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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닥타닥’ 넷플릭스 벽난로 영상을 아시나요
- 올 한해 캠핑 바람이 불면서 ‘불멍’(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불멍’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1만 건에 달한다. 심신이 지쳤을 때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이, 피로감 가득한 소식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피어오르는 불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집에서도 ‘불멍’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벽난로 영상이다. 벽난로 영상은 불과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오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종류는 ‘벽난로 4K: 가상의 따뜻한 자작나무 벽난로’, ‘벽난로 4K: 탁탁 타오르는 가상의 가정집 벽난로’, ‘가정집 벽난로 영상’, ‘벽난로 4K 브라이트 특별판’ 등 총 4가지다. 넷플릭스 검색창에 ‘벽난로’를 입력하면 볼 수 있다. 제목은 비슷해 보이지만, 나름 콘셉트도 다양하다. 특히 추천할만한 건 ‘가정집 벽난로 영상’이다. 잔잔한 캐럴이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벽난로와 옛날 스타일의 장작 벽난로, 감미로운 연주곡이 흐르는 음악 벽난로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또 가장 최신 버전인 ‘벽난로 4K 브라이트 특별판’은 불의 색깔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네온빛 장작불 영상을 제공한다. 재생 시간은 40분에서 1시간 정도다. 4K 초고화질(UHD) 해상도로 제작된 영상인 만큼 노트북이나 모니터 등을 통해 전체 화면 크기로 재생해두면 꽤 그럴싸하다. 마른 장작이 불에 옮겨붙는 모습부터, 타닥타닥 장작이 튀는 소리, 불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양새까지 눈앞에 벽난로를 가져다 놓은 듯한 생생한 느낌을 선사한다. ‘움짤’(움직이는 사진)처럼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영상이 아니라 실제 장작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시간감’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 있다. 영상 초반 바짝 말라있던 장작이 검게 그을어가고, 크기가 점점 줄어들다 잿더미가 되는 모습을 하염없이 보다 보면 종일 ‘불멍’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도 넷플릭스 벽난로 영상 관련 게시글이 연달아 올라오며 흥미롭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를 접한 이용자들은 "진짜 모닥불 같아서 불멍하기 딱 좋다" "장작 타는 소리와 캐롤을 들으니 힐링된다" "일상의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섭게 늘면서 야외활동마저 어려워졌다. 아쉬운 대로 집에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벽난로 영상을 크게 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모닥불을 쬐는 것만큼 낭만적이진 않더라도 추위와 코로나로 꽁꽁 언 마음은 녹일 수 있을 것이다.
- 2020-12-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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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멍, 쉬멍, 걸으멍 고요한 숲으로
- 습도가 제법 높았던 날이었다. 다녀온 지 시간이 좀 지났어도 머체왓 숲길은 아직도 가슴 깊이 스며들어 있다. 지금도 그 숲이 그대로 느껴지는 건 단지 안개비 뿌리던 날의 감성이 보태져서는 아니다. 햇살 쏟아지는 한낮이거나 숲이 일렁이며 바람소리 윙윙거리는 날이었다 해도 신비롭던 풍광의 그 숲은 여전히 내게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숲은 저만치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수수한 풍치에 끌리듯 다가갔다. 거길 걷는 이들의 오롯한 순례는 머체왓이기에 가능했다. 빼곡했던 숲의 적막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 발걸음 소리마저 자연 속에서 일부가 되었다. 머체왓 숲은 그런 곳이었다. 오감이 열리던 그날의 시크릿한 숲의 언어를 기억한다. 머체왓 숲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있다. 머체왓이란 낱말은 제주도민에게도 익숙지 않다. '머체'는 '돌이 엉기성기 쌓이고 잡목이 우거진 곳', '왓'은 '밭'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이를테면 돌과 나무가 우거진 척박한 숲길이라는 뜻이다. 오르내림 경사의 난이도도 거의 없는 쉬운 길인데도 말 그대로 군데군데 이끼 낀 돌무더기가 있고 쭉 평탄하지는 않다. 제주엔 무수한 오름과 둘레길이 있지만 이처럼 손이 덜 탄 머체왓 숲길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가롭게 걸을 수 있다. 입구 안내판의 머체왓 숲 프로그램과 숲길 안내도를 들여다본다. 희망자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숲길 탐방코스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숲길은 두 개의 코스가 있다. 1코스는 머체왓 숲길(느쟁이왓 다리- 방애 혹- 제밤낭 기원 쉼터- 조록낭길- 전망대- 옛집터- 서중천 전망대(다리)- 숲터널- 올리튼물- 연제비도를 돌아 6.7㎞, 약 2시간 30분), 2코스는 머체왓 소롱콧길(방사탑 쉼터- 움막 쉼터- 편백낭 쉼터- 소롱콧 옛길- 중잣성- 편백낭 치유의 숲- 오글레기도- 서중천 습지- 숲터널- 전망대(다리)부터는 1코스와 중복되는 6.3㎞, 약 2시간 20분). 그 외 남쪽으로 3㎞의 서중천 탐방로가 있다. 진입하다 보면 저류지 공사를 하는 곳이 있어 코스를 조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머체왓 숲길은 지난번 태풍 복구 작업으로 탐방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걸어놓았다. 머체왓 소롱콧 숲길에 들기 전, 눈앞에 새하얀 메밀밭이 펼쳐졌다. 마치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문장처럼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한 그 광경이었다.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은 아니었지만 초입의 드넓은 목장지대 초원을 뒤덮고 자잘하게 피어난 메밀꽃이 비에 젖어 촉촉했다. 고립무원처럼 적막하던 숲에 젊은 남녀 한 팀이 들어서니 비로소 자연과 사람의 어우러짐이 조화롭다. 소롱콧길은 일대의 지형지세가 작은 용(龍)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코’의 의미는 ‘코지’, ‘곶’의 의미로 해석된다고 한다. 서중천 주변으로 흐르는 작은 하천 둘레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서 피톤치드의 숲 내음이 늘 고여 있는 듯하다. 빼곡한 숲 틈으로 가끔씩 하늘이 열리고 조금씩 걸어 들어갈수록 청정 숲은 마치 제주의 속살로 파고드는 듯 신비로웠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초원을 지나 온통 숲인데도 돌담이 가끔 보였다. 밭을 둘러친 돌담을 밭담, 무덤 둘레의 돌담을 산담이라 하는데 경계를 짓기 위함이라고 한다. 집과 집을 구획하는 울담, 전통 초가의 외벽에 쌓은 축담 등 역할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지닌 돌담들은 경계의 의미를 넘어 있는 그대로를 삶 속에 끌어들인 제주 사람들의 혼이 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밭 한가운데 돌담이 둘러친 묘지가 독특했다. 자손들이 밭을 매다가 "할무니이~" 하고 불러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잠깐 쉬면서 할머니에게 가슴속에 담아둔 고자질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돌무덤이 어쩐지 정겨워 보였다. 조금씩 비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숲길은 고요했다. 이끼와 고사리가 자라는 길을 걷다가 오래된 고목 아래 펼쳐진 젖은 평상에 앉아봤다. 이따금씩 이렇게 쉼터가 나타나고 숲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된 공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나무에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고 길 옆 아래에선 저속으로 흐르는 서중천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숲의 운치와 편백나무 향의 상쾌함으로 머리가 맑아지는 게 느껴진다.