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4 :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의 긴 상영시간이 마블 팬들의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어벤져스4의 러님타임은 3시간 58초. 마블 영화 중 가장 오래 상영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소변이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상영 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것은 이들에겐 악몽과 같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제작사 측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실제로 감독 조·앤소니 루소 형제는 9일(현지시간) 코믹북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휴식시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심각하게 고려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술 전날 금식하듯 상영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고민과 루소 형제의 조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걱정할 것이 없다.
한양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정기 교수는 “상영관 입장 1시간 전 정도부터 수분 섭취를 하지 않고, 입장 전 소변을 보는 것 정도면 정상인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특히 커피 등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음료의 섭취에 주의하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성인의 방광 용량은 400~500cc 정도로, 정상적인 신체상태라면 영화감상에 방해가 되진 않는다. 식사도 마찬가지. 특별히 금식하거나 음식의 종류 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화장실의 위치를 미리 알아 놓는 것도 만일을 위해 도움이 된다.
다만 전립선비대증이나 방광기능 환자가 억지로 소변을 참아서는 안 된다. 그러다 요로폐색이 발생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조 교수는 “과민성 방광 등 배뇨장애를 겪는 환자가 영화 감상을 원한다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의 복용 등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플로렌스 너싱홈은 2014년 설립됐다. 2008년부터 운영되던 요양원을 이예선 원장이 인수하면서 지금의 플로렌스 너싱홈이 됐다. 단층 건물을 2015년 증축해 규모가 커졌다.
명칭을 너싱홈(Nursing Home)으로 부르는 이유는 이예선(李禮先·57) 원장이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이예선 원장은 한양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노인 및 치매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김혜연 부원장은 중앙대학교 간호학과를 나와 노인전문 간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이 원장과는 모녀 사이다. 너싱홈은 미국을 중심으로 보편화한 노인보호시설의 형태로 간호사가 중심이 돼 재택간호를 한다는 개념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너싱홈은 전국에 2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이 원장은 대학원 시절 보건복지부의 준 연구 용역에 참여해 전국의 치매 관련 시설 실태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플로렌스 너싱홈을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이 원장은 말한다.
“좋은 시설, 큰 시설을 많이 다니다 보니, 어떤 것이 장점이고,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됐죠. 그러다 플로렌스 너싱홈의 전신이었던 요양원 원장님에게 상담 요청이 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다 아예 제가 인수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학술활동을 멈춘 것은 아니다. 현재도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시설 근무자나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치매전문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
“시아버지를 치매로 잃었는데요, 마지막에 여러 사정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평생을 피부과 전문의로 당당히 사셨는데, 그 눈빛에 평소와 완전히 다른 애절함이 담겨 있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요양원을 운영해보자는 각오를 갖도록 한 것 같아요.”
이론적 지식이나 설립 전 경험은 고스란히 플로렌스 너싱홈에 녹아들었다. 산책 가능한 정원을 확보하고,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배회로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것들이다. 충분한 환기가 어려울 때 공기청정기로 대신하는 현실적인 타협도 이론을 통해 정립됐다. 요양원을 운영하다 가장 속상할 때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편견에 부딪혔을 때라고 이 원장은 말한다.
“어느 어르신 가족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여기는 몇 시에 약(수면제) 먹여 재우냐고 말이죠. 또 재울 때 묶느냐고 무심히 말하던 가족도 있어요. 요양원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수면관리를 위해 낮에 활동량을 높이고 라이트 테라피 같은 비약물 요법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폐렴 위험이 있어 콧줄(비위관)을 통해 영양공급을 해야 할 때 한 손 정도 구속할 때가 있는데 이때도 가족들 동의가 있어야 해요.”
요양원을 운영하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냐고 물으니 “늘 마지막인 듯 대해드린다”고 말한다.
“어르신의 영면을 접하는 일이 무뎌지지 않아요. 계속 마음 한쪽이 아려옵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늘 다짐해요. 할 수 있을 때 하자, 늘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하자고 말이죠.”
개인 방송 중 진행자가 갑자기 8층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지막지한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러한 사건의 근저에는 한국 사회를 옥죄고 있는 우울증이란 질환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항우울제 소비량은 꼴찌 수준일 만큼 우울증 치료에 인색하다. 2015년에 28개국 중 27위였다. 이런 상황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중병만큼이나 무섭다. 한양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노성원(盧聖元·46) 교수를 통해 우울증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여성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우울증이 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본적으로 여성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남성의 2배 정도 된다. 노성원 교수는 남녀 간 우울증 발생의 차이가 나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은 월경을 통해 매달 호르몬의 변화를 큰 폭으로 겪게 되니까요. 또 출산 역시 엄청난 호르몬 변화를 가져오고, 폐경 전후에도 마찬가지죠. 심각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생리전 증후군이나 산후우울증, 갱년기우울증 모두 호르몬의 변화가 원인인 우울증 일종이라 보면 됩니다.”
