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숙(文淑·61)이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녀를 향한 놀라움은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로부터 먼저 왔다. 그녀의 모습에는 분명 세월을 증명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나이가 예순에 달했다는 걸 그저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단순히 ‘동안’이라고 표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모종의 생명력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 출연하며 무려 38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인간’ 문숙이 밝히는 남다른 젊음의 비결과 삶의 철학.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우리는 문숙을 흔히 ‘배우’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배우 문숙’이라는 명칭에 손사래를 친다.
“영화배우요? 40년 동안 안 했는데, 갑자기 영화배우 노릇을 하려니까 힘들어 죽겠어요(웃음). 하긴 내가 한 게 배우밖에 없으니까 한국에 오면 배우라고 하는데, 배우 노릇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웃음) 갑자기 ‘선배님’, 이러면 내가 뭐 어색해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웃음).”
인터뷰 내내 문숙과 같은 자유인을 만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든 훌훌 털고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거기서부터 비롯되고 있었다.
“저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름 붙일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는 사람이에요. 지금 이 순간을 체험으로 사는 것밖에 없기에 잡을 만하고 걸릴 만한 게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박 중의 강박은 바로 아름다움일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하여, 혹은 더 아름답게 되기 위하여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매일 하며 살고 있다. 이에 관하여 문숙은 철저하게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데 문제가 있어요. 그걸 확 놔버리면, 그만큼 나이에 맞게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괜히 그 에너지를 젊어지려고 애쓰는 데 쓴다는 거죠. 그건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는 거예요. 늙어 보이면 어때요. 주름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주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주름은 내가 제일 많을 걸? 대한민국 여자들 중에서.(웃음) 나이가 들면 지혜가 생기는데, 시간이 나에게 마련해준 것에 대해 반항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노송이 젊은 소나무에 비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는 눈이 없는 거죠.”
그녀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은 문숙 본인이 가진 아름다움과도 일치한다. 혹시 그렇게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아직 일반적인 삶의 입장에 서서 물어봤다.
“오히려 노력을 덜해야 할지 않을까요? 난 한국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을 어마어마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렇게 피부에 쏟는 노력을 다른 데로 돌리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걸요. 그건 불필요한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고 있다는 거죠.”
문숙은 해외에 있으면서 우리나라 여성들이 정말 열심히 살고 있으며, 그만큼 아름답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 생명력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에 비해 스스로에 대해 자신 없어 하는 게 안쓰럽다고 말했다.
“우리는 원래 우아해요. 왜냐하면 우주의 기운이 우아하고, 우리는 그 기운의 소산물이기 때문이에요. 스스로를 우아하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건, 디스커넥트(단절)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자신과 분리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나의 본질을 찾아서 접속시켜야 해요. 그러면 우아해질 수밖에 없어요. 꽃도 새도 우아한데 하물며 인간이야, 우아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그저 나이기만 하면 돼요.”
목적 없는 생활의 기쁨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아픔과 익숙한 사이가 된다. 오랜 기간 수행한 요가 수련자로서 문숙은 아픔을 독특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요가는 자신과 함께 하는 수행이며 그동안 쌓여 있던 침체된 기운들을 정리해주는 작업이기도 했다.
“아프면 행운이에요. 왜 아픈지 그 원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그래서 아픈 건 운이 좋은 거죠. 요가를 하면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어서 아픔 속으로 들어가게 해 줘요. 그 전에는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모든 게 밖을 향했어요. 목적의식, 욕구 등등. 그러다보니 제 몸은 혼자 살아남아야 했죠. 몸은 여기 있는데, 나는 다른 데로 가 있으니까 몸이 혼자 움직여야 하니 아프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아프면, 내가 아픔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아요.”
자신에게서 어긋난 것을 고치고 나다움을 찾는 것. 문숙의 철학은 그렇게 간명하면서도 강직했다. 그것은 우리가 소위 ‘성공을 위해 설정해야 하는 목적’이라는 개념을 바라보는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 ‘목적’이란 진정한 자신의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부여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목적을 갖고 사시잖아요? 그런데 목적을 갖고 살면 꼭 사고가 생겨요. 이루면 ‘이게 아니야, 허전해’ 하는 생각이 들어 또 찾게 되고. 그래서 저는 목적 자체를 버리고 체험 그 자체로만 살아요. 그렇다 보니 기대가 없기 때문에 실망할 일도 없죠. 그때그때 살기 때문에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커질 수 있어요. 오히려 순조롭게 살 수 있는 거죠. 사람들은 ‘편안하다’는 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 자신이 해당되지 않으면 괴로워해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거지 상황은 변하지 않아요.”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는데 왜 기대를 해요?”