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숲과 초원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 어디서든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에서 이렇게 작은 냇물을 끼고 걷는 소소한 맛이라니, 그저 좋다. tvN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 머체왓 숲이 나왔을 때 배우 공효진이 "여기 가만히 있으니까 정신이 사납지 않고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미지의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신비로운 숲, 인적 없이 적막해도 생동감이 넘친다. 곳곳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도 느껴진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건강한 기운이다. 마음껏 숨을 쉬어도 안전한 곳. 자연이 주는 자비로움에 둘러싸여 복 받은 느낌이다. 요즘 너무 흔해져버린 힐링이란 말을 이곳에서는 쓰고 싶지 않다. 머체왓이나 소롱콧처럼 제주만의 토속적인 말이 따로 없을까. 초원, 꽃, 나무, 하늘, 구름, 빗방울, 돌, 물, 바람까지 제주 근원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숲이다. 이토록 순수한 머쳇골에도 제주의 역사가 서려 있음을 상기할 일이다. 진입로에 들어서자 시비가 눈에 띈다. 비석에 '시비를 세우는 뜻'이라는 글이 있다. "한남리 머쳇골은 제주 역사 속에 '잃어버린 마을이다'. 초등학교 시절까지 머쳇골에 살았다는 문태수(78세) 씨는 ‘4.3 이전까지는 조상 대대로 대여섯 가구가 목축업을 하며 살아왔다’라고 회고했다. 오승철 시조시인은 머쳇골 집터의 무늬, 4.3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증언하는 '터무니 있다'라는 시로 2014년 오늘의 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에 한남리 주민들과 서귀포문인협회에서는 '잃어버린 마을'의 기억을 복원하고 제주 역사의 한 페이지로 복원하기 위해 이 비를 세운다. 이것은 뜻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되었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오승철 시조시인의 시 '터무니 있다'도 새겨져 있다. 홀연히/ 일생일획/ 긋고 간 별똥별처럼/ 한라산 머체골에/ 그런 올레 있었네/ 예순 해 비바람에도 삭지 않은 터무니 있네// 그해 겨울 하늘은/ 눈발이 아니었네/ 숨바꼭질하는 사이/ 비잉 빙 잠자리비행기/ 중산간 마을 삐라처럼 피는 찔레// 이제라도 자수하면 이승으로 다시 올까/ 할아버지 할머니 꽁꽁 숨은 무덤 몇 채/ 화덕에 또 둘러앉아/ 봄 꿩으로 우는 저녁 아름다운 제주가 아픔의 땅이기도 한 것을 숲길을 잠깐만 걸어도 알 수 있다. 원시의 자연을 내어주며 쉬다 가라고 숲은 말하지만 그 안에는 뼈아픈 통증도 새겨져 있다. 발걸음을 늦추고 놀멍, 쉬멍, 걸으멍 정글 탐험하듯 미로와 같은 길을 걸으며 그들을 기억한다. 머체왓의 생생한 자연 속에 풍덩 빠져서 치유의 시간을 만나며 삶의 에너지를 얻고 가벼워지는 곳, 기어이 다시 올 수 있도록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처럼 또 다른 길을 남겨두었다. *머체왓 숲길 방문객지원센터: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755 주변에 가볼 만한 곳과 맛집 △머체왓 식당 머체왓 식당은 머체왓 숲길 지원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다. 주변엔 식당이 없고 오직 여기뿐이다. 그렇다고 밥상이 허술하지 않다. 오리백숙이나 옥돔구이 정식처럼 한상 차림도 있지만 단품 메뉴도 있다. 반찬이 깔끔하고 정갈하다. 맛도 괜찮다. 줄 서서 먹는 맛집보다 이렇게 그 자리에서 길 가던 사람에게 먹을 만한 밥 한 끼 내어주는 집이 정겹다. 머체왓 식당이 그런 곳이다(머체왓 숲에 들면 음주가무, 흡연, 음식물 반입, 취사 행위가 금지된다).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755 △보룡제과 성산읍으로 나오면 시내에 유명한 빵집이 마주 보고 있다. 그중 보룡제과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랜 역사를 보여주듯 클래식한 빵집의 분위기가 친근하다. 시그니처 마늘바게트를 비롯해 가격도 합리적이고 서비스도 후하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747-28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 하우스’ 머체왓에서 성산으로 나왔다면 섭지코지에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떨지. 성산일출봉 옆 섭지코지는 제주엘 가면 누구나 가보는 곳 중 하나다. 게다가 영화나 드라마 촬영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그곳에 멋진 건축물이 제주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바로 글라스 하우스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이 제주에 제법 많은데 그중 글라스 하우스는 제주의 자연과 풍광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제주의 햇살과 바다와 바람을 은유적으로 시각화했다는 건물 앞에서 인생 샷을 찍거나 실내의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봐도 좋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46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시비(詩碑) 거리 성산포를 사랑한 이생진 시인의 시비공원이 성산포 해안에 조성되어 있다. 성산 일출봉이 건너편으로 보이고 제주의 바닷바람과 햇살이 시비 위로 뿌려지는 곳. 오가는 이 별로 없는 그 바닷가에 지나듯 들러 시인의 시를 천천히 읽어본다면 여행의 기억이 더 풍성해진다.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305-1
- 2020-11-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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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날 미술관 나들이
- 올림픽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88올림픽 때 점화되었던 성화가 아직도 타오른다. 88올림픽 참가국의 국기도 바람에 펄럭인다. 드넓은 공원은 가을의 정취로 가득하다. 이곳 88호수 옆 조각공원에는 소마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관과 휴관을 거듭하다 다시 문을 열었다. 11월 10일부터 현대 구상조각의 선구자이자 4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천재 조각가 류인(1956~1999)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파란에서 부활로’라는 제목으로 전시되는 이번 기획전은 구상조각의 독보적인 작가로 활동했던 류인 작가의 15년간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 호암미술관 등 여러 곳이 소장하고 있는 류인 작가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를 한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포스터에 담긴 작품 ‘부활-조용한 새벽’은 휘날리는 거대한 망토와 단단한 근육질 인물에서 부활을 꿈꾸는 영웅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소마미술관(SOMA,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은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목재를 마감재로 사용한 지상 2층, 지하 2층의 건물로 야외조각공원과 어우러지는 소통의 미술관이다. 제1전시실의 주제는 ‘흙으로부터’. 류인 작가는 작업할 때 먼저 흙으로 소조를 빚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에게 흙은 작업의 시작이자 끝을 의미했으며 조각은 곧 삶의 의미와도 같았다. 작가가 말했듯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조각에서 그 표현 방식들의 긴 여행은, 흙으로 시작해서 다시 흙으로 돌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제1전시실은 자소상과 목우회 공모전 특상을 받은 여인입상, 심저, 입허Ⅱ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제자 원승덕이 스승을 위해 조각한 류인 초상과 작가의 연대기가 그의 생애를 엿보게 한다. 제2전시실에서는 하산과 입산이라는 주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기하학적 입방체와 사실적 인체를 결합한 작품들은 1980년대 류인 작가의 작품 특성이다. 