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다물라’고 한다. 나이든 꼰대( 꼰대라는 말은 나이 많은 걸인을 일컬었다. 나중에 아버지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다. 백과사전에서 인용)들에게 하는 말이다. 젊은이들이 숨어서 하는 은어에 대해 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마저도 젊은이의 위세에 눌려 비굴하게도 참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옆에 있는 나이든 사람에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옆구리까지 찔러댄다. 시니어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장의 강사들도 무슨 대단한 노소화목(老小和睦)의 진리를 발견한양 그렇게 해야 한다고 떠드는 사람이 많음을 보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절로 나왔다.
동방예의지국이니 경노사상이니 이런 거창한 것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무한 존경받아야할 아버지나 선생님을 늙은 거지인 꼰대로 취급하는 것도 참지 못하겠는데 ‘돈은 내고 입은 다물어라!’니 이런 불공평한 처사가 어디 있는가. 돈을 냈으면 말이라도 하게 해줘야 당연하지 않는가.
우리는 미국이나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기부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당신은 기부만 하고 경영에는 일체 참여하지 말라는 지나친 간섭배제를 지향하는 것도 기부를 망설이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일본의 국왕이 통치는 하지 않지만 왕으로서 위엄을 갖고 있는 것처럼 기부한 사람에게도 그만한 대접을 해줘야 기부를 팡팡할 것이 아니겠는가!
외국에는 기부를 한 사람이 경제적으로 갑자기 어려워 질 때 자신이 기부한 금액에서 일정금액을 되돌려 받는 제도까지 있다. 줬다가 뺏어간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부자의 삶이 어려워지면 역으로 도움을 받았던 기관에서 보살펴야 한다는 인간애가 흘려야 옳다.
돈을 내면 말이라도 하게하자. 내가 낸 돈을 허투루 쓴다면 되돌려 받는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기부금을 냈으면 낸 것으로 끝내고 우리가 회사(단체)를 말아먹든 말든 아무런 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는다. 학비를 대주는 아버지가 아들의 학업성적표를 보자는 것이 당연하다. 자식이 보내준 학비로 무슨 짓을 하던 말하지 못한다면 형평에 어긋난다. 돈을 낸 사람은 주주와 같은 사람이다. 알아야 되고 말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