문숙은 만약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 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삶 자체에 대해서, 체험자로선 적극적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이진 않다는 그녀의 말을 충족시키는 확신이었다. 그토록 확신 있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부러웠다. 그래서 그녀가 보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졌다.
“불행도 우리가 만들어낸 거예요. 불행과 행복은 중요한 게 아녜요. 그건 그 사람들 자신이 만들어낸 거죠. 컵에 물이 반 컵 차 있을 때, 그걸 반 컵밖에 없다고 보느냐 반 컵이나 있다고 좋아하느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행복에 너무 집중하면 불행도 커져요. 그래서 쉬이 행복하다고 떠드는 사람은 그만큼 그림자가 큰 거죠.”
행복도 애쓰면 불행이 된다. 그녀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자연 그대로의 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할 때,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직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 삶의 태도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문득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답이 나와 있는데 왜 기대를 하느냐고 반문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는 지금은 애써서 하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애써서 하면 잘 안 돼요. 자신이 잘될 일은 애쓰지 않아야 나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반면 자신이 잘하는 일은 오히려 에너지가 생겨요.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게 확연해져요.”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해져요
문숙은 이시형 박사의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요가와 요리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라는 책도 낸 자연식 전문가로서의 그녀만큼 지금까지 접한 그녀와 어울리는 일도 없을 듯했다.
“안 먹고 살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내가 남의 생명을 섭취하고 살아야 하는 거예요. 시금치가 나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났겠어요? 그러니 먹어야 할 게 있고 안 먹어야 할 게 있는 거죠. 이만큼만 먹어야 할 게 있고 저만큼만 먹어야 할 게 있죠. 자연식이라고 좋다고 무조건 먹어야 한다고 하면 그게 또 스트레스가 돼요. 내가 진짜 필요한 게 뭔가가 중요해요. 우리는 오관(五官)의 노예가 되어 있잖아요. 아름다운 것, 좋은 것을 더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생각해야 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 기도하는 마음이 자연히 생겨요. 그리고 몸이 먼저 알게 돼요.”
문숙에게 가장 행복한 시기를 물어봤다. 그녀답다고나 할까, 어렸을 때와 지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애해야지, 남자 보면 두근거리지, 아이 낳아야지, 아이 먹여줘야지…. 복잡했어요. 인류 종족을 위한 역할을 하느라고 나도 모르게 아주 힘들었어요(웃음). 이젠 나만 행복하면 돼요. 내가 우울하면, 내 옆에서 우울해할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내가 행복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어요. 누군가를 행복하게끔 해주는 게 아니라. 이젠 그게 가능하잖아요?”
그녀는 그동안 남을 위해서 살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남을 위해 살 필요가 없었던 어린 나이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삶이 내 몸을 떠난 거예요. 그때 기억나시죠? 모든 게 아름다웠잖아요. 모든 게 가능했고.”
“난 지금 덤으로 사는 거예요.”
살아있으니 하루하루가 괜찮다고 말하는 문숙의 맑은 눈은 흡사 10대 소녀처럼 보였다. 삶의 막바지에 도달했음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사람의 눈이 저토록 맑고 생명력이 있을 수 있다니 정말 역설적인 느낌이었다.
“60살 넘었잖아. 난 덤으로 사는 거예요. 오행에서 육십이면 다 산 거니까.”
‘다 살았으니 덤으로 살고 있는 중’이라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녀의 에너지를 보면 던질 수밖에 없는 다소 짓궂은, 아직도 이만희 감독의 얼굴이 기억나냐는 질문이었다.
“이만희 감독님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해요. 60평생 그 분 처럼 멋진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웃음).”
SHE IS…
영화배우 문숙씨는 고교 재학 중 연기자로 데뷔해, 스무 살에 영화 ‘삼포 가는 길’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대종상 신인상을 받은 그는 23세 연상인 고 이만희 감독과 결혼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결혼 1년 만에 병으로 숨졌고, 그는 미국으로 갔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나, 걷잡을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렸고, 병원에서는 치료할 방법이 더 이상 없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으로 묵언명상 수련을 떠났다.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산속에서 매일 열네 시간씩 요가와 명상 수련을 했다. 수행을 하며 건강을 되찾은 그는 음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연치유식 요리연구원에서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2015년 자연식 치유가로 검정색 고무신, 탐스러운 은회색 머리카락, 짙고 바른 눈썹, 자연 색깔의 쇼울을 걸치고 우리 곁으로 왔다.”
