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출신의 A(81세) 씨는 11세에 부모를 모두 여의고 홀로 상경했다. 사업가인 모 독지가 눈에 띄어 그 밑에서 일하게 되었고, 고생 끝에 독립해 제조업과 부동산 중개업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지금은 큰아들에게 대표 자리를 물려준 탄탄한 중견기업과 강남 소재 빌딩 3채, 아파트 등을 가지고 있다. 부인이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아들 둘, 딸 셋, 10여 명의 손자녀, 증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A 씨는 사소한 것들을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단지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 것이겠지 했는데 그로부터 1년 뒤 알츠하이머병 확진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요즘은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주위 사람들은 물론 가족도 거의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A 씨 가족의 분란은 약 6개월 전 둘째 딸이 간호를 핑계로 A 씨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둘째 딸이 재산을 제멋대로 처분하자 나머지 형제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에 빌딩 3채를 포함한 전 재산을 둘째 딸에게 주겠다는 A 씨의 유언장이 작성되자, 나머지 가족은 법정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A 씨는 현재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고 자신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족들은 세 패로 나뉘어 자신이 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법률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재산을 먼저 받은 사람은 돌려놓고 유언장도 무효로 해야 한다며 싸우고 있다.
자녀들은, 그의 건강이 어떤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어떤 치료가 필요하고 어떨 때 가장 행복해하는지 관심이 없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척하지만, 상속이 이뤄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온 신경이 쏠려 있을 뿐이다.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먼 훗날의 일이거나 남의 집만의 이야기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필자가 서울가정법원에서 3여 년간 담당했던 성년후견제도 관련 사건은 약 1500여 건에 이른다. 몇백만 원의 임대아파트 보증금이 재산의 전부인 경우부터 몇조 원의 재산을 가진 대기업 총수 사례까지 다양했다. 싸우는 양상도 A 씨 가족과 거의 비슷했다. 의사, 법조인, 교수, 대기업 임원이라 해도 갈등하는 모습이 똑같은 걸 보면, 돈에 대한 욕심은 배움, 지위 고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7월부터 우리나라에 도입된 성년후견(成年後見)제도는 질병, 노령, 장애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자신의 사무를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다른 사람(후견인)이 돕는 제도다.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는 치매나 뇌출혈 등 뇌병변이 가장 많고, 조현병 같은 정신병이나 발달장애도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무는 재산에 관한 것도 있지만, 거주지나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사람을 만나고 전화 수신이나 우편 수령 등과 같은 신변에 관한 것도 있다. 정신적 문제의 정도에 따라, 혼자서는 사무를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중한 경우에 개시되는 ‘성년후견’과 몇몇 사무에 한해 도움을 줘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정후견’으로 나뉘고, 특정 사무에 대해서만 지원을 해주는 ‘특정후견’도 있다. 후견을 받아야 할 사람(피후견인)에게 정신적 문제가 생기기 전에 후견인을 누구로 할지, 후견인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에 대해 계약을 통해 미리 정해둘 수도 있는데 이를 ‘임의후견’이라고 한다.
가족들 중 피후견인과 정서적으로 가장 가깝고 피후견인을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후견인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족이 추천하는 사람이 후견인이 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A 씨의 경우처럼 서로 후견인이 되겠다고 싸우는 경우는 변호사나 사회복지사 같은 전문가가 선임되기도 한다.
자신이 선택한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재산을 관리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재산이 자녀들에게 독이 아닌 복이 되게 하고 A 씨 가족과 같은 진흙탕 싸움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 등 정신적인 어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면 보험을 들듯 임의후견 계약을 미리 체결해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자녀들이 다투지 않도록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겨두고, 사망한 후 자신이 정해둔 조건에 따라 재산이 사용되고 처분되도록 미리 신탁계약을 체결해놓을 수도 있다. 존엄하고 아름다운 삶의 정리를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훗날 자녀들의 분쟁을 방지하려면 현재의 정신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진단서를 첨부해두는 것이 좋다)을 미리 작성해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평생을 바친 가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언제 승계할지, 과다한 세금을 어떤 방식으로 줄여야 할지, 후계자 교육이나 기업 구성원 사이의 갈등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치밀한 전략을 세워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판사로 활동. 2015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개시사건을 담당했고, 2018년부터 2019년 2월까지는 상속재산분할사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가사항소사건을 담당하는 합의부 재판장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상속, 후견, 가사 분야에 있어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제대로 상속을 준비한다는 건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즉 웰다잉과도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남은 가족의 삶에 힘이 되고 밑거름이 되는 소중한 행위다. 상속에 관한 지식을 채우고 지혜를 일깨워줄 도서들을 소개한다.
상속·증여 A to Z, 2018 신간
1) 2018 아버지는 몰랐던 상속분쟁 (최세영 외 공저, 삼일인포마인)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한 과정, 상속세를 합법적으로 줄여나가는 방법, 신탁과 보험을 이용해 의도대로 재산승계를 이루는 노하우 등을 담았다.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죽음’을 삶의 연속으로 받아들이고, 유종의 미 차원에서 ‘상속’을 이야기한다. 남은 자녀들을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배려로서 재산을 남기는 방법을 사례로 풀어간다.