노 교수는 여성이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 역시 우울증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목한다. 출산과 육아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갈등 중심에 서 있기도 하고, 오늘날에는 맞벌이 등으로 사회참여 폭까지 넓어지면서 스트레스의 종류와 양이 모두 늘었다는 것이다.
중년의 우울증에는 주목해야 할 키워드가 또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상실이다. 상실로 인한 대표적인 우울증으로는 빈둥지증후군이 있다.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집이 텅 비면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 또 친구나 친지들이 아프거나 사망하기 시작하면서, 무릎이나 허리 등 활동에 제약을 받는 질환에 걸려도 상실감은 찾아온다. 은퇴로 인한 사회적 지위나 직장의 상실도 마찬가지.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영향이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갑상선암 수술 후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거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이 뇌에 영향을 주면서 우울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만큼 우울증은 원인이 다양한 병이다.
치매와 우울증 구분 방법은?
전문의들은 우울증에 맞닥뜨릴 때 나타나는 증상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가장 큰 증상은 기분의 변화다. 의욕이 사라지고 축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 생리적으로도 변화가 나타난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식욕도 사라진다. 그러다 사고의 변화까지 일으킨다. 모든 사안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이 늘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할 경우 허무망상이 심해지면서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인지능력 저하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흔히 말하는 ‘총기’가 사라진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흔히 치매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를 잘하면 명의로 평가받기도 하죠. 치매가 치료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러나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 장애와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은 다소 다릅니다. 치매의 경우는 본인이 잘 받아들이지 못해요. 떠올리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그런 노력을 귀찮아하고 포기해버려요.”
우울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느닷없이 나타나는 몸의 통증이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나타내는 데 적극적인 서구권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우울증 증상도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노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표현에 서툴잖아요. 특히 남성들은 더하죠. 가면성 우울증은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우울증 환자인 경우를 말해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마음의 이상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몸이 아픈데 이런저런 검사를 다 해봐도 도통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우울증일 수 있다고 의심해봐야 할 때는 언제일까. 노 교수는 평소에 비해 모든 것이 귀찮고, 우울하고, 입맛도 떨어진 것 같으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재미있게 보던 TV 드라마가 재미가 없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웃기지 않고, 평소 관심 있어 하던 주제에도 흥미를 잃어버렸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우울증은 외형적인 변화도 일으킨다. 즉 행동이 느려지고, 외출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예정되어 있던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두문불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며칠 그러다 말지만, 2주 이상 이와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발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료는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할까. 잘 알려진 것처럼 우울증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다.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주면 우울증 증상이 개선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약물을 통해 보충해준다. 약물 치료를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성분도 아니고 복용 방법도 아니다. 바로 끈기와 인내다.
“우울증 치료제는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려면 2~3주 정도 지나야 하고, 치료를 위해서는 적어도 3개월 이상 복용해야 해요. 또 치료가 되었다고 판단이 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 드셔야 합니다. 치료 중간에 약을 끊어도 변화가 아주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 전에 이런 부분을 반드시 강조합니다.”
약물 치료 외에 전기나 자기로 뇌를 자극해서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우울증이 심해 당장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는 환자, 약물 치료가 어려운 임산부 혹은 고령의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일주일에 2~3회씩 2~3개월 동안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치료 효과는 높은 편이다. 마취 후 시술하기 때문에 통증 염려도 없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자주 걸어라”
우울증처럼 환자들이 의학적인 치료 외의 방법에 매달리는 병은 많지 않다. 그만큼 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크고, 주변에 알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교수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이 도움될 것 같지만 우울증 환자에겐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나만 비참하다 생각되면 증세만 심해질 뿐이니까요. 술과 담배 역시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만 나타날 뿐입니다. 치료 없는 상담도 큰 도움이 안 돼요.”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주변의 조언이다. 의지가 문제라거나 정신 차리라는 등의 충고는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섣부른 위로도 마찬가지. 우울증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그저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노 교수는 조언한다.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창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걷기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걷기는 가벼운 우울증에 좋다. 의료계에서 인정한 거의 유일한 자가치료 방법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우울증 관련 서적을 읽어본다면 스스로의 증상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의 증가는 국가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치매 국가책임제의 시동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고, 치매 환자 관리는 이미 정부기관을 통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환자 수를 살펴보면, 9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약 711만 명 중 치매 환자는 10%가 넘는 72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치매 환자 하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지만 치매의 한 종류인 혈관성 치매 역시 적지 않다. 전체 치매 환자 중 16.5%인 약 12만 명이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다. 혈관성 치매의 문제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金希珍·46) 교수를 통해 혈관성 치매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시니어들이 혈관성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김희진 교수가 질환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만큼 중요한 얘기라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100% 예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또한 발병하면 병의 진전을 미루는 것이 주된 치료법이고 완치법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방이 가능한 치매예요. 관심 갖고 건강관리를 해나간다면 혈관성 치매를 막을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가 예방 가능한 이유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혈관성 치매의 발병 원인은 뇌혈관의 기능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졸중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출혈이 생겨 발생하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과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 즉 ‘뇌경색’ 으로 나뉜다. 전체 환자 중 허혈성 뇌질환이 약 80% 정도로 흔하고, 출혈성 질환은 20% 정도다.
