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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드니 주변엔 온통 환자들뿐
-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친구 동생이 갑자기 백혈병에 걸렸다. 젊은 시절 병원 엑스레이 부서에서 일한 것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 환경에 있지도 않았는데 백혈병에 걸린 사람도 있다. 의외로 성인 백혈병 환자가 많다. 요즘 부쩍 뼈가 부러져 입원한 사람도 많다. 시각장애인 봉사를 한다고 손목에 밴드를 하고 달리다가 넘어지면서 쇄골 골절을 당한 사람도 있다. 제수씨는 산에 갔다가 갑자기 넘어져 손목에 골절이 생겼다며 철심을 박고 1년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그냥 넘어져 몸을 다치는 사람도 많다. 나이가 드니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집안일을 좀 심하게 했다가 통증과 마비 증상이 와서 앓아 누운 사람도 있다. 특히 여자들이 그렇다. 노래교실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의 이유는 ‘아프다’는 것이다. 약골인 사람들은 자주 아프고 심지어 대상 포진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 백신이 있는데 왜 안 맞느냐고 하면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여성들은 폐경 5년이 지나면 골밀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심각한 일이다. 남자들도 한창때에 비해 근육의 양이 1년에 1%씩 줄어서 환갑이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여성은 남성 근육의 절반밖에 안 된다. 그러니 몸에 자주 무리가 오는 것이다. 형광등 수리 등 힘써야 할 일이 있으면 여성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수리는 기술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근육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남자가 나타나서 거뜬히 해결해주면 든든해한다. 혼자인 여자들은 그래서 애로가 많을 수 있다. 물론 여자들도 도구 들고 거친 일을 하기도 한다. 평소 팔팔하던 몇 살 아래 후배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인한 반신 마비가 와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약을 한두 가지씩은 먹고 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 약 등이다. 이미 복용한 지 오래되었다는 친구도 있다. 그렇다 보니 같이 식사를 해도 가리는 음식이 많아 메뉴 정하기가 어렵다. 기름진 것은 피해야 하니 고기는 못 먹고 기름에 튀긴 것도 안 된다 하니 프라이드치킨이나 빈대떡도 못 먹는다.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예방 백신 얘기를 하니 65세 이상은 무료접종 시기가 정해져 있어 기다리다가 그 사이에 걸렸다는 것이다. 3만원 아까워하다가 30만원 이상 쓰고 몸까지 고생한 경우다. 역시 믿을 것은 운동뿐이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몸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중 가장 무난한 것이 걷기운동이다. 쉽고 경제적이고 재미도 있다. 걷는 모임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한다. 여행도 걷기의 연장이니 기회가 생기면 가고 볼 일이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관리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상황이면 피해야 한다.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다. 혼자 사는 사람은 특히 몸 관리가 중요하다. 아프면 서럽고 고독하다. 감기라도 앓고 나면 갑자기 몇 년 푹 늙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 된다.
- 2017-11-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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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드니 주변엔 온통 환자들뿐
-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아프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친구 동생이 갑자기 백혈병에 걸렸다. 젊은 시절 병원 엑스레이 부서에서 일한 것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런 환경에 있지도 않았는데 백혈병에 걸린 사람도 있다. 의외로 성인 백혈병 환자가 많다. 요즘 부쩍 뼈가 부러져 입원한 사람도 많다. 시각장애인 봉사를 한다고 손목에 밴드를 하고 달리다가 넘어지면서 쇄골 골절을 당한 사람도 있다. 제수씨는 산에 갔다가 갑자기 넘어져 손목에 골절이 생겼다며 철심을 박고 1년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그냥 넘어져 몸을 다치는 사람도 많다. 나이가 드니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집안일을 좀 심하게 했다가 통증과 마비 증상이 와서 앓아 누운 사람도 있다. 특히 여자들이 그렇다. 노래교실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의 이유는 ‘아프다’는 것이다. 약골인 사람들은 자주 아프고 심지어 대상 포진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방 백신이 있는데 왜 안 맞느냐고 하면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여성들은 폐경 5년이 지나면 골밀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심각한 일이다. 남자들도 한창때에 비해 근육의 양이 1년에 1%씩 줄어서 환갑이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여성은 남성 근육의 절반밖에 안 된다. 그러니 몸에 자주 무리가 오는 것이다. 형광등 수리 등 힘써야 할 일이 있으면 여성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수리는 기술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근육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남자가 나타나서 거뜬히 해결해주면 든든해한다. 혼자인 여자들은 그래서 애로가 많을 수 있다. 물론 여자들도 도구 들고 거친 일을 하기도 한다. 평소 팔팔하던 몇 살 아래 후배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인한 반신 마비가 와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약을 한두 가지씩은 먹고 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 약 등이다. 이미 복용한 지 오래되었다는 친구도 있다. 그렇다 보니 같이 식사를 해도 가리는 음식이 많아 메뉴 정하기가 어렵다. 기름진 것은 피해야 하니 고기는 못 먹고 기름에 튀긴 것도 안 된다 하니 프라이드치킨이나 빈대떡도 못 먹는다.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예방 백신 얘기를 하니 65세 이상은 무료접종 시기가 정해져 있어 기다리다가 그 사이에 걸렸다는 것이다. 3만원 아까워하다가 30만원 이상 쓰고 몸까지 고생한 경우다. 역시 믿을 것은 운동뿐이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몸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중 가장 무난한 것이 걷기운동이다. 쉽고 경제적이고 재미도 있다. 걷는 모임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나가려고 한다. 여행도 걷기의 연장이니 기회가 생기면 가고 볼 일이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 관리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상황이면 피해야 한다.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다. 혼자 사는 사람은 특히 몸 관리가 중요하다. 아프면 서럽고 고독하다. 감기라도 앓고 나면 갑자기 몇 년 푹 늙어버린 것 같은 모습이 된다.