주요 목차 △똑같이 나눠준 재산, 과연 정답일까? △치매가 두려울 때, 나의 현명한 선택은? △아들에게 바로 증여하지 마라! 며느리가 나설 때다! △증여세 부담 없이 자녀의 창업자금 마련할 수 있다
2) 재산, 자식에게 절대로 물려주지 마라 (노영희 저, 둥구나무)
제목은 말 그대로 자녀에게 재산을 주지 말라는 뜻이 아닌, 어떻게 잘 물려줄 것인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저자는 “진정 자식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상속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지 않게, 정신이 멀쩡할 때, 가족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상속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목차 △재산상속, 이렇게 황당한 케이스도 있나? △새로운 선택 ‘상속보다 기부를’ △물려준 재산 되찾기 △5070세대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증여의 기술
3) 2018 기업경영과 증여·상속 (김창영 저, 영화조세통람)
증여세 관련 기본사항과 상속에 대한 민법 규정을 포함한 상속세 기본사항을 순차적으로 풀어냈다. 거래유형별로 증여문제를 상세하게 구분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부분은 별도로 구성했다.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주요 절차, 업무처리기관, 신고 시 필요서류 등 실무사항을 알려주며, 활용도 높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절세전략을 소개한다.
주요 목차 △거래유형에 따른 증여의 이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공과금, 장례비, 채무액을 빠짐없이 챙겨라! △상속 개시 후 절세방법은 이렇다!
사례로 풀어본 상속·증여
1) 상속전쟁 (구상수 외 공저, 길벗)
남편이 생전에 내연녀에게 준 재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를 본처가 내야 하는 황당한 경우,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병수발까지 한 새어머니의 재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황당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상속 관련 사례들을 담았다. 책을 읽고 나면 상속법은 때론 야속하지만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요 목차 △분쟁을 피하라! 올바른 유언의 방법 △엇갈린 부부, 억울한 자식… 상속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스캔들 △남다른 스케일, 기업&가업 상속
2) 최신 사례로 꼼꼼히 설명한 상속 증여 (홍원표 저, 인벤션)
최대한 절세하면서 재산을 남겨줄 수 있는 안전한 길을 제시한다. 아울러 법에 저촉되는 방법을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성도 함께 지적한다. ‘Q&A 코너’를 마련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일반인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어려운 상속 이론은 덜어내고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사례 중심으로 쉽게 설명한다.
주요 목차 △상속vs증여vs양도 무엇이 유리할까? △개인 기업을 미리 물려주고 싶다면 법인전환 후 승계하라 △보험은 정말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을까?
3) 세금은 아끼고 분쟁은 예방하는 상속의 기술 (전오영 외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상속 분쟁을 어떻게 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상속 전문 세무사들이 제시하는 상속 가이드라인과 상속세 기본 계산 구조, 상속공제, 세액공제, 올바른 납부방법 등을 통해 상속세를 아끼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속 이후 상속인들이 상속 재산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최소화하는 방법까지 담았다.
주요 목차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자식, 더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든 재산을 주는데 부모 노후를 책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상속, ‘돈’이 전부는 아니다
1) 한 권으로 끝내는 상속의 모든 것 (서건석 저, 라온북)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상속의 다른 측면, 돈이 아닌 인생의 지혜와 가족정신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가족이 돈에 대한 경제관념을 공유하고, 함께 봉사·기부 등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자녀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잘 상속하는 법을 통해 3대가 부유해지는 상속 전략을 상세하게 안내한다.
주요 목차 △3대가 부유해지는 철학과 가치관 상속 △위대한 상속을 위해 당신이 오늘부터 시작할 것 △나의 상속 계획을 가족과 공유하라: 상속노트
2)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 (짐 스토벌 저, 예지)
세계적인 대부호 레드는 유언장을 통해 그의 손자에게 일생일대의 프로젝트 ‘최고의 유산’을 상속한다. 손자는 매달 1개씩 12개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레드가 유산상속을 빌미로 돈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다. 손자는 ‘최고의 유산’을 거머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제를 수행하지만, 결국 12가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해나간다.
주요 목차 △‘일’이란 유산 △‘고난’이란 유산 △‘나눔’이란 유산 △‘하루’란 유산
3)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 (랍비 조셉 텔루슈킨 저, 북스넛)
유대인이 상속받아온 정신적 유산 40가지를 정리했다. 그들의 유산에 담긴 지혜와 번영에 관한 조언부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까지 아우른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삶을 살다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지켜야 할 유대의 전통과 관습을 담았다. 말미에는 유대인들이 상속받는 특별한 7권의 도서를 소개한다.
주요 목차 △자녀를 현명하게 사랑하라 △보화보다 지혜를 물려주어라 △유대인이 물려받은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