 말이, 고구마 닭가슴살 말이 등의 자연식이 있다. 또한 쿠키, 과자, 빵도 있고 피자, 치킨, 케이크 모양으로 재밌게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건강하고 맛있는 수제 간식을 만드는 사람을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라고 부른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는 2020년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이 선정한 여성 유망 직종 20개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음식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부 경력이 있으면 더욱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주부 경력 30년 이상인 50~60대 여성 시니어에게 맞춤형 직업이다. 자식, 손주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해주던 경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것.
여기에 반려동물을 키운 이력이 있다면 일에 적응하기 쉽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섭취 가능한 재료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반려동물의 필수 영양소도 잘 알고 있어야 균형 잡힌 애견 간식을 만들 수 있다. 즉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조리 능력 등의 자질이 필요하다. 미적·색채 감각을 지니고 있다면 더욱 이점으로 작용한다.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에 대해 알아보거나 배우고 싶다면, 교육을 들을 수 있는 창구는 많다. 한국펫영양협회에서는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가, 반려동물 베이커리 전문가, 펫푸드 지도사 1·2급 과정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을 수강한 후 협회에서 발행하는 민간 자격증 취득도 가능하다.
평생교육원에서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서원대학교, 동의대학교 등에서 관련 교육이 진행 중이다. 보통 15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이론 및 베이커리, 자연식, 건조간식 과정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지자체에서 교육을 진행할 때가 있으니 잘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한 예로 창원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지난 12월에 4주에 걸쳐 반려동물 수제 간식 만들기 교육을 했다.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2018년 문을 연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전문점 ‘장수하개’는 강남학원·강남대학교와 용인기흥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곳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반려동물 수제 간식 제조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한 15명 내외의 어르신들이 직접 제조한 수제 간식을 판매한다. 소· 닭·오리고기부터 캥거루 갈비, 메추리 등 특이한 재료를 이용한 건조식품이 주요 판매 상품이다.
소셜 벤처 기업 ‘개로만족’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선정된 회사로, 60세 이상의 셰프들을 기용해 노인 문제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아름 대표는 모교 한국외대가 위치한 동대문시니어클럽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할머니 셰프들을 소개받았다. 2022년부터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성북50플러스센터 등과 함께 시범 운영한다.
◇ ‘개로만족’ 김복순 셰프 “손끝 야무진 60대에게 추천해요”
개로만족은 처음 다섯 명의 셰프 할머니로 출발했다. 앞서 말한 대로 동대문시니어클럽에서 소개받은 시니어들이다. 그중에 김복순(64) 씨가 있다.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1958년생이다. 그녀는 위생 책임자 셰프를 맡았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김복순 씨는 인생을 즐겁게 살았다. 남편과 함께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을 30년 넘게 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노래 교실을 다녔는데 코로나19로 못 가게 되면서 삶이 무료해졌다. 이에 일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동대문시니어클럽을 찾았다.
여러 일자리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개로만족을 선택했다. 당시 지원 조건은 ‘60세 이상, 펫푸드 요리사를 꿈꾸며 열정 있는 건강한 어르신’으로 단순했다. 김복순 씨는 “강아지를 20년 동안 키워봤고,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그녀가 개를 키울 당시에는 수제 간식이 일반화됐을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펫푸드 요리사라는 직업은 생소했다.
“저는 1년 넘게 일했고 이제 근무 기간이 끝났어요. 2020년 10월부터 일했는데 12월에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됐어요. 그리고 1월은 원래 방학이라고 쉬는 기간이었고, 2월부터 12월까지 일했죠. 일주일에 두 번, 36시간 일하고 32만 5000원을 벌었어요. 일하면서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고, 30만 원이 적은 돈 같아도 매달 들어오니 좋더라고요. 제가 월급쟁이가 아니었으니 월급을 처음 받아보잖아요. 월급날이 기다려지고 재밌었어요.”
직무 교육은 셰프가 된 이후 이뤄졌다. 한아름 대표가 친절하게 레시피를 알려줬고, 할머니 셰프들은 요리하면서 점점 손에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김복순 씨는 “저희가 나이가 있다 보니 한두 번 배워서는 모른다. 처음에 애를 많이 먹었다. 칠판에 레시피가 적혀 있는데 글씨가 잘 안 보이니까 사진으로 찍어 크게 확대해서 보고는 했다. 지금도 레시피 그대로 요리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대로 연륜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 할머니 셰프들의 나이는 60~70대. 주부 경력 또한 40~50년이다. 주부로서의 내공이 일하면서 곳곳에서 발휘됐다. 예를 들면 고구마를 어떻게 쪄야 더 맛있을지, 색이 예쁘게 구현될지 알고 있었고, 불이나 물 조절을 기가 막히게 했다. 그리고 좋은 재료에 맛을 더하기 위해 반죽할 때도, 빚을 때도 정성을 기울였다.