당시 개인전에 출품한 ‘파란Ⅰ’과 ‘입산Ⅱ’ 등은 신체가 완전체가 아닌 상태로 입방체 속에 갇혀 있으면서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약을 알리듯 튀어나오는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신체적 고통을 뛰어넘는 강렬한 생(生)의 의지와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 정신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제3전시실은 삶의 무대다. 이 무대에서는 한때 쓰레기더미로 산을 이루었던 난지도에 인체 조각을 던져놓거나 벽과 천장에 걸어놓는 등 다양한 실험적 모색을 하며 작품 영역을 확장한다. 작품 ‘난지도’에서 버려진 인체 조각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속성’이라는 작품은, 통관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이 아니라 근육이 불끈 솟아 있는 다리, 들어올린 팔로 표현해, 암울함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강인한 저항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제4전시실의 주제는 동시대인의 초상. 류인 작가의 조각은 그 시대 우리들의 초상이다. 그의 작품은 현실에 대한 깨우침이며 살아 있음의 확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가 느낀 현실과 감정의 크기는 같은 시대를 겪었던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작품 ‘급행열차’는 열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머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제5전시실의 주제는 ‘조각가의 혼’이다. 작가의 생애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 조그만 소품부터 드로잉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다 보면 마치 20년 전의 그가 살아 있는 듯 느껴진다. 그동안 각종 책에 소개되었던 이야기와 류인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기까지의 사진이 짧게 살다 간 천재 작가의 발자취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실내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면 ‘부활-그의 정서적 자질’이라는 작품이 정원에 놓여 있다. 근육질의 몸매, 길게 뻗은 팔, 비장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갈망하는 듯 보이는 인체 상은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뛰어넘어 부활의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소마미술관을 찾으면 류인 작가 전뿐만 아니라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건축물 중앙에 설치된 ‘미니 쿠베르탱’은 감상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한다. 상설전시관으로 들어서면 백남준 작품의 진수를 볼 수 있는데 사진 촬영이 불가해 아쉬웠다. 이외 소마미술관 주변으로 조성된 조각공원에서는 약 222점의 조각 작품을 돌아볼 수 있다. 대부분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진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다. 현재 생존 작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소마미술관 앞쪽 잔디밭에서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관계항-예감 속에서’라는 작품은 자연의 돌과 인위적인 철판을 자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자신과 돌과 철판의 미묘한 어긋남의 어울림으로 미지의 세계를 나타낸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 끝에 재개관한 소마미술관을 찾아 코로나 블루를 털어버리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1956년생인 류인 작가의 작품은 1980년의 암울했던 정치 현실을 보여줘 동시대인 세대에게 작가의 고뇌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 소마미술관 류인 展 ○ 기간: 11월 10일~12월 6일 ○ 위치: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올림픽공원)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 2020-11-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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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점짜리 건강을 위한 일
- 코로나19 발생 이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콩고기와 같은 대체육 식품도 잘 팔린다. 코로나19가 바꾼 변화 중 하나다. 이러한 시대에 과연 채식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30여 년간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현재는 현미 식물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황성수 박사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채식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채식에 관심을 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의사로서 의학적 치료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흔하지만, 치료가 어려워요. 원인을 알고 싶었어요. 아예 치료가 안 되는 병인지, 아니면 치료는 가능하지만 우리가 몰라서 그런 것인지 궁금했어요. 책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공부를 하면서 결론을 내렸는데, 바로 식습관 개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동물성 식품은 일절 섭취를 안 했습니다. 지금까지 식물성 식품만 먹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하는 힐링스쿨은 어떤 곳인가요? 힐링스쿨은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과 같은 질환을 갖고 있는 분을 대상으로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현미 식물식을 통해 식습관을 바꾸고,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2주 만에 자신이 먹던 모든 약을 끊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비율이 73% 정도이며, 부분적으로 약을 끊는 분의 비율은 21%입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약이 필요 없을 만큼 혈당과 혈압 수치가 많이 떨어져 집으로 돌아가요. 현미 식물식과 채식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채식은 협소한 의미의 개념입니다. 채식이란 말은 채소만 먹는 식단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식물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해요. 식물식은 곡식, 채소, 과일로 구성합니다. 채소나 과일은 다양하게 먹을 수 있지만 곡식에는 현미만 포함됩니다. 현미 식물식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주로 쌀을 소비하는 나라여서, 흰쌀밥을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미보다 백미에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영양학적으로는 현미가 백미보다 낫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이나 식이섬유, 철 성분이 백미보다 많아요. 현미는 군살을 빼거나 혈당을 낮추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좋은 식물(채소와 과일)을 고르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본인의 기호에 따른 제철 채소나 과일이 제일 좋습니다. 직접 키운 농산물을 먹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농산물을 살 때 유기농 유무를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간혹 채소나 과일이 맛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싱싱하고 좋은 농산물을 먹으면 맛있습니다. 