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 (Criminal Conspiracy)> 그리고 공영방송의 민낯

기사입력 2017-09-01 10:24 기사수정 2017-09-01 10:25

제목만 봐서는 범죄 수사 영화나 액션 영화로 착각할 수 있다. 상영관도 몇 군데 되지 않는다. 8월17일 개봉했으나 포스터도 안 보이고 홍보도 안 되어 있는 편이다. 예매순위도 잘나가는 영화 <택시 운전사>,< VIP>, <청년경찰>, <혹성 탈출> 등에 가려 애니메이션 영화 수준이다. 눈썰미가 좋거나 관심을 갖고 찾아서 봐야하는 영화이다. 네티즌 평점 10점 만점에 9.8점의 수작이다.

최승호 감독으로 되어 있으나 KBS와 MBC출신 해고 기자, PD들이 만든 뉴스타파에서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출연에 전 대통령 이명박, 전 한국방송협회 부회장 김재철, 전 MBC 사장 김장겸 등 실제인물이 등장한다. 연장선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등장한다.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공화국이다. 일반인들은 언론 탄압이 심하던 군부독재 시대 이후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방송과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언론의 자유가 통제되면 일반 시청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진실이 어떻게 호도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영화의 시작은 MB정권이 진땀을 흘리게 한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사태였다. MB정부는 이 사태가 언론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고 언론 장악에 들어간다. 경찰력을 동원해 사장을 교체하고 낙하산을 투입한다. 그 과정에서 충돌한다. 2년 후 MB정권의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MBC도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여 언론을 장악한다. 일단 언론이 장악되고 나서는 정부 홍보 일변도로 방송이 변하고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전원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를 낸다. 국정 농단사태도 진실을 감추려다가 공영 방송 장악만으로는 막지 못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이런 일련의 투쟁 과정을 통해 담당 PD, 기자 등은 해고당하거나 제작진에서 물러나 한직으로 전보되었다.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들이다. 이들이 그 후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300여명이 해고 내지는 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고 소송을 통해 80명 중 71명이 복직되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언론 장악 음모의 주범은 전직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로 본다. 그리고 공범자들은 낙하산으로 투입된 사장들이다. 언론계에 있던 사람들이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자비하게 파업에 동참하거나 정부에 불리한 기사를 내 보낸 담당자들에게 철저히 등을 돌리며 철퇴를 휘둘렀다. 권력의 하수인이 된 것이다.

용기 있는 사람들 덕분에 이 나라 언론이 죽지 않고 살아난다. 신뢰를 잃은 KBS와 MBC대신 종편으로 시청자들이 많이 옮겨 간 이유도 이런 역사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라서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어지간한 액션 영화보다 재미있다. 가끔 피식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옮긴 영화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언론이 존재하지만, 습관적으로 시청하던 언론 편식이 얼마나 위험한 판단 기준을 주는지 알게 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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