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용산가족공원’에서 사진 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작업의 특성상 약속시간에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하나둘씩 흩어져 사진을 찍다가 정해진 시간에 다시 만나는 모임이다. 피사체를 찾아다니던 중 가족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벤치에 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노인을 보았다. 오후 네댓 시쯤 되는 시간이었다. 계절과 시간까지 어우러져 그 뒷모습에서 외로움이 잔뜩 묻어났다. 부자나 빈자나 나이가 들면 똑같이 맞이하는 모습이다. 젊을 때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차츰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소외감과 함께 외로움도 점점 깊어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비 안 올 때 미리 우산을 준비하듯 인생의 가을 초입에 겨울 준비를 해놓는다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사랑 없인 못 살아요
이 글을 쓰면서 위의 사진에 어울리는, 조영남이 부른 ‘사랑없인 못살아요’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밤 깊으면 너무 조용해/ 책 덮으면 너무 쓸쓸해/ 불을 끄면 너무 외로워/ 누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 이 세상 사랑 없이/ 어이 살 수 있나요/ 다른 사람 몰라도/ 사랑 없인 난 못 살아요/ 한낮에도 너무 허전해/ 사람 틈에 너무 막막해/ 오가는 말 너무 덧없어/ 누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 이런 가사가 어느새 마음에 다가오는 것을 보니 필자도 이 가을엔 어쩔 수 없이 쓸쓸해지려나 보다.
외로움은 삶을 성찰하게 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인간관계도 맺으면서 살아가지만 관계에는 기쁨도 있지만, 책임감도 따른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행복이 있다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려움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늘 행복하기만 바라며 그 외의 어려움은 외면하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신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서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