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화광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영화관에 가실 때 꼭 필자를 데리고 다녀서일까? 영화로 모르는 남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좀비나 총질로 때려 부스는 건 별로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필자에겐 요즘은 영화도 영화배우도 다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다.
케이블방송 채널을 돌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예전에 즐겼던 명화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오늘은 ‘위대한 개츠비’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필자가 젊었을 때 대한극장의 와이드 화면으로 보았던 그 작품은 아니었다.
타이타닉으로 유명해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이니 볼만은 하겠지만, 그 옛날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패로’ 주연의 작품에 비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에도 화면이 매우 화려하고 배우들의 의상이나 머리에 쓴 모자가 뉴요커들의 패션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었는데 새로 만들어진 작품은 화려함의 극치가 더한 것 같다.
저택도 멋지고 매일 열리는 파티장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예전 영화에는 멋진 미남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와 그리 미인이라 할 수는 없어도 묘한 매력을 가진 ‘미아 패로’가 주인공으로 흥행도 잘 되었던 영화이다.
필자는 ‘위대한 개츠비’ 영화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도 필자는 신데렐라가 되는 여자 이야기나 한 여자를 사랑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비극으로 치닫는 남자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필자가 그런 행운을 얻지 못해서일지 그저 자신의 노력 없이 미모만으로 신분상승과 부를 거머쥐는 여자들을 질투했는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개츠비’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향한 바보스러울 정도의 순애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가슴 아픈 한편 화가 나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라 화려했던 영상과 실속 없이 순수한 사랑만을 갈구했던 한 남자 이야기로만 맴돌 뿐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는데 새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며 다시 한 번 감동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다 보고 난 후 남은 씁쓸한 기분은 예전과 똑같았다.
남자들은 왜 그리 바보 같을까? 여자들이 실속 차리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동안 사랑만을 선택해 비극에 빠지는 남자들이 안타깝고 싫다.
필자가 보기에 여자 하나를 잊지 못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개츠비’에게 왜 위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의문이 있었다.
자신을 버리고 부유한 남자와 결혼한 그런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자수성가 후 그녀를 되찾으려 했으니 좀 미련해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1920년대 미국의 물질 만능이 판치는 시대에 사랑에 올인 하는 ‘개츠비’의 모습이 더는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사랑의 열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속물이라 할 수 있는데 ‘데이지’에 대한 사랑만으로 환하게 빛났던 ‘개츠비’는 당시는 물론 요즘에도 찾아보기 힘든 낭만적인 사랑의 화신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닉’ 이라는 남자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닉’은 1922년 뉴욕에 살면서 이웃의 호화스러운 별장 저택에 살고 있는 한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는 그 남자 ‘개츠비’는 어딘지 의문스럽고 신비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베일에 싸인 이 남자는 주말마다 떠들썩한 파티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한다.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한 ‘닉’은 자신의 사촌 ‘데이지’와 ‘개츠비’가 5년 전 연인 사이였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이 남자가 이렇게 호화로운 파티를 여는 이유는 옛사랑 ‘데이지’가 와 주길 바라서라니 놀랍다.
‘데이지’는 가난한 데다 전쟁터에 나간 ‘개츠비’를 버리고 부자인 ‘톰’과 결혼한 속물 같은 여인이다.
부자로 돌아온 옛 연인을 보고 감정이 싹튼 ‘데이지’는 갈등을 한다.
데이지의 남편은 바람둥이로 주유소 직원의 아내를 정부로 두고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데이지’는 안락한 생활을 버릴 수 없어 참는 중이었다.
파티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같이 떠날 것을 제의하고 ‘데이지’는 고민을 하면서도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개츠비’와 달리 ‘데이지’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데이지’의 남편 때문에 오해를 사서 총을 맞고 죽어가는 ‘개츠비’를 망설임 없이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허망한 ‘개츠비’가 너무나도 불쌍했다.
한 여자에게 집착한 ‘개츠비’가 바보스러우면서도 쓸쓸해서 눈물이 나는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도 좋지만 이렇게까지 한 여자에게 집착하고 올인 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화려하고 멋진 화면 속에 드리워진 슬픔을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인데 다른 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개츠비’의 순수한 열정을 높이 평가할 것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데도 집착한 바보라는 평가를 할지는 보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시니어 어르신 한분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도서관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라는 말씀이 있었다.
키워드가 되는 단어 시니어, 도서관을 포털사이트 검색 창에 넣어보고 깜짝 놀래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겪은 내용을 올린 글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선풍기와 좋은 자리는 무조건 막무가내로 시니어 어른(어린학생들은 이런 단어가 아닌 것으로 표현했음)이 차지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불편함을 주어서 상당히 불만을 토로하는 예의없는 어르신들에 대한 성토의 글이었다.