- 2017-10-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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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음식 맛보기
- 일요일 오후 막냇동생이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 전통 사찰음식을 사드리고 싶으니 모시고 나오라 한다. 엄마가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 계신다.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저하라는 소견을 받고 지금 검사 중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심장이나 혈압체크만 하면서 대체적으로 아픈 곳 없이 생활하셨는데 이번에 소변검사 후 신장을 면밀히 검사받아보라는 진단과 함께 음식도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막내 제부가 이런 종류의 음식을 드셔야 한다며 ‘감로당’이라는 사찰음식점에 초대했는데 ‘감로당’이라는 음식점은 필자는 처음 들었지만, 많이 알려진 아주 유명한 곳으로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재료도 거의 천연으로 준비하는 곳이라 한다. 사찰음식점으로는 조계사 건너편의 ‘발우공양’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유명한 스님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꼭 예약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 리처드 기어는 불교 신자이다. 리처드 기어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 음식점에도 왔다는데 불교신자로서 한국 전통의 절 음식을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음식점 벽에 필자가 좋아하는 리처드 기어의 사진이 사인과 함께 걸려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었다. ‘감로당’의 음식도 ‘발우공양’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백련초로 담근 김치는 색이 곱고 맛도 좋았지만, 코스로 나오는 요리들은 짭짤한 맛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심심한 음식들이었다. 막내 제부가 일부러 이 식당을 선택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앞으로는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해야 하니 이런 음식을 드셔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매우 고마웠다. 먼저 연잎 차가 한잔 나왔고 부드러운 현미 죽이 나왔다. 따끈한 현미 죽은 간이 없었는데도 감칠맛이 났다. 다음은 연근과 마, 파프리카 샐러드로 필자가 좋아하는 마가 아주 아삭해서 맛있었다. 그런데 어디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한식집의 음식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은데 다음 메뉴로 송이와 마, 연근을 구운 음식으로 일인 당 딱 한 개씩 나왔다. 아삭한 마가 좋아서 10개쯤 먹고 싶었다. 두부를 작게 썰어 찹쌀을 입혀 튀긴 후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두부조림, 숙주나물과 채소를 볶은 ‘월과 채’가 나왔고 자그마한 예쁜 색깔의 각종 전이 한 접시 나왔다. 이렇게 버섯과 채소와 전이 주재료인 요리가 끝나고 연잎에 싼 연잎 찐 밥과 된장국 수수부꾸미와 식혜로 마무리되었다. 연잎 밥은 약간 고두밥이었지만 쫀득하고 찰기가 있어 아주 맛있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 앞으로는 이렇게 드셔야 해요.” 라고 당부하는 막냇사위의 손을 잡은 엄마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으셨다. 엄마 덕분에 덩달아 필자까지 좋은 음식을 맛보았다. 고기와 냉면을 좋아하시는 엄마가 앞으로는 채식 위주로 하셔야 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먹은 재료 중엔 마가 제일 맘에 들었다. 엄마랑 이번 주말에 경동시장에 가서 연근과 마를 사오자고 약속을 했다.
- 2017-10-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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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출혈로 생사 넘나든 여성과 그를 살려낸 신경외과 전문의의 라뽀
- 귓가의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했다. 함께 탄 구급대원은 쉴 새 없이 무언가 물었지만 너무나 혼란스러워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시끄러운 구급차의 신호음을 비집고 들리는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케 했다. 그저 가족이 함께 타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 뿐이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만난 김해임(金海任·57)씨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불과 몇 달 전인 6월 6일의 일이다. 해임씨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우려가 앞섰던 것은 당연한 걱정이었다. 뇌출혈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는 대부분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라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당연히 뇌와 관련한 장애가 생겼다면 인터뷰 진행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각오를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김해임씨의 모습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뇌출혈로 쓰러졌던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건강해 보였다. 의외였다. 그의 이런 건강한 모습 뒤에는 마치 드라마 속 우연처럼 기적을 만들어낸 몇 가지 요인들이 있었다. “수영에 한창 재미 붙였는데…” 김해임씨가 수영을 시작한 것은 사건이 벌어지기 6일 전의 일이었다. 지난해에는 남편과 친오빠를 두 달 간격으로 하늘로 보내야 했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다. 올봄에는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는 일로 진절머리를 앓기도 했다. 즐거운 일은 조금도 찾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럴 때 친언니가 권한 것이 수영이었다. “수영에 푹 빠져 있었던 언니가 권하더라고요. 나이 먹을수록 체력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고, 운동을 좀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수영이 딱 맞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가까운 동네 문화체육센터에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죠. 올해 6월 1일부터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사달이 난 것은 며칠 후인 현충일이었다. 그 전날까지 전조증상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다음 날 수영 수업이 기대될 뿐이었다. 수영패드를 쥐기는 했지만 물에 떠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했다. “콧속에 물이 들어가면 좀 찡하잖아요. 그날은 그렇게 찡한 기분이 수영 시작하자마자 들더라고요. 