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들어왔다

기사입력 2017-07-03 17:04 기사수정 2017-07-03 17:04

필자가 사는 건물 1층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그전에는 에어컨 설치 회사가 있었는데 건물주와 송사에 휘말려 오랫동안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1층이 유일한 상업시설인데 철문이 내려져 있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니 건물 가격조차 영향을 받았다. 관리비도 미납인 상태로 몇 년간 시간이 흘러 입주민들이 골치를 앓았다.

편의점이 들어온다며 건물 주변에 있던 사철나무를 몽땅 베었다. 너무 유난 떠는 것 아닌가 했는데 지나가다가 간판이 잘 보여야 하고 에어컨 실외기 몇 개를 놓을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편의점이 들어오니 우선 건물이 산뜻해졌다. 24시간 불이 켜져 있어 환했다. 평수별로 계산하는 전기요금은 입주민들에게 더 돌아가겠지만, 건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하면 감당할 만하다.

사실 이 편의점이 잘 될지는 잘 모르겠다. 주변에도 여기저기 편의점들이 있고 더구나 이곳은 자동차들이 달리면서 지나가는 곳이다. 결국 유동인구보다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동네 장사다. 당장 필자야 같은 건물이니 이용이 편리하겠지만, 좀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사줄지는 의문이다.

우선 필자의 냉장고 청소가 필요할 것 같다. 편의점에 웬만한 것들은 다 있으니 굳이 사들고 와서 냉장고에 넣어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술 종류, 음료수, 간편 도시락 정도는 편의점 냉장고를 필자의 냉장고처럼 활용하면 된다. 유효기간이 있는 식료품들을 냉장고에 두면 유효기간이 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젠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생필품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그렇다더니 우리도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기대가 있다면 우리 건물에 관리실이 없으니 관리실 역할까지 해주면 좋겠다, 부재중에 택배라도 오면 그동안 곤란했다. 작은 것은 그냥 우편함에 넣어두라고도 했고, 분실 시 책임은 필자가 지겠다고 했다. 좀 더 큰 물건은 소화전 안에 두라고 했고 더 큰 물건은 현관문 앞에 두라고 했다. 안심이 안 될 경우에는 동네 단골 세탁소에 맡겨놓으라고 했다.

집 찾기도 수월해졌다. 이전에는 주택가라서 마땅한 이정표가 없었다. 택시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저 앞에서 세워주세요” 했다. 필자 집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기준이 되는 건물이 없어 집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편의점 앞’이라고 설명하면 쉽게 찾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가다 얼핏 본 50대 정도의 주인 모습이 그리 친절해보이지 않는다. 아직 이웃에 인사차 보내는 개업 떡 소식도 없다. 대부분은 알바생들이 자리를 지키겠지만, 주인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주변 PC방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밤에 건물 근처를 배회하면서 혹시라도 음료수 깡통을 함부로 차지나 않을까 그것도 신경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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