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전령사 매미의 세레나데

기사입력 2018-08-10 08:37 기사수정 2018-08-10 08:37

얼마 전 드디어 매미의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동네에 갑자기 여름이 왔다고 알려주는 듯 매미가 일제히 소리를 냈다. 우리 동네는 산 밑이어선지 뒷동네 숲속에 여름이면 매미의 노랫소리로 가득했고 아파트 마당에도 시끄러울 정도로 많은 매미가 노래를 불렀다.

아들이 어릴 적, 친구들과 매미채를 들고 매미를 잡으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언젠가는 지인이 자기네 동네에는 매미가 없는데 아이의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이 있다며 우리 아파트에 와서 아이들이 잡은 매미를 가져가기도 했다. 지인은 숙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어 좋았고 동네 아이들은 아줌마가 사준 아이스크림에 즐거웠던 추억이 있다.

매미가 지천이니 그렇게 잡는 걸 개의치 않았는데 사실 매미의 일생을 알면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매미는 알에서 애벌레로 변한 후 땅속에 들어가 나무즙을 빨아 먹으며 7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7년이나 땅속에서 지내다 드디어 지상에 나오면 2주나 한 달 정도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니 참 안쓰럽고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곤충이다.

소리를 내는 매미는 수컷으로 7년 동안의 보상이라도 받을 듯 짝짓기할 암컷을 찾으려 그렇게 노래를 부른 후 짝짓기 후 죽는 운명이다. 암매미는 산란관이 있어 소리 내지는 못하고 짝짓기 후 많은 알을 나무에 낳고 죽는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의 종족 보존의 의무는 지켜지는 것이다.

7년을 기다려 세상에 나와 두어 주를 살고 죽는다니 애처롭기도 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매미의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할지 안타깝기도 하다. 저렇게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를 내는 건 아직 짝을 찾지 못해서라니 매미 소리를 즐기긴 하지만 마음 아픈 일이다.

잘 들어보면 매미의 소리엔 패턴이 있다. ‘맴맴맴맴 매에에에~’를 반복한다. 소리는 청량하고 울림이 크다. 거실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듣는 매미의 노랫소리는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한편의 세레나데 같다. 멀리서 울어도 그 소리는 정확하게 귓가에 머문다.

집안일을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너무나 큰 매미 소리에 깜짝 놀랐다. 살펴보니 거실 방충망에 매미 한 마리가 붙어서 큰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라디오 볼륨을 크게 한 것처럼 집안이 울렸다. 건너편 숲에서 우리 집 창 방충망까지 날아온 매미가 반가웠다. 살포시 마주 보고 앉아 날카롭기도 하고 청량하기도 한 매미의 세레나데를 들었다. 내가 마주 보고 있는데도 계속 울어대서 여기는 암매미가 없는데 어쩌지? 하며 방충망을 톡 건드리니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여름 소식을 좀 더 들을 걸 조금 후회하며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사 매미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졌다.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사는 곤충의 일생처럼 사람도 사는 동안 후회 없는 아름다운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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