시니어들끼리 있는 자리는 물론 나이대가 다양한 자리에 가게 되었을 때도
학창시절처럼 재밌게 분위기를 여럿이 있을 때 꼭 해도 되는 기분 좋은 유머로
요새 유행하는 여가수의 노래제목처럼 분위기를 CHEER UP~~!! 하는 분이 있는가하면
과거만을 생각하며 대우만 해달라고 하는 에헴만 하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옷을 입을 때의 기본원칙을 나타내는 말이 있다.
T. P. O(time, place, occasion)의 머리글자로, 즉 옷을 입을 때 시간에 따라
방문하는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착용해야함을 강조하는 말이라 가끔
예능프로 혹은 패션전문가들의 다양한 쇼핑방송, 정보를 주는 방송에서 사회자나 패널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니어의 인간관계에서 T. P. O를 무시하면 안될 것이다.
어린 학생들 세계에서만 왕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니어들 모임에서도 표시나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친목계에서 조차 모였다하면 돈 자랑 자식자랑과 손주자랑만 하고
남을 위한 배려가 없는 분은 배제하고 다시 친목모임을 재조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time
아침 아주 이른 시간이고 오밤중이나 새벽시간에도 상대방 생각하지 않고
여럿이 보는 단체 방이나 개인톡방이나 SNS의 새글이나 댓글이나 좋아요 등을 표시하면
무음을 해놓거나 알림을 해제했을 경우 외에는 짧은 소리일지라도 계속 알려주는 소리가
울리는 경우도 있고 문자나 전화를 시간 상관없이 하는 분들의 경우도 민폐가 된다.
어떤 사람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생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새벽에야
잠을 청하는 분들도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place
장소가 결혼식인데 반바지 쫄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오는 시니어를 보고
얼마 전 결혼식을 갔다가 보고 놀랜 적이 있다.
더욱이 신랑신부의 부모님 친구라는 것을 알고 친구를 부끄럽게 만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재활용품 버리러 나오면서 잠옷수준의 옷을 입고 슬리퍼에서
밍크 숄을 두르고 나온 경우를 실제 본적이 있다.
사람들이 대놓고 말을 안 해도 수근거림이 있었다.
다양한 넓이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모여있던곳이라 더 예민하게 보였던 행동이었다.
좌담회, 혹은 세미나 ,강사의 강의하는 장소에서 모인 분들이 개인적으로 할이야기를
계속 속닥거리거나 휴대전화 문자하는 소리와 통화하는 소리는 소리낮추었다고 생각해도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 것을 아셔야 할 것이다.
목소리만이 아니라 제스추어나 음악소리등 남에게 표시 나는 돌출행동은
뭐라고 대놓고 지적을 받지 않아도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시니어들도 젊은이들처럼 이어폰을 끼고 다니면서 음악 듣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occasion
상황을 잘 맞춰서 행동해야할 시니어들끼리 대놓고 그렇게 살지말라고 야단맞지는 않아도,
모임에서 알게 모르게 왕따당하여 완전히 회원 속에 배제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자리 결정적인 상황에 함께 하는 협동적인 모임에 맞는 행동을 하는가. 자신을 돌아보는 T.P.O를 시니어들이
여러카페,클럽,아지트,동아리등의 제목으로 활동하는 온라인모임과 운동하거나 교육내지는
친목 등의 오프라인 모임 모두 적용된다고 본다.
바이블에도 온유와 겸손으로 허리를 동인자는 은혜를 주신다고 했던 구절이 생각난다.
저 자신부터 반성하면서 계속 노력하려고 한다.
저는 옷 입는 데는 잠방이입니다. 무신경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집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걸치고 나왔다가 푸른색 양복 하의에 노란색 스포츠 양말 차림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한심한 것은 이 차림이 괴상망측하단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온종일 돌아다녔다는 겁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아내로부터 “패션 테러리스트”란 핀잔도 듣고서야 문제의 본질을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저보다 연배가 위인 시니어들도 옷에 신경을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기획기사 ‘내가 패셔니스트, 패셔니스타- 나만의 코디법’ 데스크를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다음은 박혜경 동년기자님이 쓰신 ‘나는 아직 패셔니스타일까’ 내용입니다.
