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삶의 끝까지” 日, 가족 없는 고령자 ‘종신지원’ 본궤도

입력 2026-09-29 07:00

정부 지침 이어 민간 우수사업자 8곳 첫 선정… 불만 접수·사후 관리체계 구축

▲일본 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가 지난 25일 제1기 우수사업자 8곳을 선정하고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번 인증은 가족이 없는 고령자의 신원보증과 생활지원, 사후 절차 등을 담당하는 민간사업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 제공.)
▲일본 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가 지난 25일 제1기 우수사업자 8곳을 선정하고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번 인증은 가족이 없는 고령자의 신원보증과 생활지원, 사후 절차 등을 담당하는 민간사업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 제공.)

일본에서 의지할 가족이 없는 고령자의 일상생활과 의료·돌봄, 사후 절차를 지원하는 민간사업자에 대한 인증제도가 본격 가동됐다. 일본 정부가 2024년 마련한 사업 운영 지침을 토대로 업계가 직접 우수사업자를 선정하고 이용자 불만을 접수하는 체계까지 갖추면서 민간 종신지원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일본 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25일 제1기 우수사업자 8곳을 선정해 발표하고, 이용자 불만 접수 창구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들은 일본 정부의 ‘고령자 등 종신지원사업자 가이드라인’과 협회가 별도로 마련한 정회원 심사 기준을 충족하고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쳤다. 일본에서 30년 이상 운영돼 온 민간 종신지원 사업에 업계 차원의 공통 심사 기준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지난해 8월 설립됐다. 당시 협회 설립을 주도한 구로사와 시즈노 이사장은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을 전제로 설계된 일본의 의료·복지 체계가 변화하는 가족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오랫동안 모든 시스템이 ‘가족’을 전제로 짜여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이 없는 고령자, 자녀와 관계가 단절된 고령자가 너무나 많다”며 “이제는 개인 중심의 돌봄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돌봄부터 장례까지… 가족 대신하는 종신지원

종신지원 사업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다. 고령자가 건강할 때 자신의 의사에 따라 민간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향후 의료·돌봄과 일상생활, 사망 이후의 절차 등을 맡기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병원 입원이나 요양시설 입소 시 필요한 신원보증이다. 가족이 담당하던 긴급연락과 입·퇴원 수속, 일상적인 금전관리, 의료·복지기관 연계 등을 지원한다. 사망 이후 장례와 유골 안치, 행정처리까지 서비스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홀로 생활하던 고령자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계약한 사업자가 입원 수속과 긴급연락을 지원한다. 퇴원 후 자택 복귀가 어려워지면 요양시설 입소와 돌봄서비스 연결을 돕는다. 재산 처분 등 법적 권한이 필요한 사안은 별도의 후견계약과 법적 절차를 통해 처리하며, 사망 이후에는 생전에 약정한 장례와 행정절차를 이행하는 구조다.

이처럼 종신지원은 단순한 신원보증을 넘어 가족이 수행하던 여러 역할을 민간 서비스와 법적 제도를 통해 연결하는 사업이다. 다만 모든 사업자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지원 범위는 개별 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선 배경에는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고령자의 증가가 있다. 일본 내각부가 2026년 발표한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가구는 2760만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50.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령자 1인 가구는 903만1000가구로, 고령자가 있는 가구의 32.7%에 달했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자녀가 없는 고령자가 2024년 459만 명에서 2050년 1032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없는 고령자는 371만 명에서 834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민간 종신지원 사업도 확대됐다. 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관련 사업이 시작된 지 30년 이상 지났으며, 현재 사업자는 전국적으로 4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고령자의 재산과 생활을 맡는 사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업계 전체를 감독하는 전담 행정기관이나 통일된 규제체계는 마련되지 않았었다.

특히 종신지원은 마치 신탁과 같이 계약 체결 당시 비용을 미리 맡기고 수년 또는 수십 년 뒤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가 있어 일반적인 돌봄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사업자가 맡은 돈을 적절하게 관리하는지, 계약 당시 약속한 서비스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지, 이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계약 내용이 지켜지는지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로 일부 민간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맡은 자금을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부적절하게 관리하다 파산하면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구로사와 시즈노 이사장.(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 제공)
▲구로사와 시즈노 이사장.(전국고령자등종신서포트사업자협회 제공)

업계 자율인증으로 사업자 신뢰 확보 나서

이에 일본 정부는 2024년 내각관방을 중심으로 후생노동성, 법무성, 금융청, 소비자청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고령자 등 종신지원사업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민간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운영 기준을 마련하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구로사와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종신지원 사업의 특성상, 소비자 보호 및 사업자 관리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토록 많은 부처를 참여시켜 민간업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의 자기결정권 보호와 자산 보전을 위한 제도적 첫걸음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협회는 정부 지침을 토대로 자체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올해 6월 9일부터 정회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인증 심사에는 변호사와 전직 판사·공증인, 금융기관 출신 전문가, 후생노동성 출신 민간 고령자 서비스 전문가 등 외부 심사위원 4명이 참여했다. 정부 지침 준수 여부뿐 아니라 협회가 마련한 자체 기준을 바탕으로 사업자의 운영체계를 심사하는 방식이다.

협회는 인증과 함께 이용자 불만을 접수하는 창구도 개설했다. 접수된 사례는 재발 방지를 위해 회원사에 공유하고, 정회원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개선 요구와 회원 자격 정지·박탈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접수 내용은 향후 정회원 자격 유지 심사에도 반영한다.

협회는 정기 교육을 통해 회원사의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고, 인증사업자가 일본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도쿄도 네리마구와 아이치현 고마키시 등과 포괄적 협력협정을 체결했으며, 앞으로 다른 지자체와도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증제도는 정부가 직접 사업자를 허가하거나 보증하는 방식이 아닌, 업계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다. 일본은 정부 지침 마련에 이어 민간사업자 인증과 사후 관리체계를 구축하면서, 가족이 맡아온 역할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통합돌봄을 본격 시행한 한국 역시 기존 제도로 포괄하기 어려운 돌봄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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