물을 들이마시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냥 이상하다 싶었는데,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수영장 안전요원에게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했더니 심각성을 느꼈는지 바로 119에 신고하겠다고 했어요. 이 정도 일로 구급차를 불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 안 가 뒷목이 너무 아팠어요. 그 이후로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죠.” 보기 드물게 운 좋은 환자 김씨를 치료한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의 장동규(張東奎·44) 교수는 “정말 운 좋은 환자”라고 말했다. “이렇게 치료 결과가 좋고 후유증이 없는 뇌출혈 환자는 보기 드물어요. 빠른 대처가 환자를 살린 셈이에요. 119에 신고가 접수된 것이 오후 3시쯤이고, 병원에 도착한 것이 3시 30분이었어요. 증상이 나타난 지 30분 만에 의료진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 초기 대응이 신속했던 거죠. 또 하나 운이 좋았던 부분은 환자의 출혈량이에요. 뇌출혈의 위험도를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출혈량인데 환자의 출혈량은 매우 적었어요. 여러모로 행운이었습니다. 처치가 늦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장 교수가 설명하는 김씨의 정확한 병명은 내경동맥박리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 쉽게 설명하면 뇌의 우측 내경동맥 일부분이 찢겨 피가 혈관 밖으로 새어나간 것이다. 자발성 뇌출혈은 주로 고혈압에 의해 자발적으로 터지는 자발성 뇌내출혈과 뇌지주막하출혈 등으로 나뉘며, 뇌지주막하 출혈은 뇌동맥류의 파열에 의한 경우와 혈관이 찢어지는 뇌동맥박리에 의한 경우로 나뉜다. 물론 모두 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 중에서도 뇌동맥박리로 인한 출혈의 경우 출혈량이 많으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뇌지주막하출혈 환자 중 내경동맥박리에 의한 뇌출혈 환자는 0.3% 미만일 정도로 흔치 않다. “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약간의 출혈이 있었지만 더 이상은 없었어요.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찢어진 부위가 의심되는 부위가 있었지만 뚜렷하지 않아, 일단 환자의 혈압을 안정시키고 나서 이틀 후인 6월 8일에 뇌혈관조영술을 다시 시도했어요. 혈관 모양이 변화된 것이 확인돼 뇌동맥박리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이라고 확진하고 스텐트 삽입술을 진행했습니다. 더 이상 출혈이 생겨서는 안 되니까요.” 혈관용 스텐트는 금속으로 된 원통형의 그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스텐트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지만 며칠 후 확인해본 결과 혈관의 모습이 기대와는 달랐다. 가성동맥류라고 부르는, 피로 찬 주머니가 혈관 밖으로 부풀어 오른 것이다. 그대로 놔두면 재출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치가 필요했다. 1m 퍼팅, 하지만 홀컵이 3mm라면 장 교수는 코일색전술이라는 치료법을 선택했다. 피가 고이지 않도록 주머니에 백금으로 만들어진 아주 얇은 실을 타래처럼 꼬일 때까지 삽입하는 방법이다. 백금사가 자리를 잡으면 피가 응고돼 더 이상 터질 염려가 없는 작은 혹으로 남게 된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시술 방법이 매우 까다롭다. 허벅지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했다가 피가 고여 있는 부위까지 미세 카테터를 병변부위까지 삽입하고, 백금사를 넣는 방법이다. 스텐트 삽입술과 비슷하지만 난이도가 훨씬 높다. 허벅지에서 뇌동맥까지 거리는 약 1m 남짓. 일반적인 골프의 퍼팅이라면 초심자도 도전해볼 만한 거리이지만, 이 수술의 목적지는 108mm 홀컵과는 완전히 달랐다. 혈관에 튀어나온 부위는 높이가 1.45mm, 너비가 2.9mm로 여드름 크기에 불과했다. 1m 밖에서 얇은 실을 여드름 안에 넣어야 했다. 게다가 터지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시술은 6월 22일에 이뤄졌다.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됐죠. 코일색전술은 3mm 이상의 환부에 시술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카테터가 들어가다 출혈이 생길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생명 살려 다시 김씨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로 돌아가보자. 김씨가 완벽에 가깝게 생명을 살리고 몸을 회복할 수 있었던 그날, 또 하나의 비밀이 있었다. 김씨가 응급실에 도착하고 나서 의료진이 치료를 시작했을 때, 그들에게 악다구니에 가깝게 절규하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김씨의 언니 김해자(金海子)씨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씨 자매를 공포로 몰았던 것의 바탕에는 집안의 가족력이 있었다. 자매의 어머니와 큰언니도 뇌혈관이 막히는 병인 뇌경색을 앓았다. 지난해 친오빠도 뇌졸중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자매는 당시 병원에서 좀 더 서둘러줬다면 오빠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동생 해임씨마저 눈앞에서 쓰러지는 것을 지켜본 해자씨는 극도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료진이 서두르고 있었는데도 해자씨는 다급하게 외쳐댔다. 1분 1초가 억겁 같았다. 해임씨는 응급실에 실려와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는데도 언니의 그 모습을 또렷이 봤다고 했다. “저도 머리가 아파오자 돌아가신 오빠 생각이 났는데, 언니도 마찬가지였겠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고 해요. 저도 두려웠고요.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병원으로 가려는 구급차를 규모가 큰 이곳으로 돌린 것도 언니였어요.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큰 병원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골든타임 맹신하면 안 돼 그렇다면 뇌출혈은 왜 발생하는 걸까. 장 교수는 그 원인을 기본적인 데서 찾았다. “혈관성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혈압이에요. 혈압이 높으면 혈관에 문제가 생기기 쉽죠. 특히 나이가 들면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혈압이 오를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한두 해 전의 검사결과로 안심하고 자신의 건강을 맹신하곤 하는데, 혈압이 오르는 이유는 다양해요. 그러므로 자주,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거나, 흡연 및 기름진 식습관으로 인한 고지혈증도 고혈압의 원인이 됩니다. 신장과 같은 장기의 이상으로도 혈압이 오를 수도 있고, 운동 부족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밖에 장 교수가 지목한 원인은 바로 가족력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가족력이 있다면 본인의 상태도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빠른 대처라고 했다. “흔히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시간 전까지 오면 언제든 괜찮다는 뜻은 아니에요. 한시라도 빨리 와서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해요. 빠른 시간에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 후유증이 남게 돼요. 