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환갑을 눈앞에 둔 중년 여성 A씨는 매일 한 번씩 홍역을 치른다. 외출 준비에 빠질 수 없는 보정속옷을 입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인데, 가장 괴로운 일은 입다 만 속옷 위로 처진 뱃살이 걸쳐질 때다. 누구는 두 아이를 잘 키운 훈장이라고 위로하지만, 뱃살을 볼 때마다 우울하다. 이런 숨겨진 살들에 대한 비밀을 안고 있는 중년 여성들은 우리 주위에 의외로 많다. 처진 살에 대한 고민은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집중된다. 처지고 접히고 늘어져 처치 곤란인 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고려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윤을식(尹乙植·52) 교수를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몸매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근육은 지방으로 바뀌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가니까요. 가슴과 뱃살은 흉하게 처지고, 위팔의 살도 마치 알통이 흘러내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죠. 얼굴 곳곳의 살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옷 갈아입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고 합니다. 그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엔 대중목욕탕 가기가 두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젊을 때 자랑거리였던 큰 가슴은 이젠 흉물처럼 느껴진다고도 하시죠.”
윤을식 교수는 병원에서 만난, 고민에 빠진 중년 여성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결국 중년의 살은 자연스런 노화 현상이지만, 심하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늘어진 뱃살 없애는 복부성형술
그중 대표적인 부위는 역시 뱃살이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줄지 않고 늘기만 하는 뱃살에 대한 고민이 많다. 뱃살을 없애기 위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방법은 역시 지방흡입술이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고, 특히 남성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윤 교수는 조언한다.
“남성과 여성의 복부비만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때문에 치료를 위한 접근 방법도 완전히 달라요. 무작정 지방흡입술을 해달라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을식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비만 치료 방법으로 지방흡입술을 원하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지만, 실제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비만은 일종의 대사 질환이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죠. 그 원인이 호르몬 이상이거나 선천적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암이 이유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만 환자가 온다고 해서 무조건 지방흡입을 해주는 일은 없어요. 내분비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비만의 원인을 알아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도록 안내를 하죠.”
그렇다면 중년 남자들의 지방흡입술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의 경우는 대부분 내장비만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배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예요. 남성은 근육이 지방으로 변하면서 살이 찌는 경우가 많아, 지방이 근육 사이에 존재하게 돼요. 때문에 물리적으로 지방을 빨아들이는 지방흡입술로는 지방을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고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중년 여성인 경우에는 속 편히 지방흡입술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피부의 탄력 때문이다.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지방을 흡입해도 처진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탄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년 이후의 여성은 탄력이 부족하다. 배 밑에 몰려 있는 지방을 제거하고 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처진 피부가 더 흉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뱃살의 노화와 처짐은 출산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출산 과정에서 급격한 팽창을 하고, 이후 노화로 인해 탄력까지 잃으면서 심한 처짐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윤을식 교수는 “그래서 최근에 많이 시도되는 것이 최소절개 복부성형술이에요. 1980년대에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 시도되기 시작했죠. 팬티 라인을 약 14cm 정도 절개해서 지방을 제거하고, 피부도 팽팽해지도록 당겨서 남는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배꼽 위치가 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수술 과정 자체는 다소 복잡하지만, 실제로 절개하는 부위는 한 뼘도 안 돼서 후유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죠. 무엇보다도 보정속옷으로부터 해방되고 옷맵시가 나기 때문에 중년 여성들에게 가장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 치료이기도 합니다(웃음)”라고 설명했다.
최소절개 복부성형술의 장점 중 하나는 요요 현상, 즉 다시 살찌는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체세포 수는 정해져 있어 물리적으로 지방세포를 제거하고 나면, 세포 수가 원래대로 다시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윤 교수는 설명한다. 비만은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지, 세포 수가 늘어나서 부피가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절개 복부성형 치료비용은 개인 성형외과의 경우 300만~500만원 정도이며, 대학병원의 경우는 더 높은 편이다. 수술 후에는 6주 정도 특수 속옷을 입고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방고정술로 자존심도 위로
여성의 경우 또 다른 처짐을 겪는 부위가 있다. 바로 가슴이다. 유방의 노화는 개인차가 있는데,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일찍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가슴 처짐의 기준은 유두 위치를 보고 판단한다. 유방 아래 접히는 부분보다 유두가 내려가 있으면 처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유방하수증이라고 한다.
문제는 가슴 처짐이 발생하면 외관상으로 흉할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불편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브래지어만으로는 처짐을 보정하는 데 한계가 있고, 꽉 죄는 속옷도 부담을 준다. 윤 교수는 나이에 관계없이 가슴은 여성에게 자존심이라서 답답함을 하소연하는 환자가 많다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사우나 모임 등 사회생활도 불편해지니까요. 또 무게 때문에 짐처럼 느끼기도 해요.”
유방하수증 환자를 위해 성형외과에서 권하는 것은 유방고정술이다. 이론적으로는 유방축소술과 비슷한데, 가슴 모양을 아름답게 잡아주는 과정이 복잡해 좀 더 어려운 수술로 알려져 있다. 수술 이후에는 젊었을 때의 가슴 모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가슴이 작은 환자의 경우 보형물을 통해 보정하기도 한다.
유방고정술의 치료비는 개인 성형외과에서는 약 300만원 정도이며, 대학병원의 경우는 좀 더 비쌀 수 있다. 수술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고, 3주 정도 심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
“아무래도 옷 입을 때 편하고, 체형도 보기 좋아지기 때문에 만족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가슴 처짐은 환자들이 참고 참다가 한 맺힌 마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거든요. 그렇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최근에는 유방암으로 인해 가슴을 절제한 환자들이 가슴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다른 쪽 가슴에 유방고정술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유방 재건수술은 유방암 제거수술과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택하는 환자도 늘었고, 수술을 동시에 진행해야 가급적 기존의 유두와 유륜 조직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간혹 인공 보형물이 싫어 재건수술을 반대하는 남편들이 있는데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어려운 방법 말고 좀 더 간단하게 체중과 체형을 조절할 수는 없을까? 윤을식 교수는 기계로 지방을 쏙쏙 뽑아내면 간단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효과도 그리 크지 않다고 조언한다.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지방흡입술을 시행하더라도 뽑아낸 지방의 무게를 재보면 고작 1~2Kg정도예요. 부피만 보면 잔뜩 뽑아낸 것 같지만 실제로 그 효과는 적다는 것이죠. 비만환자의 체중을 생각해보면, 지방흡입으로 인한 1~2Kg 체중조절 효과가 얼마나 미미한지 금방 알 수 있잖아요. 퇴행성관절염 환자처럼 운동을 통한 체중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빠른 방법을 찾기보다는 제대로 된 비만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