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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디슨 카운티 다리로 본 '부부의 세계'
- 요즘 여자들이 모였다 하면 빠지지 않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이야기를 나눈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부터 시작돼 ‘밀회’를 거쳐 폭발한 김희애의 불륜 연기는 의사, 음악가 등 고스펙 불륜녀의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이번 ‘부부의 세계’에서는 너무 완벽한 삶의 조건으로 균열 하나 있을 것 같지 않던 부부 사이가 어느 한순간 갑자기 남편의 오래된 불륜으로 급격하게 돌기 해 부부의 삶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인생까지 소용돌이치게 되는 부부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사실 간통죄까지 폐지된 마당이라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전대미문의 불륜들이 우리 주위에 넘실댄다. 드라마나 영화가 현실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거침없고 솔직한 불륜들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은 이제 정치적인 은유는 물론 '자기 허물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허물만 나무란다'라는 뜻으로 청소년들까지도 사용하는 대중적 언어가 된 지 오래다. 가만 생각해보면 한국의 중년 여성들에게 '불륜'이라는 단어가 은밀하게 회자하기 시작했던 건 아마 이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너무 단아해 불륜이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조용조용 속삭이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개봉된 지 벌써 25년이 흘렀다. 아일랜드 시인인 예이츠의 시를 읽고 이탈리아 가곡을 듣는 지적이고 단아한 가정주부, 메릴 스트리프(프란체스카)는 아내의 취향은 전혀 모른 채 큰 소리로 떠들고 문을 쾅쾅 닫아 프란체스카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그런 남편과 살고 있다. 엄마가 이탈리아 가곡을 듣고 있으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자녀들은 요즘 유행하는 팝송으로 재빨리 바꿔버려 집안에서 프란체스카의 자리는 없다.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시간은 서로 나눌 이야기도 없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없는 침묵의 시간으로 변한 지 오래. 가족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채 그저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부속품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생활에 찌들어가던 프란체스카에게 어느 날 남편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바깥세상의 살아 숨 쉬는 인생을 동경하게 해주는 그런 남자가 불현듯 나타난다. 배경은 1965년,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의 조용한 시골 마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조만간 철거될 이 마을의 명물인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이곳으로 트럭을 몰고 온다. 낡은 청바지에 셔츠, 니콘 카메라를 메고 프란체스카가 동경하는 세상의 냄새를 풍기며 조근거리는 목소리로 ‘로즈먼 다리가 어디 있냐?’고 물어온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었다. 마침 남편과 두 아이는 나흘 동안 일리노이주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떠나 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결혼 이후 처음 가족과 떨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가 길을 묻는 그 순간에도 가족들의 빨래를 널고 있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지구를 사랑하는 패션 브랜드로 알고 있지만 이 잡지는 지구의 자연을 보호하고 현대화로 사라지고 있는 옛것들을 찾아 기록으로 남겨놓는 전통의 잡지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격조 높은 잡지다. 그러니 전 세계를 다니며 오지와 천혜의 자연을 촬영하는 로버트라는 사진작가의 영혼이 얼마나 깊고 넓을지 쉽게 상상하고도 남는다. 결혼한 지 15년이 넘어 자신의 꿈을 접은 채 한 남자와 자식만을 위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던 프란체스카에게 세계의 풍물과 삶의 모습들을 렌즈에 담는 로버트의 인생은 동경 그 자체였다. 프란체스카는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사는 로버트가 부럽기만 했다. 게다가 그와의 대화는 익숙하다 못해 더 이상은 나눌 이야기가 없는 남편과 나누는 대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문학과 여행, 음악과 미술… 그 자체로서 너무나 환상적인 감정이입의 순간들을 공유한다.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이 떨릴 듯 화면에 전해지던 장면이 있다.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저녁에 초대해서 함께 부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에게 감자 스튜를 만들어주기 위해 부산스럽기만 하다. 감자는 미국 중부를 상징하는 아이오와주의 대표적인 농산물. 프란체스카의 부산스러움을 느낀 로버트는 “제가 도와드릴까요?” 란 말로 그녀의 맘을 빼앗아 버린다. 너무나 봉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과의 생활에 익숙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가 요리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요리를요?” “예… 요리를” “당근을 깎아주세요” “이거 말인가요” “예… 끝은 이렇게 다듬어야 해요” 짧은 단답식의 대화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낯선 두 남녀가 한 발짝 한 발짝 자신의 세계를 향해 들어오는 타인에게, 문을 열어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부엌에서 함께 채소를 손질하고 감자 스튜를 저으며 그렇게 완성해갔다. 서로에게 배우자가 있다고 해도 어느 날 운명 같은 사랑이 나타날 수 있다. 뒤늦게 사랑의 열병을 앓다 제자리에 도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운명적인 사랑을 따라 지금까지 가꿔왔던 자신의 세상을 박차고 떠나 새로운 삶을 꾸리기도 한다. 대부분 우리는 순서가 잘못돼 '만났어야 할 운명의 파트너'를 만나 인생을 살고 있기보다 '스치고 지나갔어야 할 그 누군가'를 만나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며 산다. 착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 믿으며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된다. 이렇게 착각으로 쌓아 올린 결혼이라는 견고한 성안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일상을 쌓고 그 일상이 다시 모여져 삶의 결로 퇴적된다. 퇴적된 내 인생의 결이 어느새 작은 봉우리가 되고 제법 봉긋한 작은 산 하나 만들어질 때쯤 우리네 인생은 노년의 삶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 이 영화를 보면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중년 남성과 중년 여성의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는 아직 중년의 감성은 아니었기에 100% 감정이입을 못했지만, 육체적 관계의 선을 넘는 것이 아닌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시선을 맞추며 안타까워하는 그런 '선'을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그렇게 부산스럽게 타오르지 않는 사랑, 스튜처럼 오래 끓이며 뭉근히 재료의 맛을 우려내고 깊어지는 사랑. 하지만 ‘불륜’은 그러하지 못할 경우가 많으므로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속전속결로 잡아먹을 듯이 집안을 화염에 휩싸이게 한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는 며칠간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하며 깊은 울림을 동시에 느낀다. 하지만 자신들의 사랑을 흔히 남녀들이 하는 것처럼 세속에서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함께 떠나자는 로버트의 간절함을 뒤로하고 프란체스카는 이 작은 마을에 남아 가정을 지키고 자녀에게 헌신한다. 오랜 시간이 흘러 로버트의 유품이 프란체스카에게 도착한다. 로버트가 로즈먼 다리를 찍은 사진이 표지로 담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와 니콘 카메라, 그리고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남긴 다리 위의 쪽지. 프란체스카는 이 유품을 간직해오고 있다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남긴다. “살아온 인생은 가족을 위해 살아왔으니 죽은 뒤에는 가족묘지 대신 화장을 해서 다리에 뿌려 달라.”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로버트에 대한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영화도 연령대에 따라 감상했을 때 차이가 크게 난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았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프란체스카가 자신이 죽은 후, 가족묘지 대신 화장을 해서 다리 위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말의 뜻이 이제 정확하게 이해된다. 프란체스카는 죽어서까지 가부장적인 가족의 굴레에 매여있기 싫었던 것이다. 그녀처럼 나도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태평양에 뿌려달라고 딸아이에게 말했더니 눈을 살짝 흘긴다. 바다를 떠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딸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을 때 갈 곳이 없어서 곤란하겠다. 이런 생각이 드니 ‘난 또 어쩔 수 없이 엄마구나’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난 연휴 주말 방영된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가 자신의 아들에게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게 할 수 없다며 아무도 도우려 하지 않는 전 남편의 알리바이를 증언한다. 뒤를 이어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이미 헤어진 부부가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고 옷이 흐드러진 침대를 보여주면서 끝나 전국의 여성들이 갑론을박 난리가 났다. 한번 갈라진 부부의 길은 다시 합쳐지지 않는다. 잠깐 합쳐지는 듯하다가도 이미 다시 파국을 맞는다. 사랑의 유효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 스펙의 의사도 자신의 감정 다스리기는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부부의 세계’를 시청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19의 극복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부부 혹은 가족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다 알아야 하고 간섭해야 하고 내 뜻대로 콘트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내들이 의외로 많다. 내 눈앞에서 안보일 때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내 가시권 안에 있을 때는 완벽한 평강공주가 온달에게 시혜를 베푸는 모양새다. 흔히 똑똑하고 성공했다는 고스펙 여성들의 결혼생활은 평강공주 신드롬에 빠져 온달들을 관리하느라 부산스럽기 그지없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적정한 거리 두기는 결국 나에 대한 객관화로 이어져 보다 성숙한 자아의 실현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제발, 몰빵 하지 말 것이다. 사랑은 다 가질 수 없어 안타깝고 그래서 귀한 것이다. 오늘을 사는 시니어들은 감자 스튜 같은 뭉근한 사랑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프라이팬에 와인을 부으면 불같이 일어났다가 금세 스러지는 그런 불꽃 같은 사랑을 꿈꾸나? 곰곰이 우리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 2020-05-0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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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취향의 시니어, 소비 트렌드를 이끌다
