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에서나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기본적인 의식주의 고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웰빙(Well-being)과 안전(Safety)의 고민이 새로 시작된다.
음식이나 가구, 가전제품, 운송수단도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 먹는 약도 마찬가지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여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약의 기본적인 역할 외에 별도의 기대가 우리 사회에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높이기 위해서 개발된 약들을 통칭해서 ‘라이프스타일 드럭(Life Style Drug, 이하 LSD)’이라고 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약이라는 의미를 적절히 담아낸 명칭이다. 웰빙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약이라는 것인데, 이 LSD에 어떤 약들이 있는가 보면, 식욕을 억제하거나 지방의 흡수를 저해하는 ‘비만치료제’, 남성호르몬의 분비 저하로 인해 동반되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성기능 개선제’, 노령인구가 아니더라도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점 많은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탈모증을 치료하기 위한 ‘탈모방지제’, 여성뿐만이 아니라 젊은 남성들에게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주름제거제’, 면역력을 높여줄 것에 대한 기대로 복용하게 되는 ‘태반제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약회사 잇속에 성장한 건강식품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기보다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위한 약이므로 철저히 개인 부담으로 구매해야 하는 약이지만,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한 비용 외에도 추가적인 지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일 수 있는 구매 유인력 또한 충분하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면 일정 기간마다 약값에 대해서 적정성 여부를 재평가 받고 의료보험 등재 대상에서의 탈락 여부를 심사받아야 하지만, 이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고 무리하게 높은 가격만 책정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견제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향후 성장동력으로 제약회사들의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들이 결국 향후 국내외 제약산업의 성장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라고 경제 전문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제약회사가 발기부전 치료제 한 가지를 개발하는 데 200억 원이나 쏟아 부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웰빙의 트렌드는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오랫동안 범람해왔던 건강식품의 과대광고와 불량제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시작되었다.
불법적인 영업활동에 속지 말아야
법 통과 이후부터 건강식품은 ‘일반 건강식품’과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나누어졌다. 특정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식품은 무조건 일반 건강식품으로 분류되어 포장이나 광고에서 전혀 효능, 효과를 표시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규정했고, 건강기능성 식품도 두 가지로 분류했다.
알로에, 콜라겐, 키토산, 홍삼, 비타민 등 원료에 대하여 이미 규격이 공포되어 있는 제품은 ‘고시형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하고, 독창적인 활성물질을 개발하여 동물실험과 인체적용시험(신약을 개발하는 임상시험이 아니며, 특정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만 확인하는 간이 임상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을 통과해서 효능을 입증 받은 것은 ‘개별 인정형 건강기능성 식품’이라고 하여 효능을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단속하고 있음에도 건강식품을 둘러싼 불법 제조와 판매의 위협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떴다방’은 현재 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동 중개업자들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본래의 의미는 사은품을 주겠다고 선전하여 손님을 끌어 모은 뒤, 마지막에 출처가 불분명한 건강식품을 높은 가격으로 강매하는 업자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특히 이들의 영업수법을 보면, 주택가나 건물 지하실 등에 홍보관을 차려놓고, 각종 공연과 사은품을 제공하며 일정기간 회원들을 모집하는 데 주력한다. 전업주부나 외로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주로 영업하여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한 다음,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판단되면 고가의 건강식품을 꺼내어 강매하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건강기능식품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중풍을 예방하고 당뇨병 등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니, 관절염을 치료하는 신발 깔창이니 하면서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제품을 팔거나, 저가의 화장품을 화상과 튼살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품으로 속이는 등 정도가 지나친 광고를 통해 정보에 취약한 노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떴다방 영업자들은 홍보관 운영, 모집책, 운반책, 안내책, 채권추심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철저히 각자의 실적에 따라 이익을 분배하는 형식을 견지한다. 심지어 억지로 물건을 노인들에게 떠넘긴 후에, 채권추심을 하여 추심대금의 10%를 담당자에게 지급하는 등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도 많다. 검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생계수단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막는 데는 한계가 많다.
결국 이들의 유혹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방법만이 최선인 것이다. 노인교실이나 경로당 시설에서의 의약품 오·남용 예방 교육 등의 지속적 실시를 통해 불법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계몽해나가는 일이 사회안전망의 구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급속히 다가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노령인구의 생활기반을 흔드는 일에 대해서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웰빙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을 안전하게 먹는 고민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사극이나 역사소설에 종종 나오는 역병(疫病, plague)은 어떤 병일까? 어떤 소설에는 조선시대 한 산골마을에 역병이 돌아 삼분의 일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얘기도 나오고, 다른 소설에서는 호환마마를 ‘역병’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역병을 마을에서 몰아내기 위해 병자의 시신을 불태우고, 굿을 하기도 하였다.