“처음에 간식을 만들 때는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떠올렸어요.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요. 처음에 무지개우유껌을 보고 얼마나 놀랐다고요. 어떻게 이렇게 예쁘냐 했죠. 간식이 그렇게 예쁘게 만들어지면 저도 기분이 매우 좋더라고요. 그리고 홈페이지에 좋은 후기들이 올라오면 대표님이 보여주시는데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어요.”
김복순 씨는 누구나 펫푸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면서 시니어들에게 추천했다. 특히 “나와 동년배인 60대 초중반이 하기에 좋은 일 같다. 주부 경력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고구마, 호박을 자르고 찌는 것은 주부에게 너무 쉽지 않나”면서 “손끝이 야무진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로만족은 어떤 회사?
강아지들을 위해 형형색색 예쁜 간식을 만드는 셰프들. 평균 나이는 68세다. 소셜 벤처 기업 ‘개로만족’은 ‘개(犬)와 노인(老)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뜻을 지녔다. 반면에 회사 대표 한아름 씨는 24세의 젊은이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한 대표는 손주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고, 애견 간식 사업과 연결시켰다. 그렇게 할머니가 손수 만드는 애견 간식 회사가 탄생했다. 개로만족의 시그니처는 우리나라 전통 간식인 한과 모양의 간식이다. 더욱이 모든 재료가 국산으로 최고만을 엄선했다. 거기에 할머니들의 손맛까지 더해졌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개로만족은 고품격 애견 간식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727만 3000명으로 전년보다 36만 9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 취업자가 33만 명으로 89.4%를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2일 통계청은 '2021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늘어난 취업자 수는 36만 9000명으로, 이는 지난 2014년(59만 8000명) 이후 7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앞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연간 취업자가 21만 8000명 급감했다. 이로 인한 기저 효과와 비대면·디지털 전환 등 산업 구조 변화, 수출 호조 등으로 2021년 취업자가 증가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 취업자는 60세 이상이 540만 6천명으로 전년 대비 33만 명이 늘었다. 고용률 또한 42.4%에서 42.9%로 늘었다. 또한 20대에서 10만 5천 명, 50대에서 6만 6천 명이 각각 증가했다. 반면 30대는 10만 7천 명, 40대는 3만 5천 명이 각각 감소했다.
산업 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19만 8천 명 증가했다. 전년 대비 8.5%로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이어 운수 및 창고업은 10만 3천 명(7.0%), 건설업은 7만 4천 명(3.7%) 증가했다. 또한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취업자도 3만 1천명(2.8%) 증가했다.
이로 보아 60대 이상의 취업자가 증가한 이유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자리 사업 관련 업종인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의 취업자 증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반대로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업종인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4만 7000명 감소했다. 또 도·소매업도 15만 명,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2만 9000명,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도 5만 5000명 줄었다.
한편, 60대 이상은 고용률도 늘었지만 실업률도 늘었다. 2021년 실업자는 103만 7천명으로 전년대비 7만 1천 명이 감소했다. 이 중 20대는 4만 5천 명, 50대는 2만 1천 명이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은 2만 4천 명이 증가했다. 실업률은 3.6%에서 3.8%가 됐다.
그런가 하면, 2021년 비경제 활동 인구는 1677만 명으로 전년 대비 3천 명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 연로가 이유인 경우는 238만 8천 명으로 전년 대비 13만 1천 명이 늘었다. 비경제 활동의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 가사는 601만 8천 명을 기록했다.
복지관과 기술교육기관. 기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찾아오는 쪽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모든 것을 바꿨다. 노인들은 집 밖으로 나올 수 없었고 기관은 텅 비고 말았다. 이에 기관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열고 복지관 대신 애플리케이션 내 게시판으로 불러 모았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돌봄 방안까지 덧입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노인을 위해서.
기관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노년기 사회생활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 과반수가 나 홀로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하루 5시간 이상의 여가시간 반절 혹은 그 이상을 TV 시청하는 데 썼다. 그간 지자체와 복지관에서는 노인의 사회적 관계 단절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왔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동영상·모바일 앱 장착한 복지관
이에 복지관들은 프로그램의 형식부터 바꿨다. ‘비대면 방식’ 하면 떠오르는 화상 공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자체적으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좌 영상을 공유하거나, 카카오채널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코로나 시국에는 노인들과 강사가 직접 대면하며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수나 참여 횟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튜브, 카카오톡 채널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구연동화나 요가를 동영상 강좌로 배우는 ‘집이지만 괜찮아’, 칼림바 악기의 실시간 화상 강의 등의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설·추석 명절 온라인 합동차례도 진행한다. 복지관에선 유튜브 채널을 검색하고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영상 주소를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로 꼬박꼬박 전송한다.