“필자도 좀 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유행은 다 따라 해 보았다. 그래서 젊은 시절 미니를 화끈하게 입고 명동에 갔다가 명동파출소에 잡혀간 적이 있다. (중략) 아직 딱딱한 정장보다는 자유롭고 예쁜 옷이 좋다. 끈만 달려 어깨가 드러나는 원피스도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박 동년기자님처럼 사실 패셔니스트, 패셔티니타가 되고 싶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강신영 동년기자님의 기사 ‘댄스가 패셔니스트로 만들어주다’를 보면 기자님은 나비넥타이로 변신을 시도하신다고 합니다.
“남자가 ‘패셔니스트’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중략) 그러나 필자는 댄스스포츠를 일찍이 시작한 덕에 옷도 그렇게 맞춰 입다 보니 종종 ‘패셔니스트’ 소리를 듣는다. (중략) 20여 년 전 댄스스포츠를 처음 시작할 때 호텔에서 파티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지도 강사는 남자들에게 나비넥타이를 매게 했다. (중략) 연말 파티 등 특별히 드레스 코드가 정해지지 않은 모임에서도 나비넥타이는 위력을 발휘한다.”
외국 시니어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대담한 스타일의 옷을 아주 자연스럽게 입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때깔 납니다. 육미승 동년기자님의 ‘외국처럼 우리 시니어도 화끈한 코디를’은 이런 의미에서 한국 시니어들에 걸쭉한 된장 국물 같은 진한 여운을 줍니다.
“1970년대에 영국에 갔다가 알아낸 것은 호호 할머니가 돼도 매니큐어 짙게 칠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다이애나비처럼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에 예쁜 꽃 모자를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략) (시니어도) 아주 눈에 나지 않는 한 인형처럼 곱상하게 차려입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시니어인 동년기자님들이 패션에 쏟는 열정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푸른색 양복 하의에 노란색 스포츠 양말 차림으로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파란색 티셔츠에 파란색 면바지의 깔 맞춤입니다. 오늘도 집에 가면 아내한테 “깔 맞춤 테러리스트”란 핀잔을 듣지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하나 약속드립니다. 이제는 더는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지 않겠습니다. 아침에 거울 한 번 보고 나오겠습니다. 동년기자들처럼 패셔니스트, 패셔니스타는 못될망정 이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패션을 잘 한다고 자부하지 않고 패션 감각을 뽐내려고 명품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승부는 내면의 깊이와 멋에서 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예의를 갖추어 옷을 입으려고 한다. 필자의 경우는 조화를 고려한다. 장소와 계절에 맞추고 자신에게 알맞는 옷차림을 고집한다. 단정하게 입되 눈에 띠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옷을 잘 입는다고 칭찬 받은 적도 없고 못 입는다고 비난 받은 적도 없으니 중간 정도는 유지한다고 보인다. 중간 정도의 패션을 유지하고 말씨나 내적인 면으로 자신을 표현하려고 편이다. 인상을 나쁘게 하지 정도의 최소한의 패션을 유지하는 셈이다.
◇캐쥬얼 선호
직장인일 때는 정장을 많이 입었지만 프리랜서인 현재는 캐쥬얼을 입고 특별한 경우에만 정장을 한다. 그러다 보니 정장을 하면 좀 거북하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창의적인 사고나 유연한 사고를 하는 데는 캐쥬얼 복장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청바지는 거의 입어 본 적이 없다. 꽉 끼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행사나 예식이 있으면 분위기에 맞게 정장을 한다. 수평사회, 지식사회가 되어 복장의 자유가 주어져서 캐쥬얼 패션을 해도 별 지적을 안 받으니 편한 세상이다.
◇짙은 색으로 무난하게
얼굴이 흰 편이라 짙은 색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와이셔츠나 셔츠를 청색이나 갈색을 주로 입는 편이다. 곱슬이라 길면 관리하기 어렵고 지저분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어 두발은 되도록 짧게 유지한다. 머리를 단정하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옷차림도 이에 맞게 수수하게 한다. 복합적인 색을 소화하기 어려워 단색의 옷을 주로 입는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성향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눈에 띠는 옷차림보다 무난한 패션을 좋아한다.
◇깨끗하고 조화롭게
패선을 유지하는 데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자주 갈아입도록 하고 매일 패션을 지정해 준다. 다른 일에 몰두 하다 보면 옷에 신경을 못 쓰는 편인데 유능한 관리자를 만나 다행이다. 옷에 관심이 없어 잘 안 사니 아내가 필자도 모르게 옷을 사서 이로 인해 자그마한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옷 살 돈으로 책을 사거나 문화활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지만 매번 진다. 패션을 조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다는 것과 패션 자주성을 상실한다는 단점은 제외하도는 아내의 패션감각에 만족한다. 깔끔한 아내는 자주 세탁을 하고 드라이를 하여 늘 깨끗하게 입혀 보내려고 한다. 남편이 남들에게 복장으로 나쁜 평을 듣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외모에 신경을 안 쓰는 필자는 미술을 전공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아내의 내조의 덕을 톡톡히 입고 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패션이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은 외면과 내면이 일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장만 그럴 듯하고 내용물이 허접할 때 실망하지 않는가. 외모지상주의로 성형과 명품치장이 유행하는 세태에 영합하고 싶지 않다. 자신을 가다듬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오라를 키우는 것이 어떨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자신만의 패션을 시행착오 끝에 발견하여 이를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무엇이라고 하여도 깨끗하며 조화롭고 단정하며 무난한 캐쥬얼 패션을 유지할 예정이다.
