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고독과 자유의 삶 중에 하나만을 택하라 한다면, 필자는 그 고독 속에서도 또 자유의 삶을 택하리라. 어떤 연결고리 같은 것들이 없는 그러나 구속할 줄도 아는 올바름의 자유만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의 여유와 살아 내뿜는 숨소리에 육신을 그저 맡기고 싶으리라.
한때, 필자는 자신이 세상에서 등돌려진 외톨이인 줄만 알았다. 가끔씩 밀려오는 혼자라는 그 외로움이 싫어도 고독이 몸서리를 치던 날에도, 잘 견뎌내며 자신을 넘어 울컥하는 메아리 덩어리 같은 것들도 애써 삼켜내곤 했었다.
자신이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어 가는 위선 덩어리들과 함께, 그저 혼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독만이 아주 자유롭다고, 고독을 즐기는 자유도 멋지고 행복한 삶 중에 하나라고, 또 혼자 웃고 울며 그 가식 뭉치들과 뒹굴어 대곤 했다.
어느 날인가, 사람이 두려워 몸서리치는 날에도 필자는 솔직히 사람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채워지는 것은 알 수 없는 묘한 관계 상처투성이들뿐. 차곡차곡 쌓아온 추억의 세월은 흔적조차 무시당한 채, 사소한 것들에 서로가 서로를 등돌리며 작은 애정마저도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
그 아픔들은 몸속 저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와 악몽의 앙금으로 캄캄한 터널을 만들고, 자신은 다시 혼란스러운 상처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산다는 것은, ‘관계 속에 삶’이란 참으로 복잡 미묘한 것 같다. 평화롭고 잔잔하게 아주 단순한 채로 그냥 사랑하며 산다는 것은 진정 어려운 것일까? 차 한 잔에 씁쓸한 마음이 투정을 담아 그 엉켜온 날들을 잠시 뒤돌아본다.
사람들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아니 운명의 숙명이든 만남이라는 관계를 맺고, 시간과 함께 나이테를 쌓아갈 때도, 진정한 인연들이 하나둘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싸늘하게 돌아서버린 서늘한 눈길만이 먼발치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또 등 뒤에 그림자로 슬퍼지겠지.
진실로 상대를 알려고 하기도 전에 이익 앞에서는 자기를 감추며, 외면으로 돌아서 버리는 참으로 매정한 사람의 관계. 희미해진 추억에 사연들은 갈 길을 잃고, 그리 멀지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 찬바람으로 가득한 텅 빈 거리를 헤맨다.
이제 또 찬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면 사람의 삶들은 사람들이 그리워 만남에 옷깃을 여미고, 또 시간 속에 헤어지고, 그리고 자기 색깔들을 찾아 무수히 방황을 하곤 하겠지. 어떤 사람은 그 이별이 싫어서 아니 진정한 나이테의 의미를 져버리기 싫어서 술 한 잔에, 차 한 잔에 가득한 고독을 담고 자유를 벗 삼아 중얼거릴 테지.
아직은 알 수 없어, 지쳐만 가는 사람의 관계, 차라리 고독한 자유도 진정한 삶이 될 수 있다며 너털 웃음으로 혼자 지껄 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