무언가를 인지하고 판단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뇌가 원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뇌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 감정을 관장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의 장기를 조절 통제하고 있는 중앙 컨트롤 타워이다. 따라서 뇌가 활발히 움직이면 생각과 감정이 밝고 긍정적이 될 뿐만 아니라 신체 각 부위도 활력을 갖고 활발히 움직인다. 반면, 뇌가 주위의 여러 원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활력이 떨어지게 되면 뇌가 빠르게 늙어가 정신과 감정기능이 떨어져 정신병이나 우울병 등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중앙 조절 통제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되어 우리 신체가 늙어가게 된다.
글 서유헌(徐維憲) 한국뇌연구원 원장/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즉 뇌력이 체력이다. 따라서 뇌를 활력 있게 건강하게 유지하고 잘 사용해야 오랫동안 젊음의 활력을 가지고 장수할 수 있으며, 잘못 쓰거나 잘 사용하지 않으면 치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신경정신질환과 신체적 질병에 걸리게 된다.뇌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 중년의 생활습관병에서 비롯된 비만을 다스릴 때도 ‘위’가 아닌 ‘뇌’를 다스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런 맥락과 같다.
뇌가 활력이 올라가고 건강하면 신체도 활력을 띠고, 삶의 질도 함께 올라가서 장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뇌가 활력을 잃은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을 앗아가 버릴 수 있다. 우리가 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절대적 이유이다. 뇌에 있는 불로초를 잘 사용하면 누구든 100세까지 살 수 있으나 불로초를 잘 사용하지 못하면 단명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신체나이와 뇌의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배우려고 해도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반응 속도가 느려 민첩하지 못하다는 것은 변명이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뇌는 늙어간다. 신체적 활력이나 힘은 뇌활력에 비해 더 빠르게 약해진다. 젊었을 때는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렸으나 80대가 되면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기가 더 힘들다. 그러나 노력하면 80대가 되어도 젊었을 때 못지 않은 기억력을 유지할 수 있다.
뇌의 신경세포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데 자극이 가해지지 않으면 자신이 필요 없다고 인식해 그 순간부터 정보 전달을 위한 시냅스 회로를 없애고 죽어버린다. 반대로 자극이 가해지면 시냅스 회로를 새로 만들어 정보 전달을 위해 뇌를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므로 설사, 치매에 의해 뇌신경세포가 상당 부분 죽는다 해도 남아 있는 신경세포의 회로가 발달하면 망가진 뇌 기능의 일부를 대신하여 기억 기능, 인지 기능 등의 소실이 잘 나타나지 않아 상당기간 치매 발병이 지연될 수 있다.
뇌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신경세포가 죽고 그 결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잘만 관리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고 기능 저하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인 미켈란젤로는 89세로 사망할 때까지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76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병석에 누워서도 생애 최고의 이론을 세우는 연구를 했다. 세기의 지휘자로 불리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역시 81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연주 활동을 했다. 우리 주변에서 젊은 사람 못지않은 인지 기능을 보이는 노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나이에 구속받지 않고 활력을 유지하는 사람과 치매에 걸려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사람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뇌가 건강한 사람은 특별히 유전적으로 뛰어난 조건을 갖추었거나 좋은 약,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끊임없이 뇌를 적절히 자극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낙관적 생활관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다.
뇌를 단련하고 사용하는 동안 뇌는 점차 활력을 되찾고, 필요한 에너지는 재충전될 것이다. ‘나이가 든다 = 뇌도 늙는다’의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공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뇌활력을 깨우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뇌의 피로는 건망증의 최대 원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기억력 감퇴, 무력감, 긴장성 두통, 근육의 긴장, 고혈압, 우울증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뇌세포를 혹사할 때 일어나는 증상과 아주 비슷하다. 뇌세포는 일정 이상 지속적인 자극을 받으면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 ‘불응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쉬거나 수면을 취한 다음에는 다시 반응성이 회복된다. 밤을 새우고 난 다음 날이나 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험을 해 본 적이 많이 있을 것이다. 뇌는 무한대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중년기 뇌활력의 가장 큰 적은 뇌세포의 피로다.
