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을 기다리는 부모님

기사입력 2016-08-09 13:33 기사수정 2016-08-09 13:33

▲도마토가 익으면 자식한테 먹이고 싶다. (박종섭 동년기자
▲도마토가 익으면 자식한테 먹이고 싶다. (박종섭 동년기자
해도 텃밭에는 토마토가 탐스럽게 열렸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언제나 그 법칙을 어기는 법이 없다. 봄이 되면 땅은 씨앗을 품을 준비한다. 땅을 고르고 거름을 하고 씨앗을 심어두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그것도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이 아니라 넉넉한 인심이다.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 이웃에 영양분을 나누어 준다.

언젠가 소설가 이외수 씨가 자살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글에 공감한 적이 있다.

“그대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그 많은 과일과 생선들에게 미안해 본 적이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렇게 자연의 혜택을 많이 보고도 쉽게 생명을 던질 수 있는냐는 물음이다. 사실 우린 매일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과분한 혜택에 감사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적이 많다. 우리가 소비하는 자연의 생물 하나하나가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다른 과일도 많지만, 여름이 되면 토마토는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과일이다. 부모님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아신다. 그래서 시골 노인들은 자신의 몸 움직이기도 어려워 하시면서 때만 되면 텃밭을 일구고 씨앗을 심으신다. 뜨거운 태양 볕 아래 빨갛게 토마토가 익으면 부모님은 걱정이 태산이다. 수시로 전화해 언제 올 거냐고 물으신다. 밭에 토마토가 다 익었다는 것이다. 엊그제까지도 파랗던 토마토가 붉으스레 홍조를 띠기 시작하면 앞을 다투어 익기 시작한다. 그러면 두 노인이 따서 드시기에 감당이 안 된다.

부모님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주로 이때다. 사실 경비로 따지면야 시장에 가서 사 먹는 것이 싸게 먹힌다. 돈 만 원이면 몇 번을 먹을 만큼 사올 수 있다. 그러나 시골 한번 내려가자면 오가고 기름값에 하루 이틀을 다 소비해야 한다. 시골 다녀온 지도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눈치도 없이 토마토는 앞을 다투어 익어간다. 먼저 익은 토마토는 드시고 남는 것은 냉장고에 이미 채워놓았어도 또 익어 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다.

사실 시장에서 사서 먹는 토마토의 맛은 밭에 들어가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그 맛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단맛이 물씬 배어 있는 싱싱한 맛이란 그 무엇과도 비길 데가 없다. 어릴 때부터 학교 다녀오면 토마토 밭에 가서 연거푸 몇 개를 먹어 치우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흙냄새 맡아가며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고향의 맛이요 향기였는지도 모른다

올해도 여지없이 토마토는 익었다. 힘드신데 그냥 쉬시라고 자식들은 만류한다. 그런데도 매년 토마토를 심는 이유는 한 번이라도 자식들을 더 보기 위함이다. 새가 둥지를 떠나듯 자식들도 뿔뿔이 도심지로 떠나갔다. 저들 나름 바쁘게 사느라 자주 부모님 뵈러 오기도 힘들다. 그러니 토마토는 자식들을 오게 하려는 일종의 미끼(?)다. 그러니 토마토는 내년에도 또 심으실 게 틀림없다. 그리고 전화할 것이다.

“얘야 토마토가 익어 지천이다. 언제 내려 올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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