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 넘는 긱 워커 플랫폼 ‘탤런트뱅크’

기사입력 2021-12-28 08:37 기사수정 2021-12-28 10:12

[실버 스타트업] 고경력‧고스펙 전문가와 기업 매칭하는 '일자리 중개 플랫폼'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대수명에 따라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할 날도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은퇴를 미루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이에 은퇴한 시니어들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탤런트뱅크는 ‘긱 경제’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 중개 플랫폼으로, 고경력·고스펙 전문가와 기업을 매칭한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

현재 우리 사회는 건강과 전문성이 온전하더라도 20~30년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은퇴해야 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지식이나 기술 등 능력치가 충분함에도 수십 년에 달하는 노년을 경제활동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는 시니어들이 많다.

이렇게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 전문가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있다. 탤런트뱅크는 수십 년간 전문 분야 경력을 쌓아온 시니어들과 기업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 모기업 ‘휴넷’의 사내벤처 형식으로 출범했다.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

탤런트뱅크 서비스의 바탕에는 ‘긱 경제’(Gig Economy) 개념이 존재한다. ‘긱 경제’란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별로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리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프로젝트의 ‘문제 해결’ 방식에 초점을 맞춰 비효율적인 채용을 줄이고, 구직자는 원하는 업무와 시간을 선택해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긱 경제의 핵심이다. 탤런트뱅크는 전문인력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에 고도의 비즈니스 문제가 닥쳤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프로젝트별로 매칭한다.

탤런트뱅크는 출범 이후 국내 ‘긱 경제’ 시장의 성장과 고용 패러다임 변화로 사업이 크게 확장하며 지난해 말 별도법인으로 분사했다. 사업 초반에는 고령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은퇴 전후의 전문가에 우선 주목했지만, 현재는 ‘긱 경제’의 성장으로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전문가들이 탤런트뱅크를 찾고 있다. 등록 전문가 수는 1만 명을 돌파했고, 그중 서류전형과 1:1 심층 인터뷰 등 까다로운 내부 검증 시스템을 통해 인증받은 전문가는 4000여 명 수준이다. 현재 프로젝트 의뢰 수는 3000여 건에 달한다.

전문가와 기업 모두 만족도 높여

탤런트뱅크 서비스는 은퇴 후 새로운 조직과 환경에서 업무를 보는 시니어 전문가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다. 공 대표는 “인생 1막을 마친 전문가들에게 2막에 대한 대안은 없는 게 현실이다”라며 “은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데, 탤런트뱅크는 전문성을 살리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은퇴하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시니어들은 풀(full) 에너지에서 벗어나 원하는 시간, 주기, 형식 전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긱 워커’의 삶에 더 만족하는 경향도 있다. 전문성을 갖췄다면 기존 연봉보다 높은 수입을 얻기도 한다. 공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라면 주 1회 일하고 월 400~500만 원의 임금을 받기도 한다”며 “긱 워커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맡으면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지식·능력으로 자유로운 일상도 즐기고 전문성도 살려 일할 수 있는 것이다.

탤런트뱅크의 서비스는 재의뢰율이 60%를 넘어설 만큼 기업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탤런트뱅크만의 강점은 ‘고급’, ‘검증’, ‘신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까다로운 내부 검증 시스템으로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 전문가의 역량, 근무 조건, 인성 등을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은 기업과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방법에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발전을 돕는다. 공 대표는 “단순히 헤드헌터가 인재를 추천하는 수준이 아니라, 해결이 필요한 ‘문제’에 맞는 전문가를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미리 차단한다”며 “이에 따라 한 기업이 동일한 전문가를 반복해서 의뢰하다가 채용하는 경우도 다수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양성도 목표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100년 넘게 사는 장수 시대에는 평생직장에 취직해 60세 전후 은퇴하는 현재 시스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종과 직장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에 탤런트뱅크는 전문가 교육을 통해 전문가들을 양성·육성할 예정이다. 공 대표는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전문가’와 ‘전문가가 될 사람’이다”라며 “현재 탤런트뱅크는 ‘전문가’에 집중해 서비스를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는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탤런트뱅크는 향후 ‘온라인 자문 서비스’, ‘전문가 서베이 기반 시장 리포트’ 등 더 발전된 서비스 개발로 다양한 서비스와 고용 형태를 제공하여 긱 경제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위드 코로나’와 함께 독립적으로 일하는 방식인 ‘긱 워커’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 대표는 은퇴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인생 1막이 끝나도 2막이 있다. 그동안은 2막을 시작할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고, 당신이 쌓아온 전문성을 발휘할 서비스와 기회들이 나오고 있다”라며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본인의 전문성으로 세상과 오래 소통하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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