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이직으로 숙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기업들이 중장년 채용에서 돌파구를 찾은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반도체 부품 수리 현장에서는 중장년의 기술 습득 능력을 확인했고, 자동차 물류기업은 지원자의 경력과 역량을 보고 채용 직무와 인원을 바꿨다. 기업들은 채용 성과가 장기근속으로 이어지도록 교육과 정년 이후 고용을 뒷받침할 제도도 요구했다.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내일센터는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 경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와 함께 1일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중장년과 기업의 미래 고용 포럼’을 열었다. ‘지속가능한 내일, 같이 만드는 일자리’를 주제로 기업의 채용 경험과 중장년 재취업 사례를 공유하고 지원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미선 경기중장년내일센터장은 사업 소개를 통해 “지역 기업의 채용 수요에 맞춰 반도체, 자동차 유통·정비, 물류·시설관리 분야의 직무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센터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에게 경력상담과 재취업·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며, 기업에는 인재 추천과 정년 이후 계속고용을 위한 제도 설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장년 장기근속 위한 장려 제도 검토해야”
기업 사례 발표에서 반도체 진공밸브를 수리·재생하는 선린의 오수연 대표는 “나이 든 분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실력으로 해소해 줬다”고 말했다. 청년 직원의 잦은 퇴사로 기술 전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선린은 센터와 연계한 초기 채용에서 6명 중 5명이 정착하는 성과를 얻었다.
오 대표는 센터 컨설턴트가 현장을 살피고 구직자를 추천해 준 것이 채용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했다. 오 대표는 자재·입출고 담당자가 재고 관리용 전산시스템(ERP)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어 일주일 만에 퇴사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채용 전에 직무 적합성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전산·관리 직무는 실무 능력을 미리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장기근속을 위한 현실적인 장려금이 필요하다”며 기업 규모를 고려한 지원을 요청했다. 숙련 근로자가 공정 개선과 업무 표준화를 이끄는 관리자로 성장하려면 현장 실습을 결합한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공공기관에서 이미 이수한 법정의무교육을 기업에서도 인정해 중복 교육의 부담을 줄여 달라는 제안도 내놨다.
자동차 물류기업 스타오토케어의 김지나 실장은 “회사는 나이가 아니라 경험을 선택했다”며 “중장년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현장이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차 출고 전 품질검사 직무에 지원한 구직자를 영업·고객 대응 경력에 맞춰 마케팅·사업기획팀으로 채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류사무직도 지원자들의 역량을 보고 채용 인원을 당초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센터와 협력해 채용한 중장년은 5개 직무에서 20명 이상이다.
스타오토케어는 2027년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실장은 임금·인사제도 설계를 돕는 컨설팅과 중장년 신규 채용 장려금 확대를 제안했다. 차량 운송 트럭 운전과 자동차 유리 필름 시공 등 전문 직무에 맞는 인력을 찾을 수 있도록, 센터와 기업이 채용 수요를 수시로 공유하는 협력 체계도 요청했다.

“기업의 인력 수요 파악해 교육과 채용 연결해야”
재취업 사례를 발표한 이철원 씨는 “혼자 버티지 말고, 센터 컨설턴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센터 상담을 통해 경력과 자격증을 모두 나열하던 이력서를 지원 직무에 맞춰 수정하고, 이후에도 면접 결과와 자격증 취득 소식을 컨설턴트에게 꾸준히 전하며 도움을 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25년간 정보기술(IT)·교육 분야에서 일한 그는 시설관리 자격증을 따며 전직을 준비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경력을 살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 재취업했다. 이 씨는 “경력을 놓고 전직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에게 가장 유리한 것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었다”며 “경력의 끈은 놓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철원 씨는 올해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실시한 ‘다시 시작하는 중장년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미진 경기중장년내일센터 선임컨설턴트는 ‘중장년 경력지원제’를 통해 사무직에서 퇴직한 60대가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살려 검사원으로 재취업한 사례를 소개했다. 경력지원제는 자격증을 따거나 교육을 수료했지만 해당 분야 실무 경력이 부족한 만 50~65세 미취업자가 최대 12주간 기업에서 일을 배우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79명이 41개 기업과 연결됐다.
김 선임컨설턴트는 기업의 인력 수요를 미리 파악해 교육과 채용을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직무와 인력을 미리 알려주면 그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수료생을 연결해,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 맞지 않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청 서류 간소화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종합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최영섭 원장은 기업이 중장년에게 앞으로 10년, 20년 일할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력지원제에서도 이전 직무의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힐 것을 제안했다.
김진실 한국스킬문화연구원장은 나이보다 실제 업무 능력을 중심으로 채용과 지원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과 교육, 현장 경험, 채용 이후 정착과 계속고용까지 지원을 이어가고, 모든 직무교육에 AI·디지털 활용을 접목할 것을 제안했다.
김미선 센터장은 “중장년이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려면 다양한 정보가 필요한데, 정보를 얻는 방법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지원정책 설명회와 구직자 대상 직무설명회에서 시작된 만남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졌다며, 기업의 인력 수요와 구직자의 경력을 연결한 센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