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렇게 참는다] 아내는 쇼핑의 여왕

기사입력 2016-07-06 13:31 기사수정 2016-07-06 13:31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은 아내가 가장 애용하는 곳이어서 필자도  쇼핑 사역을 여러 차례 해봤다. (손웅익 동년기자)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은 아내가 가장 애용하는 곳이어서 필자도 쇼핑 사역을 여러 차례 해봤다. (손웅익 동년기자)
쇼핑하는 아내를 따라다니는 것은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의 스트레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중국 어느 백화점에서 쇼핑광 애인을 따라다니던 청년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자살한 일이 있었다. 양손에 쇼핑백을 잔뜩 든 채로 몇 시간 동안 따라다니다가 난간에서 몸을 날린 사건이었다.

필자는 결혼 초부터 아내와 쇼핑을 나갔다가 온전한 정신으로 집에 들어온 기억이 거의 없다. 쇼핑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성질이 대폭발해서 심지어 따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뭔가 사려고 마음먹고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가면 그 제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서 오면 된다. 그런데 아내는 곧바로 필요한 제품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고 엉뚱한 것을 보고 다닌다. 심지어 필자 와이셔츠를 사러 가자고 해 놓고 여자 옷 코너를 다 돌고 가전제품, 가구, 화장품 코너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나서 마지막에 와이셔츠매장으로 간다. 와이셔츠도 행사상품 매대에서 한참 동안 고른다.

그나마 저렴한 제품은 이 정도의 과정으로 구입하나 조금 가격이 나가는 제품을 아내가 사는 과정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일단 이 경우도 목적한 제품이 있는 층으로 곧바로 가지 않는다. 여기저기 상관없어 보이는 제품을 둘러 본 후에 해당 제품을 보러 간다. 그리고는 꼼꼼하게 살핀 후 그냥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 여러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동일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다. 그러고 나서 백화점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아내의 이런 쇼핑 행태는 필자를 극도의 스트레스로 몰아간다. 특히 이해 가지 않는 것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돌아다닌 시간과 교통비 등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곧바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면 시간도 줄이고 교통비도 절약하는 효과가 있을 텐데 시간, 돈 낭비하면서 굳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내는 이상하게도 쇼핑갈 때마다 필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과 마지막에는 서로 얼굴을 붉힌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매번 쇼핑을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럴 때마다 따라나서는 필자가 더 이상한 인간임이 틀림없다.

몇 년 전 그날도 아내가 옷 하나를 살 게 있다면서 쇼핑을 가자고 했다. 할인점 하나를 통째로 다 돌고 나서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면서 다른 할인점을 가자고 할 때부터 필자는 이미 자제력을 잃고 있었다. 다른 할인점도 여기저기 다 구경하고 나서 옷 코너로 가더니 통로에 놓인 매대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 서서 바라보면서 감정을 자제하고 있던 필자는 그날 드디어 득도[得道]하게 되었다. 할인점에서 옷 하나 고르는 데도 저렇게 신중하고 따지고 하는 여자. 그러고 보니 그동안 쇼핑 나와서 다툰 것이 모두 아내의 그런 신중함과 꼼꼼함 때문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심장에서 ‘징’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평생 반려자로 필자를 택하려고 했을 때는 얼마나 신중에, 신중을 기했을까. 그날 이후 아내와 쇼핑하러 다니는 것이 더는 필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어른의 MUT(멋):] 니트에 얽힌 이야기
    [어른의 MUT(멋):] 니트에 얽힌 이야기
  • 축의금과 생활비, 결혼으로 인한 세금 해법은?
    축의금과 생활비, 결혼으로 인한 세금 해법은?
  • 김수환·이어령, 그들은 왜 추앙받았나
    김수환·이어령, 그들은 왜 추앙받았나
  • 연공서열 타파, 세대 간 소통 물꼬 트는 '리버스 멘토링'
    연공서열 타파, 세대 간 소통 물꼬 트는 '리버스 멘토링'
  • [카드뉴스] 인생 2막에 필요한 세 가지
    [카드뉴스] 인생 2막에 필요한 세 가지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