너무 늦거나 상황이 심각하면 환자를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매초마다 뇌세포는 죽어가고 있다고 여겨야 해요.” 장 교수가 말하는 후유증이란 우리가 흔히 중풍(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뇌졸중은 뇌출혈과 뇌경색을 아울러 표현하는 말이다. 후유증에는 전신의 한쪽만 마비되는 편마비나 언어장애, 삼키는 데 문제가 생기는 연하장애, 혈관성 치매 등이 있고, 심하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 보행장애가 오면 이동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주님이 내게 기회주신 것 김씨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때 크게 걱정한 사람들 중에는 그의 학생들도 있다. 매주 하루씩 부광노인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학생들이 병실로 달려와 안부를 물었다. SNS 메신저에는 쾌유를 비는 기원들로 가득했다. 또 그가 다니는 교회 교인들로 병실이 가득 차기도 했다고. 병실에 방문했던 지인들이 멀쩡히 대화하고 행동하는 그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것도 병원에서의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교회 지인분들은 저 때문에 두 번이나 놀랐다고 해요. 처음엔 제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놀랐고, 또 한 번은 퇴원해서 교회를 나갔을 때 너무나 멀쩡한 제 모습에 또 놀라신 거죠. 제가 이렇게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최선을 다할 거예요. 노인대학 강의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고요. 또 다른 삶을 살게 된 것과 마찬가지니까 한 사람의 몫을 더 하며 살아야겠죠.”
- 2017-10-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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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치매 혈관성 치매
- 치매 환자의 증가는 국가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치매 국가책임제의 시동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고, 치매 환자 관리는 이미 정부기관을 통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환자 수를 살펴보면, 9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약 711만 명 중 치매 환자는 10%가 넘는 72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치매 환자 하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리지만 치매의 한 종류인 혈관성 치매 역시 적지 않다. 전체 치매 환자 중 16.5%인 약 12만 명이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다. 혈관성 치매의 문제 중 하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김희진(金希珍·46) 교수를 통해 혈관성 치매의 위험성을 알아봤다. “시니어들이 혈관성 치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김희진 교수가 질환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만큼 중요한 얘기라는 뜻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100% 예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또한 발병하면 병의 진전을 미루는 것이 주된 치료법이고 완치법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예방이 가능한 치매예요. 관심 갖고 건강관리를 해나간다면 혈관성 치매를 막을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가 예방 가능한 이유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혈관성 치매의 발병 원인은 뇌혈관의 기능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졸중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출혈이 생겨 발생하는 출혈성 뇌혈관 질환과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는 허혈성 뇌혈관 질환, 즉 ‘뇌경색’ 으로 나뉜다. 전체 환자 중 허혈성 뇌질환이 약 80% 정도로 흔하고, 출혈성 질환은 20% 정도다. 이러한 질환들은 대부분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안 되거나 출혈이 발생하면 뇌세포는 피해를 입는다. 이런 이유로 뇌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장애가 오는 질환을 혈관성 치매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대부분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만 조절하면 예방이 됩니다. 혈관이 터지는 것도 막히는 것도 이러한 것들이 원인이니까요. 다만 혈압이나 혈당을 관리할 때 중년과 노년은 그 기준 수치를 다르게 해야 해요. 혈압은 나이 들어가면서 다소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중년의 기준에 너무 철저하게 맞추려다 저혈압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출혈성 혈관성 치매를 막기 위해서는 혈압을 낮춰 뇌출혈을 예방하고, 허혈성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통해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 혈관성 치매의 또 다른 특징은 갑작스러운 발병이다. 특히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급격하게 뇌기능이 나빠져 말 그대로 갑자기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경과 의사들은 이런 상황을 ‘어느 날 갑자기’라고 표현해요. 느닷없이 저림이나 따가움, 운동장애가 온다면 뇌출혈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한쪽만 증상이 나타나는 편마비는 강력히 의심해야 해요. 언어장애가 나타나거나 시야가 좁아지거나 복시, 두통, 보행장애가 나타나도 마찬가지예요. 주저 말고 119에 전화하셔야 합니다. 보통 골든타임을 3~4시간이라고 말하지만 빠를수록 좋아요.” 뇌졸중은 발병 초기에 제대로 치료만 해주면 상당 부분 회복이 가능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출혈이나 허혈성 뇌경색으로 인해 일부 뇌세포가 죽게 돼도 주변의 다른 뇌세포가 그 기능을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작은 뇌혈관이 서서히 막혀서 오는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천천히 발병하는 대신 회복이 어렵다. “의외로 젊은 사람에게서 발병하기도 해요.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고 우울감이 오면서 무기력해지는 특징이 있어요. 집 안에만 있으려 하고요. 배뇨기능에 문제가 생겨 자주 소변을 보면서 오줌싸개가 되기도 해요.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피질하 혈관성 치매는 MRI 촬영 등 진단을 통해 알아낼 수 있지만, 무엇보다 단순한 노인성 질환으로 치부해 무시하지 않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중요해요.” 혈관성 치매 역시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가족 노력에 따라 차도 달라져 김 교수는 혈관성 치매의 발병에서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성격이 변한다든가 무기력해지는 등의 사소한 변화를 최초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고 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어요. 