이들 농산물을 마늘, 생강, 양파, 고추 같은 향이 강한 양념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식물성 식품 섭취로 인한 영양 불균형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사실상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몸에 더 해로워요.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은 몸에 이롭지 않아요. 식물에 포함된 섬유질이나 항산화성분, 비타민 등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것들도 없거나 부족합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이 요즘보다 적었어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채식 문화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가요? 자연 상태의 식물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거칠어서 인기가 없어요. 식물식을 하는 분 중에 식물을 가공해서 먹는 분들이 있습니다. 짜고 맵게 드시는 분들도 있고요. 식물식을 지향하는 방향성은 좋지만, 몸에 더 좋은 식물을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강요할 수는 없어요.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예요. 80점을 목표로 할 것인지, 100점을 목표로 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죠? 공공 급식의 채식 선택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교나 교도소 등에서 제공하는 공공 급식을 할 때도 채식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채식 선택권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채식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것이에요. 다수가 먹는 음식이 싫은데 소수라는 이유로 억지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이런 권리 보장이 사회에 큰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므로 하루빨리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행복추구권이 보장된 나라에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채식의 의미가 있다면요? 현시대에는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은 먹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먹는 것이 곧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걸려도 금방 낫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면역력을 높이는 현미 식물식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현미 식물식을 해왔는데 감기에 거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코로나19와 감기의 치명도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경제 활동을 하되 마스크를 잘 끼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현미 식물식을 지향하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할 방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황성수 1951년생. 신경외과전문의. 대구의료원 제1신경외과 과장, 황성수클리닉 원장 역임. 황성수힐링스쿨 교장으로 재직 중. 저서로 ‘현미밥채식’, ‘빼지 말고 빠지게 하라’, ‘당뇨병이 낫는다’, ‘고혈압, 약을 버리고 밥을 바꿔라’ 등이 있다.
- 2020-11-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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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 좋아지는 넷플릭스 동물 영화
-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작은 동물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영상을 보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를 아프게 하던 고민거리들이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는 것이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한 연구 결과가 있다. 코로나19로 스트레스 가득한 나날들, 귀여운 동물로 ‘힐링’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기분 좋아지는 동물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내 어깨 위 고양이, 밥(A Street Cat Named Bob, 2016) 길거리 음악가 ‘제임스’(루크 트레더웨이)는 몸을 누일 집도, 찾아주는 이도 없는 외로운 신세다. 고된 인생을 마약에 의존하며 살아가다 죽을 위기를 넘긴 그는 담당 의사의 도움으로 임대 주택을 얻는다. 어느 날, 제임스의 집에 상처 입은 길고양이 ‘밥’이 찾아오고, 그는 가진 생활비를 모두 쏟아 밥을 치료한다. 그 후 여느 때처럼 공연을 시작한 제임스는 평소와 다른 관객들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끼고, 머지않아 자신의 곁을 따라다니는 밥을 발견한다.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은 2012년에 출간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마약 중독자이자 노숙인이었던 제임스 보웬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영화에 출연한 ‘밥’ 또한 대역이 아닌 실제 제임스의 삶을 변화시킨 고양이라는 점이다. 오랜 시간 제임스의 곁을 지킨 밥은 지난 6월 1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2’를 통해 사랑스러운 밥의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2. 마이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 2016) ‘맥스’(루이스 C.K)는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평범한 반려견이다. 어느 날도 다름없이 문 앞에서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맥스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케이티가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새식구 ‘듀크’(에릭 스톤스트릿)를 데려온 것. 간식부터 침대, 주인의 사랑까지 빼앗겨버린 맥스는 골칫거리 듀크와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하고, 급기야 산책 도중 다른 길로 새어 나간 듀크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험에 휘말린다.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지는 반려동물들의 발칙한 이중생활을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공감할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맥스’와 ‘듀크’를 비롯해 깜찍하지만 성격 있는 강아지 ‘기젯’, 난폭한 토끼 ‘스노우볼’, 식탐 많은 고양이 ‘기젯’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실제 반려동물들이 자주 하는 행동과 습관을 캐릭터 속에 녹여내 현실감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3. 닥터 두리틀(Dolittle, 2020)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세상과 단절하고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기고 왕국은 위험에 빠진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신비의 섬을 찾아야 하는 상황. 자신의 능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리틀은 동물 친구들을 데리고 세상 밖으로 나와 위험천만한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영화 ‘닥터 두리틀’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아이언맨 수트를 벗고 처음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이다. 악과 맞서 싸우는 영웅 대신 고릴라, 개, 여우, 기린, 오리, 타조 등 다양한 동물들과 귀여운 ‘캐미’를 선보여 웃음을 유발한다. 톰 홀랜드, 라미 말렉, 마리옹 꼬띠아르 등 최고의 배우들이 동물 목소리를 연기해 재미를 더한다.