-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2020년 국내 소비 트렌드로 ‘INSIDE’를 제시했다. 귀차니즘 소비(I), 큐레이션 마이 라이프(N), 마이 데이터 수집가(S), 팝업 경제(I), 디지털 힐링(D) 그리고 ‘젊은 취향의 시니어’(E)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영문의 철자를 따온 것이다. 특히 젊은 취향의 ‘뉴시니어’를 ‘Especially Lively Senior’라 일컬었고, 이를 축약해 ‘Senively’(시니블리)라 표현했다. 에이지리스, 그야말로 나이를 떠나 트렌드의 중심이 된 그들의 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 현대백화점 과거 노인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중장년 세대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긴다. 이른바 ‘젊은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본인의 경제력으로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주체적인 소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 및 에이지리스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그랜플루언서(그랜드파더·마더와 인플루언서를 결합한 용어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노인을 의미) 및 라이블리 시니어에 주목한 문화 콘텐츠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요즘 시니어들은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을 꾸미는 데 아낌없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며, 금액에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있으면 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소비자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니어의 젊은 취향을 고려하되, 그들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가 입어야 신상이 된다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이들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패션 산업에서도 필수요소가 됐다. 중장년 소비자의 경우 늙음을 인식하지 않고 멋지게 나이 들길 원하며, 노인으로 보이는 것을 지양하면서 보다 젊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이들은 쇼핑을 단순히 구매 목적이 아닌 사회활동과 더불어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로 여기며,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와 감각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니어의 특성에 따라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소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를 만들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이목을 끌었던 시니어 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 등은 젊은이에겐 트렌디한 존재로 여겨지고 동년배에게는 공감의 대상이 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편, 최근에는 시니어 모델 없이도 나이의 벽을 허문 에이지리스 패션을 선보이며 주니어와 시니어 세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패션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르베이지’, 한섬의 에이지리스 브랜드 ‘레트바이티’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목동점, 판교점에 이어 올해 미아점에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를 열었다. 4월엔 신촌점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코너스는 ‘엄마와 딸이 함께 휴식하는 공간’을 콘셉트로 잡았다. 30대에서 60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패션 상품은 물론 패션잡화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까지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체험형 매장에 주안점을 두고 가죽공방 ‘토글’, 드라이플라워 클래스 ‘플라워 온실’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마음까지 젊어지는 ‘안티에이징 성형’ 원해 ‘자기 나이로 보이면 노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근에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안미모를 자랑하는 시니어가 많다. 사실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본능이다. 때문에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는 자존감 하락 및 심리적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젊음을 유지하고 자기만족 및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모를 가꾸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피부과, 성형외과를 비롯해 피부관리실, 미용실 등에 소비하는 시니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성형외과·피부과’의 경우, 과거에는 흉터 제거나 치료 등을 위해 방문했다면, 근래에는 미용 목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부각하고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용한다. 안티에이징 성형 Q&A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은 “요즘 중장년은 외모를 위해 시술과 수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시니어 성형에 관한 트렌드와 조언을 들어봤다. Q. 중장년 사이에서 떠오르는 뷰티 트렌드는? 남녀 구분 없이 80대까지 다양하게 찾아오신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가 많아, ‘빠른 일상의 회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른바 안티에이징 수술은 조직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볼륨을 채워주는 수술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피부 절개와 박리를 하고, 중력과 맞서기 위해 어딘가에 고정하기 때문에 멍과 붓기가 생겨 대부분 일정 기간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 해소를 위해 최소한으로 절개, 박리, 고정하는 다양한 수술 방법이 고안되었고 눈 처짐, 볼 처짐, 무너진 턱선 수술 등에 적용하고 있다. Q. 시술이나 성형을 통한 기대 효과는? 간단한 시술, 즉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들은 비교적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속기간은 수개월에서 1년 남짓이다. 수술적인 방법은 개선 효과의 폭이 더 크지만, 이 역시 평생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외모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동안 관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앞서 말했듯 안티에이징 수술은 확실히 효과는 있지만 영원히 젊어지는 마법은 아니다. 중력이나 노화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과도한 개선을 바라고 계획하거나, 수술 효과가 영원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절개, 박리, 절제 등의 수술이 유행하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Q. 에이지리스 뷰티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상담을 하다 보면 나이보다 유난히 젊어 보이는 분들이 있다.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형들이 그렇다. 또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피부 노화를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셔야 한다. 그게 가장 기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디지털 소비에 익숙한 ‘테크노부머 시니어’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시니어들의 영향으로 디지털페이 이용 고객 중 중장년층 비중이 증가했고,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운로드와 달리 인터넷 기반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달되는 서비스)의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서도 ‘현재의 중장년층도 젊은 세대만큼 디지털을 잘 활용한다’라는 항목에서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전 세대)이 55.3%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익숙한 시니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모바일 앱 등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중장년의 디지털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서비스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시니어의 주요 관심사가 ‘건강’이라는 점에 착안해, 헬스 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더불어 시니어의 고립감 해소와 사회적 유대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와 데이트 서비스 등을 적극 개발하는 추세다.
