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주이로 살아보기

기사입력 2018-08-06 08:45 기사수정 2018-08-06 08:45

몇 달 동안 본의 아니게 넝마주이로 살았다. 동회에서 65세 이상 된 어르신네들이 전단지를 수거해 오면 월 20만 원 한도로 지급하는 지원제도에 모친이 참여하면서 이를 도와드리다 보니 넝마주이가 되고 말았다. 가로수 정비와 노년층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예산사업이다. 하던 일을 쉬면서 여유시간이 생겨 가능했다. 넝마주이는 아무것이나 줍지 않는다. 돈이 되는 것만을 수집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낸다

전단지는 종류와 크기에 따라 5원에서 20원, 40원, 500원, 1000원까지 나간다. 모친은 땅에 떨어져 있는 종이, 전봇대나 벽에 붙어있는 20원짜리 전단지는 잘 수집하지만 높은 곳에 걸려 있는 1000원짜리 현수막 전단지는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래에 있는 것은 모친이, 위의 것은 필자가 담당하는 분업이 이루어졌다.

20만 원을 목표로 하면 1000원짜리 전단지를 많이 수거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보는 사람이 떼어가기 때문에 작전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정해놓은 거점을 돌아다니면서 고가의 전단지가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품 작업이므로 부지런해야 한다. 조금씩 거점지역을 늘여가는 것이 유리하다. 다들 잠든 토요일 아침에 작업하면 작업능률이 높다. 주말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이 많고 일을 하는 사람이 적어 많은 종이를 수거할 수 있다. 몇 달간 작업하다 보니 20만 원의 목표를 달성했다.

넝마주이 작업은 모친에게 이 작업이 운동이 되는 것과 80세 후반에 접어든 모친에게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그래야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자를 눌러 쓴 모습으로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도와 드렸다. 드디어 이 일을 끝내야 할 때가 오고야 말았다. 최근에 다른 일이 생겨 더 이상 모친을 도와드리지 못하게 되었다. 몇 달간의 넝마주이 작업을 통해 느낀 점을 적어 본다.

첫째, 시간당 임금수준이 너무 낮다. 두 사람이 시간당 만 원을 못 번다. 공칠 때도 잦다. 그러나 작업을 하다 보면 몇 시간 이곳 저것 돌아다니므로 운동이 된다. 작업을 끝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둘째, 거리의 청소부로서 거리가 깨끗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보람이 있다. 셋째, 동네 골목 지리를 잘 알게 된다. 주의 깊게 보다 보니 관찰력이 느는 부수 효과도 있다. 넷째, 돈의 가치를 알게 된다. 한 시간 내내 땀 흘리면서 작업해도 몇천 원밖에 못 보니 절약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본의 아니게 시작한 넝마주이 생활은 짧았지만 여러 가지를 배운 귀중한 시간이었다. 모친과의 유대도 더 깊어졌다. 시간이 허락되면 다시 시작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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