- 2020-11-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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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예술이라는 보물찾기
- 바다가 발밑으로 떨어지는 언덕 위에서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예술작품들을 만나며 그 기발함에 놀란다. 깜짝 놀랄 만큼 신기해하다가, 숨겨진 위트에 웃고, 예술성에 감탄하며 시간이 어찌 가는 줄 모른다. 몇 시간의 짧다면 짧은 관람시간이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나긴 예술기행을 나선 듯하다. 현대미술품과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들이 삭막한 현실에 웃음을 찍는다. 가을 바다가 보고파서 간 강릉 그곳에서 만난 아트 뮤지엄. 횡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바다를 마주하며 예술작품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하슬라(何瑟羅)란 말이 외국어인가 싶었는데 순수한 우리말, 그것도 고구려 때 강릉을 부르던 이름이다. 하슬라 또는 아슬라(阿瑟羅)라고도 불리었는데 ‘큰 바다’,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슬라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할 만한 곳이 어디일까? 이름을 내건 만큼 자부심 가득한 복합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에 답이 있다. 푸르디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절벽 위에 우뚝 선, 외관이 유리로 된 사각형 건물이 하슬라아트월드다. 그 안에 뮤지엄 호텔, 현대미술관, 피노키오&마리오네트 박물관, 20’s 카페가 있고 외부에는 야외 조각공원과 바다카페가 있다. 바다를 품고 산허리를 안은 복합예술공간에서 촘촘하게 예술이라는 보물찾기에 나선다. 지금은 복합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첫 시작은 야외 조각공원 실내 전시장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지만 아껴두고 호흡부터 가다듬을 겸 야외로 나가 조각품들을 만났다. 통나무와 빛이 만드는 최옥영의 ‘우주’라는 작품은 쏟아지는 햇살 그림자 위에 의자를 놓아둠으로써 우주 안의 휴식을 부른다. 오른쪽의 바다카페를 지나 언덕을 따라 솔숲 사이로 난 덱 산책길을 걷다 보면 풍요와 바다를 상징하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하슬라아트월드 건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일품 전망을 볼 수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바다와 하늘은 드넓은 스케치북이 되어준다. 그 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예술성이 결합된 작품들을 곳곳을 채운다. 입구에는 붉게 단풍이 든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저것은 무엇일까? 해시계다. 양철통을 사선으로 절단한 것 같은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터널이 나온다. 터널 너머에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남자와 상하 대칭의 자전거, 하늘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 등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산책로 따라 이어지듯 나타난다. 자연의 숨결을 음미한 후 현대미술관에 들어서면 하슬라아트월드의 공간 디자인이 강릉의 바다와 햇살이 비쳐 든 창가 안에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비지 갤러리이자 현대미술관 1관은 색색의 타일과 곡선미가 흐르는 작품들이 골동품, 커피 소품, 도자기, 난로 등 옛것들과 혼재한다. 2관으로 가기 전 화려한 실과 소금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에 멈춰 선다. 2019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Personal Structures’에 참가한 최정윤 작가는 소금으로 만든 청동 검에 우주의 무한한 색을 담은 실을 휘감아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내내 나만의 보물을 찾아낸다. 평소에 좋아하던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을 만났을 때는 살포시 미소 지었고, 에밀리아노 로렌조(Emiliano Lorenzo)의 빙하 위 북금 곰들을 볼 때는 집에 있는 폴라 베어 인형을 떠올렸다. 키네틱 아트 작품과 설치미술, 수학과 예술이 만나는 프랙털 아트를 관람하며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를 구하러 들어갔던 고래 뱃속을 연상시키는 터널설치미술을 통과한다. 현대미술관 3관을 지나면 피노키오 박물관이 나온다. 바다가 도화지처럼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 전 세계 예술가의 피노키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마리오네트와 함께 동화와 현대미술의 만남이 줄 끝에서 섬세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보물찾기를 하듯 한 곳 한 곳 시선을 가벼이 둘 수 없다. 예술품에 집중하다가 휴식하고 싶다면 뮤지엄 안의 카페나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야외 카페에서 가을 햇살을 음미하면서 가을을 즐겨도 좋다. 주소 : 강원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관람시간 : 09:00~18:00 (매주 수요일 휴관) 관람요금 :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1만1000원 주변 맛집 : 바다마을횟집(강릉시 강동면 정동등명길 23) 등명해변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섭해장국과 물회로 부담스럽지 않은 점심을 먹기에 좋다. 섭은 강원도 사투리로 시장에서 흔히 보는 홍합의 열 배는 됨직한 자연산 홍합을 말한다. 섭해장국은 커다란 홍합 살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 끓인 해장국으로 시원한 맛보다는 듬직한 맛이 난다. 회무침을 곁들이면 궁합이 잘 맞는다.