- 2020-04-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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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가치를 품은 보석, ‘다이아몬드’
- 보석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다이아몬드다. 눈부신 광채만으로도 다이아몬드는 분명한 존재 이유가 있다. 빛에서 느껴지는 황홀함과 고급스러움을 다른 보석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가 담긴 다이아몬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 세계적인 사랑을 꾸준히 받으며 유통되는 다이아몬드는 감정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다. 바로 ‘4Cs’라는 등급표다. 감정서는 이 4Cs 기준에 따라 컬러(Color·색상), 클래리티(Clarity·투명도), 커트(Cut·연마), 캐럿(Carat·중량)으로 세분화해 작성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미국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의 평가 기준을 따른다. 품질 평가 기준 ‘4Cs’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평가하는 것은 캐럿이다. 크기가 클수록 시각적으로 가치가 높기 때문에 가격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 된다. 평균 잡아 1캐럿은 1000만 원, 2캐럿은 3000만 원, 3캐럿은 1억 원 전후, 5캐럿은 2억 원에서 3억 전후로 어림잡는다. 그런데 같은 중량의 캐럿이라도 어마어마한 가격 차이가 날 때가 있다. 가령 1캐럿짜리가 500만 원밖에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색상, 투명도, 커트 비율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량 다음으로 심도 있게 보는 기준은 색상과 커트 비율이다. GIA는 다이아몬드의 색상에 대해 “청정한 물 한 방울처럼 화학적으로 깨끗하고,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높은 가치로 인정받는다”고 정의한다. 색상은 최고 등급 D에서 Z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누어놓았다. D~F는 높은 등급이고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노란색을 띠면서 색이 점점 탁해진다. 커트 비율도 아주 중요하게 본다.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세공하느냐에 따라 빛의 투과가 다르고, 가치도 달라진다. 커트 등급은 엑설런트(Excellent), 베리굿(Very good), 굿(Good), 페어(Fair), 푸어(Poor)로 매긴다. 한국금거래소가 론칭한 다이아몬드 브랜드 ‘엠브로’의 박병숙 팀장은 “예전에는 ‘굿’ 커트만 되어도 좋은 등급이었는데 요즘 고객은 베리굿 이하는 보지 않고, 색깔도 D등급이 아니면 구매를 꺼린다”면서 “고객의 눈이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많은 이는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선호하지만 ‘팬시 컬러’라고 하는 컬러 다이아몬드도 있다. 레드, 핑크, 블루, 코냑 다이아몬드 등은 패션 주얼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반 다이아몬드는 전통적으로 메탈 소재의 귀금속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디자인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거들 면에 각인된 리포트 번호 모든 다이아몬드는 감정원의 감정서와 함께 유통된다. 우리나라에서 따르는 감정은 미국 GIA와 한국의 우신보석감정원의 평가 기준이 대표적인데 두 곳의 기준은 정밀도와 정확도 면에서 거의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거들 면에 레이저로 리포트 번호를 각인해놓아 위조 가능성도 낮다. 다이아몬드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중량이 적은 경우 생산량과 유통량이 많아 흐름에 따라 가격의 변동차가 있지만, 3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값이 잘 떨어지지 않아 투자 가치로 보는 이가 많다. 그런데 최근 랩 다이아몬드의 출현으로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시장에 변화가 일었다. 연구실(Lab)에서 나왔다고 해서 ‘랩 다이아몬드’ 혹은 ‘합성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데, 양식 다이아몬드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 유통은 되고 있으나 점유율은 1% 미만.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40~50% 저렴하다. 시니어가 주 고객, 클수록 선호 다이아몬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0.3(3부), 0.5(5부), 0.7(7부) 그리고 1캐럿까지는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고품질의 다이아몬드는 가격 편차가 크기 때문에 돈도 있고 다이아몬드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주로 구매한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보다는 시니어가 주 고객층이다. 정유진 엠브로 보석감정사 매니저는 “경제 사정이 여유로운 60대 이상의 시니어가 다이아몬드 주 고객층”이라면서 “2~3캐럿짜리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 1캐럿을 했다면 40대에는 2캐럿, 60대에는 3캐럿 식으로 경제력이 받쳐줄 때 보석을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다이아몬드 크기는 나이와 비례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움을 착용한다는 재미와 함께 영원한 가치를 간직한 보석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과 유행을 뛰어넘어 다이아몬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 2020-03-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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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럭셔리'를 발견하다
- 어딜 가든 화제가 되는 슈퍼리치는 부지불식간에 일상마저 들키곤 한다. 이때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패션을 단번에 스캔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떤 신발을 신고 액세서리는 뭘 착용했는지. 최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리치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마놀로블라닉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1월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병 인도 재판을 받기 위해서였다. 멍 부회장은 왼쪽 발목에 위치추적기가 달린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대중은 전자발찌뿐만 아니라 그의 발목 아래에도 주목했다. 영국 하이엔드 슈즈 브랜드인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실루엣을 뽐내는 마놀로블라닉은 17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많은 여성이 선망하는 브랜드다. 마놀로블라닉은 2000년대 초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마놀로블라닉 한기시(Hangisi) 블루를 선물하며 청혼해 승낙을 받았고, 이 구두는 ‘꿈의 웨딩슈즈’라는 별칭을 얻었다. 통굽이 유행하던 1970년대에 킬힐을 부활시켰고 1974년에는 보그 잡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굽이 높지만 편안한 착용감으로 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애용하고 있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도 생전에 마놀로블라닉 팬이었다고 알려졌다. ◇보테가베네타 ‘재벌계의 완판녀’ 임세령 대상 전무가 지난해 11월 연인인 배우 이정재와 동반 출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대중의 관심이 그녀의 패션으로 향했다. 임 전무는 트렌치코트를 걸친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유독 레몬색 미니백이 눈에 띄었다. 당시 임 전무가 멘 가방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인 ‘보테가베네타’의 230만 원대 ‘카세트백’이었다. 