어렸을 적 한땀 한땀 바느질해 곱디고운 옷을 지어 인형에게 입혔던 기억이 생생하다. 종이옷 만들어 입힐 때는 예쁜 무늬를 그려 넣고 색칠해가며 한껏 재주를 피워댔다, 특히 헝겊으로 인형 옷을 지을 때는 어머니가 모아 놓은 일본 잡지들을 꺼내 신식 스타일의 원피스를 만드느라 고심했었다. 길에 다니다가 바람에 굴러다니는 잡지 쪼가리가 패션에 관한 거라면 무조건 집으로 가져와 깨끗하게 걸레로 닦아서 모았다. 그 지저분한 것들을 결혼해서도 이사할 적마다 가지고 다니면서 고이 모셔 뒀는데 잡지 모델같이 변신하는 건 단지 꿈이란 사실을 자각하고 60세 되었을 때 죄다 태워버렸다. 이 잡지 태우면서 얼마나 아까웠던지 모른다. 마음 비우기는 그리 어려운 것이다.
결혼하고서도 눈은 묘한 것들을 찾으려 반짝였다. 외국에라도 나가면 발발거리며 여자들의 차림에서 뭔가를 찾아내려고 애썼다.
그런데 1970년대에 영국에 갔다가 알아낸 것은 호호 할머니가 돼도 매니큐어 짙게 칠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다이애나비처럼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에 예쁜 꽃 모자를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시니어가 됐을 때 차림을 그려가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 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아무리 나이 먹어도 긴 머리를 늘어뜨릴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런 시니어의 모습을 교훈 삼아 발목 걸이까지 자신 있게 걸고 다녔다. 요즘 가끔 젊은 여성들이 하고 다니는 발목걸이를 무척 오래전부터 즐겼던 것이다.
그리고 1995년 아르헨티나에서는 탱고를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할랑대는 원피스를 입은 시니어들에게 꽂혔다. 이어 1996년엔 스페인에서 한 달 보름을 지냈는데 얇은 블라우스를 입고 모피를 걸친 채 앞을 트고 다니는 멋쟁이 시니어들에 반했다. 그리고 획기적인 쫄바지에 푹 빠져 귀여운 판다 곰 무늬가 들어간 쫄과 검은색 쫄을 두 개나 사게 되었고 지금까지 즐겨 입는다. 한국에는 언젠가 대유행했지만 그 당시엔 쫄 바지가 없었다. 필자가 쫄바지의 원조였던 셈이다.
일본에서 1년간 일할 기회가 있었던 어느 아줌마가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큰 소리로 “일본 여성은 늙어도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모른다. 보는 내 눈이 황홀해질 정도다”라고 했다. 필자는 동의의 의미로 깔깔 웃었다. 그가 일본 시니어 여성이 예쁘다고 한 것은 진짜 겉모습이 예뻐서가 아니다. 그들의 패션이 그들을 눈부시게 만든 것이다. 필자도 이 아줌마처럼 일본에서 시니어 여성들의 패션에 눈이 갔다. 시니어가 되면 아이들과 같이 마음이 순진하고 귀여워진다니까 차림새도 밝고 깔끔하게 챙겨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아주 눈에 나지 않는 한 인형처럼 곱상하게 차려입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한국 아줌마의 전형처럼 돼버린 뽀글파마는 거부하는 대신 긴 생머리를 한다. 너무나도 파마를 안 해서 길이 안 든 탓에 이젠 파마도 안 나온다. 다만 긴 생머리는 바람 부는 날에는 흩어져 산발이 돼 버리니 모자도 꼭 가지고 다니며 쓴다.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바게트 한 봉지를 끼고도 끼리낌 없게 걷는 자신만만함을 시니어들도 배워야 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외출하는 날은 하루가 당당하다. 그러나 자신만의 개성과 멋을 외면하고 유행만 따라 치장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가 될 수도 있다.