이러한 질환들은 대부분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안 되거나 출혈이 발생하면 뇌세포는 피해를 입는다. 이런 이유로 뇌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장애가 오는 질환을 혈관성 치매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대부분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만 조절하면 예방이 됩니다. 혈관이 터지는 것도 막히는 것도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니까요. 다만 혈압이나 혈당을 관리할 때 중년과 노년은 그 기준 수치를 다르게 해야 해요. 혈압은 나이 들어가면서 다소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중년의 기준에 너무 철저하게 맞추려다 저혈압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출혈성 혈관성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혈압을 낮춰 뇌출혈을 예방하고, 허혈성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통해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
혈관성 치매의 또 다른 특징은 갑작스러운 발병이다. 특히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급격하게 뇌기능이 나빠져 말 그대로 갑자기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을 ‘어느 날 갑자기’라고 표현해요. 느닷없이 저림이나 따가움, 운동장애가 온다면 뇌출혈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한쪽만 증상이 나타나는 편마비는 강력히 의심해야 해요. 언어장애가 나타나거나 시야가 좁아지거나 복시, 두통, 보행장애가 나타나도 마찬가지예요. 주저 말고 119에 전화하셔야 합니다. 보통 골든타임을 3~4시간이라고 말하지만 빠를수록 좋아요.”
뇌졸중은 발병 초기에 제대로 치료만 해주면 상당 부분 회복이 가능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출혈이나 허혈성 뇌경색으로 인해 일부 뇌세포가 죽게 돼도 주변의 다른 뇌세포가 그 기능을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작은 뇌혈관이 서서히 막혀서 오는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천천히 발병하는 대신 회복이 어렵다.
“의외로 젊은 사람에게서 발병하기도 해요.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고 우울감이 오면서 무기력해지는 특징이 있어요. 집 안에만 있으려 하고요. 배뇨기능에 문제가 생겨 자주 소변을 보면서 오줌싸개가 되기도 해요.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MRI 촬영 등 진단을 통해 알아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단순한 노인성 질환으로 치부해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해요.”
혈관성 치매 역시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가족 노력에 따라 차도 달라져
김 교수는 혈관성 치매의 발병에서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성격이 변한다든가 무기력해지는 등의 사소한 변화를 최초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어요. 또 혈관성 치매는 혈류량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의 독려가 필요해요.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지역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환자는 요양원에 갈 정도까지 악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식생활도 매우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이 필수적인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채소는 매일 먹어야 한다. 붉은 고기는 가급적 멀리하고, 생선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먹을 것을 권한다. 큰 생선은 중금속 축적이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꽁치나 고등어 같은 DHA나 EPA를 많이 포함해 뇌에 좋은 등푸른 작은 생선이 좋다. 올리브 오일과 해산물을 풍부히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단도 좋다. 물도 매일 충분히(하루 6잔 정도) 마셔야 한다. 물론 담배는 끊어야 하고, 술을 마실 경우 하루 한두 잔 정도만 마신다. 이렇게 까다롭게 식단 조절을 하는 이유는 병의 원인인 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의 조절을 위해서다.
“통계적으로 60세 이상의 노년기에는 마른 체형이 치매가 잘 오는 편이에요. 그러므로 원칙을 지키면서 잘 먹는 것이 중요해요. 맛있게 잘 드셔야 해요. 치매 판정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는 철저한 식단 관리 보다는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혈관성 치매가 오면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좋은 것을 먹어도 대부분 배설되고 말거든요. 환자가 싫어해도 골고루 잘 먹도록 가족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병이 깊어진 상태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야 한다. 치매 환자는 본인의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대부분은 그 자리를 일시적으로 피하라는 조언도 하지만, 환자가 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함께 생활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공격적이거나 화를 내는 건 배변 문제일 때도 많아요. 오래 배변을 못해 답답한 상태인데, 본인이 자각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인 거죠. 이럴 땐 배를 만져보면 알아요.”