또 혈관성 치매는 혈류량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가족의 독려가 필요해요.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지역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환자는 요양원에 갈 정도까지 악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식생활도 매우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단 조절이 필수적인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채소는 매일 먹어야 한다. 붉은 고기는 가급적 멀리하고, 생선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먹을 것을 권한다. 큰 생선은 중금속 축적이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꽁치나 고등어 같은 DHA나 EPA를 많이 포함해 뇌에 좋은 등푸른 작은 생선이 좋다. 올리브 오일과 해산물을 풍부히 섭취하는 지중해식 식단도 좋다. 물도 매일 충분히(하루 6잔 정도) 마셔야 한다. 물론 담배는 끊어야 하고, 술을 마실 경우 하루 한두 잔 정도만 마신다. 이렇게 까다롭게 식단 조절을 하는 이유는 병의 원인인 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의 조절을 위해서다. “통계적으로 60세 이상의 노년기에는 마른 체형이 치매가 잘 오는 편이에요. 그러므로 원칙을 지키면서 잘 먹는 것이 중요해요. 맛있게 잘 드셔야 해요. 치매 판정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는 철저한 식단 관리 보다는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혈관성 치매가 오면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영양분이 체내에 흡수되는 효율이 떨어집니다. 좋은 것을 먹어도 대부분 배설되고 말거든요. 환자가 싫어해도 골고루 잘 먹도록 가족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병이 깊어진 상태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야 한다. 치매 환자는 본인의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해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대부분은 그 자리를 일시적으로 피하라는 조언도 하지만, 환자가 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함께 생활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됩니다. 공격적이거나 화를 내는 건 배변 문제일 때도 많아요. 오래 배변을 못해 답답한 상태인데, 본인이 자각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인 거죠. 이럴 땐 배를 만져보면 알아요.” 김 교수는 가족이 환자 상황에 따라 세세한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의가 절대적이라고 조언한다. “신경과 의사들은 치매 환자들이 공격성을 보여도 겁내거나 물러서지 않아요. 늘 겪는 일이니까요. 대부분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어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다면 좀 더 현명하게 함께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치매 치료의 근본적인 목표는 환자가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 2017-09-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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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지표 나이에 맞게 바꿔야
-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봄에 받은 생애전환기건강진단결과에 대한 상담이었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였다.”면서 경계선을 넘나든 두어 가지 건강지표를 지적하였다. 보관하고 있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국가건강검진결과를 살폈다. 세월이 흘러도 보험공단의 건강목표가 변동되지 않았음을 발견하였다. 학계에서는 건강목표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의 실정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 되었다. 사회에서는 지표기준을 병원ㆍ의사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이 많은 체질량지수를 비롯하여 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대사증후군도 건강목표가 변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날씬했던 몸매는 나이가 들면서 풍만해진다. 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들면 다시 야위어 간다. ‘만물이 생성ㆍ소멸하는 우주의 이치’다. 힘은 사그라지고 키도 점점 줄어든다. 몸도 가벼워지지만 그 속도가 키의 그것을 따르지 못할 뿐이다. 몸 상태는 나빠지지 않았는데도 결과적으로 체질량지수는 수치상으로는 조금씩 오른 상태다.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는 지점이다. 국가검진을 신뢰하기 위하여 나이에 따라 건강지표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건강 걱정이 앞선다. 날마다 체중계에 오르고 피를 뽑아서 당뇨 체크를 하고 혈압을 잰다. 이제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돌연사도 혈압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접한다.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너지고 있다. 국가적 차원 연구개발로 돌연사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위암환자에게 한두 잔의 막걸리가 좋다는 소식도 들었다. 암환자에게 금기시 되었던 음주문제다. 필자가 대장암 확진을 받았을 때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술 한 잔도 못한다면 너무 삭막할 것 같다‘고 의사에 말했었다.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막걸리 한사발로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얼마 전 암학교 5년을 졸업하였다. 국가검진에서 흡연과 음주는 공공의 감시대상이다. 필자는 20년 전에 금연에 성공하였다. 그후로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과거흡연을 문제로 지적한고 있다. 금연하고 몇 년을 지나야 하는가. 음주를 보자. 알콜 분해 능력에 따라 개인별 음주량 차이가 많다. 맥주 한모금도 못하는 사람이 있고 상당량을 들이켜도 까딱없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평가기준은 같다. 보험공단은 국민건강을 관리하면서 데이터도 많이 축적하였다. 건강지표를 나이에 따라 20ㆍ50ㆍ60대 등 세대별로 세분화하거나 소년ㆍ청년ㆍ장년으로 구분하여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자기 몸에 맞는 목표가 필요하다. 보험공단이 정한 획일적인 목표가 아닌 적어도 나이별 건강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국민은 그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국민건강복지에 감사한다. 대한국민의 긍지를 갖는 대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지표 나이에 맞게 바꾸라’고 촉구하면 지나칠까.