◇미용 법을 배우다.*
물론 미용에 대한 타고난 감각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학 시절부터 튄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유행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소박하게 연출을 해도 눈에 띄는 모양이었다. 필자는 옷을 절대로 아무렇게나 입지는 않는다. 전체적인 색상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그 우선으로 한다. 길거리나 혹은 백화점에 나가 눈에 띄는 옷이 있으면 그때마다 가급적 저렴한 것으로 구입을 한다. 단지 때와 장소에 따라 코디만 잘하면 멋지게 연출이 된다.
어쩌면 타고난 피부를 갖고 있는 것도 필자에게는 큰 행운이다. 예전에는 피부 좋은 여자로 불리기도 했다. 덕분에 우연히 미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거금을 들여 전 미용법을 배우기도 했다. 수년 동안 피부미용 학원도 경영을 했다. 주위의 추천으로 시작된 모험이기도 했다. 더구나 틈새시장을 이용해 피부 보건학을 다시 공부했고, 피부미용 전임교수까지 지내왔다.
요즈음은 남자들도 화장을 하는 시대이다. 화장을 하면 모습이 훨씬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얼굴에 변화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을 꾸미기 위한 첫 단계인 피부 관리와 화장법은 개성에 따라 자신을 과감하게 표출해주고 멋지게 만들어 준다.
◇액세서리의 이용
필자는 젊어서부터 머리에 숱이 없어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러나 색깔과 디자인을 자신에 맞게 보는 감각이 있었기에 멋지게 활용하는 액세서리의 이용을 최대한 좋아했다. 여러 가지 스카프를 사용하여 분위기를 맞추거나 귀걸이 목걸이 등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화려하게 연출하기를 좋아한다.
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형태의 멋진 모자들이다. 계절에 맞는 모자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필자에게 모자가 잘 어울린다며 멋을 부리기 위해 일부러 쓴 줄로 알기도 한다. 모자의 첫 번째 장점은 머리를 만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는 것이다.
필자는 머리가 숱이 적고 가늘어 모양을 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머리에 에센스를 바르고 대강 하나로 묶어놓고, 모자를 하나 집어 푹 쓰면 그야말로 딴 사람이 된다. 때로는 멋진 모델이 된듯한 착각도 일으켜 기분이 좋아진다. 젊은 시절에는 그 모습에 반해 뭇 남자들에게 시선을 받은 적도 더러 있었다. 남자들은 대체로 멋지고 화려해 보이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구두와 핸드백으로 마무리를*
발은 신체의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외출을 하면서 발이 불편하면 쉽사리 피곤해져 만사가 귀찮아진다. 구두는 제값을 주고 가급적 좋은 것으로 택한다. 필자는 색깔과 옷에 따라 신중하게 구두를 연출한다. 예전 같으면 색색으로 수많은 구두가 있었지만 지금은 몇 개의 색깔 계열로 나뉘어 있다. 어느 정도 옷과 어울리는 것으로 디자인과 색을 고려해 선택을 하면 그럴듯한 패션이 완성된다.
핸드백 또한 신경을 써서 구입을 한다. 모든 패션의 완성은 구두와 백이라는 말이 있다. 옷은 그야말로 3년이 수명이라면 구두와 백은 아주 오랫동안 소장이 가능하다. 외국에서는 대를 물리기도한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질 좋은 것으로 소장을 한다. 물론 손톱과 발톱. 네일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다. 다만, 업소에서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홈쇼핑에서 구입을 해, 집에서 직접 자신이 손질을 한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멀고 먼,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일은 부지런해야만 가능하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필자도 머리가 희끗희끗하며 몸 무거운 시니어가 되었다. 높다란 뾰족구두보다는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납작 구두가 타이틀에 어울린다. 이제는 화려하기 보다는 중후하고 우아하다는 인사가 아름답게 다가오는 시간이 되었다. 가장 멋진 것은 내면, 마음속이 아름다운 모습이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다르듯 사람들의 옷차림도 각각 다르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에 맞게 점잖게 입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필자는 젊을 때부터 유행을 잘 따랐다.
◇찢어진 청바지의 추억
언젠가부터 찢어진 청바지가 유행했고 지금도 그 스타일은 많은 젊은이의 인기 아이템이다. 처음 그 패션이 나왔을 때 멀쩡한 바지를 왜 찢어 입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번 입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멀쩡한 청바지에 가위질하기도 했으니 참 우습다.
언젠가 한 여자 탤런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 유명하지 않아 지방에 있는 부모가 생활비를 보내준다는데 어느 날 부모가 서울에 왔다. 그런데 마중 나온 딸을 보고 깜짝 놀라며 “지난달 보내준 생활비 못 받았느냐”며 눈물을 보였단다. 한창 유행 중인 찢어진 청바지 차림새를 보고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 입는다고 여긴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영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유행이다.
