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카리나 박물관’ 탐방기

기사입력 2017-11-08 09:50 기사수정 2017-11-08 09:50

필자는 오카리나에는 문외한이다. 가끔 다른 사람들이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은 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악기인데 청명한 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 일단 휴대가 간편해서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악기가 간단하게 생겼으니 배우기도 어렵지 않겠다는 추측도 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한국 오카리나 박물관’이 있다. 거여역 2번 출구에서 첫 골목 50m 정도 들어가면 간판이 있다. 지나다닐 때마다 간판은 봤지만, 허름한 상가 건물 2층이라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마음먹고 방문해봤다.

2층 입구에 ‘한국 오카리나 박물관’이라는 간판이 나무 벤치에 걸쳐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명이 꺼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원장이 인사를 하며 반겼다. 조명을 밝혀준 후 박물관을 돌아보니 허투루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오카리나가 큰 방, 작은 방에 종류별로 빽빽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탈리아 부드리오에 있는 오카리나 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오카리나 박물관이라고 했다.

오카리나는 원래 흙으로 만든 악기인데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낸다. 기원전 3000~4000년 전에도 이런 악기 형태가 출토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된 것은 1853년 이탈리아의 17세 소년 주세페 도나티(Giuseppe Donati)가 흙으로 거위 몸통 모양으로 만들었던 시기로 본다고 한다. 오카리나는 도나티가 지은 이름으로 이탈리아 말로 ‘어린 거위’라는 뜻이란다. 이어서 1876년 오스트리아의 피엔(H. Fiehn)이라는 사람이 오카리나를 제작은 물론, 1879년에는 호주 시드니 세계 박람회에 출품해 그때부터 미국으로 대량 수출하면서 대중화했다고 한다.

‘한국 오카리나 박물관’에는 오카리나가 약 2000점 전시되어 있다. 2007년, 관장이 직접 외국에 나가 오카리나를 사 모았고, 40여 명의 우리나라 오카리나 제작자들을 찾아가 오카리나를 기증받아 이 박물관을 세웠다고 한다. 현재는 관장의 사비와 딸이 오카리나 강습으로 번 돈으로 임대료를 내가며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거여동을 문화 지역으로 만들고자 오카리나 외에도 카메라, 인형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박물관 관람은 무료이고 구청 등에 지원 요청을 해놓았으나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는 설명도 있었다.

오카리나는 가장 배우기 쉬운 악기라고 한다. 보통 알토 C 오카리나는 라에서 파까지 음계가 나오는데 이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프라노 C, 한 옥타브 낮은 베이스 C, 더 낮은 콘트라베이스 C, 그리고 G, F 키의 오카리나도 있다고 한다. 악기 가격은 보통 10만 원 정도 하며 비싼 것은 몇백만 원 짜리도 있다. 흙으로 만든 것이 기본이고, 한 번 더 구워 유약을 바른 것도 있다. 금속, 플라스틱, 나무, 대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오카리나는 유일하게 흙으로 만든 관악기이며 구멍의 크기로 다른 음계의 소리가 난다. 색소폰과 같이 연주하면 색소폰 소리에 묻혀 소리가 안 들리지만 오히려 먼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카리나란다. 파장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배울 때는 다른 악기처럼 이웃 주민들의 민원이 있을 수 있어 연습실을 개방한다. 강좌는 12주 과정으로 12만원을 받는데 12주가 지나면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몇 가지 대중가요 정도는 연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거여동 주민을 위해 65세 이상 몇 명이 그룹을 만들어 오면 관장이 직접 무료 강좌를 해준다고 홍보했는데도 인원이 모이지 않는다고 했다. 관장은 오카리나는 노인들에게 적당한 악기라며 직접 이은미의 ‘녹턴'을 연주해줬다. 일요일은 휴관이고 단체 관광이나 해설을 듣고 싶으면 사전 예약을 해달라고 했다. 오카리나에 관심이 있거나 배우고 있는 사람은 관람할 가치가 있는 박물관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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