이 제품은 프리미엄 나파 가죽 조각을 정교하게 엮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만드는데, 최근까지 상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테가베네타는 ‘로고 없는 명품’, ‘은밀한 명품’, ‘명품계의 반항아’라는 별칭이 따른다. 로고나 브랜드명을 과시하기보다 흔하지 않은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로지 품질만을 내세운다. 2000년대 초 브랜드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토트백 ‘카바백’은 장인 2명이 이틀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배우와 셀럽에게 사랑을 받는 보테가베네타는 현재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피아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지난 1월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으면서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한 방송사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손목시계 ‘피아제’를 받았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고 노 전 대통령은 열흘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주목받자 세간의 또 다른 관심은 명품 피아제 손목시계로 향했다. 피아제 시계는 보석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으로유명한데 단순한 디자인이어도 상당히 고가인 경우가 많다. 또 폴로 시리즈 등은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디자인만큼이나 기술력도 뛰어난 피아제는 지금까지도 핵심 동력 장치인 무브먼트를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2.3㎜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 2020-03-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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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 나는 인생
- 인간이 옷을 입고 타인들 앞에 섰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바로 ‘우아하다’이다. 우아함을 뜻하는 한자 아(雅)에는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응시하는 노력을 통해 갖춘 품격의 의미가 들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타인에게 시각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옷 입기는 품격의 나침반이다. 옷 연출을 통해 인생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스타일링을 통해 어제의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시간을 뛰어넘는 스타일링 일회성 패션 스타일링 수업을 청강하는 시니어가 많다. 이 시간을 통해 스타일링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배운다. 두상과 피부 톤, 헤어스타일, 체형에 맞는 실루엣, 적절한 색상, 질감과 어울리는 무늬를 고르는 법을 알게 된다. 문제는 많은 이가 강의를 듣기 때문에 개인맞춤형 컨설팅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스타일리스트는 인체를 얼굴형과 골격, 상반신과 하반신 비율, 목 길이, 둔부 크기 등을 고려해 몇 가지로 나눈다. 그러나 이런 기준으로 나눈 체형은 인간의 다양한 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것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표준화 논리가 만들어낸 해묵은 기준이다. 스타일링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유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스타일은 ‘개인 맞춤’이어야 한다. 즉 스타일은 인간을 읽는 코드다. 오랫동안 시니어를 위해 퍼스널 컬러 컨설팅을 해온 전문가를 만나 나도 진단을 받아봤다. 퍼스널 컬러란 개인의 모발과 체모와 피부 색을 고려해 가장 어울리는 색조를 찾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컨설턴트와 공인된 심리 테스트를 비롯해 많은 내담시간을 갖는다. 이때 피부 톤에만 맞추기보다는 대화에서 우러나오는 분위기, 어휘, 성향까지 점검한 후 그 사람의 이미지를 표현할 키워드를 이끌어낸다. 50대인 나는 깊은 컬러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 깊은 컬러란 원색에 검정을 약간 섞은 컬러로 땅속에서 오랫동안 만들어진 보석의 색이다. 에메랄드의 진초록, 사파이어의 청색, 루비의 빨강, 자수정의 보라 같은 색이다. 나는 고급스럽게 어깨선이 딱 떨어지는 재킷과 품질 좋은 코트, 밀도 높고 무게감 있는 벨벳과 코듀로이 같은 소재들을 추천받았다. 시니어분들에게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링과 컬러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의 본색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개인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찾는다는 말의 뜻을 잘 모른다. 색의 밝기와 어두움을 뜻하는 명도, 색의 선명함을 뜻하는 채도.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것이 바로 톤(tone)이다. 톤 하나만 알면 밝음과 어두움, 깊음과 얕음, 강함과 약함, 진함과 옅음을 표현할 수 있다. 8가지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따스한 느낌의 웜 톤, 차갑고 서늘한 느낌의 쿨 톤으로 나누어 인간의 색을 논한다. 하지만 이런 분류 자체가 엉터리다. 누구에게나 긍정의 따스함과 부정의 차가움이 있다. 컬러 진단으로 본색을 찾으면, 그 색과 즐겁게 놀아야 한다. 추천받은 스타일과 컬러가 자신의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때까지. 이때 유행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유행이면 기뻐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시하자. 시니어다운 옷차림은 없다 시니어에게 스타일링과 관련해 두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시니어를 위한 스타일링 클래스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저 2주간에 걸쳐 자신의 옷 일기를 쓰면 된다. 그날의 옷차림 사진을 찍고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 입었는지 기록해보라. 옷을 입은 목적도 명기하자.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옷차림을 정리해 3개의 형용사로 묘사해보자. 이 과정을 통해 색상과 실루엣, 소재, 패턴 등이 정리 되고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 나도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은 후, 2주간 옷 일기를 써봤다.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옷차림과 컨설턴트에게 추천받은 컬러가 상당 부분 겹쳤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탁 쳤다.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일은 고집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라는 책에서 인생 말년에 필요한 2가지 태도를 설명했다. 첫째, 내게 일어난 상황에 정성을 다해 의미를 부여하고 둘째,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은 어떤 인간의 생에도 있기에 슬그머니 물러나는 게 좋다고 했다. 최근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에 다녀온 적이 있다. 놀라웠다. 모든 분이 텔레비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 시니어 모델의 복제품 같았다. 자신의 본색을 찾아 스타일링을 한 이가 없었다. 그분들의 옷차림은 ‘갈망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억지로 연출한 것이었다. 노년이 되면 다를 줄 알았다. 굳이 누군가를 따라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의미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나이일 텐데, 아쉬웠다. 패션으로 품격을 창조하고 싶다면, 옷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원칙이 없는 패션 스타일링은 아무 의미 없다.