기억 연구로 유명한 도널드 헵 박사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던 47세 때 심각한 기억력 장애를 경험했다. 그는 논문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노트를 펼쳐 보니 이미 그 부분이 자신의 글씨로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논문을 읽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당장 일을 중단하고 충분히 휴식하면서 영양을 보충했고, 그 결과 기억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노령인 지금도 헵 박사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년에 생기기 쉬운 건망증을 노화 현상으로 당연시해서는 곤란하다. 건망증 자체가 치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인 피로가 오게 되면 치매가 일찍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초로 치매가 최근 증가하는 것도 누적된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피로에 지쳐 있거나 혹사 당한 뇌가 언제 어떻게 시스템 이상을 일으킬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뇌의 건강이야말로 신체의 건강은 물론 삶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다.
습관적 음주와 흡연이 뇌를 깎아먹는다
피곤한 중년의 뇌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것은 습관적인 음주이다. 중년은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하지만, 습관적인 음주는 뇌를 전체적으로 마비시키고 위축시키며 표면에 있는 골을 넓고 깊게 만든다. 또 뇌세포가 많이 손상되고 위축되어 뇌척수액이 순환하고 있는 뇌실이 넓어지고 무게도 가벼워진다. 특히 전두엽이 위축되고 얇아져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자제심이 부족해지고, 끈기와 집중력이 떨어지며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알코올은 도덕심과 창의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술이야말로 중년들에게 가장 큰 위협인 것이다.
술과 함께 담배도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가 실시한 연구에서 흡연자의 뇌는 비흡연자의 뇌보다 왼쪽 대뇌피질이 얇을 뿐 아니라, 흡연량이 많고 흡연기간이 길수록 더 얇아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뇌피질은 언어와 청각 능력, 정보 전달력, 기억력과 관련된 부위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두께가 얇아져 청각과 언어능력, 기억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담배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또한 중년의 나이에 담배를 피우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최대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술을 마실 때 담배를 같이 피우면 술만 마실 때보다 뇌장애, 특히 청각 기능에 더 큰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뇌의 활력이 많이 떨어진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침을 거르고 점심까지 기다리는 것은 꽤 긴 시간이다. 장시간의 공복은 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간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또 하나 아침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체온이다. 사람은 수면 중 체온이 1℃ 정도 내려간다. 겨울 산속에서 재난을 당해 잠들면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뇌 활동도 둔해진다. 오전 중에 뇌 활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면 중에 떨어진 체온을 올려줘야 한다. 이러한 신체 활동을 위한 준비가 바로 아침밥이다.
하루 종일 뇌가 원활하게 정보전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40~50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원료 공급이 부족해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만들어져 뇌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오전 내내 호르몬 중추인 뇌하수체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 속의 식욕 중추가 흥분을 하게 돼 집중력이 떨어진다. 즉, 아침밥을 먹어야 탄수화물이 혈당량을 높여 정상적으로 뇌활동을 펼칠 수 있다.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끌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시간의 공복은 뇌에 부담이 된다. 이런 식습관이 오래간다면 뇌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열매를 먹으면 요강이 뒤집힐 만큼 소변 줄기가 세어진다 해서 이름 붙여진 복분자(覆盆子). 한방에서는 남성의 정력을 강화시키고 양기를 보하는 약재로도 쓰이고 있다. 복분자는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성에게는 에스트로겐을 증가시켜 남녀의 양기와 음기 보호에 탁월하다. 이뿐만 아니라 기운을 도와 몸을 가볍게 하고 머리가 희어지는 것을 방지하며 눈을 밝게 해 적당량 섭취하면 중장년층의 생활에 활기를 더할 수 있다.
복분자는 원액으로 먹기도 하고, 말려서 차처럼 우려서 마시거나 복분자주로 담가서 섭취한다. 태생적으로 기운이 강한 사람은 자주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고, 당뇨환자의 경우 소화흡수가 빨라 혈당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소변을 농축시키는 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적게 나오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고, 소변이 잦은 사람이 먹으면 이뇨 작용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는 복분자에 대해 ‘성질은 평(平)하며 맛은 달고 시며 독이 없다. 남자의 신기(腎氣)가 허하고 정(精)이 고갈된 것과 여자가 임신되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간을 보호하고 신장을 기능을 보해주는 작용을 해 야뇨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연산군이 잦은 소변으로 쑥뜸 등을 처방받아 증상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복분자를 술이나 음식, 차로 먹는 것도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연산군의 증상에 대해 하늘땅한의원 장동민 원장의 진단을 들어봤다.
