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300이다

기사입력 2017-05-18 09:14 기사수정 2017-05-18 09:14

송파 구청장 배 당구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동네 당구장 5명 대표인 것이다. 5명이 출전해야 팀 등록이 가능하단다. 3 쿠션 1명, 4구 250점 1명, 200점 2명, 300점 1명이 경합 종목이다.

원래 필자의 당구 실력은 200이다. 당구 좀 쳤다하면 누구나 200 선에 머문다. 150점대가 가장 많고 그 중 승률이 좋은 사람이 올려서 200점을 놓게 된다. 그런데 우리 동네 당구장은 200이 4명이나 된다. 다른 부문은 적임자가 있는데 300점을 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필자는 실력이 뒤진다며 다른 사람들을 추천했다. 그러나 리그전을 해야 공평하다며 굳이 리그전을 펼쳤다. 그랬더니 승률이 200점 세 명이 동률로 나온 것이다.

그래서 2명은 200점 부문에 출전하고 필자는 300점 부문에 출전하기로 했다. 실력은 200점인데 300점 부문에 출전하게 되니 참가에 의의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5명이 되어야 출전 팀 등록을 할 수 있다니 들러리를 서는 셈이다.

일단 300점을 놓고 동네 당구장 이 사람 저 사람과 경기를 해봤다. 200점은 주산 알 20개만 치면 되는데 300점은 30알을 놓고 쳐야 하므로 당연히 부담이 된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 실력에 맞게 놓고 치므로 100전 100패가 당연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쳐 보니 이기는 경우도 있고 지는 경우가 물론 많았다. 원래 200점을 놓고 칠 때도 잘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었다. 파울을 범하면 벌점으로 몇 개 씩 더 치다 보면 주산 알이 25개 정도가 되는 경우는 좀 있었다. 그러나 30개는 무리였다.

자주 300점을 놓고 치다 보니 필자의 장단점이 나왔다. 필자는 당구에서 승부욕이 약하다. 그래서 정성들여 치지 않고 대충 치는 것이다. 남들은 파울을 겁내서 파울 가능성이 있으면 피해서 치는데 필자는 파울 가능성이 있어도 일단 치고 보는 성격이다. 고쳐야할 부분이다. 힘 조절도 능숙하지 않다. 당구공이 멀리 흩어지지 않으려면 정성스럽게 살살 쳐야 한다. 그런데 필요 이상으로 세게 치니까 공이 흩어진다.

필자는 3 쿠션을 연습하다 보니 4구만 치는 사람에 비해 난구에 강한 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치는 방법을 더 아는 것이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이 있을 때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다. 당연히 3 쿠션에서 오래 걸리지 않는다. 30알을 다 치고 나면 3 쿠션으로 마감해야 하는데 상대방은 마지막 3 쿠션에서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주산 알을 상대방이 먼저 털어내도 3 쿠션에서 수비를 잘하면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 이겨봤다.

필자의 당구 실력은 200점인데 300점을 놓고 치면 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기면 상대방이 곤혹스러워 한다. 그러므로 부담이 없다. 대회에 나가서도 승산은 없지만, 운 좋을 때는 필자도 한 큐에 10점 정도는 쳐대므로 그런 경우는 남은 주산 알 수가 원래 내 실력이므로 할 만하다.

200점대에는 원래 250 점대를 치는 사람들이 낮춰서 출전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므로 경합이 치열하다. 그러나 300점 대에서는 400점이나 500점을 치는 사람이 낮춰서 출전할 수는 있지만, 400점이나 500점을 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오히려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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