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의 봄은 산수유로부터 느낀다. 산수유의 노란색이 눈에 밟히고, 베란다 밖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개나리가 한껏 부풀어 오르면 봄이 왔다는 설렘이 느껴진다. 올해는 유난히 기후 변덕이 심해 개나리꽃이 핀 다음 잎이 나기도 전에 벚꽃이 피고, 벚꽃이 만개하기도 전에 꽃샘추위가 오고, 다시 외투 안에 반팔을 입어야 할 만큼 덥고, 참 유별난 봄인 것 같다.
이 좋은 시기에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애들과 오랜만에 시내구경에 나섰다. 큰애는 외출보다는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것이 좋은지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그렇게 앞장서서 걷다 신호등 앞에서 대기하면서 주변 화단을 보며 한 마디를 한다.
사진 속 화단은 나무의 생육심도를 확보하기 위해 마운딩한 것으로 보인다. 조경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마운딩을 하는데, 첫 번째는 수목의 생육환경을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마운딩 자체의 기능을 위해서다. 수목의 생육환경을 위한 마운딩은 지반이 생육하기 힘든 경우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같이 지하에 주차장 등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는 인공지반의 경우 충분한 토양 깊이를 확보해줘야 식물들이 잘 살 수 있다. 식물별로 최소 살 수 있는 토양의 깊이(생육심도)는 잔디같은 초화류는 30cm, 철쭉같이 키 작은 나무는 45~60cm, 배롱나무같이 뿌리가 옆으로 자라는 천근성 수목은 90cm, 소나무같이 뿌리가 깊이 자라는 심근성 수목은 150cm 이상의 토양 깊이를 확보해 줘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단지에서 대형 교목을 식재하는 경우 대부분 마운딩을 한다. 이 밖에 지반이 바다를 매립해 만든 곳인 임해매립지이거나 쓰레기 매립지, 혹은 기존 지반이 파쇄암이나 자갈이 많이 섞인 경우 꼭 마운딩을 해서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임해매립지의 경우 염분이 지하수위의 상승에 따라 올라올 수 있으므로 염분차단용 자갈층을 두거나 염해차단제를 둬 사전에 방지를 해야 한다. 마운딩 기능으로는 경관, 차폐, 방음 등이 있다. 경관용 마운딩은 흔히 공원에서 볼 수 있는데, 지형적으로 입체감을 줄 수 있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차폐용 마운딩은 쓰레기매립지나 하수처리시설 같은 혐오시설에 많이 사용한다. 방음용 마운딩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조성하는 경우다. 조성 방법으로는 소음이 발생하는 쪽으로 가까이 높게 쌓으며, 마운딩 상부와 주변에는 식재할 수 있도록 평평하게 한다. 식재 시 하층목, 중층목, 상층목을 지엽이 치밀한 수목으로 조밀하게 식재해 방음 기능성을 높이고, 소음으로 피해를 받는 곳(주거단지 등)이 가까운 경우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방음벽을 따로 설치한다. 이렇게 방음용 마운딩과 식재, 방음벽 등이 설치된 경우는 최근에 조성된 주거단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김대환 트리디비 유통사업부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