- 2017-09-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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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죽과 옥수수빵 이야기
- 필자는 옥수수를 무척 좋아한다. 상앗빛의 알이 고른 옥수수를 하모니카처럼 들고 먹는 생각만 해도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상상이 돼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한창 잘 먹을 땐 앉은 자리에서 10개를 먹은 적도 있다. 시장에 가니 막 쪄서 올려놓았는지 커다란 솥 위의 쟁반에 윤기 나는 옥수수가 김을 내며 탐스럽게 쌓여 있어 한 봉지에 3개 들어 있는 옥수수를 사왔다. 옥수수는 필자에게 여러 가지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는 옥수수빵이 급식으로 나왔다. 요즘 빵처럼 생긴 게 아니고 노랗고 거칠거칠한 옥수수가루를 반죽해 손바닥만 하게 쪄낸 모양이었다. 후에 둥근 모양으로 급식시간에 나온 옥수수빵은 필자가 좋아하던 맛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도 필자가 먹었던 노란색의 거친 옥수수빵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같은 나이가 아니면 필자가 아는 옥수수빵을 모른다 하니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다는 게 못내 허전하다. 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대전에서 살았다. 우리 동네였던 대흥동 성당에서는 담장에 문을 만들고 그곳을 통해 사람들에게 옥수수죽을 나눠주었다. 당시에는 어려운 사람도 많았고 전쟁고아도 많아 적잖은 사람이 옥수수죽 도움을 받았다. 우리 집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필자는 장난처럼 동네 친구들과 줄을 서서 옥수수죽을 받아먹어 보았다. 삶은 옥수수나 노랗고 거친 옥수수빵은 그 맛이 좋았지만 옥수수죽은 그리 맛있지 않아 더는 줄을 서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때 성당 옆 담장에 길게 줄 서 있던 사람들의 행렬이 생각나는데 그땐 몰랐지만 배고픈 사람들이었으니 그리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맛있는 옥수수로는 단연 동해안 바닷가에서 맛보았던 것이 최고였다.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뜨거운 모래사장 위를 가녀린 할머니 한 분이 옥수수 함지를 이고 다니셨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필자는 여러 개 샀는데 먹어본 옥수수 중 그런 맛의 옥수수는 처음이었을 정도로 맛있었다. 할머니가 가신 후 좀 더 많이 살걸 하고 후회할 정도였다. 강원도 옥수수가 맛있다더니 할머니가 텃밭에서 딴 옥수수를 직접 쪄서 가지고 나오셨을 그 옥수수의 맛을 잊을 수 없다. 학창 시절 엠티로 자주 갔던 강촌에 친구의 세컨 하우스가 있어 작년 여름 피서를 그곳에서 했다. 주변 경관도 빼어나고 그림처럼 예쁜 별장이 부러울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구곡폭포도 시원했고 뒤편의 문배마을에서 맛본 동동주와 산채나물도 아주 맛있었는데 문배마을은 영화 처럼 6.25전쟁이 났을 때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지냈을 만큼 아늑하게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몇 년에 걸쳐 일어난 전쟁을 알지도 못하고 지냈다니 참 신기하다. 그 동네의 옥수수도 정말 맛있었다. 며칠 전 친구가 그 동네 옥수수를 택배로 받을 수 있다며 한 접은 너무 많으니 반접씩 사자고 했다. 반접에 택배비 포함 2만5000원이라 했다. 반접이면 50개일 텐데 그 많은 걸 어쩌나 했더니 한꺼번에 쪄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을 때 다시 살짝 찌면 된단다. 옥수수를 워낙 좋아하니 당장 주문했다. 택배로 온 옥수수 자루를 보니 어찌나 큰지 좋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 50여 개나 되는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는 것도 큰 일거리였지만 필자는 차로 만들어 마시면 혈압에 좋다는 옥수수수염을 따로 모아 채반에 널어 말리기도 하면서 아주 알뜰하게 손질을 끝냈다. 큰 들통에 두 번에 나누어 옥수수를 쪄낸 다음 식혀 비닐봉지에 서너 개씩 담아 냉동실에 쟁여뒀다. 가득 채워진 옥수수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 하루에 한 봉지씩 꺼내어 쪄 먹는 맛이 쏠쏠하고 그 맛에 행복하기까지 하다. 필자는 오늘도 옥수수를 먹고 있다. 아주 맛있게.