김 교수는 가족이 환자 상황에 따라 세세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의가 절대적이라고 조언한다.
“신경과 의사들은 치매 환자들이 공격성을 보여도 겁내거나 물러서지 않아요. 늘 겪는 일이니까요. 대부분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어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함께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치매 치료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미칠 노릇이다. 살면서 ‘힘’ 하나는 남부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변마저 시원하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민망하다. 아내는 소변 하나 제대로 못 봐 속옷에서 냄새가 난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바로 전립선에 문제가 생긴 사내들 이야기다.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성이 노화 과정에서 피하기 어려운 것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이 질환을 정말 피해갈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한양대학교병원 비뇨기과 조정기(趙正琪·39)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전립선은 최근 전립샘으로도 불린다. 영문 의학 용어가 일본식으로 번역된 것을 그대로 도입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실제 전립선 모양이나 기능을 고려할 때 샘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기사에선 아직 독자 편의를 위해 전립선으로 표기한다).
전립선이 샘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는 실제로 전립샘이 정액의 우윳빛 액체(전립선액)를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돕는 역할을 하고 남성호르몬 생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전립선은 부피로 따지면 약 20cc 정도의 크기로 밤톨 하나만 한 크기를 상상하면 된다. 방광 바로 밑에서 요도가 시작되는 부위를 감싼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모양이 하트와 비슷하다고 해서 ‘사랑의 장기’로 불리기도 한다.
중년 남성의 삶의 질 무너뜨려
조정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 중에서구화된 식생활 등도 있지만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피해갈 수는 없을까?
“실제로 발병률을 조사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 병을 앓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략 60대에는 50%, 70대에는 70%, 80대에는 80% 정도의 조사결과를 보여요. 결국 대부분의 남성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전립선 비대증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죠.”
전립선은 맨 가운데의 중심부와 이를 감싸고 있는 이행대 그리고 이행대를 다시 감싸고 있는 말초부로 구분하는데 비대증의 경우는 이행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전립선 비대증이 환자를 괴롭히는 것은 부피가 커지는 과정에서 요도를 압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방광까지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일을 보고 나서도 잔뇨감이 들며, 자주 마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모두 소변과 관계된 증상들뿐이다. 특히 한밤중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게 되는 ‘야간 빈뇨’는 시니어들의 삶을 떨어뜨리는 전립선 비대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밖에 소변을 다 보고 난 후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상(배뇨 후 요점적),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증상(요절박), 소변을 참지 못해 옷에 묻히는 증상(절박성 요실금) 등도 중년 남성의 자존심을 뭉개곤 한다.
조 교수는 “실제로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 중 상당수는 수면장애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니 낮의 일상생활에도 문제가 생기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죠. 대수롭지 않은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참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급적 초기에 치료를 받길 권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라고 조언한다.
비대한 전립선은 종양과 유사
그렇다면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조 교수는 소변과 관련해 불편함이 생겼을 때 비뇨기과 전문의가 직접 만져보는 촉진을 통해 검사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정식 명칭은 ‘직장수지검사’라고 불린다.
“경험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는 손으로 만져보고도 전립선 비대증인지 아닌지 혹시 전립선암은 아닌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또 전립선 비대증이라면 그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이 가능해요. 환자 입장에선 검사 과정이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웃음).”
이외에도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소변의 배출속도를 측정하는 요속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도 진단을 한다. 그런데 조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이 일종의 종양과 비슷하다며 재밌는 설명을 한다.
“결국 궁극적인 방법은 수술을 통해 절제해내는 것이 최선이니까요. 전립선 비대로 인해 요로가 눌리는 것을 물리적으로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선 수술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종양과 비슷한 특징을 갖는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요즘엔 좋은 약물이 많지만, 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평소 드시는 약이 적지 않다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물론 악성종양인 전립선암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전립선암은 비대증과 달리 말초부에서 발생하고, 대부분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진단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전립선의 약물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약물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지 물리적인 개선 방법이 아니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같은 증상에 시달려야 한다. 또 약물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치료를 위한 수술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요도로 내시경 장비를 넣어 전립선 일부를 절제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과 레이저를 사용한 수술법이 널리 쓰인다. 레이저 수술은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KTP 레이저 수술과 사과의 속을 파듯 레이저를 이용해 양성종양만 절제해 방광안에 넣고 갈아서 꺼내는 홀뮴 레이저 수술이 있다. 100cc 이상으로 부풀어오른 전립선에서 양성종양만을 적출해버리는 전립선 적출술도 있다. 최근에는 절개를 적게하는 최소침습적 수술방식이 선호되는데, 레이저 수술이나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 여기에 속한다. 최신 치료 방법으로는 좁아진 요도의 공간을 확보하는 스텐트 삽입술이 있다. 비용이 비싼 것이 단점이지만,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한 전립선 결찰술도 개발되어 대중화를 앞두고 있다.
