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날 지참해야 하는 물건은 물과 도시락 그리고 비 올 때를 대비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손수건이나 휴지도 챙기지만 그 외에는 가져가는 것이 없다. 체육복을 입고 홍군, 백군 표시가 나도록 운동모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가면 된다. 운동회 날에는 동네 어른들과 학부모들의 참관이 가능하다. 운동회 구경 오는 어른들은 아무것도 가져 오면 안 된다. 물이라도 마셔야 한다면 가지고 온 것들을 모두 챙겨서 다시 가지고 가야 한다. 학교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운동회가 끝난 뒤 학교 운동장을 보니 처음처럼 깨끗했다.
어른들은 응원만 열심히 했다. 어렸을 때 자신이 홍군이었던 기억이 있어서 홍군을 응원하는 어른들도 있었고, 손자가 홍군이거나 이웃집 아이가 홍군 응원해 달래서 응원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모두들 어린아이로 돌아가 즐거워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전부 교실로 들어가 도시락을 먹었고, 어른들은 이따 다시 만나자며 집으로 점심을 먹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다시 만나 한 마음으로 하루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생들에게 운동회는 분발도 하고 자신감도 얻는 시간이었다. 또 협력의 미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는데 물을 마시며 태평하게 관전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이 먹고 싶어도 아이들 생각해서 참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뭔가 뼛속 깊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그 앞에서 어른들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엄마들이 존경스러워 보였다. 시간 맞춰서 상용 약을 먹어야 하는 엄마들은 물병을 예쁜 손수건으로 둘둘 말아서 다른 엄마들 등 뒤에 숨어 연신 ‘스미마셍(미안합니다)’을 연발하며 마셨다.
우리나라 엄마들하고는 너무나도 생각이 다르고 행동도 달랐다. 멋쩍어진 필자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운동장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거기엔 태극기도 있었다. 내가 놀라면서 황홀해하자 옆에 있던 엄마가 김군(필자 아이들) 둘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극기를 그려서 붙였다는 귀띔을 해줬다. 원래 일본에서 만든 만국기 속엔 태극기가 없는데 필자 아들 둘이서 태극기를 그렸다는 것이다. 학교 아이들도 처음으로 태극기를 보았단다. 엄마들이 칭찬을 할 때 필자의 눈은 또 한 장의 태극기를 찾아 헤맸다. 학교 전교생이 그린 만국기 속에 태극기 두 장도 함께 자랑스럽게 펄럭였다는 사실이 감동으로 밀려왔다. 우리나라 운동회 풍경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놀랐고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어른들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줄담배를 피웠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금연을 시작하였다. 금단현상이 너무 심하여 수많은 중단위기를 맞았으나, 17년 동안 한 개비도 피우지 않았다. 이제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유혹을 다 뿌리치고 금연에 성공하였다.
한여름 더위에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 중간에서 친구와 간식을 들면서 쉬고 있었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는 거예요?” 누구인가 소리쳤다. 주위를 살폈더니 또래 등산객이 조금쯤 흥분한 상태였다.
“담배를 피우다니요?” 반문했더니, “담배냄새가 엄청 나는데요.” 또 들이밀었다. 담배냄새가 났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금연 중 ‘담배냄새’ 금단현상에 매우 시달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골초였으나 휴일 하루만은 피우지 않았다. 1999년 2월 첫 휴일, 산에서 만난 등산객과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웠다. 월요일 출근하였더니, 큰 사무실에서 생담배 타는 냄새 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악취가 내 코에서 진동하였다. 머리가 아프고 헛구역질이 났다.
금연경험자로부터 ‘금단현상’의 한 형태라는 말을 들었다. 손 떨림, 체중증가, 우울 등은 종종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고통스러운 금단현상이 악취, 기억력감퇴, 꿈 3가지 형태로 찾아왔다.
악취가 몇 개월간 너무나 심하여 금연중단의 유혹을 수 없이 느꼈다. “금단현상의 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낮아지지만, 담배를 한 대만 피워도 다시 처음처럼 강해진다.”고 하였다. 수시로 코를 헹구면서 지독한 악취를 이겨냈다.
제일 큰 문제가 기억력 일시 감퇴현상이었다. 폐인이 될 것 같은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생각 끝에 기억력 이상 유무를 테스트하려고 2개의 국가자격시험에 도전하였다. 읽고, 쓰고, 외우면서 기억력 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다행히 합격의 영광을 안고 금연을 계속하는데 자신감을 가졌다.