◇ “소변이 자주 마렵다? 양기(陽氣)가 부족하고 하초(下焦) 기능이 떨어진 것” - 내의원 진단
장 원장은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은 참으로 불편한 증상이다. 혹시라도 밤에 볼일을 자주 보게 되면,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므로 피로가 쌓여 더욱 큰 문제다”며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은 방광이나 기타 요로계의 괄약근 등이 약해져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하초(下焦)의 기능성이 약해져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랫배가 차가우면서 소변 줄기가 시원찮고 수시로 조금씩 자주 보게 되는 경우는 이른바 양기(陽氣)가 부족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산군의 경우에도 아랫배를 따뜻하게 덥혀 주고 뜸을 떠서 온기를 불어넣어 주니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기록을 볼 때, 양기가 매우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왕들 중에서 사치와 방탕 패륜 등으로 왕위를 빼앗긴 유일한 왕이었던 것을 보면, 비뇨생식 계통의 양기를 무척 많이 소모했으리라 짐작 된다”고 설명했다.
◇ “안토시아닌과 비타민C가 풍부해 노화방지에 좋은 복분자“- 수라간 음식처방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은 “복분자는 카로틴,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염화시아닌배당체 성분이 풍부해, 노화방지는 물론 항암효과까지 인정받고 있는 식품이다. 특히 신장의 기를 보호해주고 정액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진정시켜주고, 항산화 효소 작용으로 체내 곳곳의 노화를 예방하며 비타민 C 성분은 피부 개선 및 피로회복에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액을 활용하여 각종 요리에 첨가하거나 희석해 먹는다면 맛도 좋고 몸도 건강해지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며 복분자를 활용한 음식으로는 출출할 때 간식으로 알맞은 ‘복분자 핫케이크’와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대접하면 좋은 ‘복분자 구절판’을 권했다.
◇ 건강 레시피
①복분자 구절판
재료: 복분자 가루 1작은술, 밀가루 1/2컵, 당근 1/2개, 오이 1/2개, 햄 50g, 표고버섯 50g, 석이버섯 20g, 쇠고기 100g, 달걀 1개, 식용유 1컵, 소금 1/2작은술
겨자장 재료: 겨자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1. 밀가루에 복분자 가루와 소금, 물을 섞어 걸쭉한 상태로 반죽한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1의 반죽으로 지름 6cm 정도의 전병을 얇게 부친다.
3. 당근은 길이 5cm로 채썰고, 오이도 돌려깎기 한 다음 같은 길이로 채썬다.
4. 햄과 표고는 5cm 길이로 채를 썬다.
5. 석이버섯은 곱게 채를 썬다.
6. 고기도 표고와 같은 크기로 채를 썬다.
7. 달걀을 흰자와 노른자로 분리하여 황백지단을 부친다.
8. 팬에 기름을 두르고 오이, 당근, 석이, 햄, 표고, 고기 순으로 익힌다.
9. 겨자를 따뜻한 물에 개어 끓는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 뒤 식초·설탕·간장·소금으로 양념한다.
10. 그릇에 모든 재료의 색깔을 고려하여 가지런히 돌려 담고 가운데 전병을 담아 겨자장을 곁들인다.
②복분자 팬케이크
재료: 복분자 가루 50g, 핫케이크가루 250g, 계란 1개, 우유 150mL, 버터 약간, 설탕 2큰술, 물 2큰술
1. 볼에 계란을 깨뜨려 넣어 거품기로 잘 섞어준다.
2. 1의 볼에 우유를 부어 잘 섞은 후 핫케이크 가루와 복분자 가루를 넣어 덩어리 없도록 잘 풀어준다.
3. 팬에 버터를 약간만 넣어 녹인 후 반죽을 한 국자 넣어 고르고 둥글게 펴서 구워준다.
4. 약불에 앞뒷면 1~2분 정도 굽는다.
5. 꿀 또는 설탕 시럽을 핫케이크가 뜨거울 때 끼얹어 완성한다.
6. 버터 한 조각을 뜨거운 핫케이크 위에 올려주거나 과일 등으로 장식한다.
