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복지국가 상태가 아닙니다. 노동시장이 너무 불평등하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미래가 보장됩니다. 그렇지 못한 계층은 기회를 얻지 못하죠. 특히 부모가 교육비를 내지 못하면 가난이 대물림됩니다.
제가 15년 전부터 이런 얘기를 했는데 개선이 굉장히 느립니다.”저서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최근 방한한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학교 교수는 2일 서울 중구 봉래동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한국 복지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최근 3년 사이에만 3차례 방한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소르망 교수는 “꼭 서유럽식 보편적 복지국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장 위급한 보건, 실업문제를 비롯해 삶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위험요소 대비를 위해 기본적 복지가 돼야 한다”며 “한국은 이 부분에서 너무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부터 우선 가난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뒤로 밀렸지만 이제 한국은 가난하지 않다”며 “이런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경제 번영의 기본이 돼야 하지만 한국은 복지의 기본이 안 돼 있고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복지에 대해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사회적 압력이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며 “한국은 복지국가를 더 발전시키면서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하는데 아주 강한 사회적 압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르망 교수는 미국의 기부문화를 1년간 취재한 내용을 담은 자신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국가나 기업이 담당할 수 없는 부분에서 박애주의를 기반으로 한 민간 기부는 혁신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모든 이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지만 마약 퇴치나 중독자 지원 프로그램 등은 국가가 운영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것들을 민간에 넘겨서 더 경쟁적인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부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비정부기구(NGO)들이 기부금을 올바르게 배분하는지 관리할 독립적 기구를 설치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띤 NGO 활동가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