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를 털어라

기사입력 2016-10-05 09:14 기사수정 2016-10-06 10:21

▲카지노를 털어라 영화 속 한 장면(강신영 동년기자)
▲카지노를 털어라 영화 속 한 장면(강신영 동년기자)
인간에게는 누구나 승부 기질이 있다. 상대와 겨뤄 이기고 싶은 것이다. 내기골프, 내기당구, 내기바둑 등이 성행하는 이유도 승부욕 때문이다. 이긴 결과는 대부분 돈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번거로운 골프, 당구, 바둑 말고 대놓고 하는 돈 내기도 있다. 성질 급한 사람에게 딱 맞는 게임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카지노다. 카지노는 사람들에게 슬롯머신, 룰렛, 바카라, 블랙잭 등 다양한 종류의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돈을 벌어들인다. 그러나 도박은 확률상 카지노가 이기게 되어 있다. 그것도 훨씬 유리한 확률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턴다. 어쩌다 돈을 딴 사람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다. 그런데도 극소수의 행운을 바라고 도박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다.

카지노를 상대로 거액의 돈을 딴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 스페인 영화 <카지노를 털어라>다. 펠라요(Pelayo) 가족이 전 세계 카지노를 상대로 수천만 달러를 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에두아르드 코르테스 감독이 만들고 다니엘 브륄, 루이스 호마르 등이 주연으로 나온다. 카지노 측과 펠라요 가족 간의 머리싸움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룰렛을 집중 공략한다. 룰렛은 둥근 수레바퀴 위에 구슬이 멈추는 숫자가 맞으면 배당률에 따라 돈을 따는 방식의 도박이다. 최고 35배의 배당률에 도전할 수 있으니 거액을 배팅했다가 맞으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러나 그 많은 숫자 중에 자신이 찍은 숫자가 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라요(Pelayo) 가족이 기계를 상대로 합법적으로 거액의 돈을 땄기 때문에 인간승리로 보는 것이다.

펠라요 가족의 아버지는 인간이 만든 기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다. 미세한 불량으로 인해 룰렛 기계에서도 자주 나오는 숫자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계산으로 그는 배팅을 하고 전 세계 카지노를 상대로 돈을 챙긴다. 당황한 카지노 측은 기계 위치도 바꿔보지만 이들 전문가들은 테이블의 미세한 특징을 어떻게든 잡아내고 이 기계에서 자주 나오는 숫자에 배팅한다. 이 원리로 로또복권 당첨 숫자를 예상해 돈을 버는 사이트도 있다. 매주 같은 기계를 사용하고 기계가 완벽하지 않을 경우 자주 나오는 숫자는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사이트의 숫자 장사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펠라요 가족은 가족 단위로 몰려가 배팅을 한다. 카지노 측에서는 이를 수상히 여겨 뒷조사를 하고 이들의 행태를 알아낸다. 그러나 기계 위치를 바꿔구 출입금지 조치를 내려도 팀원을 바꿔 같은 작전으로 공략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 게다가 소문을 듣고 일반 손님들도 이들을 따라 배팅을 시작하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도박은 자기 소신이 뚜렷해야 한다. 돈을 잃어도 절대 흥분하면 안 되고, 돈을 조금 땄다고 무모하게 배팅을 해도 절대 안 된다.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다. 오죽하면 술, 노름, 바람 세 가지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남자를 조심하라고 했겠는가. 도박은 스스로 한도액을 정해놓고 즐기는 수준에서 해야 한다. 그 이상이 되면 위험하다. 물론 돈을 따면 좋다. 공돈이기 때문이다. 도박을 잘하는 요령은 돈을 땄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고스톱 같은 것을 치다가 그러면 욕먹는다. 그러나 카지노에서는 그래도 된다.

전설처럼 남아 있는 펠라요 가족의 이야기는 인간의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가를 잘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에 갈 때마다 큰돈은 아니지만, 늘 잃고 온 것을 생각하면 통쾌하기까지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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