노인 건강관리를 위해선 ‘언택트 동네 한바퀴 걷기’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외부 활동도 할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하고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한 결과다. 복지관은 실시간 걸음 수와 주간·월간 걸음 수, 걸음 수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워크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 매월 둘째 주 주간 걸음 수 10위 안에 든 어르신들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드린다.
해당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로도 기능했다. 걷고 싶은 길을 걸으며 직접 찍은 풍경을 앱 내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에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우철홍 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복지1과 팀장은 “너무 춥거나 폭설이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진행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염려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져도 한동안 비대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어르신 질환 관리 SNS 그룹을 운영하고, 백신 접종 건강상담을 진행하며 비대면 건강관리에 나섰다. 또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복돌(福doll)이’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에게 공백 없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돌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가족 안전망이 취약하거나 활동 제약이 심한 어르신에게 제공됐다.
복돌이는 약 복용이나 기상·취침, 환기·산책해야 할 시간을 알려준다. 일정 시간이 되면 쓰다듬거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여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게다가 움직임 감지 센서가 있어 집 안에만 있는 어르신의 활동을 파악하는 데도 쓰인다. 이에 어르신들은 복돌이의 얼굴을 직접 씻기고, 옷을 만들어 입혀주는 등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복돌이와 생활하는 한 어르신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생겨 마음이 든든하다”며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복돌이가 집에 있구나’ 생각하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라며 만족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온오프믹스’(On-off mix)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니어 슈퍼스타 종로’, ‘바운스바운스’ 같은 기존 지역 문화축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식이다. 올해는 전 세대가 즐기고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참가자 연령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 60세 이상 참가자는 선배 부분, 만 59세 이하는 후배 부문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방식이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측은 “온 세대가 온라인을 통해 축제를 즐기고 소통하자는 뜻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위드 코로나 또는 뉴노멀 시대가 온다면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 지역 내 찾아가는 서비스, 커뮤니티 케어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관의 역할 고민하는 계기로 작용해
코로나19는 복지기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복지관을 방문할 수 없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돌봐야 하는 낯선 상황이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전제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박미연 창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은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프로그램을 열어도 신청자가 넘쳐 자리가 부족했고, 신청자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복지관이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연결고리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자제와 거리두기는 실제로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위축시켰다. 복지관 방문이 어려웠던 1년 사이 치매 전 단계인 인지경도장애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에 올해 어버이날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나눠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묻기 위해서였다.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외에 참여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집에만 계시던 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연결돼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약 없는 전염병 사태가 낳은 ‘코로나 블루’가 전 세대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복지관 역시 어르신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형식이나 구성,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미연 관장은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긍정하며, 앞으로 맞이할 상실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복지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창동어르신복지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비대면과 대면 방식을 병행하되 형식보다는 교육 내용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웰다잉(Well-dying)으로 한데 묶이는 생애설계, 죽음교육 등이 그것이다.
비대면·4차 산업혁명에 맞춰 변화하는 기술교육원
평생교육기관을 논할 때 기술교육원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기술교육원은 만 15세 이상의 모든 서울시민에게 열려 있으나,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의 프로그램 참여율이 높다. 2021년 상반기 모집 기준 50대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을 정도다. 요양보호사 과정이나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과정이 시니어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중 요양보호사 과정은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2020년 기준 평균 98.9%를 기록하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역시나 ‘비대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직업훈련기관인 중부기술교육원에서는 온라인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과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권미진 중부기술교육원 경영지원부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교육 내용을 바꾸진 않았으나, 비대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교육생에게는 담당 교수나 행정 담당자가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정 개편 및 신설도 앞두고 있다. 올해 신설된 방송영상크리에이터, 웹콘텐츠디자인 과정 등이 포함된다. 중부기술교육원 홍보 담당자는 “유튜버를 희망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고자 하는 분들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많이 지원한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이론 등 일부 수업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대면 방식으로 실습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IP] 서울시 기술교육원 지부별 학과 안내
동부 디지털콘텐츠디자인, 기계융합로봇, 특수용접, 스마트카정비, 조경관리 등
중부 요양보호사, 패션디자인, 한국의상, 글로벌조리, 방송영상크리에이터, 헤어뷰티 등
북부 자동차외장튜닝, 배관용접, 자동차정비, 건축시공, 전기용접, 건물보수. 직업상담사 등
남부 가구디자인, 주얼리디자인, 옻칠나전, 바리스타디저트, 헤어디자인, 외식조리 등
주간 1년, 주간 6개월, 야간 6개월, 단기 과정 등 총 4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 과정마다 진행되는 학과가 상이하며, 내년 교육과정은 12월 중순 서울일자리포털과 서울시 홈페이지, 각 기술교육원 지부 홈페이지에 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