쏘팔메토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전립선 비대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쏘팔메토다. 쏘팔메토는 오래전 북미 인디언들이 민간요법으로 썼던 작은 야자나무 열매로 건강식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미국 식약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조 교수는 지나친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자 중에도 쏘팔메토를 드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기대할 수 있는 효능은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보다 훨씬 약한 수준이에요. 배뇨 증상을 겪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전립선 비대 관련 시장도 커지고, 제약회사에서는 건강식품을 많이 내놓고 있어요.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드셔도 큰 효과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정확한 진단 아래 치료를 받으시는 게 회복이 훨씬 빠를 겁니다.”
전립선 비대증과 관련한 조 교수의 당부는 계속됐다. 바로 수술 후유증에 대한 선입견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으면 요실금이 생길까봐 많이 걱정하시는데요.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시적인 증상입니다. 수술 후 성기능 장애에 대해 걱정하시는 분들은 전립선결찰술도 적극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전립선 비대증을 더 이상 간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궈서야 되겠습니까(웃음).”
치과에 중장년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에 치과를 방문한 55세 이상 환자 수는 2010년에 비해 4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는 노인틀니가, 지난해부터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데다, 치아 건강을 찾고자 하는 환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치과들도 달라지고 있다.
“어머니, 다음 주 월요일에 오셔야 하는데요, 너무 일찍 오시면 힘드시니까 아침에 ‘별이 되어 빛나리’ 보시잖아요? 그 드라마 보시고 나서 천천히 나오세요.”
신당동의 한 치과에서 고령의 환자를 진료한 치과위생사가 다음 진료 약속을 잡기 위해 하는 말이 이채롭다. 약속 시간을 잡을 때 형식적인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좀 더 쉽고 잘 기억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한양여자대학교 치위생과 황윤숙 교수는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에서 정보 전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각 세대나 연령층은 그들에게 맞는 고유한 언어방식이 존재하는데, 이 부분을 맞춰 가족과 같은 공감을 얻어내야 효과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요즘은 치과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기실에 소파 대신 온돌의자를 비치한다거나, 테이블에 돋보기를 준비하는 등의 작은 배려는 이제 기본이 됐다.
이런 변화는 동네 치과의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형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인데,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의 경우 시니어 진료실을 따로 운영하면서 연령에 따른 특화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은 노인구강진료실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변화는 학술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노인의 구강건강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한 치과의사들의 모임도 활발하다. 2004년 설립된 대한노년치의학회가 그 대표적인 단체로, 치과에서 노인 환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학회 김경선 부회장은 “예전에는 나이 든 치과의사 모임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젊은 치과의사들도 중장년층 환자들을 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학구열이 높아지고 있고, 학회 내부적으로도 치료법뿐만 아니라 시니어 구강관리 전문가 과정 도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의료용 기기나 구강용품 등도 중장년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치를 위한 임플란트도 바이오 신기술을 이용한 노인맞춤형 임플란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입냄새의 심한 정도를 숫자로 보여주는 측정 장비도 이미 시중에 선보여, 일부 치과에선 사용 중에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일리톨 껌 역시 의치에 잘 붙지 않고 단단해 씹는 운동도 겸할 수 있는 제품까지 등장했다.
또 최근에는 미래 의료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치과치료 기술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최근 세미나를 위해 방한한 독일 Envisiontec社의 도미닉 크루거 연구원은 “새로 개발되는 기술이 병원에 적용되면 치료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돼, 오랜 치료시간을 힘들어 하는 중장년층에겐 희소식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정밀도도 향상돼 의치의 수명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70~80년대 나눴던 연애방식을 추억 따라 가보자.
데이트장소, 사랑의 징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 등에서 묻어난 추억속의 아련한 커뮤니케이션이 현재와 어떻게 다른지…
#1986 종로에서...
1986년 봄. 종로 3가 탑골 공원. 한여름 뙤약볕에서 한 남자가 5시간째 한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
약속 시간은 12시. 여자는 몇 시간째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점심도 거른 채 탑골 공원 주위를 서성일 뿐이다. 지금이었다면 답답한 마음에 연신 휴대폰만 들었다 놨다 했겠지만, 그 시절 그 둘은 휴대폰이 없었다.
