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전국 도성 성곽길이다. 성곽은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현장학습이다. 거기에 운동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삼조다.
서울에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성곽길이 많다. 그중 한양도성 성곽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서울 토박이라도 한양도성에 가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옛 서울 한양이 18.6㎞ 성곽으로 둘러싸인 성곽 도시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급속히 진행된 도시화·현대화로 인해 잊혀진 유적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양도성 성곽은 수도권 지하철을 이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트레킹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한양도성 성곽은 현재 삼청동·장충동 일대와 숭례문·흥인지문·홍예문만이 남아 있다.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지키려는 호국정신이 깃든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조선시대 성 쌓는 기술의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다. 북촌 전망소와 옛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북악산 정상 백악마루, ‘1·21 사태 소나무’ 등이 인기 코스다.
서울 광진구의 아차산성은 백제가 한강 유역을 처음 차지했을 당시 쌓은 성으로 현재 몇 개의 보루(지금은 초소)만 남아 있다. 그러나 아차산성은 1보루 위에 오르면 한강을 비롯한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요새다. 산성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천혜의 입지와 빼어난 자연경관 덕에 일출 명소로도 손꼽힌다.
수원화성은 정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물로 총 길이 5.7㎞다. 대부분의 성곽이 그대로 보존·복원돼 성곽을 따라 걷기만 하면 완벽한 트레킹 코스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으로 변화무쌍한 코스 덕에 지루함이 없다. 화서문 앞 이름 없는 주막과 먹자골목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산 금정구의 금정산성은 동서남북으로 총 4개의 문이 있다. 길이는 17.34㎞로 넓어 어떤 문으로 들어가 어떤 문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답사 코스가 달라진다. 게다가 산길 양쪽으로 음식점도 많아 식도락가 사이에 인기다. 산성막걸리와 흑염소불고기가 대표 먹을거리다.
충남 공주의 공산성은 백제의 도읍 웅진(현 공주)을 수비하기 위해 축조된 성으로 총길이 2.6㎞의 포곡형이다.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금서루에서 왕궁추정지와 쌍수정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성벽 길을 따라 펼쳐진 멋진 풍광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공주를 관통해 흐르는 금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몰린다. 4~10월 매주 토·일요일 금서루에서는 웅진수문병교대식이 열리며, 백제 의상 체험, 활쏘기, 백제 왕관 만들기, 백제 탈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코너도 마련된다.
해마다 겨울이면 제주도를 찾는 사람이 많다. 온화한 기후와 그림 같은 풍광, 풍부한 먹을거리, 거기에 호텔·리조트·펜션 등 충실한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활짝 연 제주도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휴양·레저 천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도 미지의 땅이다. 수려한 풍광을 갖추고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 너무나 많다. 최근에는 TV 등 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유명 관광지로 거듭난 곳도 있다. ‘미국엔 할리우드, 한국엔 제주우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드라마 인기로 인한 최대 수혜 지역은 서귀포 안덕면의 안덕계곡이다. 드라마 ‘추노(2010)’에 이어 ‘구가의서(2013)’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제주도의 숨은 명소 중 한 곳이다. 봄·가을 폭포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겨울철에도 눈 쌓인 계곡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 이런 곳이 있었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사색의 길’ 등 트레킹 코스와 연계돼 있어 도보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드라마 ‘올인(2003)’을 통해 재조명된 관광지도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의 섭지코지다. 1970년대부터 제주도 신혼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였던 섭지코지는 드라마 ‘올인’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제주도하면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섭지코지는 찾는 사람이 많아 낮 시간보다 이른 아침에 이용하면 한적한 산책로를 경험할 수 있다. 푸르른 봄날에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차가운 겨울 바다의 강렬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안성맞춤이다. 광치기 해변, 성산일출봉, 우도 등 동부권 여행지와 함께 여행 코스를 계획해도 좋다.
제주도 서남쪽 산방산 앞자락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겨울철 바다와 해안가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일품이다. 여름에 해수욕장을 찾는다면 겨울에는 용머리해안과 같이 바다가 만들어 주는 절경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다. 단 풍랑 주의보가 발생할 경우 입장이 제한될 수 있어 인근 송악산과 산방산, 모슬포 등과 연계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지난해 오픈한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아시아 최대 프리미엄 해양 테마파크다. 흥미로운 공연과 희귀한 해양 동물까지 모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물고기를 만져볼 수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특히 비오는 날이나 추운 겨울철에도 따뜻하게 둘러 볼 수 있는 실내 공간이어서 겨울 여행지로 인기다.
최근 뜨는 제주도 여행지하면 단연 올레길이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한다. 도보여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언론인 서명숙씨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의해 개발됐다.
2007년 9월 8일 제1코스(시흥초교~광치기해변·15㎞)가 개발된 이래 2012년 11월까지 총길이 422㎞에 이르는 21코스가 완성됐다. 각 코스는 15㎞ 이내로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으로 연결되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도는 코스도 있다.
특히 21코스는 해녀박물관에서 시작해 별방진, 토끼섬, 하도해수욕장, 지미봉을 거쳐 종달리 해변까지 이어지는 10.7㎞ 구간으로 3~4시간이 걸린다. 이 일대는 높은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큰왕애오름 등 제주 특유의 화산체가 집중돼 있다.
이 외에도 겨울철 제주도 산행을 계획한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를 걷는 것도 좋다. 만약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사려니숲길에서 끝없는 숲길을 경험하는 것도 제주도 겨울철의 백미를 만끽하는 방법이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제주도가 신년을 맞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