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6

[현장에서] 대체육 넘어선 비건 한 끼, 중장년 관심 쏠려

입력 2026-10-16 16:22

제11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 ‘비마카세’로 입맛 사로잡아

▲비마카세에서 선보인 비건 한 상. 잡곡밥과 식물성 대체육, 제철 채소 요리 등을 담았다.(윤나래 기자)
▲비마카세에서 선보인 비건 한 상. 잡곡밥과 식물성 대체육, 제철 채소 요리 등을 담았다.(윤나래 기자)

“채식을 맛있어서 하는 거야?, 살려고 하는 거야?”

공장에서 일하는 비건 인플루언서 초식마녀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40대 초반인 그는 아침을 거르고 일찍 출근하거나 식단을 채식으로 꾸리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때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들은 채식에 관심을 보이며 이유를 묻곤 한다. 초식마녀는 “살려고 먹는데 맛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10월 16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제11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 현장에는 채식을 생활 속 선택지로 살펴보려는 관람객이 모였다. 비건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과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비건 소비층이 중장년으로 넓어지는 흐름도 읽혔다.

대체육 넘어 식물식의 맛을 경험하다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인 ‘비마카세’는 참가업체의 식재료를 활용해 비건 요리를 선보이는 미식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3인의 셰프가 3일간 선보이는 3인 3색 비마카세’로 구성했다. 16일 프로그램은 식물성 요리와 웰니스 푸드를 연구하는 조원경 마나토미 대표가 맡았다.

▲비마카세 행사에서 김종훈 비건페스타 대표와 조원경 마나토미 대표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윤나래 기자)
▲비마카세 행사에서 김종훈 비건페스타 대표와 조원경 마나토미 대표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윤나래 기자)

한 상에는 파로와 퀴노아, 귀리, 현미를 섞은 잡곡밥과 식물성 불고기, 쌀가루와 콩 단백질 패티를 활용한 비건 커틀릿이 올랐다. 당근 라페에는 제주 감귤 마멀레이드와 오렌지 껍질을 더했고, 무 대신 사과와 배를 넣은 깍두기도 곁들였다. 땅콩호박과 단호박, 두유로 만든 수프는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다. 사과와 배의 산뜻한 단맛이 어우러진 깍두기 역시 눈길을 끌었다.

비마카세 시식 행사에 참여한 한국비건인증원 황영희 대표는 비건 식단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고 봤다. 초기에는 고기 대체식품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채소와 곡물 등 식물성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비마카세 메뉴는 식물성 재료를 조합해 익숙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조원경 대표는 비건 음식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식이거나 당 함량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식물성 원료를 썼더라도 제품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성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제11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 현장. 식물성 식품과 비건 생활용품을 선보이는 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윤나래 기자)
▲제11회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 현장. 식물성 식품과 비건 생활용품을 선보이는 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윤나래 기자)

중장년 발길 이어져…비건 관심도 생활 전반으로

비건페스타 김종훈 대표는 40~50대의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60대는 먹는 것뿐 아니라 입고 바르는 제품, 일상에서 사용하는 비건 제품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서 비건 정보를 접하는 층은 여전히 젊은 세대가 많지만, 행사 현장에서는 중장년 관람객의 참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식마녀의 일터에서 오간 질문은 비건 식단이 낯선 사람에게도 ‘맛’이 중요한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식단이 맛있는 경험으로 이어질 때 관심이 생활 속 선택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에 간 비건 시리즈의 한 장면.(초식마녀 인스타그램 갈무리)
▲공장에 간 비건 시리즈의 한 장면.(초식마녀 인스타그램 갈무리)

행사장에서는 문가네 가루된장도 관심을 모았다. 문봉준 연구실장은 가루된장을 물에 타 차처럼 마시거나 국·찌개·드레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식물성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이 요리의 범위를 넘어 간편식과 조미료 등으로 넓어지는 모습이었다.

비건 식품과 생활용품을 둘러보는 관람객의 발길 속에서, 채식은 특정 세대의 식단을 넘어 다양한 연령층이 맛과 생활방식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선택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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