- 2020-11-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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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을 솔솔 부르는 ASMR
- 큰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손으로 효과음을 내면서 오로지 소리만 들려준다. 제목에는 먹방, 롤플레이, 자연현상, 수면 등과 같은 단어가 달려 있다. 이쯤 되면 뭘 말하려는지 알아차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번 큐레이션의 주제는 바로 ‘ASMR’이다. ‘ASMR’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다.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뜻한다. 바람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을 제공한다. 이런 설명 등을 요약해 ‘청각을 통한 오감 만족’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근래에 생긴 개념은 아니다. 2010년대 미국과 호주 등에서 유행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10년 전에 유행했던 걸 왜 이 시점에 소환하는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9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 서베이가 발표한 ‘건강관리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정신건강을 위한 행동 1순위는 충분한 수면이다.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3.1%P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숙면의 어려움을 호소한 경우는 작년보다 7.6%P 증가했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 동영상 혹은 ASMR과 같은 음성 콘텐츠를 찾는 경우가 47%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ASMR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ASMR 채널을 소개한다. ASMR Boyoung 반보영 엄마나 애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귀를 파다가 깜빡 잠든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채널은 사물을 이용한 소리를 주로 들려주는데, 특히 귀 청소를 콘셉트로 한 영상이 가장 많다.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실제로 누가 귀를 파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상 중간에 눈앞에 있는 사람처럼 상황극을 해서 몰입도가 더 높다. 영상으로 이런 경험을 하면 좋은 점도 있다. 귀이개가 닿는 차가운 촉감이나 잘못 건드렸을 때의 고통이 없다. 한마디로 잠에 빠지도록 해주는 가장 좋은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덤으로 빗질이나 샴푸하는 소리를 담은 영상도 있는데, 듣다 보면 미용실에 온 기분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뚜비 Ddoobiii ASMR 실제로 황시목 같은 검사가 있을까? 직장에 황시목 같은 후배가 있으면 어떨까? 황시목의 사무실은 어떨까? 깨끗할까? 참고로 황시목은 얼마 전에 방영을 끝낸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끝나도 여운은 늘 남는다. 정말 좋은 드라마는 또 봐도 재밌다. 이 채널은 영화 혹은 드라마 속 장소나 장면 그리고 등장인물이 연상되는 ASMR을 들려준다. ‘황시목 검사의 사무실’이나 ‘호그와트 주방’이 그 단적인 예다. 드라마나 영화가 남기는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이 채널을 추천한다. 자기 전에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서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들어도 좋다. 잠도 자고 드라마도 느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V창비 갑자기 출판사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언뜻 보기에 출판사 채널이랑 ASMR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 채널이 시인의 ASMR을 마련했다. 시를 낭독하는 채널은 유튜브에 많다. 하지만 시인이 자신이 쓴 시를 직접 읽어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요즘 상황은 코로나19 때문에 낭송회를 여는 일도, 참여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런 시기라서 그런지 더 반갑다. 시각의 청각화가 이런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박소란 시인의 ‘모르는 사이’를 추천한다.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단잠에 빠져든다. 그만큼 효과는 입증된 셈(?)이다. 힐링사운드 ASMR 이 채널 소개는 많이 망설였다. 혼자만 알고 싶은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는 적지만 영상은 알차다. 영상을 들으면 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 상우가 떠오른다. 대나무숲에서 조용히 소리를 채집하던 그처럼 채널 운영자는 직접 자연의 소리와 영상을 모은다. 그만큼 생생하다. 평균 8시간이 넘는 긴 영상이지만 계속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동시에 마음이 평온해져서 보고 있으면 몸이 노곤해진다. 풀벌레 우는 소리와 빗소리, 계곡물 소리를 듣다 보면 커다란 숲에 들어선 듯한 기분도 든다. *구독자 수는 2020년 10월 기준
- 2020-11-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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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무이예술관과 이효석 문학의 숲
- 강원도라 하면 누구라도 산과 바다가 고루 펼쳐진 대자연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해로 떠나고 바다를 둘러싼 수려한 강원도의 산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자연 속에 문화 예술의 멋이 자리 잡고 있다. 폐교에 펼쳐진 예술의 풍성함과 메밀꽃 이야기의 정취 속에서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 기다린다. 언제부터인가 시골 학교의 폐교가 늘면서 비어 있는 공간 이용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게 되었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출되면서 아이들도 부모와 함께 떠나버려 폐교가 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잇따르며 생긴 공간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떠난 학교가 미술관이나 창작실, 도서관 캠핑장, 또는 카페와 같은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원도 평창의 무이예술관은 시골마을의 자그마한 무이초등학교였다. 폐교된 이후 서양화가 정연서, 이천섭,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등의 예술인들이 뜻을 모아 예술관으로 변신시켰다. 폐교를 이용한 공간을 여러 군데 가본 적이 있는데 무이예술관은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 예술작품이 넘쳐나는 게 특별하다. 교실마다 장르별 작품들이 꽉꽉 채워져 있다. 가끔은 조각 작품을 앞에 두고 버스킹도 한다. 무이예술관, 이곳이라면 꽉 채운 가을날 하루를 보낼 만하다. 이곳을 서성이다 보면 어느덧 어릴 적 추억이 소환되고 감성은 더없이 말랑해져서 비로소 숨통이 트여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무이예술관은 입구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조형물이 시골 학교를 그저 조촐하게 꾸민 예술관이 아니라는 걸 대번에 전한다. 복도에 발을 들이면 창가의 새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랑이고 흰색 천의 직조 틈 사이로 복도 가득 빛이 쏟아진다.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조각 작품들은 가을볕에 멋스럽게 빛난다. 둘러보니 원래도 작은 학교였던 것 같다. 몇 개의 교실이 있는 건물 한 동이 전부인데 교실(전시실)마다 회화, 조각 작품, 도예 작품들이 가득하다. 빽빽하게 전시된 서예 작품도 고요히 묵향을 풍긴다. 또 한쪽 전시실에는 역시 봉평의 예술 공간답게 새하얀 메밀꽃 그림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복도에서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삽화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감상할 수 있어 문학적 분위기에도 잠겨보게 된다. 볼거리는 끝이 없다. 스튜디오 겸 작업실이 열려 있어 예술가의 공간을 훔쳐보는 맛도 쏠쏠하다. 체험 공간과 아트 숍이 함께 꾸며져 있어 참여 활동도 가능하다. 복도 창가나 틈새 공간도 그냥 놔두지 않고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계단참의 소품들을 구경하면서 위층에 오르면 모임이나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문 열고 옥상으로 나가면 무이예술관의 바깥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공간이다. 예전엔 운동장이었을 조각공원은 자연이 주는 넉넉함이 있어 천천히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잔디 마당은 발걸음마다 부드럽다. 아이들은 조각품들 사이에서 뛰어놀고 엄마 아빠는 예술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가을이 깊어가는 운동장엔 노랗게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날리고 발아래는 낙엽이 바스락거린다. 이곳을 오가는 누구라도 갬성 충만이다. 커피 향 따라 가본 전시관 끄트머리의 갤러리 카페. 사방으로 널찍한 덱에 앉아 운치 있게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 안은 운동장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아 테이블에 앉아 편안히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시간을 누릴 수 있다. 예술적 상상력과 소통이 공존하는 무이예술관에 가면 가슴 가득 예술의 기운을 얻어 나오게 된다. 살다가 잠시 멈추고 천지의 가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깊게 숨을 쉬어볼 만한 곳. 폐교에 담긴 예술 작품과 따스한 휴식 공간에서 충분한 감성 충전을 했던 참으로 괜찮았던 가을날 하루,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었던 시간이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이효석 문학의 숲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 소설의 배경지인 봉평엔 메밀밭뿐 아니라 소설 속 내용을 모형으로 재현해놓은 ‘이효석 문학의 숲’이 있다. 발걸음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덱 주변에는 자작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산책길을 따라 소설 속 장터와 등장인물들이 막걸리를 마시던 충주집과 물레방아 등 소설 속 내용이 길목마다 새겨져 있어 하나씩 읽다 보면 어느새 전편을 다 읽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에 이효석 문학의 숲에서 단편문학 한 편 읽으며 산책하는 시간, 좋지 아니한가.