유행이라는 건 이렇게 처음엔 생소해도 자꾸 보다 보면 동화되어 따라 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유행도 분수에 맞게 따라야 할 듯하다.
길에서 어떤 여자를 봤는데 뒷모습이 매우 경쾌했다. 젊은이가 즐겨 입을만한 청바지와 청재킷 차림이었고 바지도 너덜너덜 찢었다. 하지만 주름이 깊게 팬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악’하는 외마디가 터졌다. 저 정도 나이라면 그런 옷차림은 안 하는 게 맞았다. 그러면서 필자도 남의 눈에 너무 안 좋게 비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도 좀 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 유행은 다 따라 해 보았다. 그래서 젊은 시절 미니를 화끈하게 입고 명동에 갔다가 명동파출소에 잡혀간 적이 있다. 그런데 무척 겁이 났던 게 당시 경찰관이 학교에 연락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교수가 불러 “자네가 어제 명동파출소 잡혀갔었나”하고 물었다. 하지만 필자는 “아닌데요” 라고 거짓말했다. 그리곤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그때 우리 과에 필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교수가 그 친구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랬다면 그 친구에게 참 미안하다.
◇남들 시선 의식하기 시작
이렇게 유행이라면 겁 없이 따라 했는데 지금은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딱딱한 정장보다는 자유롭고 예쁜 옷이 좋다. 끈만 달려 어깨가 드러나는 원피스도 필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것이 걱정되어 가벼운 재킷은 꼭 걸친다. 스카프를 이용하는 것도 필자가 즐기는 코디법이다. 다소 무거운 옷차림이라도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면 분위기가 화사해진다.
또한, 패션의 완성으로 선글라스와 구두, 모자를 즐겨 사용한다. 꼭 멋 부리기가 아니어도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는 누구에게나 필수품이 되었다. 구두는 조금이라도 걸어야 하는 외출에선 젊을 때처럼 뾰족한 하이힐을 신을 수 없어 서운하다. 발이 피로하면 몸 전체가 피곤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뾰족구두 대신 높은 통굽으로 대신하고 있다. 모자는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흐트러진 머리도 한순간 정리해 주니 고마운 존재이다.
필자 패션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색상인데, 색은 화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디자인이다. 평범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색다르게 보이는 게 좋다.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남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옷차림을 해야겠다고 반성도 해 본다.
서비스업에서는 업주의 실수로 인한 손해배상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세심하게 일하고 그 일에 대하여 철두철미한 기능을 연마하였더라도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리고 다른 일에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일 과정에서 상호작용하여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경우가 있다. 특히 세탁업은 패브릭과 염료가 주제인 옷을 세탁하는 일이다. 세탁과정이 드리이클리닝이니까 화학용매에 의한 떼빼기다. 당연히 예민한 화학반응이 있다.
패션계가 해마다 다른 패션을 유행시킴으로 살아남는 사업이니 패션을 뒷받침하는 패브릭도 해마다 다른 제품이 나오고 옷감의 색상도 과학발달에 따르니 무척 다양하여 세탁과정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반응에 대하여 전부 대처할 수가 없다. 아무리 잘 알고 조심하더라도 옷을 손상하게 하는 경우는 발생한다.
뿐 아니라 옷은 많은 손님들이 가져 온 옷을 색깔별 옷감의 질별로 분리하여 세탁한다. 프레스과정에서는 하나하나 개별손질 한다. 마무리 된 옷들은 다시 손님이 가져 온 옷별로 포장하여야 하니 세탁물은 해쳐 집합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옷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해 전 버지니아 주의 한국인 세탁소에 흑인 판사가 옷을 맡겼다가 바지 잃어버렸다고 바지는 슈트의 일부이니 양복 한 벌 값으로 10만 불을 요구하였다는 뉴스가 CNN에 보도된 기억이 있다. 결국 그 판사는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기에 재임용에서 탈락되었다는 보도까지 나왔었다.
