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극 '춘풍이 온다’

기사입력 2019-01-07 10:03:19기사수정 2019-01-07 10:03
  • 인쇄하기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한파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한겨울이니 추운 게 당연하지만 꼼짝하기 싫은 게 문제다. 내가 어렸을 땐 겨울이라 해도 삼한사온으로 사흘 동안 춥고 나흘 동안 따뜻했다.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더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움직이기 싫었지만 오늘은 국립극장의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어서 외출 준비를 했다. 젊었을 땐 우리 소리를 듣지 않았다.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더 멋지다는 치기 어린 생각 때문이었는데 몇 해 전부터 우리 소리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포스터(국립극장 제공)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포스터(국립극장 제공)

지난해 봤던 심청과 흥부를 소재로 한 마당극과 얼마 전에 관람한 창극 ‘옹녀’는 우리 전통극의 묘미와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준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관람을 하면서 창극과 마당극의 차이점도 알게 되었는데 창극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우리 가락을 듣는 것이고 마당극은 둥그런 마당 주위로 객석을 마련해 좀 더 가까이 극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공연이다.

국립극장으로 가는 길은 편리하다. 지하철 3호선 동국대역에 내려 장충단공원 모서리를 돌아가면 극장으로 데려다주는 셔틀버스가 있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버스를 타지 않고 장충단공원을 가로질러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오늘은 날이 추워 셔틀버스를 이용해 국립극장에 도착했다.

달오름 공연장 로비에는 마당극을 보러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로 중장년층과 나이 든 분이 많았지만 젊은이도 꽤 많았다. 어느 계모임에서 단체로 관람을 왔는지 왁자지껄했다. 좌석권을 교환하니 맨 앞자리였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을 VIP석이나 로열석에서 관람했다. 그러면서 맨 앞자리에는 누가 앉는지 궁금했다. 나도 맨 앞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다. 그 소원을 얼마 전 소극장에서 한 번 이루었다. 같이 간 기자님 덕분에 맨 앞자리에서 연극을 보는 즐거움을 만끽했는데 오늘도 행운으로 맨 앞자리에서 마당극을 보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무대가 열리자 늘씬한 꽃미남들이 10여 명 몰려나와 상모를 돌리며 엿을 팔았다. 한 개에 3000원, 두 개엔 6000원이라며 너스레를 떠니 사람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엿을 사기 시작했다. 나도 한 개를 샀다. 땅콩이 붙은 달콤한 엿이었다. ‘이렇게 부수입을 올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재미있었다. 지난번 마당놀이 공연 때는 시작 전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관객도 나와 절을 하게 했다. ‘오늘은 엿을 파네’ 했는데 잠시 후 제사상이 나왔다. 마당놀이의 관행인가보다.

지난번 마당극엔 아들이 나갔는데 엄마도 돈을 내고 절하고 소원을 빌라 해서 수많은 관중 사이로 나가 제사상 돼지머리에 1만 원 한 장 꽂고 절하며 우리 아들 행복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머쓱했지만 많은 사람이 나와 나도 기분 좋은 마음으로 동참했다. 수북이 꽂힌 지폐는 단원들의 회식비로 쓰일 것이라 추측해봤다.

마당극 ‘춘풍이 온다‘는 익히 알고 있는 난봉꾼 이야기다. 바람피우느라 전 재산을 거덜낸 아들을 하녀 오목이를 며느리 삼아 개과천선시키는데 든든한 몸매의 여중호걸 오목이도 연기를 잘했지만, 평양 기생 추월 역의 배우는 정말 간드러지게 소리도 잘하고 연기도 멋졌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출연진(국립극장 제공)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출연진(국립극장 제공)

내 옆에서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공연을 보고 계셨다. 아마 자식이 부모님을 위해 마련해준 선물일 것이다. 자리가 맨 앞줄이다 보니 예쁜 기생 배우가 연기 도중 할아버지에게 엎어지며 애교를 떨었다. 할머니는 즐겁게 웃으셨고 할아버지도 극이 끝날 때까지 즐거워하셨다. 관객과의 소통은 마당놀이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마당놀이가 창극보다 더 즐겁고 재미있다. 왁자지껄했던 마당극 한 편이 매서운 추위도 물리친 듯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경쾌했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