- 2020-01-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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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노출도 기분 좋은 파격이 된다
- 여름나기를 준비하며 다가오는 여름이 설레면서 걱정도 된다. 점점 더 무더워지는 날씨에 어떤 차림으로 외출해야 할지도 큰 고민거리 중 하나. 노출의 계절, 신발도 예외는 아니다. 작은 노출도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는 시니어를 위해 스타일 있는 여름 신발을 추천한다. ‘여름’ 하면 어떤 신발이 떠오르는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리퍼나 샌들, 가족 휴가나 물놀이 갈 때 신는 아쿠아슈즈, 쪼리 등 가벼우면서도 맨살이 드러나는 신발을 많이 떠올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내 발을 드러내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대체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따라오시라. 올여름엔 당신의 발뒤꿈치도 맵시 있게! 맨발이 어렵다면 발목만 살짝 맨발을 노출하기가 어색하다면 시원하게 발목만 드러내는 슬립온은 어떨까? 조임 끈이나 벨크로(찍찍이)가 달려 있지 않아 신고 벗기 편하다. 디자인은 다소 밋밋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신을 수 있다. 어두운 색상의 슬립온은 단정한 정장 차림에도 무난하게 어울려 통기성이 부족한 구두보다는 여름철 신발로 안성맞춤이다. 또 밝은 색상은 평범한 일상복에 포인트를 주며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단, 슬립온을 신을 땐 발목이 확실히 드러나는 짧은 바지나 반바지를 입을 것을 추천한다. 반바지에 슬립온 색상과 어울리는 긴 양말의 조합도 젊어 보이는 스타일링 중 하나. 슬립온에 긴바지를 입을 때는 밑단을 접어 올리고, 정장에는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슬랙스’를 입어보자. 시원한 뒤트임 여성 시니어에게는 ‘뮬’과 ‘슬링백’ 슈즈를 여름 신발로 추천한다. 두 신발의 공통점은 앞부분은 막혀 있고 뒤꿈치 부분이 노출된 슬리퍼 형태라는 데 있다. 모양은 일반 구두와 비슷하지만, 굽이 높지 않아 하이힐이나 앞뒤가 막혀 있는 구두보다 훨씬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다. 발에 땀이 나면 살짝 벗어놓을 수도 있으니 여름에 제격인 신발이다. 뮬은 뒤꿈치 부분이 온전히 노출된 신발을 말한다. ‘블로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내용 슬리퍼와 비슷해 신기도 편하다. 특히 흰 색상의 뮬은 청바지나 밝은 색상의 치마, 원피스에 신으면 보다 시원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운동화처럼 생긴 ‘스니커즈 뮬’도 출시됐는데, 일상복에도 잘 어울리고, 발랄하면서도 젊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슬링백은 뮬과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발뒤꿈치를 고정하는 끈이 있어서 뮬보다는 걸을 때 좀 더 편하다. 일반 구두 형태에 단색의 디자인이 특징이며 단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뮬과 슬링백은 대부분 앞쪽이 막혀 있지만, 발가락 끝부분이 살짝 보이는 형태도 있다. 이런 디자인은 페디큐어로 또 다른 패션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돋보이는 단순함 남성 시니어에게는 ‘코르크 샌들’과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추천한다. 디자인이 심플해 어떤 의상에도 잘 어울리는 매력이 있다. 코르크 샌들은 와인 병마개로 쓰이는 ‘코르크(cork)’를 밑창 소재로 사용한 신발이다. 샌들 재질의 특성상 가볍고, 발등 부분은 가죽과 버클 장식의 단순한 조합으로 만들어져 착화감이 좋은 신발이다. 특히 패션 슈즈 브랜드 ‘버켄스탁’의 코르크 샌들은 쪼리, 슬리퍼, 로퍼형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다만 코르크가 물을 잘 흡수해 변색이 되거나 부서질 위험이 있어 비가 오는 날은 신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최근엔 방수기능을 강화한 제품도 출시되었으니 꼭 이 점을 확인하고 구매하시길.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고대 로마 검투사가 신는 신발을 연상케 한다. 가죽 소재의 끈으로 발등을 엮어 웅장한 분위기는 남기고, 종아리까지 여러 줄로 감싸는 불편함은 없앤 디자인이 특징이다. 색상도 검정, 갈색 등 어두운 계열로 중후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못생긴 게 대세! 계속되는 복고 열풍 마지막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여름 신발이 있다. 투박하고 못생겨 일명 ‘어글리 샌들’로 불리는 신발이 올여름에도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울퉁불퉁하고 두꺼운 밑창, 전체적으로 큼지막하고 스포티한 것이 특징이다. 아빠들이 신는 신발 같다고 해서 ‘아빠 신발’이라고도 불리며 남녀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얼핏 보면 운동화처럼 보이기도 하며 밑창이 얇은 슬리퍼, 샌들, 쪼리 등 기존 여름 신발의 단점을 보완해 활동성까지 겸비했다. 어글리 샌들의 유행은 또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떠오르는 ‘고프코어’ 열풍 때문이기도 하다. ‘고프코어’를 선도한 영국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2018년 한국 동묘시장을 방문했다가 ‘아재 패션’에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동묘 거리 패션을 재해석한 복고풍의 고프코어룩이 출시되었고, 이 패션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촌스러움이 오히려 개성으로 해석되고 승화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동안 샌들에 양말은 최악의 패션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제 그런 오해는 금물. 과감하게 좋아하는 색상의 양말과 함께 어글리 샌들을 신을 수 있다면 당신도 패셔니스타!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의상을 의미하는 ‘고프(gorp)’와 평범함과 철저함을 의미하는 ‘놈코어(normcore)’를 합쳐 만든 조어로,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주로 입는 옷과 일상복의 조합을 의미한다.
