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담 없이 시작해 바로 느끼는 만족감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다이어리에 스티커와 색펜, 장식요소가 들어간 마스킹 테이프 등으로 자신만의 기록을 만드는 취미를 뜻한다. 그런데 이 다꾸가 최근에는 더 넓어졌다. 이제는 다이어리를 넘어 ‘별걸 다 꾸민다’는 뜻의 ‘별다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 대상은 볼펜, 가방, 키링, 이어폰, 텀블러, 키보드, 심지어 꽃까지. 손에 닿는 거의 모든 물건이다. 물건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작은 장식을 붙이거나 조합해 ‘나만의 물건’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이 문화는 특정 물건에 머물지 않는다. ‘볼꾸’, ‘키꾸’, ‘버즈 꾸미기’, ‘키캡 키링(키보드 모양의 열쇠고리)’처럼 대상에 따라 이름이 쪼개지고, 유행은 빠르게 이동한다. 어제는 다이어리였다면 오늘은 이어폰이고, 내일은 또 다른 물건이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꾸미느냐가 아니라, ‘꾸민다’는 행위 자체다.
이 흐름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5층 액세서리 부자재 상가에 가면 이 흐름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과일, 리본, 곰돌이 모양의 작은 파츠(부속품)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고, 청년들은 볼펜 몸체나 키캡을 고른 뒤 여기에 장식을 하나씩 더해 자신만의 물건을 완성한다. 완성된 결과물을 손에 들고 비교하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몇 천 원이면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일러스트 페어에는 디자인 문구와 캐릭터 굿즈를 찾는 젊은 층이 몰린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색감과 캐릭터, 작가의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이다. 소비는 물건이 아니라 취향을 향한다.
이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작가들의 시선도 비슷하다. 이모티콘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리틀영’ 작가는 “별다꾸는 비어 있는 공간에 자신만의 색을 채워 넣는 자기표현 수단”이라며 “단순한 꾸밈을 넘어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위안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쉽고 즐겁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이라는 점이 작가로서도 기쁘다”고 덧붙였다.
리틀영 작가는 일러스트 페어 참가 이후 ‘다꾸 서포터즈’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활동 배경에 대해 “굿즈는 실사용자의 손길이 닿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서포터즈 활동은 창작자인 저와 사용자 사이를 이어주는 소중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함께 완성하는 참여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손안의 물건으로 ‘나’를 만드는 세대
왜 이렇게까지 소소한 물건들을 꾸밀까.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 값이면 나만의 물건이 생긴다. 조합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도 놀이가 된다.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붙일지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 이 물건은 기성품이 아니라 ‘내 것’이 된다.
이 점은 지금 청년들이 처한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취업, 관계, 미래처럼 중요한 문제는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반면 손안의 작은 물건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완성할 수 있다. 꾸미기는 취향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통제감을 얻는다. 짧고 확실한 성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같은 모습은 세대 간 관계에서도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가수 이찬혁이 어머니와 함께 다꾸숍을 찾는 장면이 방송됐다. 어머니의 취미를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서로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의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을 움직이며 꾸미는 과정은 부담이 적고, 완성된 결과물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스티커와 색감, 작은 장식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예쁘다”, “이 색이 좋다” 같은 말에서 관계가 풀 실마리가 생긴다.
유행은 빠르게 소비되고, SNS를 통해 공유되며, 때로는 보여주기식 소비로 흐르기도 하지만, 이 현상을 단순히 ‘과한 소비’로만 보기는 어렵다. 사실 시니어에게도 이런 꾸밈 문화가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사람들은 가방에 열쇠고리를 달고, 휴대전화에 줄을 걸고, 소지품에 작은 장식을 더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지금은 그 대상이 더 세분화됐고, 방식이 더 빠르고 다양해졌을 뿐이다.
결국 ‘별다꾸’는 물건을 꾸미는 문화가 아니다. 작은 물건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가장 가까운 물건에 자신의 취향과 감정을 담는 일. 그 결과가 지금의 ‘별걸 다 꾸미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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