세탁소를 할 때 내 실수로 배상을 한 경우가 여러 건인데 인상에 남는 것이 유대인 손님과의 거래다. 셔스가 세탁과정에서 찢어졌다 확실한 실수라 손님이 원하는 대로 배상하리라 하고 손님에게 얼마를 요구하느냐 물었다 손님대답이 “$40에 사서 2년 사용했으니 평균셔스 수명은 4년이다. 반은 사용하였고 반만 주면 되겠다 20불이면 충분하다” 내가 생각하여도 적절한 요구라 얼른 현금으로 지불하였다. 보통은 전액을 요구하는데 페어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여자 손님은 세탁물에 특별한 얼룩이 있고 그 얼룩이 세탁으로 빠지지 않았다. 한 번 더 세탁 할 기회를 준다. 다시 한 세탁에서도 얼룩이 빠지지않으면 다른 가게로 가져간다. 물론 세탁비는 지불하지 않는다. 얼룩이 빠졌으면 행복해 한다. 다른 가게에서도 그 얼룩이 빠지지않으면 다시 필자의 가게로 온다. “다른 가게에서도 빠지지 않았으니 이 얼룩은 세탁으로 빠질 수 없는 얼룩이 분명하다. 내가 저번에 지불하지 않은 세탁비를 주려고 왔다“고 세탁비를 지불한다.
좋은 동네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였지만 역시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경우의 배상은 엄청나게 요구한다 증거물이 없으니 무조건 고급이고 생산 중단된 특별한 옷이라는데는 아연해진다. 손님이 얼토당토 않는 돈을 요구하면 필자도 거액의 배상이 부당하다 싶으니 비상수단을 동원하여 옷을 찾는다 찾아보면 하나같이 낡아빠진 옷이거나 싸구려 옷이다 너무 엉뚱한 돈을 요구한 게 약간의 양심을 자극하는지 무안스럽다는 표정으로 “ 이건 내 아내가 혹은 남편이 한 생일 선물이라 나에게는 정서적인 가치가 아주 높아.” 라는 변명을 한다. 무척 편리하고 좋은 변명이다. 개인의 정서적인 가치라는데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오래된 옷이라 나의 오랜 친구가 되었거든? 하는 말로 필자의 입을 막기도 한다.
손님과 업자와의 관계가 언제나 대립의 관계이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실수를 인정하고 배상하겠다고 하여도 “ 옷이란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다 언젠가는 수명이 끝나게 마련인데 지금이 그 때다” 라고 배상을 거부하는 손님도 있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에는 빨강, 파랑, 노랑으로 차린 멋쟁이 등산객으로 붐빈다. 사회발전만큼 산행문화도 많이 변하였다. 수십 년 산을 찾으면서 느꼈던 산행문화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복장이 화려해졌다.
예전에는 전문 산악인을 제외하고는 등산복을 따로 갖추지 않았다. 평소에 입던 셔츠와 바지, 운동화만 있으면 삼삼오오 산에 올랐다. 면바지, 셔츠에 땀이 흠뻑 젖어 생쥐처럼 보기 민망한 모습을 자주 보았다.
아웃도어 발달로 통풍과 발수는 기본이요, 패션전시장이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유행을 쫓아가기에 허리가 휜다. “운동 중에서 등산이 제일 돈이 적게 든다.”는 통설이 깨진지 이미 오래다.
유학 온 산행을 즐기는 학생이 어느 방송에서 “한국 등산객이 화려하게 입고, 많이 먹으며 산행은 적게 한다.”고 지적하였다. 외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산행문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취사가 사라지고 식당 뒤풀이로 발전
옛날에는 버너와 코펠이 기본 장비였다. 석유버너에 불 피우는 방법을 익히고 알코올버너, 코펠까지 갖춰 배낭을 메고 등산을 하였다. 산에서 지지고 볶아서 식사를 해결하던 때였다. 근래 등산복 브랜드로 사람의 외양을 구별하는 것처럼 유명 버너가 산행자의 위세를 판가름하였다.
친구들과 산에 갈 때에는 각자 역할을 정했다. 당시 전화통신 부족으로 연락할 수 없는 불참자를 예방하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필자는 버너 준비와 밥하기, 그리고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정상주를 담당하였다.
사회에 진출 후에는 젊은 시절에 부족하게 느꼈던 먹거리를 배낭에 가득 채우고 다녔다. 친구들과 어는 산에 갔을 때 이야기다. 고기를 구워서 막 먹기 시작하는데, 학생 한 명이 “고기 좀 먹고 싶다.”고 하였다. 옛일을 생각하여 합석을 흔쾌히 승낙하였다.
잠시 후 일행이었던 나머지가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학생 때처럼 감자 된장찌개로 소주잔을 기울였던 아름다운 기억이 났다.
산마다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계곡에는 음식물 찌거기가 쌓였다. 석유버너에 불을 잘 붙이는 사람은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하였던 먼 옛날이야기다. 취사가 금지되면서 환경이 정화되고 버너와 코펠은 자취를 감췄다.
다음부터는 도시락이 취사를 대신하였다. 친구끼리 어울리면 푸짐한 산상 뷔페가 열렸다. 맛 자랑 대회가 열렸다. 학창시절 소풍 때보다 더 즐거웠다. 정상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천하를 호령하였다.
