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일본 시니어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요양과 교류 기능을 갖춘 ‘시니어 전용 주거’로 옮기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이사 검토층이라도 50대는 일반 주택을 원하거나 아직 주거 형태를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70대 이상은 3분의 2가 시니어 전용 주거를 택했다. 연령에 따라 원하는 집의 형태가 뚜렷하게 갈린 것이다.
일본 시니어 소셜미디어 ‘취미인클럽’을 운영하는 오스탄스가 50대부터 70대 이상 회원과 일반인 139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응답자 가운데 현재 이사를 검토 중인 사람은 22.4%인 312명이었다.
이사 검토층이 원하는 집의 형태는 연령대별로 판이했다. 50대 71명 가운데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0.8%로 가장 많았다. ‘일반 아파트·주택’은 29.6%, 시니어 전용 주거는 22.5%였다. 60대 164명 중에서는 시니어 전용 주거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32.9%로 일반 주택 24.4%를 앞질렀다. 70대 이상 77명에 이르면 시니어 전용 주거 선호가 66.2%로 치솟았고, 일반 주택은 5.2%로 떨어졌다.
일본에서 시니어 전용 주거는 서비스 제공 고령자주택과 시니어용 분양·임대주택, 요양형 유료노인홈, 케어하우스, 특별양호노인홈 등을 아우른다.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주택과 실버타운부터 요양시설까지 다양한 주거 유형에 해당한다.
이런 격차는 단순한 취향 차이만으로 보기 어렵다. 50대에게 노후 주거는 아직 먼 미래의 문제지만, 70대에 접어들면 만성질환과 거동 불편, 배우자 사별에 따른 단독 거주 등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서는 ‘건강할 때나 요양이 필요할 때 모두 안심할 수 있는 환경’과 ‘같은 세대와 부담 없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이상적인 노후로 꼽은 사람일수록 시니어 전용 주거를 원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자연이 풍부한 곳’이나 ‘도심에서 가까운 곳’ 등 입지 조건을 중시한 응답자의 시니어 주거 선호는 전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령층의 선택을 가르는 것은 경치나 교통 같은 입지 조건만이 아니었다. 건강이 나빠져도 같은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는 ‘끊김 없는 돌봄’과 또래와의 관계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 집의 물리적 조건보다 돌봄과 교류의 지속성이 주거 선택의 핵심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이사 검토층이 가장 많이 공감한 계기는 ‘장래의 나에게 맞는 생활에 미리 익숙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응답률은 53.8%였다. 질병과 부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다는 응답 36.2%나 건물 노후화와 방재가 걱정된다는 응답 31.7%보다 높았다.
주목할 대목은 현재 집의 소유 형태에 따라 이사 의향이 크게 갈렸다는 점이다. 임대아파트 거주자의 이사 검토율은 45.3%로, 148명 가운데 67명이 이사를 고려하고 있었다. 반면 자가 단독주택 거주자는 710명 가운데 115명인 16.2%만 이사를 검토했다. 자산이 집에 묶여 있고 이사에 큰 비용과 수고가 드는 자가 보유자일수록 노후 주거를 바꾸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서는 최근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확대가 고령 1주택자의 주거 이동을 압박할 수 있다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에는 만 65세 이상 1주택자가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옮기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담겼다. 야권과 일부 고령 주택 보유자들은 종부세 부담을 높인 뒤 지방으로 이주하면 양도세를 깎아주는 구조가 사실상 “집을 팔고 타지로 떠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 조사에서 임대주택 거주자는 이사에 적극적이었지만, 자가 단독주택 거주자는 소극적이었다. 정작 주거 이동이 어려운 집단이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택에 묶인 자가 보유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세 부담으로 이주를 유도하더라도 살던 곳을 떠나기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겨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내에서도 은퇴자마을과 대도시형 고령친화도시 등 다양한 주거·도시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고령자 주거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동시키느냐보다, 당사자가 건강과 생활 방식에 따라 살던 곳에 남을지 새로운 곳으로 옮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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