『왕의 병을 고친 수라간 건강음식』(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세계음식문화연구원장 양향자 지음/아카데미북)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령자 친화기업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에겐 낯설기만 한 이 단어는 ‘고령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합한 직종에서 참여자의 70% 이상을 고령자로 구성하는 기업’을 말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고령자 친화기업 개념을 받아들여, 지난 2011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고령자 친화 기업을 선정해 이들 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주고 있다.
'고령자 친화 기업'이 되려면 신청-지원이 필요하다. 신청 자격은 공고일 기준 이전 설립된 민간법인으로 60세 이상 고령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합한 직종에서 참여자의 70% 이상을 고령자로 구성하는 기업을 신규 설립 가능한 법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또는 다른 기관을 통해 지원 신청액의 70% 이상 대응투자를 약정한 법인이어야 한다. 여기서 대응투자란 참여 법인이 고령자 친화 기업 설립·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현금 투자에 한하며, 지자체가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무상제공되는 부동산(토지·건물)의 공식 감정가액을 환산하여 인정하는 걸 말한다.
고령화 친화기업 선정 사업은 20개 사업 내외로 설정되어 있으며 각 개소당 최대 3억 원 내외의 금액이 지원된다. 구체적인 지원 사항은 예산․경영․판매․교육의 네 가지 분야에서 이뤄진다.
고령자 친화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약 91억 6천만 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고령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간시장 내 적극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동 참여 비중을 올리기 위해 고령자 친화기업 공모사업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시장 논리로는 풀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지원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하여 그 방향성 자체가 정확하게 노인 복지의 경제적 해결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
관건은 사업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느냐의 여부다. 2011년에 9개소, 2012년에 15개소, 2013년에 20개소가 선정된 고령자 친화기업은 2013년 12월 말 기준 총 44개 기업이 설립된 상태다. 이들 기업의 고령자 채용 현황은 60세 이상 총 1,118명이며 1인당 월 평균 급여수준은 약 73만 원선이라고 한다. 2012년 평균 72만 원에 비하면 1만 원이 상승한 수치다.
기업들의 매출액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경제구조의 건강성을 뒷받침해주는 건 회사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액은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91억6천만 원이 달성된 것으로 나왔다. 3개년 동안의 누적액은 약 172억 원 수준. 매출액의 기조를 보면 2011년 10억9천만 원에서 2012년 69억8천만 원으로 크게 점프했으며, 2013년의 91억 6천만 원으로 약 30% 가량 상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자 친화기업의 미래를 위한 발판 마련 필요
기업은 일반적으로 고령 노동자를 비용으로 여긴다. 그러한 일반적 상황에 비해 고령자친화기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정부 지원으로서 운용되고 있다는 건 노인 산업에 관한 실질적이고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 때가 되면서 노인표를 잡기 위해 정치인들의 공약에서는 유독 고령자친화기업에 대한 이슈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고령자 친화기업이 충성도가 높은 고령층의 표를 얻기 위한 한때의 공약으로만 소비되는 걸 막으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다듬어진 고령자 친화기업 정책과 그를 둘러싼 환경 구축에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고령자 친화기업 대표 ㈜행락이 준비하는 새로운 기업 그리기]
고령자 친화기업의 성장세는 지표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고령화 친화기업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려면 캐릭터, 즉 대표적인 이미지가 필요한 법이다. (주)행락은 2013년에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선정되어 현재 고령자 친화기업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올리며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행락의 주 분야는 벽면녹화 사업. 과연 어떻게 행락이 고령화 친화기업의 대표로서 시니어들에게 활기찬 삶과 성취감을 제시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확인해 본다.
고령화 친화기업으로 선정된 회사들의 리스트를 보면 실로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보인다. 문화재발굴원 인력 파견, 전통부각 생산, 베이비시터, 양봉, 삼성전자 세탁공장 운영까지, 언뜻 독특하면서도 고령층에 알맞은 업종으로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주)행락은 벽면녹화 사업이라는, 고령화 친화기업 리스트 안에서도 행복을 만드는 뜨락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행락은 모 기업인 Eco-wall의 새로운 개념인 Vertical Green Wall과 녹색공간을 만드는 일을 통해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 자연환경과 건강이 있는 공간,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기업이다.