- 2019-06-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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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스런 색상과 소재로 신중년 여름 스타일링 완성
- 여름 패션의 고민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데서 시작된다. 바지, 셔츠 혹은 원피스 하나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더욱 커진다. 이런 고민에 대해 MACY'S, KOHL'S, MAURICES 등 세계적 의류 브랜드와 협업 중인 풍인무역 R&D팀의 김샛별 차장은 “심플한 디자인에 색상과 소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말하는 올여름 중장년 패션의 세계적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실용적으로 변화되는 포멀룩 올여름 남성과 여성 패션의 주요 경향 중 하나는 최근 사랑받고 있는 포멀(formal)룩의 변화다. 포멀룩은 정장 또는 캐주얼하지만 격식을 차린 옷차림을 이야기하는데, 올여름에는 여기에 기능성과 실용성이 더해지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심플한 디자인에 단추나 큰 주머니로 포인트를 주거나, 색상과 원단의 조화로 미적 요소를 부여하는 식이다. 여기에 레트로 빈티지 혹은 활동성이나 기능성을 강조하는 유행 역시 계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이 포멀룩과 일상복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매일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해서 ‘everyday, everywhere’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중년은 ‘플리츠’에 주목 흔히 주름치마를 연상하면 된다. 스커트에 아코디언 주름상자 모양으로 잘게 모를 내어 잡는 주름을 플리츠라고 한다. 플리츠로 가공된 원단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편안함까지 더해져 특히 여름에 각광받는다. 중장년 중에서도 액티브 시니어라면 플리츠 스타일 복장에 주목해야 하는데, 구김이 없어 여행을 위한 ‘공항 패션’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치마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플리츠가 포인트인 옷으로 스타일링해도 요란스럽지 않은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올여름 강타할 소재는 ‘린넨’ 천연섬유인 린넨은 통기성과 체온 조절 효과가 뛰어나고 가벼워서 여름에 늘 사랑받는 소재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즉 원자재부터 제조공정, 재활용까지 환경적 요소를 중시하는 패션업계의 경향이 더해져 사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올여름 패션도 린넨 소재로 만든 남성 셔츠, 여성 재킷이 어김없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타일링이 고민이라면, 린넨 셔츠에 운동복처럼 발목을 조여주는 조거(jogger) 바지를 입으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꽃중년일 경우 여성스러운 드레스 위에 린넨 재킷을 겹쳐 입을 것을 추천한다. 편안한 초록과 빛바랜 노랑이 인기 컬러 올여름 컬러는 건강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초록색과 노란색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초록색 중에서는 자연색에 가까워 부드럽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보태니컬 그린(botanical green)이 인기가 많다. 시원한 여름을 강조할 수 있는 색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며 건강한 자연의 풍요로움도 표현해준다. 노란색은 자연스러우면서 빛바랜 듯한 컬러가 인기다. 특히 중장년에게 잘 어울리며 환한 분위기로 기분 좋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여름의 대표 색상인 푸른색도 놓쳐선 안 된다. 그중에서도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비비드(vivid) 컬러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푸른색 중에서 채도가 높은 케미컬 블루(chemical blue)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 2019-06-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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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교육원 통해 의류수선점 창업한 박정단 씨
-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남편의 호통에 새댁은 눈물이 맺혔다. 결혼한 뒤 신랑을 돕겠다며 세탁소로 나섰는데, 그녀의 실수에 용서가 없었다. 서운함이 밀려왔다. 결혼생활 26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그 시절의 고생이 자긍심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하면서 “이젠 내가 남편에게 잔소리할 정도가 됐다”며 웃는다. 최근 양장기능사, 양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의류수선집을 창업한 박정단(朴廷丹·50) 씨 이야기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내 3평 남짓한 가게.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재봉틀과 ‘단이네패션옷수선’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이 옷 수선집임을 알려준다. 박 씨가 이 가게를 연 지는 1년 6개월 정도 됐다. 그녀는 “이제 자리를 잡아 멀리 하남에서도 고객이 찾아올 정도”라고 말한다. 과감히 도전한 창업은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박 씨가 처음 재봉틀을 잡은 것은 신혼생활을 시작하던 무렵이다. 신랑 혼자 세탁소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 보여 돕겠다고 나섰다. 봉제일을 하던 친언니에게 어깨너머로 재봉질을 배운 적이 있어 조금 고생하면 적응할 수 있겠다 싶었다. 벌써 26년 전 일이다. 생계 위해 시작한 일, 26년 차 베테랑 “처음엔 고생이 심했죠. 수선 기술을 남편에게 배웠는데, 손님 옷을 다루는 일에 대해 매우 엄격했어요.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서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한 번도 손님 옷 망가뜨린 적 없이 지금까지 이 일을 잘 해왔어요.” 그러다 남편이 신학 공부에 뜻을 품으면서 박 씨가 의류 수선집을 차려 독립했다. 물론 운영이 쉽지 않았다. 가게를 포기하고 식당에 취업해 일하다 쓰러진 적도 있을 정도. 결국, 의류 수선으로 돌아왔다. 남다른 손재주 덕분에 가게는 점차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두 아이와 남편 뒷바라지까지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씨는 일을 하면 할수록 궁금한 게 많아졌다. 바로 봉제와 의류 제작의 기본 이론에 관한 것들이었다. 주변에선 26년 차 베테랑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자신의 지식이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아 늘 부끄러운 마음이었다. “옷 수선과 제작은 전혀 다른 작업이에요. 저도 원단을 사다가 아이들 옷을 만들어 입혀보기도 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꽤 있었어요. 옷을 만들고 수선할 때도 기초가 중요한데 저는 남편에게 주먹구구식으로 배웠으니까요. 기본이 부족하다 보니 옷을 과감하게 절개하거나 디자인을 바꿀 때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또 오랫동안 터득해온 지식들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검증받고 싶었고요.” 그러다 알게 된 곳이 서울시 산하 기관 동부기술교육원. 의상 제작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곳이라는 지인의 소개에 공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매여 있어야 하는 가게 때문이었다. “며칠 고민하다가 결심을 했죠. 가게를 정리하기로요. 교육원 다니는 김에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동안의 궁금증을 다 풀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는 공부를 못할 것 같았어요. 말 그대로 올인하기로 한 거죠.” “제대로 배우자” 하고 가게 정리해 수십 년간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은 몸이 기억하도록 많은 습관을 남긴다. 당연히 좋은 습관도 있지만 나쁜 습관도 있기 마련. 오랜 기간 수선일을 해왔다고 해서 배우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무척 조심스러웠어요. 또 20년 넘게 재봉틀을 잡고 살아온 사람이 더 배우겠다고 왔으니 가르치는 분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됐죠. 하나라도 더 배우고픈 마음에 말과 행동을 조심했어요.” 박 씨는 배우는 과정이 기쁨 그 자체였다고 표현했다. 20여 년간 쌓였던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고. 옷본(패턴)이나 봉제 원리에 대해서도 점점 눈이 열렸다. 동부기술교육원에서 공부를 한 뒤 단순한 수선이 아닌 다양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박 씨는 말했다. “바지를 수선할 때 허리 1인치 줄인다고 엉덩이까지 그만큼 줄이면 안 돼요. 손님 체형을 고려해야 하는데, 특히 입던 옷을 수선할 경우엔 신체의 변화도 파악해야 합니다. 예전엔 옷을 망가뜨릴까봐 하지 못했던 작업도 원리를 알고 난 뒤부터는 과감하게 해요. 다행히 만족하시는 고객이 많아요. 몸에 딱 맞게 수선하는 솜씨가 맘에 드는지 아예 기성복을 사와 맞춤옷처럼 만들어 달라 하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일감이 많아지면 가끔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이제는 그녀가 남편 솜씨에 대해 지적을 한다. 입장이 역전된 것이다. 박 씨는 “신랑에게 혼나며 배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고소한 마음도 든다”며 웃었다.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 오래된 옷을 최신 스타일로 바꾸려는 손님이 늘면서 유행에도 민감해졌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알기 위해 그녀가 주로 살펴보는 교재는 바로 드라마다. 예전에는 보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젊은 연예인들의 의상 핏이나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년 넘도록 같은 일을 해오고 있지만, 재교육을 통해 제2인생을 살게 된 셈이다. 이러한 재미는 자연스레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박 씨는 “여자 수입치고는 괜찮은 편”이라고 말하면서 중장년 퇴직자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의류 수선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동네마다 수선집이 한두 곳 있어 경쟁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6개월 이상 배우고 노력하다 보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각보다 이 분야에 대해 교육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배우고 싶어도 쉽지 않죠. 요즘은 손님들의 요구가 정말 다양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배우고 일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여성들 옷은 값비싼 게 많아 손을 대려면 겁부터 나니까요. 그래도 한 번 만족하면 단골이 되고, 단골이 늘면 바빠지는 것이 체감이 돼요. 패션에 관심이 많거나 손재주 있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에요.”