- 2017-08-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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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가 말하는 '더위와 폐건강'
- 여름은 매우 더운 계절이다. 우리나라는 장마 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에 습도 또한 높아서 무덥다. 습열이 무성해 불쾌지수도 올라가고 곰팡이도 피기 쉬우며 썩기 쉽다. 젊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일사병으로 돌아가시기도 한다. 여름을 잘 난다는 것은 습과 열에 잘 버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 여름은 콩팥[水]이 약해져서 심장[火]을 제어하기 힘든 계절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강이란 水火의 균형이 중요한데, 여름에는 火가 극성하고 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름은 피부, 얼굴 등 겉은 뜨거워지지만, 위장 등 속은 차가워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에서는 사계절 중 여름철 건강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밖으로는 땀을 과도하게 흘려 탈진하거나 더위 먹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안으로는 위장이 차갑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에 얼음물과 차가운 채소, 과일을 많이 먹으면 가을철에 추웠다 더웠다 하거나 대변이 나빠진다.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에도 쉽게 걸리는데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발열, 오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세를 보인다. 그러므로 중간중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이 좋다. 여름은 콩팥이 가장 약한 때이므로, 과도한 성생활과 음주는 콩팥에 치명적이다. 무더울 때 찬물로 세수하면 눈이 나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찬물로 양치하되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여름에는 폐와 콩팥 그중에서도 폐의 역할이 중요하다. 폐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곳이며, 실제 역할은 이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장 중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하는 폐는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혀 아래로 내려 보내는 공랭식 기관이다. 오장 중에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는 콩팥은 내려온 열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수랭식 기관이다. 폐가 약해지면 위로 올라오는 열을 식히지 못해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혈압이 올라가고, 뒷골이 땅긴다. 열이 뇌로 가면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음식을 먹은 뒤 몸을 움직이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가 바로 습이다. 과로하면 몸이 무겁고, 과식이나 과음을 해도 몸이 무겁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몸이 뭉치고 무거워지고, 성생활이 지나쳐도 몸이 붓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부의 습이다.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산을 오를 때도 몸이 무거워지고 쉽게 지치는데, 이는 외부의 습이다. 장마와 한여름의 무더위도 외부의 습이다. 더위를 먹었다는 것은 이러한 습에 몸이 상한 것이다. 폐는 우리 몸에서 이러한 습을 제거해준다. 그래서 폐가 강한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에도 잘 버티며 여름을 잘 나고 정력도 강하다.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폐를 강하게 해줘야 한다. 몸 안팎의 습을 제거하는 것이 여름을 잘 나게 하는 비결이다. 높은 산을 오르면 습기가 없는 쾌청한 공기 속에서 심호흡을 할 수 있다. 폐가 알아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렇게 깊은 숨을 내쉬면 몸속 습이 잘 제거돼 몸이 가벼워진다. 몸의 열도 내리고 머리도 맑아진다. 폐는 이런 환경을 좋아한다. 도가나 불가에서 명상을 할 때 높은 산에서 하는 것은 폐와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이 된다. 건조한 바닷가나 고산에 장수마을이 있는 것도 습과 관련이 있다. 요즘은 여름이 되면 바닷가나 계곡으로 놀러가지만 옛날에는 높은 산으로 피서를 갔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 8경이 있었는데, 제1의 피서지는 개마고원 자락 부전고원이었다. 평균 해발고도가 1400m 이상인 부전고원은 여름에도 온도가 서늘했다. 고산이라 습기가 적었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의 열대야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밤에도 습열이 심해 숨이 턱턱 막혔다. 이렇게 폐가 기능을 못하면 호흡이 얕아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이 무거워진다. 부전고원, 대관령 같은 고원에서는 여름에도 습이 없어 호흡이 깊어지고 폐가 활성화된다. 폐가 건강하면 척추가 바로 서고 폐활량이 좋아진다. 나이 드신 분들은 등이 구부러지기에 여름 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급적 등허리를 똑바로 펴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면 좋다. 폐는 건조한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여름에 제습기나 에어컨을 켜는 게 좋을까? 음식에 자연의 맛과 인공의 맛이 있듯이, 공기에도 자연의 공기와 인공의 공기가 있다. 자연의 맛을 먹으면 몸이 가볍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만, 인공의 맛을 먹으면 몸이 무겁고 소변 나오는 것이 시원찮다. 인공의 공기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공기는 건조해지지만 고산에서처럼 심호흡은 되지 않는다. 폐가 인공의 공기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깊은 숨을 쉴 수가 없다. 따라서 몸속의 습이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을 오래 맞으면 몸과 머리가 무거워지고 소화 장애가 생기고 콧물이 나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습에 관련한 처방으로 냉방병을 치료한다. 보신탕과 삼계탕은 여름에 좋다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신탕은 개고기다. 한의학에서 개는 멍멍 잘 짖어서 폐가 강한 동물이다. 삼계탕은 닭과 인삼, 황기를 재료로 하는데 닭은 땀을 흘리지 않는 동물이고 인삼, 황기는 폐에 좋은 대표적인 약재다. 이때 인삼, 황기는 껍질째 말린 피인삼, 피황기가 폐를 더 잘 보호해준다. 대표적인 여름철 차로는 오미자차가 있다. 오미자 역시 시큼한 맛으로 폐에 좋은 약재다. 콩류는 습열을 소변으로 빼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편두가 여름철에 좋다. 더위를 먹어 땀이 뻘뻘 나고 입맛이 없을 때 좋다. 여름철 식중독도 예방해준다. 기가 허약해 몸이 무거운 사람에게 더 좋다. 여름철에 콩국수를 해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뱀장어는 뱀처럼 강한 탄력성을 가진 물고기다. 이 탄력성으로 남녀의 생식기를 강하게 하고, 습을 몰아내서 몸을 가볍게 한다. 물도 중요하다. 요즘은 정수기 물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습을 제거하려면 생수를 마셔야 한다. 여름에는 생수 1ℓ에 죽염 4g을 녹인 물을 마시면 기운도 나고 폐도 활성화된다. 보신탕, 삼계탕, 콩국수에 소금을 넣어 먹으면 폐를 도와 습을 없애준다. 또 개똥쑥을 달여 마셔도 여름 감기와 여름 나기에 좋다.
- 2017-07-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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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동도 제대로 못한다면?