전 직원이 60세 이상, 성실하게 성장중
벽면녹화 사업은 건축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자리가 잡힌 영역이다. 벽면녹화는 그 이름 그대로 콘크리트, 금속, 목재, 타일 등의 마감 재료로 덮여있는 구조물에 다양한 식물을 심는 작업이다. 인공적인 구조물에 자연적인 요소를 설치함으로써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벽면녹화 작업은 아파트, 오피스, 학교, 병원, 매장 등의 벽을 페인트나 벽지로 마감하지 않고 살아있는 식물로 장식하는 것이다. 벽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한 뒤 여기에 각종 화초를 심어 벽 전체를 뒤덮는다. 마치 숲에서 산림욕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벽면녹화 관련 법규 및 제도가 제정되고 서울시에서도 녹지 보전 및 녹화 추진에 관한 조례가 통과된 것이 ‘행락’이 기업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또한 시공과 동시에 유지와 관리에 대한 연간 계약, 파생 부산물을 다양한 제품 생산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가 있어서 사업적인 장기성을 보장해주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벽면녹화 사업은 시공, 유지/관리, 파생상품 제작에 있어서 간단한 교육과정 진행을 통해 충분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 고령자 참여에 제한과 진입장벽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 환경적인 토대가 마련된 데 이어 고용에 있어서도 벽면녹화 사업의 고령자 친화적 장점이 돋보이는 이유다.
건축설비 경력 덕에 이 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한 시니어는 “일이 정말 재밌고, 몰랐던 다른 세상을 봤다며 내 손을 거쳐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아 무척 흐뭇하다”고 했다.
벽면녹화 사업에서 고령층 고용의 강점을 인지한 송파시니어클럽은 사업단 형태의 벽면녹화 시공 및 유지 보수, 파생제품 제작과 제반 기술 및 고령자 적합성 여부 등 사업 전반에 관한 사전 검증을 완료했다. 그리고 건축 내외장재 전문업체인 에코월에서 자금 지원과 기술을 제공 받고 송파구로부터는 장소와 기업 컨설팅을 받아 ‘행복을 만드는 뜨락’이라는 의의미의 (주)행락을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행락에서의 노인인력 활용 분야는 식물재배, 시공작업, 유지관리, 제조, 마케팅, 관리의 6개 부문이며 2013년 기준 47명이 근무 중이다. 평균 나이 65세 이상의 연령대이며 매출은 2013년에 13억 4천만 원을 달성했다. 김정권 대표는 올해는 네이처 리퍼블릭 신규 매장을 비롯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파고들어 매출 5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2014년은 68명, 2015년 80명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1인 평균 근무기간은 1년 이상이며 월평균 보수는 105만 원 수준.
김정권 대표는 “10분 정도 모집하는데 한 200명 이상 어르신들이 오시더라고요. 이 분들은 스펙도 높으신 편인데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 회사의 보물 같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어르신들 대부분 생활이 그렇게 풍족하지는 않지만 기초노령연금이니, 기초연금 같은 것 보다 이런 일자리가 훨씬 좋다고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벽면 녹화작업 일자리처럼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해 놓고 사업을 추진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행락은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구성을 갖춤에 따라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교육사업이 있다.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을 통해 취업을 조건으로 교육자 전원에게 교육비 100만 원을 지원하고 취업 후 4개월 동안은 급여의 50%를 지원하는 형태로 교육사업을 진행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한양대학교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전국 대학에 평생교육원 강좌를 개설하여 이수 후 창업이나 우수자에 한하여 행락에 취업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
그리고 행락의 프로그램을 통한 제품 제작 사업이 있다. 수반 및 생활 소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행락의 DIY 제품 교육이 이를 준비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렌탈 사업은 완고한 설치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벽면녹화 사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분야로 기획되고 있다. 스탠드형으로 만들어져 설치와 이동이 자유로운 벽면녹화 장치가 이 사업의 핵심 제품이다.
식물관리 사업은 보다 전문화된 기술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식물관리 분야의 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벽면녹화 사업 자체의 퀄리티를 상승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그리는 행락의 미래
시공사업은 기존의 벽면녹화 사업보다 큰 규모로, 녹지 자체의 컨설팅 개념을 갖고 있다. 녹화를 통해 지역 자체를 환경과 감성의 장소로 만든다는 컨셉으로, 녹지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발상이다. 또한 사업 규모가 거대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의한 고용창출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공공장소를 넘어서 병원, 은행, 관공서에서의 벽면녹화 사업 확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행락에서 계획하는 사업 중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또하나의 사업은 조합형 공방이다.