‘5분만 더 기다려 볼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나에 대한 마음이 변했나?’.
만감이 교차한다. 오만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5시간이 훌쩍 넘었다. 여자를 만날 생각에 폭발할 것처럼 뛰던 남자의 심장박동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느새 안정세로 돌아섰다. 발밑에 있던 남자의 그림자도 어느새 동쪽을 향해 있다. 그만하면 많이 기다렸다는 태양의 신호일 것이다. 남자는 무거운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남자는 한 걸음 한 걸음 발길을 돌린다.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러나 한 곳을 응시하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녀가 온 것이다. 장장 다섯 시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 그 남자 소병국(50)씨와 그 여자 이재정(50)씨의 연애시절이다.
그녀는 늦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 그날 이씨는 약속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급한 일이 생겼다. 고모 댁에 급한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늦게 된 것이다. 그때가 오후 3시였다. 이씨는 남자친구인 소씨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락은 되지 않고 약속 장소에도 갈 수 없으니 이씨도 답답한 것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김씨는 찝찝했다. 당연히 돌아갔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가슴 한편에 남아 있는 찝찝함이 그녀의 발길을 종로로 향하게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갈 때마다 한 남자의 형상이 점점 커진다. 놀라움에 이씨의 동공이 커진다. 소씨다. 기다리지 않고 간 줄 알았던 그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이씨의 마음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몰아쳐 온다. 정식 교제를 시작한 연애 초기 이씨가 소씨의 진심을 느끼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5시간. 지금이라면 휴대폰으로 한 통화면 없었을 기다림이다. 하지만 그 당시 휴대폰이 있을 리 만무했다. 가까운 공중전화로 가 상대방의 집에 전화를 하거나, 전화가 있는 곳에서 기다리거나 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하염없는 기다림 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또 하나의 낭만이었다. 전자기기 하나에 설레는 감정이 한순간 사그라들지 않으니까. 그때는 기다림이란 곧 설렘이었으니 이 또한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었다. 기다림은 휴대폰이 없는 그 시대의 청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 시대 남자들에게는 여자에게 진심을 표현할 무기이자 방식이었다. 소씨가 이씨를 기다린 시간은 5시간이었지만, 이씨가 소씨의 진심을 확인한 시간은 단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 그땐 그랬다.
사실 이들의 첫 만남은 병원이었다. 서울 한양대학교병원 21층. 그 때 이씨는 소씨의 친구가 환자로 있는 병실을 담당하는 간호사였다. 절친한 친구라 하루가 멀다 하고 병문안을 갔던 소씨는 자연스럽게 간호사인 이씨와 접촉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녀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그녀의 청순한 외모에 끌렸다. 그 다음은 뽀얗고 고운 피부, 그 다음은 수줍은 미소가 소씨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나중에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눈길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그는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용기를 내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데이트 신청 방식은 말로 하기. 요즘 젊은이들과 같이 ‘저기요. 휴대폰 번호 좀 주실래요?’와 같은 무드 없는 방식이 아니다. 박력 있으면서도 떨리는 감정이 가감없이 전해진다.
“병원 앞 다방에서 O시에 기다리겠습니다.”
병원 앞 다방, 포장마차, 볼링장 등 두 사람의 만남이 늘어날수록 둘 사이의 마음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86년 봄 병원에서 시작한 이들의 인연은 현재 예쁜 두 딸을 키우는 부부로 이어지게 됐다.
소병국씨와 이재정씨의 80년대 연애시절 이야기. 아니 모든 80년대 청춘들의 연애 이야기가 그럴 것이다. 그들의 연애의 중심엔 기다림이라는 설렘이 있었다. 휴대폰, 컴퓨터, 전자기기 등은 이들의 떨리는 감정을 방해하지 않았다.
기다리지 못하고 부재 중 통화가 수십 통이 된 이 시대. 80년대 연애시절 기다림이 더욱 멋있는 이유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령자 친화기업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에겐 낯설기만 한 이 단어는 ‘고령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합한 직종에서 참여자의 70% 이상을 고령자로 구성하는 기업’을 말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고령자 친화기업 개념을 받아들여, 지난 2011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고령자 친화 기업을 선정해 이들 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주고 있다.