- 2020-11-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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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뉴딜 일자리 창출로 미래 양천구를 꿈꾼다
-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지리라는 진단이 의료계에서 거듭 나오고 있는 지금,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이루려면 기존과는 다른 차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상황.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해 주민들이 좋은 일자리를 체감하는 게 정부의 목표이자 지역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는 양천구를 책임지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또한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직접 일자리와 양천구 개발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지역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는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일자리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지방정부 간, 지방-지방정부 간 협업을 강화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이다. 양천구는 2019년 119개 사업에 7231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해 119개 사업, 68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일자리는 더 이상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이 아닌,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지 영역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인 거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 다양한 계층이 체감하는 내실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모두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중장년층 일자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 김 구청장은 50대 이후의 중장년층을 위한 양천구만의 일자리 지원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양천구의 어르신복지과 ‘인생 이모작 팀’이 중장년층을 위한 여러 솔루션들을 기획 중이다. 그리고 50대 독거남들이 사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나비남 프로젝트’, 80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 전담 팀이 직접 방문해 건강관리를 해주는 ‘백세건강 돌봄 사업’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 양천시니어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 제공 및 취·창업 지원을 위한 양천50플러스센터를 2021년 7월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ICT 기술을 독거노인 및 취약 계층에 도입해 디지털 취약 계층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신중년 일자리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예를 들어 ‘ICT 기반 돌봄 서비스’는 신중년 ICT 케어 매니저들이 AI 스피커를 활용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 및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수행하는 일이다. 더불어 조리사 자격을 갖춘 신중년들이 어린이집의 대체조리사로 활동해 급식 공백을 최소화하는 서비스인 ‘대체조리사 지원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 지정 양천구가 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양천구가 선정된 배경에는 먼저 ‘연의목공방’이 서울시 자치구 목공방 중 규모가 제일 크며, 목재 관련 박사학위가 있는 외부 강사를 인력풀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목공지도사를 직원으로 채용해 직접 운영하는 것도 높이 평가받았다. “양천구는 주거 지역이 전체 면적의 약 72%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흔히 목동을 얘기하면 대입 전문학원이나 목동 아파트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입시학원 중심의 목동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양천구를 만들기 위해 오목공원 내 창고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목공예 체험장으로 조성한 것이 연의목공방의 시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산림청에서 전국적으로 공모한 ‘목재교육 전문가 양성기관’에 지원하였으며, 지정을 받았습니다. 전국 총 44개 기관에서 신청했는데 6개 기관만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양천구죠. 앞으로 목재교육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가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개강은 곧 할 예정입니다.” 12월부터 개강할 목재교육전문가는 산림청에서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이 배출할 수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목재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기술습득 및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목재문화체험장, 강사 활동, 학교 방과후 교사 및 마을 학교 강사, 소창업 등이 가능해진다. 양천구에 목공방 마을 1호가 머지않아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 치유는 공원에서 일자리를 못 구하는 일도 사람의 마음을 척박하게 만들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그 이전에 가혹한 생존의 문제가 하나 생겼다. 바로 코로나19다. 김 구청장은 자칫 몸과 마음이 삭막해질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삶의 질’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기준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여가를 보내는 대신, 쾌적하고 안전하게 ‘쉼’을 누릴 수 있는 공원을 추천했다. 양천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춘 다수의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양천구 면적은 17.4k㎡로 이 중 주거 지역이 71.8%인 12.5㎢입니다. 녹지는 23%인 4㎢로 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며 전역에 크고 작은 공원 104개소가 조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특히 연의목공방에서 700m 떨어진 곳에 양천도시농업공원을 작년 4월에 개장했는데, 7000평 규모에 농업체험학습장, 친환경텃밭, 야생초화원, 생태연못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도시 환경을 개선함은 물론 마을공동체 사업과도 연계해 건강, 교육, 공동체 개선 등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양천도시농업공원에서 수확한 채소는 각 동의 취약 계층과 어르신 사랑방에 기부하거나 양천푸드마켓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작년 한 해 동안 기부된 채소들은 300kg이 넘는다. 공원을 가꾸는 재미가 정서적 위안과 함께 공동체 정신을 높이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22년까지 연의목공방 맞은편에 제2의 도시농업공원을 하나 더 개장해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사업들 “양천구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을 말하는 서울시의 축소판처럼 목동과 비목동 간의 지역 격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균형 발전에 대한 밑그림을 구상했고 민선 7기를 열면서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이 균형 발전을 위해 구상한 ‘H-Plan’은, 양천구의 큰 개발 계획을 통해 동쪽(목동)과 서쪽(비목동)이 균형 발전을 이루고 상생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 사업이다. 