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병원 진료와 일상생활을 챙기느라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는 직원에게 회사의 휴직 규정과 근로시간 조정 방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일본에서 나왔다. 직원 개인의 상담을 넘어 기업이 조직 전체의 돌봄 부담과 퇴직 위험을 파악하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고령친화기술 기업 시디아이(CDI)는 일과 가족 돌봄을 병행하는 직장인을 지원하는 기업용 AI 서비스 'SOIN-L(소완 엘)'을 지난달 31일 출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직원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하루 24시간 AI와 상담할 수 있으며, 인사 담당자는 조직 전체 차원에서 집계된 돌봄 부담과 업무 능률 저하 위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회사의 취업규칙과 가족돌봄휴직 규정을 미리 입력해 두면 직원의 상황에 맞춰 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선택근로시간제 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일반적인 법·제도 설명에 그치지 않고 해당 회사의 규정에서 관련 조항을 찾아 답하는 방식이다. 직원이 인사 부서에 직접 문의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부터 정보를 얻도록 해 돌봄 부담이 퇴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AI는 CDI가 개발한 돌봄계획 지원 시스템 'SOIN'과 연동된다. 회사 측은 장기요양이 필요한 사람과 관련한 자료 90만 건 이상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가족의 건강 상태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 노쇠 위험과 앞으로 돌봄이 필요해질 가능성을 분석하고, 상담 내용과 준비 사항을 보고서로 정리해 준다.
이 배경에는 일본의 심각한 개호(돌봄) 퇴직 문제가 있다. 고령화가 깊어지면서 부모 돌봄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근로자가 늘었고, 핵심 인력의 이탈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부모와 배우자 등의 질병·사고·노령을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가족돌봄휴직 제도가 있다. 현행법상 연간 최장 90일까지 나눠 쓸 수 있으며, 한 번 사용할 때는 30일 이상이어야 한다. 긴급한 돌봄이 필요할 때는 연간 최장 10일의 가족돌봄휴가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이용은 드물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인용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한 직원이 있는 사업체는 전체의 1.5%였다. 가족돌봄휴가 사용 실적이 있는 사업체도 2.4%에 그쳤다. 육아휴직과 달리 가족돌봄휴직에는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별도의 법정 급여가 없어 원칙적으로 무급이라는 점도 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서도 일과 돌봄을 병행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기업 차원의 지원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이 서비스는 그런 고민에 참고할 만한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