꿈에서 담배를 피우는 현상이 제일 오래 갔다. 아주 맛있게 담배를 피우다가 벌떡 잠에서 깨어나 가슴을 쓸어내리곤 하였다. “내 의지력이 이것뿐인가?” 담배가 완전히 꿈에서 사라진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17년 금연 작전은 막을 내렸다. 신진대사가 잘되고 건강해져서 좋다. 깨끗한 시니어가 되어서 좋다. 무엇보다 손주들과 뒹굴고 놀아도 냄새나지 않아서 좋다. 우연히 찾아 온 금연기회를 끝까지 지켜낸 금연성공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와 를 통해 일본의 순박한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저자(조경자)가 20여 년의 국내 여행담을 으로 엮었다. 사진은 를 통해 찰떡궁합을 선보였던 황승희가 맡았다. 여행 병에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행에 심취한 그들이 기꺼이 꺼내놓은 은밀한 여행지, 보고 또 봐도 대단한 명불허전 여행지, 앞으로 뜰 여행지 등이 알찬 정보와 근사한 사진으로 맛깔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그곳, 밥과 잠,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슬로 트래블’에는 울릉도와 정선, 하동, 통영, 경주, 해남, 강진, 부산, 청산도 등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풍경을 내어준다는 곰배령 야생화 트레킹, ‘한국관광지 100선’에서 1위로 꼽힌 문경새재 옛길 걷기, 차를 버리고 동해 바다를 품고 걸어야 제맛인 영덕 블루로드 등 그곳에 닿기만 해도 마음이 푸릇푸릇해지는 힐링 스폿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음식잡지 기자로 일하며 ‘지방 출장 전문 기자’란 별명을 갖고 있었던 저자가 현지인들의 귀띔으로 찾아낸 단골 식당 리스트와 숙소도 ‘밥과 잠’에서 아낌없이 공개했다. 애국의 달 6월,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낸 우리 땅의 정직한 풍경들을 보면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
김산환 저·꿈의지도
2010년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던 책의 개정판이다. 캠핑여행의 달인으로 불리는 저자가 강원도 인제에서 해남 땅끝을 거쳐 제주도까지, 그리고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와 알래스카, 미 서부, 캐나다 로키 등 세계의 여행지에서 20여 년간 캠핑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잔잔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이선재, 이연재, 최영원, 이영건 저·한국여성문예원
수필가이며 사업가인 아버지 이영건, 어머니 최영원, 미국에서 학업을 하는 두 딸 이선재·이연재, 이렇게 한 가족이 15일 동안 미국을 횡단하면서 행복과 가족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담고 정리한 여행도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미국 LA를 시작으로 뉴욕에 도착하기까지 자연과 도시 그리고 화목한 가족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화득 저·자동차 여행
지리 전문가이자 여행 마니아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여행한 저자가 가족, 연인과 함께한 자동차 여행 경험들을 모아 엮어냈다. 저자는 1991년 펴낸 국내 첫 자동차여행서 에 이어 에서도 유럽 자동차 여행자들과 주고받은 최신 정보와 실속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소개한다.
김혜남 저·갤리온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깨달은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2001년 마흔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정신과 의사로 할 일이 많은 나이였다.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마음도 잠시, 침대를 박차고 나온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서인지 사는 게 재미있다”며 끊임없이 꿈꾸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기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이정미 저·라온북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고자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에서 아이와 남편만 바라보는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된 저자의 스토리를 담았다. 경단녀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 저자는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계발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얻고, 제2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고 있다. 대한민국 에서 아줌마로, 경단녀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남편과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엄마로 행복한 나를 완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한유석 저·달
양조장의 맏딸로 태어났지만 술을 못하는 어머니는 애주가 남편과 결혼하여 술을 잘 마시는 딸(저자)을 낳았다. 책에는 소주, 맥주, 막걸리, 탁주, 위스키, 칵테일, 와인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처럼, 화요, 삿포로맥주, 금정산성 막걸리와 같이 비교적 친숙한 술과 히타치노 네스트, 필스너우르켈 등의 다양한 세계맥주, 클론 5, 부르고뉴 알리고떼 등 생소한 와인까지. 그야말로 주종을 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