요즘에는 도시락 문화도 시들해지고 하산 후 뒤풀이를 즐긴다. 산행을 마무리하고 식당에서 오순도순 우정을 나누는 문화가 산행안전에 매우 바람직하다. 등산 출입로 식당은 항상 등산객으로 차고 넘친다.
산행은 놀이에서 필수 운동으로 성숙
대부분의 산 입장료가 있었다. 아침 7시 입장료 받기 전에 등산객이 몰리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입장료가 거의 없어졌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산이 되었다.
옛날에 등산복에 배낭 메고 나서면 여행가는 한량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산행이 이제는 놀이가 아니고 건강을 다지는 필수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등으로 산행문화가 성숙하였다.
시니어 패션에 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가슴 가득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사실 시니어의 스타일은 비단 입는 것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멋있게 늙어가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시니어 인생을 사는 모습이 아닐까. 과거의 영광은 버리고 품격을 입어야 한다. 거기에는 물론 옷을 입는 패션 스타일도 있을 것이고, 봉사활동도 하며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개척하고 젊게 살아야 그것이 외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선 시니어의 패션을 말해보자. 한국 시니어를 대표하는 시니어룩이 과연 있을까? 딱 잘라 말해 없다. 시니어들 또한 어떻게 하면 나이에 맞게 품격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는지 모른다. 앞으로 시니어 의식을 깨고 바꿀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시니어 세대에게 묻고 싶다. 젊은 사람들의 옷을 입으면 젊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착각이다. 젊게 산다고 그들의 브랜드를 좇고 입고 다니는데 그런 게 잘 입는 것이 아니다. 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나이에 걸맞은 품격을 입어야 한다.
‘패션’은 본래 변화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인 문화 전역에 걸쳐 적용되는 용어로 의복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한다. 이미지를 어떻게 창출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나 자신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결정된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가 바로 본인 자신인 셈이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과 같이 인간은 각자 개성에 기반을 둔 본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시니어, 이미지 메이킹은 필요하다
시니어 세대에도 첫인상은 특히 중요하다. 표정이나 복장, 말투와 같은 외향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진실함과 겸손함, 상대방을 배려하는 내면적인 모습들이 동반되어야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의상을 통한 이미지 연출은 무언의 언어로서 기능을 가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 개인의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나타낼 수 있으며 자아 형성에도 도움된다.
좋은 이미지는 개인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특정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됐던 ‘이미지 메이킹’은 현시대를 사는 시니어에도 필요하다. 자신의 개성과 신분에 맞는 이미지를 구축해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한층 더 살려야 한다. ‘좋은 이미지’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과 미의식을 반영하되 무엇보다 나만의 개성을 찾아 만들어야 한다.
시니어의 색 ‘Grey(회색)’
날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를 쉽게 남에게 보여줄 수가 없을 때 옷이 제일 먼저 그 역할을 한다. 옷을 보면 상대의 위치, 성격 등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옷은 예민하고 민감한 자기표현의 일부분이다. 젊은 사람처럼 입는 것이 아닌 제 본분과 나이에 맞게 입는 것이 시니어가 옷을 잘 입는 방법의 하나다. 유행에 대해 시니어의 패션을 말하지는 않겠다. 단, 기본적으로 시니어에 어울리는 색은 따로 있다. 시니어에게는 품위가 생명이다. 그 품위를 살려주는 색이 바로 회색이다. 회색도 색이 다양하다. 소재에 따라서도 느낌과 색이 다르다. 같은 색상도 원단에 따라 다르다. 스웨터나 양복 등을 살 때 진짜 멋쟁이는 회색으로 고른다. 회색은 얼굴이 검은 사람이나 흰 사람이나 누구한테나 잘 어울려 중후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회색과 짙은 빨간색인 버건디와의 매칭도 아주 멋지다. 거기다 요즘 유행하는 브라운색 구두를 신으면 아주 멋진 시니어룩이 된다.
패션 업그레이드와 함께 자존감도 높이자
우선 남들에게 보이는 외모는 자기 자신의 태도나 감정,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욱 나은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는 내적인 변화와 함께 외적인 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킹과 더불어 자신감과 긍정의 힘을 기르자. 이미지 메이킹을 통한 자아상의 확립은 자존감을 높여주기 마련이다.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킹이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앞서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좋은 이미지는 개개인 간의 관계 증진은 물론 대인관계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와 함께 패션을 통해 자기만의 개성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면 이것은 자기만족은 물론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을 주고 개인의 잠재적인 능력과 장점을 최대화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