미래 양천의 30년 발전을 위해 주민들과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동쪽에는 중소기업 혁신 성장 밸리를 조성하고 서쪽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을 개발해 도시 첨단 물류단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쪽은 신정차량기지를 이전 및 개발해 문화 상업 복합 시설을 유치하며 북쪽으로는 국회대로와 차도를 지하화해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정3동의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은 운영사인 서부T&D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 그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경전철 목동선도 서울시와 정부에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발표한 이후, 국토교통부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승인이 끝나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워낙 큰 사업들이라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의 먹거리 사업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려고 합니다.” 자발적인 착한 소비 운동에 감동 김 구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양천구민들에게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다. 구청에서는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응원하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단골집에 미리 ‘착한 선결제’를 한다거나 포장 주문을 하거나, 1+1 구매를 해서 주변 이웃과 나누자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 그 내용이다. “현장에 나가 보면 손님이 너무 없어 힘들다는 사장님이 많은데 ‘주민들이 이렇게 착한 소비 운동을 해주시니 그래도 버틸 힘이 난다’고들 하셨습니다. 그중 한 식당 사장님은 주민들이 방문 포장도 하고 선결제도 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자신도 단골 미용실에서 선결제를 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신용보증 융자 지원 등 여러 가지 정책들을 통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일시적인 지원보다 단골손님들의 응원과 소비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착한 소비’ 캠페인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했을 사업입니다. ‘나도 힘들지만 우리 이웃을 위해 함께 이겨내자, 힘내자’ 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해주시는 주민들을 보면참 감사한 마음도 들고,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은 주민들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니어 구민을 위한 행정 최근 김 구청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니어 구민을 위한 디지털 격차 해소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이용하고, 한 달 평균 30시간이나 시청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뉴스가 가장 많은 채널을 묻는 질문에 50대와 60대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를 지목할 만큼 가짜 뉴스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에서 진짜를 가려낼 수 있도록, 중장년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줄 ‘디지털 문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김 구청장은 로봇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일도 하고 있다. 관내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용 로봇 사업을 도입한 것이다. “어르신 복지관 3개소에 얼굴과 음성 인식이 가능한 카카오톡 교육 로봇인 ‘리쿠’를 40대 보급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님들이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도 적어 매장마다 늘어나고 있는 무인단말기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차표 발매, 영화관 티켓 발매, 무인발급기 이용 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복지관에 설치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김 구청장은 또한 ‘스마트폰 사용 기초 과정’을 시작으로 유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 ‘시니어를 위한 빅데이터 교육’ 등을 실시해 다가오는 스마트 미래 시대에 신중년들이 당당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진행형의 인생 2막 “보통 정년이라고 해서 퇴직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직업에서는 은퇴 후를 ‘인생 2막’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더 일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김 구청장은 양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사업들을 꼼꼼히 챙기면서 양천구민들을 위해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신중년인 김 구청장이 생각하는 시니어로서의 삶은 뭘까. 그녀는 나무와 같다는 말로 비유했다. “울창한 산길을 걷다 보면 주위에 나무가 참 많은데, 이 나무들의 나이를 겉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무는 우리처럼 나이를, 이마나 눈가에 주름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무 속에 나이테로 새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푸른 잎을 꺼내는 것은 똑같죠.” 김 구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성해지는 나무처럼 나이 들수록 더욱 울창하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누군가 와서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포용력과 배려심을 키우는 게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큰 나무처럼 양천의 미래를 책임지며 자신의 나이테를 깊이 새기고자 하는 그녀의 소망이 어떤 봄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 2020-11-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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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플랜테리어의 시작 무엇으로 어떻게?
- 자연이 주는 힐링은 물론 인테리어 효과로도 주목받는 플랜테리어. 어떤 식물로 시작해야 좋을까? 식물 고르기 팁과 추운계절 실내에서 즐기는 테라리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기능별 추천 식물 ㆍ가습효과 ▶ 아레카야자 ㆍ공기정화 ▶ 벵갈고무나무 ㆍ유해가스 제거 ▶ 틸란드시아 ㆍ미세먼지 제거 ▶ 산호수 ㆍ새집증후군 제거 ▶ 스파티필룸 TPO에 맞춘 취향저격 식물 고르기 ㆍ가을, 겨울에 키우기 좋은 식물 ▶ 아가베(용설란), 극락조화, 인도고무나무, 마오리 소포라 ㆍ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식물 ▶ 심비디움, 시클라멘, 제라늄, 호접란, 꽃베고니아 ㆍ수경재배가가능한 식물 ▶ 달개비류, 히아신스, 몬스테라, 아이비, 워터 해리스 ㆍ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 넉줄고사리, 대나무 야자, 아스파라거스, 스킨답더스, 싱고니움 ㆍ꽃, 잎 향기가 좋은 식물 ▶ 감국, 레몬나무, 은방울꽃, 해당화, 라벤더, 타인애플민트 ㆍ잎 모양이 아름다운 식물 ▶ 고드세피아나, 렉스베고니아, 시클라멘, 아이비, 프테리스 내 손안의 정원 테라리엄 만드는 방법 ① 자갈 깔기 ▶ 유리병 바닥에 3cm 정도 자갈을 깐다. 용기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지름은 10~15cm가 적당하다. ② 이끼와 숲 깔기 ▶ 자갈 위에 이끼나 숯을 깐다. 숯을 깔고 그 위에 마른 이끼를 깔 아도 좋다. 숯은 얇게 깔고, 두께는 이끼까지 포함해 1.5cm가 적당하다. ③ 배양토 깔고 장식하기 ▶ 이끼 위에 배양토를 깐다. 용기 높이의 4분의 1 정도가 적당하며 그 위에 이끼를 깔고 흙을 덮어도 미관상 좋다. ④ 마무리와 완성 ▶ 원하는 식물을 보기 좋게 조합하고 주변 장식으로 마무리한다. ✽테라리엄에 키우기 적당한 식물 : 나비란, 푸밀라고무나무, 피토니아, 드라세나, 아스파라거스, 마란타 등
- 2020-10-2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