'고령자 친화 기업'이 되려면 신청-지원이 필요하다. 신청 자격은 공고일 기준 이전 설립된 민간법인으로 60세 이상 고령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적합한 직종에서 참여자의 70% 이상을 고령자로 구성하는 기업을 신규 설립 가능한 법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또는 다른 기관을 통해 지원 신청액의 70% 이상 대응투자를 약정한 법인이어야 한다. 여기서 대응투자란 참여 법인이 고령자 친화 기업 설립·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현금 투자에 한하며, 지자체가 참여하는 사업의 경우 무상제공되는 부동산(토지·건물)의 공식 감정가액을 환산하여 인정하는 걸 말한다.
고령화 친화기업 선정 사업은 20개 사업 내외로 설정되어 있으며 각 개소당 최대 3억 원 내외의 금액이 지원된다. 구체적인 지원 사항은 예산․경영․판매․교육의 네 가지 분야에서 이뤄진다.
고령자 친화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약 91억 6천만 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고령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간시장 내 적극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동 참여 비중을 올리기 위해 고령자 친화기업 공모사업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시장 논리로는 풀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지원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하여 그 방향성 자체가 정확하게 노인 복지의 경제적 해결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고 있다.
관건은 사업이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느냐의 여부다. 2011년에 9개소, 2012년에 15개소, 2013년에 20개소가 선정된 고령자 친화기업은 2013년 12월 말 기준 총 44개 기업이 설립된 상태다. 이들 기업의 고령자 채용 현황은 60세 이상 총 1,118명이며 1인당 월 평균 급여수준은 약 73만 원선이라고 한다. 2012년 평균 72만 원에 비하면 1만 원이 상승한 수치다.
기업들의 매출액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경제구조의 건강성을 뒷받침해주는 건 회사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액은 2013년 12월 말 기준으로 91억6천만 원이 달성된 것으로 나왔다. 3개년 동안의 누적액은 약 172억 원 수준. 매출액의 기조를 보면 2011년 10억9천만 원에서 2012년 69억8천만 원으로 크게 점프했으며, 2013년의 91억 6천만 원으로 약 30% 가량 상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자 친화기업의 미래를 위한 발판 마련 필요
기업은 일반적으로 고령 노동자를 비용으로 여긴다. 그러한 일반적 상황에 비해 고령자친화기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정부 지원으로서 운용되고 있다는 건 노인 산업에 관한 실질적이고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 때가 되면서 노인표를 잡기 위해 정치인들의 공약에서는 유독 고령자친화기업에 대한 이슈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고령자 친화기업이 충성도가 높은 고령층의 표를 얻기 위한 한때의 공약으로만 소비되는 걸 막으려면 좀 더 구체적이고 다듬어진 고령자 친화기업 정책과 그를 둘러싼 환경 구축에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고령자 친화기업 대표 ㈜행락이 준비하는 새로운 기업 그리기]
고령자 친화기업의 성장세는 지표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고령화 친화기업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려면 캐릭터, 즉 대표적인 이미지가 필요한 법이다. (주)행락은 2013년에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선정되어 현재 고령자 친화기업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올리며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행락의 주 분야는 벽면녹화 사업. 과연 어떻게 행락이 고령화 친화기업의 대표로서 시니어들에게 활기찬 삶과 성취감을 제시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확인해 본다.
고령화 친화기업으로 선정된 회사들의 리스트를 보면 실로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이 보인다. 문화재발굴원 인력 파견, 전통부각 생산, 베이비시터, 양봉, 삼성전자 세탁공장 운영까지, 언뜻 독특하면서도 고령층에 알맞은 업종으로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주)행락은 벽면녹화 사업이라는, 고령화 친화기업 리스트 안에서도 행복을 만드는 뜨락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행락은 모 기업인 Eco-wall의 새로운 개념인 Vertical Green Wall과 녹색공간을 만드는 일을 통해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 자연환경과 건강이 있는 공간,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기업이다.
전 직원이 60세 이상, 성실하게 성장중
벽면녹화 사업은 건축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자리가 잡힌 영역이다. 벽면녹화는 그 이름 그대로 콘크리트, 금속, 목재, 타일 등의 마감 재료로 덮여있는 구조물에 다양한 식물을 심는 작업이다. 인공적인 구조물에 자연적인 요소를 설치함으로써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벽면녹화 작업은 아파트, 오피스, 학교, 병원, 매장 등의 벽을 페인트나 벽지로 마감하지 않고 살아있는 식물로 장식하는 것이다. 벽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한 뒤 여기에 각종 화초를 심어 벽 전체를 뒤덮는다. 마치 숲에서 산림욕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국내에서 벽면녹화 관련 법규 및 제도가 제정되고 서울시에서도 녹지 보전 및 녹화 추진에 관한 조례가 통과된 것이 ‘행락’이 기업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토대가 됐다. 또한 시공과 동시에 유지와 관리에 대한 연간 계약, 파생 부산물을 다양한 제품 생산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가 있어서 사업적인 장기성을 보장해주는 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벽면녹화 사업은 시공, 유지/관리, 파생상품 제작에 있어서 간단한 교육과정 진행을 통해 충분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 고령자 참여에 제한과 진입장벽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 환경적인 토대가 마련된 데 이어 고용에 있어서도 벽면녹화 사업의 고령자 친화적 장점이 돋보이는 이유다.