- 2019-04-3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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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 완장 떼고 당구로 뭉칩니다!
- 시니어 사이에서 당구의 인기를 논하는 것은 철 지난 유행 얘기를 꺼내는 것만큼이나 진부하다. 영화 속 폭력배들의 격투신 단골 장소였던 당구장도 옛 추억거리가 됐다. 맑은 공기 흐르고 신선 노니는 듯한 당구장 문화를 이끈 시니어들. 그래서 만나봤다. 다음(Daum) 카페 아름다운 60대의 ‘당구 동호회’. 큐대 끝에 파란 초크 삭삭 비비고 예리하게 공을 응시하는 동호회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패션 쇼핑몰에 있는 너른 당구장 안. 이곳에서 정기모임을 하는 동호회들의 현수막이 천장 가까운 벽면마다 촘촘하게 붙어 있다. 동호회 이름만 살펴봐도 50대 이상 세대들의 당구 사랑이 짐작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우수 카페인 ‘아름다운 60대’에 속해 있는 ‘당구 동호회’도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정기 모임을 갖는다. ‘아름다운 60대’는 말 그대로 60대 이상 연령대가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로 올해 18년째 운영되고 있다. 2만6000명에 가까운 회원이 띠별, 지역별, 취미별로 다시 뭉쳐 활동한다. 당구? 우리 세대에게 딱이다! 당구 동호회 등록 회원은 50명. 매주 25명에서 30명은 정기모임에 참여한다. 당구 동호회가 생겨난 지 올해로 10년째. 취미 모임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졌다. 창단 멤버이자 ‘가을국화’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은희(70) 씨도 이날 모습을 보였다. 사진 모임의 전시회 준비로 바빠서 최근 당구 모임 참석이 뜸했다. “10년 전에 은평구 불광동에서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1년 정도 모임을 가졌다가 교통 좋은 종로3가로 장소를 옮겼고, 지금은 동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는 특별하게도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초창기에 여자는 저랑 두세 명 정도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남자들만큼 당구 실력이 좋은 분들이 꽤 있어요. 여자가 많으니까 좋습니다. 당구 모임을 만든 이유는 이게 쉬워 보이지만 운동량이 꽤 되더라고요. 몸도 쓰고 머리도 쓰고요. 치매 예방에도 좋겠더라고요.” 가만 보고 있자니 포켓볼(공을 큐대로 쳐서 당구대 사방에 뚫린 구멍에 집어넣는 경기)을 치는 여자 회원이 없다. 다들 4구 당구를 치며 어울린다. 구력이 쌓이다 보면 단순히 공을 구멍에 넣는 재미보다 공이 지나왔던 길을 기억해내고 각도를 연구하는 4구 당구의 매력에 깊이 빠진단다. 숨은 고수들의 마스터클래스 소싯적 당구 천재부터 입문자들까지 누구든 당구에 관심이 있으면 들어올 수 있다 보니 실력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경기를 할 때는 상급, 중급, 초급자들의 실력을 감안한다. 입문자는 무조건 당구지수 30으로 시작하고 중간 정도가 120~150 사이다. 여자 회원의 경우 80~100 정도면 좋은 실력이라고 김봉훈 방장은 말한다. “가끔 당구지수가 500인 분이 오면 그보다 아래 지수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훈수를 해주죠. 당구를 하다가 제일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도 하고요. 힘을 어떻게 줘야 하고 각도 잡는 것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한 가지 수를 알면 거기서 파생되는 수가 굉장히 많거든요. 그걸 응용해서 쳐라 이거죠. 공 좀 칠 줄 안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더 잘 치는 사람과 당구 대결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제가 200을 치는데 그런 분이 오시면 3, 4수는 따라붙을 수 있거든요.” 이날 모임 참여자 중 높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회원 두 명을 만났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홍수경(70) 씨. 당구지수 150으로 여성들 중 상위 등급이다. “150까지 올리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실력이 안 느는 거 같아요. 62세에 여기 들어왔는데 그땐 여자 회원들이 별로 없어서 다들 잘해주셨어요. 잘 가르쳐주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당구는 절대적으로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스포츠예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안 되나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쫓아다니면서 그냥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한 2년, 3년 사이에 많이 늘었어요. 제가 지수가 100일 때 사위랑 처음 당구를 쳤어요. 그때 사위가 훈수도 두고 그랬는데 요즘은 치자고 하면 피해요. 아들은 저랑 당구는 안 치지만 우리 엄마 실력 좋다고 자랑한대요. 150 정도면 길도 알고 누구든지 상대할 수 있어요.(웃음)” 그다음으로는 당구지수 250인 홍창표(72) 씨를 만났다. 다른 남자 회원들이 젊을 때 좀 쳐봤다면 홍창표 씨는 정년퇴임 후 당구에 발을 들였다. “젊었다면 3년 정도 배워도 잘 쳤을 텐데 나이 먹어서 시작했더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퇴직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지면 식사하고 당구 치러 가더라고요. 가만히 하는 거 보면서 저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당구 잘 치는 친구한테 나도 좀 배우겠다고 했더니 아름다운 60대 당구 동호회를 추천해줬습니다.” 주로 동갑내기 친구들과 팀을 이뤄 당구를 치는 홍창표 씨는 현역 시절 국내 최초 전동차량 개발에 일조했다고. 1974년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하고 3년 뒤 우리 기술로 전동차량 개발에 성공했는데 그 당시 주역이라고 했다. 영광스런 현역 시절 모습을 내려놓고 이곳에 나와 재밌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첫째는 내 시간 즐겁게 보내려고 나와요.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반갑고요. 대단히 깊은 관계도 없고 거래도 없으니까 부딪히지도 않아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편해요. 이렇게 또 정이 쌓이는 거겠죠.” 당구로 시니어 대동단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들 자기 방식대로 당구를 치는 동호회원들. 안절부절못하며 몸서리를 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화 없이 공에만 집중하는 팀도 있다. 밖에 나가면 전직 경찰공무원, 군장성급, 사회 저명인사 등 이력들이 빵빵하지만 적어도 당구장에 나올 때만큼은 집에 완장을 놓고(?) 나온다고 김봉훈 방장은 말한다. “들어와서 잘난 척하면 스스로가 못 이겨서 나가요. 왕년에 못나간 사람 어디 있어요. 다 잘 나갔지요.(웃음)” 이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 있다. “당구는 시니어를 위한 완벽한 운동”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나이가 들어 운동하기 힘든 사람한테 당구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젊었을 때 저거 칠십 넘어서 하면 좋겠는데 했는데 실감이 납니다. 지금 우리 나이에 서너 시간 집중하고 서 있고 걷는 게 적은 운동이 아니에요. 