김정권 대표는 “커피나 간단한 음료, 식사를 통한 카페 형식의 공간을 활용하여 운영한다는 계획으로 엄선된 커피 재료를 통하여 싸고 맛있는 커피나 차를 제공하며 시니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컨셉”이라 말했다. 또한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게 건물 외벽을 녹색의 식재를 통하여 관심을 유도하여 젊은 층도 어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목적이 있다.
김 대표는 “넓게는 지역의 지자체와 연계하여 지역 내의 문화인 또는 예술인을 통한 나눔의 콘서트를 기획, 행락 장소를 통한 지속적인 콘서트를 기획함으로써 함께 만들고 나누는 행복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제시해 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성격 또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수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 이후 다시 재취업에 나서는 사람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고정적 수입이 없어 먹고살 걱정에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 재취업을 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유로 일자리에 임한 만큼 이들이 받는 대우와 보수 등도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저마다의 일과 보수는 다르지만 개개인에게 와 닿는 가치는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은퇴한 중장년층이 일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이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재취업에 나서는 이들이 일자리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를 소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재취업은 무엇보다 생활비 마련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의 경우 큰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생활비 마련’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는 전체 고령자의 59.9%는 장래에 일하기를 원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인 54.8%는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로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일을 통해 얻는 수입은 고령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일을 하면서 국민연금 수령기간에 여유를 갖고 액수도 늘릴 수 있다. 고령층(55~79세) 조사 결과 연금을 받는 고령층 가운데 10만원도 못 받는 이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령자의 81.8%가 평균 50만원 미만을 받았으며, 이 중 10만원 미만(36.4%)을 받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7.0%에 그쳤다. 월평균 수령액은 39만원.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은 10년이지만 가입기간이 길수록, 수령시기를 늦출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일을 지속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연기연금제도’를 신청해 후반기를 대비할 수 있다. 연기연금제도는 연금수급을 연기하는 경우 연기되는 기간만큼 매년 7.2%의 연금액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당장 필요가 없다면 연금 수령시기를 1회에 한해 최장 5년간 늦출 수 있으며, 이 경우 국민연금은 연기되는 기간만큼 매월 0.6%씩 가산해 나중에 돌려준다. 최대 연 7.2%의 금액을 가산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금수급 연기는 전액이 아닌 일부액 연기(부분연기연금제도)도 가능하다. 근로소득이 있어 연금액의 여유가 있다면 일부분(50%, 60%, 70%, 80%, 90% 중 선택)만 수령하고 나머지 금액을 연기해도 이자율 가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수익은 바로 ‘의료비 절감’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보건복지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 이석원 교수에게 의뢰해 2008년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와 대기자 1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뒤 6%가 빈곤에서 빠져나오고, 건강도 나아지면서 의료비도 1인당 19만원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좋은 참여자가 일을 한 경우 의료비가 매월 1만3900원씩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 건강이 좋지 못한 참여자가 일을 한 경우에도 의료비가 매월 3만8923원이나 줄었다.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던 고령자는 노인 일자리 참여 후 해를 거듭할수록 의료비 절감효과가 꾸준하게 증가해 사업 1년차에는 29만319원, 2년차에는 32만6630원, 3년차에는 37만5387원씩 감소했다.
복지부는 노인들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서 규칙적인 운동과 일상적 활동량이 늘고 의료기관 이용이 줄게 돼 건강이 증진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동료 노인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건강증진 효과를 가져온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을 통해 삶의 애착을 높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활기찬 삶을 지속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 역시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일을 통해 저축, 투자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은퇴 전 저축한 금액으로 노후생활을 했던 과거와 달리 은퇴 이후의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은퇴 이후에도 저축과 투자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고정 수입이 끊기면 현실적으로 저축에 어려움이 따른다. 임형준 금융연구원연구위원은 ‘100세 시대 안정적 은퇴를 위한 개인과 정부의 과제’ 보고서에서 현재의 20~40대는 금융자산으로 4억원을 모아도 은퇴 후 20년이면 소진돼 안정적 은퇴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암울한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끝으로 고령자에게 고정수입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부족한 노후자금은 일을 지속하고 저축을 통해 늘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준비한 노후자금을 쓰지 않고 지켜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한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