황석영의 장편대하소설 에도 이 역병은 ‘괴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장길산이 아직 뜻을 온전히 펼치기 전에 금강산 암자에서 운부대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을 하던 때, 고성포 꽃재말에서 이 역병이 출몰하여 마을을 뒤덮는다. 무능한 관아와 무지한 백성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역병의 공포가 번져갈 무렵, 장길산과 뜻있는 몇몇 젊은이들이 목숨을 돌보지 않고 팔을 걷어붙인다. 당시 역병에 걸려 죽은 시신의 모습을 표현한 대목을 보면, ‘온 얼굴에 반점이 돋아나 있었고 열에 떴던 안색은 옹기처럼 탔는데 백태가 잔뜩 낀 입이 흉측하게 벌려져 있었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혈관염증을 일으켜 온몸에 발진을 가져오는 발진티푸스가 유행한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발진티푸스는 비위생적이고 먹을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이므로 전쟁이나 기아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당시가 보릿고개였음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의지는 많지만 묘책이 뚜렷하지 않던 차에 찾은 사람이 의술을 아는 양반의 후예인 ‘설유징’이라는 사람이었다. 도움을 청하러 간 길산과 동료에게 설유징은 소주와 백반(白礬, 광물성 한약, 살균작용이 있다)을 섞어서 그들 먼저 소독할 것을 권한 뒤에 치료약으로 쓰던 승마, 백작약, 갈근, 감초, 생강, 계지, 백반 등을 챙긴다. 이 약재들은 한의학에서도 염병(전염병의 준말)에 많이 쓰이는 약재들이다. 그 외에도 소독을 위해서 살균작용이 있는 석회를 가지고 간다. 현장에 도착한 설유징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먼저 위 약재들을 조합한 발한하열탕(發汗下熱湯)을 달여 먹이고, 끓여서 소독한 물로 몸을 씻겼으며, 백반을 소주에 섞어서 입과 목구멍을 닦아내게 하였다. 결국 괴질은 마을에서 점차 물러나게 된다.
역병과 천연두
그렇다면, 장길산에 나오는 괴질을 뜻하는 역병과 천연두인 두창을 지칭하는 역병은 분명 다른 질병인 것이 확실한데, 왜 역병이라는 표현을 같이 사용하는가? 답을 찾기 위해서 역병의 뜻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식백과를 뒤져보면, ‘세균, 원충, 스피로헤타, 리케차, 바이러스 등으로 일어나는 질환 중 급성의 경과를 거치며 전신적인 증세를 나타내고 집단발생(유행)하는 전염병’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다시 말하면 우리가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病原體)라고 알고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 외에도 그 중간 위치에 있는 모든 미생물로부터 발생하는 전염병을 말하는 것인데, 병의 진전 속도가 빠르고 전신에 걸쳐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을 일으키며, 음식물이나 사람의 침, 먹는 물 등을 통해 주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것들을 다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한과 발열, 근육통, 구토 등으로 시작되는 전염병의 일반적인 특징을 가진 유행병들을 통칭해서 ‘역병’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중에서도 장길산에서 유행했으리라고 짐작되는 발진티푸스는 ‘리케차’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와 세균의 중간 크기쯤에 해당하는 세균에 의해서 발생한다.
또 다른 역병 중의 하나였던 천연두는 ‘폭스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발생한다. 역시 영양분 공급이 불충분한 곳에서 유행하기 쉬우나, 분명히 보균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킨 스페인의 코르테스 군대가 이 천연두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원정대로 보내진 코르테스가 황금의 제국이라고 알려진 아즈텍 제국에 아예 눌러앉으려 하자, 당시 스페인에서 토벌군을 보냈는데, 그중에 천연두 환자가 있었던 것이다. 토벌군에게도 승리하고, 제국 전체에 확산된 천연두 때문에 아즈텍이 무너지면서 그 거대한 제국도 코르테스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천연두가 풍토병이 되면서 침략자들에게는 희생자를 발생시키지 않았지만, 아즈텍 제국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죽음의 신이 휘두르는 커다란 재앙이었던 것이다.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구급약
한의학을 민족의학으로 전승시켜왔던 우리 조상들은 이 역병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수인성 질병이 유행하기 직전인 단옷날에 쑥떡을 해먹는 풍습이 있었다. 한약명으로 ‘애엽(艾葉)’이라고 불리는 쑥에는 비타민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이라는 물질이 많은데, 감염성 질환에 저항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비타민A가 충분한 것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쑥에는 살균효과와 함께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운 여름밤에 말린 쑥을 태워서 모기를 쫓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금이 머물던 궁중에서는 ‘제호탕’이라는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제호탕은 매실껍질로 된 오매육이라는 한약과 사인, 백단향, 초과 등의 한약재를 곱게 빻아서 꿀에 재워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 것인데, 일종의 발효식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설사로 시작되는 식중독을 다스리기 위해서 ‘옥추단’이라는 처방약도 구급약처럼 사용되었다. 옥추단은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구급약으로도 유명했는데 오배자, 산자고, 속수자, 사향, 주사(수은 화합물) 등의 한약으로 만들어졌다. 또, 앵두를 화채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앵두화채는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를 이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더운 여름에 체력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 최혁재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개과천선’을 기억하는 매니아들이 꽤 많다. 주인공 김석주(김명민 분)의 철저한 프로로서의 능력에 일단 매료가 되기도 했고, 우리나라 법조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차영우 펌의 능력과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던 것인데, 필자도 같은 이유로 전회차를 다 보았다.