움직여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하고 공 겨냥하려면 허리도 숙여야죠. 큐대를 지속적으로 들고 있으려면 팔에 힘도 있어야죠. 계절에도 관계없고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춥든 덥든 할 수 있는 게 당구라 시니어에게 정말 적합한 운동이죠.” 이유 있는 당구 홀릭! 시니어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해방창구로 뜨는 곳 당구장이 아닐까? mini interview 베이비붐 세대는 당구로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아름다운 60대 모임의 ‘당구 동호회’ 김봉훈 방장 ‘돌곶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봉훈 방장은 다음카페 ‘아름다운 60대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걷기 모임과 소띠모임에서 오랜 시간 방장을 하다가 작년 말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올해 또 당구 동호회 방장 자리를 수락해야 했다. “당구 동호회 방장을 4년 동안 하셨던 분이 저보다 네 살 위 선배님입니다. 작년 가을부터 몸이 안 좋다고 했는데 같은 해 12월에 심장수술을 하셨어요.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회원들의 편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한다. “별거 없어요.(웃음) 회원들이 오면 노란색 명찰에 이름을 써주고 간식 좀 챙기고 그런 거죠.” 워낙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도맡아왔다. “다들 뭘 좀 하자고 공지하면 일단 잘 뭉쳐요. 물론 행동이 좀 느리고 말이 많기도 하지만요. 그게 우리 시니어 모습이잖아요.” 당구지수 200이라는 김봉훈 방장도 어린 시절의 당구장 분위기를 기억한다고 했다. “그때는 당구장 가면 불량배 취급했습니다. 정학 또는 퇴학도 당할 정도였죠. 근데 대학교 들어갔더니 선배들이 당구장부터 데리고 가는 거예요. 거기서 담배 배우고 술 배우고. 뭔가 젊은 혈기로 한판 노는 장소였어요. 그때까지도 당구장 하면 좀 안 좋게 생각했어요. 요즘처럼 정식 스포츠로 받아들여질지 정말 몰랐죠. 그 뒤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먹고살기 바빠지면서 당구와 멀어졌죠.” 가족을 위해 평생 일하고 자기 취미 한번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사회에서 은퇴한 시니어들. 각종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당구를 치던 기억들이 각자 하나둘 씩 남아 있었다. “모여서 경기를 해보니 재미있거든요. 나이가 들어도 또래들이 어울리니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도 있어요. 당구는 그렇게 기억력도 살려주는 것 같아요. 마음과 세월 나이는 다르다고 하잖아요. 우리 세대에게 당구가 나이를 잊고 즐길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이 된 겁니다. 어릴 때 당구를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배우는 이유입니다. 어울리려고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면서 당구에 입문하는 건 향수 때문입니다.” 김봉훈 방장도 1970년대의 산업 현장을 누비며 살아왔다. 당구 치고 난 다음의 뒤풀이 자리는 젊은 시절 이야기로 떠들썩하고 흥겹기 그지없다. 모두들 현역 시절 사연 많은 사람들이지만 다 잊고 그저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참으로 따뜻하다. “인간 사이에도 구도가 있어요. 거기서 우러나오는 냄새와 스토리도 있고요. 나이 드는 재미를 당구 모임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장소협찬 헬로APM당구클럽
- 2019-03-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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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킹핑크 재킷 입고 만날 ‘봄’
- 한때 유행에 따라 옷을 갖춰 입고 멋쟁이 소리를 듣고 살았다. 미니스커트가 유행일 땐 단속에 걸려 명동파출소에 잡혀가기도 했고 미디와 맥시가 한창일 때는 치렁대는 긴 치마를 좋아했고, 거리를 다 쓸고 다닐 정도로 나팔바지의 유행을 따랐던 적도 있다. 옷을 고르는 내 기준은 단연 색상이다.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좋아하지 않는 누런 색 계통의 옷은 절대 사지 않았다. 젊을 때부터 튀는 옷차림이 좋았다. 요즘은 아찔한 탱크톱 옷차림도 아무렇지 않게 봐주는 시대이지만, 예전엔 끈 달린 원피스도 못 입고 다닐 정도로 사람들 시선이 보수적이었다. 그런데도 그 시절에 나는 양장점에 가서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맞춰 입었다. 그중에는 어깨를 과감히 드러내는 원피스도 있었다. TV 드라마에서 여학생들이 집에서 멀쩡한 교복 차림으로 나와 밖에서 아찔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혀를 끌끌 차다가 내 생각에 웃고 만다. 나도 부모님 눈을 피해 좋아하는 옷을 입고 몰래 외출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깨를 훤히 드러낸 차림으로 외출하긴 어려워 레이스 볼레로 정도는 걸치고 나갔다. 물론 친구들과 어울릴 땐 용감하게 벗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용기는 참으로 대단했다. 지난가을 친구들과 옷을 사러 갔다. 내 맘에 딱 드는 의상을 집어 들자 친구들이 소화할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나이 들수록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는다는 통계도 있지만, 나는 젊을 때부터 고운 색을 좋아했다. 쇼킹핑크라 불리는 재킷을 들고 거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상당히 튀는 옷을 입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대놓고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다닐 수 있냐면서 다들 수군댔다. 나도 처음엔 놀랐지만 자주 만나면서 친구의 패션 스타일을 이해하게 됐고 내 스타일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도 디자인이나 색상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옷들을 입고 다녔으니 뒤에서 그런 말들을 꽤 해대지 않았을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스타일이 좋다. 그래도 그날의 화려한 핑크 재킷에 대한 친구들의 시선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다. 젊을 땐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좋아하는 옷을 입었지만, 나이가 드니 남의 눈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이 나이에는 그저 욕먹지 않을 정도의 무난한 옷차림이 좋은데 나는 왜 또 튀는 색상의 옷을 샀을까 슬쩍 후회도 했지만 금세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봐?’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침 같은 색상의 핸드백까지 있어 금상첨화라 여기며 벌써부터 하의 코디할 생각에 즐겁다. 발목까지 오는 흰 바지에 작년에 장만한 멋진 부츠를 신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꽃피는 봄이 오면 누가 뭐라 하든 잘 차려입고 외출하려 한다. 그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날들이 행복하기만 하다.
- 2019-02-28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