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누구인가

기사입력 2017-08-23 10:35 기사수정 2017-08-23 10:35

필자가 중․고교생이었던 시절에는 스승의 날이 되면 각 반의 반장이 중심이 되어 학생들의 코 묻은 돈을 걷어 선생님 선물도 마련하고 가슴에 꽃도 달아드리곤 했다. 또 강당에서 재롱잔치도 벌이고 운동장에서 선생님들과 배구시합을 하는 등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사랑이 넘치고 화기애애했던 스승의 날 분위기가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가정 경제가 좋아지면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졌고 소위 금일봉이라는 돈 봉투가 눈도장을 찍는 도구가 되었다. 돈 봉투가 한창 문제가 돠었을 때, 어떤 봉투가 너무 무거워(?) 선생님이 되돌려 보냈더니, 그 어머님이 “내년 치도 포함한 걸로 알고 받아주세요”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젠 소위 김영란 법으로 선생님이 학생에게 꽃 한 송이도 받지 못한다. 편지만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너무 각박한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성교육은커녕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단지 시험 준비를 위해 지식만 가르치는 지식 소매상처럼 되어버린 요즘 세태가 아쉽기만 하다. 학생이 선생을 고발하는 사태도 흔하다고 하니 정말 문제가 많은 세상이다.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한 친구는 교사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혼 전에는 일요일이면 어서 월요일이 되어 아이들과 만나고 싶어 했다. 그만큼 학생들을 사랑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경할 줄 모르고 학생들이 순수함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며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우연히 노인대학에서 영어 강사를 시작했다. 벌써 수년째 재능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암 수술을 하고 또 칠순을 넘겼는데도 학생들과 많이 친해져 그만두지 못 하고 있다. 지난 5월 스승의 날, 같은 또래 어르신인 수강생들이 꽃바구니와 카드 그리고 선물까지 주셨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일동이 기립해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로 시작하는 스승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며 반은 웃고 반은 울었다. 나이 들어 늦은 공부를 하며 스승님이 얼마나 고마운 분인가를 새삼 느꼈다면서 서로가 감격해 급기야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꼭 물질적으로 감사 표시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꽃 한 송이도 뇌물로 생각하는 인정 없는 법이 너무나 삭막하고 기가 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인대학 학생들은 용감하게 법을 어기고(?) 꽃바구니, 카드, 선물을 준비했고 거기다가 점심 대접까지 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모두 기립해 불러준 스승의 노래가 감격스러웠다. 솔직히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끝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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