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아티스트와 99세 디자이너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캠페인 ‘킵 스위밍 위드 BTS(KEEP SWIMMING with BTS)’가 주목받고 있다. 짧은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캠페인은 정규 5집 ‘아리랑’ 타이틀곡 ‘스윔(SWIM)’이 전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 철학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전하기 위해 BTS가 선택한 방식은 ‘사람의 이야기’다. 박찬욱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인물로 등장한 이는 한국 패션의 시작을 만든 디자이너 노라 노(Nora Noh)다.
1928년에 태어난 노라 노는 ‘원로 디자이너’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인물이다. 한국전쟁 이후 아무것도 없던 시기에 패션이라는 개념을 개척하며, 한국 최초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만든 주역이다.
그녀는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을 읽고 주인공 ‘노라’처럼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본명 노명자 대신 노라 노라는 이름을 택했다. 이름에서부터 이미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정신은 100세에 가까운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그녀는 90대에도 현역으로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로 ‘건달 정신’을 꼽는다. 잘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 즉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며 욕심보다 즐거움을 택하는 삶의 방식이 그녀를 쉼 없이 움직이게 했다.
그녀의 행보는 언제나 ‘처음’
한국 최초의 패션쇼 개최하고 해외로 진출

이러한 '건달 정신'은 거침없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행보는 언제나 한국 패션사의 ‘처음’을 장식했다.
1956년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고, 가수 펄시스터즈의 판탈롱과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스타일링으로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꿨다. 배우 최은희, 김지미, 엄앵란의 영화 의상 역시 그녀의 손에서 탄생했다. 해외 무대에서도 한국적인 미를 알리는 데 힘썼다. 대표작 ‘아리랑 드레스’는 전통 한복의 선과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1959년 미스코리아 오현주와 외교 무대를 통해 한국적 미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해피고잉', 노라 노는 현재진행형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그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멈춤을 선택하는 나이에도, 그녀는 여전히 디자인을 고민하고, 전시에 참여하며, 새로운 세대와 호흡한다. 이 지점에서 BTS와 노라 노는 만난다. 세대도, 분야도 다르지만 두 존재가 말하는 가치는 같다. 계속하는 힘, 그리고 멈추지 않는 태도다.
이 메시지는 고령 세대에게도 자연스럽게 닿는다. 나이는 삶을 정리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여전히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일 수 있다는 것. 지금의 삶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 아니면 여전히 앞으로 흐르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한다.

현재 경운박물관에서는 노라 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부터 대표작 등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아리랑 드레스’를 비롯한 시대별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패션의 변화와 함께 한 디자이너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전시는 옷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낸 이야기이자 기록이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조금씩 전진하며, 해보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단단한 마음은 노라 노가 평생에 걸쳐 보여준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단단한 태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다시 앞으로 헤엄쳐 나갈 용기를 건넨다.
전시 정보
노라 노 : 퍼스트 앤 포에버(First & Forever)기간 2026.03.21.(토)~2026.07.16.(목)
장소 경운박물관(서울 강남구 삼성로 29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관 1층)
시간 월요일~토요일(10:00~16:00) 매주 일요일, 5/5 어린이날 휴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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