-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단계별로 노인 초기에는 사회 활동을 해야 하니 실버타운에 입주한다고 해도 도심권이 편하다. 그러나 더 늙으면 바깥에 나갈 일도 없어지고 힘이 들어 못 나간다. 그러다가 병으로 병상에서 죽을 수도 있고 이렇다 할 병은 없어 그런대로 늙어갈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나중에는 혼자 밥 해먹을 힘도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거동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부부가 같이 살면 그나마 한 쪽이 도와주면 되지만, 독거노인의 경우는 혼자 해결해야 하니 막막하다. 자녀들이 결국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넣어줄 것이다. 요양원이라는 곳은 그야말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죽을 때만 기다리는 곳이다. 얌전하면 요양원 내부는 그나마 다닐 수 있지만, 행동이 거친 치매 환자는 침대에 팔다리가 묶이는 경우도 있다. 늙어서 이런 사람들끼리 같이 사는 공동체 마을 얘기는 들은 바 있다. 요양원에서처럼 험한 대우를 받다가 죽지 않고 노인들끼리 노노(老老) 케어로 살면서 노년을 보내라는 방식이다. 회원 180만 명을 가진 유명한 문화 커뮤니티 ‘사색의 향기’가 충남 홍성군 갈산면 대사리 일대에 ‘향기촌’이라는 노인 공동체 마을을 만든다 하여 다녀왔다. 35만평 부지에 250채의 가구만 선착순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자기 집 평수 외에 토지는 공동 소유인 것처럼 35만평 부지는 공동 소유 개념이다. 지금은 물이 흐르는 계곡, 소나무 밀집 삼림 등으로 되어 있다. 현재 부지매입 중이며 내년까지 기간시설, 문화 시설, 공유시설 등을 지을 계획이다. 토지를 공동으로 싸게 구입하고 그동안 축적한 ‘사색의 향기’ 문화 콘텐츠를 가미하면 제법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성공적으로 일이 추진된다면 미래의 대안일 수는 있겠다. ‘향기촌’은 모르는 사람들끼리 250세대가 모여 사는 것이다. 반면에 아는 사람들끼리 귀촌해서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뜻이 맞는 사람들이 귀촌까지 합의가 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남자들은 그렇다 쳐도 아내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부분 편리한 도시생활을 선호하지 비교적 귀촌을 원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살다가 죽는 것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자기 집이 가장 편하고 남들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밥도 못 해먹을 정도로 쇠약해진다면 독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자 살다가 죽은 지 꽤 오래 되어 발견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노인 초년병인데도 전화를 안 받거나 답을 안 하거나 하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하고 걱정한다. 혈압이나 뇌격색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면 연락을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를 꺼 놓는 해외여행 같은 경우 미리 몇 군데에 알려 놓는다. 효심이 깊은 자녀들은 부모와 같이 살며 모시기도 한다.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지만, 필자부터 자녀들 신세를 질 생각은 없다. 우선 필자가 불편하다. 일단 혼자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정 혼자 살기 버거우면 검증된 좋은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죽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겠다고 본다.
- 2017-07-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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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혈이 주책이라니
- “아이고 다 늙어 무슨 주책이야. 당신 아니라도 헌혈할 사람 많으니 그만 걱정 붙들어 매두시오.” 필자가 헌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이제 그만하라고 말린다. 나이 들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헌혈하러 다닌다며 바가지를 긁는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필자는 전혈비중이 낮아서 헌혈을 못하고 돌아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헌혈을 말려도 말을 듣지 않으니 아내가 헌혈의 집에 직접 전화를 해서 노인네 피를 어디 쓰겠다고 그렇게 뽑아가느냐고 항의를 한 적도 있다. 헌혈은 건강의 상징이다. 헌혈할 때 주삿바늘 들어가는 따끔한 통증만 이야기하고 헌혈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건강하지 못하면 헌혈은 불가능하다. 헌혈의 집에 가면 헌혈자의 건강상태(체중, 혈압은 물론 헌혈 주기를 확인하고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숙박 등을 했는지도 문진을 통해 체크한다. 수십 개 항목의 문진을 통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헌혈은 받아주지 않는다. 특히 헤모글로빈을 확인하기 위해 전혈비중을 검사하는데 기준치인 1.052에 미달하면 불합격이다. 필자도 이 기준치에 미달되어 불합격을 참 많이도 받았다. 헌혈하러 가서 못하고 돌아올 때의 그 씁쓸함은 마치 송충이 씹은 맛 같았다. 헌혈에 불합격된 날은 철분을 보충한다고 시장에 가서 철분이 많다는 선지 순댓국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소 지라를 사 먹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헌혈에 매달리는 필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주책바가지라고 비웃고 놀린다. 하지만 진실을 몰라서 그렇지 헌혈처럼 고귀한 행동도 없다. 현대 의료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동물의 피를 사람의 몸에 대신 넣어다가는 큰일 난다. 천 년을 산다는 거북이나 고귀함의 상징인 학의 피도 사람에게는 소용없다. 오직 사람에게는 사람의 피만 필요하다. 사람의 피는 사람에 의해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인체를 소우주로 비교하면 혈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드라마틱한 종합 예술이다. 아직까지 그 신비로운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 헌혈은 기계나 알파고도 대신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사람 사랑이다. 오늘로서 헌혈을 58회 했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50회 했을 때는 적십자사 총재로부터 금장을 받았다. 100회에 도달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주책바가지의 ‘주책’은 한자어 ‘주착(主着)’이 변한 말이다. 주착은 본래 ‘줏대가 있고 자기 주관이 뚜렷해 흔들림이 없다’라는 의미를 가진 좋은 말이다. 나이 들어 헌혈한다고 주책이라니 어림없는 말이다. 헌혈의 집에 가면 언제나 젊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필자처럼 나이 든 사람이 헌혈 대열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주책없다고 놀려도 흔들림 없이 건강한 몸을 가꾸어 몸으로 보시하는 헌혈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 2017-07-11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