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안 늦어

기사입력 2018-11-15 11:03 기사수정 2018-11-15 11:03

2011년 5월 어느 날 TV에서 91세에 검도를 시작했다는 이상윤 옹의 이야기를 보면서 크게 자극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상윤 옹은 1917년 생으로 2008년 91세에 검도를 배우기 시작해서 2010년에 초단을 땄다고 한다.

이튿날부터 인터넷을 뒤져 직장에서 가깝고 괜찮다는 평이 난 검도장을 찾아서 전화를 했다. 관장에게 50대 중반인데 운동할 수 있겠는지 물었다. 나보다 열 살 더 많은 분이 도장에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다음 날 등록을 하고 바로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차도연 동년기자 )
(차도연 동년기자 )

이후 2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도장에 나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초단을 따고 3년 여 기간을 더해 5년 정도 검도를 하다가 지금은 사정이 있어 잠시 쉬고 있다.

어린 시절에 무협만화를 즐겨 봤다. 그 영향으로 태권도를 배우기도 했었지만 담장을 뛰어넘고 지붕에 날아오르며 칼을 휘두르는 현란한 칼 솜씨를 보여주던 검객에 대한 동경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무협만화 무사들처럼 높이 뛰어오르고 가볍게 날아오르는 것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어린아이의 단순한 마음에 옥수수를 심어서 싹이 나온 때부터 크게 자라오를 때까지 매일 그것을 뛰어넘으면 옥수수나무가 높게 자랐을 때에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황당무계한 생각을 하고 그 일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상윤 옹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100세 때인 2016년 10월 방송 인터뷰 이후 기사는 보이지 않는데 그분은 아마 102세인 지금도 건강하게 생활을 하며 지내고 계시리라는 생각이 든다.

2008년 8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글을 써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호서대학교 설립자 강석규 박사(1913~2015). 그분은 “63세에 당당하게 은퇴를 했지만 퇴직 후 남은 인생을 덤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리며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을 30년이나 살아 온 것에 대해 95세 생일을 맞은 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도 몰라 “이제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며 그 이유로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글의 끝을 맺었다.

91세에 검도를 시작하고 95세에 어학공부를 시작하는 게 누구나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그런 말을 듣고서도 쉽사리 믿어지는 일은 아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나 또한 늦었다고 생각할 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살아가면서 ‘그때 그것을 시작할 걸’ 하고 한두 번 이상 후회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나이에 어떻게 하겠냐며 단념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은 ‘지금도 안 늦어’를 줄여 ‘지안학당’이라고 쓰고 있다. 늦었다고 물러서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해 봄으로써 2년, 3년 뒤에 후회할 일을 덜 만들기 위해서이다.

▲차도연 동년기자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지안학당.(차도연 동년기자)
▲차도연 동년기자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지안학당.(차도연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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