건축설비 경력 덕에 이 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한 시니어는 “일이 정말 재밌고, 몰랐던 다른 세상을 봤다며 내 손을 거쳐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것 같아 무척 흐뭇하다”고 했다.
벽면녹화 사업에서 고령층 고용의 강점을 인지한 송파시니어클럽은 사업단 형태의 벽면녹화 시공 및 유지 보수, 파생제품 제작과 제반 기술 및 고령자 적합성 여부 등 사업 전반에 관한 사전 검증을 완료했다. 그리고 건축 내외장재 전문업체인 에코월에서 자금 지원과 기술을 제공 받고 송파구로부터는 장소와 기업 컨설팅을 받아 ‘행복을 만드는 뜨락’이라는 의의미의 (주)행락을 출범시키기에 이르렀다.
행락에서의 노인인력 활용 분야는 식물재배, 시공작업, 유지관리, 제조, 마케팅, 관리의 6개 부문이며 2013년 기준 47명이 근무 중이다. 평균 나이 65세 이상의 연령대이며 매출은 2013년에 13억 4천만 원을 달성했다. 김정권 대표는 올해는 네이처 리퍼블릭 신규 매장을 비롯 초등학교, 중고등학교까지 파고들어 매출 5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2014년은 68명, 2015년 80명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1인 평균 근무기간은 1년 이상이며 월평균 보수는 105만 원 수준.
김정권 대표는 “10분 정도 모집하는데 한 200명 이상 어르신들이 오시더라고요. 이 분들은 스펙도 높으신 편인데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 회사의 보물 같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어르신들 대부분 생활이 그렇게 풍족하지는 않지만 기초노령연금이니, 기초연금 같은 것 보다 이런 일자리가 훨씬 좋다고 한다.
그래서 김 대표는 벽면 녹화작업 일자리처럼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해 놓고 사업을 추진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행락은 비즈니스 모델이 어느 정도 구성을 갖춤에 따라 이에 기반하여 다양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교육사업이 있다.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을 통해 취업을 조건으로 교육자 전원에게 교육비 100만 원을 지원하고 취업 후 4개월 동안은 급여의 50%를 지원하는 형태로 교육사업을 진행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한양대학교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전국 대학에 평생교육원 강좌를 개설하여 이수 후 창업이나 우수자에 한하여 행락에 취업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
그리고 행락의 프로그램을 통한 제품 제작 사업이 있다. 수반 및 생활 소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행락의 DIY 제품 교육이 이를 준비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렌탈 사업은 완고한 설치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 벽면녹화 사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분야로 기획되고 있다. 스탠드형으로 만들어져 설치와 이동이 자유로운 벽면녹화 장치가 이 사업의 핵심 제품이다.
식물관리 사업은 보다 전문화된 기술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식물관리 분야의 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벽면녹화 사업 자체의 퀄리티를 상승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그리는 행락의 미래
시공사업은 기존의 벽면녹화 사업보다 큰 규모로, 녹지 자체의 컨설팅 개념을 갖고 있다. 녹화를 통해 지역 자체를 환경과 감성의 장소로 만든다는 컨셉으로, 녹지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발상이다. 또한 사업 규모가 거대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의한 고용창출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공공장소를 넘어서 병원, 은행, 관공서에서의 벽면녹화 사업 확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행락에서 계획하는 사업 중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또하나의 사업은 조합형 공방이다.
김정권 대표는 “커피나 간단한 음료, 식사를 통한 카페 형식의 공간을 활용하여 운영한다는 계획으로 엄선된 커피 재료를 통하여 싸고 맛있는 커피나 차를 제공하며 시니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컨셉”이라 말했다. 또한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게 건물 외벽을 녹색의 식재를 통하여 관심을 유도하여 젊은 층도 어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한다는 목적이 있다.
김 대표는 “넓게는 지역의 지자체와 연계하여 지역 내의 문화인 또는 예술인을 통한 나눔의 콘서트를 기획, 행락 장소를 통한 지속적인 콘서트를 기획함으로써 함께 만들고 나누는 행복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제시해 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성격 또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수 있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