애석하게도 조기 종영하면서 끝맺음을 못한 얘기들이 너무나 많다. 김석주의 기억을 잃게 했던 사고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지, 자신의 기억 속에 없는 약혼녀 유정선(채정안 분)과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처음부터 김석주의 상대역이라고 여겨졌던 이지윤(박민영 분)과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의 기본적인 관계부터가 모호한 채로 남았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것이 김석주가 정의의 편에 서게 된, 드라마의 제목처럼 개과천선하게 된 출발점이라면 앞으로 김석주의 진짜 활약이 더 기대되는 시점에서, 판사 출신으로 차영우 펌에서 김석주의 뒤를 이은 전지원과의 한판 승부가 기다려지는 때에 드라마는 종영되어버리는 안타까움을 남겼다.
평생을 변호사로서 대쪽 같은 길을 걸었던, 그래서 자신의 혼탁한 삶에 힘들어했고 멀어졌던 아버지를 다시 찾은 것이다. 이제 예전처럼 기력도 좋지 않고, 활기찬 활동도 어렵지만 바람직한 삶의 길로 돌아와 준 아들이 마냥 반갑기만 한 아버지는 한편 만성적인 당뇨에 시달리기도 하는 평범한 노부의 모습도 갖고 있다.
항상 그렇게 살아왔듯이 자존심이 강한 나머지, 약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작용한 탓인지 김석주의 아버지는 자주 당뇨약 복용을 잊어버린다. 그 후유증은 일반적인 드라마의 틀보다 훨씬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예전의 당뇨병의 후유증은 백내장, 신부전, 혈액순환 부전으로 인한 족부궤양 등이 대표적으로 대중에게도 알려진 것들이었는데, 여기서는 혈관성 치매가 먼저 나타난다.
갑자기 가까운 기억들부터 잊어버리고, 심지어 아들의 최근 모습도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위의 걱정을 자아내는데, 약을 다시 잘 복용하면 다행히 정상적인 기억을 찾곤 한다.
이처럼 요즘의 당뇨병 합병증에 대한 우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혈관성 치매이다. 약을 제 때 복용하지 않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과일을 자주 먹는 등 혈당 관리를 하지 않는다 싶으면, 담당의사가 제일 먼저 경고하는 합병증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혈관성 치매인 것이다.
이 당뇨병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완치가 거의 어려운 질병의 특성상 장기복용을 할 수밖에 없는데, 다른 약과 병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다보니 약품의 병용투여에 의한 부작용 발생을 확인해야 한다.
항생제 중에서도 테트라사이클린계와 설파제, 무좀약 같은 항진균제, 항결핵제 등과 또, 소염진통제를 같이 복용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이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들이 당뇨병약의 배설을 억제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당뇨병약의 혈중농도가 고농도로 유지되면서 거꾸로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B3라고도 불리는 니코틴산은 비타민이나 드링크제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니코틴산이 혈당치를 높이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당뇨병약의 효능이 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니코틴산이 함유된 약이나 드링크를 자주 복용할 때는 반드시 혈당 검사를 해야 한다. 결핵약으로 쓰이고 있는 PAS와 당뇨병약인 클로르프로마이드는 특히 주의를 요한다.
클로르프로마이드는 복용하면 그중 90% 이상이 몸 안에서 알부민 같은 단백질과 결합해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혈당치를 낮춰주는 작용을 하는데, 단백질에 결합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분해되어서 배설되는 양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복용한 약이 절반 정도의 농도로 떨어지는 데 36시간이나 걸린다.
그런데 결핵약인 PAS를 복용하게 되면, 단백질에 결합되어 있는 클로르프라마이드를 단시간에 떨어져 나가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다시 말해서 갑자기 혈중에 클로르프라마이드의 양이 증가하면서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결핵약은 투여방식 자체가 다른 약과 다르다. 결핵균이 이미 자라난 결핵조직 안에 숨어있거나 또는 이물질을 잡아먹은 대식세포 안에 있기 때문에 약을 투여할 때, 한 번에 폭탄처럼 많은 양을 투여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장기간 투여해야 경과가 좋아지는 특성도 있다.
따라서 당뇨병약을 병용해야 하는 환자로서는 적절한 혈당 관리를 위해 이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당뇨병은 혈당관리만 적절히 잘 이루어지면 크게 불편 없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이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이렇게 같이 먹는 다른 약에 대해서도 분명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최혁재(崔爀在) 약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
1992년 경희대 약학대학 졸업
2000년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경희대 약학대학 객원교수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서울시 약사회 병원약사이사 겸 의약품안전사용교육 사업단장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